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로맨스 / 황제가 사랑한 여인 / Chapter 1651 - Chapter 1660

All Chapters of 황제가 사랑한 여인: Chapter 1651 - Chapter 1660

2479 Chapters

1651장

기모진은 침착하게 뒤돌아 담담한 표정으로 자신을 향해 거침없이 걸어오는 여자를 마주 보았다.“내 몸에 있는 독소가 발작한 것이 우연이 아니라 계산에 의한 것이 맞아?”기모진은 바로 핵심으로 파고들었다.“셜리, 아니 이제 남연풍이라 부르는 게 더 어울릴 것 같은데, 처음부터 날 도와주려는 의도로 접근한 게 아니지? 그렇지?”셜리는 반쯤 팔짱을 낀 채로 가느다란 담배를 손에 끼우고 한가롭게 한 모금 깊게 빨아들이더니 구름 같은 연기를 내뿜으며 기모진에게 다가왔다.“자신의 몸이 망가져서 가망이 없다고 생각해 스스로 소만리를 떠났을 때 흔들린 비행기 안에서 나라는 의사를 우연히 만나 지냈던 지난 반년은 내가 계획하고 의도한 거였어. 마치 우연처럼 보이게 하면서.”셜리는 붉은 입술을 들썩이며 기모진에게 한 걸음 더 다가와 멈추었다.“사실 나도 당신한테 마음이 흔들렸어. 하지만 난 사람을 실험하는 걸 더 좋아하지. 남사택이랑은 달라. 남사택은 사람을 구하는 걸 좋아하지만 난 해치는 걸 더 좋아해.”그녀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당당하게 자신의 불순한 의도를 인정했다. 얼굴에는 웃음기가 더욱 짙어졌다.기모진은 왠지 눈앞의 여자가 너무나 낯설게 느껴졌다.그 반년의 시간 동안 그녀는 좋은 사람처럼 행동했고 그가 독소에 시달릴 때마다 그에게 도움을 주었고 확실히 그의 상황도 안정되었다.하지만 지금 이 여자의 말을 들어 보니 그녀는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고군분투했을 뿐 순수한 마음으로 그를 도와준 적은 없었던 것이다.셜리는 간특한 미소를 지으며 다시 담배를 한 모금 빨아당겼다.“기모진, 사실 당신은 정말 똑똑해. 난 원래 당신 앞에서 조금 더 연기를 해볼까 생각했었는데 나오자마자 이렇게 계산이었던 거냐고 직접 물으니 나도 더 이상 빙빙 돌려 말하고 싶지 않아.”“그럼 돌리지 말고 말해. 대체 뭘 하려는 거야? 내 몸에 있는 독소를 이용해 나를 계속 실험 대상으로 삼고 싶은 거야? 아니면 뭐야?”“아니.”셜리가 눈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4-24
Read more

1652장

”모진, 무슨 일이 생긴 거야? 그런 거야?”“지금은 나도 어떻게 말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 아무튼 오늘 밤 고승겸을 만난 후 바로 이곳을 떠나야겠어.”“그래, 그게 좋겠어.”소만리는 여전히 미심쩍었지만 더 이상 자세히 묻지 않았다.그러나 자신의 손을 잡고 있는 기모진의 손이 평소와는 다르게 차가워져 있는 것을 분명히 느꼈다.모진, 뭐가 두려운 거야? 아니면 그 독소들이 또 발작을 일으켜 당신을 괴롭히는 거야?소만리는 저녁 7시 고승겸과의 약속 시간이 되도록 떨칠 수 없는 불안감을 느끼며 가슴을 졸였다.그때 여지경에서 전화가 왔다.고승겸이 이미 호텔 식당에서 기다리고 있다며 소만리에게 나가서 만나라고 일렀다.그러나 여지경은 한 마디 더 덧붙여 주의를 주었다.“승겸이가 너와 단둘이 만나고 싶다고 하더라. 남편한테는 다른 곳에서 기다리라고 해. 같이 식당에 들어가지 말고. 혹시라도 승겸이 기분을 건드렸다가 번복이라도 하면 안 되잖아.”소만리도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게 우선이라 생각해서 흔쾌히 응했다.기모진은 소만리가 걱정되긴 했지만 억지를 부리는 사람은 아니었다.소만리가 혼자 식당으로 떠난 후 기모진도 식당 밖까지 따라갔지만 입구에 다가서기도 전에 고승겸의 경호원들이 식당 밖에 서 있는 것을 보았다.기모진은 그저 식당 안으로 들어가는 소만리의 모습을 먼발치에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저 안쪽에는 고승겸이 식당에서 가장 전망 좋은 자리에 앉아 있는 모습이 보였다.고승겸은 자작공자답게 겸손하고 단정한 옷매무새로 꼿꼿하게 앉아 있었다.그러나 옥처럼 매끄럽고 따뜻해 보이는 그의 겉가죽 아래에는 누구보다 차가운 면모가 도사리고 있다는 것을 기모진은 알아볼 수 있었다.고승겸의 옆에는 점잖은 안경을 쓴 변호사가 서류 뭉치를 들고 서 있었다.기모진은 고승겸이 오늘 이 식당 한 층을 통째로 예약했음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파혼을 위해 식당을 통째로 예약하다니?분명 그는 파혼 외에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이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4-24
Read more

