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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황제가 사랑한 여인: Chapter 1671 - Chapter 16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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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71장

기모진은 소만리의 눈을 한 번 마주 보고 일어나 문 쪽으로 향했다.그는 주위를 경계하며 문에 난 조그만 유리 구멍으로 바깥을 살펴보았지만 문밖에는 아무도 서 있지 않았다.그러나 초인종은 계속 울리고 있었다.기모진은 단호하게 문을 활짝 열었고 벨을 계속 누르려던 누군가의 손이 놀라 움츠려들었다.“또 왔군요.”문밖 벽을 따라 서 있던 여자를 보고 기모진은 경멸하는 눈빛을 보냈다.“우리한테서 멀리 떨어져 있는 게 좋을 거예요. 나도 내 아내도 당신을 보고 싶어 하지 않아요.”안나는 당연히 기모진이 자신을 싫어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이번에도 그녀는 거침없이 밀어붙였다.어차피 여지경한테 미움을 받는 몸이 되었으니 그녀가 다시 고 씨 집 안으로 들어갈 기회를 얻으려면 계략을 쓰는 수밖에 없다.기모진이 문을 닫으려 하자 안나는 급히 팔을 뻗어 막았다.기모진은 안나의 팔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아주 냉혹하게 계속 문을 닫으려고 밀었다.안나는 문틈에 팔이 끼여 ‘악'하고 소리를 질렀다.문이 닫히려고 하자 안나는 다급하게 내뱉었다.“남연풍, 셜리라는 이 여자 약점이 뭔지 알아요?”비록 조금 거리는 있었지만 안나가 거의 고함치다시피 한 말은 방에 있던 소만리의 귀에도 들렸다.남연풍의 약점?기모진은 차가운 눈초리로 눈을 가늘게 떴다.그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안나를 떠보았다.“남연풍을 압니까?”안나는 잠시 득의양양한 표정을 드리우며 말했다.“당연히 알죠. 좀 더 말하자면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알고 있죠. 왜냐하면 예전에 같이 살았던 적이 있거든요. 일이 년이 아니라 꽤 오랜 세월 동안.”안나의 얼굴에서 자신감이 뿜어져 나오는 것을 본 기모진은 안나가 진짜 남연풍을 알고 있다고 확신할 수 있었다.그런데 남연풍은 경도 출신이고 안나는 산비아 주민인데 둘 사이에 어떤 접점이 있었을까?기모진의 눈동자에 담긴 호기심을 간파한 안나는 더욱더 득의양양한 미소를 띠며 말했다.“당신 분명히 셜리에 대해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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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72장

안나는 입꼬리를 말아올리더니 잠시 뜸을 들였다.“남연풍을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알기 전에 당신들이 뭔가 알아야 할 게 있어.”기모진은 안나가 잘난 척하는 꼴이 너무나 보기 싫었다.“여기서 이런 헛소리 들을 시간 없어요. 할 말 있으면 바로 해요. 또 시간을 낭비하면 당장 내쫓을 거니까.”“...”안나는 연거푸 위축되었고 이번에는 더 이상 허세를 부리지 않았다.하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그녀는 자꾸 망설이는 모습을 보이다가 겨우 입을 열었다.“셜리라는 이름은 고승겸이 남연풍에게 붙여준 이름이에요.”고승겸과 남연풍이 아는 사이라는 건가?이런 관계를 알게 된 소만리와 기모진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기모진은 마침내 남연풍의 배후가 고승겸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고승겸이 열 살이 되던 해, 그가 남연풍을 집으로 데려왔고 그때부터 그들은 한 집에서 살아왔어요. 