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맨스 / 황제가 사랑한 여인 / 챕터 1431 - 챕터 1440

황제가 사랑한 여인의 모든 챕터: 챕터 1431 - 챕터 1440

2479 챕터

1431장

남사택은 셜리가 들고 있는 투명한 액체를 힐끔 쳐다보았다.셜리는 투명한 액체에 가까운 향수 같은 작은 병을 손에 들고 있었다.“냄새 맡아봐.”셜리가 손에 든 향수병을 남사택에게 들이밀었다.뭔가 불길한 느낌을 예감한 남사택은 뚜껑을 열고 살짝 냄새를 맡은 뒤 안색이 확 변하기 시작했다.“이 안에 든 성분은...”“하하.”“어쩐지 갑자기 기모진이 재발하더라니. 이거 때문이었어!”남사택은 문득 모든 일이 왜 일어났는지 알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남연풍, 의사의 소명은 사람을 구하는 거야. 사람을 해치는 게 아니라!”“의사? 허. 하하하...”셜리는 입을 크게 벌리고 웃었다.“그들은 너를 사람을 구하는 백의의 천사로 키우려고 애를 썼지. 그런데 난? 난 이제 너희 같은 백의의 천사를 적으로 삼는 검은 악마일 뿐이야!”“남연풍, 너 엄마 아빠를 오해하고 있어. 그때 엄마 아빠는...”“나한테 그때 얘기 꺼내지도 마!”셜리는 험상궂은 얼굴로 말을 끊었고 성큼성큼 남사택을 앞으로 다가갔다.“네가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가족이라고 해도 난 절대 마음 약해지지 않을 거야.”셜리는 가볍게 웃으며 도도하고 요염한 눈꼬리를 치켜올렸다.“남사택, 기모진은 내 실험용 대상이야. 네가 기모진을 구하고 싶다면 마음대로 덤벼봐. 네 능력이 더 센지 아니면 내 능력이 더 센지 보자구.”그녀는 발에 떨어진 액자를 힘껏 걷어차며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남사택은 오래된 낡은 사진을 집어 들었다.20여 년 전 가족사진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이 점차 어두워지다 허탈한 듯 한숨을 쉬었다.“사택.”남사택의 등 뒤에서 갑자기 그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남사택이 정신을 차리고 뒤돌아보니 이유심이 노란 장미 한 송이를 들고 불안한 표정으로 자신에게 다가오는 모습이 보였다.그는 손에 들고 있던 사진을 내려놓고 다정하게 그녀에게 다가갔다.“유심, 무슨 일이야?”“그 사람이 또 왔어.”유심은 걱정하는 눈빛으로 눈썹을
last update최신 업데이트 : 2023-03-03
더 보기

1432장

”사택, 이 사람 신경 쓰지 말고 우리 들어가자.”이유심은 남사택의 곁으로 다가와 그의 팔을 꽉 잡았다.남사택도 더 이상 머물 생각이 없어서 고개를 끄덕이며 이유심의 손을 잡고 돌아서려 했다.“초요!”기묵비가 돌아서는 이유심의 뒷모습을 향해 소리쳤다.이유심은 그 소리를 듣고 걸음을 멈추었다.기묵비는 얼굴에 화색을 띠며 말했다.“초요.”그의 얼굴에 기대감이 잔뜩 묻어났다. 그러나 이유심은 짜증스러운 표정을 한 채 얼굴을 돌렸다.“도대체 당신이란 사람은 어떻게 된 거예요? 내가 이미 몇 번이나 말했잖아요. 난 그 무슨 초요라는 사람이 아니라구요. 자꾸 이렇게 쫓아오지 마세요. 정말 자꾸 이렇게 귀찮게 하는 거 너무 짜증나요!”그녀는 짜증나고 귀찮다는 듯 기묵비에게 화를 토해 내었고 남사택의 팔을 잡더니 그 길로 돌아섰다.기묵비의 눈 속에 맴돌던 기대가 순식간에 산산조각이 났고 그의 마음도 갈기갈기 찢어졌다.그녀는 그를 향해 짜증나고 귀찮다고 말했다.예전에 초요가 기묵비에게 말했었다.당신이 날 장난감 인형처럼 여긴다 해도 당신을 계속 좋아할 것이고 당신한테 평생 엉겨 붙어 귀찮게 굴며 살 것이라고.바람이 불어와 기묵비의 시린 가슴에 차가운 기운을 보태었다.하지만 그가 누굴 원망할 수 있겠는가?그가 무슨 자격으로 원망할 수 있단 말인가?그가 지금 감사해야 할 것은 그녀가 아직 살아있다는 사실이다.이유심은 바로 그의 초요이다.아직 완전히 증명할 방법은 없지만 그녀가 가까이 왔을 때의 느낌과 숨결은 초요 바로 그 자체였다.절대 틀림이 없다.초요.그 옛날 일을 당신이 어쩔 수 없이 잊어야 했던 거야? 아니면 다시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거야?...병원.소만리는 원래부터 기모진의 검사가 끝나면 사화정을 보러 가려고 했다.그러나 갑자기 위청재로부터 전화가 걸려와 걱정스럽고 초조한 마음으로 한달음에 병원으로 달려왔다.병원에 도착한 후 소만리는 병실에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바로 위청
last update최신 업데이트 : 2023-03-03
더 보기

