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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황제가 사랑한 여인: Chapter 1611 - Chapter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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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1장

남사택은 고승겸이라는 사람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고 본 적도 없었다.하지만 기모진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적개심만으로도 고승겸이 어떤 사람인지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선생님, 실례지만 누구십니까? 왜 우리 집에 무단으로 들어오는 거죠?”남사택은 예의 바른 자세를 유지하며 침착하게 물었다.고승겸은 소맷자락을 살살 매만지다가 입꼬리를 살짝 치켜올리며 신사처럼 나긋나긋하게 입을 열었다.“죄송하지만 전 여기 제 아내를 데리러 왔어요. 조금 전에 제 아내가 여기 들어가는 걸 봤거든요. 아마도 지금 초요라고 하는 분과 함께 있는 것 같은데요.”고승겸의 말을 듣고 남사택은 낯빛이 변하였고 기모진의 눈에는 이미 한기가 몰아치고 있었다.“고승겸, 당신 소만리의 몸에 위치추적기를 달았어?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당신이 소만리가 여기에 있는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 수가 있어?”고승겸은 눈을 치켜뜨고 분노에 사로잡힌 기모진의 눈을 마주 보았다.고승겸의 눈에는 여전히 알 수 없는 어두운 미소가 드리워져 있었다.“당신 같은 사람이 영문도 없이 내 아내를 끌고 가는 일이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런 결정을 내리게 된 거야. 내 아내 소만리의 신변을 보호하기 위해서.”고승겸의 대답은 스스로 자신이 실제로 그렇게 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었다.기모진은 차가운 눈빛을 번쩍이며 얇은 입술 사이로 서늘한 기운과 함께 이 세 글자를 토해냈다.“고승겸.”“왜?”고승겸은 짐짓 여유로워 보이는 태도로 남사택을 바라보았다.“만약 당신이 초요에게서 내 아내를 데려올 수 없다면 내가 지금 직접 올라가서 내 아내를 데려올 거예요.”“...”남사택은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고승겸은 남사택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계단을 올라가려고 발걸음을 옮겼다.기모진은 지금 초요가 소만리에게 걸려 있는 최면을 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절대 고승겸이 올라가서 그 일을 방해하게 해서는 안 될 일이었다.최면술이 아니더라도 기모진은 고승겸이 자신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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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2장

기모진은 고승겸의 팔을 꽉 잡았다.기모진은 리클라이너 의자에 누워 조용히 잠들어 있는 소만리를 보고 초요에게 시선을 옮겼다.초요는 천천히 일어나 다소 걱정스러운 표정을 하고 있는 기모진의 시선을 마주쳤다.그녀가 고개를 살래살래 흔들었고 그녀의 눈에 보이는 실패의 기운은 기모진을 더욱 절망스럽게 했다.정말 고승겸의 최면은 풀 수 없는 거야?설마 소만리는 계속 이런 상태로 고승겸한테 세뇌당한 채 감정 통제를 받으며 살아야 한다는 말인가?초요의 얼굴빛이 변하는 것을 본 고승겸은 상당히 만족스러운 듯 입을 열었다.“기모진, 당신이 가장 사랑하는 여자가 이렇게 잠든 채로 계속 살아도 좋다고 생각한다면 날 계속 막아도 좋아.”고승겸은 이 말을 마치고 눈을 들어 자신의 팔을 잡고 있는 기모진을 바라보았다.