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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황제가 사랑한 여인: Chapter 1541 - Chapter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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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1장

소극적으로 가만히 앉아 보호만 받고 싶지 않았던 소만리는 몸을 돌려 담담하게 고승겸의 시선을 마주 보았다.“겸 도련님, 방금 저를 옹호해 주시고 감싸 주셔서 고마워요. 만약 겸 도련님이 절 도와 설명해 주지 않았더라면 제가 무슨 말을 해도 어머님께서는 믿지 않으셨을 거예요.”고승겸은 그윽한 시선으로 소만리를 바라보았다.“난 단지 사실을 말했을 뿐이야. 너랑 같은 이름을 한 사람이 있었고 너의 얼굴은 성형한 거잖아. 아니야?”“...”소만리는 할 말이 없었다.고승겸의 이 말은 그녀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다는 뜻인가?소만리는 반신반의하는 눈빛으로 고승겸의 표정을 살펴보았다.그러나 고승겸은 더 이상 그녀를 의심하는 것 같지 않았다.“지금은 나가지 말고 잠시 여기 있어. 저 손님들이 다 가고 나서 나와.”고승겸은 다시 한번 소만리의 얼굴에 시선을 고정시키며 말했다.섬세하고 투명한 이 얼굴, 화상의 흔적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을 만큼 흠잡을 데 없었다.소만리의 치료를 돕는 의사의 의술이 예사롭지 않다고 고승겸은 생각했다.“당신 얼굴 말이야. 어떻게 그렇게 짧은 시간 안에 빨리 회복할 수 있었어?”고승겸의 질문 속에 의문이 가득 들어차 있었다.소만리는 당연히 남사택을 언급할 생각이 없어서 가능한 한 합리적인 이유를 찾으려고 애썼다.“겸 도련님이 보내주신 의사 선생님 덕분이에요. 육 선생님 의술이 매우 뛰어나신 것 같아요. 그분이 한동안 저를 치료해 주셨고 나날이 얼굴 상태가 좋아졌어요. 한 달 넘게 꾸준히 치료받았더니 어느새 딱지가 떨어졌어요.”고승겸은 잠시 생각에 잠긴 듯하다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얼굴이 회복되었는데도 왜 예전과 똑같은 척을 했어?”이 말에 소만리는 한숨과 함께 얼굴을 찡그렸다.“난 그 소만리의 얼굴로 성형했어요. 기모진이 가장 사랑하는 그 여자 말이에요. 어떤 때는 거울에 비친 이 얼굴이 정말 보기 힘들 정도로 마주하고 싶지 않았어요. 이 얼굴을 보기 싫어서 계속 마스크를 쓰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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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2장

소만리는 서재 문을 조심스레 닫고 문을 잠근 뒤 곧바로 책상으로 돌아와 10여 분 정도 꼼꼼히 뒤진 끝에 서랍에서 기모진에 관한 자료 한 묶음을 찾아냈다.자료의 내용은 생각보다 훨씬 상세했다. 기모진의 학창 시절 사소한 일까지도 다 기록되어 있었다.이 고승겸이란 사람은 도대체 뭘 어쩌려는 걸까?소만리는 자료를 살펴볼수록 가슴이 떨렸다.모진은 이런 정체를 알 수 없는 남자가 자신을 조사한다는 사실을 모르겠지?소만리는 이 자료들을 다 보고 난 뒤 고승겸의 컴퓨터를 켜보려고 시도했다.컴퓨터에 비밀번호가 설정되어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아무런 잠금장치 없이 바로 켜졌다!소만리는 파일함에서 몇 개의 폴더가 있는 것을 확인하고 그 중 하나를 열어보았다.화면 가득 그녀와 기모진이 함께 찍은 사진이 가득 튀어나왔다.누구라도 낯선 사람에게 몰래 조사받고 있다는 사실은 불편한 법이었다.하지만 소만리는 고승겸이 자신을 구했다는 사실도 잊지 않았다.소만리는 조금 더 파일들을 살펴보다가 더 이상 볼만한 세부 사항이 발견되지 않아서 컴퓨터를 끄고 책상을 원래대로 정리한 후 서재 문을 열었다.