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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가 사랑한 여인의 모든 챕터: 챕터 1461 - 챕터 1470

2479 챕터

1461장

소만리는 미세하게 떨리는 가느다란 손가락을 들어 자신의 뺨을 어루만졌다.한때의 섬세하고 매끄러움은 사라지고 울퉁불퉁하게 부어 있는 얼굴에 온통 추한 상처만 가득했다.이마에 난 가느다란 상처와 온전한 눈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 특히 양쪽 볼은 그야말로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을 만큼 많이 손상되어 있었다.소만리는 손거울을 꽉 잡고 냉정함을 찾으려고 애썼다.그러나 원래 온전했던 얼굴이 순식간에 이렇게 망가진 모습을 받아들일 수 있는 여자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소만리도 마찬가지였다.“아직 치료 초반이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앞으로 치료에 잘 협조하면 얼굴이 회복될 거예요.”옆에 있던 의사는 소만리에게 희망을 주느라 바빴다.“고맙습니다.”소만리는 애써 웃음을 지으며 감사의 말을 했다.하지만 예전에 그녀가 웃을 때 모습을 드러내던 매혹적인 보조개는 지금 거울에 비친 그녀의 얼굴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었고 보조개는커넝 피부 자체가 사람의 피부라 할 수 없을 만큼 상해 있었다.소만리는 거울을 내려놓고 약지의 결혼반지를 움켜쥔 채 망연자실한 듯 눈을 내리깔았다.모진, 내가 이렇게 변해버렸으니 당신은 날 알아보지 못하겠지?내가 당신 앞에 서 있어도 아마 당신은 그냥 지나칠 거야.그 꿈처럼 당신과 난 이제 낯선 사람이 되어 보고도 알아보지 못하고 스쳐 지나가겠지.“이제 얼굴 확인한 거야?”냉랭한 목소리가 곁에서 울려 퍼졌다.소만리는 고개를 들어 여전히 맑고 깨끗한 눈동자로 남자의 좁고 긴 검은 눈동자를 마주 보았다.“그래요. 봤어요.”그녀는 담담하게 말했다. 지금 그녀의 심정도 담담함 그 자체였다.“그래도 고마워요. 당신이 구해주지 않았으면 지금쯤 난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 거잖아요.”남자는 짙은 눈썹을 살짝 비틀며 소만리를 흥미롭게 흘겨보았다.“당신 모습을 확인한 지금 당신 반응이 꽤 특이한 것 같은데.”소만리는 남자가 말하는 뜻을 알아듣고 눈동자를 반짝이며 그를 쳐다보았다.“당신이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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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62장

소만리는 나이프와 포크를 움켜쥐고 감정을 억누르려고 애썼다.그녀는 심호흡을 한 후에야 겨우 입을 열었다.“내가 당신과 함께 경도에 가도 될까요?”남자는 이 말을 듣고 그녀를 올려다보았다.소만리는 칠흑같이 깊고 까만 눈동자를 당당히 마주 보았다.“내 집이 경도에 있어요. 집에 가고 싶어요.”“이런 모습으로 집에 돌아가고 싶어?”“아니, 그냥 가서 한번 보고 싶어요.”소만리는 자신의 상황을 잘 알고 있다. 그녀도 지금 이런 모습으로 기모진 앞에 서고 싶지 않았다.어쩌면 기모진이 그녀의 망가진 얼굴을 개의치 않을지도 모른다.하지만 소만리는 감히 시험해 볼 수가 없었다.혹시라도 기모진이 눈앞에 있는 자신을 알아보지 못할까 봐 겁이 났다.그런 장면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그녀는 마음이 아프고 초조했다.지금의 그녀는 감히 시험해 볼 용기조차 낼 수 없었다.“당신 경도 사람이니까 경도에 대해 상당히 잘 알겠군, 그렇지? 기모진이란 사람에 대해 분명 들은 바가 있을 테지, 안 그래?”소만리는 부정하지 않고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나도 들어본 적은 있어요. 기모진이 경도 제일가는 가문의 후계자라는 건 들어봤는데 다른 건 잘 몰라요.”그녀는 침착하게 대답했고 마음속에 감춰두었던 의혹을 슬며시 꺼내 물었다.“기모진에 대해 알고 싶은 게 뭐예요? 당신 그 사람이랑 사업하고 싶은 거예요? 당신 도대체 뭐하는 사람이에요? 그리고 여긴 또 어디예요?”소만리가 쉬지 않고 여러 의혹을 토해내고서야 자신이 좀 급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남자의 그윽한 시선이 자신을 찬찬히 꿰뚫어보는 것을 느끼고 소만리는 아무렇지 않은 듯 시선을 돌렸다.“뭐, 그냥 궁금했을 뿐이에요.”“사람이란 호기심이 있게 마련이니 이상할 것도 없지.”남자는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그렇게 집에 가고 싶다고 하니 한번 데려다주지.”“...”한번 데려다준다고?이 말이 이상하게 들렸다. 도대체 자신을 어찌할 셈인지 남자의 속셈을 알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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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63장

