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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황제가 사랑한 여인: Chapter 201 - Chapter 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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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1장

기모진의 이상한 반응을 보더니 소만리는 더욱 생긋 웃었다.“왜 그러죠? 나…… 만리인데.”“……”만리라고!이름 두 글자가 비수마냥 날카롭게 모진의 심장에 꽂혔다. 이런 강렬한 충격이라니!소만리는 당황한 기모진의 표정을 보더니 슬그머니 입 꼬리를 올리고는 다소곳이 그에게 다가갔다. “왜 그래요? 잊어버렸어요? 전처 역할로 오늘 행사에 참석해달라고 했잖아요?”그녀의 다정한 목소리가 흡사 촘촘한 그물인양 기모진의 두근대는 심장을 조여오는 듯 했다.대답을 듣고 나서야 기모진의 미친 듯 뛰어대던 심장은 서서히 평온을 찾았다.아, 그랬었지.비현실적으로 아름다운 얼굴을 보고 나니 마음이 온통 함락될 것 같았다.기모진은 그런 감정은 한 치도 드러내지 않고 섹시한 입술꼬리를 올리며 씩 웃더니 말했다. “왔어요?”소만리는 살짝 웃었다.“네. 왔네요.”소만영은 그 꼴을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소만리가 기모진과 바짝 붙어서 이야기를 나누는 꼴이 특히 눈꼴 시었다. “난 또 누구시라고, 미랍 씨잖아?”가식적인 웃음을 띠고 다가오며 인사를 건넸다. 그리고는 고개를 갸우뚱 하고는 호기심에 찬 얼굴로 눈을 깜빡였다.“미랍 씨랑 무슨 얘기를 그렇게 해? 나도 좀 끼워줘.”“만영 씨는 모르는 게 낫겠는데, 나랑 모진 씨 사이의 비밀이거든. 그렇지?”소만리가 의미심장한 웃음을 띠고 말했다.“…..”가식적인 웃음을 짓고 있던 소만영의 입꼬리가 서서히 내려가려 했으나 사람들 앞에서 추태를 보이고 싶지는 않았으므로 다시 억지 웃음을 띠며 말했다.“기왕 왔으니 재미있게 놀다가요. 기모진 씨의 약혼녀로서 환영할게요!”“……”말을 마치더니 소만영이 기모진에게 돌아서며 말했다.“자기, 어머님께서 발표할 게 있다시더니 아직 말씀이 없으시네. 아무래도 어머님 말씀하실 때까지 기다려 봐야 할 것 같아!”그녀는 무대에서 멍하니 있는 기모진의 어머니를 올려다 보며 급히 눈짓을 해 보였다.소만리는 웃음 띤 눈으로 아무 말 없는 기모진의 얼굴을 흘끗 보더니 말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2-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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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2장

소만리는 담담히 웃으며 말했다.“사모님께서 직접 보셨나요? 소만리 씨가 정말 그렇게 뻔뻔한 여자라는 게 확실한 거예요?”“당연하지! 소만리가 얼마나 뻔뻔한지 내가 두 눈으로 똑똑히 봤어요! 번번이 우리 딸을 괴롭히고 내 외손주까지 다치게 했어. 그런 여자는 죽어도 싸지!”이를 갈며 내뱉는 한 마디 한 마디에 소만리에 대한 증오와 한이 서려있다. 소만리를 아주 갈갈이 찢어 죽였어야 한다는 느낌이었다.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소만리는 다시 사화정의 비꼬는 소리를 들었다.“천미랍 씨, 생긴 건 소만리랑 똑같이 생겼더라도 그렇게 뻔뻔하고 후안무치한 짓은 안 했으면 좋겠네요!”사화정은 소만리를 경멸하는 시선으로 노려보더니 소만영 쪽으로 걸어갔다.두 모녀가 팔짱을 끼고 있는 모양이 비할 데 없이 친밀해 보였다.천만리는 입술을 살짝 깨물고 이 눈꼴신 광경을 바라보았다.‘엄마, 날 낳아준 우리 엄마.나중에 엄마 입으로 말한 그 뻔뻔하고 후안무치한 여자가 진짜 엄마 딸이라는 걸 알게 되면 엄마 어쩌실 거예요?그 못된 소만영의 중상모략만 믿고 진짜 엄마 딸이 천박한 여자라고 믿으실 건가요, 아니면…… 아니면 날 꼭 안아주고 ‘우리 딸’이라고 불러주실 건가요……?’