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로맨스 / 황제가 사랑한 여인 / Chapter 1681 - Chapter 1690

All Chapters of 황제가 사랑한 여인: Chapter 1681 - Chapter 1690

2479 Chapters

1681장

기모진이 기묵비에게 한 약속은 기묵비의 감옥 생활에 한 줄기 희망의 빛이 되었다.마음에 단 하나 남은 미련은 바로 초요였다.더 바랄 게 있다면 그 아이들을 한 번 더 만났으면 하는 것이었다.아이.기묵비는 생각만 해도 가슴이 벅차올랐다.예전에 초요가 목숨처럼 그를 사랑했을 때 그는 초요를 무시했을 뿐만 아니라 직접 두 아이의 목숨을 끊어 놓기까지 했다.그는 초요에게 자신의 잘못을 용서받을 수도 만회할 수도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러나 자신이 사주한 총에 초요가 죽을 뻔했을 때 그의 아이를 임신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이것은 하늘이 주신 선물이었다.그렇다. 하늘이 그에게 준 소중한 선물.그는 지금 기모진이 초요를 설득해서 그녀를 만날 수 있는 날이 가능한 한 빨리 다가오기를 고대하고 고대했다.소만리는 남사택의 집으로 돌아왔다.그녀가 그곳에서 며칠을 머물렀는데도 독소는 발작하지 않았다.그러나 독소가 발작했을 때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는 절대 잊을 수 없었다.창턱에 앉아 겨울에 보기 드문 따스한 햇볕을 쬐고 있던 소만리는 손에 꼭 쥔 시약을 가만히 바라보았다.고승겸과 남연풍의 관계를 곰곰이 생각해 보니 소만리는 자신의 몸에 언제 독소가 들어갔는지 알 수 있었다.고승겸이 흔쾌히 혼인 취소를 동의한 날, 그가 그녀에게 따라준 와인에 분명 독소가 있었을 것이다.고승겸도 분명 소만리가 후각에 예민하다는 걸 알고 있었고 일부러 무색무취로 독소를 제조한 것이 틀림없었다.그래야 그녀가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마실 것이기 때문이었다.그들은 일찌감치 음모를 계획하고 정말 세심하게 준비했다.소만리가 자신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고 있는데 곁눈으로 누군가의 그림자가 드리우는 것이 보였다.“어렸을 때는 정말 다정한 누나였어요. 그녀도 사실은 좋은 누나였는데.”남사택은 목소리가 나지막이 들려왔다.소만리는 눈을 들어 남사택을 보았다. 그가 옅은 미소를 지으며 자신에게 다가왔다.“남연풍 말하는 거예요?”소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5-01
Read more

1682장

”하지만 그녀는 그 재능을 쓰지 말아야 할 곳에 써 버렸어요.”소만리는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참으로 기묘한 운명이네요. 누나는 사람을 해치고 있고 동생은 사람을 구해주고 있으니 말이에요.”“죄송해요.”“남사택, 나한테 미안해할 필요 없어요. 나한테 사과할 필요도 없구요. 오히려 난 당신이 정말 고마울 뿐이에요.”소만리는 진심을 담아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당신이 없었다면 오늘의 나도 없었을 것이고 내 아들도 이미 이 세상에 존재하지 못했을 거예요.”“사람을 살리는 것은 의사의 사명이에요. 철이 들고 나서부터 내가 가지고 있는 유일한 신념이자 소망이에요.”“당신 정말 대단해요. 남사택 선생님.”소만리가 진심으로 그를 칭찬했다.그 순간 그녀는 갑자기 관자놀이를 망치로 얻어맞은 듯 강한 통증을 느꼈다.남사택은 눈빛이 예리하게 번쩍였다.그는 소만리의 상태가 심상치 않음을 단번에 알아차렸다.“어디 불편하세요?”소만리도 억지로 버티지 않았다.“머리가 너무 아파요...”그녀는 침실로 가서 좀 눕고 싶었지만 눈을 들어 보니 눈앞의 모든 것이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남사택은 얼른 소만리 곁으로 달려가 그녀의 팔을 잡았다.“어지러워요?”“아무래도 독소가 발작을 일으키는 것 같아요. 평소에는 갑자기 이렇게 현기증이 도는 일은 없었거든요.”소만리가 조심스럽게 추측했다.그러나 남사택은 아직 섣불리 판단할 수 없었다.이 시약은 오직 하나뿐이다. 소만리의 현재 증상은 처음 발작을 일으켰을 때와는 완전히 달랐다.만약 그가 지금 까딱 잘못하다가는 소만리가 더 큰 고통을 겪을 수 있었다.남사택이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고심하고 있는 순간 소만리의 핸드폰이 울렸다.발신번호가 낯선 번호인 것을 보고 남사택은 소만리를 대신해 전화를 받았다.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남사택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소만리, 이번이 두 번째 발작일 거야.”조롱기를 머금은 자신만만한 남연풍의 말투였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5-01
Read more