그녀는 아무렇지 않은 척 소파에 앉았고 고승겸이 나와도 좋다고 할 때까지 그 자리에서 기다렸다.기다리다 소만리는 어느새 졸음이 몰려와 잠이 들어 버렸다.비몽사몽 꿈속을 헤매던 와중에 고승겸의 목소리가 은은하게 들려왔다.“기모진이 오늘 저녁 8시에 경도로 돌아온다는 사실이 확실해?”“그럼 그의 아내는?”“그래. 알았어.”소만리는 이 말이 떨어짐과 동시에 발자국 소리가 그녀 곁에 가까워지는 것을 느꼈다.정신이 몽롱한 상태로 눈을 뜬 소만리는 일어나 보니 담요가 몸에 덮여 있는 것을 보았다.창밖을 보니 하늘빛도 이미 어두워져 있었다.소만리가 시계를 보니 이미 저녁 6시가 지나 있었다.모진이 오늘 저녁 8시에 출장을 갔다가 경도로 돌아온다고 했다.고승겸이 이 사실을 알아본 건 뭔가 분명히 목적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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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3장

예전에는 오로지 기모진의 눈빛에서 그런 예리함을 보았는데 지금 고승겸의 눈빛도 기모진과 마찬가지로 그녀를 꿰뚫어보는 느낌을 주었다.“겸 도련님은 뭘 깨달았는데요?”소만리가 의아하게 웃으며 물었다.고승겸은 말없이 웃기만 했다.그의 시선이 더욱 깊숙이 소만리에게 다가왔고 그의 입가에 묻어나는 옅은 미소는 매우 의미심장해 보였다.“더 이상 바보같이 기모진을 사랑하지 않겠다고 나한테 말하고 싶은 거야? 그래서 기 씨 집으로 돌아가고 싶지도 않고 내 곁에 있고 싶다고?”“...”소만리는 어리둥절했다.거짓이었지만 그녀가 고승겸에게 하고 싶었던 말을 그가 어떻게 이렇게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을까?소만리는 고승겸이 이렇게 말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소만리가 넋을 잃고 자신을 바라보자 고승겸의 입꼬리가 더욱 깊게 올라갔다.“마침 나도 그렇게 생각했어. 돌아가기 싫으면 앞으로 여기 내 곁에 있어.”그의 말투는 한결 부드러웠다.“나 지금 나갈 건데 같이 갈래?”고승겸의 어조가 갑자기 밝아졌다.소만리는 잠시 머릿속이 복잡해져서 멍하게 있다가 이내 정신을 번쩍 차렸다.그녀는 재빨리 고개를 끄덕였다.“네. 그래요.”그녀는 고승겸을 따라 일어섰다.그녀는 고승겸이 왜 기모진의 행방을 조사하고 있었는지 그 목적을 분명히 밝혀내야만 했기 때문에 반드시 고승겸을 따라가야 했다.소만리의 반응을 지켜보던 고승겸은 웃기만 할 뿐 별말 없이 발걸음을 옮겼다.아래층으로 내려갔을 때 소만리는 안나와 여지경이 소파에 앉아 있는 모습을 보았다.여지경은 그럭저럭 괜찮아 보였는데 안나의 얼굴은 꽤나 어두워 보였다.특히 소만리와 고승겸이 나란히 걸어오는 모습을 본 안나는 남몰래 이를 악물었다.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야!그녀는 아무리 생각해도 분해서 참을 수가 없었다.고승겸과 소만리가 문을 나서자 안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여지경에게 다가가 앉았다.“어머니, 저 여자 얼굴은 가짜예요. 심지어 이름도 가짜일 수 있어요. 겸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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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4장

뭐?마음속으로 기모진을 생각하고 있던 소만리는 명치에 뭔가가 걸린 듯 뜨끔했다.소만리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잠자코 있자 고승겸은 느긋하게 뒤적이던 책을 덮으며 소만리를 향해 시선을 던졌다.“기모진, 당신 마음속에 아직도 이 사람이 있지, 그렇지?”“...”기가 막혔다.소만리는 정말 더 이상 고승겸의 두 눈을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이 사람은 뭐든 한눈에 다 꿰뚫어 볼 것 같았다.“기모진이 요 며칠 Y국에 출장을 갔다고 들었는데 오늘 저녁 8시에 경도 공항에 도착할 거야. 