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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가 사랑한 여인의 모든 챕터: 챕터 1561 - 챕터 1570

2479 챕터

1561장

소만리의 따끔한 시선이 느껴지자 안나는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그녀는 즉시 허둥지둥 시선을 피하더니 옆에 있던 자신의 엄마를 보았다.안나의 엄마는 정신을 차리고 바로 소만리에게 화살을 돌렸다.“소만리, 오늘 밤 저녁은 모두 네가 준비한 거잖아. 그런데 지금 책임을 회피하려는 거야? 승겸이 엄마가 이 국물을 먹었더라면 어쩔 뻔했어?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너 알아?”소만리는 의심의 눈초리로 자신을 겨냥하는 안나의 엄마를 당당히 쳐다보며 말했다.“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저는 모르지만 당신들 모녀는 잘 알고 있을 것 같은데요.”“...”안나의 엄마는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해졌다.“소만리, 그게 무슨 뜻이야?”안나가 일부러 억울하고 당황스러운 척하며 물었다.소만리는 빙긋이 웃었다.“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당신들 모녀가 잘 알 텐데.”“너, 소만리! 말 똑바로 해!”안나의 엄마는 화를 뿜어내며 말을 이었다.“승겸 엄마, 이 여자 좀 보세요. 무슨 말 같지도 않은 말을 하고 있어. 자기가 잘못을 저지르고 인정하지 않는 것도 모자라 나와 안나에게 책임을 떠넘기려고 하잖아요. 무슨 이런 여자가 다 있어!”“맞아, 언니. 이런 여자를 어떻게 루이스 가문에 들이겠어.”“맞아, 절대 들여보내선 안 돼.”“승겸아, 너도 봤지. 이 여자는 정말 안하무인이구나.”고모와 이모들이 싸잡아 소만리를 비난했다.안나와 안나의 엄마는 이 광경을 보고 마음속으로 쾌재를 불렀다.그러나 여지경은 점점 더 안색이 나빠졌다.“승겸아, 잘 생각해 봐. 이런 여자라면 난 절대 우리 가문에 들이지 않을 거야. 이렇게 심각한 잘못을 저지르고도 회피할 생각만 하다니. 그런 인품을 가진 여자는 네 짝이 될 자격이 없어!”여지경의 비난과 책망을 들으면서도 사실 소만리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예전에 벙어리 냉가슴 앓던 그 소만리가 아니었다.오직 그녀는 마음속으로 어떻게 이 두 모녀의 본색을 드러내게 할 수 있을까 방법을 구상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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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62장

안나의 엄마는 급히 국자를 가지고 다가와 냄비에 넣고 계속 휘휘 젓다가 젓가락으로 닭의 배를 확 갈랐다.강한 구기자 냄새가 물씬 퍼지고 주먹만 한 구기자 뭉치가 토종닭의 뱃속에 들어 있는 것이 똑똑히 보였다.여지경은 구기자를 보고 얼굴이 갑자기 하얗게 질려 버렸다.그녀는 몇 걸음 뒤로 물러섰다.정말 구기자를 극도로 혐오스러워하는 것 같았다.“소만리, 너 이 악독한 것! 승겸이 분명히 구기자 넣지 말라고 그렇게 당부했건만 이렇게 버젓이 구기자를 숨겨 넣어! 너 분명히 날 죽이려고 작정한 거지? 어!”이를 지켜보던 고승겸의 표정도 싸늘해졌다.“당신 왜 이렇게 조심성이 없어?”그의 말투는 비난과 불만과 실망이 담겨 있었다.“무슨 조심? 조심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딱 봐도 아예 작정하고 고의적으로 넣은 게 틀림없어! 일전에 승겸이 엄마가 한 말 때문에 앙심을 품고 이런 짓을 꾸민 거라고! 정말 악랄해!”안나의 엄마는 절호의 찬스라고 여겼는지 맹공격을 퍼부었다.안나는 이 모습이 매우 만족스러웠다.비록 여지경이 국물을 먹지는 않았지만 일이 이렇게 흘러가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아니 훨씬 더 잘 된 것 같다.이 모든 사람들의 의심과 질타, 분노에도 불구하고 소만리는 여전히 침착한 모습을 보였고 말없이 식탁으로 다가가 숟가락을 들어 냄비를 두어 번 휘저었다.“그럴 리가 없는데 어떻게 구기자가 들어 있지?”소만리는 계속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전 정말 구기자 안 넣었어요.”소만리의 억울하고 곤혹스러운 모습을 보며 안나는 조용히 입꼬리를 끌어올렸다.“네가 안 넣었으면 누가 넣었겠어? 이 삼계탕은 네가 끓인 거잖아!”안나의 엄마는 이 일에 쐐기를 박듯이 확실하게 말했다.여지경은 극도로 화가 나서 소만리를 노려보았다.“이 냄비 내 눈앞에서 당장 치워! 그리고 너도 당장 내 눈앞에서 꺼져! 다시는 너 같은 여자 꼴도 보기 싫어.”여지경은 소만리에게 말한 후 고승겸에게 시선을 돌렸다.“승겸아, 이 여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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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63장