1433장

기모진은 뭔가 마음에 켕기는 일이 있는 듯 손에 든 예약증을 움켜쥐었다.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것을 결코 소만리가 알게 하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어떻게 소만리가 기모진한테서 한 시라도 눈을 뗄 수 있겠는가.“보여줘.”소만리는 아무것도 묻지 않고 기모진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기모진은 소만리의 뜻을 거역하지 못하고 순순히 방금 받은 예약증을 건넸다.소만리는 예약증을 손에 들고 눈을 내리깔고 내용을 살펴보았다.순간 그녀의 눈동자에 충격과 놀라움이 스쳐 지나갔다.그녀는 아름다운 눈을 번쩍 들어 기모진을 바라보았다. 그의 표정이 차츰 가라앉고 있었다.“모진, 당신...”“소만리, 나 이미 결정했어.”기모진은 여사를 몰아 소만리의 손을 잡았다.“우리 모두에게 좋은 일이야. 반대하지 않을 거지?”“당신이 이렇게 날 생각해 주는데 내가 어떻게 반대를 하겠어.”소만리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편안하게 말을 이었다.“모진, 우리의 미래가 앞으로 더 달콤했으면 좋겠어. 난 단지 당신과 우리 아이들이 다 함께 같이 잘 살아가길 바랄 뿐이야.”소만리의 말을 들은 기모진의 입꼬리가 한없이 말려 올라갔다.그들은 주위에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다정하게 서로를 감싸 안았다.“우리 가족은 당신이 바라는 대로 더 많이 달콤하고 행복한 날들을 보내게 될 거야.”기모진은 소만리의 볼에 키스를 했다.“그래. 그럴 거야.”소만리의 가슴속에 나비가 날아다니듯 희망으로 부풀어 올랐고 이 순간 기모진과 함께 할 수 있음에 더없이 행복했다.“그럼 나 먼저 클리닉에 가서 상황을 좀 물어볼게. 당신은 얼른 가서 장모님을 돌보고 있어.”기모진이 소만리를 품에서 떼어내며 말했다.소만리는 기모진이 의도적으로 자신을 따돌린 것을 눈치채지 못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엘리베이터로 향했다.기모진은 소만리가 엘리베이터에 오르는 것을 지켜본 후에야 남사택에게 전화를 걸었다.남사택은 마치 전화를 기다린 사람처럼 바로 받았고 받자
last update최신 업데이트 : 2023-03-04
더 보기

