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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가 사랑한 여인의 모든 챕터: 챕터 1451 - 챕터 1460

2479 챕터

1451장

자신에게 등을 보이며 돌아선 경연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소만리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몸을 돌려 바다를 마주 보았다.경연, 이 게임은 당신이 질 거야.경연은 소만리가 이미 숨으러 간 것을 눈치채고 손목시계를 유유히 바라보았다.10분을 채우기 위한 마지막 초침의 움직임을 확인한 후에야 경연은 비로소 몸을 돌렸다.이 작은 섬에는 고작 작은 집 하나 달랑 있었다.집의 구조도 상당히 간단해서 집이라고 할 것도 없었다.그는 결코 30분 안에 소만리를 찾을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그러나 1분 1초가 지날수록 경연은 집안에서 소만리를 찾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해안가에 정박해 둔 요트에도 찾아보았지만 소만리의 흔적은 그 어디에도 발견되지 않았다.그녀는 마치 이 작은 섬에서 증발한 것처럼 작은 실마리 하나 남겨놓지 않고 사라졌다.어떻게 이럴 수 있지?이 작은 섬은 거의 한 눈으로 모든 것이 다 파악될 정도였다.이렇게 작은 집 하나밖에 없고 달리 특별한 은신처도 없는데 소만리는 도대체 어디로 숨은 걸까?경연은 기가 막혔다. 얼굴은 초조함에 타들어갔고 입술이 바싹 말랐다.그는 결코 패배를 인정하고 싶지 않았고 이대로 소만리를 놓치고 싶지도 않았다.그는 또 시계를 쳐다보았다. 게임 종료까지 앞으로 10분도 남지 않았다.경연은 불쾌하고 불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다시 방으로 돌아와 찾아보았다.침대 밑도 샅샅이 찾아보았지만 소만리의 그림자는 어디에도 발견되지 않았다.그는 집 밖으로 다시 나가 넓고 끝없는 바다를 바라보았다.그의 마음이 드넓은 바다 한가운데로 가라앉는 것 같았다.“소만리, 정말 당신이 이긴 거야?”그는 낮은 목소리로 쓴웃음을 지으며 중얼거렸다.“내 마지막 한 달 동안만인데. 당신은 그 시간조차도 내 곁에서 머물고 싶지 않은 거였어. 허.”경연은 얼굴이 일그러지며 쓴웃음을 지었고 시계를 확인해 보았다.게임이 거의 끝날 시간이 될 무렵 그는 눈앞의 작은 집을 향해 말했다.“소만리, 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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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2장

”좋아, 지금 당장 여기서 보내주지.”그는 몸을 돌려 요트로 향했다.소만리는 재빨리 방으로 들어가 목욕가운을 몸에 걸치고는 곧장 경연을 따라 요트에 올랐다.얼마 지나지 않아 경연은 요트에 시동을 걸었다.소만리는 마음속의 큰 돌이 내려앉는 듯했다.모진, 곧 당신 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거야.그녀는 마음속으로 그녀의 세 아이를 걱정했다.그녀를 사칭한 그 여자가 기모진과 아이들에게 무슨 해괴망측한 일을 꾸밀지 알 수 없었다.하지만 한편으로 생각해 보니 기모진이 그렇게 쉽게 속아 넘어가지 않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고 이 여자도 대놓고 아이들을 해코지할 수는 없을 것 같았다.그녀를 사칭하고 감쪽같이 속이기 위해서는 현모양처 역할을 잘 해야 했다.이렇게 생각하니 소만리는 마음이 조금 놓였다.소만리가 갑판으로 나와 바닷바람을 맞았다. 그러나 갑자기 찬바람을 맞아서인지 한기가 스며들기 시작했다.그녀는 목욕가운을 몸에 걸치고도 자신도 모르게 재채기를 했다.늦가을인데다 이제 막 바닷물에서 올라왔기 때문에 소만리는 조금 춥게 느껴졌다.그녀는 돌아서서 요트 안으로 들어가려다가 눈을 들어 자신을 향해 걸어오는 경연을 보았다.경연은 요트를 자율주행 모드로 설정해 두었다.짧은 그녀의 단발머리가 바람에 이리저리 헝클어지는 모습을 보니 오히려 그 모습이 더없이 아름답게 느껴졌다.“당신 예전에 그랬지. 하늘이 왜 사랑할 수 없는 두 사람을 만나게 해주려는지 모르겠다고. 왜 한쪽만 설레게 하느냐고 말이야.”경연은 갑자기 소만리에게 이런 말을 했다.예전에 소만리도 이런 고민으로 아파했던 적이 있었다.“이 세상의 모든 감정이 서로 반응을 보인다면 애가 탄다든가, 마음이 부서진다든가 하는 그런 단어는 생겨나지도 않았을 거야.”소만리는 차분하게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했다.그녀의 목소리는 마치 바닷바람을 타고 경연의 마음속을 훅 들어와 아프게 헤집어놓는 것 같았다.그의 마음이 갈수록 쓸쓸하게 차가워졌다.“경연, 난 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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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3장

