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로맨스 / 황제가 사랑한 여인 / Chapter 1511 - Chapter 1520

All Chapters of 황제가 사랑한 여인: Chapter 1511 - Chapter 1520

2479 Chapters

1511장

남사택은 긴장하지 말라고 했지만 소만리는 여전히 불안했다.그녀는 화장실에서 세수를 하면서 거울 속의 자신을 감히 쳐다볼 수 없었다.하지만 세수를 할 때 손끝에서 느껴지는 피부의 감촉이 매끄러운 것을 느끼고는 깜짝 놀랐다.30일 동안 치료한 결과 얼굴이 회복되기는 했었지만 지금처럼 이런 매끈한 감촉은 없었다.소만리는 마음이 꽃밭에 앉은 것처럼 붕 뜨기 시작했다.조심스레 세안을 마치고 수건으로 얼굴을 가리고 가볍게 습기를 흡수시켰다.한참 후에야 그녀는 용기를 내어 거울 속의 자신을 대면했다.눈앞에 있는 거울은 매우 크고 넓었으며 머리 위의 불빛은 매우 밝아서 소만리는 자신의 얼굴을 자세히 살펴볼 수 있었다.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고 소만리의 손이 저절로 얼굴로 갔다.마치 꿈을 꾸는 듯한 기분이 들 만큼 지금 보고 있는 얼굴을 믿을 수가 없었다.감격해 하는 소만리의 모습을 남사택은 그녀의 뒤에서 묵묵히 바라보았다.“아까 바른 젤에는 콜라겐 성분과 피부 장벽 조직을 재생시키는 특수 성분이 들어가 있어서 훨씬 더 매끄럽게 느껴질 거예요.”남사택의 말에 소만리의 눈에는 기쁨의 빛이 차올랐다.남사택도 소만리의 얼굴에 피어나는 기쁨을 보았다.그러나 진실을 말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그런데 이 상태는 일시적인 현상이에요.”“일시적인 현상?”소만리의 얼굴에 드리워졌던 밝은 빛이 사라졌고 그녀는 몸을 돌려 초조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럼 전처럼 또 그렇게 울퉁불퉁해진다는 말이에요?”“아니요. 그럴 정도는 아니지만 사고가 나기 전 얼굴로 돌아가려면 시간이 오래 걸려요. 왜냐하면 상처에 있던 딱지가 얼마 전에 떨어졌기 때문에 붉은 자국이 금방 말끔히 사라질 리는 없어요. 그렇지만 화장을 하면 얼굴의 붉은 자국이 거의 보이지 않을 거예요.”소만리는 남사택의 말을 조용히 듣고 있다가 이내 만면에 웃음을 띠며 말했다.“고마워, 남사택. 정말 이렇게까지 회복한 것도 너무 만족스러워요. 얼굴에 흉터가 남을 거라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3-22
Read more

1512장

”내일 봐요. 유심씨.”소만리는 손을 흔들며 돌아섰다.그런데 두어 걸음 걸었을 때 뒤에서 자신을 부르는 초요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소만리는 의아한 듯 몸을 돌려 앞에 서 있는 여자를 조심스레 쳐다보았다.“예전에 남편이 당신을 소만리라고 부르는 걸 기억해요.”초요는 버들가지 같은 가느다란 눈썹을 살며시 들어 올리며 탐색하듯 물었다.“왠지 예전부터 당신을 알고 있던 느낌이 들어요. 내가 말하는 예전이란 아주 옛날, 오랜 전이에요.”그녀는 생각을 더듬어가듯 천천히 말을 이었다.“그 기묵비라는 남자가 내 앞에 나타나 날 초요라고 불렀어요. 난 내가 초요가 아니라고 분명히 말했는데도 그 기묵비라는 사람이 계속 나타났고 그때마다 이러지 말라고 말했어요. 그러다가 마지막에는 더 이상 찾아오는 거 싫으니 매달리지 말라고 했더니 그 후로는 나타나지 않았어요.”소만리는 묵묵히 말을 잇는 초요의 눈빛에서 쓸쓸함을 엿보았다.“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그 사람이 나타나지 않은 이후로 자꾸 그 사람이 꿈에 보여요. 그 사람이 나를 초요라고 부르는 꿈을 꾸었고 내가 그 사람에게 고개를 끄덕였어요. 설마 내가 정말 초요인가요? 왜 내 기억 속에는 전혀 없었던 일처럼 생각이 나지 않는 걸까요?”초요의 말을 들은 소만리의 마음이 복잡해졌다.그녀는 뭐라고 말을 해야 할까 고민하다가 미소를 띠며 겨우 입을 열었다.“아마도 그 사람이 자꾸 찾아오고 매달려서 그런 꿈을 꾼 것 같아요.”소만리는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했다.“당신은 초요가 아니에요. 나도 예전에 당신을 본 적 없어요. 아마 너무 깊게 생각해서 그런 거 같아요. 깊게 생각하지 말아요.”초요는 소만리의 말을 듣고 난처한 듯 눈썹을 찡그리며 말했다.“정말로 내가 생각이 좀 많았던 것 같아요. 내가 시간을 너무 뺏었네요. 그럼 조심해서 가세요. 내일 봐요.”“네. 안녕히 계세요.”소만리는 인사를 하고 급히 돌아섰다.자신에게 1초만 더 있었더라면 참지 못하고 초요에게 모든 것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3-22
Read more

