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1468장

작가: 십육인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3-03-12 16:30:02
소만리는 남자의 눈빛이 아까보다는 의심이 많이 가라앉아 있는 것을 포착했다.

그는 오히려 활짝 웃으며 말했다.

“그래서 당신이 전에 기모진과 그의 아내가 함께 있는 사진을 보고 기모진만 칭찬하고 그의 아내에 대해선 그저 그렇다고 말한 거군. 이런 사연 때문에?”

“그래요.”

소만리가 그의 말에 맞장구를 치며 말했다.

“겸 도련님은 정말 예리하군요. 이미 다 들켜버렸네.”

남자는 이 말을 듣고 웃는 듯 마는 듯한 표정으로 소만리를 쳐다보았다.

입술 자락에는 분명 웃음이 묻어나고 있었지만 어딘지 모르게 소만리의 표정에 허전함이 느껴졌다.

“경도 제일 미모 소만리도 당신 눈에는 그저 그런 사람이군. 보아하니 당신 기모진에 대해 아직도 원망이 많이 남아있는 모양이야? 그래서 당신과 이름이 같은 그의 아내도 미워하는 건가?”

“...”

소만리는 잠시 동안 머뭇거리다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맞아요. 난 기모진 옆에 있는 그 여자가 더 미워요. 만약 그녀가 나타나지 않았더라면 나도 지금처럼은 되지 않았을 거야.”

그렇다. 이 모든 것이 전부 그 여자가 나타났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었다.

소만리는 자신을 사칭하고 기모진 옆에서 자신의 행세를 버젓이 하고 있는 그 여자가 너무나 미웠다.

어떻게 미워하지 않을 수 있을까.

남자의 시선이 소만리의 얼굴을 스쳐 지나갔다.

“시중들에게 저녁 가져다주라고 지시할 테니까 저녁 먹고 일찍 쉬어.”

“고마워요. 겸 도련님.”

소만리는 얼른 고맙다는 말을 했다.

남자는 소만리와 눈이 마주쳤고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는 이내 돌아섰다.

방문이 닫히는 것을 지켜보던 소만리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남자는 소만리의 말을 믿는 눈치였다.

그녀가 지어낸 이야기이긴 했지만 자신이 듣기에도 매우 그럴듯하고 합리적으로 보였다.

그런데 이 남자는 도대체 왜 기모진을 조사하려고 하는 걸까?

소만리는 도무지 짐작이 가지 않았다.

그녀의 머릿속엔 다시 아까 길거리에서 보았던 기모진의 모습이 떠올랐다.

잠긴 챕터
GoodNovel에서 계속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여 앱을 다운로드하세요

관련 챕터

  • 황제가 사랑한 여인   1469장

    갑자기 소만리의 귓가에 차갑고 언짢은 듯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앞에 있던 여자가 소만리의 마스크를 벗기려고 내민 손도 남자의 손에 의해 저지당했다.소만리는 눈을 번쩍 들어 올려 깎아지른 듯한 날카로운 그의 옆얼굴을 바라보았다.소만리는 황급히 남자의 품에서 벗어나 옆으로 비켜섰다.남자는 소만리를 한번 흘끗 보고는 곧바로 차가운 시선을 교활하고 제멋대로인 그 여자에게 던졌다.“누가 여기에 들어오라고 했어? 또 누가 너한테 이 여자 건드려도 된다고 했어?”남자는 불만에 가득 찬 얼굴로 여자를 꾸짖었다.젊은 여자는 붉은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고 얼굴에 억울한 표정을 가득 실은 채 입을 열었다.“고승겸, 이 여자 때문에 어떻게 나한테 이런 말을 해!”고승겸.알고 보니 이 남자의 이름이 고승겸이었다.소만리는 그제야 이 남자의 이름을 알게 되었다.하지만 소만리는 이 남자와 이 여자 사이의 관계가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그들은 결코 부부 사이 같아 보이진 않았다. 그런데 방금 이 여자는 자신을 안주인이라고 말했다.“지금 당신 누구한테 이야기하는 거야?”소만리가 어찌할 바를 몰라 잠자코 있자 남자가 냉혹한 표정으로 여자를 향해 말했다.그의 말투는 듣기에 굉장히 차분한 것 같지만 숨은 기세는 내공이 대단해 보였다.소만리는 이 여자의 태도가 곧바로 수그러드는 것을 보았고 여자의 말투는 순간적으로 부드러워졌고 표정마저 마치 성난 어미 호랑이에서 귀여운 새끼 양으로 바뀐 것처럼 보였다.“겸 오빠, 내가 일부러 이렇게 흉악하게 굴려는 건 아닌데. 그렇지만 오빠가 이렇게 오랫동안 나를 만나지도 않고 이런 여자를 곁에 두니까 내가 오빠 약혼녀로서 약간 신경이 쓰이잖아.”알고 보니 남자의 약혼녀였다.소만리는 심중에 품고 있던 의혹이 풀리자 속이 뻥 뚫리는 기분이 들었다.고승겸을 향한 이 여자의 뜨거운 애정이 느껴졌으나 왠지 이 남자는 여자에게 특별한 감정을 느끼는 것 같지 않았다.심지어 귀찮아하는 것처럼 보이