기모진과 재회하는 행복한 장면을 그토록 상상해 왔건만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남자와 그녀를 사칭한 여자가 이제 막 하교하는 자신의 두 아이를 데리고 행복한 나들이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될 줄은 몰랐다.소만리의 심장에 커다란 구멍이 뚫린 듯 시린 바람이 아픈 상처를 사정없이 할퀴었다.기모진과 그 여자가 각각 기란군과 기여온을 데리고 길을 건너려고 하자 소만리는 손을 번쩍 들어 차창을 내렸다.“모진.”그녀는 참지 못하고 그의 이름을 살며시 불렀다.그러나 그녀의 입 밖으로 나온 목소리가 담배 연기가 가득 낀 것 같은 쉰 목소리일 줄이야.그녀는 스스로 어안이 벙벙해졌다.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목소리였다.그러나 기모진은 무슨 소리를 감지한 듯 소만리가 있는 쪽을 잠시 바라보았고 그 순간 소만리는 황급히 시선을 피하며 서둘러 차창을 닫았다.차창 너머로 소만리는 얼굴에 타는 듯한 화끈거림을 느꼈다.그녀는 어렴풋이 자신을 향해 있는 시선을 느꼈지만 차마 돌아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마침 녹색 신호등으로 바뀌어서 소만리는 곁눈으로 기모진의 꼿꼿한 몸이 스쳐 지나가는 것을 언뜻 보았다.한순간 몸 안에 가시가 박힌 듯 자신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졌지만 소만리는 눈물을 흘리지 않으려고 스스로를 다그쳤다.그 남자의 말이 맞았다. 슬퍼하는 것은 이 세상에서 가장 바보 같은 짓이다.긍정적으로 생각해야만 이 세상에서 그녀는 한 가닥 희망의 빛을 볼 수 있는 것이었다.소만리는 택시를 타고 곧장 경연의 본가이자 경연의 부모님이 사는 집 현관 앞에 도착했다.택시에서 내린 후 그녀는 굳게 닫힌 대문을 보았다.늦가을의 서늘한 바람이 불어와 그녀의 살갗을 건드리며 차가운 기운을 전해주었다.가슴이 사무치게 쓰려왔다.그녀는 유골함을 안고 문 앞으로 가서 초인종을 눌렀다.한참이 지나서야 가정부가 나와 문을 열었다.“누구세요?”가정부는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소만리를 훑어보았다.온 얼굴에 마스크를 쓰고 스카프를 두르고 있어서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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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64장