난 어릴 적부터 고승겸과 알고 지내던 사이였지만 나보다 남연풍이 훨씬 더 고승겸과 가까운 사이였죠.”마지막 말을 할 때 안나는 불쾌하고 달갑지 않은 기색을 띠었다.어렸을 때부터 마음에 품은 남자가 자신에게는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던 것이다.“남연풍이 어디서 왔는지는 나도 잘 몰라요. 어쨌든 그녀는 10년 넘게 고승겸과 지근거리에서 함께 지내게 되었어요. 사실 난 남연풍이 고승겸을 좋아한다는 것을 진작부터 알아차렸지만 고승겸은 그녀를 조금도 좋아하지 않았죠. 부모에게 버림받은 떠돌이 아이가 자작부인을 꿈꾸다니 말도 안 되는 꿈을 꾼 거죠!”안나는 이를 악물고 질투에 휩싸여 얼굴이 일그러졌다.그러다 그녀는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어쨌거나 남연풍도 이런 사실을 눈치채고 몇 년 전에 혼자 집을 떠났어요. 그때부터 집안 식구들은 아무도 그녀에 대해 말을 하지 않았고 그녀는 죽었는지 살았는지 아무 소식도 없고 나타나지도 않았던 거예요. 그런 그녀가 갑자기 돌아왔어요! 내가 다 봤다구요.”안나는 고 씨 집안 정문 앞에서 봤던 장면과 편의점 앞에서 소만리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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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73장

기모진은 자기도 모르게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천천히 소만리에게 향했다.“소만리, 왜 그런 눈으로 날 쳐다봐?”이건 마치 그를 의심하는 듯한 눈빛이었다.소만리는 기모진을 가만히 뚫어져라 바라보고는 갑자기 웃음을 터트렸다.“내 남편이 이렇게 억지를 부릴 줄이야.”기모진은 소만리가 자신의 행동을 의심하는 줄 알았는데 이 말을 듣고 덩달아 웃음을 터트렸다.“안나 같은 여자를 상대할 때는 신용을 따질 필요가 없어. 그렇지만 그 여자가 제공한 정보는 우리한테 아주 유용해.”소만리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다가 이내 진지한 모습으로 돌아왔다.“남연풍과 고승겸이 아는 사이였고 게다가 두 사람 사이가 두텁기까지 하단 말이지. 그럼 남연풍이 나한테 하는 행동은 모두 고승겸이 지시한 것이란 뜻이고 남연풍이 이런 식으로 나를 괴롭히는 것은 결국 당신을 상대하기 위한 거야. 모진, 난 도대체 그들이 뭘 하려는 건지 이해가 안 돼.”이리저리 고민하고 있는 소만리의 모습은 오히려 기모진으로 하여금 평정심을 되찾아 주었다.“아마도 우리가 경도가 돌아가면 이런 의혹들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아.”남연풍도 그런 요구를 했으니 경도로 돌아가면 뭔가 답을 알 수 있을 것 같은 강한 확신이 기모진의 머리를 스쳤다.다음날 기모진과 소만리는 무사히 경도로 돌아가는 비행기를 탔다.저녁 무렵이 되어서야 그들은 기 씨 본가로 돌아올 수 있었다.들어서자마자 쏟아지는 가족들의 환대에 소만리는 한결 편안함을 느꼈다.역시 어딜 가나 결국 집이 제일 편하고 따뜻하다.기란군과 기여온 두 남매는 그들의 엄마와 아빠가 돌아온 것을 보고 기뻐서 엄마 아빠의 다리를 붙잡고 껴안았다.막내는 아직 걸음이 안정적이지 않아 비틀거리며 소만리의 곁으로 달려와 사랑스럽게 그녀의 다리를 잡았다.소만리는 몸을 구부려 막내를 품에 안고 뽀뽀를 했다.“엄마는 나랑 여온이 안 보고 싶었어?”옆에서 기란군의 애교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소만리는 기모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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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74장

