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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황제가 사랑한 여인: Chapter 1571 - Chapter 15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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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71장

소만리는 여지경에게 대답할 겨를도 없이 여지경의 손을 힘껏 잡고 사람이 많은 곳으로 달려갔다.“빨리 뛰세요!”“뭘 뛰어!”여지경은 줄곧 고귀하고 우아한 귀부인의 이미지에 어울리는 행동만 했을 뿐 여태껏 그런 행동의 폭이 큰 동작을 해 본 적이 없었다.그런데 갑자기 소만리가 그녀의 손을 잡아당기니 당연히 여지경의 기분이 언짢았다.“소만리, 도대체 왜 날 끌고 도망치는 거야?”여지경은 소만리의 손에서 벗어나려다가 검은 옷과 마스크를 한 두 남자가 옆을 스쳐 지나가는 것을 보고는 말을 삼켰다.두 남자는 매우 험상궂어 보였다.그제야 여지경은 소만리가 왜 자신을 끌고 도망가려는지 알게 되었다.“너희들은 누구야? 왜 우리 길을 막고 있어?”여지경은 심각한 표정으로 앞에 서 있는 두 남자에게 물었다.그러나 두 남자는 여지경의 묻는 말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서로를 쳐다보았고 그중 한 명은 여지경을 가리키며 경고했다.“당신과는 상관없어. 당신은 그냥 잠자코 있는 게 좋을 거야. 안 그러면 당신까지 잡아갈 수 있어!”이 말을 듣고 소만리는 두 남자가 자신을 잡으러 온 것임을 알게 되었다.여지경도 두 남자가 말하는 의미를 알아들었지만 가만히 두고 보지 않았다.“백주대낮에 감히 사람을 납치할 생각이야?”“그래. 납치하러 왔어.”남자는 음침한 대답을 내뱉으며 시선을 소만리에게 고정시켰다.여지경은 핸드폰을 꺼내 고승겸에게 연락을 하려고 했지만 남자가 핸드폰을 사정없이 바닥에 떨어뜨렸다.여지경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도대체 당신들 누구야? 왜 우리 며느리를 잡아가려는 거야? 원하는 게 돈이야?”“돈이라면 오히려 쉬웠지. 이건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야.”남자는 뚫어져라 소만리를 쳐다보았다.“순순히 우리랑 함께 가는 게 좋을 거야. 안 그러면 너희 둘 다 무사하지 못할 거야.”소만리는 주위를 슬쩍 둘러보았다. 지금은 도망치고 싶어도 퇴로가 없었다.“그래, 내가 순순히 너희를 따라갈 테니 이 분은 난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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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72장

낯선 풍경을 지나 소만리는 버려진 부둣가로 끌려왔다.부두 옆에는 낡고 작은 집이 있었고 두 남자는 소만리의 두 손을 묶고 그녀를 작은 방에 가두어 버렸다.소만리는 스스로 그곳을 벗어나 보려고 이런저런 시도를 해 보았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시간은 속절없이 흘러 저녁노을이 지기 시작했다.그때 소만리는 작은 집 밖에서 그녀에게 다가오는 발자국 소리를 들었다.이윽고 낡은 나무문을 밀고 들어오는 사람을 보고 소만리는 오히려 담담해졌다.“사실 나도 너일 줄 알았어.”소만리는 마주 오는 여자를 바라보며 말했다.“양이응, 내가 일찌감치 말했지. 모진은 너한테 속지 않을 거라고. 이미 그는 누가 그의 아내인지 잘 알고 있어.”양이응은 침착한 태도로 말하는 소만리를 증오한 가득 찬 눈으로 노려보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털어놓으며 소만리를 향해 마음껏 화를 내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득의양양한 미소를 입가에 지으며 양이응이 입을 열었다.“소만리, 넌 죽을 때까지 이렇게 억지를 부리는군.”양이응이 한껏 비꼬는 말투로 말했다.