    최신 업데이트 : 2023-03-12
  • 황제가 사랑한 여인   1470장

    ”경고하겠는데, 내 사람 건드리지 마.”“...”내 사람?소만리가 언제 그의 사람이 되었던가?이 남자가 지금 자신을 이용해서 이 여자에게서 벗어나려 한다는 것을 소만리도 당연히 알고 있었다.그 여자에게 아무런 해명도 하지 않고 고승겸은 소만리의 손목을 잡아당겨 위층으로 향했다.“고승겸! 고승겸!”여자의 못마땅해하는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지만 남자는 발걸음을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위층으로 올라가는 동안 소만리는 몇 번이나 남자의 손에서 벗어나려고 시도해 보았지만 오히려 그는 더 꽉 힘을 주어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이제 그 여자 보이지 않으니 겸 도련님, 손 좀 놔주면 안 돼요?”소만리가 언짢은 듯 입을 열었다.고승겸은 발걸음을 멈추고 소만리를 돌아보았다.소만리의 눈에 비친 항의와 불만의 빛을 포착한 듯 그는 손을 놓았다.“들어와.”그가 먼저 서재로 들어갔다.소만리도 그를 따라 들어갔고 방금 그 여자가 폭로한 남자의 신분을 떠올리며 몇 초 동안 잠자코 있다가 겨우 입을 열었다.“당신 이름이 고승겸이에요?”남자는 잠시 멈칫하다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내가 당신 목숨을 구해줬다는 걸 잊지 않았겠지?”그가 갑자기 이렇게 되묻자 소만리는 이 남자가 자신에게 뭔가 요구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지만 아무렇지 않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당신이 날 구해줬다는 거 당연히 잊지 않을 거예요.”“그럼 됐어.”남자는 소만리의 눈을 마주 보며 말을 이었다.“그럼 지금부터 당신은 내 약혼녀가 되는 거야.”“...”소만리는 그가 자신에게 뭔가 요구할 것 같은 예감은 들었지만 이런 것일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당연히 그녀는 이런 부탁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다.“겸 도련님, 당신 같은 대단한 신분의 귀족 공자가 나처럼 이렇게 외모가 망가진 여자를 좋아할 거라고 아무도 믿지 않을 거예요.”말을 마친 소만리를 바라보는 고승겸의 눈빛이 묘하게 달라졌다.아까 아래층에서 자신의 신분

    최신 업데이트 : 2023-03-12
  • 황제가 사랑한 여인   1471장

    이것은 소만리가 미처 예상하지 못한 시나리오였다.순간 소만리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분명 눈앞에 있는 남자는 평생 그녀가 기댈만하고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남자였는데 지금은 한순간도 편하게 숨을 쉴 수가 없었다.조각 같은 기모진의 얼굴에 젊은 여자들의 시선이 온통 쏠려 있었고 그 여자들은 한 번이라도 기모진이 쳐다봐주길 바라면서 선망의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그러나 기모진은 그들을 다 물리치고 곧장 소만리에게 향했다.그는 소만리의 눈을 몇 초 동안이나 뚫어지게 바라보고 나서야 입을 열었다.“당신도 지원하러 왔어?”그가 물었다.분명 늦가을 바람은 찬데 기모진의 말투는 따뜻한 봄기운을 가득 실은 듯 보드랍게 소만리의 귓가를 자극했다.소만리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이런 일을 해 본 적 있어?”기모진이 이어서 또 물었다.소만리는 깊고 매혹적인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그럼 따라와.”“...”기모진의 대답에 소만리는 물론 지원하러 온 많은 여자들도 깜짝 놀랐다.채용이 이대로 끝나는 건가?기모진이 왜 저런 여자를 골랐지?설마 미리부터 내정되어 있던 건 아니겠지!사람들은 마음속으로 이런저런 의혹을 떠올려 보았고 기모진에게 항의하려다가도 오히려 문제가 될까 봐 겉으로 말을 꺼내지 못했다.소만리를 사칭한 그 여자도 이 광경을 보고 이상하게 여겼다.그리고 그 여자는 소만리의 모습을 보고 어젯밤 기모진이 우산을 건네준 바로 그 여자라는 것을 알아차렸다.설마 이 마스크를 쓴 여인이 기모진과 아는 사이일까?소만리를 사칭한 여인의 마음속엔 물음표로 가득 들어찼다. 그러나 여전히 기모진은 얼굴은 평온했다.“모진, 엄마를 돌봐줄 간병인 골랐어?”여자가 다가와서 물었고 그제야 뭔가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소만리를 힐끗 쳐다보았다.“이 아가씨, 왠지 낯이 익은데. 어, 어젯밤 우리가 길에서 만났던, 그 비 맞고 있던 아가씨 아니야?”소만리는 일부러 놀란 척하는 여자