1653장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으며 자신에게 대답하는 고승겸이 뭔가 의도를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소만리는 추측했지만 정확히 그게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다.소만리는 와인잔을 내려놓으며 유리잔 바닥에 남은 액체에 잠시 시선을 고정시켰다.“고승겸, 그럼 이제 수속 진행할 수 있겠지?”고승겸은 고개를 끄덕이며 옆에서 기다리고 있던 남자에게 눈짓을 했다.변호사 같은 그 남자는 서류 두 통을 소만리 앞으로 내밀었다.“안녕하세요. 전 겸 도련님 대표 변호사입니다. 이건 겸 도련님과의 파혼 서류예요. 내용을 읽어보시고 문제가 없으면 서명해 주세요.”소만리는 서류를 받아들고 차근차근 서류의 글자들을 꼼꼼히 확인했다.예전에 고승겸을 너무 믿은 나머지 그에게 홀딱 속은 그녀였다.이번에는 절대 소홀히 할 수 없다.한 문장 한 문장 세심하고 꼼꼼히 살펴본 후 소만리는 고승겸이 이미 서명한 옆자리에 자신도 서명했다.서명을 마친 후에야 소만리는 마음속에 바윗덩어리가 내려앉는 듯했다.얼떨결에 다른 남자와 명목상의 부부라는 이름을 가진 후 겪은 황당하고 힘든 고초를 생각하면 정말 소만리는 이 순간이 그렇게 후련할 수가 없었다.“지금부터 나와 고승겸 사이에 더 이상 부부라는 이름은 없는 거죠, 그렇죠?”“네, 그렇습니다. 이 합의는 방금 서명하신 후에 이미 효력이 발생했고 당신과 겸 도련님은 더 이상 부부가 아닙니다.”옆에 있던 변호사가 명쾌하게 설명했다.소만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혼자 먼저 식사를 시작한 고승겸을 바라보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비록 방금 내 태도가 좀 불쾌하게 느껴졌겠지만 당신이 바다에서 날 구해준 건 정말 고마워.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식사를 하던 고승겸의 동작이 잠시 멈칫하며 소만리에게 눈길도 주지 않은 채 아무렇지도 않은 듯 말했다.“별말씀을.”고승겸의 대답을 듣고 소만리도 더 오래 머물지 않고 망설임 없이 그 자리를 일어나 떠났다.고승겸도 지체 없이 옆에 있던 변호사에게 말했다.“빨리 절차를 밝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4-24
Read more

