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1475장

작가: 십육인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3-03-13 17:00:08
소만리는 순간 뭔가 깨달았다.

왜냐하면 자신의 왼손 약지에 있던 반지를 빼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기모진이 넋을 잃은 표정으로 이 반지를 쳐다보고는 더욱 힘을 주어 소만리의 손바닥을 쥐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그 온기가 피부를 뚫고 들어와 혈관을 따라 온몸에 스며들어 심장을 송두리째 펄떡이게 만들었다.

“당신이 왜 이 반지를 끼고 있지?”

그가 소만리의 눈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물었다.

처음 기모진의 집에 지원하러 왔을 때부터 소만리는 언젠가 기모진에게 이런 상황을 보이게 될 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녀는 아주 침착한 태도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남자가 끼워준 반지예요. 왜 그러세요?”

“그럴 리가 없어.”

기모진은 부정하며 말을 이었다.

“이런 모양의 반지는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어. 두 개가 있을 수 없다고.”

기모진은 고운 입술을 움직이며 미동도 하지 않는 까만 소만리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말했다.

기모진이 뭔가 말을 하려다가 멈추었다.

“빵빵!”

뒤에서 다그치듯 자동차 경적 소리가 들려오자 소만리는 뒤를 돌아보며 단호하게 기모진의 손을 뿌리치며 말했다.

“기 사장님, 지하철역까지 데려다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럼 나중에 뵐게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단호하게 문을 열고 길가에서 내린 소만리는 빠른 걸음으로 지하철역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

차 뒤에서 경적 소리가 계속 들려왔지만 기모진은 소만리가 떠나는 방향을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텅 빈 오른손을 코끝에 대고 살짝 냄새를 맡아보았다. 아직도 가슴이 뛰는 향기가 그의 손에서 전해져 오는 것 같았다.

“소만리 몸에서 나던 냄새. 소만리 냄새야.”

그는 잠자코 중얼거리다가 다시 눈을 들어보았다.

그러나 이미 소만리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소만리는 지하철역 입구 기둥 뒤에 숨어 있다가 기모진의 차가 떠나는 것을 보고서야 안심하고 기둥 뒤에서 나왔다.

그녀는 기모진이 자신의 정체에 대해 의심할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녀의 외모와 목소리는
잠긴 챕터
GoodNovel에서 계속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여 앱을 다운로드하세요

관련 챕터

  • 황제가 사랑한 여인   1476장

    고승겸의 별장으로 돌아온 소만리는 문을 열자마자 거실 한가운데 유럽식 소파에 앉아 우아하게 책을 읽고 있는 고승겸의 모습을 보았다.“기 씨 집안에 들어가서 간병인으로 일하려고?”고승겸의 목소리가 유유하게 거실에 울려퍼졌다.소만리가 걸어오는 발걸음 소리가 거실을 울렸다.그녀는 시큰둥한 얼굴을 하고 있는 남자를 돌아보며 웃는 듯 마는 듯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겸 도련님이 나의 행적에 그렇게 관심이 많을 줄은 몰랐네요. 정말 영광이에요. 그래요. 나 기 씨 집안에 들어가서 간병인이 되려고요.”“기모진에게 복수하려는 당신의 방식은 참 특이해.”고승겸은 책을 내려놓으며 일어섰다.그는 끝을 알 수 없는 깊은 눈동자를 들어 소만리를 향해 차가운 시선을 던지며 말했다.“이따가 내가 데려다줄게.”“...”고승겸이 이런 말을 하자 소만리는 뭔가 이상한 낌새를 느꼈지만 지금 거절해 봐야 아무 소용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럼, 겸 도련님 신세 좀 지겠습니다.”소만리는 말을 마치고 위층을 향해 걸어갔다.그녀는 고승겸이 마련해 준 자신의 방으로 돌아와 옷장 안에 걸려있는 옷들을 바라보았다.소만리가 보기에도 온통 명품이었다.만약 소만리가 이 옷들을 가지고 기 씨 집안에 가서 간병인으로 일한다면 그건 정말 앞뒤가 맞지 않는 얘기가 된다.소만리는 맥없이 화장대 앞에 앉아 거울 속의 자신을 바라보았다.거울 속에 보이는 두 눈은 확실히 여전히 아름답고 고왔다.그러나 이미 예전의 광채는 다시 되찾을 수 없을 것이다.그녀는 천천히 손을 들어 마스크를 벗었다. 빰에 도드라진 화상 자국이 눈에 들어왔다.마치 차디찬 겨울바람이 순식간에 그녀의 심장을 향해 매섭게 불어오는 듯 서늘해졌다.그녀는 정말이지 지금의 이 얼굴을 보고 싶지 않았다.양쪽 뺨에 난 화상으로 생긴 끔찍한 상처와 흉터를 도저히 자신의 눈으로 똑바로 마주할 수가 없었다.이 정도 화상은 예전에 자신이 다쳤던 그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았다.때문에 이 화