“오늘 여기까지 왔으니 이제 돌아갈 생각은 꿈에도 하지 마.”“그래? 날 죽이려고?”소만리는 여전히 얼굴빛 하나 바꾸지 않았고 미소까지 지어 보이며 말했다.계속 침착한 척하려 했던 양이응은 결국 소만리의 이런 냉정한 모습에 마음을 가라앉힐 수가 없었다.그녀는 성큼성큼 걸어가서 손을 내밀어 두 손에 묶인 채 저항할 수 없는 소만리의 목을 조르고 질투와 분노로 가득 찬 눈으로 소만리의 갈색 눈동자를 매섭게 노려보았다.“그래, 죽여버릴 거야!”양이응은 입꼬리를 한 번 찡그리며 소만리에게 측은한 표정을 지으며 차가운 미소를 날렸다.“좀 있으면 널 묶고 바다에 던져 버릴 거야. 그러면 넌 물고기 밥이 될 테고. 네가 아무리 수영을 잘 한다고 해도 어쩔 거야? 넌 절대 살아서 뭍으로 나올 수가 없어!”“소만리, 어때? 경도 제일가는 규수? 허, 소만리. 네가 죽으면 난 네 얼굴로 명실상부 이 세상에 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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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73장

양이응은 손에 더욱더 힘을 주었고 소만리는 순간 정말로 숨이 막힐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하지만 이미 한 번 저세상 문턱까지 갔다 온 소만리가 아닌가!이렇게 또 누군가에게 유린당할 그녀가 아니었다.소만리는 다리를 들어 양이응의 배를 거세게 걷어찼다.“악!”양이응이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소만리의 발길에 그대로 차여 바닥에 나뒹굴었다.“콜록콜록.”소만리는 숨을 거세게 몰아쉬며 거친 숨소리로 기침을 연발했다.두 손이 묶여 있어 움직이기 불편했지만 그녀는 멈추지 않고 문쪽으로 달려갔다.지금 양이응의 상태는 이성을 잃은 미치광이 딱 그 모습이었다.양이응은 정말 눈에 뵈는 게 없어 보였고 살인이라도 저지를 사람으로 보였다.그러나 소만리도 가만히 앉아서 당하고만 있을 수 없었다.그녀는 낡은 집을 뛰쳐나왔고 바닷바람이 싸늘하게 불어왔다.습하고 차가운 겨울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고 소만리의 뼛속까지 그 서늘한 기운이 전해지는 것 같았다.소만리는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앞으로 달려갔다.찬바람이 앞에서 쉴 새 없이 그녀를 향해 몰아쳤다.소만리는 마스크도 쓰고 있었고 아까 양이응에게 심하게 목이 졸린 탓인지 달릴수록 숨이 막히는 것 같았다.하지만 지금이 도망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다행히 두 남자가 소만리의 다리까지는 묶지 않아서 적어도 그녀는 지금 도망이라도 칠 수 있었다.한참을 달린 후 소만리는 양이응이 쫓아오는 기색이 없자 잠시 멈추고 쉬려고 했지만 불과 몇 초 만에 그녀는 그녀의 뒤를 바짝 뒤쫓는 발자국 소리를 들었다.그녀는 양이응인 줄 알고 다시 뛰기 시작했지만 고개를 돌리기도 전에 뭔가 둔탁한 것이 그녀의 목덜미를 가격하는 듯한 통증을 느꼈다.소만리는 눈앞이 갑자기 캄캄해져 진흙투성이의 땅바닥에 힘없이 쓰러졌다.“콰당탕.”안나는 손에 든 각목을 바닥에 아무렇게나 내동댕이쳤고 그제야 뒤쫓아오는 양이응을 바라보며 건방진 눈빛으로 말했다.“오호, 이 여자가 진짜 소만리였구나. 넌 가짜였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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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74장

