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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가 사랑한 여인의 모든 챕터: 챕터 1411 - 챕터 1420

2479 챕터

1411장

위청재의 대답을 들은 소만리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의아해하는 모습을 보였다.기모진도 가늘고 긴 눈동자를 번쩍 뜨고 다소 굳은 소만리의 얼굴에 시선을 고정시켰다.소만리는 위청재의 말을 들으며 기모진과 눈을 마주쳤다.얼마 지나지 않아 소만리는 전화를 끊었다.기모진은 그녀를 품에 안고 다정하게 물었다.“장모님 괜찮으시대?”소만리는 고개를 가로저었다.“엄마 괜찮대.”“그런데 왜?”기모진은 소만리의 눈동자를 똑바로 쳐다보고 물었다.소만리는 기모진의 핸드폰에서 검색창을 열어 오늘의 인기 검색어 1위를 보고 마음이 복잡해지는 듯 얼굴에 그늘이 드리워지기 시작했다.“모진, 이것 좀 봐.”그녀는 핸드폰을 기모진에게 건네주었고 얼굴에는 수심이 더욱 짙어졌다.기모진은 인기 검색어를 보았다.뜻밖에도 그것은 경 씨 집안 어르신이 그 해 기 할아버지에게 보낸 편지 내용이었다!기사의 헤드라인은 15년 전 기 씨 집안과 경 씨 집안에 얽힌 원한에 대한 진실이었다.“이 편지는 그날 경연의 아버지에게 드렸었고, 없애버리겠다고 했는데 어떻게 사진이 찍혀서 이렇게 인터넷에 기사로 올라올 수 있지?”소만리는 정말 곤혹스러웠다. 정말이지 지긋지긋했다.“이제 경도 전체, 나아가 전 세계 사람들도 이 기사를 보게 될 텐데. 경연과 경 씨 집안사람들이 이를 본다면 어떤 기분일지 정말 가늠이 되질 않아.”기모진은 생각에 잠긴 듯 소만리를 끌어안고 천천히 일어섰다.“당시 할아버지와 경연의 할아버지는 절친한 친구 사이였지만 ZF 프로젝트 때문에 사이가 틀어지셨어.”기모진이 말을 이었다.“당시 할아버지는 경연의 할아버지에게 경쟁 입찰을 마친 뒤 사심 없이 친구 사이의 신뢰 차원에서 경연의 할아버지에서 서면 내용을 보여드렸어. 경연의 할아버지는 할아버지의 서면 내용 중 몇몇 사항이 굉장히 건설적이고 현실적으로 채택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 그 내용을 표절했어. 나중에 할아버지가 그 사실을 알고 경연의 할아버지에게 엄정하게 따지자 경연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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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2장

”실시간 검색어는 이미 사람을 시켜 삭제하라고 지시했으니 아마 조만간 검색 열기는 떨어질 거야.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다 한 것 같아. 나머지는 경 씨 집안사람들에게 맡겨야지.”기모진은 차근차근 담담하게 설명하며 놀라고 당황한 소만리를 달래 주었다.“소만리, 우리는 부끄러운 짓을 한 적이 없어. 다른 사람들이 우릴 어떻게 보는지는 우리가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야. 우리는 우리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만 잘 하면 그걸로 충분해.”기모진의 말을 듣고 소만리는 마음이 많이 풀리기 시작했다.그렇다.기 씨 집안은 이미 성심성의껏 할 일을 다 해줬다. 기모진이 한 일도 엄밀히 따져서는 안 해도 될 일이었다.이것으로 충분했다.“소만리, 당신을 데리고 여행을 온 건 당신이 즐겁고 마음 편하게 시간을 보냈으면 해서였어. 그런 기분 나쁜 일은 생각하지 마. 응?”기모진은 그녀의 아름답고 오똑한 코를 가볍게 꼬집었다. 그의 눈에 소만리에 대한 사랑이 넘쳤다.소만리는 남자의 팔을 되돌려 놓으며 달콤한 보조개를 띄우고 입술 가득 애교 섞인 미소를 지었다.“그럼 여보, 오늘은 우리 어디 놀러 갈 거야?”기모진은 검은 눈썹을 살짝 치켜 올리더니 얇고 섹시한 입술을 열어 장난스럽게 말했다.“글쎄?”소만리는 호기심 가득한 표정을 지었고 눈빛에 강한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었다.남자는 신비로운 미소를 지으며 소만리의 손을 잡고 깍지를 끼었다.“소만리, 내가 당신의 소중한 시간들을 너무나 많이 허비해 버렸어. 내가 지금 당신이 기뻐할 만한 시간들로 최대한 당신한테 채워줄게.”“뭐?”지나간 시간을 무슨 수로 채운단 말인가?소만리의 궁금증은 더해졌고 기모진이 잠시 후 자신을 데리고 갈 곳이 더욱 기대가 되었다.출발하기 전 기모진은 소만리를 데리고 방으로 돌아와 각자 옷을 갈아입었다.소만리는 기모진이 흰색 반팔 셔츠와 짙은 파란색 주름치마를 자신에게 사줄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또 그 옆을 보니 빳빳한 흰색 셔츠에 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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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3장