    최신 업데이트 : 2023-03-13
  • 황제가 사랑한 여인   1472장

    그랬다. 눈은 정말 맑고 아름다웠다.그래서 기모진이 뽑은 건가?그 여자의 눈이 자신의 아내와 닮았다는 이유로 일할 사람을 뽑았다고?이런 이유라면 별도리가 없었다.생김새는 타고나는 것이니 그 사람들이 왈가왈부해 봐야 아무 소용이 없었다.패배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사람들은 모두 의기소침해져서 자리를 떠났다.기 씨 본가의 거실.소만리는 티 테이블 앞에 서서 생에 가장 친밀한 가족들을 마주하고 있었지만 이제는 낯선 사람인 척해야만 했다.그녀를 사칭한 여자는 소만리에게 가족들을 소개했다.“이분은 내 시어머니, 이분은 내 친정엄마, 나와 모진의 막내아들. 지금 여기 없는 식구들도 있는데 그건 급하지 않으니까 됐고. 우선 당신의 가장 주요한 임무는 내 친정엄마를 돌보는 거예요.”여자는 가족 소개를 마치고 특별히 사화정의 곁으로 다가갔다.여전히 정신이 흐릿해 보이는 사화정을 바라보니 소만리의 마음이 찢어지는 듯 아파왔다.기모진은 옆에 서 있다가 소만리가 갑자기 눈썹을 찡그리고 어두운 눈빛을 하는 것을 보고 왠지 자신의 마음도 불편해졌다.“당신 이름이 미스 천이라고? 오늘부터 우리 사돈 챙기는 데에만 전념하면 돼. 월급은 섭섭지 않게 줄 거니까 걱정 말아요.”위청재는 옹알거리는 막내를 안고 일어나 소만리에게 다가가 잠시 그녀의 눈을 바라보았다.“그러고 보니 미스 천 눈이 우리 며느리 소만리를 닮았구나.”위청재가 이런 말을 하자 기모진과 그 여자의 시선이 소만리의 눈에 집중되었다.여자도 그제야 소만리의 눈이 성형한 자신의 눈과 확실히 닮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기모진은 소만리의 예리한 눈빛을 가만히 바라보았다.이상하게도 그의 심장박동이 점점 방망이질을 하기 시작했다.그래서 이런 걸까?그래서 내가 이 여자에게 홀린 듯 자꾸 시선이 쏠리는 건가.그는 스스로에게 물어보았지만 뚜렷한 답을 얻지는 못했고 갑자기 이 여자의 마스크 아래 숨겨진 얼굴이 궁금해졌다.그러던 중 위청재의 목소리가 정적을 깨고

    최신 업데이트 : 2023-03-13
  • 황제가 사랑한 여인   1473장

    ”괜찮아?”기모진의 낮고 묵직한 목소리가 감미로운 샘물처럼 마음에 흐른다.소만리는 자신도 모르게 열정적으로 뛰었다.소만리는 기모진의 눈을 마주보지 않았고 그의 품에 미련을 두지 않고 바로 몸을 떼어 내었다.소만리가 황급히 기모진의 품에서 벗어나는 바람에 갑자기 기모진의 품에 텅 비어 버린 듯 공허함이 맴돌았다.“죄송합니다, 사장님.”소만리는 눈을 내리깔고 사과했다.“괜찮아.”기모진은 부드러운 말투와 눈빛으로 소만리에게 말했다.비록 기모진과 눈을 마주치지는 않았지만 소만리는 기모진의 시선을 느낄 수가 있었다.그때 멀리서 가짜 소만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모진, 여온이랑 기란군이 왔어.”소만리는 이 여자의 말투나 목소리가 너무나 자신의 것과 흡사해서 감탄할 지경이었다.처음에 경연이 이 여자를 가짜 소만리로 만들려고 계획할 때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다만 그는 그의 계획이 전개되기도 전에 포기했었고 이제는 영원히 이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소만리는 묵묵히 경연을 떠올리다가 곁눈으로 기모진이 돌아서서 가짜 소만리 곁으로 다가가는 것을 보았다.소만리는 그 여자가 눈웃음을 치면서 온통 자신의 표정을 모방하고 있는 모습을 목격하게 되었다.정말 소름 끼치도록 자신과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이 여자의 얼굴도 이목구비도 목소리도 표정도 모두 소만리와 거의 똑같았다.어쩌면 소만리가 지금 직접 모든 것을 폭로한다고 해도 아무 소용이 없을지도 모른다.이 여자가 이렇게 나타났다는 것은 이미 모든 충분한 준비를 마쳤다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다.기모진과 소만리가 그동안 겪었던 일들을 이 여자가 숙지하고 있을지도 모른다.소만리는 더 이상 생각하지 않고 기모진을 따라 아래층으로 내려갔다.그러자 기란군과 기여온 두 남매가 손을 잡고 들어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기란군은 거의 한눈에 이 집에 낯선 사람이 들어왔다는 것을 눈치챈 듯했다.그의 영리하고 예리한 시선이 소만리의 몸에 떨어졌고

    최신 업데이트 : 2023-03-13
  • 황제가 사랑한 여인   1474장

    그는 느긋한 목소리로 전화기 너머 상대에게 물었다.소만리는 무의식적으로 이 남자의 행동을 곁눈으로 살피고 있었다.그러자 기모진이 의문에 가득한 표정으로 말하는 소리를 들었다.“경연이 죽었다고?”기모진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소만리를 사칭한 가짜 소만리가 고개를 번쩍 들어 올렸다.얼굴빛과 눈빛이 순식간에 변하는 것을 소만리는 똑똑히 목격했다.가짜 소만리가 깜짝 놀라는 표정을 하다가 이내 표정을 가다듬는 모습까지 소만리는 놓치지 않고 바라보았다.기모진이 전화를 끊자 가짜 소만리는 자신의 표정을 가다듬은 후 그에게 다가가 물었다.“모진, 당신 방금 뭐라고 했어? 경연이 죽었다고? 경연은 감옥에 있는데 어떻게 멀쩡한 사람이 죽을 수가 있어?”그녀는 자신이 습득한 지식을 뽐내며 진짜 소만리인 척 물었다.기모진은 가짜 소만리를 바라보며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구체적인 상황은 아직 몰라. 경 씨 집안에서 이미 장례식을 치르고 있다는 것만 알뿐이야. 그렇지만 경연은 확실히 죽었어.”이 말이 떨어지자 기모진은 앞에 있는 여인의 얼떨떨한 표정을 바라보았다.“소만리, 당신도 받아들이기 힘들지?”그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가짜 소만리는 정신이 번쩍 드는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내가 뭐 때문에 힘들고 말고 할 게 있겠어? 나한테 그런 짓을 하고 우리를 갈라놓았던 사람인데. 내가 왜 경연 때문에 힘들겠어? 당연히 아니지. 아니...”여자는 말을 하다가 말끝을 흐렸다.소만리가 좀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순간 갑자기 소만리의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이것은 외출하기 전에 고승겸이 소만리에게 준 핸드폰이었다.지금 이 핸드폰으로 전화할 수 있는 사람은 고승겸뿐이었다.소만리는 전화를 받고 몇 마디 하고는 얼른 전화를 끊었다.소만리는 가짜 소만리를 바라보며 기모진과 멀지 않은 거리에 서서 기모진에게 말했다.“기 사장님, 저는 먼저 돌아가서 생필품이랑 옷가지 좀 챙겨서 다시 돌아오겠습니다.”“나도 지금 나