“나만이 그녀의 최면을 풀 수 있고 또 나만이 그녀를 회복시킬 수 있어. 이제 알겠어?”그의 말을 들은 기모진은 눈썹을 잔뜩 찌푸렸다.기모진은 어쩔 수 없이 잡고 있던 고승겸의 팔을 놓아야 했다.고승겸은 만면에 승리의 미소를 지으며 소만리 곁으로 걸어갔다.초요는 자신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오는 남자를 바라보았다.고승겸을 바라보는 초요의 눈에는 약간의 경외감마저 느껴졌다.소만리의 곁에 다가온 고승겸은 그제야 주머니에서 수정구를 꺼내 들고 소만리의 눈앞에 가져가 다정하고 부드러운 말투로 입을 열었다.“소만리, 지금 당신 앞에 수정구가 보일 거야.”초요와 기모진은 한쪽 편에 서서 고승겸이 잠든 소만리에게 말하는 것을 보고 있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소만리는 천천히 눈을 떴다.잠에서 깨어난 순간 그녀의 눈은 갓난아기처럼 순수해 보였다.그러다 잠시 멍한 표정을 짓던 소만리는 이내 고승겸과 시선을 마주쳤고 몇 초 만에 그녀의 눈빛이 달라지기 시작했다.그녀는 주위를 둘러보다가 기모진을 본 후 갑자기 저항하는 눈길로 기모진을 다시 한번 힐끗 보고는 일어나 고승겸의 곁으로 다가갔다.“승겸, 저 사람이 날 계속 괴롭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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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3장

”그 사람이야.”초요가 창가로 다가갔다.창밖에는 어둠이 깔려 그녀는 고승겸의 얼굴을 자세히는 볼 수 없었지만 대략적인 윤곽은 볼 수 있었다.“초요, 고승겸을 알아?”기모진이 의아한 표정으로 초요에게 다가가 물었다.“고승겸?”초요는 그의 이름을 되뇌이며 걱정과 불안으로 가득한 눈빛으로 말했다.“역시 그 사람이었어.”“정말 고승겸을 알아?”“난 그 사람을 알지만 그 사람이 날 아는지는 잘 모르겠어요.”초요는 이국땅에서 최면술을 배우던 시절을 떠올렸다.“내가 산비아에서 최면술을 배우던 해에 고승겸이 일주일에 한 번씩 와서 수업을 해 주었어요.”이 말을 듣고 기모진은 매우 놀랐다.초요는 창밖에서 점점 멀어지는 차를 보고 돌아서서 방으로 돌아왔다.“우리는 모두 고 교수님이라고 불렸어요. 산비아 칼리지에서 매우 인기가 있었죠. 그는 뛰어난 외모와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월등한 재능, 그리고 심리학적 최면술에 아주 능통했을 뿐만 아니라 가정환경도 어마어마했거든요.”여기까지는 기모진도 아무런 의구심이 들지 않았다.고승겸의 신분 배경에 대해서는 기모진도 어느 정도 조사를 했던 터였다.산비아는 서유럽에 위치한 작은 나라로 많은 유럽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입헌군주제의 전통이 있는 나라였다.고승겸은 황실 구성원 중 한 명으로 자작의 직함을 갖고 있다.하지만 이 모든 것을 차치하고라도 고승겸이 왜 소만리에게 최면을 거는 것인지 목적이 무엇인지 기모진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고승겸의 최면술은 대단했어요. 당시 칼리지에 있을 때는 아무도 그의 최면술을 풀지 못했어요. 그는 심리학에 대한 조예도 깊었어요.”초요는 자신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그런 사람을 어떻게 건드릴 수 있겠어요?”그렇다. 어떻게 이런 사람을 건드릴 수 있을까.기모진은 안타까운 듯 한숨을 내쉬었고 얼마 전 있었던 일을 초요에게 말했다.초요도 점차 그동안의 상황을 이해하게 되었다.“고승겸이 소만리 언니를 구해준 사람이었군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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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4장