    최신 업데이트 : 2023-03-13
  • 황제가 사랑한 여인   1477장

    소만리는 갑작스러운 기모진의 출현에 조금 놀랐다.정말로 인연인 건지 아니면 우연히 그렇게 된 건지 알 수 없었다.기모진은 차 문을 열고 나와 소만리를 본 뒤 그녀 옆에 서 있는 고승겸을 바라보았다.깊은 눈으로 고승겸을 몇 초간 뚫어져라 훑어본 기모진은 그제야 입을 열었다.“미스 천, 이 분은...”“기 선생님, 안녕하세요. 저는 미스 천의 약혼자입니다.”고승겸은 자신을 이렇게 소개하며 불쑥 다가와 손을 뻗어 소만리의 왼손을 살짝 쥐었다.소만리는 반사적으로 움찔하며 고승겸의 손을 피하려고 했지만 고승겸은 순간 힘을 주어 소만리의 손이 빠져나가지 못하게 꽉 잡았다.기모진은 눈살을 찌푸리는 소만리의 표정을 보고 마음속으로 뭔가 이상한 점을 느꼈지만 겉으로 표현하지는 않았다.“제가 여자친구를 배웅하려고 같이 왔어요. 앞으로 제 여자친구가 여기서 일하게 되었는데 기 선생님께서 잘 봐주십시오.”고승겸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이 남자가 이렇게 웃는 모습을 소만리는 처음으로 보았다.기모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소만리는 이 틈을 타 고승겸의 손을 뿌리치고 마음의 편안함을 되찾고 난 뒤 말했다.“이제 도착했으니 돌아가도 돼요.”그녀는 자신의 마음이 너무나 혼란스러웠다.특히나 고승겸이 이러는 목적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가 손에 든 가방에는 무엇이 들었는지 도무지 알 길이 없어서 답답했다.혼란스러운 마음을 부여잡고 소만리가 돌아서려 했을 때 고승겸이 그녀를 불러 세웠다.“당신 가방 가져가야지.”고승겸의 말에 소만리는 발걸음을 멈춰 세웠다.그가 들고 있던 가방을 자신에게 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몰랐다.놀란 기색도 내지 못하고 고승겸에게 돌아와 가방을 받아든 소만리가 말했다.“그럼 나 먼저 들어갈게요. 조심해서 가요.”소만리가 이 말을 마치고는 가방을 들고 고승겸을 쳐다보지도 않고 재빨리 몸을 돌려 버렸다.기모진은 소만리의 뒷모습을 힐끔 보았고 시선을 되돌려 고승겸을 다시 바라보

    최신 업데이트 : 2023-03-14
  • 황제가 사랑한 여인   1478장

    기모진은 말을 하려다가 또다시 멈추었다.소만리가 이상하게 여기며 물었다.“그 사람이 왜요?”의구심에 가득 찬 소만리의 두 눈동자를 바라보는 기모진의 잘생긴 얼굴에 묘한 미소가 스쳐 지나갔다.“아니야. 우선 짐 정리해.”그는 더 이상 말을 잇지 않고 소만리의 옆을 스치고 지나갔다.소만리는 몸을 돌려 홀연히 닫혀버린 방문을 바라보았다.떠나버린 기모진 따라 그녀의 마음도 따라가 버린 듯 헛헛했다.가장 사랑하고 의지하고 싶은 남자가 제대로 물어보지 못하고 입을 다물 수밖에 없는 갈등과 망설임에 그녀의 가슴이 아려왔다.하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소만리는 구승겸이 준 가방을 열어보았다. 각종 일용품과 옷가지들이 들어 있었다.모두 평범하고 소박해 보이는 디자인이어서 마치 그녀가 여기에서 간병인으로 일할 줄 알고 미리 준비한 것처럼 보였다.“고승겸.”소만리는 중얼거렸다.도대체 이 남자, 정체가 무엇일까? 무슨 속셈을 가지고 있는 걸까?소만리는 깊이 생각해 봐야 짚이는 데도 없고 해서 더 이상 복잡한 생각으로 스스로를 괴롭히지 않기로 마음먹었다.그녀는 옷을 갈아입고 새 마스크로 바꿔 쓴 뒤 사화정을 찾아갔다.아래층으로 내려오니 마침 가정부가 휠체어에 앉은 사화정을 밀고 거실로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소만리는 얼른 달려갔다.휠체어에 앉아 덤덤한 표정을 짓고 있는 사화정을 보니 소만리의 가슴에서 피가 뚝뚝 떨어지는 느낌이 들었다.그녀는 살짝 몸을 구부리고 손을 뻗어 사화정의 손을 살짝 잡으며 따뜻함을 전했다.“모 여사님, 저는 미스 천이라고 해요. 오늘부터 사모님이 회복하시는 날까지 온 마음을 다 바쳐 보살펴 드릴게요.”사화정은 소만리의 눈을 뚫어져라 쳐다보더니 소만리의 말을 알아들은 사람처럼 입꼬리를 살짝 끌어올렸다.소만리의 가슴이 따뜻해졌다. 지금까지 드리워졌던 어둠과 그늘이 삽시간에 흩어지는 것 같았다.저녁 식사 시간이 되어 가족들이 거의 다 도착했다.그러나