그녀는 고개를 홱 돌려 옆에 앉은 남자를 바라보았다.그가 다정하고 그윽한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보고 소만리의 얼굴은 더욱더 달아올랐고 심장 박동이 궤도를 벗어나 날뛰는 것 같았다.분명히 이 남자와 이미 서로 잘 알고 사랑을 나눈 사이였는데도 지금 그녀는 그 옛날 사랑에 빠진 소녀가 된 것 같았다.교단 위에서 교수님이 열정적으로 강의를 하고 계시는 모습을 보고 소만리는 어쩔 수 없이 남자의 손장난에 맞춰 자신의 손가락을 꼬아 깎지를 끼도록 내버려 두고는 수업이 끝나는 벨이 울리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만약 그녀와 기모진이 정말로 그 옛날 학창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만약 정말로 그 해 일어났던 일들을 다시 써 내려갈 수 있다면 그는 물불 가리지 않던 그때 그 기모진처럼 수업이 끝날 때마다 그녀를 에워싸고 어떤 남학생도 그녀에게 접근하지 못하게 할 수 있을까.소만리는 감히 상상할 수 없었다.그렇지만 아마도 그는 그때처럼 또 그럴 것 같다.소만리는 달콤한 미소를 지었다. 어제 모래사장에서 그가 보였던 행동으로 미루어보아 충분히 기모진은 그녀를 독차지하려고 했을 것이다.젊음이 넘쳐나는 교정을 거닐다 보니 소만리의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고 밝아졌다.그동안 자욱한 안개처럼 까마득하고 깜깜했던 모든 근심과 걱정거리들이 깃털처럼 날아가 버린 것 같은 지금 이 순간, 그저 이 남자와 조용히 세월을 보내고 싶은 마음뿐이다.이날 오전 기모진과 소만리는 이 대학에서 청춘 같은 달콤한 시간을 보냈다.점심에는 소만리를 데리고 식당으로 가서 식사를 했다.대학에는 달달한 커플들이 적지 않았지만 그들처럼 외모가 뛰어나고 사랑이 깊은 커플은 본 적이 없는 것 같다고 주변에서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렸다.“우리 학교에 언제 저런 초특급 커플이 있었지?”“본 적 없는데. 우리 학교 같지 않아.”“우리 학교도 아닌데 어떻게 우리 학교 티셔츠를 입어? 너 바보 아냐?”소만리와 기모진은 주변의 귀여운 언쟁을 들으며 서로 웃음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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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4장