    최신 업데이트 : 2023-03-13
  • 황제가 사랑한 여인   1475장

    소만리는 순간 뭔가 깨달았다.왜냐하면 자신의 왼손 약지에 있던 반지를 빼지 못했기 때문이었다.그녀는 기모진이 넋을 잃은 표정으로 이 반지를 쳐다보고는 더욱 힘을 주어 소만리의 손바닥을 쥐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그 온기가 피부를 뚫고 들어와 혈관을 따라 온몸에 스며들어 심장을 송두리째 펄떡이게 만들었다.“당신이 왜 이 반지를 끼고 있지?”그가 소만리의 눈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물었다.처음 기모진의 집에 지원하러 왔을 때부터 소만리는 언젠가 기모진에게 이런 상황을 보이게 될 거라고 생각했었다.그녀는 아주 침착한 태도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내가 가장 사랑하는 남자가 끼워준 반지예요. 왜 그러세요?”“그럴 리가 없어.”기모진은 부정하며 말을 이었다.“이런 모양의 반지는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어. 두 개가 있을 수 없다고.”기모진은 고운 입술을 움직이며 미동도 하지 않는 까만 소만리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말했다.기모진이 뭔가 말을 하려다가 멈추었다.“빵빵!”뒤에서 다그치듯 자동차 경적 소리가 들려오자 소만리는 뒤를 돌아보며 단호하게 기모진의 손을 뿌리치며 말했다.“기 사장님, 지하철역까지 데려다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럼 나중에 뵐게요.”뒤도 돌아보지 않고 단호하게 문을 열고 길가에서 내린 소만리는 빠른 걸음으로 지하철역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차 뒤에서 경적 소리가 계속 들려왔지만 기모진은 소만리가 떠나는 방향을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텅 빈 오른손을 코끝에 대고 살짝 냄새를 맡아보았다. 아직도 가슴이 뛰는 향기가 그의 손에서 전해져 오는 것 같았다.“소만리 몸에서 나던 냄새. 소만리 냄새야.”그는 잠자코 중얼거리다가 다시 눈을 들어보았다.그러나 이미 소만리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소만리는 지하철역 입구 기둥 뒤에 숨어 있다가 기모진의 차가 떠나는 것을 보고서야 안심하고 기둥 뒤에서 나왔다.그녀는 기모진이 자신의 정체에 대해 의심할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녀의 외모와 목소리는

    최신 업데이트 : 2023-03-13
  • 황제가 사랑한 여인   1476장

    고승겸의 별장으로 돌아온 소만리는 문을 열자마자 거실 한가운데 유럽식 소파에 앉아 우아하게 책을 읽고 있는 고승겸의 모습을 보았다.“기 씨 집안에 들어가서 간병인으로 일하려고?”고승겸의 목소리가 유유하게 거실에 울려퍼졌다.소만리가 걸어오는 발걸음 소리가 거실을 울렸다.그녀는 시큰둥한 얼굴을 하고 있는 남자를 돌아보며 웃는 듯 마는 듯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겸 도련님이 나의 행적에 그렇게 관심이 많을 줄은 몰랐네요. 정말 영광이에요. 그래요. 나 기 씨 집안에 들어가서 간병인이 되려고요.”“기모진에게 복수하려는 당신의 방식은 참 특이해.”고승겸은 책을 내려놓으며 일어섰다.그는 끝을 알 수 없는 깊은 눈동자를 들어 소만리를 향해 차가운 시선을 던지며 말했다.“이따가 내가 데려다줄게.”“...”고승겸이 이런 말을 하자 소만리는 뭔가 이상한 낌새를 느꼈지만 지금 거절해 봐야 아무 소용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럼, 겸 도련님 신세 좀 지겠습니다.”소만리는 말을 마치고 위층을 향해 걸어갔다.그녀는 고승겸이 마련해 준 자신의 방으로 돌아와 옷장 안에 걸려있는 옷들을 바라보았다.소만리가 보기에도 온통 명품이었다.만약 소만리가 이 옷들을 가지고 기 씨 집안에 가서 간병인으로 일한다면 그건 정말 앞뒤가 맞지 않는 얘기가 된다.소만리는 맥없이 화장대 앞에 앉아 거울 속의 자신을 바라보았다.거울 속에 보이는 두 눈은 확실히 여전히 아름답고 고왔다.그러나 이미 예전의 광채는 다시 되찾을 수 없을 것이다.그녀는 천천히 손을 들어 마스크를 벗었다. 빰에 도드라진 화상 자국이 눈에 들어왔다.마치 차디찬 겨울바람이 순식간에 그녀의 심장을 향해 매섭게 불어오는 듯 서늘해졌다.그녀는 정말이지 지금의 이 얼굴을 보고 싶지 않았다.양쪽 뺨에 난 화상으로 생긴 끔찍한 상처와 흉터를 도저히 자신의 눈으로 똑바로 마주할 수가 없었다.이 정도 화상은 예전에 자신이 다쳤던 그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았다.때문에 이 화