    최신 업데이트 : 2023-03-14
  • 황제가 사랑한 여인   1479장

    소만리는 몇 초 동안 정신이 나간 듯 멍하니 있다가 당황한 듯 눈을 내리깔았고 기모진의 눈을 피해 황급히 손을 뿌리쳤다.기모진도 잠시 넋을 잃은 표정으로 서 있었다.비록 어둠 속에서 본 눈동자였지만 그 눈동자 속에서 밝은 별빛을 보았다.그 한 줄기 빛은 그를 깜짝 놀라게 했다.다만 그녀의 얼굴이...기모진이 정신을 가다듬었다. 마치 깜짝 놀라 잠에서 깨어난 사람 같았다.방금 그녀의 눈에서 별빛을 본 순간 그는 특별한 것을 어렴풋이 본 것 같았다.“우당탕탕.”갑자기 아래층에서 무언가가 부딪치는 소리가 들렸다.곧이어 누군가 몹시 고통스러운 듯 끙끙거리는 소리를 들었다.비록 어둠 속이었지만 기모진은 방향 감각이 좋은 사람답게 얼른 아래층으로 달려갔다.아래층으로 달려간 기모진은 창밖의 달빛을 빌려 가녀린 그림자가 현관에서 빠른 걸음으로 도망치는 모습을 보았다.도망치는 뒷그림자를 보고 기모진은 의아한 듯 눈살을 찌푸렸다.“소만리?”이렇게 늦은 시간에 소만리가 무슨 일로 외출하려는 걸까?기모진이 이런 추측을 하면서 발걸음을 옮기려는데 침실 쪽에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모진, 당신 어디야? 언제 전기가 들어올까?”이 말을 듣고 기모진의 발걸음이 멈추었다.방금 현관을 뛰쳐나간 사람이 소만리 아니었나?어떻게 그렇게 닮았을 수가 있지?그가 가만히 생각하고 있다가 곧바로 대답했다.“지금 알아보고 있는 중이야. 당신 얼른 방으로 들어가 있어. 다치지 않도록 조심하고.”기모진은 재빨리 걸음을 옮겨 현관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소만리는 이 집 마당에 유리온실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방금 그녀는 온실로 가서 마음을 추스르고 싶은 마음뿐이었다.그녀는 왜 갑자기 전기가 나갔고 기모진이 왜 자신의 방에 나타났는지 알 길이 없었다.내 얼굴을 봤을까?지금의 내 얼굴을.소만리는 손을 뻗어 뺨에 난 상처를 살짝 건드렸다.울퉁불퉁한 굴곡이 느껴지자 소만리는 자신의 심장에 찬물이 들이친