소만리는 경연을 차갑게 흘겨보며 말했다.“이제 자유야.”그녀는 갑판의 난간 밖으로 훌쩍 몸을 던졌다.경연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소만리!”그는 재빨리 팔을 뻗어 소만리를 잡으려고 했지만 소만리의 결연한 의지는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그녀를 망망대해로 이끌었다.“소만리!”경연은 너무나 놀라서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채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소만리가 그런 행동을 보이리라고는 정말 상상도 하지 못했다.다시 생각해 보니 이상한 일도 아니었다.그녀는 줄곧 그렇게 강직하고 강인한 모습을 보였었다.그녀의 몸은 바다속으로 몸을 감추었고 희끗희끗한 물보라만이 그녀의 흔적이 여기에 있음을 말해주었다.그 잔잔한 물결 속에서 불현듯 머리를 내밀고 있는 소만리를 발견하자 경연의 눈이 크게 벌어졌다.그제야 경연의 마음을 압도하고 있던 걱정과 공포가 조금 사라졌다.소만리는 머리도 돌리지 않고 오로지 수영하는 데에만 온 신경을 쏟고 있었다.그녀는 자신이 경도까지 헤엄쳐서 갈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적어도 작은 섬까지는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곳에 도착해서는 다시 다른 방법을 모색해 볼 수 있는 것이었다.소만리는 경연에게 또다시 알 수 없는 곳으로 강제로 끌려가는 것보다 섬으로 돌아가는 편이 훨씬 낫다고 생각했다.“소만리, 왜 이렇게 고집을 부리는 거야!”경연은 열심히 바다 수영을 하고 있는 소만리를 향해 외쳤다.“다시는 당신한테 상처 주지 않겠다고 말했잖아. 그런데 그 잠시 동안의 시간도 나한테 주지 않으려는 거야? 왜? 당신을 그렇게 마음 아프게 한 사람은 잘도 용서해 주더니 왜 당신을 따뜻하게 대한 사람한테는 기회를 주지 않는 거야!”“소만리, 당신 정말 무정해!”경연은 쓴웃음을 지었다. 소리를 지르며 악을 쓰는 경연의 얼굴이 마치 사랑에 빠진 마귀 같았다.소만리는 고개도 돌리지 않았다. 경연이 편집증적인 성격이 있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그가 생각하는 사랑은 아마 앞으로도 더없이 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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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4장