갑자기 심장이 찢어질 듯 아팠다.자조적으로 웃으며 막 술을 마시려는데 누군가가 그녀의 치맛자락을 잡아당겼다.“누나.”기란군의 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소만리는 그 잘생긴 조그만 얼굴을 내려다 보았다. 마음 속 상처가 순식간에 치유되는 것 같았다.“란군이 안녕~”그녀는 부드럽게 기란군의 작은 머리를 쓰다듬었다.“미랍이 누나, 염염은 왜 같이 놀러 안 왔어?” 기란군은 기대에 찬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소만리가 막 입을 떼려는데 무대에서 기모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혼인식 날짜를 발표하려던 기모진의 어머니는 떠밀려 내려가고 기모진이 무대에 올라서 공식 환영사를 하고 있었다.스포트라이트 아래 딱 떨어지는 정장을 입고 선 그는 온 몸에서 카리스마를 풍기며 일거수일투족 매력을 발산하고 있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2-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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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3장

하얗게 질린 육정은 손을 씻는 손만리를 가리키며 당황해서 벽을 잡고 일어섰다. 다리가 덜덜 떨리고 있었다.이런 고급스러운 파티가 처음이다 보니 신이 나서 술을 꽤나 퍼먹고 난 그였다.그 바람에 그녀의 매력적인 웃는 얼굴이 흔들려 보였다. 그 얼굴이 수백 개로 쪼개져 서서히 그에게 다가오는 듯 했다. 숨이 막혔다!그는 놀란 나머지 똑바로 쳐다보지도 못하면서 횡설수설했다.“소, 소만리! 왜 나한테 들러붙어서 그래! 소, 소만영한테나 갈 것이지! 왜 나한테 이래!”두려움에 떠는 육정을 보며 소만리는 또각또각 다가가더니 한쪽 입 꼬리를 씩 올렸다.“왜 소만리의 귀신이 들러붙냐고 물어보는 건가? 본인이 제일 잘 아실 텐데?”“으악! 난 몰라! 아무것도 모른다고! 복수를 하려거든 소만영을 찾아가란 말이야! 나한테 이러지 말고!”육정은 남자화장실로 도망쳤다.공포가 극에 달해 소리를 고래고래 질렀다.한참을 기다려도 밖이 조용하자 조심스럽게 머리를 내밀어 보았다. 아무도 없었다.더 무서워졌다. 정신을 차리려고 물을 틀어 세수를 했다. 그러나 아무리 찬물로 씻어봐도 머릿속에서 소만리의 웃는 얼굴이 씻겨나가지 않았다.소만리는 파티장으로 돌아왔다. 이쪽은 분위기가 좋았다. 귀빈들은 먹고 마시며 즐겁게 환담을 나누고 있었다.소만리는 사람들 사이에서 기모진의 할아버지를 찾아냈다. 그러나 함부로 움직일 수는 없었다.초조한 나머지 모든 걸 확 밝혀버리고 싶은 마음을 다시 다잡았다. 지금 이 상황을 제대로 다루려면 계속 가면을 쓰고 있어야 했다.소만영은 소만리가 돌아오는 것을 보고 그녀를 괴롭힐만한 말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수상쩍게도 기모진이 소만리의 곁으로 가서 머리를 숙여 그녀의 귀에 대고 귀엣말을 속삭이는 것을 보았다.그러더니 기모진이 먼저 팔을 뻗어 소만리에게 팔짱을 끼도록 하는 게 아닌가!소만영은 주먹을 확 움켜쥐었다. 얼마나 힘을 주었던지 들고 있던 와인 잔을 거의 깨트릴 뻔했다.그녀는 기모진이 소만리를 데리고 할아버지에게 가는 것을 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2-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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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4장