지금 당신을 데리고 기모진을 만나러 가려고.”소만리는 시치미를 떼며 아무렇지 않은 척하려고 애썼지만 고승겸이 하는 말에 마음이 두근거려 도저히 진정되지 않았다.고승겸은 역시나 기모진의 행방을 속속들이 알고 있었고 기모진이 Y국에 출장을 갔었다는 것까지 알고 있었다.“정말 마음에 둔 한 사람을 내려놓는다는 건 어려운 일이야. 다시 만나고 싶어하는 마음 이해해.”고승겸이 이런 말을 덧붙였다.소만리는 입꼬리를 잡아당기며 겨우 입을 열었다.“겸 도련님이 이해해 주시니 정말 고마워요.”“그래.”고승겸은 고개를 끄덕였고 다시 책을 펼쳐 들었다. 그 후로는 소만리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소만리는 심장이 두근거렸다.고승겸은 그녀가 예상할 수 있는 범위를 완전히 벗어난 사람인 것 같았다.무엇보다 소만리가 지금 불안한 것은 이 남자가 무엇을 하고 싶어서 이러는지 알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그녀가 직접적으로 묻든 간접적으로 돌려서 묻든 이 남자는 대답을 피할 것이다.10여 분 후 차는 경도 공항에 도착했다.소만리는 입국장을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그 낯익은 모습을 보기를 기대했다.하지만 시간이 이미 8시를 지났지만 기모진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고승겸도 시계를 보았고 그렇게 30분을 더 기다린 후에야 소만리에게 말했다.“오늘 밤은 당신을 실망시킨 것 같군. 하지만 앞으로 기회가 많을 거야.”“...”“지금 기 씨 집으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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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5장

이 낭랑하고 간들어지는 목소리에 기모진은 천천히 시선을 들어 눈앞에 다가온 여자를 바라보았다.Y국에 출장 간 이틀 동안 그곳에서 조사한 소식들이 그의 머릿속을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양이응은 기모진이 잠시 넋을 잃은 듯 자신을 바라보자 수줍은 척하며 윙크를 날렸고 콧소리가 가득 들어간 애교 섞인 말투로 입을 열었다.“모진, 당신이 출장 간 요 며칠 동안 얼마나 당신이 보고 싶었는지 몰라. 우리 오랜만에 우리 둘만의 시간을 갖자. 근사한 곳에서 저녁 식사도 하고, 어때? 그리고 오늘 밤은 부모님들과 아이들이 없으니 우리 둘만의 시간을 갖기 딱이지 않아?”둘만의 시간.기모진은 얼마 전 그날 밤을 생각했다.레스토랑에서 그녀와 둘만의 시간을 가지며 저녁을 먹었었다.저녁을 먹고는 거리를 나와 손을 잡고 거닐다가 불꽃이 밤하늘을 수놓은 거리에서 키스를 하기도 했다.“모진, 무슨 생각하는 거야?”양이응은 호기심에 가득 찬 얼굴로 기모진에게 다가와 그의 손을 잡으려고 했다.그러나 기모진이 마침 외투를 벗는 바람에 손을 잡지 못한 양이응은 자신의 멋쩍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유연하게 기모진의 벗은 외투를 받으려고 했다.“모진, 내가 들어줄게.”양이응은 진지하게 소만리의 행동들을 흉내 내며 연기하고 있었다.그녀는 소파에 옷을 놓고 기모진이 손을 씻으러 간 기회를 틈타 아까 개봉해 놓은 와인병을 들어 와인을 잔에 따랐다.기모진이 손을 씻고 나와 보니 양이응이 식탁 한쪽에 단정히 앉아 있는 모습이 보였다.그림처럼 알맞은 자리에 알맞게 자리 잡혀 있는 이목구비와 예쁘장한 얼굴에 부드러운 미소가 번지고 있었다.“모진, 얼른 앉아서 와인이랑 음식 좀 먹어. 이 요리들 다 나 혼자 만든 거야.”기모진은 식탁 위의 반찬들을 쓱 훑어보았다.“그래? 다 당신이 만든 거야? 그럼 정말 한번 먹어봐야겠네.”양이응의 얼굴에 수줍은 듯 미소가 피어올랐고 여느 때보다 더 다정한 손길로 기모진의 접시에 음식을 올려 주었다.“부모님과 장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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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6장