소만리의 말에 식탁을 둘러싸고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소만리에게 쏠렸다.그들은 소만리의 시선을 따라 그녀가 들고 있는 국자 위에 올려져 있는 물건의 정체에 의문을 품은 채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안나는 국자 위에 올려져 있는 것을 보고 얼굴빛이 확 달라지기 시작했다.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손을 들어 귀를 만졌고 그제야 왼쪽 귀걸이가 빠져 있는 사실을 깨달았다!설마 귀걸이가 삼계탕 냄비에 빠졌다니!안나는 순간 가슴이 두근거렸다.그녀는 당황스러운 손길로 오른쪽 귀걸이를 얼른 빼려고 손을 들었으나 소만리의 시선과 마주쳐 버렸다.“어, 이 귀걸이 지금 안나가 하고 있는 귀걸이랑 한 쌍인 것 같아요.”“...”귀걸이를 빼려던 안나의 손이 허공에서 갈 곳 모르고 굳어 있었다.고승겸과 여지경의 시선이 일순간 안나에게로 쏠렸고 고승겸의 이모들과 고모들도 모두 그녀에게 서선을 돌렸다.안나는 순간 이마에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혔고 당황하는 눈빛이 그녀의 심정을 말해 주었다.“이거 안나 귀걸이 아니야!”안나의 엄마는 황급히 변명을 하려고 애썼다.소만리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이건 틀림없이 글로벌 명품 브랜드에서 나온 귀걸이예요. 시즌 한정판 귀걸이죠. 이렇게 구하기 힘든 한정판을 아무 데서나 볼 수 있을까요?”“...”소만리의 말을 듣고 있던 안나는 점점 얼굴이 창백해졌다.소만리는 미소를 띤 얼굴로 말을 이었다.“만약 그럴 가능성을 염두에 둔다면 이쯤에서 묻고 싶네요. 안나, 당신 왼쪽 피어싱 어디로 갔지?”“...”“방금 왜 그렇게 급하게 오른쪽 귀걸이를 빼려고 했던 거야? 혹시 국자 위에 있는 이 귀걸이랑 당신 귀에 걸린 그 귀걸이랑 한 쌍이란 걸 들키지 않고 싶었던 거야?”“...”소만리가 연거푸 묻자 안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반박할 말을 잃은 채 서 있었다.그런 안나의 모습을 보고 고승겸은 이미 사태의 진상을 꿰뚫고 있었다.그는 냉정하고 엄숙하게 눈을 들어 가시 돋친 눈빛으로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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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64장