1513장

소만리의 마음속에 봄날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듯 간질거렸다.첫사랑을 만났을 때 벅차오르는 그 설레임이었다.분명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자신을 가장 사랑해 주는 사람일 때 자연스럽게 피어오르는 설레임인데 지금 소만리에게는 왠지 모르게 긴장감이 감도는 설레임이었다.얼굴의 붉은 흉터와 딱지가 떨어져 나간 붉은 자국이 다시 고개를 내밀까 봐 그녀는 걱정되었다.그녀는 여전히 이 남자를 대면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게다가 그녀의 목소리는...소만리가 안절부절못하던 그 순간에도 기모진의 손은 여전히 소만리의 두 어깨를 받치고 있었다.저녁 햇살이 고요히 소만리의 얼굴에 내려앉아 오묘한 빛깔을 드리웠다.순간 소만리를 바라보는 기모진의 눈에 놀라움의 빛이 살짝 스쳐 지나갔다.잠시 후 기모진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소만리, 당신 어쩐 일이야?”그의 말투는 춘삼월 봄바람처럼 감미롭게 소만리의 귓가를 간지럽혔다.소만리는 이 말을 듣고 정신이 아득해졌다.모진이 나를 이렇게 불렀다. 지금 내 모습은 예전과 거의 다르지 않은 것이다.그런데 혹시 지금 나를 부르는 그 소만리가 가짜 소만리를 생각하며 부른 것일까?아니, 양이응을 대할 때에도 이렇게 감미로운 목소리로 말한단 말인가?소만리의 머릿속에서 헛된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졌고 그녀는 뭔가 말을 하려고 생각했지만 자신의 목소리를 떠올리며 침묵을 지킬 수밖에 없었다.지금 소만리의 목소리는 처음 사고가 났을 때보다는 훨씬 나아져 그렇게 거칠지는 않았지만 그녀의 예전 목소리와 비교하면 아직도 갈 길이 멀었다.남사택은 자신이 인후과 전공이 아니라서 다른 사람을 소만리에게 소개해 주어 치료할 수 있게 중재만 할 수 있다고 했다.소만리의 불편한 심기를 눈치챈 듯 기모진은 고개를 약간 숙인 채 그녀에게 다가와 다정한 목소리로 속삭였다.“소만리, 목이 아파? 불편하면 말 안 해도 돼.”소만리는 미소를 머금은 기모진의 눈을 마주 보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기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3-22
Read more