그린 것 같은 아름다운 소만리의 눈썹을 바라보며 양이응은 음흉한 미소를 흘렸고 이윽고 힘껏 소만리를 물속으로 밀어 넣었다.안나는 멀찍이 서서 이 광경을 지켜보았다. 당연히 양이응의 행동을 막지는 않았다.양이응이 소만리를 물속에 밀어 넣는 모습을 지켜본 안나는 입가에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살인이라고 하면 너무 끔찍하지만 이건 다른 사람의 손을 빌려 자신이 싫어하는 사람을 제거하는 것일 뿐이었다.양이응은 소만리를 밀어 놓은 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잔잔한 바닷물을 보며 뒤돌아섰고 안나는 이미 그 자리를 떠나고 없었다.소만리가 죽자 양이응은 마음이 너무나 편해졌다.그녀는 경연의 죽음에 대한 복수를 이루었을 뿐만 아니라 이후부터는 진정한 소만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왜냐하면 이 얼굴을 가진 사람은 세상에 그녀 단 한 사람뿐이었기 때문이었다.양이응은 비를 맞으며 기 씨 본가로 돌아왔다.기모진이 집에 없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 스스로 진정한 소만리가 된 듯 어깨를 으쓱거리며 침실로 돌아왔다.그녀는 사워를 한 후 소만리의 옷으로 갈아입고 거울 앞에서 소만리만의 특유의 웃음을 연습하며 방을 나왔다.양이응은 거실에 한가롭게 앉아 차를 마시며 쿠키를 먹기 시작했다.그때 위청재가 방금 유치원에서 기란군과 기여온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왔다.위청재는 거실에 앉아 쿠키를 먹고 있는 양이응을 보고 한눈에 소만리라고만 생각했다.그런데 위청재가 막 입을 열려고 하는 순간 갑자기 기모진이 이틀 전에 한 말과 그날 밤에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위청재는 거실에 들어가지 않고 현관에 서서 기란군과 기여온에게 작은 목소리로 몇 마디 했다.두 꼬마는 위청재의 말을 알아듣고 고개를 끄덕이고는 돌아서서 집 밖으로 다시 나갔다.위청재는 소파에 앉아 차를 마시는 양이응을 보고 그제야 신발을 갈아 신고 걸어왔다.“소만리, 언제 돌아왔어? 네가 요 며칠 동안 일이 있어서 해외 출장을 갔다고 모진이 그러던데.”양이응은 이 말을 듣고 고개를 들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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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75장

위청재의 말에 양이응은 문고리를 움켜쥔 채 그 자리에 굳어 버렸다.그녀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굳게 닫힌 방문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그래서 일부러 위청재가 자신을 이 방에 가두었다고?위청재가 이미 그녀의 정체를 알고 있을까?그럴 리가!위청재는 분명히 아주 멍청해!그전에도 그녀를 지켜줬었다!그런데 이번에는 어떻게 그렇게 똑똑하게 그녀의 정체를 꿰뚫어 볼 수 있단 말인가?“어머니, 무슨 말씀이세요? 저 소만리예요.”양이응은 일부러 애처로운 말투로 소만리인 척 연기를 이어갔다.그러나 문밖에서 위청재의 냉소 섞인 목소리가 들려올 뿐이었다.“너 아직도 연기를 하고 있어? 네가 가짜인 줄도 모르는 그런 멍청이로 날 생각했니?”“...”양이응의 얼굴빛이 갑자기 어두워졌다.자신의 정체가 들통났다고는 정말이지 생각하지 못했다.그녀는 화가 난 듯 발을 들어 문을 힘껏 걷어찼다.“문 열어요! 안 그러면 여기 방 안에 있는 물건들 죄다 부숴버릴 거야!”이 말을 들은 위청재는 완전히 자신의 생각을 확실히 굳혔다.역시 이 여자는 소만리가 아니었다!이런 사악한 여자가 이 집에 오래 머물렀다고 생각하니 위청재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위청재는 매번 이 여자를 옹호했었다.그런 자신의 행동을 생각하니 분노가 끓어올랐지만 그녀는 애써 참았다.양이응이 문을 발로 차고 욕을 해도 위청재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자신이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위청재가 문을 열 의사가 전혀 없자 양이응도 당황하기 시작했다.양이응은 원래 소만리를 제거하기만 하면 자신이 진정한 소만리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고 그 이후에는 기 씨 안주인이 되어 경도 제일의 사모님이 될 줄 알았다.