여지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굳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사실 이건 간단하게 알 수 있어요. 주방으로 가는 복도에 CCTV가 있거든요. CCTV만 보면 안나가 주방에 들어갔는지 아닌지 알 수 있어요.”“...”이 말이 떨어지자 안나 모녀의 표정이 약속이나 한 듯 동시에 굳어졌고 두 얼굴 모두 하얗게 질렸다.두 사람의 얼굴색이 변하는 것을 본 여지경의 눈에는 순간 실망의 빛이 스쳐 지나갔다.“안나, 네가 이런 짓을 저지를 줄은 정말 몰랐어.”“...”안나는 깜짝 놀라 어찌할 바를 몰랐다. 주방 밖에 CCTV가 있을 줄은 전혀 생각하지도 못했다.게다가 그녀는 왜 자신의 귀걸이가 냄비 속에 있는지 제대로 변명할 수조차 없었다.오로지 그녀가 지금 인정하는 것 외에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어머니, 제가, 제가 잘못한 거 알아요!”그러자 안나의 엄마는 갑자기 안나에게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안나, 너 미쳤어? 여기서 네가 인정해 버리면 어떡해? 너 정말...”“...”자신의 말이 떨어지자 그제야 아차 하고 정신을 차린 안나 엄마는 자신의 말이 안나의 죄를 더욱 확실시하는 증거가 되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여지경은 비아냥거리며 가볍게 웃었다.“당신 수준이 이 정도일 줄은 몰랐네요.”“아니, 승겸 엄마, 내 말 좀 들어봐요...”“무슨 말을 더 들어요!”여지경이 화를 버럭 내며 말을 이었다.“소만리를 쫓아내기 위해 이런 방법을 쓰다니! 내가 구기자에 얼마나 알레르기가 심한지 몰랐어요?”“승겸 엄마, 나, 난 정말 승겸 엄마한테 해를 끼칠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었어요. 그래서 내가 진작에 생각했다니까요. 만약에 승겸 엄마가 국물을 한 숟갈이라도 입에 대려고 한다면 바로 막으려고 했었어요!”안나의 엄마는 아직도 변명을 하려고 궁리하고 있었다.“막는다고?”여지경은 헛웃음을 지으며 소만리를 가리켰다.“만약 이 아이가 달려들어 내 국그릇을 엎지르지 않았다면 아마 난 국물을 먹었을 거예요. 그때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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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65장

소만리는 굳게 닫힌 방문을 바라보며 여지경이 무슨 일로 자신을 찾는 것인지 궁금해했다.“똑똑.”여지경은 다시 노크를 하며 동시에 입을 열었다.“소만리, 안에 있는 거 알아. 문 열어.”소만리는 더 이상 고민하지 않고 다가가 방문을 열었다.문이 열리자 여지경은 앞에 서 있는 소만리를 올려다보았다.잠시 몇 초 동안 침묵을 지키던 여지경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아까 일은 정말 미안하구나. 그리고 내가 국물을 못 마시게 막아줘서 고마웠어.”여지경의 미안하고 고맙다는 말에도 소만리는 특별히 놀라지 않았다.방금 안나 모녀의 잘못을 똑똑히 꿰뚫어보고 맹렬히 비난하던 여지경의 모습을 보고 소만리는 여지경이 분명 옳고 그름을 분별할 줄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역시나 짐작한 대로였다.그녀가 이렇게 사과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녀의 인품을 충분히 설명할 수 있었다.소만리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고마워하실 필요 없어요. 여사님이 괜찮으시면 됐어요.”여지경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고 그녀의 아름다운 눈이 소만리의 얼굴에 잠시 머물렀다.“넌 잔꾀가 있는 아이로구나. 나도 바보는 아니거든.”이 말을 듣고 소만리는 의아해하며 여지경을 바라보았다.“그 냄비 안에는 처음부터 그 귀걸이가 없었어. 네가 넣은 거야.”여지경의 말에 소만리는 문득 그녀가 그렇게 말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여지경은 그때 소만리의 행동을 다 보고도 일부러 말하지 않은 것이었다.“복도에는 CCTV 같은 거 없어. 도둑이 제 발 저려 스스로 잘못을 시인한 것뿐이야.”여지경도 보통 잔꾀가 있는 인물이 아니었다. 소만리는 여지경의 본모습을 본 것 같아 깜짝 놀랐다.“난 네가 마음에 들진 않았지만 적어도 나쁜 마음은 없었어.”여지경의 이 말은 마치 소만리를 칭찬하는 말처럼 들렸다.“승겸이에 대한 네 마음만 진심이라면 앞으로 시어머니로서 널 푸대접하진 않을 거야.”“...”소만리는 여지경이 자신을 이렇게까지 인정해 줄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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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66장