1514장

그동안의 모든 걱정과 불쾌했던 기억들을 단숨에 삼키려는 듯 소만리가 와인잔을 들어 입을 대려고 하는 순간 기모진이 불쑥 입을 열었다.“소만리, 우리 둘이 이렇게 앉아서 저녁 만찬을 즐기는 거 정말 오랜만인 것 같아.”기모진의 이 말을 들은 소만리는 맑고 깨끗한 눈이 반짝였고 기모진의 두 눈과 마주쳤다.정말 오랜만이었다.소만리는 속으로 혼자 감탄해 마지않았다.그러다가 곰곰이 기모진의 말을 곱씹어 보았다.그동안 그와 양이응은 이런 둘만의 식사를 한 번도 하지 않았다는 의미인가?소만리는 너무나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자신도 모르게 미소가 절로 지어졌고 와인잔을 들어 기모진을 향했다.비록 소만리는 말을 하지 않았지만 기모진은 그녀가 하려는 말을 꿰뚫어보는 것 같았다.그도 와인잔을 들어 소만리의 잔에 가볍게 부딪혔고 소만리가 보조개를 움푹 드러내며 미소 짓자 기모진도 덩달아 미소 지었다.창밖에는 별들이 그들만의 세상을 향해 속삭이고 있는 낭만적인 밤, 이 순간 소만리의 눈에는 기모진만 보였다.그는 그녀만의 별빛이었다.그녀가 어둠에 갇혀 막막하고 고독했을 때 한줄기 따뜻한 빛이 되어 그녀가 포기하지 않도록 힘을 준 단 한 사람이었다.저녁 식사를 마치고 소만리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기모진이 와서 그녀의 손을 잡았다.깍지 낀 그의 손가락에서 전해져 오는 온기가 소만리를 더욱 기쁘게 했다.그녀는 지금 이 순간이 조금 더 오래 영원을 향해 달려가길 바랄 뿐이었다.기모진도 그녀의 이런 마음을 아는 듯 집으로 바로 돌아가지 않고 대신 소만리를 데리고 천천히 인도를 따라 걸어갔다.별빛을 벗 삼아 걸으니 마치 두 사람은 연애 시절로 돌아간 듯했다.서로 손을 맞잡고 두 사람만의 달콤한 시간을 즐겼다.소만리는 딱히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그들 사이에 침묵도 사랑의 한 언어였다.꽃 가게를 지나던 기모진은 가게에 들어가 분홍색과 하늘색이 조화로운 안개꽃 한 다발을 사 와서 소만리의 손에 쥐여 주었다.“여온이가 제일 좋아하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3-22
Read more

1515장

사랑이 가득 담긴 기모진의 말을 들은 소만리에게 더 이상 무슨 억울함과 슬픔이 있겠는가?그동안 쌓여왔던 모든 상처가 지금 이 순간 이 남자에 의해 치유되는 느낌이 들었다.눈물이 핑 돌아 뚝뚝 떨어지려 할 때 기모진은 팔을 벌려 그녀를 가슴에 꼭 안았다.“소만리, 제발 쓸데없는 생각하지 마. 난 평생 당신밖에 없어. 오직 당신만 사랑해.”그의 뜨거운 고백이 그녀의 귓가에서 반짝였다.눈물을 머금고 고개를 끄덕이는 소만리의 목소리가 가볍게 떨렸다.“나도 알아.”그녀는 알고 있다. 그가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한다는 걸 잘 알고 있다.처음 만났던 순간부터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소만리를 꼭 껴안은 기모진은 소만리의 입술에 머리를 숙여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키스 후 소만리는 마치 한밤중 자정을 알리는 벨 소리를 들은 신데렐라처럼 현실을 자각하기 시작했다.이제 집으로 떠나야 할 시간이 된 것이다.이때 공교롭게도 기모진의 전화기도 울렸다.그는 전화를 받았고 몇 마디 잠자코 듣다가 말했다.“여온이한테 가서 아빠가 지금 금방 집으로 돌아간다고 해. 울지 말고.”여온이가 울어?소만리의 마음이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왜 여온이가 우는지 걱정이 되었다.기모진이 전화를 끊자 소만리는 그의 손을 잡아끌었다.“여온이가 왜 울어? 일단 얼른 집에 가야겠어.”그녀가 초조해하며 말을 했고 그 순간은 별빛 아래 수놓았던 기모진과의 밀어들을 완전히 잊었다.돌아오는 길에 소만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오로지 여온이가 왜 우는지만 걱정이 되었다.기 씨 본가에 도착해서 차에서 내리자마자 소만리는 황급히 집안으로 뛰어들어갔다.문으로 정신없이 뛰어갔을 때 그녀는 갑자기 무언가를 떠올렸다.지금 그녀가 소만리라는 것이 하마터면 들통날 뻔했다.소만리는 얼른 주머니에서 마스크를 꺼내 얼굴을 가렸다.마스크를 쓰고 나서야 그녀는 집안으로 걸어 들어갔다.기여온은 이미 울음을 그친 상태로 소파에 시무룩하게 앉아 있었다.소만리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3-23
Read more