소만리는 위청재를 보자 가슴속에서 울컥하는 감정이 올라왔다.“그동안 우리 엄마를 잘 돌봐주셔서 너무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그동안 소만리가 겪었던 심정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말에 위청재는 손을 들어 그녀의 어깨를 두드리며 전에 없던 살가움과 다정함을 보였다.“같은 가족인데 고맙기는 뭐가 고마워. 네가 무사히 돌아왔으니 그걸로 난 안심이야. 우선 모진이랑 방에 올라가서 좀 쉬어. 다른 일은 좀 이따가 나중에 처리해. 사부인도 걱정할 필요 없어. 내가 직접 챙길 테니까.”위청재의 말을 듣고 소만리는 너무나 마음이 뭉클하고 감동스러웠다.인생은 때론 정말 기묘하다.그녀와 위청재의 관계가 이렇게 될 줄은 정말 상상하지도 못했다.소만리와 기모진은 오랜만에 침실로 돌아왔다.방은 여전히 깨끗하게 청소되어 있었고 양이응의 흔적은 말끔히 사라졌다.익숙했던 침대의 포근함이 비로소 소만리의 피곤을 싹 날려주는 것 같았다.기모진은 소만리의 곁에 누워서 그녀에게 팔베개를 해 주었다.“소만리, 힘들지 않아?”소만리는 아무 걱정 없이 기모진의 몸에 기대어 눈을 감고 심호흡을 했다.“정말 너무 힘들어.”그녀는 더 이상 자신의 마음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었다.계속되는 고통 속에 마음이 너무나 혼란스러웠는데 지금 그녀의 몸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독소마저 들어와 버린 상황이었다.기모진은 묵묵히 그녀를 꽉 안았고 그녀의 이마에 머리를 숙여 살며시 키스를 하며 스스로를 자책했다.남편으로서 그는 끝까지 그녀를 보호하지 못했다.“소만리...”“모진, 자책하지 마, 제발.”소만리는 기모진이 하려는 말을 이미 짐작하고 눈을 뜨고 얼굴을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예상할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아무도 없어. 당신은 당신이 해야 할 일을 충분히 잘 해냈어. 그러니 제발 자책하지 마.”기모진은 이 말이 너무나 아프게 들렸다. 그는 소만리의 뺨을 살며시 어루만지며 말했다.“소만리, 사리 분별이 확실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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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75장

남사택은 잠시 기억을 더듬어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네, 기억해요.”그러나 남사택은 여전히 의문스러운 듯 다시 물었다.“도대체 그 사람은 뭐하는 사람이에요?”기모진은 지금까지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낱낱이 알렸고 이를 들은 남사택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그런 배경을 가진 사람이 어떻게 남연풍과 아는 사이가 되었죠?”“10여 년 전 갑자기 고 씨 집에 당신 누나가 나타났고 그때부터 고승겸과 함께 그 집에서 살았대요. 그런데 몇 년 전에 갑자기 남연풍은 무슨 영문인지 고 씨 집을 떠났다고 하더라구요.”소만리가 옆에서 설명해 주었다.남사택을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을 잇지 못하다가 갑자기 눈빛을 번뜩였다.소만리는 남사택의 눈빛이 변하는 것을 보았다.“남사택, 그때 당신 누나가 왜 집을 떠나게 된 거예요? 십여 년 전만 해도 어린 소녀였을 텐데.”남사택은 황망한 듯 쓴웃음을 지으며 힘없이 의자에 풀썩 앉았다.“그녀는 줄곧 오해하고 있었어요. 엄마 아빠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고 이 집은 그녀를 따뜻하게 받아주지 않는다고 오해를 했어요. 사실 엄마 아빠는 단지 그녀에게 최선을 다해 부모로서 할 도리를 해주고 싶었지만 그녀는 고집이 너무 세서 단칼에 우리와의 관계를 끊었어요. 이 집을 떠날지언정 우리의 설명은 한 마디도 듣고 싶지 않았던 거죠.”소만리와 기모진은 남사택의 말을 듣고 서로를 바라보았다.무슨 일인지 정확히 밝히지는 않았지만 남사택의 표정과 말투로 충분히 상황이 녹록지 않았음을 알 수 있었다.