사실 오랫동안 초요의 마음속 가장 깊은 곳에 살고 있는 남자가 기묵비라는 사실을 남사택도 잘 알고 있었다.설령 그가 그녀를 만신창이로 만들더라도.설령 그가 무자비한 총구를 그녀의 심장에 겨누더라도.진정한 사랑이란 이렇게 말로는 도저히 설명이 되지 않는 법이다.이해관계를 따지지 않고 내가 준 사랑에 대한 보상 따위는 더더욱 따지지도 않는다.“돌아가지 않기로 마음먹은 이상 그의 인생이 여기서 끝날 운명이라면 그냥 그렇게 보내.”기모진은 초요에게 다가가 말했다.“그렇지만 공식적으로 그에게 작별을 고하는 게 좋겠어. 그리고 적어도 두 아이의 존재는 알리는 게 좋을 걸 같아.”이 말을 한 후 기모진은 돌아섰다.초요는 정신을 잃은 채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그녀는 눈을 들어 어둠이 깔린 차가운 창밖 풍경을 바라보았다.칠흑같이 짙은 어둠이 그녀의 심장을 심연으로 끌어당기는 것 같았다....고승겸은 소만리를 데리고 곧바로 집으로 돌아온 후 한층 더 강한 최면을 걸었다.소만리는 하룻밤을 꼼짝도 하지 않고 푹 잠이 들었다.다음날 깨어나 보니 역시나 소만리의 상태는 고승겸의 최면이 한층 더 깊어진 것처럼 보였다.그녀는 일어나자마자 부엌으로 가서 직접 고승겸의 아침밥을 지어주었다.만족스러운 식사를 마친 고승겸은 잠시 소만리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상하듯 살피며 입가에 더욱 깊어진 미소를 지었다.아무도 자신의 최면술에 대항할 수 없었다.이때 고승겸의 어머니 여지경이 발걸음을 재촉하며 황급히 들어섰다.“승겸아.”“무슨 일로 그리 급하게 들어오세요?”고승겸이 느긋한 자태로 말했다.여지경은 식탁에 앉아 식사를 하고 있는 소만리를 흘겨보며 짐짓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네 아빠가 너더러 한 번 들어오라고 하네. 가능하다면 네 미래의 자작부인이 될 사람을 데리고 오라는구나.”고승겸은 여전히 여유로운 모습으로 말했다.“급하게 날 부르시는 이유가 뭐예요? 무슨 일 있어요?”“무슨 일인지 알고 싶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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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5장

소만리가 막 기내에 발을 들여놓으려던 순간 어디선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를 듣게 되었다.“소만리!”기모진의 다급한 목소리가 계속 들려왔다.“소만리, 그 사람 따라가지 마!”고승겸은 옆에서 걷고 있던 소만리를 바라보다가 곁눈으로 뒤따라오는 기모진을 흘끔 쳐다보았다.“쓸데없는 사람에게 신경 쓰지 말고 우리 어서 가자.”그는 발걸음을 재촉하며 소만리에게 말했다.소만리는 뒤돌아 기모진을 보고 싶었지만 고승겸의 말을 듣고는 바로 그와 함께 기내에 들어가는 길을 선택했다.기모진은 소만리가 고개도 돌리지 않고 고승겸을 따라가는 모습을 보고 순간 온몸에 힘이 빠졌다.그러나 여기서 포기할 기모진이 아니다.그는 성큼성큼 끝까지 쫓아갔고 소만리를 따라잡으려는 순간 기내로 들어가는 문이 ‘쾅'하고 굳게 닫혀 버렸다.두터운 문이 단숨에 그와 그녀의 세계를 갈라놓았다.“소만리!”기모진은 다시 소만리를 불러 보았다.그는 소만리가 자신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지 어떨지 알 수 없었다.소만리가 지금 들었다 하더라도 돌아보지 않을 것임을 그도 잘 알고 있었다.기모진은 어쩔 수 없이 눈앞에서 소만리가 탄 비행기가 하늘로 이륙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이 순간 그가 유일하게 안심할 수 있는 한 가지는 고승겸이 소만리에게 아무 짓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고승겸은 자신의 목적이 분명히 있는 것 같았다.그의 목적은 소만리가 아니었으니 그녀를 건드리지는 않을 것이다.그렇다고 기모진이 완전히 마음을 내려놓을 수는 없었다.그의 소만리였다. 그는 반드시 그녀를 자신의 손으로 직접 집으로 데리고 와야 했다.기묵비의 사건은 굉장히 특수한 경우여서 형을 선고받는 시기가 앞당겨졌다.기묵비가 연루된 죄목이 너무 무거워서 1심 재판이 열린 지 오래 지나지 않아 예상대로 그는 사형선고를 받았다.텅 빈 방청석을 보며 그는 모든 죄를 인정하고 항소를 포기했다.지금 이 순간 그는 오히려 모든 것이 홀가분하게 느껴졌다.이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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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6장