초요가 깜짝 놀라자 기묵비는 얼른 손을 들어 가볍게 그녀의 입을 막았다.그러나 갑자기 팔을 움직여 그의 상처에 무리가 간 것이 틀림없었다.기묵비의 얼굴이 순간 일그러졌지만 입꼬리는 한껏 올라간 채 초요를 바라보며 다정하게 웃었다.“겁내지 마. 나야.”그가 입을 열었다. 말투에는 힘이 하나도 없었다.초요는 기묵비의 손을 확 밀치고 뒤로 두어 걸음 물러섰다.그녀의 놀란 모습을 보니 기묵비의 가슴이 아려왔다.그때 자신의 품에 쓰러져 하염없이 피를 쏟으며 거칠게 숨을 몰아쉬던 그녀의 모습을 생각하니 그의 눈가에 눈물이 차올랐다.초요는 기묵비의 얼굴에서 슬픔과 애틋함을 보았다.그녀는 왠지 호기심이 느껴졌고 자신의 마음속에 무언가 뭉클한 기운이 명치끝에서 치밀어 오르는 것 같았다.“왜 울어요?”초요가 참지 못하고 물었다.기묵비는 얇은 입술을 오므리고 약간 창백해 보이는 얼굴에 미소를 띠며 말했다.“기뻐서 그래.”그는 옅은 미소를 지었지만 눈빛만은 눈앞에 있는 사람을 깊이 바라보았다.그녀를 다시 볼 수 있어서 기뻤고 그녀가 무사해서 여한이 없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기묵비는 끝내 말하지 못했다.“도와줘서 고마워. 날 도와주지 않았더라면 난 아마 죽었을 거야.”기묵비는 감사의 인사를 했다.“난 이제 괜찮으니 더 이상 폐를 끼치지 않을게.”기묵비가 아직 성하지 않은 몸으로 돌아서자 초요는 망설임 없이 쫓아갔다.“이 시간에 어딜 간단 말이에요? 당신을 해친 사람들이 아직 주변에 있을 수도 있잖아요. 지금 나가면 또 다칠 수 있어요.”기묵비는 걸음을 멈추었고 암담했던 그의 눈빛에 한 줄기 빛이 스쳐 지나갔다.자신에 대한 그녀의 과분한 관심에 그는 정말 더는 여한이 없었다.“가더라도 날이 밝을 때 가세요.”초요는 기묵비에게 다가갔다.“날이 밝으면 우선 남편에게 한 번 더 부상에 대해 체크를 받은 다음에 그때 가셔도 늦지 않아요.”기묵비도 마음속으로는 초요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었지만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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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67장

뭔가 무거운 것이 심장을 세게 강타하듯 남사택의 말이 초요의 심장에 떨어졌다.초요는 놀란 눈을 크게 떴다. 순간 그녀의 머릿속이 하얗게 변해 버리는 것 같았다.초요.남사택이 말하길 다시는 초요를 이 남자 곁으로 돌려보내지 않겠다고 말했다.남사택이 말한 초요가 나를 말하는 것일까?역시나 내가 초요였던 거야?초요는 놀라서 그 자리에 멍하니 얼어붙고 말았고 모든 신경이 저절로 기묵비에게 향했다.그녀는 기묵비가 옥처럼 부드럽고 따뜻하고 청아한 얼굴에 더없이 아쉬워하는 미소를 짓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걱정 마, 난 더 이상 초요에게 아무것도 강요하지 않을 거야. 나도 봤어. 그녀가 지금 네 곁에 있는 게 훨씬 더 잘 어울려.”기묵비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난 그녀에게 행복을 줄 방법이 없어. 그게 안타까울 뿐이야.”“안타까워요?”남사택이 비웃으며 말을 했다.“정말 그게 안타까웠다면 그때 어떻게 당신 자신을 위해서 사람을 시켜 초요에게 총을 쏘라고 할 수 있었겠어요!”헉.그날의 일을 언급하자 기묵비의 안색이 갑자기 냉랭해졌고 고통의 빛이 그의 미간을 맴돌았다.“초요가 운이 나빴더라면 당신이 지금 초요를 볼 수나 있었을까요? 그녀는 이미 예전의 그 불미스러운 일들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당신이란 사람을 깨끗이 잊었어요. 이제 겨우 그녀가 잘 살기 시작했는데 왜 나타나서 그녀의 평온한 삶을 방해하시는 거예요?”남사택의 구구절절한 말에 기묵비에 대한 원망이 가득 서려 있었다.남사택은 잠시 한숨을 쉬더니 기묵비를 향해 물었다.“기묵비, 정말 사랑이 뭔지 알아요? 당신이 정말 초요를 사랑한 적이 있기나 했어요? 당신이 지금 생각하는 사랑은 이루지 못한 것에 대한 미련일 뿐이고 스스로에게 속죄하려는 마음일 뿐이에요.”기묵비는 남사택의 말을 듣고 문득 정신이 멍해졌다.사랑이 무엇인가?도대체 사랑이란 게 무엇이란 말인가?그는 온 신경을 모아 머릿속을 뒤져보았지만 그가 초요를 사랑했던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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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68장