”아무 사람도 아니었다고?”기모진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되물었다.“소만리, 단지 당신이 모를 뿐이지 당신을 쫓아다니고 당신한테 관심이 있는 남자들 중 내가 모르는 남자는 아무도 없었어. 당신이 바로 내 사람이었거든.”“뭐? 기모진, 무슨 말을 하는 거야?”소만리는 점점 더 어리둥절해하는 표정을 지었는데 가만히 보니 기모진의 아름다운 얼굴에 옅은 홍조가 그려지는 것이 보였다.“기모진, 어서 말해 봐. 도대체 내가 모르는 배후에서 무슨 짓을 한 거야!”“콜록콜록!”기모진은 억지로 기침 소리를 만들어 내며 당황스러운 상황을 모면하려고 했다.“아니, 그냥. 남몰래 당신한테 치근덕거리려던 남자들한테 경고 좀 해주고 당신이 내 여자라고 알려줬지. 경도에서 기 씨 집안 태자의 이름에 감히 도전할 사람은 없으니까.”“...”이 말을 듣고 소만리는 깜짝 놀랐다.그녀는 기모진이 그녀가 모르는 배후에서 이런 일을 한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하지만 돌이켜 생각해 보니 전혀 놀라운 일도 아니었다.그때의 기모진이라면 그렇게 하고도 남았다.다만 그녀가 이런 일이 있을 거라고 상상도 하지 못했을 뿐이었다.싱그러운 청춘이 한창 푸르던 그 시절 그녀는 그를 짝사랑했었다.그가 좋아하는 사람은 소만영이라고 생각했었다.그런데 알고 보니 당시 그는 정말 자신에게 첫눈에 반한 것이었다.소만리의 고운 얼굴에 충격이 가득한 표정을 보고 기모진은 갑자기 마음이 아팠다.“소만리, 미안해. 당신 남편을 용서해 줘. 난 그렇게 말도 안 되는 사람이었어.”기모진의 따뜻한 손가락이 소만리의 뺨에 닿았다.“당신은 내가 첫눈에 반한 사람일 뿐만 아니라 내가 그 당시 잊지 못했던 그 소녀 소만리라는 게 정말 너무 다행이야.”그가 천천히 고개를 숙였고 잘생긴 얼굴이 소만리의 눈앞에 가까이 다가왔다.찬란한 축복의 빛이 두 사람의 얼굴에 비말처럼 흩뿌려졌고 그들의 눈에서는 그 옛날 서로에게 반했던 그 눈빛 그대로 서로의 모습이 빛나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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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5장

지금까지 너무 많은 사고와 돌발 상황에 부딪혔었다.기모진은 매사에 신중하지 않을 수 없었다.특히 소만리와 관련된 일에 절대 타협이란 있을 수 없었다. 한껏 경계하며 문을 열었더니 작업복을 입은 채 웃고 있는 종업원의 모습이 보였다.“안녕하세요. VIP 손님. 한 시간 후에 저희 호텔 테라스에서 가면무도회가 열리는데 두 분께서 관심이 있으시면 와주셔서 자리를 빛내주시면 고맙겠습니다.”알고 보니 종업원이 초대장을 주려고 온 것이었다. 소만리는 초대장을 받았다.“고맙습니다.”“아닙니다. 그럼 편히 쉬십시오.”종업원은 예의 바르게 웃으며 돌아섰다.소만리와 기모진은 원래 휴가를 즐기려고 놀러 온 터라 이런 파티를 놓칠 이유가 없었다.그런데 기모진은 이런 행사가 있다는 걸 미리 알고 있었고 의상도 이미 준비해뒀다.소만리는 이 사실에 깜짝 놀랐다. 심지어 그는 그녀가 입을 검은색 롱 드레스도 다 준비해두고 있었다.기모진은 드레스를 직접 그녀에게 입혀주고는 전신거울 앞에 선 그녀를 보고 다정하게 뒤에서 끌어안았다.“여보, 당신 정말 너무 아름다워. 이렇게 아름다운 모습을 다른 남자들한테 보여주고 싶지 않은데.”소만리는 거울 속 남자와 마주 보고 웃으며 손을 들어 잘생긴 그의 얼굴을 살며시 감쌌다.“무슨 질투를 그렇게 해. 어차피 난 당신 건데.”“정말? 당신이 뽀뽀해 주지 않으면 못 믿을 것 같은데?”남자가 애교를 부리고 떼를 쓰는 모습을 소만리는 즐기는 듯 미소를 지었다.그녀는 망설임 없이 고개를 돌려 기모진의 입술에 세 번 연거푸 뽀뽀를 했다.“이제 믿을 수 있겠어?”남자의 얼굴에선 싱글벙글 미소가 떠나질 않았고 이렇게 환한 미소는 오직 소만리 앞에서만 보였다.한여름 밤 서늘한 바람이 그들의 마음을 간지럽혔다.소만리가 기모진의 손을 잡고 테라스로 나왔을 때 아직 무도회가 시작될 시간이 아니었음에도 그 안의 분위기는 이미 후끈 달아올라 있었다.각자 넘치는 끼를 주체하지 못한 듯 독특한 복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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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6장