1683장

남사택이 멈칫하자 기모진의 심장 박동도 덩달아 멈추는 듯했지만 그는 애써 마음을 진정시켰다.“난 소만리와 온갖 고초를 다 겪었어.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나도 감당하지 못할 일은 없어. 남사택, 말해봐. 앞으로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방금 남연풍과 통화했어요.”남사택이 입을 열었다.“그녀가 말한 것으로 미루어 보아, 소만리가 앞으로 발작을 일으킬 때마다 증상은 달라질 수 있고 강도도 더 심해질 것 같아요.”강도도 더 심해질 것이다.이 말이 무거운 바위 덩어리가 되어 기모진의 가슴을 내리쳤다.그는 잠들어 있는 소만리를 바라보며 눈썹을 깊이 잠근 채 입을 닫았다.소만리는 오후 내내 잠을 잤고 깨어났을 때 기모진이 다정한 눈빛으로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것을 보았다.소만리도 자신이 정신을 잃기 전에 무슨 상황이었는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기모진이 입을 열기 전에 그녀가 먼저 입을 열었다.“모진, 걱정하지 마. 난 괜찮아.”소만리의 위로가 기모진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했다.그는 침대 옆에 앉아 손을 들어 소만리의 고운 뺨을 어루만졌다.“소만리, 가끔은 당신이 철없는 여자처럼 나한테 애교를 부리고 원망도 했으면 좋겠어. 당신 너무 많은 걸 혼자 다 이해하려고 하지 않아도 돼. 지금도 그래. 고생하고 괴로웠던 사람은 당신인데 오히려 날 위로하고 있잖아.”소만리는 이 말을 듣고 미소를 지었다.“기 선생님은 정말 이상한 데가 있어. 대부분의 남자들은 자신의 여자가 이해심이 많고 온화하고 철이 들기를 바래. 그런데 오히려 당신은 내가 철딱서니 없는 여자처럼 제멋대로 고집부리고 애교 부리길 바라는 거야?”“어, 난 정말 그랬으면 좋겠어.”기모진은 소만리의 손을 꼭 잡고 진심을 담아 두 손에 키스를 했다.“소만리, 당신은 다른 사람을 너무 많이 배려하고 이해해 주려고 해. 예나 지금이나. 그러니 앞으로는 그렇게까지 안 해도 돼. 가끔은 당신만 생각해.”소만리는 가끔은 자신만 생각하라는 기모진의 말이 무슨 뜻인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5-01
Read more