카드에 적혀 있는 내용은 매우 간결하게 그들에게 두 가지 상황을 말해 주었다.경연은 죽었다.이 상자 안에 들어 있는 것이 경연의 유골이다.“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 경연이 어떻게 죽을 수가 있어! 이게 어떻게 우리 아들의 유골일 수가 있냐구!”경연의 엄마는 얼굴이 도화지처럼 하얗게 질려 버렸다.“아니야! 아니야! 도대체 이걸 누가 가져온 거야! 왜 이런 장난을 쳐!”경연의 엄마는 감정이 격앙되어 가정부에게 물었다.이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가정부도 마찬가지였다.도련님이 죽어?이 상자 안에 있는 것이 도련님의 유골이라고?!경연의 아버지는 카드를 들고 넋을 잃은 채 그 자리에 굳어졌다.그는 그 사실을 믿고 싶지 않았지만 거의 보름 가까이 경연과 연락이 닿지 않았던 것을 떠올렸다.경연이 정말로 이미 죽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했다.소만리는 경 씨 집을 달려 나온 뒤 홀로 먼 길을 돌아다니며 걸었다.하늘이 언제 이렇게 어두워졌는지 언제 이렇게 하늘에서 부슬부슬 비가 내리기 시작했는지 그녀는 알 수 없었다.그저 이 모든 상황이 너무 비현실적으로 느껴졌을 뿐이었다.소만리는 하염없이 걷다가 스카프가 떨어지려고 해서 손을 뻗어 스카프를 잡았다.지금 누가 자신의 얼굴을 본다면 분명 놀랄 것이다. 이 모습으로 아이들 앞에 설 용기도 없었다.아이가 아직 어려서 지금처럼 이런 흉측한 얼굴을 보인다면 분명 충격을 받을 것이다.그녀의 머릿속은 아까 길가에서 본 기모진의 모습들로 가득 차올랐다.기모진은 자신을 사칭한 그 여자와 아이들을 데리고 쇼핑을 하러 가고 있었다.또다시 날카로운 칼날이 가슴을 파고드는 듯 그녀를 괴롭혔다.그녀는 약지의 결혼반지를 살며시 만지작거렸고 마음이 끝없는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 같았다.모진, 그동안 매일 그 여자랑 같이 있었어?매일 밤 그녀를 안고 잠이 든 거야?소만리의 머릿속에 쓸데없는 생각들이 어지러이 맴돌았다.그녀는 정처 없이 돌아다니다 횡단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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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65장

기모진 옆을 따라 걷던 여자도 덩달아 걸음을 멈추었다.그녀의 얼굴에 숨길 수 없는 행복한 미소가 가득했다.그녀는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모진, 왜 그래? 뭘 보고 있는 거야?”소만리는 이 여자의 목소리가 예전 자신의 목소리와 거의 똑같다는 것이 믿어지지가 않았다.다만 그 가식적인 어조는 그녀가 여태껏 가져보지 못한 것이었다.기모진은 순간 옆에 있는 여자의 존재를 잊은 듯 넋을 잃고 소만리를 바라보았다.어찌 된 일인지 기모진은 자신의 심장박동과 호흡이 갑자기 리듬을 탄 듯 빨라지기 시작한 것을 느꼈다.뭔가 자신의 기운이 단번에 훅 빨려 들어가는 기분이 든 것이다.이 세상에 소만리의 눈과 똑같은 눈을 가진 여자가 있을 수 있을까?기모진은 마음속으로 이런 의심이 피어올랐다.그는 자신도 모르게 발걸음을 옮겨 빗속에 서 있는 소만리를 향해 조용히 걸어갔다.장미꽃을 들고 기뻐하던 여자는 기모진이 우산을 쓰고 마스크와 스카프로 얼굴을 꽁꽁 싸맨 여자를 향해 걸어가는 모습을 보자 갑자기 얼굴에 짜증스러운 기색이 나타났다.기모진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여자는 불쾌한 듯 입을 삐죽거리며 따라갔다.소만리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기모진을 보며 심장 박동이 미친 듯이 요동치는 것을 느꼈다.그토록 오매불망 그리던 남자가 지금 그녀를 향해 다가오고 있는데 그녀는 왠지 움츠러들어 뒷걸음질을 칠 생각을 했다.소만리는 기모진이 자신을 알아보기를 갈망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그가 알아볼까 봐 두려웠다.이렇게 조마조마하고 모순된 심정을 안고 있는 소만리를 향해 기모진은 이미 눈앞에 다가와 있었다.평생 가장 의지하고 싶었던 남자였고 이 남자 앞에서는 투박한 그녀의 강인한 갑옷을 벗고 마냥 보호받고 사랑받고 싶었다.소만리는 이미 자신의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다.그녀는 기대에 찬 눈으로 기모진을 바라보며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모...”“모진, 이 여자 누구야? 당신 아는 사람이야?”소만리가 막 입을 열려고 하는데 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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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66장