그러나 바 근처에 앉은 지 얼마 되지 않아 가면을 쓴 한 남자가 다가와 소만리에게 춤을 권하였다.화려한 불빛 아래 기모진이 가면을 쓰고 있었지만 소만리는 지금 기모진이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짐작하고도 남았다.당장이라도 한기가 뿜어져 나올 것 같은 그의 차가운 눈동자만 보아도 소만리는 지금 이 남자가 아무리 얼음이 가득 든 음료를 마셔도 소용이 없을 정도로 가슴속에 불쾌한 불꽃이 일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그런데 참 이상하게도 기모진의 외모는 이미 출중하기로 적수가 없을 정도인데 지금은 어느 누구도 적극적으로 그에게 춤을 청하는 여자가 없었다.소만리는 손에 찬 음료수 한 잔을 들고 화가 잔뜩 나 있는 남자를 놀려줄까 하던 참에 갑자기 마녀 복장을 한 젊은 여자가 기모진에게 다가왔다.무도회장의 음악 소리가 귀를 찔렀지만 소만리는 여자가 기모진에게 인사하는 목소리를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모진, 여기서 만나게 될 줄은 몰랐네. 참 신기한 일도 다 있지.”기모진은 처음에는 누가 가까이 다가온 것을 모르고 있다가 지금 목소리를 듣고서야 그의 앞에 누군가가 나타났다는 것을 알아차렸다.여자는 아주 큰 호박 가면을 쓰고 있어서 기모진은 그녀가 누구인지 알아보지 못했다.여인은 기모진이 의아한 표정을 짓는 것을 보고 단번에 자신의 가면을 벗었다.환상적인 불빛이 여자의 얼굴을 비추었다.소만리의 눈에 매혹적인 여자의 얼굴이 들어왔다. 웃음을 머금은 눈빛이 예사롭지 않게 사람을 유혹하듯 빛나고 있었다.소만리의 가슴속에 질투의 화신이 불을 당기고 있었다.그녀는 방금 기모진이 자신 때문에 질투했던 것을 이해하게 되었다.그러나 이해는 이해고 질투는 질투였다. 소만리의 질투심이 부글부글 끓어올랐다.그런데 가만 보니 이 여자는 가면을 쓴 기모진을 알아보았을 뿐만 아니라 기모진의 이름을 친숙하게 불렀다.소만리가 기모진에게 이 여자에 대해 물어보려 했을 때 기모진의 잘생긴 얼굴에 의아해하는 기색이 역력한 것을 보았다.소만리는 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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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7장

기모진은 바싹 소만리를 뒤쫓아 나갔다.이미 그녀의 심기가 불편한 것이 뒷모습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다만 지난 반년 동안의 시간을 생각해 보니 그는 정말이지 다시 되돌아보기 싫었다.호텔 근처 모래사장에 선 소만리는 가면을 벗어던지고 밤바람을 맞으며 거침없이 걸어갔다.“소만리.”기모진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오자 소만리는 천천히 걸음을 멈추었다.그녀는 결코 이 남자에게 화낼 생각은 없었지만 확실히 마음이 편지는 않았다.기모진은 소만리 곁으로 성큼성큼 걸어갔고 바닷바람을 맞아 부드럽게 나부끼는 그녀의 단발머리와 어둑어둑한 가로등 아래 수심에 가득 찬 소만리의 작은 얼굴을 보았다.그는 미안한 듯 검은 눈썹을 일그러뜨리며 팔을 들어 소만리를 힘껏 품에 안았다.“소만리, 쓸데없는 상상하지 마.”기모진은 소만리를 꽉 껴안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그녀에게 속삭였다.“그 여자와 난 오로지 친구 사이일 뿐이야.”소만리는 끝없이 펼쳐진 바다를 말없이 바라보았다.“당신이 가면을 쓰고 있는 상황에서도 당신을 알아보던 여자야. 당신을 모진이라고 친근하게 부를 정도였다고.”“소만리.”기모진은 품에서 그녀를 풀어내고는 소만리의 양쪽 뺨을 두 손으로 어루만지며 미소 지었다.“소만리, 지금 질투하는 거야?”소만리는 딱히 부인하지 않고 가만히 침묵을 지켰다.기모진은 얇은 입술을 들썩이며 기분 좋은 미소를 만면에 띄웠다.“소만리, 질투하는 모습 너무 귀여워. 너무 기분이 좋아.”“난 하나도 기분이 안 좋아.”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소만리는 아직도 웃고 있는 남자를 쳐다보았다.“모진, 당신이 실종된 그 반년 동안 도대체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지냈는지 내가 물었지만 당신은 매번 입을 다물거나 어물쩍 넘어가려고 웃기만 했어. 그렇지만 난 정말 그 시간들이 너무나 궁금하고 신경이 쓰여.”소만리의 말을 듣자 기모진의 얼굴에도 웃음이 사라졌다.“모진, 우리 지금까지 온갖 풍파 다 겪었잖아. 서로 숨길 게 뭐가 있어? 난 당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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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8장

