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식당.고승겸은 혼자 와인잔을 들고 창밖에 내린 어둠을 냉랭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이윽고 멀지 않은 곳에서 하이힐 소리가 다가오는 것이 들렸다.그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와인을 홀짝이며 천천히 몸에 지니고 있던 수정구를 꺼내 손바닥에 쥐고 만지작거렸다.“승겸.”여자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고승겸은 고개도 돌리지 않고 냉담하게 말했다.“앉아.”여자는 미소를 지으며 붉은 입술을 들썩이며 고승겸 맞은편 자리에 앉아 환하게 웃었다.“승겸, 난 이미 임무를 완수했는데 만족해?”고승겸은 이 말이 끝나자 잠시 침묵을 지킨 뒤에게 차갑게 입을 열었다.“기모진한테 관심 있는 거 아니야?”그의 말투가 차가운 얼음장 같았다.“셜리, 이 이름을 내가 지어준 거니까 당신은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 절대 잊지 말아야 할 거야.”고승겸의 말에 남연풍의 안색이 갑자기 돌변했고 긴장한 눈빛으로 고승겸을 바라보았다.기모진과 남들 앞에서 보였던 도도하고 도발적이었던 자태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난 항상 기모진을 이용해 나의 실험과 계획을 진행해왔어. 승겸, 내 마음속에는 오직 너라는 남자뿐이야.”이 말을 들에 수정구를 만지작거리던 고승겸의 손놀림이 딱 멈추었다.그는 온기라곤 찾아볼 수 없는 얼굴에 깊은 눈동자를 치켜올려 아름다운 셜리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이내 따분한 듯 시신을 돌렸다.“얼마나 자주 발작을 일으킬 수 있어?”갑자기 그는 이런 말을 내뱉었다.남연풍은 고승겸의 말뜻을 단번에 알아차렸다.“그들은 절대 산비아를 떠날 수 없어.”그녀는 눈에 승리의 쾌감을 가득 드러내며 확신에 찬 말을 내뱉었다.“승겸, 걱정하지 마. 내가 직접 조제했으니 한 치의 오차도 없을 거야!”“당신 동생이 이번에는 방해를 하지 않는다고 확실히 말할 수 있어?”“그럼, 남사택은 이번에 내가 조제한 이 약물의 해독제를 절대 만들 수 없어.”눈을 가늘게 뜨고 말하는 남연풍의 눈에는 진한 불쾌감과
Last Updated : 2023-04-24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