‘기모진, 되돌린다는 말이 그렇게 쉽게 나와?내게 남긴 상처는 영원히 지워지지 않아!널 사랑했던 건 이미 옛일이야.지금의 나는, 널 증오할 뿐이야!’이때 사화정이 소만영을 데리고 다가왔다.“할아버님, 미랍 씨랑 무슨 얘기를 그렇게 즐겁게 하세요?”“미랍이라니 뭔 소리요, 얜 만리인데.”살짝 불만스러운 말투였다.“할아버지, 아니에요. 이분은 만리가 아니에요. 만리는 3년 전에 죽었잖아요. 이 아가씨는 천미랍 씨에요. 그냥 만리랑 똑같이 생긴 것뿐이에요.”소만영이 웃으며 설명하더니 기모진을 쳐다봤다.“내 말이 맞지?”기모진이 자신의 말에 호응해 주리라 생각했는데 뜻밖에도 기모진은 기분이 좋지 않은 듯 미간을 모으고 있었다.할아버지는 안색이 변하더니 눈썹을 찌푸리고 소만리를 다시 들어다 보았다.“헛소리! 얘는 만리야!”“아버님, 진짜로 소만리가 아니라니까요!”기모진의 어머니가 다가왔다. 사뭇 거침없는 말투였다.“아버님, 생각 좀 해 보세요. 이 여자가 소만리면 저희가 들여보냈겠어요?”“사부인 되실 분 말씀이 맞아요!”사화정이 맞장구를 치며 경멸하는 시선으로 소만리를 흘끗 봤다.“이 여자가 소만리면 진작에 쫓아냈죠. 그 뻔뻔한 여자는 3년 전에 죽었다니까요!”할아버지는 그들의 말을 듣더니 기운 넘치던 모습이 일순에 무너지는 듯 했다.소만리는 곤란한 듯 눈썹을 찌푸리고 기모진을 쳐다봤다. 기모진의 얼굴이 확 차갑게 변했다.“말씀들 다 하셨습니까?”“어머님께 화내지 마.”소만영은 팔자눈썹을 하고 기모진의 팔뚝을 그러안으며 말했다.“우리 엄마랑 어머님께서 사실을 말씀하시는 거잖아. 이 여자가 만리가 아니라는 건 할아버지도 결국 아시게 될 걸.”그렇게 말하면서 소만영은 의미심장한 시선으로 소만리를 쳐다봤다.“미랍 씨, 자기도 만리인 척 하면서 할아버지한테 환심을 사지 말아요. 결국 다 거짓말이잖아! 결국 다 아시게 될 텐데 그러면 얼마나 상심하시겠어요.”“그리고 알아둬야 할 게 있어요, 만리가 얼마나 못된 짓을 많이 했다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2-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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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5장

‘육정!저 거지 같은 놈이!이런 데는 어떻게 들어왔담!’소만영은 의문을 품고 있다가 갑자기 긴장했다.육정이 공포에 질려 두 눈을 휘둥그래 뜨고는 천미랍을 가리키며 귀신이라고 외치고 있었기 때문이다!그것은 즉 그가 천미랍을 소만리로 알고는 놀랐다는 뜻인데. 놀란 나머지 아무 소리나 다 지껄여댈 수도 있는 것이 아닌가!그런데 고함소리가 들리는 가운데 소만리는 입 꼬리를 올리고 초연히 있었다. 그녀는 곁눈질로 소만영을 한 번 보더니 다시 의혹에 찬 시선을 육정에게로 옮겼다.똑바로 쏘아보는 소만리의 시선에 육정은 더욱 공포에 떨었다.“으어! 지, 진짜 그 여자야!”취기 때문에 한이 서린 소만리의 귀신이 나타났다고 생각하는 것이었다.평소 나쁜 짓을 많이 했으니 켕기는 게 많을 수밖에 없었다.소만리는 눈썹을 잔뜩 찌푸리고 일부러 의아하다는 말투로 물었다.“기모진 씨, 아는 분이세요? 왜 저렇게 나를 무서워하는 거죠?”소만리가 육정에게 초대장을 보내서 그가 파티에 참석했다는 사실을 기모진이 알 리 없었다.확 인상을 쓰며 얼굴이 싸해지더니 육정을 향해 걸어갔다.그는 이 거지 같은 사내가 두 번이나 소만리를 덮치려 했던 장면과 육정이 소만리와 부정한 관계라는 등의 말을 했던 것이 떠올랐다.소만영이 급히 달려가 기모진의 팔을 잡으며 외쳤다.“저기, 오늘은 기가 그룹 50주년 기념행사를 하는 날이잖아. 이런 인간 때문에 분위기 망치지 말고 보디가드 불러서 끌어내라고 해요. 직접 손댈 필요 없잖아.”“만영 씨 얘길 들어보니 다들 아는 사람인가 보네요?”소만리가 궁금하다는 듯이 다가왔다.“대체 누군데요?”불쾌한 듯 소만영의 눈썹이 꿈틀했다. “예전에 만리랑 잘 알고 지내던, 아니지. 정확히 말하자면 ‘그 쪽’으로 관계가 있었던……”“시끄러워.”기모진이 갑자기 말을 끊었다. 어찌나 싸늘하던지 소만영은 그만 움찔했다.게다가 그 눈빛과 표정은 보는 사람마저 얼어붙게 만들었다.“아, 그런 분이었군요.” 소만리는 의미심장하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2-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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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6장