그녀를 처음 만났던 그때 그녀는 미안한 듯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죄송하지만 제가 가진 돈이 이것밖에 없어요.”그 당시 침울하게 가라앉아 있던 그의 마음에 그녀의 목소리는 마치 희망의 샘물 같았다.그녀가 건넨 오백 원짜리 동전이 그의 꿈을 이루어주었던 것이다.옛 시절을 회상하던 경연의 얼굴에 흐뭇한 미소가 번졌다.그의 잿빛 눈동자에 진심으로 사모하는 여인의 모습이 비쳤다.그는 이렇게 끝나도 좋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소만리.”그는 소만리를 향해 외쳤다.“고마워.”다시 와줘서 고마워. 그리고 결국 용서해 줘서 고마워.“경연, 안 뛰어내리고 뭐해! 얼른 뛰어내려!”“펑!”요트가 갑자기 폭발하면서 강한 기류와 열기가 소만리가 있는 곳까지 덮쳤다.“앗!”소만리가 놀라 외치며 얼른 얼굴을 가렸지만 강한 폭발력을 감당해낼 수가 없었다.그녀는 온몸이 튕겨져 나갔고 얼굴이 화끈거리고 귀도 윙윙거렸다.동시에 머릿속에 모든 상념이 날아가 버리는 느낌이 들었다.잠시 정신을 잃었는지 어리둥절해 있던 소만리는 누군가가 당황하며 어쩔 줄 모르는 고함소리를 들었지만 그녀의 모든 지각과 감각은 점차 희미해져갔다.얼마나 지났는지 모를 즈음, 따가운 햇살이 그녀의 눈가를 간지럽히는 느낌에 눈을 찌푸리던 소만리는 제대로 눈을 떠보려고 애썼지만 허사로 돌아갔고 따끔따끔한 통증이 얼굴과 피부에 스멀스멀 번지는 것을 느꼈다.“엇.”소만리는 자신도 모르게 신음 소리를 냈다.“이 아가씨가 깨어난 것 같아.”중년 남자의 목소리가 곁에서 들려왔다.소만리는 아직 눈을 뜨지 않았지만 남자의 입에서 나오는 아가씨가 자신을 지칭하고 있음을 알아들을 수 있었다.소만리는 아픈데도 억지로 눈을 떠서 눈앞의 상황을 똑똑히 보려고 했다.무거운 눈꺼풀이 천천히 열리며 소만리의 아름다운 눈동자에 희미하게 사람의 얼굴이 나타났다.그 검은 눈동자는 밤하늘의 별처럼 빛을 내며 반짝이고 있었다.소만리는 일어나려고 애써보았지만 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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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5장

소만리는 눈을 크게 떴다.거울 속 이 여자가 자신일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두꺼운 거즈로 얼굴을 감싸고 있는 얼굴.눈을 제외하고는 한 치의 피부도 볼 수 없는 미라 같은 얼굴!그녀의 얼굴이...소만리의 두 발은 순식간에 그 자리에 뿌리가 박힌 듯 발걸음을 떼지 못한 채 서 있었다.그녀는 손을 들어 자신의 뺨을 천천히 만졌다.자신의 얼굴이 이렇게 형편없이 망가졌다는 것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아가씨, 괜찮으세요?”옆에 있던 젊은 시중이 조심스럽게 물었다.소만리는 떨리는 손을 천천히 내려놓고 고개를 돌려서 시중을 바라보았다.“내 얼굴이...”그녀는 뭔가를 물어보려고 입을 떼었지만 몇 마디 채 하지 못하고 목이 잠겨버렸다.“아가씨는 얼굴이 심하게 다쳤어요. 의사 선생님이 말씀하시기를 회복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했어요. 그렇지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육 선생님은 실력이 아주 좋은 의사 선생님이니까 빨리 완쾌되실 거예요.”젊은 시중이 아주 다정하고 상냥하게 소만리를 위로했다.하지만 소만리는 차디찬 얼음 호수에 빠진 듯 온몸은 물론 뼛속까지 소름이 돋는 느낌이 들었다.온몸의 힘이 순식간에 빠지고 두 다리가 그 자리에 그대로 쓰러질 것만 같았다.시중은 얼른 그녀를 부축했다.“너무 부정적인 생각하지 마세요. 잘될 거예요.”잘될 것이다.소만리는 이 말이 지금의 자신에게 너무나 사치스럽게 느껴졌다.초점을 잃은 멍한 눈으로 자신의 부은 얼굴을 보고 있노라니 상처가 어느 정도인지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았다.“우선 먼저 좀 쉬시는 게 어떠세요?”젊은 시중이 친절하게 조언했다.소만리는 꼭두각시 인형처럼 시중이 이끄는 대로 다시 침대로 돌아왔다.그녀는 침대에 앉아 조용히 눈을 내리깔고 왼손 약지의 결혼반지를 만지작거리며 결국 눈물방울을 떨구고야 말았다.참 기구하고도 슬픈 인생이다.자신과 똑같은 얼굴을 한 여자가 자신을 사칭하고 있는 이때 마침 자신의 얼굴이 망가지고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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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6장

