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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황제가 사랑한 여인: Chapter 1661 - Chapter 16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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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61장

앞을 가로막는 남연풍을 보며 소만리는 자신이 부딪힌 것도 우연이 아니라 의도적인 그녀의 행동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한차례 매서운 찬바람이 열린 문으로 불어닥치자 소만리는 자신이 마치 얼음 저장고에 갇힌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뿐만 아니라 지금 이 순간 갑자기 심장이 다시 욱신하고 뻐근하게 아프기 시작했다.눈살을 찌푸리는 소만리의 모습을 지켜본 남연풍은 붉은 입술을 살짝 말아올리며 말했다.“내가 이걸 AXT69라고 이름을 붙였어요. 내가 새로 개발한 신비로운 시약. 원래 기본 성분에다가 사람을 더욱 고통스럽게 하는 성분을 첨가한 거죠.”그녀는 소만리 앞으로 더욱 바싹 다가서며 말했다.“지금 이 순간처럼 가슴이 찢어지는 듯 아프고 숨쉬기가 힘들어지면서 온몸이 얼음 물에 잠긴 듯 고통이 밀려오다가 피부가 칼에 베이는 듯한 아픔을 느끼게 되죠.”남연풍이 하는 말을 듣고 소만리는 마침내 모든 것을 깨닫게 되었다.더 이상 어떤 검증도 필요가 없었다.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녀는 이 신비롭고 무서운 독소에 감염되고 만 것이었다.소만리는 주먹을 불끈 쥐며 감정을 애써 억누르려고 애썼다.“남연풍, 이렇게 하는 목적이 뭐예요?”“허.”남연풍은 소만리의 질문에 대답은 하지 않고 미소를 띠며 되물었다.“기모진이 어제 왜 발작을 일으켰는지 알아요?”소만리는 자세한 내용은 알 수 없지만 남연풍과 관련이 있다는 것은 확실히 짐작할 수 있었다.역시나 남연풍은 당당하게 인정했다.“내가 일부러 발작을 유발했어요.”소만리는 더욱더 이 여자의 속셈을 알 수 없었다. 잠시 생각을 정리한 뒤 소만리는 남연풍에게 물었다.“도대체 왜 이러는 거예요? 당신 예전에는 모진을 살려줬잖아요?”“살려줘? 아니, 살려줄 생각 같은 거 없었어요. 그는 그냥 실험용 대상일 뿐이에요. 실험용 대상, 알겠어요?”그녀는 가방에서 담배 한 개비를 꺼내 불을 붙이고 한 모금 깊게 빨아들인 뒤 더욱 사악한 미소를 띠며 말했다.“화도 나고 괴롭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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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62장

기모진은 재빨리 외투를 벗어 소만리의 몸에 걸쳤다.그러나 소만리의 사정은 별로 나아지지 않았다.“소만리, 당신 도대체 왜 그래? 어디가 아픈 거야?”“기모진, 당신이 그녀에게 아무리 많은 옷을 입혀도 소용없어. 추울 땐 아무리 해도 추워. 아플 땐 너무나 아파서 숨을 쉴 수조차 없어.”기모진은 갑자기 눈을 들어 서리처럼 차가운 눈동자로 남연풍을 쏘아보았다.“뭐라고? 무슨 말이야?”남연풍은 담배를 한 모금 빨았다.“기모진, 당신 그렇게 똑똑한데 아직도 당신 아내가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어?”기모진은 정신이 멍해졌고 남연풍이 손에 들고 있는 시약을 보았다.“역시 당신이 수작을 부린 거로군. 남연풍, 뭘 하고 싶은 거야!”“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실험해 보고 싶었어.”남연풍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당신 입장에서는, 그냥 알고 지내던 사람의 선물이라고 생각해. 다음번엔 이렇게 운이 좋지 않을 거야.”남연풍은 말을 마치고 손에 든 시약을 기모진에게 던졌다.기모진은 손을 들어 한 손에 시약을 쥐었고 시약을 한 번 흘끔 본 후 남연풍을 막아서려고 했지만 이미 그녀는 돌아선 뒤였다.