육정은 이제 더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 얼굴은 백지장처럼 하얘지고 동공이 확장됐다.“난 건드리지 마! 나, 난 그냥 돈 받고 한 거야. 사주 받은 거라고!”“이봐요!”소만영이 바로 그의 말을 차단하고 화가 나서 보디가드를 불렀다.“당장 와서 이 사람 쫓아내요!”그러거나 말거나 육정은 덜덜 떨리는 손가락으로 소만영을 가리켰다.“소만리, 원한은 저 여자한테 갚아! 난 소만영이 시키는 대로 한 죄밖에 없어!”그 말이 떨어지자 소만영은 얼음물을 뒤집어 쓴 것 같았다. 지금 기모진이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그저 엄청난 한기가 덮쳐오는 것만 같았다.“무슨 일이야? 이 남자는 또 누구지? 이 사람이 대체 뭐라는 거냐?”기모진의 어머니가 급히 다가왔다.소만영은 급히 말을 돌렸다.“어, 어머니, 육정이라는 사람인데요! 만리의 내연남이었어요. 전에 만리랑 짜고 우리 란군이를 납치했던 자랍니다.”“네 놈이었구나!”사화정은 낯빛이 확 변하더니 육정을 쏘아봤다.“네놈과 소만리가 우리 란군이를 납치했었어! 이런 쓰레기 같은 놈! 나쁜 짓을 그렇게 하더니 소만리는 죽었는데 네놈은 아직도 살아있단 말이냐! 이런 죽어도 싼 놈!”“죽어야지.”얼음처럼 싸늘한 기모진의 목소리에 소만영은 호흡마저 얼어붙었다.육정은 갑자기 술이 확 깼다. 후다닥 도망치려 했다. 그러나 갑자기 목덜미를 잡히고 말았다.“방금 했던 말 다시 해 보시지.”살기 충만한 기모진의 눈은 칼처럼 날카로웠다. 휘두르면 당장 사람을 죽일 수도 있을 것 같았다.육정은 몸서리를 한 번 치더니 온 몸을 덜덜 떨었다. 식은 땀이 줄줄 흘렀다.그걸 보고 있는 소만영의 동공이 흔들렸다. 예전의 일이 다 드러날까 두려웠다.와락 앞으로 다가갔다.“화내지 마. 이, 이딴 인간 신경 쓸 필요 없어. 이 인간은 원래 입만 열면 거짓말이라 믿을 만한 놈이 못 돼. 어디서 먹고 놀려고 굴러들어왔나 본데 그냥 보내자고!”기모진은 차가운 눈을 치켜 떴다. 냉혹한 곡선을 그리며 입술이 올라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2-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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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7장

육정은 당시에 있었던 일에 대해 횡설수설하기 시작했다.기모진의 얼굴에 확 어둠이 드리워졌다. 눈에는 걷잡을 수 없는 살기가 뻗쳤다.분노 가득한 주먹이 육정의 얼굴에 무자비하게 내리 꽂혔다!육정은 쓰러지면서 정신을 잃었다.그가 테이블로 넘어져 술잔과 접시가 깨지면서 와장창 소리가 났다.기모진은 멈추지 않고 육정을 잡아 일으켜 몇 번을 더 갈겼다.육정이의 입가에 피가 흐르고 얼굴이 부어 올랐다.그러나 아무도 감히 기모진을 말릴 수 없었다.모습이 너무나도 사나워서 접근했다가는 그 화가 자신에게 옮아올까 두려웠기 때문이다.지난 3년을 기모진은 모든 게 자신의 잘못이라며 자책하며 보냈다.이번 일로 소만리의 결백이 밝혀지자 그는 당시에는 뭔가가 씌웠던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눈을 가리고 있던 막이 걷어지고 진상이 또렷이 보이자 그는 자신의 마음을 마주할 자신이 없었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그 얼굴은 더더욱……이 장면을 보면서 소만리는 보일 듯 말 듯 그 예쁜 입 꼬리를 올렸다.‘마침내.마침내 육정이 당시 그 모욕적 중상모략에 대해 제 입으로 털어놓는구나.’마침내 그녀의 결백이 밝혀졌다.마음에 입었던 상처가 이제 어느 정도 회복되었다.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너덜너덜해진 그녀의 마음을 치유하기에 부족했다.원한의 불이 이 정도로 꺼질 수는 없었다.“육정! 왜 이렇게 날 모함하는 거야!”소만영은 눈시울을 붉히면서 억울함과 분노에 떨며 비난했다.그녀는 이제 스스로를 변호해야 했다.사화정이 적극적으로 그녀를 감쌌다.