1516장

양이응은 얼굴을 손으로 감싸 안은 채 겨울바람보다 더 차갑고 싸늘한 눈빛이 가득 서려 있는 소만리의 눈을 쳐다보았다.그냥 보기만 해도 오금이 저릴 정도로 소만리의 눈빛이 무서웠다.소만리는 호되게 경고한 후 양이응을 밀쳐내고 몸을 돌려 아래층으로 향했다.양이응은 화가 나서 참지 못하고 소만리가 주의를 기울이지 못하는 틈을 타 갑자기 발을 뻗어 소만리를 넘어뜨리려고 했다.그러나 소만리는 이미 양이응의 수를 읽은 듯 양이응이 소만리를 괴롭힐 요량으로 발을 뻗으려고 하는 순간 다리를 거둬들였고 동시에 손을 뻗어 양이응의 옷깃을 잡았다.양이응은 소만리의 반응이 그렇게 민첩할 줄 몰랐다.갑자기 끌려나가는 신세가 된 양이응은 순간 발을 헛디뎌 계단에서 넘어졌고 이후 둔탁한 소리를 내며 아래로 굴러떨어졌다.“아아아아...”양이응은 고통스러운 비명 소리와 함께 1층으로 굴러 넘어졌다.마침 현관에서 들어오던 기모진이 이 광경을 보고 놀란 듯 그 자리에 얼어붙었지만 미처 다가가지 못하고 서 있었다.거실에 있던 위청재는 눈을 번쩍 뜨며 품에 안은 막내 손자를 놓고 부랴부랴 양이응에게 달려갔다.“소만리, 괜찮아? 왜 그래? 계단에서 넘어졌어? 어쩌다가?”걱정을 가득 실은 위청재가 물으며 양이응을 일으켜 세웠다.위청재는 양이응을 부축했고 일어서는 양이응은 증오에 가득 찬 눈으로 소만리를 흘끔 노려보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녀가 여기서 하나하나 일러바치듯 말한다면 그건 자신이 덮어쓴 소만리의 인품에 맞지 않는 것이 된다.게다가 지난번에 억울한 일을 당한 소만리가 자신을 상대하기 위해 또 무슨 수를 남겨둘지도 모르는 일이었다.양이응은 더 이상 기모진과 기 씨 집안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체면을 구기는 일을 하고 싶지 않았다.“소만리, 어디 아파? 병원에 가볼까?”위청재가 전전긍긍하며 어디 다친 데가 없는지 걱정하며 물었다.확실히 여기저기 아파왔고 특히 허리가 너무 아팠지만 양이응은 그저 참고 있을 뿐이었다.“어머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3-23
Read more

1517장

여온은 소만리를 향해 또 엄마라고 불렀다.소만리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 복받쳐 올랐고 눈에는 기뻐하는 기색이 가득했다.기모진은 소만리의 표정을 가만히 살피다가 기여온을 끌어안은 채 소만리에게 한 발짝 더 다가섰다.“내 딸이 당신을 무척 좋아하는 것 같은데 아이를 한 번 안아 위로해 줄 수 있겠어?”소만리가 그토록 간절히 바라던 바였지만 기모진이 이렇게 말할 줄은 몰랐다.그녀는 얼른 고개를 끄덕이고 손을 뻗어 여온을 안았다.거실에 있던 양이응이 이 광경을 보고 더욱 분하고 원통해했다.설마 이게 피가 물보다 진하다는 건가? 결국 천륜이란 것이 내 일에 훼방을 놓는단 말인가?그래서 이 작은 아이조차도 그녀를 안고 있는 이 여자가 자신의 친엄마라는 걸 알아차린 걸까?소만리가 기여온을 안고 올라가는 것을 보자 양이응은 조용히 주먹을 불끈 쥐고 남몰래 이를 갈았다.이대로는 안 되겠어.이렇게 작은 아이조차 그녀가 친엄마라는 걸 직감한다면 아마도 기모진도 언젠가는 진짜 소만리가 누구인지 알아차릴 거야.양이응은 속으로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도저히 이대로 그냥 앉아서 당할 수만은 없다고 생각했다.그녀에게는 이제 아무도 없다. 지시와 명령을 내리던 경연도 없다.오로지 스스로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다!소만리는 기여온을 안고 아이의 방에 들어갔다.기란군은 숙제를 하고 있었다. 소만리와 기여온이 들어오는 것을 본 기란군은 펜을 놓고 다가왔다.“미스 천 누나.”기란군이 예의 바르게 인사하며 초롱초롱한 눈을 깜박였다.“내 동생 왜 그래? 왜 내 동생 눈이 이렇게 빨개?”기여온은 기란군의 말을 듣고 유리처럼 맑은 두 눈을 떨구었다.소만리는 마음이 아파 아이의 등을 어루만지며 기여온을 안은 채 소파에 앉았다.“여온이, 착하지.”그녀는 여온의 작은 머리를 어루만지며 조금 더 듣기 좋은 목소리가 나오길 애쓰며 위로했다.적어도 그렇게 거칠거칠하지 않도록 더 부드럽게 아이한테 들리도록 하고 싶었다.여온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3-23
Read more