지금은 소만리의 상태가 너무나 좋지 않아서 남연풍에게 신경 쓸 여유도 없이 그는 소만리를 안고 호텔로 달려갔다.그는 또 방을 하나 잡고 온몸을 떨고 있는 소만리를 안고 호텔방으로 향했다.그러나 아무리 히터를 틀어 방을 따뜻하게 해도 소만리는 떨고 있었다.뽀얀 복숭아 같던 그녀의 뺨이 하얗게 질려갔다.기모진은 소만리의 손을 잡았다. 그녀의 두 손도 얼음장이었다.이 차가운 느낌은 소만리가 차가운 수술대 위에 누워 모든 의식을 잃었던 순간으로 기모진을 데려다 놓았다.그의 마음도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마음이 너무나 시렸다.“소만리.”“모진, 나 너무 추워. 여기가 아파.”소만리는 온 힘을 다해 힘겹게 입을 열었다.“소만리, 무서워하지 마. 당신 곧 나아질 거야.”기모진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위로했다. 그의 마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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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63장

기모진은 차가운 어조로 곧바로 물었고 상대편의 대답을 듣고는 곧장 문으로 향했다.“기다려. 내가 곧 갈 테니까!”그는 명령조로 말을 내뱉고는 이내 표정을 바꾸었다.그는 잠든 소만리를 애틋하게 돌아보고 그제야 단호하게 문을 열고 방을 나갔다.호텔을 나서자 하늘에서 눈발이 날리기 시작했다.호텔 정문에서 멀지 않은 곳에 빨간 코트를 입은 남연풍이 나무 밑에 서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기모진은 걸음을 재촉했고 발소리를 들은 남연풍은 담담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정말 동작 한 번 빠르군. 역시 당신 마음속에 소만리가 차지하고 있는 위치가 보틍이 아닌 모양이야. 내가 목표를 잘못 선택한 게 아니라는 증거이기도 하지.”그녀는 웃는 얼굴로 담배를 피우며 유유자적하게 기모진에게 다가왔다.흩날리는 하얀 눈이 그녀의 빨간 코트 어깨 위에 앉았다.붉은색과 흰색의 조합은 언제나 강렬한 대조를 이루었다.어둠을 삼켜 버릴 듯한 기모진의 강렬한 눈빛을 보며 남연풍은 유유히 입을 열었다.기모진은 빙빙 돌려 말하고 싶은 마음이 조금도 없었다.“나한테 그런 쓸데없는 말 하지 말고. 말해봐! 당신 목적이 뭐야!”기모진이 이렇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어오자 남연풍도 빙빙 돌려 말하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불붙은 담뱃재를 털어내고 손을 몸 쪽으로 흔들자 가늘고 긴 손가락 끝에 끼워져 있던 담배꽁초가 빛을 잃고 희미해졌다.“기모진, 난 당신이 경도에서 아주 덕망 높은 사업가로 지체가 높은 인물이라고 알고 있어. 많은 방면에서 영향력이 있고 경도의 유명한 사람들도 다들 당신의 체면을 세워주고 잘 보이려고 애를 쓰지. 그야말로 당신은 경도에서 둘째가라면 섭섭할 일류이지.”“그래서?”기모진은 짜증스럽게 따져 물었다.“그래서...”남연풍은 웃으며 입을 열었다.“경도는 좋은 곳이야. 국제 도시이고 도시가 가진 잠재력도 아주 많고 도시 자체가 가진 역량도 좋아. 내 고향이기도 하지. 나도 좋아해, 경도.”이 말을 듣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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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64장