“이 거지 같은 게 어디서 헛소리야! 소만리의 행실이 단정치 못했던 거야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인데 우리가 뭐 한다고 모함을 했겠어!”육정은 몇 대 맞고는 피투성이가 됐다. 소만리 귀신이 무섭기는 해도 기모진에게 맞아 죽는 건 더 무서웠다.그는 이제 정신이 좀 들었다. 자신이 할 말 못할 말을 다 싸질러 놓아 이제는 목숨을 부지하기도 힘들게 생겼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사장님, 정말 제가 그런 게 아닙니다. 다 소만영이 시켰어요! 내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2-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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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8장

소만영은 할아버지의 의견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기모진의 생각이 중요했다.그녀는 애처로운 눈빛을 하고 싸늘한 남자를 쳐다보았다.“날 믿어 줄 거지, 응?”소만영은 가녀린 목소리로 말하며 기모진의 손을 잡아 감정을 호소해 보려 했다.그러나 기모진은 차가운 눈으로 흘끗 볼 뿐이었다. 의혹에 찬 시선이 소만영의 얼굴을 한 번 스쳐갔을 뿐 아무런 대답도 없이 걸음을 옮겼다.“저기, 저……”소만영은 상처받은 듯 멀어지는 기모진의 등을 바라보았다. 때마침 눈물이 흘러 내렸다.사화정은 급히 위로했다.“만영아, 괜찮다. 모진이는 똑똑한 사람이니 속아 넘어가진 않았을 거야!”소만영은 끄덕이며 눈물을 닦았다.“가서 모진 씨를 좀 보고 올게요.”“만영아”괴로운 듯 딸을 부르던 사화정은 소만리가 시선에 들어오자 불만스럽다는 듯 노려봤다.소만리는 증오를 띤 사화정의 시선에는 아랑곳 않고 웃는 얼굴로 다가갔다.“제 기억이 맞다면 사모님께서는 분명 소만리가 후안무치하고 악독한 여자라는 걸 직접 봤다고 하셨죠. 지금 보니 댁의 따님이 그런 사람인 것 같네요.”“하 함부로 말하지 말아요.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어요!”“고소는 소만리가 해야겠는데요. 댁의 귀한 따님이 다른 사람과 짜고 결백한 그녀를 중상모략 해서 납치했다는 죄명을 씌웠잖아요!”“이게……”소만리는 사화정이 소만영을 싸고돌며 울분을 터트리는 꼴을 보고 싶지 않았다.진상이 이렇게 명확한데도 사화정은 소만영을 감쌌다.이치를 따져야 한다지만 때로 감정이라는 것은 이기적이어서 시비조차 제대로 가릴 수 없게 만드는 법이었다.소만리는 엷은 쓴웃음을 띠고는 와인 잔을 들고 자리를 떴다.밤이 깊어졌다. 여름 끝의 바람이 불어와 소만리의 뺨을 스치고 갔다.복도를 지나서 그 끝에 있는 야외 테라스까지 갔다가 낯익은 모습을 보게 되었다.기모진의 훤칠한 몸이 유리 난간에 기대어 오른손에 와인잔을 들고 있었다. 그 옆의 테이블에는 와인이 한 병 놓여있었다.가만히 잔을 들어 와인을 단숨에 꿀꺽 삼켰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2-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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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9장

기모진의 시선은 이상하게 깊었고 복잡해 보였다. 소만리의 가느다란 손목을 잡아 차츰차츰 조여왔다. 절대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겠다는 듯.다시는 이 손을 놓지 않으리라, 다시는……그러나 의혹에 찬 기모진의 시선을 받는 소만리는 사뭇 차분해 보였다.입 꼬리가 올라가더니 언짢은 듯 입을 열었다.“다시는 나를 죽은 전처로 오해하지 않겠다고 약속하셨던 것 같은데요.”그녀의 대답을 듣고는 기모진의 눈에서 기대가 훅 빠져나갔다. 그녀를 잡고 있던 손도 서서히 풀어졌다.소만리는 손목을 빼내며 샴페인을 한 모금 삼켰다.