소만리는 이미 그런 아픔 따위 초월한 사람처럼 태연한 표정을 하고 있는 남자를 바라보니 점점 눈시울이 뜨거워졌다.“내 머리색이랑 눈동자 색이 왜 이렇게 변했는지 알아?”기모진은 웃으며 물었다.“강연이 나에게 준 만성 독소와도 일정 부분 관련이 있긴 하지만 완전히 그것 때문만은 아니야.”그는 아름다운 선을 자랑하는 고운 눈썹을 찡그리며 말했다.“더 큰 이유는 내가 좀 더 오래 살려고 수많은 약물들을 이것저것 시도했었기 때문이야. 아까 만났던 그 여자는 만성 독소가 퍼지는 것을 억제시키는 약물을 개발한 의사였는데 그 반년 동안 난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절망 속에서 발악하고 있었어.”“그리고 그 여자가 말하기를 이 독소를 완전히 제거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기껏해야 2년밖에 살지 못하기 때문에 내가 가족들 품으로 돌아온다고 해도 굉장히 모순된 삶에 처하게 될 거라고 했어.”기모진은 그때의 상황이 떠오른 듯 망연자실한 웃음을 지었다.“난 당신과 함께 있고 싶고 당신한테 더 많은 사랑을 주고 싶지만 잠시 같이 살겠다고 당신한테 잊지 못할 더 큰 아픔을 주고, 게다가 여온이, 우리 여온이가 이제 아빠라고 알아보는데 갑자기 아빠를 잃어버리는 슬픔을 안겨주게 될까 봐 너무나 두려웠어. 그래서 여온을 아주 차갑게 대했어. 날 미워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나중에 내가 틀렸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이 말을 듣자 소만리는 명치끝이 저릿하게 아파왔다.“모진.”“소만리.”기모진은 소만리의 말을 끓으며 촉촉하게 젖은 눈동자를 들어 그녀를 보았다.“내가 잘못했어. 아이들한테 냉담하게 대하면 안 되는 거였어. 하루를 살더라도 그 하루를 위해 긍정적으로 최선을 다해 살았어야 했어.”남자는 다정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향해 부드럽게 웃었다.소만리는 입술을 깨물며 조용히 눈시울을 적셨다.“바보, 울지 마. 나 이제 회복되고 있잖아?”기모진은 소만리의 눈가에 흐르는 눈물을 애틋하게 닦아주며 말했다.“울지 마. 응?”기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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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9장