“응, 그 잘생긴 아저씨 맞아. 엄마가 지금 그 잘생긴 아저씨 만나려고 여기 왔어.”“왜 그 아저씨를 만나?”아이는 여전히 어리둥절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초요는 미소를 지었지만 어느새 자신도 모르게 멍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그렇다. 왜 그를 만나러 왔을까?그가 아쉬움을 안고 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여기까지 생각하니 초요의 마음이 갑자기 바늘에 찔린 듯 움찔거렸다.잊고 있었던 아픔들이 순식간에 밀려와 그녀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다.기묵비는 누군가 그를 찾아왔다는 말을 듣고 기모진인 줄 알고 그에게 한 마디 전해줄 마음으로 면회실로 향했다.그런데 면회실로 온 기묵비는 눈앞에 있는 사람을 보고도 믿을 수가 없었다.“초요?”그는 한참을 의아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초요는 만면에 기쁨이 가득한 남자를 담담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그녀의 눈동자에 비친 그는 많이 초췌해 보였다.그 아름다운 검은 눈동자 속에는 붉은 핏빛이 여기저기 잘려 나간 실밥처럼 드리워져 있었다.그러나 그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웃고 있었다.보아하니 정신 상태도 그런대로 괜찮은 듯 보였다.한참을 바라본 후에야 초요는 자신의 마음을 수습하고 시선을 피하지 않고 담담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사형 집행이 임박했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비록 옛일은 기억나지 않지만 당신과 예전에 돈독한 관계였다고 해서 옛정을 생각해서 작별 인사를 하러 왔어요.”기묵비는 맞은편에 앉아 있는 초요를 똑바로 쳐다보았다.비록 그녀의 말이 아직도 가슴 시리게 들렸지만 그녀를 이렇게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는 이제 더 바랄 게 없었다.“그랬군.”기묵비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내가 사람을 시켜 당신을 쏘게 했다는 것을 알고도 죄 많은 죄인을 보러 와 줘서 고마워.”초요는 이 말을 듣고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나한테 미안해할 것 없어요. 당신은 날 사랑하지 않은 거예요.”이 말을 듣자 기묵비의 어두운 눈동자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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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7장

기묵비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조용히 초요의 뒷모습을 바라볼 뿐이었다.그리고 그녀의 몸은 눈물로 가득한 그의 눈에서 흐릿한 윤곽만이 춤추듯 흔들리고 있었다.초요.사실 당신 다 기억하고 있을 거야.당신이 방금 그 말을 했을 때 말이야.그걸로도 충분해.우리의 인연은 이쯤에서 모른 척 덮어두고 여기서 작별 인사를 나누는 게 좋겠어.남사택이 당신한테 잘해주지?적어도 나보다는 잘해줄 거야.기묵비는 눈을 내리깔고 스스로 자조 섞인 웃음을 지었다.손을 뻗으면 행복이 손에 닿을 수 있었는데 그 행복을 못 알아보고 밀어내고 말았다.그런데 자책감 속에서 허우적대던 기묵비의 귓가에 초요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기묵비, 우리 후회하기엔 이미 늦었어.”후회하기엔 이미 늦었다.기묵비는 지금까지 이 말이 이렇게 아프게 느껴진 적이 없었다.그는 그녀의 모습을 아련하게 바라보았고 안타까운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그래, 후회해도 소용없지.”