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위청재에게 자신의 정체를 들킬 줄이야!설마 자신의 얼굴이 좀 이상해졌나? 어떻게 위청재가 한눈에 그녀가 가짜인 걸 알았지?양이응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고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유를 알 수 없었다.어쨌거나 지금 그녀는 오로지 도망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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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76장

도우미들은 하나같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양이응은 발바닥에 불이 난 듯 현관을 뛰쳐나왔다.밖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지만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고 쏜살같이 곧장 대문으로 달려갔다.그런데 그녀는 몇 걸음 뛰기도 전에 갑자기 발목에 뭔가 박힌 듯 아파서 그 자리에 주저앉아 넘어졌다.다시 일어나 뛰려고 하는 순간 기모진의 훤칠한 모습이 그녀의 눈앞에 서 있었다.양이응은 깜짝 놀라며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깊은 기모진의 눈동자를 바라보았다.그녀의 눈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기란군, 정말 잘했어.”멀리서 위청재가 기란군을 칭찬하는 소리가 들려왔다.양이응은 발 옆에 있는 장난감 부메랑을 보았다.그제야 기란군이 부메랑을 던져 그녀의 발목에 떨어뜨린 사실을 알게 되었다.그녀는 화가 나서 이를 악물고 일어서려고 몸을 이리저리 뒤척였지만 기모진은 갑자기 머리를 숙이고 손을 뻗어 그녀의 멱살을 잡았다.양이응은 숨이 턱 막혔고 기모진의 매서운 눈초리에서 깊은 공포를 느낄 수 있었다.기모진은 소만리와 거의 똑같은 얼굴로 성형한 그 괴물 같은 얼굴을 마주하자 왠지 모르게 참을 수 없는 혐오감이 밀려왔다.이 참을 수 없는 혐오감은 소만리에 대한 감정에서 비롯된 것이다.사실 그는 당황하고 두려움에 벌벌 떨며 불안해하는 소만리의 얼굴을 보고 싶지 않았다.“양이응, 너 정말 대단하군. 감히 여길 다시 들어오다니!”기모진은 얼음송곳처럼 날카롭게 한 글자 한 글자 내뱉었다.그가 마지막 말을 내뱉을 때는 차마 이 낯짝을 마주 볼 수 없었다.양이응은 놀라 두 눈을 크게 떴지만 비가 들이치는 바람에 제대로 눈을 뜰 수 없었다.게다가 지금 기모진이 멱살을 잡고 있어서 그녀는 제대로 숨조차 쉴 수 없었다.“말해! 왜 여기 다시 돌아온 거야? 어딜 감히 네가?”기모진이 차가운 목소리로 추궁했다.양이응이 숨이 막힌 듯 가쁜 숨을 몰아쉬자 기모진은 차갑게 손을 뿌리치며 그녀를 바닥으로 내동댕이쳤다.양이응은 비에 젖은 땅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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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77장

”뭐라고?”위청재는 크게 놀라 양이응에게 달려들어 옷깃을 움켜쥐었다.“뭐라고? 다시 말해봐! 너 소만리를 어쨌다고!”위청재는 다급하게 양이응을 추궁했다.양이응은 고개를 들어 기모진을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들키면 어때?졌으면 어때?소만리가 그녀의 손에 의해 바닷물로 끌려들어 가는 순간 그녀는 이미 이긴 것이었다!“기모진, 당신 지금 마음이 몹시 혼란스럽고 괴로워 죽겠지?”양이응이 약을 올리며 말했다.“두어 시간 지났으니까 아마 지금쯤 당신이 그토록 사랑하는 여자는 죽었을 거야. 내가 소만리를 바닷물에 밀어 넣었을 때도 이미 의식이 없었거든.”“너 정말 소만리를 바닷물에 밀어 넣었구나!”위청재는 소리치며 말했다.“어떻게 이런 악랄한 여자가 있을 수 있어!”위청재는 화가 나서 손을 들어 양이응의 얼굴에 세차게 뺨을 내리쳤다.