남연풍은 향수를 들고 온몸에 뿌린 다음 가글로 입을 헹구었다.몸에 밴 담배 냄새가 이 집 사람들에게 좋지 않은 인상을 줄까 봐 염려되었다.일련의 준비를 마친 남연풍은 한참을 더 차에 앉아 있다가 드디어 차에서 내렸다.눈이 많이 내렸는데도 전혀 춥지 않았다.오히려 빨라진 심장 박동과 긴장감으로 그녀는 오히려 후텁지근하게 느껴졌다.그녀가 막 대문 입구에 이르자 보초를 서고 있던 경호원이 냉혹한 표정으로 그녀를 가로막았다.“아가씨, 여기는 아무나 들어갈 수 없는 곳입니다. 예약도 없고 초대장도 없으면 돌아가십시오.”경호원이 내쫓으려 했다.“저는 겸 도련님을 만나러 왔어요. 번거로우시겠지만 제가 왔다고 좀 알려주세요. 제 이름은 남...셜리예요.”결국 그녀는 자신의 이름을 거론할 자격조차 없다고 느껴졌다.당당하게 언급할 수 있는 것은 고승겸이 지어준 이름뿐이었다.그러나 문을 지키는 경호원은 남연풍의 말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웃어넘겼다.“겸 도련님을 만나고 싶은 여자는 차고 넘쳐요. 당신? 훗, 가세요. 어서!”경멸하는 듯한 경호원의 표정에 남연풍은 안색이 갑자기 어두워졌다.그녀는 원래 온순한 성격이 아니었다.다소 외향적이었던 성격이 고승겸 앞에서는 완전히 모서리가 다 꺾여 동글동글 그저 순종적으로 행동할 수밖에 없었다.그녀는 조용히 공손하게 알리고 대문을 들어서려고 했는데 지금의 상황은 좀 참을 수가 없었다.그녀가 앞에 있는 경호원을 향해 야단을 좀 치려고 했을 때 마침 집사가 집 안에서 나왔다.그 집사는 정면을 바라보다가 남연풍이라는 것을 알아차리고는 갑자기 얼굴에 화색을 띠며 말했다.“연풍 아가씨?!”연풍 아가씨?두 경호원은 집사가 부르는 호칭을 듣고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서로를 쳐다보았다.어떤 상황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남연풍이 이 집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예사롭지 않음을 느꼈다.“연풍 아가씨, 정말 아가씨가 맞군요. 겸 도련님이 해외 연수를 가셨다고 해서 다시는 못 볼 줄 알았어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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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65장

남연풍은 자신의 눈에 비친 모습이 정녕 진짜인지 아닌지 믿을 수 없었다.천천히 손을 들어 방문을 살며시 열어젖힌 남연풍의 눈동자에 그 모습이 더욱 선명하게 비쳤다.역시 그녀가 잘못 본 것이 아님을 확신할 수 있었다.어깨너머에 쌓여 있는 하얀 눈이 살며시 녹아내렸고 따뜻한 기운이 온몸을 감싸는 것 같았다.남연풍은 방문을 살짝 닫고 입을 열려고 했다. 그때 창가에 서 있던 남자가 휙 돌아섰다.눈이 내리는 저녁, 바깥에서 스며든 빛은 어두웠지만 남연풍의 눈에는 한 줄기 아름다운 빛을 휘감은 남자를 똑똑히 느낄 수 있었다.“감히 이렇게 날 찾아왔다는 것은 이미 성공했다는 뜻인가?”차갑게 묻는 고승겸은 기다란 다리를 내디디며 책상 앞으로 다가와 손에 들고 있던 액자를 아무렇게나 올려놓았다.남연풍은 곧장 그에게로 다가와 말했다.“이미 다 처리했어. 기모진은 날 경도 ZF 내부에 자리를 만들어 들여보내 주겠다고 약속했어.”“잘했어.”고승겸은 그녀를 치켜세웠다.“그런데 당신 동생이 만약 또 해독제를 연구해 낸다면 계획이 틀어질 텐데, 내 말 무슨 말인지 알지?”“절대 그럴 리 없어! 남사택은 당분간 절대로 해독제를 연구해 내지 못할 거야. 언젠가 연구해 낸다고 해도 우리의 계획은 이미 성공한 뒤일 거야.”“우리의 계획이 아니야.”고승겸은 바로잡았다. 아무런 감정 없는 고승겸의 시선이 남연풍의 얼굴을 스쳐 지나갔다.그는 남연풍의 쓸쓸한 눈빛을 똑똑히 보았고 왠지 통쾌한 느낌이 들었다.그렇다. 통쾌했다.“방금 기모진과 단둘이 만났어?”고승겸은 차가운 말투로 물으며 문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남연풍도 그를 뒤따라왔다.“호텔 앞에서 얘기했어.”“찬바람도 불고 눈도 날리고 낭만적이었겠군. 반년 동안 그와 함께 했던 좋은 시간들, 당신 못 잊었잖아? 그를 실험 대상으로 삼았다지만 사실은 그 남자에게 상처를 줘서 당신 마음이 많이 안타깝잖아, 내 말이 맞지?”고승겸은 이 말을 함과 동시에 침실을 나섰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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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66장