그렇다. 후회해도 소용없는 일이다.그는 항소하지 않는 길을 선택했다. 이제 그를 기다리는 일은 사형 집행뿐이고 다른 가능성은 결코 없는 것이다.기묵비의 대답을 듣고 초요는 잠시 동안 그 자리에 얼어붙은 듯 멍하니 서 있었다.옆에 있던 딸이 손을 흔들며 말하는 소리를 듣고서야 초요는 정신을 가다듬었다.“엄마, 잘생긴 아저씨가 또 울어. 우는 모습이 서일이랑 비슷해.”이 말을 들은 기묵비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자신도 모르게 저절로 사내아이에게 눈길이 쏠렸다.눈물로 얼룩진 그의 시선에 눈매가 곱고 작은 얼굴의 사내아이가 들어왔다.기묵비는 이전에 이 아이를 보았을 때는 강한 인상을 받지 못했지만 지금 이 순간 왠지 모르게 이 아이의 눈매가 매우 익숙하게 느껴졌다.초요는 뒤에서 기묵비의 뜨거운 시선을 의식한 듯 기묵비가 뭔가를 눈치채기 못하도록 얼른 딸의 손을 잡아당기며 말했다.“서윤아, 어서 서일이 손잡아.”“응.”귀여운 아이는 초요의 말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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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8장

기묵비는 결국 모든 진실을 파악할 수 있었다.초요는 그에게 등을 돌린 채 여전히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너무 많이 생각하셨네요. 이 아이들은 나와 사택의 아이들이에요. 내가 어떻게 날 죽이려고 한 남자의 아이를 낳고 키울 수 있겠어요?”“...”“영원히 그런 일은 없어요.”초요는 쇄기를 박듯 결단력 있게 이 말을 남기고 두 아이를 데리고 면회실 문으로 향했다.기묵비는 한순간에 모든 힘이 다 빠져나간 듯 온몸이 녹초가 되어 버렸다.초요는 두 아이의 손을 잡고 정신없이 문을 나와 발걸음을 재촉했다.기묵비가 더 이상 쫓아올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녀의 발걸음은 멈출 수가 없었다.1초만 더 지체해도 그에게 모든 진실을 다 들켜버릴 것 같았다.하지만 어쩌면 그는 이미 모든 것을 다 간파했을지도 모른다.“아휴.”옆에서 아들이 갑자기 힘들어하는 숨소리를 내쉬었다.그제야 초요는 발걸음을 뚝 멈추었고 자신이 너무 급하게 아이들을 끌고 걸어와서 아들이 힘들어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초요는 즉시 몸을 숙이고 아이에게 사과하며 아이의 마음을 위로해 주었다.“미안해, 서일아. 엄마가 잘못했어. 엄마가 그렇게 빨리 가지 말았어야 했어. 미안해. 미안해...”초요는 연거푸 사과하면서 횡설수설했다.아들의 순진무구한 얼굴을 보고 있으면서도 왜 그렇게 울고 싶은 충동이 가슴속에서 솟구치는지 그녀 자신도 알 수 없었다.두 아이는 초요의 눈가에 흐르는 눈물을 보고 어리둥절한 시선을 주고받고는 약속이나 한 듯 손을 들어 초요의 눈물을 닦아주었다.두 아이가 자신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것처럼 느껴져서 초요의 감정이 순간 복받쳐 올랐다.그녀는 면회실 쪽을 힐끗 쳐다보았다. 가슴이 더욱더 미어졌다.기묵비.알고 보니 당신과 나의 인연은 아직 끝이 나지 않은 것 같군요.그렇지만 정말 다음 생이 있다 하더라도 난 여전히 우리가 다시 만나지 않길 바래요.그녀는 마음속으로 묵묵히 생각하며 눈물로 범벅이 된 눈가를 닦았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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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9장