양이응은 고통스럽게 소리쳤고 고개를 돌려 표독한 시선으로 위청재를 노려보았다.“헛, 날 때려? 네가 날 때려죽여도 소만리는 살아 돌아오지 못해!”그녀는 위청재에게 모진 말을 하면서 혹한이 가득 서려 있는 기모진의 얼굴을 바라보았다.“소만리, 그 천한 년! 경연한테 가서 속죄나 하라지!”“그 입 다물어!”아까부터 화가 치밀어 오르던 기모진이 드디어 폭발했다.양이응의 말을 듣은 기모진은 그녀에게 소리쳤고 동시에 그녀의 가슴을 짓밟고 목을 졸랐다.매처럼 날카롭고 가시 돋친 그의 눈빛이 두려움에 떠는 양이응의 눈빛을 압도하고 있었다.“소만리가 어디 있는지 어서 말해!”양이응은 입술을 깨물었고 점점 얼굴이 붉어지더니 호흡이 가빠졌다.온몸에서 살기를 뿜어내는 기모진의 모습에 끓어오르는 분노를 느낄 수 있었다.“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마. 내가 지금 당장 경연이 있는 곳으로 보내줄 테니까!”양이응은 자신이 두려울 것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기모진의 이 말과 어둠을 삼킬 듯한 그의 눈빛을 보니 점점 그녀도 두려움을 느끼기 시작했다.그녀는 죽고 싶지 않았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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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78장

기모진은 소만리가 사실은 이미 뭍에 올라왔을 거라는 환상 아닌 믿음을 갖고 싶었다.그러나 어쨌든 이미 두어 시간이나 지나버렸다.만약 정말로 그녀가 이 바닷물에 빠졌다면 아마 그녀는 이미...아니다.기모진은 황급히 자신의 이런 헛된 생각을 멈추었다.그렇지만 이 망망한 바다를 바라보면서 그는 정말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비를 머금은 겨울바람 속에 그는 하염없이 바다를 바라보았다.마음속으로 소만리의 이름을 소리 없이 되뇌이며 넋을 잃은 듯 서 있었다.위청재는 집에서 기모진의 소식을 기다리고 있었다.그녀가 가장 바라는 것은 기모진이 소만리를 데리고 돌아오는 것을 보는 것이었지만 무심하게도 날은 이미 저물어져 가고 있었고 기다리던 기모진은 여전히 돌아오지 않고 있었다.하염없는 위청재의 기다림은 다음날에도 이어졌다.그녀는 소식이 없는 기모진을 찾아가 소만리의 상황을 알아보려고 하던 참이었는데 갑자기 낯선 전화를 한 통 받았다.혹시라도 소만리에 대한 소식일까 봐 얼른 전화를 받았지만 기자들이었다.위청재는 기자와 이러쿵저러쿵 이야기할 마음이 없어 전화를 끊으려 했지만 갑자기 이런 질문을 던지는 기자의 말에 전화를 끊으려던 손길을 멈추었다.“기모진과 소만리 사이에 뭔가 문제가 있는 거 아닙니까? 어젯밤 소만리가 몇몇 낯선 남자와 함께 클럽을 드나드는 모습이 포착되었는데요.”“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내 며느리와 아들은 아무 문제가 없으니 헛소리 지껄이지 마!”위청재는 불만 섞인 경고를 던지고는 전화를 끊었다.그런데 몇 초도 되지 않아 다시 전화가 걸려왔다.이번에는 다른 매체에서 온 전화였다.위청재는 끈질긴 기자들의 태도에 참을 수가 없어서 결국은 아예 전화를 꺼버렸다.그런데 방금 기자들이 말한 내용을 돌이켜보니 위청재는 점점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잠시 후 그녀는 도우미들이 공손히 ‘도련님'이라고 인사하는 것을 들었다.위청재는 눈을 들어 기모진이 돌아오는 것을 보았다.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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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79장