1684장

검푸른 바다, 짭짤한 바닷바람.사월산 앞에 그림처럼 그려진 봄 바다 내음.그러나 눈을 떠보니 살랑대는 바람은 온데간데없고 온몸을 에워싸는 것은 살을 에는 듯한 서늘한 기운뿐이었다.“솨아!”파도가 이따금씩 밀려와 하릴없이 암초와 해안을 때렸다.아무도 걷지 않은 모래사장 위 두 사람의 그림자만 길게 마주 보고 서 있다.기묵비는 오늘 일부러 자신을 특별하게 보이려고 이곳으로 온 것이 아니라 언젠가 한 번쯤은 예전의 그 따뜻하고 부드러운 신사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싶어서 여길 찾았다.예전과 달리 지금 눈앞에 서 있는 사람을 보는 그의 시선은 온통 애정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그러나 그의 눈동자에 비친 사람은 이미 예전의 그 모습이 아니었다.예전의 초요는 작고 여린 순박함 그 자체였는데 어느새 그녀는 성숙한 느낌이 물씬 풍겼다.예전의 순수한 사랑은 이미 사라졌고 과거의 모든 더러운 것을 말끔히 씻어내린 듯 차분하고 침착한 모습이었다.“후.”바닷바람이 칼날처럼 살을 파고들었지만 기묵비는 추위를 느끼지 못했고 오히려 그의 마음은 뜨거웠다.기모진이 이곳에서 초요를 만날 수 있도록 주선해 줄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멀지 않은 곳에는 경찰차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지만 그에게 주어진 이 한 시간은 너무나 소중하고 값진 시간이었다.기묵비의 얼굴에 흐뭇한 미소가 번졌다.한참을 침묵 속에 빠져 있던 기묵비는 마침내 용기를 내어 입을 열었다.“초요.”그저 그녀의 이름을 부른 것뿐이고 익숙한 목소리였지만 왠지 낯선 공기가 묻어 있었다.초요는 차분하게 기묵비를 바라보며 여전히 온화한 말투로 말했다.“기 선생님, 아시다시피 시간이 많지 않으니까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빨리 말씀하시는 게 좋을 거예요.”초요의 냉담함에 기묵비는 마음속으로 서운한 빛이 살짝 스쳤지만 그래도 그녀를 볼 수 있으니 좋았다.그녀가 그에 대한 미련을 모두 내려놓을 수만 있다면 그것보다 더 좋은 결말은 없다고 기묵비는 생각했다.그는 애틋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5-01
Read more

1685장

기묵비와 초요는 서로를 바라보았고 시간이 조금 지나서야 초요는 정신을 가다듬고 기묵비의 손을 떼어 내었다.“당신, 도대체 할 말이 뭐예요?”초요는 귀찮다는 듯 물었다.“당신이 더 이상 말하지 않으면 정말 갈 거예요.”초요의 눈에 비친 단호함을 보고 기묵비도 더 이상 시간 낭비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그는 주머니에서 조심스럽게 뭔가를 꺼내 초요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초요가 눈을 내리깔고 보았다. 기묵비의 손바닥에 놓은 붉은 끈을 보고 순간 초요의 눈이 아득해졌다.“미안해. 당신을 잃은 후에야 당신의 소중함을 깨달았어. 당신이 소중하다는 걸 깨달았을 때 비로소 내가 10년 동안 마음속에 품었던 소녀가 바로 당신이었다는 걸 알았어. 이런 날 용서해 줘.”초요는 기묵비의 말을 듣고 한동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깜짝 놀란 표정으로 초요는 물었다.“당신, 뭐라구요?”그녀의 말투에는 더 이상 좀 전에 보였던 평온함은 사라졌고 목소리도 이미 떨리고 있었다.“당신 지금까지 쭉 알고 있었던 거 아니에요? 그때 우리가 여기에서 처음 만났던 거 알고 있었기 때문에 날 거두어 보살펴 준 거 아니었어요?”“아니야.”기묵비는 고개를 가로저었다.“난 여기서 만났던 소녀를 소만리로 착각하고 살아왔어.”“...뭐라구요?”초요는 깜짝 놀라 어안이 벙벙했다. 그러다가 문득 깨달았다.그래서 기묵비가 앞뒤 없이 소만리를 감싸고 보호했던 거였다.알고 보니 그가 잘못 알고 있었던 것이다.“시간이 흘러 내가 소만리를 만났을 때 난 줄곧 그녀가 내 추억 속 그녀라고 생각했던 거야. 어렸을 때 나에게 붉은 끈을 선물하고 희망과 즐거움을 선사한 소녀라고 말이야. 당신이 내 곁을 영원히 떠났다고 생각한 후에야 당신에게 주었어야 할 사랑과 따뜻함을 다른 사람에게 잘못 주었음을 알게 되었어.”“...”이 말을 듣고 초요의 눈에서 소리 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하지만 몇 방울 눈물이 흘러내리기도 전에 그녀는 이내 눈물을 거두고 미소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5-01
Read more