1518장

”기란군, 얌전하게 동생 지켜보고 있어.”소만리는 미소를 지으며 다시 한번 당부의 말을 남긴 후 성큼성큼 방 밖으로 걸어갔다.양이응은 이때 혼자 거실에서 과일을 먹으며 소만리를 상대할 방법을 모색하던 중 갑자기 소만리가 아래층으로 성큼성큼 걸어오는 것을 보았다.그녀가 잠시 멍해져서 소만리가 도대체 무엇을 하려는 건지 가늠하고 있을 때 소만리는 바람처럼 재빠르게 양이응의 곁으로 다가와 세차게 뺨을 한 대 내리쳤다.“퍽!”“아!”양이응은 아파서 비명을 질렀고 그 소리에 위청재와 기모진도 놀라서 나왔다.두 사람이 거실에 나와보니 소만리가 양이응의 옷자락을 잡아당기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위청재는 깜짝 놀랐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영문을 알지 못한 채 서둘러 내려왔다.갑작스러운 소만리의 공격에 정신이 얼얼해 있던 양이응은 위청재가 내려오는 것을 보고서 정신을 추스른 뒤 소만리를 노려보며 낮은 목소리로 경고했다.“소만리, 이 미친년! 나한테 또 손찌검을 해!”“그래, 네 말이 맞아. 나 소만리야. 그러니 내 아이들 더 이상 괴롭히지 않는 게 좋을 거야. 네가 말한 대로 나 미쳤어, 그래. 그러니 또 한 번 내 아이들 괴롭혔다가는 내가 당신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야! 두 배로 갚아줄 테니까 각오하라구!”“흥!”양이응은 서슬 퍼런 소만리의 눈빛에 압도당해 소름이 끼칠 정도였지만 재빨리 소만리를 밀치며 반격을 꾀하려고 했다.그러나 소만리가 한 발 더 빨리 양이응의 팔뚝을 세게 꼬집었다.양이응은 아프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해서 소만리를 맹렬히 노려보았다.“소만리, 흥! 어디 마스크 벗을 수 있으면 벗어봐! 너의 그 못생긴 낯짝으로 식구들한테 말해보라구! 네가 소만리라며? 어디 한번 해 봐! 안 그러면 내가 계속 네 아이들 괴롭힐 거야! 이번엔 네 딸이고 아들이고 싹 다 괴롭힐 거야!”“퍽!”소만리는 또 한 번 양이응의 뺨을 때리고 멱살을 힘껏 잡아당겼다.“네가 감히!”“도대체 너 무슨 일이야 이게! 빨리 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3-23
Read more