”당신 정신 좀 차리라고 한 거야.”“...”“나 기모진이 그렇게 호락호락한 사람인 줄 알았어? 자기 아내가 누구인지도 분간 못할 줄 알았냐고?”“...”몇 초 전 상기되었던 양이응의 얼굴빛은 온데간데없이 지금은 핏기를 잃은 듯 새하얗게 질린 얼굴이 되었다.알고 있었다고?기모진이 진작부터 자신의 존재를 간파하고 있었다고?당황스러운 기색이 역력한 양이응은 마음속에 떠오르는 의문들로 몹시 혼란스러웠다.그러나 기모진의 매섭고 차가운 눈빛을 마주하고 있으니 그녀가 품은 모든 의문들은 한순간에 사라졌다.그는 확실히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그래서 지금까지 그는 그녀에게 조금도 곁을 주지 않았던 것이었다.그러나 양이응은 이 모든 사실을 알고도 이 상황과 타협하지 않았다.그녀는 자신을 위해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기모진에게 항변하려고 했다.“모진, 당신이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전혀 모르겠어. 당신 어떻게...”“그럼 내가 말해주지. 오늘 밤 생일파티 같은 건 없었어. 내가 일부러 식구들을 다른 곳에 좀 가 있으라고 했지. 왜냐하면 그동안 당신이 해 온 온갖 추한 공연에 종지부를 찍고 싶어서 특별히 이 자리를 만들었어.”“...”양이응은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이런 말을 내뱉는 기모진을 바라보았다.이 모든 것을 기모진이 미리 계획했다니!놀라서 어안이 벙벙한 양이응의 모습을 보며 기모진은 한 걸음씩 양이응의 앞으로 바짝 다가갔다.“당신의 연기가 흠잡을 데 없다고 생각하지 않았어? 외모도 행동도 말투도 모두 소만리랑 똑같다고 자부했겠지만 아무리 닮았더라도 소만리의 예리함과 기품은 누구도 흉내 낼 수 없어.”“...”“내가 왜 이렇게 오랫동안 널 폭로하지 않았는지 알아? 난 나의 소만리를 곤란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야.”그의 소만리!양이응은 이제야 모든 것을 깨달았다!알고 보니 기모진은 처음부터 누가 진짜 소만리인지 알고 있었던 것이다!소만리의 얼굴이 망가져서 그렇게 추하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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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7장

양이응은 차에 있는 여자가 누군지 전혀 일면식도 없었지만 그 여자는 지금 자신을 소만리로 착각하고 있었고 게다가 자신이 협조해야 할 일이 있다고 말했다.뒤에서 자신을 바짝 뒤쫓는 발자국 소리가 들리자 양이응은 망설임 없이 차 문을 열고 잽싸게 차 안으로 올라탔다.“어서 빨리 가요!”안나는 양이응이 왜 이렇게 서두르는지 알 수 없었지만 일단 망설이지 않고 액셀을 밟았다.차가 출발하는 순간 안나는 곁눈으로 기모진이 다가오는 모습을 보았다.가로등 불빛이 그렇게 밝지는 않았지만 기모진의 얼굴과 이목구비는 한순간에 알아볼 만큼 안나를 놀라게 했다.이 남자가 바로 기모진이다.화면보다 실제 모습이 훨씬 잘생기고 매력적이었다.안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뒤 칸에 앉은 양이응을 쳐다보았다.역시 그 성형괴물은 이 소만리와 똑같이 생겼다!흠, 요즘 성형 기술은 정말 깜짝 놀랄 정도군.안나는 약혼식에서 본 소만리의 얼굴을 언짢은 표정으로 떠올리며 잠시 생각에 빠졌다가 양이응에게 시선을 들어 올렸다.보아하니 양이응의 안색이 좋지 않아 보였다.“소만리.”안나가 양이응을 향해 이렇게 부르자 양이응은 잠시 어리둥절해 있다가 몇 초가 지나서야 반응을 보였다.“넌 누구야? 방금 당신이 협조해야 할 일이 있다고 했는데 그게 무슨 뜻이야?”안나는 눈썹을 치켜세우며 도도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소만리, 당신이 모르는 게 하나 있어? 당신과 얼굴이 거의 똑같이 생긴 여자가 당신을 사칭하고 있어.”“...”