“그녀는 어릴 때부터 아주 총명했어요. 무엇이든 가르쳐 주면 바로바로 습득을 했어요. 그녀는 커서 엄마 아빠처럼 의학자가 되는 게 꿈이라는 말을 자주 했어요. 물론 의학에도 아주 소질이 있었어요. 그래서 나도 그녀가 나중에 훌륭한 의사가 될 줄 알았는데...”남사택은 명치에서 끌어올린 듯 무거운 한숨을 내쉬었다.“그녀는 이 방면에 조예가 깊어요. 연구해낸 시약들은 모두 별종이어서 연구하는데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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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76장

초요도 미소를 지으며 소만리에게 다가갔다.“소만리 언니, 이제 다 나은 것 같아 보여요. 최면은 이미 다 풀린 거죠?”소만리는 고개를 끄덕였다.“초요 덕분이야. 남사택이랑 당신이 너무 많이 도와주었어.”초요는 이 말을 듣고 시선을 남사택에게 향했다.“사택 선배는 나에게도 많은 도움을 줬어요.”그녀는 두 눈에 진심 어린 감사의 눈빛을 띠며 말했다.남사택은 초요에게 온화하고 따뜻한 미소를 보냈다.“이렇게 늦은 시간에 무슨 일로 왔어?”“여기 두고 온 물건이 있어서 가지러 왔어요.”남사택은 이 말을 듣고 바로 알아차렸다.“잠깐만 기다려.”그는 말을 마치자마자 돌아서서 집 안으로 들어갔고 이윽고 손에 곰 인형을 들고 돌아왔다.“이거 가지러 온 거지?”남사택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서일이가 이거 안고 자는 걸 제일 좋아하잖아. 이거 없으면 계속 칭얼거리고.”남사택이 하는 말을 듣자 초요의 가슴이 먹먹해졌다.그녀는 남사택에게 다가가 곰 인형을 받아 들었다.“고마워요, 사택 선배.”“그런 말 할 필요 없어. 사실 내가 당신한테 미안하다고 말해야 하는 건데. 그동안 내가 당신을 속였어.”남사택은 정중하게 사과했고 밀려오는 죄책감에 마음이 괴로웠다.“당신의 추억을 조작해서는 안 되는 일이었어. 더군다나 당신과 나 사이에 없는 감정을 지어내기까지 하고. 그러면 안 되는 거였어. 지금쯤은 당신도 이미 다 알고 있겠지만 두 아이는 기묵비와 당신의 아이야.”비록 소만리는 이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지만 남사택의 입으로 직접 들으니 더 뭉클했다.초요는 누구의 탓도 원망도 하지 않았다.그녀의 마음속에는 남사택에 대한 고마움뿐이었다.남사택이 없었다면 그녀는 다시 태어날 기회조차 얻지 못했을 것이고 그가 아니었다면 진작에 기묵비가 사주한 총에 죽었을지도 모른다.“사택 선배, 선배는 날 이용하지 않았어요. 선배가 나에게 사실을 숨긴 것도 다 날 위해서 그랬다는 거 알아요. 내가 너무나 큰 빚을 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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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77장

기모진은 백미러로 초요의 눈빛을 살폈다. 매우 평온해 보였다.“숙부님을 뵈러 갔었어?”그가 물었다.“네, 만나러 갔었어요.”초요의 눈빛이 약간 어두워졌다.“그도 이미 두 아이가 자신의 아이라는 것을 알고 있어요.”“이미 알고 있다고?”기모진과 소만리는 동시에 놀라 물었다.초요는 고개를 끄덕여 긍정하거나 가로저어 부정하거나 하지 않고 조용히 입을 열었다.“비록 제가 가타부타 말은 하지 않았지만 아마 마음속으로 이미 알고 있을 거예요.”“내가 이렇게 말하면 참 이기적일 수 있다는 걸 잘 알지만 말이야. 초요, 그 두 아이는 숙부님의 선고를 감형할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 될 거야.”기모진의 말투는 매우 조심스러웠다. 그러나 한 가닥의 희망을 품고 기모진은 부탁을 한 것이었다.비록 그들 사이에도 많은 불화가 있었지만 기묵비의 조카로서 어쨌든 피는 물보다 진한 것이었다.과거의 일들은 이미 지나갔고 그들 사이에 있었던 앙금도 이미 오래전부터 풀렸다.초요는 고개를 숙인 채 손에 들고 있던 곰 인형을 만지작거리며 다시 나지막이 말했다.