”모진, 모진?”여자는 기모진이 왜 이런 반응을 보이는지 이유를 알 수 없었다.그러나 기모진 자신도 그 눈동자에 그의 마음이 왜 뺏겼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게다가 이 뒷모습은 그의 가슴을 이유 없이 절절하게 만들어 놓았다.도저히 과학적으로 설명이 되지 않는 감정이었다.그러나 그도 더 깊이 따질 겨를이 없어 곁에 있던 그 여자가 재촉하자 얼른 발걸음을 옮겼다.빗줄기가 더 거세졌고 소만리는 우산을 쓰고 한참을 걷다가 어딘가에서 발걸음을 멈췄다.날이 언제 이렇게 어두워졌는지 그녀는 알 수조차 없었다.기모진이 그녀를 스쳐 지나갈 때 그녀의 눈앞은 마치 불이 꺼진 어두운 방에 갇히는 느낌이 들었다.가슴이 찢어질 듯 아픈데 하필이면 지금 얼굴의 상처가 따끔따끔 아픔을 더했다.소만리는 괴로워하며 우산을 내려놓았다.마스크와 스카프가 벗겨졌고 지나가는 행인들이 갑자기 비명을 질렀다.“어머, 어떻게 사람 얼굴이! 무서워!”행인들이 무심히 던진 말이 그대로 화살이 되어 소만리의 고막을 관통했다.그녀는 조용히 그 자리에 서 있었다.자신의 얼굴을 보고 놀란 행인들이 줄행랑치는 모습을 보고 소만리는 점점 자신을 바라보는 이상한 시선에 익숙해져 갔다.행인들이 어찌 보건 하나도 신경 쓰이지 않았다.그녀가 오로지 신경 쓰이는 건 기모진이라는 한 남자뿐이었다.하지만 그는...소만리는 쓸쓸히 눈을 내리깔았다. 쏟아지는 빗물이 그녀의 온몸을 적시도록 가만히 내버려 두었다.빗물에 자신의 아픔도 다 씻겨 가기를 기도했다.가만히 온몸으로 빗줄기를 맞이하고 있는데 그녀의 뒤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그리고 그녀의 머리 위로 우산이 씌워졌다.“빨리 회복하고 싶은 마음이 없는 거야?”남자는 여전히 차갑고 무뚝뚝한 목소리로 말했다.“이렇게 비를 맞고 있으면 지금 회복되고 있는 얼굴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생각은 안 해 봤어?”소만리는 주먹을 불끈 쥐며 나쁜 감정들을 추스르고 마스크를 쓴 뒤 그제야 남자를 향해 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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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67장

남자가 이렇게 묻자 소만리는 갑자기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남자가 무엇을 간파했는지 무엇을 알아차렸는지 소만리는 알 수 없었지만 어쨌든 지금 그녀를 보는 그의 눈빛이 날카로운 것만은 틀림없었다.소만리는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애꿎은 맑은 눈을 굴리며 어리둥절해했다.“좀 더 자세히 말해주시겠어요?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어요.”남자는 얼음처럼 차가운 미소를 얼굴에 띠었다.“기모진은 당신이 살던 경도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하던데. 함부로 인정에 치우쳐 일을 그르치지도 않고 아주 냉철하고 늠름한 남자. 그런데 방금 그 기모진이 당신한테 우산을 건네주고 갔어. 자신의 사랑하는 여자는 그냥 비를 맞도록 내버려 둔 채 말이야.”그는 말을 잠시 끊었다가 더욱 탐색하듯 소만리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그 사람이 왜 당신한테 그런 친절을 베풀지?”남자는 돌리지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소만리에게 물었다.그의 말이 맞다. 기모진은 확실히 인정에 쉽게 좌지우지될 사람이 아니었다.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완전히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은 아니었다.그도 때로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돕기도 한다.다만 방금 한 행동은 사람들의 의심을 살 만한 것이었다.“나도 잘 모르겠어요. 내가 불쌍해 보였나 봐요.”소만리는 대충 핑계를 대었다.하긴 그녀도 그가 왜 그런 행동을 보였는지 정확한 이유를 알 수 없었다.“불쌍해?”남자는 소만리의 미세한 표정 변화를 살피며 말했다.“보아하니 당신네 경도 제일가는 태자 나리도 소문처럼 그렇게 차갑고 무정하지는 않은가 보군.”남자의 말투로는 그가 무슨 의도를 가지고 있는지 종잡을 수 없었지만 아무튼 뭔가 의미심장한 뜻이 담겨 있는 듯했다.소만리를 바라보는 그의 눈길에 뭔가 아직 의문이 가득 들어있는 것 같았고 소만리의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 분명해 보였다.이어 남자는 말을 이었다.“자신의 얼굴이 이렇게 망가진 것을 보고도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는 여자가 기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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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68장