메시지의 내용을 보고 기모진은 뒤돌아보며 다시 소만리를 보았다.그녀의 잠을 방해할까 봐 그는 가볍게 이불을 젖히고 일어나 침대에서 내려왔다.그런데 기모진이 슬리퍼를 신고 가려는 순간 갑자기 소만리가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기모진은 순간 걸음을 멈추었다.괜히 마음이 켕기는 듯 돌아섰고 소만리가 잠꼬대하는 것을 보고 조용히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마음속에서 솟구치는 죄의식은 지울 수 없었다.소만리.미안해.내가 일을 다 처리하면 돌아와서 당신과 계속 함께 있을게.기모진은 마음속으로 다짐하며 트렌치코트를 걸치고 살금살금 스위트룸을 빠져나갔다.호텔 테라스.무도회가 끝난 이 시각, 텅 빈 고요함만이 공허함을 채웠다.기모진이 들어가자 바 옆에 앉아 있는 여인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오렌지빛 조명 아래 여인은 거나하게 취한 채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보랏빛 물결이 일렁이듯 긴 그녀의 머리는 매끄러운 어깨선을 타고 등 쪽으로 늘어져 있었고 볼륨감 있는 몸매는 불빛 아래에서 더욱 요염함을 뿜어내고 있었다.그러나 기모진에게는 이 모든 것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그는 곧장 그녀 뒤로 가서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셜리, 우리가 다시 만날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어.”셜리라는 이름의 여자는 술을 마시려고 잔을 들다가 기모진의 목소리를 듣고 술잔을 내려놓았다.풍성한 웨이브 머리를 살짝 쓸어 넘기며 그녀는 천천히 기모진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불빛이 얼큰히 취한 그녀의 얼굴을 비추고 있었고 그녀의 모습은 더욱 농염하고 여성스러워 보였다.그녀는 바닥에 또각또각 하이힐 소리를 내며 한 걸음 한 걸음 기모진 앞으로 다가와 손을 들어 기모진의 얼굴을 만지려 했지만 기모진은 얼른 그녀의 손을 피했다.“쓸데없는 짓 하지 마.”“이게 쓸데없는 짓이야?”여인은 붉은 입술을 들썩이며 애매한 웃음을 지었다.“모진, 당신 잊은 것 같은데. 그 반년 동안 당신과 나 사이에 이런 ‘쓸데없는'일이 있었지. 그것도 아주 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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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0장

셜리라는 여인은 술잔을 빙글빙글 돌리며 뭔가 만족스럽지 못한 표정을 지으며 냉소를 흘렸다.“남사택, 내가 절대 당신한테 질 리가 없는데. 당신이 정말 기모진을 구할 수 있다고 생각해? 흥. 내 실험용 대상을, 네가 다시 끼어들 틈을 내가 절대 용납하지 않을 거야!”기모진은 테라스에서 호텔 입구까지 쫓아갔지만 그 어디에도 소만리의 모습을 찾을 수 없었다.소만리가 방금 그 대화를 듣고 이상한 생각을 할까 봐 기모진은 너무나 걱정되었다.더구나 지금은 한밤중이었고 여기는 낯선 땅이었다.기모진은 소만리가 길이라도 잃을까 봐 두려웠다.그가 서둘러 스위트룸으로 돌아왔을 때 침대가 텅 비어 있는 것을 보고 기모진의 마음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 같았다.그가 핸드폰을 들어 소만리의 위치를 추적해 보려고 현관으로 발걸음을 향하던 중 욕실에서 물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기모진은 발걸음을 홱 멈추고 눈을 들어보니 소만리가 잠결에 실눈을 뜨고 화장실에서 나왔다.그녀는 헐렁한 잠옷 차림을 하고 있었다. 방금 외출하다 온 사람 같지 않았다.“모진, 일어나서 어디 갔었어? 화장실에 있는 줄 알았어.”소만리는 중얼거리며 아직 잠에서 덜 깬 듯 기모진에게 다가와 작은 새처럼 기모진의 품에 안겨들었다.기모진은 얼른 손을 들어 소만리를 감싸 안았고 심장 박동이 어수선하게 뜀박질을 했다.“나 배가 좀 고파서 밑에 식당에 가서 뭐 좀 먹으려고 했지.”기모진은 어쩔 수 없이 거짓말을 했다.소만리는 아무런 의심 없이 기모진의 가슴에 머리를 기대고는 애교 섞인 목소리로 입술을 열었다.“배고픈 건 이제 좀 괜찮아? 괜찮아졌으면 이제 우리 같이 잘까? 나 졸려.”“그래, 우리 같이 자자.”기모진은 소만리를 덥석 안아 침대에 눕혔고 그도 외투를 벗고 침대에 올랐다.그가 눕자마자 소만리는 그의 품으로 달려들어 바싹 붙었다.“잘 자. 내 사랑.”기모진은 그녀의 달달함에 가슴이 부풀어 오르는 것 같았지만 한편으론 더욱 미안한 마음이 들어 그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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