1686장

초요의 말이 떨어지자 기묵비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다음 생에 우리 다시 만나. 초요, 우리 다음 생에도 꼭 만나자.”바람에 실려온 그의 목소리가 힘없이 초요의 귓가를 스쳐 지나갔다.그러나 그녀의 마음속에 기묵비의 말은 무겁고 깊게 새겨졌다.이미 초요도 자신의 감정을 조절할 수 없었고 흐르는 눈물에 그녀의 얼굴이 얼룩졌다.그는 지금 다음 생을 말하고 있다.정녕 이번 생에서는 함께 할 인연이 없는 것인가.기묵비는 바로 경찰차에 올라탔고 차가 출발하는 순간 그는 차창 밖의 그녀를 바라보며 눈물을 쏟아내었다.초요, 다음 생에 우리 꼭 다시 만나자.다음 생에는 꼭 아무 흠결 없는 사람으로 태어나서 다시는 선을 넘는 그런 일은 하지 않을 거야.초요, 와 줘서 고마워. 고마웠어. 안녕.그는 묵묵히 마음속으로 그녀에게 고마움을 표하며 그녀에게서 떨어지지 않는 시선을 끝내 거두었다.경찰차가 그녀의 시야에서 사라지도록 초요는 그 자리에 못이 박힌 듯 서 있었다.30분쯤 뒤 소만리와 기모진이 사월산 바닷가에 도착했다.소만리는 해안가에 멍하니 서 있는 사람을 보고 한눈에 초요임을 알아보았다.그러나 해변에는 이미 기묵비의 자취는 찾아볼 수 없었다.기묵비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기모진도 당황스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분명 약속한 시간은 한 시간이었고 아직 시간이 다 되지 않았는데 기묵비는 왜 벌써 돌아간 것일까?초요는 인기척을 듣고는 돌아섰고 소만리와 기묵비가 다가오는 것을 보고 마음을 가다듬고 미소를 지어 보였다.“그 사람 이미 갔어요. 나한테 다음 생에 다시 만나자고 했어요.”초요는 억지로 슬픔을 감추고 아무렇지도 않은 척 미소를 지어 보이려고 했다.“그 사람, 이미 결심한 것 같아요.”“어떻게 그럴 수 있어?”기모진이 의아해하며 물었다.그는 기묵비를 어둠 속에서 끌어낼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초요라고 생각했다.그러나 기묵비의 결심이 이렇게 단호할 줄이야.“소만리, 당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5-01
Read more

1687장

기모진은 자신의 성격이 원래 침착한 줄 알았는데 지금 이 순간 전혀 침착할 수가 없었다.기묵비의 자포자기가 조카인 기모진을 초조하고 애타게 만들었다.그는 기묵비가 원한다면 사형을 받을 필요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기묵비는 이미 마음을 정한 듯했다.기모진은 기묵비가 초요를 만나고 자신에게 두 아이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나면 반드시 살고 싶다고 생각할 줄 알았지만 기묵비는 오히려 죽음을 향한 결심을 더욱 굳건히 한 것 같았다.“숙부님, 정말 결심하신 거예요?”기모진은 거듭 확인하며 물었다.“목숨은 단 한 번뿐이에요. 다시는 돌이킬 수가 없다구요.”기모진의 간절한 설득을 듣고 기묵비는 잠시 무슨 생각에 잠긴 듯했다.한참 후 기묵비는 온화하고 깊은 눈을 들어 올렸다.“모진아,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도와줘.”“말씀하세요.”“앞으로 초요가 아무 걱정 없이 행복했으면 좋겠어.”“그녀가 원하는 행복, 숙부님이 주실 수 있어요.”기묵비는 기모진의 말을 듣고 입꼬리를 구부리며 가볍게 웃었다.“그녀가 행복해지기 위한 전제조건은 나란 사람이 그녀의 삶에서 완전히 멀어지는 거야.”이 말을 듣고 기모진은 안타까움을 감출 수가 없어 얼굴이 일그러졌다.기묵비는 신비로운 미소를 띠며 말했다.“모진아, 네 능력이면 이 일을 완벽하게 해낼 수 있을 거야. 난 믿어.”기모진은 웃고 있는 기묵비의 얼굴을 의아하게 바라보았다.기모진은 기묵비가 부탁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점차 그 의미를 알 것 같았다.기묵비의 한 마디 한 마디에 초요를 향한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기모진은 그들의 애틋한 사랑이 너무나 안타까웠고 이럴 수밖에 없는 기묵비도 너무 안쓰러웠다.기묵비도 후회했지만 후회해 본들 이제 와서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지금 기묵비가 느끼는 회한을 기모진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예전에 기모진은 다시 소만리에게 돌아갈 길이 있어서 다행이었지만 지금 기묵비와 초요는......사월산의 바닷가.소만리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5-02
Read more