    최신 업데이트 : 2023-03-13

최신 챕터

  • 황제가 사랑한 여인   2479장

    문 앞에 서 있던 소군연의 모친은 이 모습을 보고 들어가려고 했지만 소군연의 부친이 옆에서 말렸다.“그만 좀 해. 아들이 평생 홀아비로 살길 바라는 거야?”“누가 지금 가서 훼방 놓으려는 줄 아세요? 가서 말해 줘야죠. 나도 이 혼사에 동의해도 되겠냐고.”“당신 동의하는 거야?”소군연의 모친이 막 대답하려고 했을 때 갑자기 강연장 안 불빛이 밝아지는 것을 보았고 안에서 환호하는 박수 소리가 들려왔다.깜짝 놀라 소군연의 품에서 나온 예선은 소만리와 기모진, 그리고 그녀의 부모님, 심지어 나익현과 나다희까지 서 있는 것을 보았다.그들은 얼굴에 함박웃음을 지으며 예선과 소군연을 향해 다가왔다.예선은 멍하니 소만리를 쳐다보다가 결국 이 모든 것이 그들이 미리 계획한 것임을 알게 되었다.그녀와 소군연의 부모만 감쪽같이 몰랐던 것이다.소군연은 절대 그녀를 떠날 생각이 없었다.단지 그녀에게 인생에서 가장 지키고 싶은 유일한 사람이 누구인지 각인시키기 위해 좀 다른 방법을 썼을 뿐이다....이듬해 봄.생명의 기운이 깃든 모든 것들이 축제를 펼치는 계절.경도호텔 야외 정원에서는 결혼식이 한창이었다.그렇다.오늘은 소군연과 예선이 정식으로 결혼식을 올리는 날이었다.소만리와 기모진은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공주님을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멈추지 않았다.두 부부의 눈에는 실로 눈앞의 모든 존재들이 기적과도 같았다.아장아장 걸어 다니는 막내와 그 옆을 잘 보살피고 있는 듬직한 기란군, 그리고 곱고 맑은 딸 기여온까지.“엄마 아빠, 나랑 막내한테도 뽀뽀해 줘.”“뽀뽀, 뽀뽀.”막내는 기란군의 말을 알아들은 듯 소리쳤다.“너랑 막내는 맨날 하잖아. 여온이는 오랜만에 집에 왔으니까 특별히 좀 더 많이 해 줘야지.”기모진은 귀여운 기여온을 안고 볼에 뽀뽀를 했다.“여온아, 요즘 공부 열심히 하고 있어? 그놈이 평소에 무섭게 굴지는 않아?”“당신이 말한 그놈이 혹시 나예요?”강자풍이 짐짓 뾰로통한 얼

  • 황제가 사랑한 여인   2478장

    예선의 말을 듣고 소군연의 모친은 천천히 발걸음을 멈추었다.예선의 마음속에 그런 생각이 있는 줄은 몰랐다.게다가 예선은 자신을 향해 ‘존중'이라는 단어를 썼다.예선의 입에서 생각지도 못한 말을 들은 소군연의 모친은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다.그러는 중 갑자기 소만리의 목소리가 들렸다.“예선아, 네가 그들을 존중한다고 해서 그들이 널 존중해 줄 줄 알아? 사람은 서로 존중해 주어야 하는 거야.”“그렇지만 군연은 그들의 아들이잖아. 만약 내가 그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기어이 군연이랑 결혼을 한다면 그들은 두고두고 평생 나와 군연을 원망하며 살 거야.”예선은 긴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군연을 그렇게 만들고 싶진 않아. 나와 부모님 사이에서 평생 힘들어하면서 살게 할 순 없어.”“그렇지만 예선아...”“소만리, 이제 그만해. 너 나 어떤 사람인지 잘 알잖아? 한 사람을 사랑한다고 해서 꼭 함께 지내야만 하는 건 아니야. 그 사람이 평안하고 즐겁게 지낸다면 그것으로 족한 거야, 안 그래?”예선의 얼굴에 담담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이미 마음속에 결심을 한 것 같았다.소만리는 예선을 말리고 싶었지만 이 상황에서 뭐라고 조언하는 것도 적절치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예선아, 그럼 이제 갈 거야? 소군연 선배 더 안 찾을 거야?”“찾아볼 곳은 다 찾아봤어. 이래도 못 찾는다는 건 아마도 군연과 나의 인연이 여기까지라는 거겠지. 군연이 혼자 조용히 있게 놔두는 게 좋을 것 같아.”예선이 돌아서자 소군연의 모친은 얼른 몸을 숨겼다.자신이 그들을 미행했다는 걸 그들에게 들키고 싶지 않았다.그러나 이때 소만리가 예선을 불러 세웠다.“예선아, 어쨌든 여기까지 왔으니 너랑 군연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줘 보는 건 어때? 아직 안 가 본 곳이 혹시나 없는지 잘 생각해 봐. 소군연 선배가 거기서 널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잖아.”예선은 이 말을 듣고 걸음을 멈추었다.“아직 안 가 본 곳이 한 군데 있긴 해.”“거기가 어