“그 사람은 자신이 한 행동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해요. 잘못한 건 잘못한 거니까.”“그렇지만...”“모진, 운전에 집중해.”소만리가 중간에 끼어들려는 기모진의 말을 막아서며 타일렀다.기모진도 소만리를 한 번 쳐다보고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차는 초요가 현재 살고 있는 아파트에 도착했고 기모진은 차에서 내려 돌아선 초요를 향해 성큼성큼 다가갔다.소만리는 여전히 차 안에 앉아 있었다.기모진이 초요를 불러 뭐라고 말을 했지만 들리지 않았고 기모진의 말에 초요는 말없이 고개만 끄덕일 뿐이었다.잠시 후 기모진은 다시 차로 돌아왔고 초요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대로 아파트 입구로 들어갔다.기모진이 차에 타 다시 시동을 걸었고 소만리는 둘이 무슨 말을 했는지 궁금해서 물어보려고 입을 떼려는 순간 기모진이 한발 앞서 입을 열었다.“초요가 숙부님을 한 번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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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78장

소만리의 마음속에 가장 걱정스러운 사람은 여온이였다.여온이는 아직도 엄마 아빠라는 단어 외에는 입을 열지 않았다.아침 식사를 마친 후 소만리는 두 아이의 옷을 챙겨 어린아이의 손을 잡고 대문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거의 대문에 다다랐을 때 기여온은 손에서 뭔가 떨어졌는지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소만리의 손에서 자신의 손을 빼고 몇 걸음 뒤로 되돌아갔다.기여온은 그 자리에 웅크리고 앉아 무언가를 집어 들었다.소만리가 의아해하며 가까이 가 보니 여온이의 손에 하얀 사탕이 하나 들려 있었다.유통기한이 지난 사탕처럼 포장지가 약간 낡아 보였다.“여온아, 사탕 먹고 싶어? 엄마가 사다 줄게. 이 사탕은 오래돼서 못 먹을 것 같아.”소만리가 부드럽게 타일렀다.기여온은 초롱 같은 두 눈을 깜빡이며 살며시 고개를 저었다.여온은 소만리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뭔가 말을 하려고 하는 것 같았지만 결국 여온은 한 글자도 내뱉지 못했다.소만리의 가슴에 아픔이 밀려왔다. 그녀는 여온의 머리를 가만히 쓰다듬으며 기란군에게 부탁했다.“기란군, 유치원에서 동생 잘 돌봐줘. 다른 아이들이 여온이 괴롭히지 못하도록 잘 부탁해.”“당연히 내가 여온이를 괴롭히지 못하게 하겠지만 만약 누군가가 괴롭혀도 내가 걔를 혼낼 방법이 없어.”기란군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작은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누가 기여온을 괴롭힌다는 말에 소만리의 안색이 순식간에 급변했다.“누가 네 여동생을 괴롭혔는지 엄마한테 말해봐!”“음...그, 강자풍이라는 놈 있잖아.”“...”소만리는 기란군의 말을 듣고 정신이 멍해졌다.겨우 여섯 살인 기란군의 입에서 ‘놈' 이라는 소리가 들렸다.몇 초 후 소만리는 정신을 가다듬고 말했다.“기란군, 강자풍이 여온이를 괴롭혔어? 어떻게 괴롭혔는데?”기란군은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으며 천진난만하게 말했다.“그러니까 전에 그 사람이 유치원에 여온이를 찾아왔어. 여온이한테 사탕을 주었는데 여온이는 그 사탕을 먹지는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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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79장