양이응은 잠시 멍한 눈으로 휘몰아치는 검은 눈썹과 빼어난 이목구비를 자랑하는 잘생긴 남자의 얼굴을 바라보았다.“누구세요? 내 방문 앞에 서서 뭐 하세요?”양이응이 입을 열었다.이 말을 들은 고승겸의 매서운 눈빛이 반짝였고 이어 기품이 뚝뚝 떨어지는 목소리로 나직이 말했다.“당당하신 기 씨 작은 사모님이 호텔에서 밤을 지새우다니, 당신과 기모진의 사이가 좀 불안불안한가 봐.”양이응은 이 말을 듣고 잠시 시큰둥한 미소를 지었다.“맞아요. 저와 남편은 좀 불안한 관계죠. 그래서 곧 이혼할 지경에까지 왔구요. 왜냐하면 저도 결코 편안한 여자는 아니거든요. 외부에서 생각하는 뭐 그런 현모양처도 아니고 그냥 지조없는 여자예요.”고승겸은 양이응을 싸늘한 눈빛으로 쳐다보았다.“기 씨 집안 작은 사모님 말은 정말 뜻밖인데. 난 자신을 이렇게 표현하는 여자는 처음 봤어.”“그래요? 지금 봤잖아요?”양이응은 가벼운 미소를 지었고 계속 소만리의 얼굴을 들이대며 말했다.“소만리라는 여자가 원래는 이렇게 뻔뻔했답니다. 난 오는 남자 막지 않아요. 누구라도 날 만족시켜주면 돼요. 지금까지 기모진은 날 전혀 만족시켜주지 못했거든요.”진지한 표정으로 이런 저질스러운 말들을 늘여놓던 양이응은 눈빛을 반짝이며 고승겸을 바라보았다.“잘생기셨네. 일부러 날 보러 온 거예요? 기자예요? 너무 잘생겼다. 지금 당신이랑 무슨 일이 일어나도 난 상관없어요. 나랑 지금 재미난 일 만들어 볼래요?”양이응은 그렇게 말하며 손을 뻗어 고승겸의 어깨에 살짝 기댔다.하지만 그의 몸에 그녀의 손이 닿자마자 차가운 공기가 그녀의 온몸에 퍼지는 것 같았다.그녀는 눈을 들어 얼음처럼 차가운 고승겸의 눈빛을 알아채고는 갑자기 얼른 손을 떼었다.고승겸은 싸늘한 눈빛으로 양이응을 스치며 방으로 걸음을 옮겼다.양이응도 서둘러 그를 따라 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고승겸은 어지러이 널려 있는 옷가지와 배달 음식 쓰레기들을 보자 절로 눈살이 찌푸려졌다.그러나 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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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80장

”하나 물어볼게. 이름이 뭐야?”“양이응이라고 해요.”양이응은 소만리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자신도 모르게 입에서 진심이 툭 튀어나와 버렸다.그러자 이 대답을 들은 고승겸은 만족스러운 듯 이어 물었다.“왜 소만리와 똑같이 생겼지?”“성형을 했으니까요.”“왜 소만리와 똑같은 얼굴로 성형했지?”“내가 좋아하던 남자가 만들어 줬어요. 왜 날 소만리의 얼굴로 성형했는지는 잘 몰라요.”“그 남자가 누군데?”“경연이에요.”경연.고승겸은 요트 폭발로 죽은 남자를 금방 떠올렸다.그의 눈빛은 다시 양이응의 얼굴로 떨어졌다. 이미 초점 없는 그녀의 눈빛은 단단히 그의 최면에 빠져들었다.고승겸은 한때 소만리에게도 최면을 걸었지만 완전히 성공하지는 못했다.소만리는 의지가 강해서 걸려들지 않았지만 눈앞에 있는 여자는 소만리와 달라서 쉽게 최면에 빠져들었다.고승겸은 몇 초 동안 잠시 생각하다가 다시 물었다.“그럼 다시 물어볼게. 넌 왜 소만리의 이름으로 그 많은 남자들과 클럽에서 놀려고 하는 거야? 기모진이 네가 가짜라는 걸 알고 있어?”양이응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고승겸의 뜻에 따라 순순히 대답했다.“소만리는 이미 서쪽 폐부두가 근처 바다에 떠다니고 있을 거예요. 그녀가 죽으면 내가 진짜 소만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기모진이 내가 가짜라는 걸 알아 버렸어요. 기모진이 날 잡으려고 했고 난 도망쳤어요. 잡히기 전에 소만리의 명성을 다 더럽혀 버릴 거예요.”이 말을 들은 고승겸의 눈빛이 달라졌다.“네가 소만리를 죽였어?”“그래요. 아마 죽었을 거예요.”양이응은 단호하게 대답했다. 마치 감정 없는 로봇처럼 고승겸의 질문 하나하나에 순순히 답했다.“언제 소만리를 바닷물에 밀어 넣었어?”“어제 해 질 녘.”“네가 두 남자를 시켜 소만리를 납치하라고 한 거 맞아?”“내가 아니라 그건 다른 여자가 한 짓이에요. 그 여자가 날 찾아와서 소만리를 처리하는 일에 힘을 합치자고 해서 승낙했어요.”“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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