이 말을 듣자 양이응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양이응은 안나가 지금 말하는 사람이 소만리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렸다!하지만 안나가 모르는 것은 지금 눈앞의 이 소만리가 가짜라는 것이었다.양이응은 짐짓 놀란 척하며 안나에게 말했다.“뭐라고? 날 사칭하는 사람이 있다고?”“그래. 그 여자 이름도 소만리야. 게다가...”안나는 백미러를 통해 다시 한번 눈썹을 찡그리며 말했다.“지금 보니 눈도 완전히 똑같아.”양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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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8장

양이응은 차가운 말투로 입을 열었다.“난 당신이 누굴 좋아하는지는 관심 없어. 내가 알고 싶은 건 지금 이 늦은 시간에 날 찾아와서 도대체 뭘 하고 싶은 거냐는 거야?”양이응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안나는 갑자기 브레이크를 강하게 밟고 길가에 차를 세웠다.그녀는 고개를 돌려 약간 언짢은 표정으로 양이응을 노려보았다.“설마 당신을 사칭하고 돌아다니는 사람을 응징할 생각이 없는 건 아니지? 당신은 기모진의 아내고, 기 씨 집안은 경도에서도 제일가는 명문이잖아. 내 말 맞지?”“...”양이응은 잠시 어리둥절해 있다가 이내 자신의 입장을 안나에게 말했다.“당연히 날 사칭하는 그 여자를 응징해야지. 감히 날 사칭하다니. 절대 가만두지 않아.”“그럼 됐어.”안나는 양이응의 반응에 만족한 듯 입을 열었다.“당신과 마찬가지로 나도 이 여자를 혼내주고 싶어. 정신 차리게 만들어 줘야지. 그러니 우리 잘 해보자구.”안 그래도 양이응도 소만리를 어떻게 하고 싶었는데 잘 됐다 싶었다.어차피 자신의 정체가 기모진에게 탄로 난 이 상황에 누군가 나타나 소만리를 같이 상대해 주겠다니 그야말로 양이응이 바라던 바였다.양이응은 단번에 안나의 제안에 승낙했다.“그래, 우리 잘 해 봐.”...소만리는 고승겸과 함께 별장으로 다시 돌아왔다.오늘 밤 고승겸이 기모진에게 뭔가 행동을 보일 줄 알았는데 기모진이 경도 공항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기 때문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소만리는 밤새 침대에서 뒤척이다가 다음 날 아침 일찍 몰래 고승겸의 별장을 나와 남사택의 집으로 가서 치료를 받았다.일찍 와서 그런지 그의 집에는 초요만 혼자 있었다.초요는 소만리가 오는 것을 보고 별달리 놀라지 않으며 여전히 따뜻하게 맞이해 주었다.“먼저 안에 들어가서 누워 계세요. 남편이 방금 전화를 받고 병원에 갔는데, 가기 전에 나한테 당부해 두고 갔어요. 만약 자기가 없을 때 당신이 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일러주고 갔거든요.”소만리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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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9장

”아!”초요는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피 묻은 손바닥을 따라 시선을 옮기던 초요는 낯익은 얼굴을 보았다.기묵비가 빗방울이 들이치는 땅바닥에 누워 피로 물든 손으로 무의식적으로 초요의 바짓가랑이를 힘없이 움켜쥐었다.“초...요...”“초요...”초요는 나직이 읊조리던 기묵비를 따라 이 두 글자를 반복했다.결국 초요의 이름을 부르던 기묵비의 손이 힘없이 바짓가랑이를 놓았다.자신의 눈앞에서 갑자기 의식을 잃은 기묵비를 바라보며 초요는 왠지 가슴 한켠이 바늘로 콕콕 찔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늦가을의 비는 그녀의 피부를 파고들어 뼛속까지 서늘한 기운을 전해주었고 그녀의 머릿속에는 아련한 그림자가 떠올랐다.