전화기 너머에 있던 사람은 소만리가 이렇게 묻자 거친 목소리로 대답했다.“강자풍이라니, 여기는 그런 사람 없어요! 다시는 전화하지 마쇼!”말이 끝나자마자 거친 목소리의 사내는 바로 전화를 끊었고 소만리의 귓가에는 전화가 끊겼다는 신호음만이 맴돌았다.그녀는 정신이 멍해졌다가 정신을 차리고 다시 전화를 걸었다.그러나 연결되지 않았다. 소만리는 아이들을 태운 도우미의 차가 시야에서 멀어지는 것을 바라보며 방금 기여온과 있었던 일을 걱정스럽게 떠올렸다.그녀는 자신의 소중한 딸 기여온의 마음에 강자풍이 특별한 존재로 남아 있음을 알게 되었다.그때 강자풍이 기묵비의 품에서 여온이를 구출해 냈을 때 그들 사이에는 뭔가 끈끈한 것이 생긴 것이다.소만리는 연결되지 않는 강자풍의 전화번호를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풀리지 않는 의문들을 쫓고 있었다.강자풍이 갑자기 떠난 이유를 그녀는 도무지 가늠할 길이 없었다.“소만리.”기모진이 등 뒤에서 다가왔다.“왜 그렇게 얼굴이 굳어져 있는 거야?”소만리는 돌아서서 방금 기란군이 말한 것을 기모진에게 말했다.“강자풍은 정말 어디론가 떠난 것 같아. 핸드폰 번호도 이미 다른 사람에게 넘어간 것 같고.”이를 들은 기모진은 핸드폰을 꺼내 강자풍의 번호로 전화를 걸어봤지만 거친 목소리의 사내는 성가신지 받자마자 끊었다.“일부러 연락하지 않으려는 것 같아.”기모진은 상황을 차근차근 분석하듯 말했다.“번호를 말소한 거라면 내 전화번호로도 연락할 방법은 없어.”그렇게 생각하니 소만리의 마음속에는 뭔가 서운하고 허전함이 불어왔다.“그는 왜 그렇게 우리랑 모든 왕래를 단절하려는 걸까?”“강어와 강연이 죽었기 때문 아닐까.”기모진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만약 강어와 강연의 죽음을 우리 탓이라고 생각한다 해도 우리가 그를 크게 비난할 수 없어.”“그렇지만 강자풍은 그런 사람이 아니야.”소만리는 강자풍을 여러 번 만났다.겉으로는 부잣집 도련님처럼 철없어 보이지만 사실 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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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80장

”이렇게 다시 만날 거라고는 생각 못 했어.”기묵비가 침묵을 깨고 입을 열었다.아무런 생기도 없는 얼굴에 미소가 번지자 그의 얼굴이 더욱 창백해 보였다.“진짜 항소 안 하실 거예요?”기모진이 빙빙 돌리지 않고 본론으로 들어갔다.“항소할 기회가 있잖아요. 좋은 변호사를 찾아 항소하면 적어도 사형은 면할 수 있어요.”“필요 없어.”기묵비는 단호하게 거절했다.“난 그 오랜 세월 동안 집착하며 살았어. 결국 헛된 집착이었지. 오랫동안 한 소녀를 그리워했지만 결국 그 소녀를 지옥에 떨어뜨리고 말았...”그는 말을 하다가 잠시 말을 멈추었고 미간에는 끝없는 회한과 후회로 물들었다.“이쯤에서 끝내자.”“할아버지는 아직도 숙부님이 돌아오시기를 기다리고 계세요.”기모진의 말에 기묵비의 안색이 약간 변했다.그래도 이 세상에 약간은 미련이 남은 듯한 표정이었다.초요의 일만 해도 그랬다.아무리 다 내려놓았다 해도 마음에 남아있는 미련의 찌꺼기는 기묵비도 어쩔 수 없었다.“네 할아버지에겐 죄송하다고 말씀드려 줘. 난 더 이상 기 씨 집안에 발을 들여놓을 수 없는 인물이야.”기묵비의 눈시울이 살며시 붉어졌다.“숙부님에겐 아직 기회가 있어요. 원하신다면.”기모진은 비록 기묵비가 큰 잘못을 저질렀지만 반드시 사형에 처해야만 속죄하는 것은 아니라고 거듭 설득했다.기묵비는 이 말을 듣고 잠시 생각에 잠기는 듯하다가 이윽고 거절했다.“모진아, 소만리. 앞으로 시간이 나면 초요를 더 많이 만나주길 바래. 남사택을 제외하고는 그녀 곁에 함께할 사람이 없어.”“어떻게 없어요?”소만리가 갑자기 되물었다.“초요한테는 두 아이가 있어요.”소만리의 말을 듣자 어두운 그림자가 가득했던 기묵비의 얼굴에 일순 빛이 스쳐 지나갔다.“두 아이는...”“당신 아이예요.”소만리는 망설임 없이 결연한 표정으로 말했다.기묵비는 마음속으로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해 본 적은 있지만 이렇게 확실한 대답을 들으니 충격은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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