1654장

호텔 식당.고승겸은 혼자 와인잔을 들고 창밖에 내린 어둠을 냉랭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이윽고 멀지 않은 곳에서 하이힐 소리가 다가오는 것이 들렸다.그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와인을 홀짝이며 천천히 몸에 지니고 있던 수정구를 꺼내 손바닥에 쥐고 만지작거렸다.“승겸.”여자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고승겸은 고개도 돌리지 않고 냉담하게 말했다.“앉아.”여자는 미소를 지으며 붉은 입술을 들썩이며 고승겸 맞은편 자리에 앉아 환하게 웃었다.“승겸, 난 이미 임무를 완수했는데 만족해?”고승겸은 이 말이 끝나자 잠시 침묵을 지킨 뒤에게 차갑게 입을 열었다.“기모진한테 관심 있는 거 아니야?”그의 말투가 차가운 얼음장 같았다.“셜리, 이 이름을 내가 지어준 거니까 당신은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 절대 잊지 말아야 할 거야.”고승겸의 말에 남연풍의 안색이 갑자기 돌변했고 긴장한 눈빛으로 고승겸을 바라보았다.기모진과 남들 앞에서 보였던 도도하고 도발적이었던 자태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난 항상 기모진을 이용해 나의 실험과 계획을 진행해왔어. 승겸, 내 마음속에는 오직 너라는 남자뿐이야.”이 말을 들에 수정구를 만지작거리던 고승겸의 손놀림이 딱 멈추었다.그는 온기라곤 찾아볼 수 없는 얼굴에 깊은 눈동자를 치켜올려 아름다운 셜리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이내 따분한 듯 시신을 돌렸다.“얼마나 자주 발작을 일으킬 수 있어?”갑자기 그는 이런 말을 내뱉었다.남연풍은 고승겸의 말뜻을 단번에 알아차렸다.“그들은 절대 산비아를 떠날 수 없어.”그녀는 눈에 승리의 쾌감을 가득 드러내며 확신에 찬 말을 내뱉었다.“승겸, 걱정하지 마. 내가 직접 조제했으니 한 치의 오차도 없을 거야!”“당신 동생이 이번에는 방해를 하지 않는다고 확실히 말할 수 있어?”“그럼, 남사택은 이번에 내가 조제한 이 약물의 해독제를 절대 만들 수 없어.”눈을 가늘게 뜨고 말하는 남연풍의 눈에는 진한 불쾌감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4-24
Read more

1655장

와인잔을 기울이던 남연풍의 손이 멈칫했다.경연의 일...그녀는 아직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그러나 갑자기 고승겸이 그 일을 끄집어내자 일순 그녀는 긴장하기 시작했다.“승겸, 왜 갑자기 경연이 얘길 꺼내는 거야? 설마, 소만리가 뭘 눈치챈 건 아니겠지?”남연풍이 움츠러들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녀는 오직 고승겸이 화를 낼까 봐 전전긍긍하는 모습이었다.고승겸의 냉담한 얼굴에 차가운 미소가 흘렀다.“그녀가 알았다면 방금 자신을 구해줘서 고맙다는 얘기는 하지 않았을 거야.”그 말에 남연풍은 조심스럽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는 스스로 화를 자초한 거야.”고승겸이 경멸하는 눈초리로 말했다.“한 여자를 위해 자신을 그렇게 초라하게 만들다니.”“승겸, 당신은 그렇게 할 수 있어?”남연풍은 고승겸을 떠보며 살짝 기대감으로 두근거렸다.고승겸은 그녀를 향해 냉담하게 말했다.“할 수 있냐고? 뭘? 당신을 위해서, 혹은 다른 여자를 위해서 자신이 진정으로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잊어버리라고?”“...”남연풍은 고승겸의 싸늘한 시선에 가슴이 쓰라렸지만 그의 이런 대답을 어느 정도는 예상하고 있었다.그녀가 고승겸을 알게 된 것이 일이 년도 삼사 년도 아닌 십팔 년이다.그녀는 고승겸보다 다섯 살 위인데 동생뻘 되는 남자한테 쩔쩔매는 신세가 되어 버렸다.지금 생각해 보니 그때 양친에게 버림받고 초라한 옷차림으로 굶주린 채 길거리를 떠돌던 그녀에게 이 남자가 차에서 내려 따끈따끈한 치즈 케이크 한 조각을 건네주며 한 말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나랑 우리 집에 갈래?”집.그녀는 당시 집이 없었다.부모는 당시 흔치 않은 의학 연구자로서 두분 다 수재로 이름을 날리고 있었다.어려서부터 영리하고 무엇이든 배우면 바로바로 습득했으며 의학에도 조예가 깊었던 그녀는 자신의 부모를 롤 모델 삼아 의학 연구자로서의 꿈을 꿨다.그러나 그녀는 남존여비 사상에 물든 친부모에게 미움을 사게 되는 운명을 피할 수 없었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4-24
Read more