한바탕 웃음을 터트린 남연풍이 고승겸의 경고에 대답을 하려고 했을 때 서재 문밖에서 다급한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여지경은 긴장한 얼굴로 서재로 들어왔고 남연풍의 얼굴을 보자 여지경의 얼굴이 순간 확 일그러졌지만 이내 웃음으로 자신의 표정을 가다듬었다.“연풍이가 정말 돌아왔구나. 너무 오랫동안 못 봤어. 너한테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 우선 내 방으로 와.”남연풍은 고승겸을 쳐다보다가 고승겸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자 그제야 돌아서서 여지경을 따라갔다.여지경의 방에 들어서자 여지경의 말투는 아까와는 반대로 아주 냉랭했다.“문 닫아.”남연풍이 이 말을 듣고 방문을 닫았다. 방문이 닫히자마자 불만에 가득한 여지경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남연풍, 너 정말 왜 다시 돌아온 거야?”급변하는 여지경의 태도에 남연풍은 잠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여지경도 자신을 무척 좋아했었기 때문에 몇 년 만에 그녀를 만나면 아주 반가워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지금 눈앞에 있는 여지경의 태도는 완전히 예상 밖이었다.그런데도 남연풍은 웃음을 터트리며 가슴 떨리는 목소리로 불렀다.“엄마.”“엄마라고 부르지 마! 난 네 엄마가 아니야!”여지경은 단칼에 불만에 가득 찬 목소리로 선을 그었다.“너 왜 돌아온 거야? 여기에 널 환영해 줄 사람은 없어. 좀 이따가 알아서 이 집에서 나가. 내가 사람을 시켜서 널 쫓아내게 만들지 말고.”여지경은 냠연풍을 원수처럼 대하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남연풍은 밖에서 볼 때는 매서운 여자라고 할 정도로 냉혈한 여자지만 이곳에서 고 씨 집안사람들을 대할 때는 완전히 성질을 죽이고 행동했다. 보기에 따라서는 자존심이라고는 없는 사람처럼 보이기도 했다.그녀는 고 씨 집안에서 오랜 세월 지내왔기 때문에 당연히 여지경의 사람됨을 잘 알고 있었다.그녀가 지금 자신을 이렇게 대하는 데는 무슨 이유가 분명 있을 것이라고 남연풍은 생각했다.“남연풍, 우리 고 씨 집안사람들이 너한테 박하게 굴지 않았지? 내가 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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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67장

8년.이 숫자는 그에게 있어 유독 깊고 쓰라린 고통을 안겨준다.그러나 그 8년의 시간에 비해 지금 이 순간이 왜 유독 힘든 것인지 그로서는 알 수 없었다.잔잔했던 고승겸의 얼굴에 일순 파란이 일어났고 그는 핸드폰을 들고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끊임없이 내리는 눈보라는 더욱 거세졌고 밤도 점점 칠흑의 어둠으로 빠져들었다.그러나 남연풍은 불도 켜지지 않은 서재를 뚫어져라 바라본 채 그대로 서 있었다.그때 그녀는 삐걱거리는 발자국 소리를 들었고 집사가 우산을 쓰고 눈보라를 맞으며 그녀 곁으로 다가오는 것을 보았다.집사는 남연풍에게 우산을 씌워 주었다.“연풍 아가씨, 눈이 많이 와요. 일단은 돌아가시는 게 좋겠어요.”집사가 안타까운 마음으로 타일렀다.남연풍은 머리를 살래살래 흔들었고 그녀의 머리칼을 뒤덮은 눈이 소리 없이 떨어졌다.“괜찮아요. 그냥 여기 좀 더 있고 싶어서 그래요. 에취!”말을 마치기가 무섭게 남연풍은 참지 못하고 재채기를 했다.그러자 차가운 기운이 더욱 피부에 스며들어 오싹한 느낌이 들었다.그녀는 얼굴을 찡그렸고 갑자기 숨결이 가빠지고 볼이 뜨거워지는 것 같았다.집사는 이를 보고도 남연풍을 말리지 못했고 결국 손에 들고 있던 우산을 건네주는 것 외에 아무것도 해 줄 수 없었다.그러나 남연풍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집사의 호의를 완곡히 거절했다.“아저씨, 먼저 들어가세요. 저도 곧 갈게요.”남연풍은 속삭이듯 말했고 쓸쓸한 시선을 서재에서 거두었다.몇 년 전에는 그녀도 이 집안의 일원이었다.시중들이 모두 그녀를 존경하며 ‘아가씨'라고 부르며 대우해 주었다.