1434장

소만리는 이틀 동안 병원에서 사화정을 돌봤고 의사의 말에 따라 사화정을 집으로 데리고 왔다.사화정의 몸에는 별다르게 큰 문제는 없었지만 숨결이 좀 약했고 말이 좀 어눌한데다 아직 제정신이 돌아오지 않아서 소만리는 여간 걱정이 되는 게 아니었다.기모진은 그런 소만리에게 자신의 건강 상태까지 알려서 걱정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가끔은 귀찮고 성가실 때도 있지만 밝고 귀여운 세 아이를 보고 있으면 기모진은 자신이 걱정하고 있던 모든 것이 싹 날아가는 느낌이 들었다.다만 웃을 줄만 알고 아직 말을 하지 못하는 어린 공주를 보면 기모진의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어느덧 해가 서쪽으로 고개를 돌린 늦가을 오후, 기모진은 회사에 있었고 소만리는 사화정을 데리고 정원에서 햇볕을 쬐고 있었다.기란군과 기여온 두 남매의 작은 머리가 오밀조밀 한곳을 바라보며 북을 치고 있었고 아장아장 걸어 다니는 막내는 해맑은 눈망울을 굴리고 호기심으로 가득 찬 눈빛으로 사방을 휘젓고 있었다.소만리는 이렇게 평화롭고 정겨운 광경을 바라보고 있자니 마음이 너무나 따뜻해졌다.그녀가 뒤를 돌아보니 리클라이너 의자에 기대어 아이들의 미소를 바라보는 사화정의 얼굴에 미소가 번지는 것이 보였다.“엄마, 엄마 웃네. 거 봐. 웃으니까 너무 좋잖아, 그렇지?”사화정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눈만 껌뻑거리며 마치 소만리에게 화답하는 듯했다.소만리는 사화정의 이런 모습을 보니 너무나 기뻤다.사화정이 지금 정신이 혼미하고 게다가 자신을 딸로 알아보지도 못하지만 이렇게까지 나아졌다는 것이 너무나 만족스러웠다.“엄마, 나랑 여온이랑 같이 만든 거야. 엄마한테 줄게.”기란군의 맑은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려왔다.소만리는 고개를 돌려 기란군이 내미는 목걸이를 보았다.목걸이에는 작은 자수정 세 개가 있었는데 햇빛을 받아 현란한 빛을 발산하고 있었다.“막내도 날 도와서 같이 만들었어.”기란군은 이 목걸이에 그의 동생도 관여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나 보다.기여온도
last update최신 업데이트 : 2023-03-04
더 보기

1435장

소만리는 정말로 이런 얼굴이 세상에 또 있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그러나 이 여자가 이렇게 침착하게 자신에게 다가오는 걸 보니 소만리는 이것이 우연이 아니라 인위적으로 계획된 일임을 충분히 확신할 수 있었다.여자는 소만리가 자신을 자세히 훑어보는 것을 바라보며 신이 난 듯 입꼬리를 잡아당겼다.“소만리, 내 얼굴 보고 소름 돋지 않았어? 아니면 혹시 너무 반가워서 놀란 거야? 이 세상에 진짜 너랑 똑같이 생긴 사람이 있다니 말이야. 안 그래?”소만리는 자신의 얼굴과 거의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여자를 담담하게 바라보며 여유로운 미소를 지었다.“내가 예쁘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알게 해줘서 고마워. 그런데 미안하지만 난 이 세상에 나와 정말 똑같이 생긴 사람이 있다는 걸 믿지 않아. 이렇게 일부러 날 찾아왔다는 건 단지 네가 목적이 있다는 사실을 의미할 뿐이지.”소만리가 웃었다. 아름다운 눈동자가 온통 맑고 깨끗한 것이 수정 같다.“내가 알던 누군가일 거라고 생각되는데, 왜? 나 대신 소만리라도 되고 싶은 거야?”소만리가 이렇게 침착하게 나올 줄 몰랐다.심지어 자신의 목적과 동기를 꿰뚫어 본 것 마냥 담담한 말투에 여자는 적잖이 어리둥절했지만 곧 정신을 가다듬고 음흉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소만리는 자신의 얼굴이 이렇게 사악한 웃음을 지어 보이는 건 처음 보았지만 의외로 예쁘고 여성스럽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소만리는 눈앞의 이 여자가 도대체 누구인지 자신에게 어떤 깊은 원한을 품고 있는 건지 도무지 짐작할 수가 없었다.어떻게 자신의 모습과 똑같은 얼굴로 성형할 수 있을까.소만리가 곰곰이 생각하고 있는데 눈앞에 서 있는 여자가 매서운 눈초리로 소만리를 쳐다보았다.“맞아. 소만리. 네가 맞았어. 널 대신해 소만리로 살아보려고 찾아온 거야. 오랫동안 넌 너무도 많은 슬픔과 고통을 겪었고 갖은 고초와 괴롭힘을 당했잖아. 이제 너도 분명히 피곤할 때가 됐어, 안 그래?”여자의 웃음이 점점 더 변태적이고 음산해졌다.“이
last update최신 업데이트 : 2023-03-04
더 보기