소만리는 남자의 눈빛이 아까보다는 의심이 많이 가라앉아 있는 것을 포착했다.그는 오히려 활짝 웃으며 말했다.“그래서 당신이 전에 기모진과 그의 아내가 함께 있는 사진을 보고 기모진만 칭찬하고 그의 아내에 대해선 그저 그렇다고 말한 거군. 이런 사연 때문에?”“그래요.”소만리가 그의 말에 맞장구를 치며 말했다.“겸 도련님은 정말 예리하군요. 이미 다 들켜버렸네.”남자는 이 말을 듣고 웃는 듯 마는 듯한 표정으로 소만리를 쳐다보았다.입술 자락에는 분명 웃음이 묻어나고 있었지만 어딘지 모르게 소만리의 표정에 허전함이 느껴졌다.“경도 제일 미모 소만리도 당신 눈에는 그저 그런 사람이군. 보아하니 당신 기모진에 대해 아직도 원망이 많이 남아있는 모양이야? 그래서 당신과 이름이 같은 그의 아내도 미워하는 건가?”“...”소만리는 잠시 동안 머뭇거리다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대답했다.“맞아요. 난 기모진 옆에 있는 그 여자가 더 미워요. 만약 그녀가 나타나지 않았더라면 나도 지금처럼은 되지 않았을 거야.”그렇다. 이 모든 것이 전부 그 여자가 나타났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었다.소만리는 자신을 사칭하고 기모진 옆에서 자신의 행세를 버젓이 하고 있는 그 여자가 너무나 미웠다.어떻게 미워하지 않을 수 있을까.남자의 시선이 소만리의 얼굴을 스쳐 지나갔다.“시중들에게 저녁 가져다주라고 지시할 테니까 저녁 먹고 일찍 쉬어.”“고마워요. 겸 도련님.”소만리는 얼른 고맙다는 말을 했다.남자는 소만리와 눈이 마주쳤고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는 이내 돌아섰다.방문이 닫히는 것을 지켜보던 소만리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남자는 소만리의 말을 믿는 눈치였다.그녀가 지어낸 이야기이긴 했지만 자신이 듣기에도 매우 그럴듯하고 합리적으로 보였다.그런데 이 남자는 도대체 왜 기모진을 조사하려고 하는 걸까?소만리는 도무지 짐작이 가지 않았다.그녀의 머릿속엔 다시 아까 길거리에서 보았던 기모진의 모습이 떠올랐다.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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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69장