”여기가 어디죠?”소만리는 남자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남자의 걸음걸이가 서서히 느려지며 그는 살짝 얼굴을 옆으로 돌렸다.강직하고 완벽해 보이는 턱선은 빛을 받아 더욱 유려하게 빛나고 있었다.“여기가 어디인지는 중요하지 않아. 집에 가고 싶으면 어서 눈물부터 거두어.”그의 목소리는 그의 기질만큼이나 차가웠다.소만리는 손수건을 움켜쥐었다.“당신이 날 구한 건가요?”“마침 그쪽을 지나가던 길이었어.”그의 대답은 군더더기가 없이 똑떨어졌다.소만리는 그때 요트가 폭발하기 전에 확실히 다른 요트가 접근해 오는 것을 보았다.아마 이 남자는 그때 그 요트에 타고 있다가 마침 경연이 타고 있던 요트가 폭발하는 것을 보고 그녀를 구했을 것이다.“고마워요.”소만리는 남자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나직이 감사의 말을 전했다.그리고 동시에 그때 요트에 타고 있던 경연을 떠올렸다.“내 친구, 내 친구도 구했나요?”“친구?”남자가 의아해하며 돌아섰다.“그때 요트를 몰고 당신을 쫓아오던 그 남자 말인가?”이 말을 들은 소만리는 잠시 어리둥절해하다가 조용히 읊조리듯 말했다.“네. 맞아요.”남자는 무표정한 얼굴로 소만리를 바라보다가 몇 초가 지나서야 대답했다.“당신 몸이나 걱정해.”이 말을 들은 소만리는 잠시 동안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그녀가 이렇게 많이 다쳤으니 분명 경연도 많이 다쳤을 것이다.하지만 경연은 지금 도대체 어떻게 된 건지 그녀도 알 길이 없다.그녀는 손수건을 들어 살며시 눈가의 눈물을 닦아냈다.그렇다. 이렇게 울고 있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풍파를 겪어왔는데 이 정도로 두려워할 그녀가 아니다.소만리는 이렇게 자신을 위로하며 마음을 다잡았지만 밤이 되자 헛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떠올라 그녀를 괴롭혔다.그녀는 자신의 얼굴이 얼마나 망가졌는지 정말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그녀는 악몽을 꾸기 시작했다. 자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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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7장

이 말을 들은 소만리는 갑자기 마음속에 불길한 예감이 들기 시작했다.그러나 그녀는 예전에 기모진도 요트 폭발 사고를 겪었던 일을 생각하며 두근거리는 심장박동을 진정시키고 한 가닥 희망을 품어 보았다.“무슨 생각하는 거야? 알고 싶으면 어서 따라와. 꾸물꾸물 대지 말고.”매몰차고 차가운 남자의 짜증 난 목소리가 들려왔다.소만리의 발걸음이 아직도 여전히 둔한 것은 그날 요트가 폭발한 위력이 대단해서 온몸에 기운이 아직 돌아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그녀는 느릿느릿 발을 내디뎠고 두 시중은 그녀가 넘어질까 봐 걱정하며 조심스레 소만리의 뒤를 따랐다.소만리는 시중들의 이런 섬세한 보살핌에 감동했다. 자신이 구조된 것은 정말 불행 중 다행한 일이었다.별장의 규모는 정말 어마어마했다.모든 장식과 배치는 영국풍이었고 작은 장식품에서 큰 탁자 하나하나까지 모두 매우 소박해 보였지만 화려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소만리는 점점 자신을 구해준 이 남자의 신분이 보통이 아님을 느끼게 되었다.도대체 이 남자의 정체가 무엇인지 가늠할 수조차 없었다.좋은 마음으로 그녀를 구해줬을 뿐인데 거기다 대고 꼬치꼬치 이 사람의 집안 배경에 대해 깊이 파고들 이유도 없었다.소만리는 묵묵히 남자의 뒤를 따라갔다. 사실 다른 것에 신경 쓸 힘도 없었다.별장은 규모가 매우 커서 소만리는 입구를 나오는 데에도 몇 분이나 걸린 것처럼 느껴졌다.화원의 오솔길을 통해 소만리는 눈앞에 작은 현대풍 독채 건물이 있는 것이 보였다.문 앞에 이르자 남자는 걸음을 멈추었다.“당신 친구가 안에 있으니 직접 들어가 봐.”그는 뒤돌아보며 소만리에게 이렇게 말했다.소만리는 이 남자를 잠시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비로소 앞에 있는 작은 독채로 시선을 옮겼다.경연이 이 안에 있을까?그녀는 묵묵히 생각하며 발걸음을 옮겼다.방에 들어서자 회색빛 인테리어 장식에 왠지 음침한 분위기가 엄습해 왔다.집이 크지 않아 눈앞의 모든 것이 한눈에 들어왔다.그리고 눈앞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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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8장