여지경도 똑똑하고 일을 빨리 배우는 남연풍을 마음에 들어 했고 나중에는 고승겸과 함께 미래를 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남연풍도 그런 시간이 계속될 줄 알았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이 그해 그날 끝나버렸다.고승겸은 다시 창가로 돌아섰고 캄캄한 서재에서 시선을 거두어 돌아선 남연풍에게 눈길을 주었다.마당 가로등 불빛이 환해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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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68장

”...”경호원은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그도 남연풍을 어찌해야 할지 몰라 당황하는 눈치였다.집사는 즉시 경호원에게 손짓했다.“날 따라와. 위층으로. 연풍 아가씨가 쓰던 방으로 가자고.”경호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집사의 손짓에 따라 남연풍을 안고 위층으로 올라가려고 했다.“거기 서.”고승겸이 차가운 목소리로 막아섰다.“누가 당신 주인인지 헷갈리는 모양이지? 그렇게 헷갈리면 당장 나가.”“...”“...”경호원과 집사가 동시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당장 남연풍을 내려놓지 않으면 직장을 잃을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경호원이 그제야 소파 옆으로 다가가 남연풍을 소파에 눕히려고 했다.그러나 갑자기 고승겸이 경호원의 옆으로 걸어왔다.“겸 도련님, 이 여자를 여기 내려놓겠습니다.”키가 190센티미터에 육박하는 덩치 큰 경호원도 고승겸 앞에서는 전전긍긍하는 모습을 보였다.고승겸은 아무 말없이 경호원을 싸늘하게 흘겨보더니 이내 두 팔을 벌려 경호원의 품에 안긴 남연풍을 끌어안은 뒤 곧바로 위층으로 올라갔다.경호원과 집사는 고승겸의 이런 행동이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듯 서로의 얼굴을 멀뚱멀뚱 쳐다보았다.고승겸은 남연풍을 안고 그녀의 침실로 데려왔다.침대는 푹신했고 산뜻한 햇볕 냄새가 났다. 시중들이 계속 관리를 하고 있다는 증거였다.집사의 지시에 따라 시중들이 방으로 들어와 차가운 표정을 짓고 있는 고승겸을 한 번 힐끔 보고는 바로 남연풍의 외투와 치마를 모두 벗기고 속옷과 팬티만 남겨 놓았다.이 정도의 노출은 고승겸의 눈에는 그리 특별할 것도 없는 평범한 정도였다.오히려 고승겸의 그런 모습을 보며 시중들이 얼굴을 붉혔다.곧이어 닥터 육이 도착했고 남연풍의 몸을 여기저기 검사했다.남연풍의 몸에는 별다른 이상은 없고 다만 추위에 오래 노출되어 지금 열이 좀 난다고 의사는 말했다.의사가 떠난 후 고승겸은 시중을 시켜 생강차를 끓이도록 했다.그는 잠든 남연풍을 보고 책상으로 돌아와 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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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69장

그때.또 그때 일을...남연풍의 심장이 칼로 도려낸 듯 쓰라렸다.“남연풍, 지금 내가 당신을 얼마나 미워하는지 알아!”고승겸이 이를 악물며 내뱉은 말에 억눌린 감정이 알알이 박혀 있었다.남연풍은 눈썹에 힘이 꽉 들어간 채 밀려오는 그때의 아픔을 참지 못하고 괴로운 심정을 드러내었다.하지만 그녀는 이 아픔이 얼마나 충격이었던지 지난 몇 년 동안 그 어떤 것도 고통스럽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다.가장 마음이 쓰라린 것은 부모에게 미움을 받고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미움을 받는 것이다.“남연풍, 경고해 두겠어. 그때 당신이 떠날 때는 마음대로 떠났지만 제 발로 감히 다시 날 찾아왔으니 나한테 시달릴 각오 단단히 하는 게 좋을 거야.”