비가 억수같이 쏟아지고 별들도 자취를 감춘 캄캄한 밤이었다.지금처럼 그때도 이렇게 한 남자가 피바다에 쓰러져 있었다.그녀는 우산을 쓰고 상처 입은 그 남자에게 다가갔다.그러나 그 후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아련한 그림자는 딱 여기서 멈추었다.“아까 이쪽으로 뛰어오는 거 분명히 봤어!”“분명히 이 근처에 있을 거야. 얼른 찾아!”“이번에는 절대 도망치지 못하게 해!”문득 저 멀리서 말소리가 들려왔고 초요는 눈을 번쩍 떴다.망나니 건달처럼 차려입은 흉악한 표정의 남자들이 손에 칼을 들고 길을 따라 걸으며 무언가를 찾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초요는 무의식중에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발치에 쓰러져 있던 기묵비를 쳐다보았다.그녀는 더 이상 고민하지 않고 몸을 구부리고 힘껏 기묵비를 집안으로 끌어당겼다.“엄마, 엄마 뭐 하는 거야?”“이 아저씨는 왜 여기 자고 있어?”순진한 두 아이는 천진난만한 질문을 하며 호기심 어린 눈으로 기묵비를 쳐다보았다.“기묵비는 꼭 이 근처에 있을 거야!”“샅샅이 뒤져!”그를 쫓는 목소리가 가까워지자 초요의 심장 박동이 요동치기 시작했다.어느새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끙끙거리며 집안으로 기묵비를 옮기던 그녀는 곁눈으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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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50장

하지만 사람을 구하는 건 잘못한 일이 아니잖아?초요는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듯 변명을 떠올리며 돌아섰다.그런데 그녀가 몸을 일으키자마자 갑자기 기묵비의 오른손 손목에 시선이 꽂혔다.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손을 뻗어 천천히 기묵비의 팔을 잡고 그의 손목에 감긴 붉은 끈을 바라보았다.그녀의 맑은 눈동자에 갑자기 시원한 바닷바람과 함께 파도가 밀려왔고 바닷가에 서 있는 아름다운 소년의 모습이 들어왔다...“유심.”등 뒤에서 갑자기 남사택의 목소리가 들렸고 초요는 멀어져 가던 정신을 붙잡아 남사택을 돌아보았다.남사택은 리클라이너에서 자고 있는 기묵비의 모습을 한눈에 알아보고 바닥에 그어져 있던 핏줄에 시선을 던졌다.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초요의 곁에 다가온 남사택이 물었다.“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그가 어떻게 이렇게 중상을 입었어?”“나도 어떻게 된 일인지 잘 모르겠어요. 몇 명의 남자가 쫓아오고 있었고 마침 이 남자가 우리 집 앞에 쓰러져 있어서 끌고 들어왔어요.”초요는 남사택이 눈살을 찌푸리자 조심스러워하며 자초지종을 말했다.“제가 잘못한 거예요?”초요는 남사택이 자신을 탓하는 줄 알고 한껏 위축되어 말했다.이 모습을 보고 남사택은 손을 들어 다정하게 초요의 어깨를 잡았다.“아니야. 잘했어. 누구든지 간에 우리는 죽어가는 사람을 그냥 두고 볼 수는 없지.”남사택의 대답에 초요는 입술을 오므린 채 살며시 미소 지었고 마음의 짐이 단숨에 날아가는 것 같았다.“당신은 가서 아이들 보고 있어. 다른 곳에 상처는 없는지 여기는 내가 좀 더 살펴볼게.”“그래요.”초요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되니 오히려 그녀는 안심이 되었다.남사택은 매우 전문적이고 우수한 의사였다.그에게 치료받은 수 있다는 것은 행운이라고 할 수 있다.초요가 방을 떠난 후 남사택의 얼굴에서 온화한 미소가 점차 사라졌고 그는 말없이 흰 가운을 걸치고 의료용 고무장갑을 꼈다.리클라이너에 누워 있는 기묵비를 바라본 남사택은 눈썹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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