1656장

”도와줘?”“아니, 당신을 도와준다는 뜻이 아니라.”남연풍은 다급히 자신의 말을 바로잡았다.“내 본분을 꼭 다 할 테니 걱정하지 마.”고승겸은 그제야 만족스러운 듯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남연풍의 얼굴을 유심히 살피다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훤칠한 체구에 우아하고 귀티 나는 그의 모습이 남연풍의 옆을 지나며 살짝 멈칫했다.남연풍이 뒤따라 일어섰다. 보이는 것은 그의 차가운 뒷모습뿐이었다.“이 일이 마무리된 후에 당신을 내 형식적인 아내로 삼을지 고려해 보려고 해.”고승겸이 담담하게 속삭였다.그는 말을 마치고 미련 없이 출구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남연풍은 붉은 입술을 살짝 벌린 채 잠시 그 자리에 얼어붙고 말았다.그녀는 멀어져 가는 고승겸의 뒷모습을 넋을 잃은 듯 바라보았다.그의 자태가 그녀의 눈동자에 선명하고 깊이 각인되었다.비록 형식적인 관계일지라도 그가 지금 아름다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할지라도 그녀는 그를 위해 모든 힘든 일을 다 감내할 수 있을 것 같았다.“내가 꼭 해낼게!”남연풍이 고승겸의 뒷모습을 향해 온 마음으로 다짐했다.고승겸은 한 치의 미련도 없이 뒤돌아보지 않고 앞으로 걸어갔다....기모진은 소만리를 뒤쫓아 산비아로 올 때도 짐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지금 정리할 것도 별로 없었다.다만 지금 난처한 일은 오늘 밤 경도행 비행기 표가 모두 매진되었다는 것이다.빨라도 내일 저녁이나 되어야 비행기를 탈 수 있었다.시간이 남아서 기모진은 소만리를 데리고 나가 밥을 먹으려고 했다.혼약서를 취소한 후 소만리도 마음이 한결 홀가분해져서 기모진과 밥도 먹고 손도 잡고 나름의 기분전환을 하고 싶었다.산비아의 밤거리는 매우 화려하고 번잡했다.이곳의 사람들도 매우 친절하고 외부인에게 우호적인 것 같았다.하지만 소만리는 기모진과 자신이 거리를 걷고 있을 때 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자신을 향해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며칠 전에 겸 도련님이랑 결혼한 그 여자 아냐?”“남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4-24
Read more

1657장

소만리의 말을 듣고 기모진의 심장도 덩달아 조여드는 것 같았다.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소만리를 감싸 안았고 도로변에서 택시를 잡아타 가장 가까운 병원으로 향했다.기모진은 응급실 입구까지 쫓아가다가 빨간불이 켜져 있는 것을 본 뒤 아무도 없는 복도를 안절부절못하며 헤매었다.소만리의 심장에 문제가 없다는 걸 알고 있었는데 갑자기 왜 그렇게 힘들어했을까?혹시 너무 오래 달려서일까?소만리를 끌고 그렇게 함부로 뛰면 안 되는 것이었다.괜한 짓을 했다. 그러면 안 되는 것이었다.기모진은 스스로를 깊이 자책하기 시작했다.그때 응급실 문이 갑자기 열리고 젊은 간호사가 황급히 뛰어나왔다.기모진은 그 간호사를 가로막고 소만리의 상황을 묻고 싶었지만 자신이 간호사의 일을 그르칠까 봐 마음을 접었다.간호사가 뛰쳐나오자 중년의 의사 두 명이 굳은 표정으로 응급실로 들어갔다.그들이 움직이는 것을 보니 기모진의 마음이 더욱 초조해졌다.소만리, 당신 도대체 왜 그래?왜 갑자기 심장이 아프다는 거야?기모진은 마음이 너무나 어지러웠으나 지금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응급실 입구의 빨간불을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것뿐이었다.얼마나 지났을까.다시 응급실 문이 열리고 의사와 간호사가 함께 나왔다.기모진은 얼른 달려가 그들에게 물었다.“의사 선생님, 제 아내는 좀 어떻습니까? 아직도 많이 아파하나요?”기모진의 안타까운 표정을 보고 의사는 차분하게 그를 위로해 주었다.“부인은 진정제를 맞고 상태가 일시적으로 안정되어서 우선 종합적인 검사를 진행했어요. 검사 결과가 나와 봐야 왜 심장이 갑자기 아픈지 구체적으로 알 수 있어요.”이 대답을 듣고 기모진은 더 이상 묻지 않았다.그는 병실에서 소만리와 함께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다음날 새벽이 되어서야 소만리는 졸린 눈을 비비며 눈을 떴다.그녀가 잠들어 있는 동안 기모진은 항상 곁에서 걱정스러운 얼굴로 소만리를 바라보고 있었다.밤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4-25
Read more