  • 황제가 사랑한 여인   2477장

    멀리서 예선을 몰래 관찰하던 소군연의 부모는 차 안에서 가만히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흥. 군연이를 사랑하는 마음이 그렇게 깊다더니 한나절이 지나도록 군연이 어디 갔는지 짐작도 못하고 있군.”소군연의 모친은 눈을 희번덕거리며 투덜거렸다.소군연의 부친은 아내를 힐끗 쳐다보았다.“그런 말 좀 이제 그만해. 지금은 군연이를 찾는 게 가장 중요한 일이야. 사실 난 저 예선이란 애, 꽤 괜찮다고 생각해. 처음에는 부모도 없다고 당신 많이 싫어했잖아? 그런데 지금은 부모도 있고 그뿐만 아니라 엄마는 갑부에 아빠는 유명한 의사인데 당신 뭐가 불만이 그렇게 많아? 정말 아들을 평생 독신으로 살게 할 셈이야?”소군연의 부친은 솔직히 자신의 생각을 털어놓았지만 소군연의 모친은 그래도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당신도 예전에는 반대했잖아요? 나중에는 나도 동의했다구요. 하지만 아버님 체면 세워 드리느라고 동의하지 않았던 건데 이제 와서 날 탓하면 어쩌라는 거예요?”“그만둬.”소군연의 부친이 아내의 말을 끊었다.“어째서 말을 못하게 해요? 내가...”“예선이 움직였어!”소군연의 부친이 급히 액셀을 밟았고 소군연의 모친은 그제야 입을 다물었다.잠시 후 소만리의 차는 경도대학교 정문 앞에 멈춰 섰다.두 사람은 차에서 내려 눈에 익은 건물을 바라보며 예전에 함께 보냈던 날들을 떠올렸다.그들이 대학에 갓 입학한 첫날이었다.그때 그들은 모두 각자 마음에 두고 있던 한 해 선배의 남자와 부딪히게 되었다.그 남자와 알게 되고 사랑하게 될 때까지 아주 오랜 세월이 걸렸다.“예선아, 소군연 선배가 경도대학교에 있을 것 같아?”소만리가 물었다. 예선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살짝 웃었다.“나도 확신할 수 없지만 네 말처럼 군연과 함께 했던 추억이 있는 곳은 다 가능성이 있는 거니까. 그래서 여기 왔어. 운에 한번 맡겨 보려고.”예선은 말을 마치며 학교 안으로 걸어갔다.학교는 개방식이어서 예선과 소만리는 아무런 제지도 없이 바로 들어갔

  • 황제가 사랑한 여인   2476장

    소군연의 할아버지는 소군연의 글을 보고 화가 나서 눈을 부릅떴다.퇴원하자마자 한 여자 때문에 사라져?게다가 이 여자가 아니면 평생 결혼하지 않겠다고?그는 결코 그런 일이 발생하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다.그러나 소군연이 이런 생각을 했다고 하니 마음이 몹시 답답하고 당황스러웠다.만약 소군연이 정말 결혼하지 않는다면 그들 소 씨 가문은 후사가 없게 되는 게 아닌가?낭패였다.그건 안 된다. 절대 안 될 일이었다.예선은 밖으로 뛰쳐나온 후 그가 갈 만한 곳을 찾아가 보았지만 오전이 다 지나도록 소군연의 행방을 알아낼 수 없었다.그녀는 소군연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 보았지만 역시나 받지 않았다.아무런 소득 없이 시간만 흘러가자 예선은 갑자기 다리에 힘이 쭉 빠졌다.그녀는 길가에 있는 의자에 앉아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을 보았다.그들은 아무렇지 않게 그들의 인생에 주어진 하루하루를 무탈히 사는 것만 같았다.갑자기 상실감이 확 밀려왔다.군연, 정말 날 포기하기로 한 거예요?우린 이렇게 헤어져서 제 갈 길을 가게 되는 건가요? 그런 건가요?예선은 막막한 마음을 도무지 어찌할 수가 없었다.생각하면 할수록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기 자신이 무기력하게 느껴졌다.바로 그때 소만리에게서 전화가 왔다.예선은 얼른 그녀의 전화를 받아 소군연에게 일어난 상황을 전했고 소만리는 한달음에 예선에게 달려왔다.예선은 소만리를 보자마자 눈물샘이 터져버렸다.소만리는 예선을 위로했다.“예선아, 소군연 선배가 일시적으로 감정이 격해져서 그런 걸 거야. 널 포기했을 리가 없어.”“아니야. 포기한 거야.”예선은 심호흡을 하고 스스로를 진정시켰다.“그의 가족들이 절대 날 받아들이지 않을 거야. 특히 어머니는 강경하게 반대하시고 최근에 발생한 일 때문에 다른 가족들도 나에 대한 선입견이 더욱 나빠졌어.”“그동안 일어난 일은 너랑 아무 상관없어. 넌 피해자야.”“하지만 그들은 날 피해자라고 생각하지 않아. 그저 소군연