정처도 없이 한참을 걷던 기묵비는 문득 걸음을 멈추었다.눈앞의 모든 것이 회색으로 보였다.그는 정말 과거로 돌아가고 싶었다. 그러나 모든 것이 이미 너무 늦어 있었다.일단 일어난 일은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것이다.그는 지긋이 눈을 감았다. 끝없는 회한이 그의 가슴을 적시며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뜨렸다.“기묵비!”갑자기 험악한 목소리가 그의 머릿속을 헤집고 들어왔다.기묵비가 눈을 뜨자 희뿌연 시야에 또 그 건달들이 몰려오는 것이 보였다.그때 초요가 죽었다고 생각해서 초요를 위해 올바른 길을 가기로 결심한 그는 이전에 하던 사업을 모두 포기했었다.하지만 그를 따르던 부하들은 반란을 일으켰다.그렇게 오랜 세월이 흘렀는데도 그들은 그를 끝까지 쫓아다녔다.그도 그들의 습성을 알고 있었다.한때는 호형호제하던 사람들이었지만 돈 앞에서는 피도 눈물도 없는 사람들이었다.이 세상에서 그를 위해 목숨도 버릴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온 마음을 다해 그를 사랑한 초요, 단 한 사람이었다.“기묵비, 또 어디로 숨으려고?”선두에 선 남자는 칼을 들고 기묵비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어차피 이제 이런 장사하고 싶지 않다면서 왜 형제들한테 좋은 길을 열어주지 않는 거야?”“그 물건들, 지금 창고에서 썩고 있잖아. 그게 다 돈인데! 당신은 원하지 않는다지만 우리는 원한다고, 그 돈!”“기묵비, 회사를 우리에게 넘길 마지막 기회를 줄게. 당신이 죽은 사람이나 계속 지키고 싶으면 그렇게 해. 그렇지만 우리가 부자가 되는 것을 방해하지는 마. 안 그러면 우리가 당신도 그 죽은 초요 옆에 같이 묻어줄 테니까!”기묵비는 원래 감정의 기복이 심한 사람이 아니었고 무감각한 사람에 가까웠지만 이 사람들이 죽은 초요 어쩌고저쩌고하는 말을 하자 갑자기 기묵비의 분노가 마음속에서 솟구쳐올랐다.기묵비가 회사를 전혀 양도할 의사가 없자 칼을 쥔 그 세 명의 건달들은 일제히 기묵비를 향해 손을 쓰려고 달려들었다.기묵비는 이미 온몸에 상처투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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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69장