1658장

의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결과서 몇 장을 소만리에게 건넸다.“소만리, 어제 당신한테 발병한 상황이 좀 이상해요. 우리가 검사를 해봤는데도 지금 심장에는 아무런 질환이 없어요. 아무래도 어제 갑자기 심장이 아팠던 것은 심장 자체의 문제 때문은 아닌 것 같아요.”소만리는 알 듯 말 듯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선생님, 그럼 제 심장이 왜 아팠을까요? 나중에 뒤로 가면 갈수록 숨도 못 쉴 것처럼 아팠다구요.”의사는 얼굴을 찡그리며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소만리, 사실 우리도 어떻게 된 일인지 잘 모르겠어요. 결과서를 보면 당신 몸에는 전혀 문제가 없어요. 유일하게 좀 이상한 것은 혈액이에요.”혈액?“네. 혈액에서 알 수 없는 성분이 검출되었고 병원 검사실 쪽에서도 그것이 무슨 성분인지 분석할 수 없었어요. 내 추측으로는 이 알 수 없는 성분이 어젯밤 당신의 심장에 무리가 가게 했고 호흡곤란을 일으켰던 것 같아요.”의사의 설명은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있었다.순간 소만리는 알 수 없는 공포에 사로잡힌 기분이 들었다.왠지 그녀의 마음이 불안해지기 시작했다.그녀의 혈액 속에 알 수 없는 성분이 검출되었다. 무엇 때문일까?“소만리, 너무 긴장할 필요 없어요. 아마 우리 병원에 장비가 최신식이 아니어서 그 성분을 분석해 내지 못했을 수도 있어요. 산비아 왕립 병원에 가보세요. 그곳의 의료 장비는 산비아에서 최첨단이에요. 남편과 함께 그쪽으로 가보세요.”“의사 선생님, 고맙습니다.”소만리는 미소를 지으며 감사 인사를 한 후 눈을 내리깔고 손에 든 결과서를 쭉 훑어보았다.혈액 검사 데이터를 보면서 소만리는 눈썹을 찡그리지 않을 수 없었다.데이터를 한참 바라보던 소만리가 갑자기 눈을 번쩍 떴고 그녀의 심장 박동도 가쁘게 뛰기 시작했다.그녀는 예전에 기모진이 독소 때문에 발작을 일으켰을 때를 떠올렸다.심장에 극심한 고통을 가져와 호흡 곤란을 만들고 심한 경우에는 피까지 토하기도 했다.소만리는 검사 결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4-25
Read more