하지만 이런 결과는 결국 그가 스스로 선택한 것이었다.유골함을 말없이 바라보던 소만리 뒤에서 남자는 싸늘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슬픔과 괴로움은 가장 헛된 일이야. 어서 눈물을 거두고 상처를 치료하는 데 전념해.”소만리는 몸을 돌려 여전히 맑고 아름다운 눈동자를 들어 올렸다.“내가 우는 거 봤어요?”그녀는 차분하게 되물으며 조용히 테이블 위에 놓인 유골함을 바라보았다.“이것은 그가 스스로 택한 길이에요.”이 말을 마치고 소만리는 왔던 길로 다시 되돌아갔다.소만리의 이런 침착하고 대담한 태도에 남자는 잠시 넋을 잃은 듯 바라보았다.단호하게 훌쩍 그 자리를 떠나는 소만리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그는 문득 이런 강인한 눈빛을 가진 여자는 어떤 성격일지 궁금해졌다.그리고 망가지기 전의 얼굴이 어땠을지도 덩달아 궁금해지기 시작했다.소만리는 방으로 돌아와 침대 옆에 홀연히 앉았다. 마음이 슬프지 않았다면 그건 거짓말이다.경연은 결국 이런 방식으로 세상을 떠났다. 조금씩 그녀의 마음에 그의 죽음이 와닿기 시작했다.소만리는 눈을 감은 채 요트가 폭발했을 때를 떠올렸다. 머리를 관통하는 듯한 날카로운 느낌이 순간적으로 엄습했다.“앗.”소만리는 손을 들어 머리를 감싸 안았다. 마치 얼굴이 타는 듯한 통증이 느껴졌다.“앗.”그녀 자신도 모르게 새어 나오는 신음 소리에 시중들이 들어와 얼른 의사를 불렀다.“아파요...”소만리는 두 눈을 붉히며 겨우 입술 사이로 밀어내듯 말을 했다.의사가 곧 도착했고 그녀가 굉장히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고 즉시 그녀에게 마취 주사를 놓았고 소만리는 바로 의식을 잃었다.의사는 조심스럽게 소만리의 얼굴에서 거즈를 풀었다.시중들은 소만리의 얼굴이 망가진 모습을 보고 차마 마주 보지 못하고 얼굴을 돌리고 말았다.그러나 그때 얼굴을 찡그리며 들어오는 남자를 보자 바로 공손히 인사를 했다.“겸 도련님.”남자는 이런 인사에 아주 익숙한 듯 본 척도 하지 않고 우아한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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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9장