1436장

그러나 소만리는 걸음을 옮길 때마다 눈앞이 심하게 흔들리는 것을 느꼈다.마침 앞에 수도꼭지가 있는 것을 보고 머리에 물을 끼얹어 정신을 차려 보려고 했지만 수도꼭지에 다다르기도 전에 온몸에 힘이 쭉 빠졌다.소만리는 갑자기 정신이 혼미해지며 그 자리에 쓰러졌다.“모진...”아스라이 멀어져 가는 의식 속에 기모진의 이름이 떠올랐지만 무거운 눈꺼풀이 그녀를 짓눌렀다.소만리와 똑같은 얼굴을 한 그 여자는 득의양양하게 정신을 잃어가는 소만리를 바라보고 있었다.기모진은 회사 일을 마치고 제일 먼저 기 씨 본가로 돌아왔다.방에 들어서자마자 세 아이들이 함께 옹기종기 모여 정답게 노는 모습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위청재는 사화정의 곁을 지키며 수시로 얘깃거리를 찾아 사화정과 이야기를 나누었다.사화정은 아무것도 알아듣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적어도 분위기는 그렇게 침울하지 않았다.하지만 기모진이 가장 신경 쓰이는 것은 왜 소만리가 보이지 않느냐는 것이었다.기모진은 방금 사 온 간식거리를 세 아이에게 나누어주었다.기란군은 기모진이 사 온 케이크를 보고 길고 예쁜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아빠 케이크 사왔네. 엄마가 이따가 재료 사 와서 케이크 만들어 준다고 했는데.”“엄마가 뭐 사러 갔어?”기모진이 궁금해하며 기란군에게 물었다.“소만리가 케이크 재료 사러 간다고 해서 나갔는데 30분 정도 됐으니까 이제 곧 올 거야.”위청재가 대신 대답해 주었다.기모진은 고개를 끄덕였고 그가 사 온 케이크를 거두어들이며 말했다.“그럼 이따가 엄마가 케이크 만들면 같이 먹을까? 어때?”기모진은 아이들과 이렇게 소통하는 것이 너무나 즐거워서 아이들에게 제안했다.특히 기여온의 눈을 바라보며 이런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것이 너무나 기뻤다.그는 눈을 깜빡이고 있는 기여온을 바라보며 말했다.“여온아, 우리 조금 이따가 케이크 만들어서 엄마랑 같이 먹자, 어때?”기여온은 수정같이 맑고 깨끗한 동그란 눈을 반짝이고는 귀엽게 고개
last update최신 업데이트 : 2023-03-04
더 보기

1437장

기모진이 소리를 듣고 눈을 들어보니 깊고 그윽한 그의 눈에 그림같이 아름다운 얼굴이 비쳤다.“오늘 일이 많아서 늦게 들어올 줄 알았는데 어떻게 이렇게 일찍 들어왔어?”소만리는 식재료가 든 장바구니를 들고 슬리퍼로 갈아 신고 다가왔다.“당신이 이렇게 일찍 올 줄 알았으면 장 보러 안 가는 건데. 당신한테 직접 사 오라고 부탁할걸.”기모진은 자신의 눈앞에 다가오는 여인을 보고 잠시 어리둥절해하다가 이내 다정하게 웃으며 말했다.“도우미 아주머니께 좀 맡기지. 당신은 기 씨 집안 작은 사모님이야. 이런 자질구레한 일에 굳이 직접 나설 필요가 없어.”“어떻게 그래? 아이들에게 주는 건 다 직접 해주고 싶어.”소만리는 미소를 지으며 사화정과 위청재를 보고 말했다.“어머니, 그럼 저 주방에 들어갈게요. 이따가 다 같이 케이크 먹어요.”“그래.”위청재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은 소만리를 그냥 보고만 있어도 기분이 좋았다.예전에는 불만스럽게 배척하고 상대해 주지도 않았지만 지금은 너무나 흡족했다.사화정은 미소를 머금은 소만리를 보며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얘들아, 엄마가 얼른 케이크 만들어 줄게.”소만리는 몸을 숙여 기란군의 머리를 쓰다듬었고 뒤돌아 서려다가 한 발짝도 다시 못 가서 다시 돌아섰다.“모진, 우리 같이 만들자!”“나도 방금 그 생각했어.”기모진은 고개를 돌려 기란군을 바라보았고 기여온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여온아, 아빠 엄마랑 같이 케이크 만들자.”기여온도 희고 부드러운 손을 뻗어 기모진의 손을 잡았다.그러나 기여온의 큰 눈에 뭔가 탐색하는 듯한 빛이 감돌며 소만리를 가만히 바라보았다.소만리는 다정하게 웃으며 기란군에게 손을 내밀었다.“기란군도 엄마랑 같이 가자.”기란군은 눈앞에 옅은 미소를 띠고 있는 소만리를 보며 잠시 머뭇거리다가 손을 내밀었다.“엄마, 내가 준 자수정 목걸이는? 엄마 외출하기 전에 이 치마 아니었는데.”기모진은 아들이 하는 말을 듣고 심오한 눈빛으로
last update최신 업데이트 : 2023-03-05
더 보기