1659장

기모진은 쓰레기통에서 종이 조각들을 주워 들었지만 잠시 동안 서서 조각들을 맞춰보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할 것 같았다그는 우선 손수건에 종이 조각들을 모두 싸서 화장실을 다녀온 뒤 아무렇지도 않은 척 소만리에게 돌아왔다.“모진, 괜찮아? 혹시 감기 걸린 거야?”소만리는 마음을 놓지 못하고 기모진의 손을 잡고 물었다.기모진은 소만리의 손을 잡고 깍지를 끼었다.“내가 당신을 평생 잘 보살펴야 하는데 어떻게 나한테 별일이 있을 수 있겠어.”그는 다정하게 웃으면서도 왠지 호주머니 속 찢어진 종이 조각들이 무겁게 느껴졌다.호텔로 돌아온 후 소만리가 샤워를 하러 들어간 틈을 타 기모진은 소파에 앉아 재빨리 종이 조각들을 맞추어 보았다.처음에는 조금 혼란스러웠지만 다행히 종이가 아주 잘게 찢어지지는 않아서 기모진은 무사히 종이 조각을 맞출 수가 있었다.그는 보고서를 검토하는 것에는 아주 이력이 나 있었기 때문에 단번에 결과서를 훑어볼 수 있었다.하지만 확실히 검진 결과서 상에 아무런 문제는 없었다.다만 기모진도 소만리의 혈액 검사 결과를 보고 조금 이상함을 알아차렸다.결과서 상의 혈액 검사 수치를 보니 예전 자신의 혈액 검사 수치가 금방 떠올랐다.샤워를 마치고 욕실에서 나온 소만리는 수건을 들고 머리를 닦으며 침실로 향했다.눈을 들어보니 기모진이 넋을 잃은 모습으로 소파에 앉아 있었다.그의 앞에 놓인 티 테이블에는 짜 맞춘 종이가 한 장 놓여 있었다.그 종이가 그녀의 시선을 사로잡았고 소만리는 뭔가를 바로 짐작할 수 있었다.그녀는 얼른 티 테이블 가까이 달려갔다.역시나 아니나 다를까 그것들은 그녀가 찢어 버린 결과서였다.머리를 닦고 있던 소만리의 손길이 천천히 느려졌고 손을 뻗어 기모진의 손을 잡았지만 여느 때와 달리 그의 손은 차갑게 식어 있었다.“모진.”소만리는 부드럽게 기모진의 이름을 불렀다.“당신이 지금 무슨 생각하고 있는지 알아. 내가 당신한테 말하고 싶지 않은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이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4-25
Read more

1660장

기모진은 드라이기를 가져와 소만리의 머리를 말려주었다.기모진의 세심한 보살핌을 받는 이 순간 소만리는 요 며칠 일어난 일들을 되돌아보았다.그런데 한 가지가 유독 마음에 걸렸다.그녀가 먹고 마신 것은 모두 다른 사람들이 먹었던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만약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그녀의 음식에 만성 독소를 넣었다면 그 사람은 누구일까?그 사람은 어떻게 만성 독소를 손에 넣었을까?소만리는 가만히 생각해 보았지만 이내 그 생각을 단념했다.아직 그녀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완전히 확신할 수도 없다.그녀 스스로가 미리 자신을 놀라게 해서는 안 될 일이다.머리를 말린 후 소만리와 기모진은 식사를 마치고 공항으로 가려고 나왔다.산비아의 겨울도 그 추위가 대단해서 외투를 입고도 살을 에는 듯한 칼바람을 견디기 어려웠다.소만리의 손을 꼭 잡고 있던 기모진은 소만리의 손이 떨리는 것을 느꼈다.“소만리, 당신 앞에 편의점에서 잠깐만 기다려. 내가 택시 잡으면 당신 부를게.”소만리가 계속 자신의 곁에 서서 거리에서 부는 찬바람을 온몸으로 맞서는 것이 기모진은 못내 안타까웠다.오늘따라 유난히 택시가 잡히지 않았다.소만리는 자신의 몸이 벌벌 떨릴 정도로 확실히 추위를 느꼈다.“그래, 그럼 나 편의점에서 기다릴게.”소만리도 더는 기모진을 걱정시키고 싶지 않아서 20미터도 채 되지 않는 거리의 편의점으로 발길을 돌렸다.편의점에 들어가니 확실히 조금 따뜻해졌지만 살을 에는 듯한 차가운 기운은 아직도 피부에 스며드는 듯해서 소만리는 따뜻한 밀크티 한 잔을 사들고 한쪽 의자에 앉아 기모진이 부르기를 기다리고 있었다.그러나 분명 편의점 안의 공기는 훈훈했고 따뜻한 밀크티도 마셨지만 소만리는 오히려 더욱 추위를 느꼈다.그녀가 손을 들어 자신의 이마를 만져보니 식은땀이 흐르고 있었다.소만리는 잠시 정신이 멍해졌다.병원에서 의사가 한 말이 떠올랐고 기모진의 걱정스러운 얼굴이 스쳐 지나갔다.설마 내가 모르는 사이에 정말 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4-25
Read more
PREV
1
...
164165166167168
...
248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