기모진에게는 눈앞에 나타난 여인이 낯설었지만 안나에게는 기모진의 얼굴이 익숙했다.“당신이 기모진이죠. 난 당신 잘 알아요.”안나는 관리를 잘 받은 예쁘장한 얼굴을 빳빳하게 들며 스스로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었다.“안녕하세요. 내 이름은 안나예요. 난 당신이 소만리를 찾고 있다는 걸 알아요. 그 일을 내가 도와줄 수 있을 것 같은데요.”안나가 거침없이 자신의 목적을 완전히 꿰뚫어보고 말하는 것을 보고 기모진은 마음속에 의심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누구세요? 내가 여기 와서 뭘 하려는지 어떻게 알아요? 그리고 당신이 날 도와준다는 말을 내가 무슨 근거로 믿을 수 있겠어요?”기모진이 되물었다.안나는 기모진의 말을 듣고 더욱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좀 들어가서 말해도 될까요? 여기 서서 얘기하기엔 좀 불편할 것 같은데요.”이 말이 떨어졌을 때 마침 다른 투숙객이 호텔 복도를 지나가고 있었다.기모진은 재빨리 자신에게 어떤 게 득일지 실일지 따져보았고 이내 방문을 활짝 열었다.“들어오세요.”안나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기모진을 따라 방 안으로 들어갔다.방안으로 들어온 후 그녀는 빙빙 돌리지 않고 바로 얘기를 꺼냈다.“고승겸은 어릴 적부터 알고 지내던 오빠예요. 크면 당연히 그와 결혼할 거라고 오랫동안 그를 기다렸는데 알고 보니 그 사람은 나에 대해서 한 번도 남녀 간의 감정을 느껴본 적이 없대요. 심지어 그 사람은 날 싫어하기까지 해요.”“내가 그 사람을 얼마나 오래 기다렸는데. 결국 갑자기 그 사람은 다른 여자와 결혼하겠다고 하잖아요. 그러니 내가 기분이 좋을 리가 있겠어요?”안나는 말을 마치며 기모진의 깊은 눈동자에 시선을 던졌다.“알죠. 당신 기분이 어떻다는 걸.”기모진이 눈을 가늘게 뜨며 말을 이었다.“당신은 내가 하려는 일을 잘 아는 것 같군요.”“그럼요. 잘 알죠. 예전에 어떤 여자가 당신 아내와 똑같이 얼굴로 성형하고 사칭하려던 일도 알고 있어요.”안나는 여유롭고 침착한 모습을 보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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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0장

안나는 호텔을 나온 뒤 곧장 고승겸의 집으로 갔다.서재.한가롭게 찻잔을 기울이고 있던 고승겸은 안나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도 전혀 놀라지 않았다.바로 앞에 꼼짝도 하지 않는 남자를 보며 안나는 약간 조급한 기색을 띤 채 그에게 다가갔다.“겸이 오빠. 다 끝내고 왔어. 기모진은 내일 제시간에 파티에 나타날 거야.”고승겸은 가늘고 긴 손가락을 들어 앞에 놓인 책을 아무런 표정 없이 훑어보았다.“기모진이 네 말을 믿는다는 거 정말 확실한 거지?”안나는 확신에 가득 찬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의 목적은 오로지 소만리를 데리고 가는 것이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방법이 된다고 생각하면 덤빌 거야.”이 말을 듣고 고승겸은 아주 흡족한 듯 책을 덮고 그제야 신비로운 검은 눈동자를 천천히 들어 올렸다.“그래서 내가 널 이 대문을 드나들 수 있게 하는 거야. 아직 이용할 가치가 있거든. 그러니 네 분수를 잘 아는 게 좋을 거야. 그 가치조차 잃어버리지 않도록 하라구.”안나는 얼굴빛이 바뀌었고 조마조마한 눈빛으로 고승겸을 바라보며 다짐하듯 말했다.“겸이 오빠, 다시는 바보 같은 짓 하지 않을 거야. 오빠가 날 좋아하지 않을 거라는 거 잘 알아. 난 그냥 예전처럼 친구로 지내더라도 만족해.”안나가 전전긍긍하며 말을 마치자 마침 누군가 방문을 노크하는 소리가 들렸다.“똑똑똑.”“승겸, 나야.”소만리의 부드럽고 사랑스러운 목소리가 입구에서 들려왔다.고승겸은 차갑게 안나를 쳐다보고는 몸을 일으키며 직접 서재 문을 열었다.소만리는 발걸음을 옮기며 책상 옆에 서 있는 안나를 올려다보았다.소만리의 시선을 마주한 안나는 혹여나 소만리가 양이응과 자신이 결탁한 사실을 알아차릴까 봐 당황스러워했다.다행히 소만리는 이 일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눈치였다.“승겸, 나 거의 다 준비됐어. 이따가 아버님 만나러 갈 거지?”고승겸은 시중을 시켜 소만리를 정성껏 꾸미게 했다.예쁘게 꾸민 소만리를 보는 고승겸의 눈에 미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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