비가 내리던 밤이었다.지금처럼 이렇게 건달들에게 둘러싸인 기묵비는 심한 상처를 입고 쓰러져 있었다.초요는 우산을 쓰고 가서 그를 구했다.초요는 기묵비를 안고 빗속에 우두커니 앉아 있었다.방금 눈앞을 스쳐 지나간 장면은 그녀에게 실제로 있었던 일인지 아니면 환상인지 잠시 헷갈렸다.인기척을 듣고 뛰쳐나온 남사택은 먼 곳에서 어렴풋이 보이는 두 실루엣을 보고 황급히 달려왔다.“초요!”초요는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들었고 온몸이 피로 물든 기묵비를 보고 놀란 듯 두 눈을 크게 뜬 채 주체하지 못하고 눈물을 떨구고 있었다.“기묵비! 죽지 마!”울부짖는 그녀의 목소리에서 가슴이 찢어지는 고통이 느껴졌다.남사택은 초요가 울부짖는 소리에 가슴이 불안하게 두근거리기 시작했다.그는 초요의 곁으로 얼른 달려가 의식을 잃은 기묵비를 보고 즉시 전화를 걸어 구급차를 불렀다.구급차가 도착하기 전 남사택은 기묵비에게 응급처치를 했다.남사택이 응급조치를 하는 과정에서도 초요는 계속 넋이 나간 사람처럼 옆에 서 있었고 두 어린아이가 초요의 옷자락을 잡아당기는데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그녀는 완전히 혼수상태에 빠진 기묵비를 지켜보는데 여념이 없었다.기묵비는 결국 병원으로 보내졌다. 흉기가 그의 가슴을 찔렸고 다행히 급소를 다치지는 않았지만 출혈이 너무 심했다.기묵비에게 급히 수혈이 필요하다는 말에 초요가 먼저 나섰다.“의사 선생님, 저와 그 사람은 혈액형이 같으니 저 수혈할 수 있어요.”“혈액형이 같다고 바로 수혈할 수 있는 게 아니라...”“저 알아요. 내 피를 그 사람에게 줘도 된다는 사실을 전 잘 알고 있어요.”초요의 의지는 매우 확고했고 눈빛도 결연했다.남사택은 초요의 뒤에 서서 이런 초요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점점 더 가슴이 조여왔다.그는 초요가 무사히 수혈을 할 수 있게끔 채혈실로 데리고 가서 채혈을 마치고 난 후 복도 의자에 앉아 기묵비의 소식을 기다리고 있었다.그때 남사택은 끝내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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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70장

그녀는 원래 핑계를 대고 외출을 하려고 했다.아래층으로 내려오자마자 마침 고승겸과 그의 어머니 여지경이 식탁에 앉아 있는 모습이 보였다.소만리가 계단을 내려오는 것을 보고 여지경이 먼저 입을 열었다.“이리 와서 같이 아침 먹자.”고승겸도 따라 입을 열었다.“이리 와, 마침 물어볼 게 있어.”소만리는 다른 선택지가 없어서 식탁으로 가서 그들 곁에 앉았다.소만리는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을 바라보는 여지경의 눈빛이 예전과 달라졌다는 사실은 분명히 알 수 있었다.생각에 빠져 있던 소만리는 문득 여지경이 입을 여는 소리를 들고 정신을 가다듬었다.“네가 직접 만든 어제 저녁은 정말 만족스러웠어. 그래서 오늘 아침은 내가 직접 만들었단다. 너도 먹어봐.”“...”아침을 만들어 주다니?소만리는 정말 뜻밖이었다.그리고 구기자가 여지경에게 얼마나 치명적인지도 다시 한번 확실히 느끼게 되었다.“그럼 아침부터 먹자. 먹고 나서 얘기할게.”고승겸은 아침 햇살 같은 상큼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소만리를 바라보았다.소만리는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더 이상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여지경이 만든 아침을 맛보았는데 정말 맛있었다.역시 루이스 집안의 여인들은 얼굴도 예쁘고 요리 솜씨도 일류였다.하지만 소만리는 자신이 이 집안에 들어가야 한다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승겸이 왜 기모진을 조사하는지 이유만 알아낸다면 바로 떠날 생각이었다.“내가 경도에 온 지 얼마 안 됐잖아. 듣자 하니 경도 출신이라던데, 그럼 나한테 길 안내 좀 해 줄 수 있을까?”여지경이 소만리에게 이런 부탁을 했다.소만리는 오늘 마음속으로 기모진을 보러 갔다 오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여지경의 부탁을 완곡하게 거절하려고 했다.그러나 고승겸이 그녀의 말에 앞서 바로 승낙해 버렸다.“소만리도 어차피 오늘은 별로 할 일이 없으니 같이 나갔다 오면 되겠네.”“...”소만리는 할 말이 없었다.고승겸의 말을 들은 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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