이 말을 듣고 소만리의 발걸음이 뒷걸음질 쳤다.모진?이 남자가 지금 모진과 관련된 동영상을 보고 있단 말인가?왜 이런 걸 보는 걸까?소만리는 의아해하다가 마음속에 왠지 모를 불안감이 밀려오기 시작했다.이 남자가 도대체 왜 기모진의 동영상을 보는 건지 궁금해하고 있던 그때 소만리는 이 남자가 자신의 출현을 알아차린 것을 알게 되었다.그의 가늘고 긴 검은 눈동자가 갑자기 겨울바람처럼 차갑고 깊게 그녀를 응시했다.“이리 와서 앉아.”남자가 입을 열어 가까이 앉으라는 시늉을 했다.소만리는 더 많은 것을 알고 싶기도 해서 테이블 가까이로 가서 앉았다.옆에서 시중이 소만리에게도 홍차 한 잔을 따라주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소만리는 찻잔을 들었다. 영국풍 찻잔에서 따스함이 전해져 손안이 포근해졌다.사실 그녀는 운이 좋은 편인 셈이다. 적어도 목숨은 건졌지 않은가.경연은...소만리의 눈빛이 약간 어두워졌다.결국 그녀의 눈앞에서 한 생명이 이 세상에서 사라졌다고 생각하니 그녀도 완전히 무관심할 수 없었다.“죽은 네 친구 생각해?”남자의 낮고 차가운 목소리가 정적을 깨며 소만리의 귓가를 울렸다.소만리는 얼른 정신을 가다듬고 자신의 속마음을 꿰뚫어보는 듯한 남자를 쳐다보았다.“나, 아직 당신 이름이 뭔지 몰라요. 내가 어떻게 부르면 될까요?”소만리는 화제를 돌리며 여전히 어눌한 말투로 말했다.남자는 홍차를 한 모금 홀짝이더니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다른 사람들처럼 그렇게 부르면 돼. 모두들 날 겸 도련님이라 부르지.”소만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감사의 표시를 했다.“겸 도련님, 고마워요. 제 목숨을 구해주셔서. 그리고 이렇게 돌봐주시고 제 얼굴을 치료해 주셔서 고마워요.”남자는 가을빛을 닮은 소만리의 갈색 눈동자를 탐색하듯 바라보다가 차갑게 시선을 돌렸다.“당신의 얼굴은 열흘이다, 보름이다 뭐 그런 시간 단위로 고쳐질 수 있는 게 아니야. 장기전이니 각오하는 게 좋을 거야.”그는 태블릿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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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60장

남자는 눈을 내리깔고 한 장씩 훑어보기 시작했다.소만리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벌떡 일어나 사진을 보러 갔다.사진을 보고 있던 남자는 긴 눈을 들어 소만리를 바라보다가 소만리의 눈에 비친 날카로운 눈빛을 포착했다.“왜 그렇게 흥분한 얼굴을 하고 그래?”그는 차갑게 입을 열었다. 소만리는 조용히 눈 속의 날카로움을 거두며 천연덕스럽게 대답했다.“나랑 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이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해서요.”소만리의 핑계는 그럴듯하게 들렸고 남자도 아무런 의심 없이 사진을 보는데 다시 시선을 집중시켰다.“당신과 이름이 같은 여자가 어떻게 생긴 거 같아?”소만리는 사진 속 자신의 모습을 한 여성을 바라보며 경멸하는 눈빛으로 말했다.“뭐, 그저 그렇게 생겼구만.”“그저 그렇게?”남자는 무표정한 표정을 지었지만 눈빛에는 장난기가 묻어 있었다.“이 얼굴이 그저 그렇게 생긴 얼굴이라고 한다면 당신 얼굴은 정말 절세미인이었겠는 걸. 안 그러면 어떻게 이런 얼굴을 보고 그저 그렇다고 말할 수 있겠어, 안 그래?”“...”소만리는 잠시 말을 잇지 못하다가 남자가 묻는 소리를 들었다.“그럼 이 남자 얼굴은 어떻게 생각해?”사실 소만리는 처음부터 기모진의 모습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었다.남자가 이렇게 묻자 그녀는 당당하게 사진 속 기모진을 바라보았다.“멋있고, 기품 있어요. 내가 본 남자 중에 제일 멋진 남자예요.”“당신이 본 남자 중에 제일 멋진 남자?”남자가 되물었다. 여태껏 무표정하던 그의 잘생긴 얼굴에 갑자기 약간의 기복이 나타났다.태블릿 PC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천천히 몸을 일으킨 그 남자는 은은한 달빛 같은 눈망울을 들고 소만리의 잔잔한 눈동자를 마주 보았다.“그럼 내 생김새는 어때?”소만리는 이 남자의 말을 듣고 남자의 얼굴에 시선을 떨구었다.강직하게 쭉 뻗은 검은 눈썹, 야무지게 도드라진 입술, 새하얀 얼굴에 조각처럼 빚어 놓은 이목구비가 더없이 조화롭고 아름다웠다.“잘 생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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