  • 황제가 사랑한 여인   2475장

    ”얼른 들어갈게요!”소군연의 엄마는 황급히 뛰어가다가 갑자기 뒤따라오는 예선에게 고개를 돌렸다.“넌 오지 마! 우리 소 씨 가문에 널 환영하는 사람은 없어!”소군연의 엄마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예선은 소군연을 만나러 가지 않을 수 없었다.예선은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감을 잡을 수 없었다.어떻게 소군연이 스스로 퇴원을 할 수 있단 말인가?그는 어제까지도 분명 병상에서 깨어나지 못한 채 누워 있었다.소군연의 집으로 가는 길에 예선은 소군연에게 계속 전화를 걸어 보았다.그러나 소군연은 받지 않았다.소군연에게 핸드폰이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잠시 하긴 했지만 그래도 예선은 계속 전화를 시도했고 예상대로 결과는 실패로 끝났다.그녀는 한시라도 빨리 소군연을 만나고 싶었다.그러나 가는 길이 너무 막혔다.드디어 예선이 소군연의 집에 도착해 대문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앙칼진 소군연의 엄마 목소리가 들려왔다.“어떻게 된 거야? 군연이는? 군연이가 어떻게 스스로 집에 왔다는 거야? 방금 깨어난 거 아니야?”“이것 좀 봐 봐. 이거 보면 어떻게 된 일인지 알게 될 거야.”소군연의 부친은 원망 섞인 말투로 소군연의 모친에게 뭔가를 쥐여 주었다.예선이 얼른 현관에 들어서자 따가운 소군연의 모친 목소리가 그녀를 향했다.“따라오지 말라고 했는데 넌 왜 또 왔어? 누가 널 환영한다구...”“됐어. 그만하고 이것 좀 보라니까.”소군연의 부친은 예선이 들어오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소군연의 모친 말을 끊었다.예선은 소군연의 부친이 미묘한 눈빛으로 자신을 쳐다보며 쫓아내지 않자 얼른 안으로 걸어갔다.소군연의 모친이 손에 들고 있는 것은 메모지 한 장이었는데 메모지에는 짧은 몇 마디가 쓰여져 있었고 모두 소군연의 모친에게 전하는 말인 것 같았다.소군연은 자신이 이틀 전에 깨어났다고 실토하며 잠에서 깬 이후 자신의 엄마가 예선에게 모질게 투덜거리는 말만 하는 것을 보고 예선과 절대 결혼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깨달

  • 황제가 사랑한 여인   2474장

    예선은 아무도 없는 병실을 잠시 멍하니 바라보다가 정신을 차리고 즉시 소군연을 찾아나섰다.그러나 근처를 한 바퀴 둘러보아도 예선은 소군연의 모습을 찾지 못했고 마음속에서 초조함이 스멀스멀 밀려왔다.이때 소군연의 엄마가 들어왔다.병상에 누워 있어야 할 소군연이 어디론가 사라진 것을 본 그녀는 당황한 표정으로 말했다.“어떻게 된 거야? 군연이는? 군연이 혹시 무슨 검사하도 하러 간 거야?”소군연의 엄마는 불만이 가득 담긴 얼굴로 예선에게 물었다.소군연의 엄마가 보이는 이런 태도에는 이골이 났는지 예선은 개의치 않으며 담담하게 돌아섰다.“저도 알고 싶어요.”“나보다 먼저 와 놓고 어떻게 모를 수가 있어?”“제가 왔을 때도 병실에 아무도 없었어요.”예선은 돌아서면서 말을 이었다.“간호사한테 한번 물어볼게요.”“잠깐만.”소군연의 엄마가 예선을 멈추어 세우며 달갑지 않은 시선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너한테 말을 해 둬야겠어. 군연인 이미 너 때문에 고생이란 고생은 다 겪었어. 다친 적도 한두 번이 아니고. 너 때문에 영 씨 집안 두 모녀는 감옥에 갇혔어. 이건 분명히 네가 우리 가문과는 궁합이 맞지 않는다는 얘기야. 네가 우리 군연이를 얼마나 좋아하든 우리 군연이 널 얼마나 좋아하든 상관없어. 넌 우리 소 씨 가문에 들어올 수 없어.”이 말을 들은 예선은 어이가 없어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다른 것은 차치하고라도 영 씨 집안 두 모녀가 감옥에 간 것까지도 예선의 탓으로 돌린단 말인가?예선과 소군연은 엄연히 피해자였다.영내문 같은 악랄한 사람은 오늘 나쁜 짓을 하지 않았더라도 언젠가는 다른 사람에게 악행을 저지를 사람이었다.영내문은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악인 중의 악인이었기 때문이다.지금까지 벌여진 일들로 이 모든 것이 자명한데 소군연의 엄마는 여전히 예선을 탓하고 있는 것이다.예선은 더 이상 소군연의 엄마와 논쟁을 하고 싶지 않았다.그런 시간 낭비 에너지

  • 황제가 사랑한 여인   2473장

    채수연이 이렇게 생각한다는 것은 이미 모든 상황을 다 이해했다는 것을 의미한다.“여온아.”채수연이 기여온에게 다가가 몸을 웅크리고 앉아 다정하게 말했다.“여온아, 선생님이 여온이 좋아하는 거 알지? 어딜 가든 매일 기쁘고 즐거운 일만 있길 바라. 그리고 하루빨리 말도 할 수 있게 되길 바랄게.”기여온이 선생님의 말을 알아듣고 달콤한 미소를 지으며 한껏 고개를 끄덕였다.채수연은 일어서서 강자풍을 바라보았다.아직도 눈에는 그에 대한 호감으로 가득 차 있었지만 조금 전 그녀가 말했던 것처럼 더 이상의 집착은 사라졌다.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것이 반드시 고집스럽게 쟁취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채수연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강자풍을 바라보며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강자풍도 더 이상 아무 말없이 몸을 굽혀 기여온을 품에 안고 돌아섰다.돌아서기 전에 채수연에게 따뜻한 작별의 미소도 잊지 않았다.“채 선생님, 앞으로 제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지 연락 주세요. 어쨌든 선생님께 많이 신세 졌습니다. 고맙습니다.”채수연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절 곤경에서 벗어나게 해 주신 걸로 이미 다 갚으셨어요. 하지만 강 선생님 같은 친구가 있으면 너무 좋을 것 같긴 하네요. 기회가 되면 같이 식사라도 해요.”“그럼요, 언제든지요.”강자풍이 흔쾌히 승낙했다.친구가 된다는 건 전혀 문제될 것이 없었다.채수연은 그 자리에서 기여온을 안고 점점 멀어지는 강자풍의 뒷모습을 보다가 갑자기 두어 걸음 앞으로 나섰다.“강 선생님, 저 궁금한 게 하나 더 있는데 대답해 주실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등 뒤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강자풍은 천천히 걸음을 멈추었다.그는 잘생긴 얼굴에 다정한 미소를 가득 품고 뒤돌아보며 물었다.“뭐가 궁금하신가요?”“좋아하는 여자가 정말 있긴 한 거죠?”강자풍은 기여온의 작은 얼굴에 부드러운 시선을 잠시 떨구며 입을 열었다.“지금 저의 가장 큰 소원은 여온이가 무탈하고 건강하게