1438장

그녀는 눈시울이 붉어지더니 아름다운 눈동자에는 타는 듯한 빛이 가득했다.“모진, 나 너무 나무라지 마.”“바보야. 내가 왜 당신을 탓하고 나무라겠어?”기모진은 서둘러 그녀를 달랬다.눈앞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지는 모습을 보고 있는데도 이상하게 그의 마음은 조금도 아프지 않았다.예전 같았으면 소만리가 눈썹만 찌푸려도 마음 아파하던 기모진이었다.그런데 지금 그녀가 눈앞에서 울고 있는데도 그의 마음속엔 조금도 동요가 일지 않았다.기모진도 그런 자신이 당혹스러웠지만 일단 별생각 없이 다정하게 위로했다.“너무 슬퍼하지 마. 그냥 반지일 뿐이야. 나중에 다시 사면 돼. 우리 이제 케이크 만들자.”소만리는 바로 울음을 그치고 찌푸려 있던 미간을 다시 풀며 활짝 웃었다.“모진, 너무 고마워. 당신 나한테 정말 잘 해줘서.”“당신은 내 아내야. 내가 당신한테 잘 해주지 않으면 누구한테 잘 해주겠어.”기모진이 상냥하게 웃으며 소만리와 함께 베이킹을 다시 시작하려는데 그의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소만리, 나 전화 좀 받고 올게.”“응.”소만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돌아서는 기모진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그녀의 얼굴에는 점차 승리의 미소가 번졌다.그녀는 옆에 서 있는 세 명의 어린아이를 내려다보았다.기여온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었고 막내는 귀엽게 옹알이를 했다.그리고 기란군은 한켠에서 자신을 계속 쳐다보고 있는 게 보였다.소만리는 불쾌한 표정으로 눈을 부릅떴고 호기심 어린 기란군의 시선 따위 전혀 개의치 않았다.대여섯 살짜리 꼬마는 그녀의 눈에 장난감으로 보일 뿐 일말의 위협도 느껴지지 않았다.오히려 기모진이 방금 긴장한 표정으로 자신의 손목을 움켜쥐었을 때를 생각하니 그녀의 마음이 설렜고 심지어 뭔가 사랑 같은 걸 느꼈다.어쨌든 기모진처럼 멋진 남자는 여자를 꼼짝 못 하게 하는 매력이 온몸에 철철 넘쳤다.그녀도 그저 평범한 여자일 뿐 강렬한 그의 매력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예전에는 기모진
last update최신 업데이트 : 2023-03-05
더 보기