1519장

소만리는 양이응의 행동에 도저히 참을 수 없을 만큼 화가 났고 마스크에 손을 들어 얹은 채 양이응을 바라보았다.양이응은 마스크를 벗으려는 소만리의 움직임에 적잖이 놀랐다.하지만 잠시 후 양이응은 마음을 진정시키고 평정심을 되찾았다.소만리의 얼굴이 똑바로 쳐다볼 수 없을 정도로 흉측해서 그런 얼굴을 보고 아무도 소만리라고 믿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그런데 바로 그 순간 기모진이 소만리의 뒤에서 나타났다.“미스 천.”그가 부드럽게 소만리를 불렀다. 이미 한쪽 마스크 끈을 풀던 소만리의 동작이 멈칫했다.기모진은 소만리의 곁으로 다가와 그윽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모진아, 너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미스 천이 방금 네 아내를 때렸어!”위청재가 강조하며 말했다.양이응은 위청재의 도움으로 소만리를 쫓아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겉으로는 그런 내색을 하지 않고 온유하고 대범한 척 말했다.“어머니, 이 일은 이제 됐어요. 그냥 넘어가요. 미스 천이 전에 공원에서 있었던 일 때문에 저한테 화가 난 것 같아요. 전 이해해요. 이제 됐어요. 더 이상 추궁하지 않을 거예요. 그러니 미스 천을 그냥 여기 머물게 해주세요.”위청재는 양이응이 하는 말을 도저히 납득할 수 없었다.“아니야. 절대 안 돼. 내쫓아야 돼.”“당사자가 괜찮다고 했으니 더 이상 얘기하지 않는 게 좋겠어요.”기모진은 냉랭한 어조로 위청재의 말을 끊었다.위청재는 도대체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영문을 알 수 없었다.그러나 소만리와 양이응 둘 다 기모진이 하는 말을 들었다.분명 기모진은 ‘당사자'라는 말로 양이응을 묘사했다.소만리는 이상하게 여기다가 다정한 기모진의 목소리를 듣고 정신을 가다듬었다.“여온이와 기란군이 방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올라가 봐.”“잠깐만!”위청재는 돌아서려던 소만리를 불러 세웠다.“모진아. 어떻게 이 일을 그냥 넘어갈 수 있어? 어떻게 소만리가 저렇게 억울한 일을 당하게 할 수 있냐구? 여기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3-24
Read more

1520장

양이응은 소만리에게 맞은 양쪽 뺨을 어루만지며 더 이상 이대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소만리는 이미 그녀와 대적할 만큼 강경한 자세를 보이고 있었다.그리고 더욱 양이응을 불안하게 하는 것은 기모진의 태도였다.기모진은 확실히 소만리에게 뭔가 끌리고 있는 모습을 보였다.혹시 그가 이미 알아차렸단 말인가?양이응은 당황하기 시작했다....소만리는 두 아이의 방 앞으로 돌아와 모든 불쾌함을 떨쳐내고는 만면에 웃음과 따사로움을 담아 기란군과 기여온의 방으로 들어왔다.아이들을 다 재우고 난 뒤에야 소만리는 아이들의 방을 떠났다.소만리는 사화정을 보러 갔다. 사화정은 이미 누워서 잠이 들어 있었다.그 모습을 확인한 후에야 비로소 소만리는 안심하고 자신의 방으로 돌아왔다.샤워를 마친 소만리가 얼굴을 깨끗이 씻고 거울을 보았다. 붉은 자국이 다시 올라왔다.역시 남사택의 말처럼 붉은 자국은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젤의 효과는 즉각적인 영향을 미치는 마스크팩과 비슷했고 일시적일 뿐이었다.소만리는 낙담한 듯 한숨을 내쉬며 마스크를 쓴 채 자신의 방으로 걸어갔는데 때마침 기모진이 마주 오는 것이 보였다.“오늘 밤 내가 처리할 일이 좀 많아서 그러는데. 지난번 커피 맛도 괜찮고 해서 오늘도 커피 좀 끓여주면 안 될까? 그리고 서류도 좀 정리해 주고?”기모진이 조심스레 부탁했다.소만리는 갈아입은 옷을 안고 멍하니 듣고 있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물론이죠.”기모진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럼 기다릴게.”“네, 알겠습니다.”소만리가 대답을 하자 기모진은 훤칠한 뒷모습을 뽐내며 뒤돌아섰다.그녀도 서둘러 자신의 방으로 가서 옷매무새를 정리하고 머리를 단정히 한 다음 곧바로 기모진의 서재로 갔다.그는 꼿꼿한 자세로 책상 앞에 앉아 만화 주인공 같이 기다란 손가락으로 서류를 뒤적거리고 있었다.소만리는 일에 몰두하고 있는 기모진의 진지한 모습을 가장 좋아했었다.그녀는 그에게 방해가 되지 않게 조용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3-24
Read more
PREV
1
...
150151152153154
...
248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