1688장

이 순간 소만리는 자신이 초요를 위로하는 것 외에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걸 알았다.30분 후 기모진은 차를 몰고 사월산 바닷가로 다시 돌아왔다.기모진을 보자마자 초요는 빠른 걸음으로 달려가 물었다.“모진 오빠, 그 사람 만났어요?”기모진은 기대에 찬 초요의 표정을 보며 살며시 고개를 끄덕였다.“그 사람이 뭐라고 하던가요?”기모진은 떠나기 전 기묵비가 한 부탁을 떠올리며 한참을 머뭇거리다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네가 행복하기만을 바란다고 했어.”이 짧은 한 마디는 날카로운 칼이 되어 초요의 가슴을 헤집었다.그녀의 눈속을 가득 채웠던 실낱같은 기대는 산산조각이 났다.마지막까지 품었던 희망의 끈은 불어오는 바람이 몰고 가 버린 듯 그녀의 눈동자는 휑한 빛을 띠었다.초요를 집으로 돌려보낸 후 기모진은 소만리를 데리고 남사택의 집으로 갔다.남사택은 잠시 진찰하러 병원에 가고 집에 없었다.기모진이 기묵비를 만나고 온 뒤 소만리는 기모진이 어딘가 좀 이상하다고 느꼈다.좀 전까지 초요가 차에 함께 타고 있어서 물어보지 못하다가 그제야 그녀는 입을 열었다.“모진, 숙부님 만나러 갔을 때 무슨 일 있었어? 당신이 초요한테 말한 게 다가 아니지? 그렇게 간단할 리 없잖아.”그렇지 않아도 기모진은 소만리에게 사실을 말하려고 했었는데 그녀가 이렇게 빨리 눈치챌 줄은 몰랐다.“소만리, 당신 날 너무 잘 아는 것 같아.”기모진은 감탄해 마지않는 듯 소만리를 바라보며 말했다.“그래, 그 얘기만 한 건 아니야.”“그럼 또 무슨 얘기가 있었어?”“나한테 부탁한 게 있어.”“무슨 일인데? 초요한테도 말하면 안 되는 거야?”“응. 다른 사람은 다 알아도 되지만 초요만은 알아서는 안 되는 일이야.”기모진은 얼굴빛이 약간 굳어지며 말했다.기모진의 표정을 보니 소만리의 마음속에 더욱 호기심과 궁금증이 일었다.그만큼 이 일이 중요한 거라는 걸 짐작할 수 있었다.“도대체 무슨 일이야?”그녀가 추궁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5-02
Read more

