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눈을 내리깔고 한 장씩 훑어보기 시작했다.소만리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벌떡 일어나 사진을 보러 갔다.사진을 보고 있던 남자는 긴 눈을 들어 소만리를 바라보다가 소만리의 눈에 비친 날카로운 눈빛을 포착했다.“왜 그렇게 흥분한 얼굴을 하고 그래?”그는 차갑게 입을 열었다. 소만리는 조용히 눈 속의 날카로움을 거두며 천연덕스럽게 대답했다.“나랑 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이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해서요.”소만리의 핑계는 그럴듯하게 들렸고 남자도 아무런 의심 없이 사진을 보는데 다시 시선을 집중시켰다.“당신과 이름이 같은 여자가 어떻게 생긴 거 같아?”소만리는 사진 속 자신의 모습을 한 여성을 바라보며 경멸하는 눈빛으로 말했다.“뭐, 그저 그렇게 생겼구만.”“그저 그렇게?”남자는 무표정한 표정을 지었지만 눈빛에는 장난기가 묻어 있었다.“이 얼굴이 그저 그렇게 생긴 얼굴이라고 한다면 당신 얼굴은 정말 절세미인이었겠는 걸. 안 그러면 어떻게 이런 얼굴을 보고 그저 그렇다고 말할 수 있겠어, 안 그래?”“...”소만리는 잠시 말을 잇지 못하다가 남자가 묻는 소리를 들었다.“그럼 이 남자 얼굴은 어떻게 생각해?”사실 소만리는 처음부터 기모진의 모습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었다.남자가 이렇게 묻자 그녀는 당당하게 사진 속 기모진을 바라보았다.“멋있고, 기품 있어요. 내가 본 남자 중에 제일 멋진 남자예요.”“당신이 본 남자 중에 제일 멋진 남자?”남자가 되물었다. 여태껏 무표정하던 그의 잘생긴 얼굴에 갑자기 약간의 기복이 나타났다.태블릿 PC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천천히 몸을 일으킨 그 남자는 은은한 달빛 같은 눈망울을 들고 소만리의 잔잔한 눈동자를 마주 보았다.“그럼 내 생김새는 어때?”소만리는 이 남자의 말을 듣고 남자의 얼굴에 시선을 떨구었다.강직하게 쭉 뻗은 검은 눈썹, 야무지게 도드라진 입술, 새하얀 얼굴에 조각처럼 빚어 놓은 이목구비가 더없이 조화롭고 아름다웠다.“잘 생겼어요.
최신 업데이트 : 2023-03-10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