1439장

소만리는 놀란 표정을 지으며 자신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오는 남자를 바라보았다.“어떻게? 여긴 어디야? 당신이 어떻게 여기...”“내가 어떻게 이렇게 자유로운 몸으로 당신 앞에 나타날 수 있냐고?”남자는 미소를 지으며 소만리에게 다가갔다.“이 세상에 돈이 만능은 아니라서 진실한 사랑의 감정을 살 수는 없지만 자유를 살 수는 있지.”“...”이 말을 듣고 소만리는 머리가 아파왔다.“경연, 나랑 똑같이 생긴 그 여자, 당신이 계획한 거야? 그래?”경연은 주머니에 한 손을 꽂은 채 거만한 자세로 말했다.“소만리, 당신도 알다시피 당신과 똑같은 얼굴로 성형하는 것은 하루 이틀 만에 되는 일이 아니야.”“그래서 예전부터 계획했었다는 거야?”“당신을 Y국으로 데려간 날, 난 이미 이 일을 하도록 다 세팅을 해놓았지. 나중에 체포되어 난 완전히 패배를 인정했어. 당신과 똑같이 생긴 여자를 이용해서 새로운 계획을 펼칠 생각은 없었어. 그런데...”경연은 갑자기 눈썹에 한기를 드리운 채 말을 이었다.“하지만 갑자기 정체를 드러낸 그 편지는 내 죽은 할아버지의 명성을 하루아침에 무너뜨렸고 우리 경 씨 집안도 순식간에 추문에 휩싸이게 되었지.”그는 자조적으로 웃으며 날카로운 의심의 눈길을 소만리의 얼굴에 던졌다.소만리는 경연이 하는 말뜻을 알아차렸다.“그래서 편지가 유출된 것이 기 씨 집안사람들이 한 짓이라고 의심하는 거야?”“아니야?”“물론 아니지.”소만리는 의심의 눈초리로 자신을 바라보는 경연의 눈빛을 당당하게 마주 보았다.“난 내 집안사람들을 믿어. 절대 그런 일을 벌이지 않았어.”“허, 믿는다고?”경연은 비꼬는 웃음을 얼굴에 드리웠다.“경연, 왜 자꾸 그렇게 꼬인 거야? 처음에는 모진의 할아버지를 오해하더니 오늘 또 같은 실수를 반복할 거야? 누군가 두 집안 사이를 이간질하고 있다고는 생각해 본 적 없어?”소만리는 경연을 일깨워주면서도 동시에 불만스럽게 다그쳤다.“당신의 그 의심 때문에
last update최신 업데이트 : 2023-03-05
더 보기

1440장

경연이 소만리의 곁으로 다가오자 석양빛이 그의 얼굴 위로 고요히 내려앉아 그의 표정을 더욱더 어두컴컴하게 비췄다.“소만리, 다시는 널 다치게 하지 않을 거야. 하지만 다시는 기모진에게 돌아가지 못해.”소만리는 담담하게 웃음을 터뜨렸다.“당신도 처음에는 내가 기모진과 다시는 만날 날이 오지 않을 거라고 했잖아. 하지만 우리는 다시 만났지. 그러니까 지금 당신이 날 가둬놓을 수 있다고 치자구. 그게 뭐 어떻다구? 난 조만간 그의 곁으로 돌아갈 거야. 당신도 당신이 만든 그 가짜 소만리가 계획대로 성공할 거라고 생각하지 마!”그녀는 자신만만하고 단호하게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내던지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 돌아섰다.경연은 언짢은 표정으로 눈살을 찌푸리고는 바지 주머니 속에 감춰진 주먹을 천천히 움켜쥐었다.눈앞의 바다는 끝없이 펼쳐져 있었지만 경연의 마음속 바다는 한없이 좁아지고 있는 것 같았다....기 씨 본가.어둠이 내린 후 온 가족이 화기애애하게 둘러앉아 저녁을 먹었다.소만리 행세를 하는 그 여자는 위선적인 미소를 지으며 기여온과 기란군의 숙제를 봐 주었고 적극적으로 막내를 어르고 달래어 재우려고 했지만 어린 막내는 그녀가 안자마자 뭔가 불편한지 자지러지게 울음을 터뜨렸다.소만리 행세를 하기에 앞서 이 여자는 이미 충분히 소만리의 행동에 대해 공부를 하고 숙지하였다.표정과 목소리, 심지어 소만리의 몸에서 나는 독특한 체취를 위해 비슷한 향수를 찾아 온몸을 휘감았지만 뜻밖에 한 살 조금 넘은 꼬맹이가 이렇게 예민하게 굴 줄 몰랐다.“막내야. 왜 울어. 엄마가 재워주는 거 좋아하잖아.”위청재는 어린아이를 품에 안았다.“소만리, 일찍 가서 쉬어. 막내는 내가 재울게.”“어머니한테 폐를 끼쳐서 죄송해요. 그런데 요즘 좀 피곤하긴 하네요.”여자는 피곤한 표정을 지으며 기모진을 쳐다보았다.“모진, 그럼 우리 그만 방으로 올라가서 잘까?”기모진은 그의 눈치를 살피는 여자의 눈빛을 가만히 주시하며 가볍게 고개를
last update최신 업데이트 : 2023-03-05
더 보기
이전
1
...
142143144145146
...
248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