1689장

남연풍은 달력을 몇 번 쳐다보다가 싸늘한 낯빛으로 돌아섰다.소만리와 기모진은 서로를 바라보다가 이윽고 동시에 달력에 시선을 옮겼다.이날?남연풍이 말하는 이날은 무슨 날일까?교외의 한 공동묘지.남사택은 오후 내내 합장된 묘비 앞에 앉아 있었다.원래 오늘 오후에 그는 병원에서 진료를 하고 있어야 했지만 오늘은 너무나 특별한 날이었다.남사택은 묘비 앞 난간 가장자리에 홀로 앉아 눈앞의 묘비를 가만히 주시하며 미소를 띤 채 나지막한 목소리로 속삭였다.“또 1년이 지났어요. 세월 참 빠르네요. 일찍 오려고 했는데 친구가 갑자기 몸이 안 좋아져서 좀 늦었어요.”남사택은 묘비를 바라보며 말했다.“실망하셨죠? 올해도 저 혼자만 와서. 누나가...”“나 지금 왔잖아.”남사택의 나지막한 목소리를 뚫고 난데없는 목소리가 남사택의 등 뒤에서 들려왔다.그는 갑작스러운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았으나 눈앞에 서 있는 사람의 모습을 보고도 믿을 수가 없었다.남연풍이 우아한 코트를 입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 소탈한 모습으로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긴장한 기색 하나 없이 여유로운 자태로 묘비 앞으로 다가온 남연풍은 묘비 앞에 놓여진 하얀 국화를 보다가 하얀 연기를 피워 내고 있는 향초로 시선을 돌렸다.이윽고 그녀는 눈앞의 묘비 위에 쓰여진 글씨에 눈을 고정시켰다가 바로 눈썹을 찌푸리더니 안색이 싸늘해지기 시작했다.“언제 돌아왔어?”얼마 전 그들이 전화로 통화했을 때 남연풍의 쌀쌀한 태도를 아직도 남사택은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십수 년 동안 부모님께 인사 한 마디 드리지 않은 사람이 갑자기 여기 나타나리라고는 남사택조차도 상상하지 못한 일이었다.남연풍은 차가운 미소를 흘리며 말했다.“내가 언제 돌아왔느냐가 중요해? 중요한 것은 내가 이 중요한 날 여기 있다는 거지, 안 그래?”남사택은 얼굴을 찡그렸다.남연풍의 말을 듣고 있자니 어딘가 좀 불편했다.그러나 오늘은 부모님의 기일이고 남연풍이 와서 같이 추모하는 것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5-02
Read more

1690장

남사택은 진지한 표정으로 계속 설명을 이어나갔다.“남연풍, 난 당신이 똑똑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참 어리석기 짝이 없군! 당신은 항상 엄마 아빠가 당신을 신경 쓰지 않고 무시한다고 생각했어. 심지어 당신을 산비아에 연수를 보냈을 때도 부모님들이 당신을 버리고 싶어 한다고 생각했어. 남연풍, 당신은 스스로 너무 자격지심이 강해!”“입 다물어!”남연풍은 화가 나서 큰소리로 남사택을 제지했다.“네가 무슨 자격으로 나한테 훈계야! 남사택, 내가 경고하는데, 나와 소만리, 기모진 사이의 일에 더 이상 개입하지 마. 만약 네가 감히 그들을 위해서 해독제를 만들어 준다면 그건 너 스스로 무덤을 파는 행위란 걸 알아 둬!”“뭐? 스스로 무덤을 판다고? 당신이 이렇게 하는 이유가 고승겸 때문이야? 다 그 사람이 시킨 거 맞지?”남사택이 고승겸을 언급하자 남연풍의 얼굴빛이 급변했다.남연풍의 표정이 확 변하는 모습을 보니 남사택의 마음이 더욱 아팠다.“당신 그 사람 사랑하는 거야?”남사택이 한결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남연풍은 아무 말이 없었다.남사택은 미간에 더욱 깊은 주름을 지으며 말했다.“남연풍, 그 남자에게서 당장 멀어져. 그렇지 않으면 당신은 영원히 다시 돌아오지 못할 거야.”그는 말을 마치고 작은 수첩 하나를 외투 주머니에서 꺼냈다.“알아. 내가 무슨 말을 해도 당신 안 믿을 거라는 거. 그럼 가서 당신 스스로 진실을 밝혀봐.”그는 작은 수첩을 남연풍 앞에 내밀었다. 남연풍은 눈을 내리깔고 수첩을 유심히 보았다.이윽고 그녀의 눈동자가 흔들리더니 이내 움츠러들었다.낡고 오래된 듯한 작은 수첩이 눈에 들어왔다. 그녀도 알고 있던 수첩이었다.너무 잘 알고 있어서 겉표지에 묻은 갈색 얼룩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기억할 정도였다.“아빠의 메모장이야, 잘 알고 있겠지만. 아빠 글씨도 잘 알 거야. 엄마 아빠가 돌아가신 후 유품에서 발견하고는 내가 보관하고 있었어. 아빠가 쓴 걸 잘 읽어봐. 그들이 얼마나 당신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5-02
Read more
PREV
1
...
167168169170171
...
248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