갑자기 소만리의 귓가에 차갑고 언짢은 듯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앞에 있던 여자가 소만리의 마스크를 벗기려고 내민 손도 남자의 손에 의해 저지당했다.소만리는 눈을 번쩍 들어 올려 깎아지른 듯한 날카로운 그의 옆얼굴을 바라보았다.소만리는 황급히 남자의 품에서 벗어나 옆으로 비켜섰다.남자는 소만리를 한번 흘끗 보고는 곧바로 차가운 시선을 교활하고 제멋대로인 그 여자에게 던졌다.“누가 여기에 들어오라고 했어? 또 누가 너한테 이 여자 건드려도 된다고 했어?”남자는 불만에 가득 찬 얼굴로 여자를 꾸짖었다.젊은 여자는 붉은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고 얼굴에 억울한 표정을 가득 실은 채 입을 열었다.“고승겸, 이 여자 때문에 어떻게 나한테 이런 말을 해!”고승겸.알고 보니 이 남자의 이름이 고승겸이었다.소만리는 그제야 이 남자의 이름을 알게 되었다.하지만 소만리는 이 남자와 이 여자 사이의 관계가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그들은 결코 부부 사이 같아 보이진 않았다. 그런데 방금 이 여자는 자신을 안주인이라고 말했다.“지금 당신 누구한테 이야기하는 거야?”소만리가 어찌할 바를 몰라 잠자코 있자 남자가 냉혹한 표정으로 여자를 향해 말했다.그의 말투는 듣기에 굉장히 차분한 것 같지만 숨은 기세는 내공이 대단해 보였다.소만리는 이 여자의 태도가 곧바로 수그러드는 것을 보았고 여자의 말투는 순간적으로 부드러워졌고 표정마저 마치 성난 어미 호랑이에서 귀여운 새끼 양으로 바뀐 것처럼 보였다.“겸 오빠, 내가 일부러 이렇게 흉악하게 굴려는 건 아닌데. 그렇지만 오빠가 이렇게 오랫동안 나를 만나지도 않고 이런 여자를 곁에 두니까 내가 오빠 약혼녀로서 약간 신경이 쓰이잖아.”알고 보니 남자의 약혼녀였다.소만리는 심중에 품고 있던 의혹이 풀리자 속이 뻥 뚫리는 기분이 들었다.고승겸을 향한 이 여자의 뜨거운 애정이 느껴졌으나 왠지 이 남자는 여자에게 특별한 감정을 느끼는 것 같지 않았다.심지어 귀찮아하는 것처럼 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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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70장

”경고하겠는데, 내 사람 건드리지 마.”“...”내 사람?소만리가 언제 그의 사람이 되었던가?이 남자가 지금 자신을 이용해서 이 여자에게서 벗어나려 한다는 것을 소만리도 당연히 알고 있었다.그 여자에게 아무런 해명도 하지 않고 고승겸은 소만리의 손목을 잡아당겨 위층으로 향했다.“고승겸! 고승겸!”여자의 못마땅해하는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지만 남자는 발걸음을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위층으로 올라가는 동안 소만리는 몇 번이나 남자의 손에서 벗어나려고 시도해 보았지만 오히려 그는 더 꽉 힘을 주어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이제 그 여자 보이지 않으니 겸 도련님, 손 좀 놔주면 안 돼요?”소만리가 언짢은 듯 입을 열었다.고승겸은 발걸음을 멈추고 소만리를 돌아보았다.소만리의 눈에 비친 항의와 불만의 빛을 포착한 듯 그는 손을 놓았다.“들어와.”그가 먼저 서재로 들어갔다.소만리도 그를 따라 들어갔고 방금 그 여자가 폭로한 남자의 신분을 떠올리며 몇 초 동안 잠자코 있다가 겨우 입을 열었다.“당신 이름이 고승겸이에요?”남자는 잠시 멈칫하다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내가 당신 목숨을 구해줬다는 걸 잊지 않았겠지?”그가 갑자기 이렇게 되묻자 소만리는 이 남자가 자신에게 뭔가 요구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지만 아무렇지 않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당신이 날 구해줬다는 거 당연히 잊지 않을 거예요.”“그럼 됐어.”남자는 소만리의 눈을 마주 보며 말을 이었다.“그럼 지금부터 당신은 내 약혼녀가 되는 거야.”“...”소만리는 그가 자신에게 뭔가 요구할 것 같은 예감은 들었지만 이런 것일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당연히 그녀는 이런 부탁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다.“겸 도련님, 당신 같은 대단한 신분의 귀족 공자가 나처럼 이렇게 외모가 망가진 여자를 좋아할 거라고 아무도 믿지 않을 거예요.”말을 마친 소만리를 바라보는 고승겸의 눈빛이 묘하게 달라졌다.아까 아래층에서 자신의 신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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