좀처럼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고승겸의 얼굴에 갑자기 분노의 빛이 드리워졌다.그는 반항할 능력이 없는 남연풍을 침대 모서리로 몰아붙였고 남연풍은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몸을 숙이고 가만히 있었다.남연풍은 넋이 나간 듯 멍해졌다. 그의 말에 아픔이 느껴지면서도 한편으론 기쁨이 느껴졌다.이 모든 상황이 그녀에겐 꿈결처럼 느껴졌고 꿈속에서 남자의 또렷하고 냉혹한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당신은 말로만 나를 가장 사랑한다고 하면서 애틋하게 대했던 거 아니야? 지금 이대로가 당신이 가장 원하는 결과잖아?”그의 낮은 목소리에 조롱하고 경멸하는 빛이 묻어났지만 남연풍은 그것조차도 기분이 좋았다.설령 그가 지금 그를 조롱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녀는 기꺼이 받아들일 것이다....창밖의 눈보라는 더욱 기세를 더하여 소리 없이 도시의 구석구석을 새하얗게 뒤덮었다.호텔 스위트룸.기모진은 줄곧 침대 곁을 지키며 소만리가 깨어나기를 기다렸다.시약을 투여한 지 벌써 6시간이 다 되어 가지만 소만리는 아직 깨어나지 않았다.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기모진은 남연풍이 건네준 시약을 꺼내들고 발코니로 나가 남사택에게 전화를 걸었다.기모진이 상황을 설명하자 남사택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남연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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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70장

남연풍은 욱신거리는 몸을 이끌고 고승겸의 꽉 눌린 품에서 몰래 빠져나왔다.몸을 일으키자마자 코트 안에 넣어둔 핸드폰이 진동하는 소리가 들려왔다.그녀는 침대 옆에 앉아서 숨을 돌리고 나서야 코트 주머니를 뒤졌다.핸드폰은 여전히 진동하며 환하게 화면을 밝히고 있었다.화면에 뜬 이름을 보고 그녀는 눈썹을 일그러뜨렸다.기모진의 전화를 받을까 말까 고민하고 있는데 갑자기 차가운 손이 그녀의 손목을 꽉 조이는 느낌이 들었다.등 뒤에서는 차가운 기운이 어깨를 타고 엄습해 오고 있었다.“역시 당신은 기모진을 사랑하게 되었군. 지금도 그의 전화를 받을 생각을 하고 있는 걸 보니 말이야.”고승겸의 싸늘한 목소리가 강한 불만을 품은 채 남연풍의 귓가를 파고들었다.그녀가 뭐라고 설명하기도 전에 고승겸은 핸드폰을 빼앗아 벽에다 대고 세게 던져 버렸다.핸드폰은 곧바로 진동을 멈추었고 화면도 산산조각이 났다.부서진 핸드폰을 멍하니 넋을 잃은 채 바라보고 있자니 끝없는 쓸쓸함이 남연풍의 세포 하나하나를 덮쳐 온몸을 오싹하게 만들었다.고승겸은 몸을 일으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셔츠를 걸치고 벗었던 옷을 하나씩 입기 시작했다.마치 조금 전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그는 여전히 여느 때와 같이 우아하고 기품 있는 자태를 뽐냈다.그는 평소와는 달리 아주 의미심장한 눈초리로 남연풍을 노려보았다.“가련한 척하지 마. 예전에도 날 그런 눈으로 꼬셨잖아, 그렇지? 흥.”고승겸은 끝없이 비아냥거리며 경멸에 가득 찬 웃음을 터뜨렸다.그리고 그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홀연히 돌아섰다.남연풍은 벽에 부딪혀 깨진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예상했던 대로 핸드폰은 부서져 켜지지 않았고 화면에는 깨진 자국이 거미줄처럼 얽히고설켜 있었다.하지만 핸드폰에는 중요한 자료들이 많아서 그녀는 우선 핸드폰을 보관해 두었다.무겁고 욱신한 몸을 이끌고 일어선 남연풍은 화장실에 들어가 샤워를 하려다 뒤돌아보니 책상 위에 던져진 액자가 보였다.그녀가 다가가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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