“사실 말이지 번번이 이렇게 죽은 사람 취급 받는 거 정말 기분 별로라고요. 아프지만 않다면 성형수술이라도 해버리고 싶다니까.”기모진이 갑자기 고개를 휙 들었다.“수술하지 말아요.”“네?”소만리의 눈썹이 가볍게 위로 들려 올라갔다.기모진은 잠시 뜸을 들였다가 입을 열었다.“미안해요. 다시는 그런 일 없을 겁니다.”그는 약속했다.“수술은 하지 말아요. 그대로도 예쁘니까.”예쁘다고 칭찬하는 말 같았지만 사실은 지금의 얼굴이 소만리와 똑같으니 그대로 두라는 소리였다.그는 천천히 돌아서서 밤이 깔린 도시를 바라보았다. 그곳에서는 한 눈에 도시를 다 내려다 볼 수 있었다.네온 사인과 번쩍이는 불빛도 그의 미간에 드리워진 어둠을 밝게 비추지 못하는 것 같았다.“나랑 한 잔 하겠습니까?”감정을 담지 않은 건조한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그의 뒷모습이 어쩐지 쓸쓸해 보인다.그녀는 술잔을 들고 그의 곁으로 가서 흘끗 곁눈질을 했다.“사람들이 자꾸 날 죽은 사람으로 착각하는 것에 거부감이 들기는 하지만 오늘 어쩌다 보니 당신 전처의 억울함은 풀어준 것 같네요. 아마도 사실 그렇게 뻔뻔하고 독한 여자는 아니었나 봐요.”그녀는 농담처럼 알아주는 사람 하나 없던 마음 속 억울함과 무력함을 털어놓았다. 이제야 결백을 밝히게 되어 마음이 씁쓸했다.이 말이 끝나자 기모진의 미간에 힘이 잔뜩 들어가는 게 보였다.그는 도시에 깔린 어둠을 내려다 보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2-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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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0장

소만영은 기가그룹 50주년 기념행사를 이용해 언론의 힘을 빌어 신분과 지위를 공고히 하려고 했었는데 육정과 천미립이 나타나 계획을 다 망쳐버린 것이다!게다가 인터넷에는 그녀와 관련된 부정적인 검색어가 올라오고 있었다.소만영는 사화정의 도움을 받아 겨우 그런 검색어는 없애버릴 수 있었다.그런 여론은 겨우 잠재웠지만 기모진 쪽은 여전히 안심이 되지 않았다.그날 이후로 기모진을 본 적이 없었다. 전화를 걸어봐도 계속 통화 중이었다. 기모진에게 차단을 당한 게 아닌가 싶었다.기모진이 육정의 말을 믿을까 봐 걱정됐다. 소만영은 새벽부터 기모진의 별장으로 가서 기다렸다.방해가 될까 봐 들어가지는 않고 그저 입구에서 기다리기만 했다.기모진은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소만리가 한 줌 재로 돌아간 날부터 그는 제대로 자본 적이 없었다. 아버지가 사람을 시켜 특별한 향이 담긴 향초를 주문해 준 다음에야 잠을 잘 수 있었다.그런데 어젯밤에는 그 향을 피웠는데도 도저히 잠이 안 왔다.밤새 몸을 뒤척이다가 한 번이라도 믿어줄까 싶은 간절한 기대를 가지고 자신을 바라보던 소만리의 눈빛을 떠올렸다.그는 그런데도 그녀를 믿지 않았다.육정이 그녀와 자신이 부적절한 관계라고 모함하는 말을 마디마디 믿었다. 그녀가 돈을 위해 아무 남자와 어울린다고 믿었다.그렇게나 잔인하게 그녀의 희망을 하나하나 파괴하다가 결국 그녀가 한 줌 재로 돌아가게 만들었다…….마음이 아프지만 이미 너무 늦어 버린 것이다.기모진의 눈시울이 벌겋게 되었다. 세수를 했다. 아래로 내려갔더니 아주머니가 소만영이 밖에서 벌써 한 시간이 넘게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그는 아무 말 없이 같이 아침을 먹을 수 있게 란군을 깨워서 씻기라고 했다.자신이 어렸을 때와 똑 같은 그 얼굴을 보고 있자니 갑자기 확 거부감이 들었다.아내가 낳은 아이는 재가 되었는데 다른 여자가 낳은 아이에게는 풍족하게 먹이고 입히다니.기모진은 입맛이 뚝 떨어졌다. 벌떡 일어나 현관으로 갔다.란군은 맑은 눈을 들어서 자신에게 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2-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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