  • 황제가 사랑한 여인   2472장

    ”어쩌다가 듣게 되었어요.”강자풍은 순순히 시인했다.채수연은 강자풍의 대답을 듣고 자신이 난감해할 줄 알았다.하지만 그녀의 마음이 예전처럼 초조하지 않고 오히려 편안하고 후련한 느낌이 들었다.다만 약간의 부끄러움은 어쩔 수 없었다.강자풍은 채수연이 난감해하지 않도록 애써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채 선생님을 도와드리려고 했던 건데 어떻게 하다가 영상이 찍혀 인터넷에 올라오는 바람에 선생님을 더 난처하게 해 드려서 정말 죄송해요. 나와 여온이 일로 또 한 번 고민거리를 안겨 드린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았어요.”강자풍은 잠시 말을 끊었다가 기여온을 향해 부드러운 시선을 보내며 말했다.“하지만 선생님, 걱정 마세요. 앞으로는 이런 불미스러운 일 없을 거예요.”채수연은 이 말을 듣고 잠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순간 마음속에서 상실감이 강하게 몰아쳤다.그녀는 의아한 눈으로 강자풍을 쳐다보며 강자풍의 다음 말을 기다리고 있는데 역시나 그의 말은 그녀를 안타깝게 만들었다.“채 선생님, 여온이한테 더 잘 맞는 유치원을 찾았어요. 제가 일하는 곳과도 더 가까워서 여온이 등하원하는 데도 훨씬 편리할 것 같아요.”강자풍의 말을 들은 채수연은 갑자기 마음이 너무나 허전했다.“여온이한테 또다시 이런 일이 일어날까 봐 유치원을 옮기기로 하신 거예요?”강자풍은 부인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이게 선생님한테도 우리한테도 좋은 것 같아요.”강자풍은 ‘우리'라는 말을 할 때 기여온에게 시선을 주었다.채수연은 순간 무언가를 깨달은 것 같았다.자신의 감정이 줄곧 일방적인 것이었고 닿을 수 없는 허무한 희망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강자풍의 눈에는 이미 다른 사람으로 가득 차 있었다.“강 선생님 생각이 맞는 것 같아요.”채수연도 강자풍의 말에 활짝 웃으며 동의했다.“아까는 정말 죄송했어요. 저희 엄마와 엄마 친구가 강 선생님에 대해 한 말은 정말 부적절했어요. 죄송합니다.”강자풍은 조금도 개의치 않으며 입

  • 황제가 사랑한 여인   2471장

    류 씨 성을 가진 남자가 트집을 잡았고 결국 강자풍이 기여온을 데리고 나가는 장면이 모두 찍혀 인터넷에 공개된 것이었다.이 남자도 양심은 있었던지 기여온의 모습은 블러 처리를 해서 사람들이 알아볼 수 없게 했지만 강자풍의 모습은 영상에서 명확하게 볼 수 있었다.채수연의 엄마는 한눈에 영상 속 사람이 강자풍임을 알아차렸다.영상 아래의 댓글을 본 채수연의 엄마는 더욱 초조한 눈빛으로 말했다.“수연아, 너 어떻게 이런 애 딸린 남자를 좋아할 수 있어?”채수연의 얼굴이 찡그려졌다.“맞아요. 부인하지 않을게요. 난 강 선생님한테 호감을 가지고 있어요.”“뭐라고!”“아유... 수연아, 너 정말 이 애 딸린 남자를 좋아하는 거야?”진 씨 부인의 눈빛이 미묘하게 반짝거렸다.“내가 보니까 여기 댓글 단 사람들이 벌써 이 남자 신상을 다 파헤친 것 같던데. 이 남자 예전에 우리 F국에서 한때 주름잡았던 그 강어라는 사람 동생이라더라구. 그 강연이라나 뭐라나 누나라는 사람은 업계에선 더욱 악명이 높았대.”“뭐! 그 강 선생이 강어와 강연의 동생이라고?”채수연의 엄마는 자신의 소중한 딸이 악명 높은 집안 배경을 가진 사람과 사귀게 될까 봐 전전긍긍했다.“나도 그 사람 형과 누나에 대해서 들은 적 있어요. 나도 알고 있다구요. 하지만 강 선생님은 지금까지 그 일에 개입한 적이 없어요. 만약 조금이라도 개입했다면 벌써 경찰서에 잡혀 들어갔을 거예요.”채수연은 정색을 하며 대답했다.“게다가 강 선생님은 이 아이의 친아빠가 아니에요. 친구 딸인데 잠시 이 아이를 돌보고 있을 뿐이에요. 그리고 아주머니, 부탁드리는데요. 이 아이가 말을 못 하는 걸로 자꾸 걸고넘어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말을 못 해서 누구보다 괴로운 건 이 아이잖아요. 입장 바꿔서 누군가가 아주머니 아이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이야기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절대 듣고 싶지 않을 거잖아요, 네?”“...”채수연의 입에서 뭐라도 가십거리를 좀 들을 수 있지 않을까 내심 기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