    최신 업데이트 : 2023-03-14
  • 황제가 사랑한 여인   1480장

    이 남자가 일부러 이러고 있는지 어쩐지 소만리로서는 알 길이 없었다.기모진은 문 앞에 서서 단단한 벽처럼 꼼짝도 하지 않고 서 있었다.“기 사장님, 저기 실례하겠습니다.”소만리는 어쩔 수 없이 기모진의 몸에 살짝 스칠 수밖에 없었다.그러나 기모진은 피하려고 하지도 않고 오히려 정색을 하며 물었다.“미스 천, 우리가 어디서 본 적이 있나?”소만리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저야 여러 곳에서 기 사장님을 뵌 적이 있지만 기 사장님은 절 본 적이 없을 것 같은데요.”“그래?”여전히 의혹에 가득 찬 기모진이 고개를 갸웃거리고는 소만리를 가만히 쳐다보다가 입을 열었다.“그런데 왜 당신 날 똑바로 쳐다보질 못하지?”“...”소만리는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대로 몇 초가 지나서야 그녀는 입을 열었다.“내가 전에도 말씀드렸듯이 제 얼굴이 보시다시피 이렇습니다. 게다가 지금은 제가 마스크도 쓰고 있지 않아서 혹여 고개를 들면 기 사장님이 놀라실까 봐 걱정이 되어서 그래요.”“내가 아는 의사 중에 아주 실력 좋고 대단한 의사가 있는데 괜찮다면 내가 당신 얼굴 치료를 도와줄 수 있을 것 같은데.”소만리는 기모진이 말한 의사가 남사택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그녀도 남사택의 실력을 믿고 있지만 지금 그녀는 정말로 눈앞에 있는 그를 똑바로 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마음 써 주셔서 고맙습니다. 남자친구가 믿을 만한 의사를 찾아줘서 현재 치료받고 있어요.”소만리는 일단 거절했다. 우선 그 자리를 빨리 벗어나고 싶었다.하필 그때 전기가 다시 들어왔다.소만리는 온몸의 신경이 쭈뼛 곤두섰고 더욱 고개를 깊이 숙였다.“죄송합니다, 기 사장님. 먼저 가 보겠습니다.”이 말을 남기고 소만리는 급히 걸음을 옮겨 기모진의 곁을 얼른 스쳐 지나갔다.소만리가 기모진을 스쳐 지나갈 때 맑고 그윽한 향기가 나는 것을 기모진은 느낄 수 있었다.낯익은 향기가 그의 마음속으로 곧장 스며드는 것 같았다.소만리는 황급히

    최신 업데이트 : 2023-03-14
  • 황제가 사랑한 여인   1481장

    가짜 소만리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소만리는 적잖이 당황했다.그러나 소만리가 누구인가. 산전수전이란 말이 모자랄 정도로 온갖 역경을 겪은 그녀이지 않은가.소만리는 언제라도 누군가의 공격에 반격할 수 있는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었다.소만리는 가짜 소만리의 손목을 낚아채 힘껏 밀어냈다.“사모님, 이게 무슨 짓이에요?”소만리는 옷매무새를 가다듬었다. 옷깃이 거의 찢어질 뻔했다.소만리의 이런 담담한 모습을 본 여자는 고개를 돌려 욕실 문을 안에서 잠그고 소만리의 눈에 시선을 던졌다.“이 세상에 이렇게 똑닮은 두 눈이 있을까?”이 여자는 비꼬듯 웃으며 소만리에게 다가갔다.소만리와 똑같이 성형을 한 여자의 눈동자는 갑자기 강렬한 증오와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것 같았다.“나한테 시치미 떼지 마. 난 네가 누군지 다 알아!”여자는 분명 낮은 목소리로 말했지만 고함치듯 협박하는 말투였다.소만리는 순간 이 여자의 행동을 이해하게 되었다.알고 보니 이 여자는 소만리를 의심하고 있었던 것이다.이 여자가 방금 소만리의 상의를 벗기려고 한 것도 소만리의 가슴에 있는 점을 확인해서 신원을 확실히 확인하고 싶어서였다.이 여자가 그런 추측을 한 건 아마도 경연이 죽었기 때문일 것이다.그러나 소만리는 시치미를 뚝 떼고 어리둥절해하는 눈빛으로 말했다.“사모님, 무슨 말씀이세요? 전 도저히 이해가 안 되네요. 혹시 우리가 전에 만난 적이 있던가요?”“시치미 떼지 마!”여자는 눈을 부릅뜨고 험상궂은 표정을 지었다.소만리는 방금 자신이 화를 낼 때 이런 표정을 한다는 것을 본인의 눈으로 본 셈이었다.“어쩐지 기모진이 당신의 일거수일투족을 그렇게 유심히 보더라니. 처음부터 눈동자의 문제가 아니었어! 뭔가 느낌이 왔던 거야! 느낌이!”“얼굴을 이렇게 망가뜨리다니! 처음부터 사람을 속일 작정을 한 거지! 어떻게 이 집에 들어올까를 계획한 후에 들어와서는 날 폭로해 버리려는 거지! 잘 들어. 절대 네 뜻대로 되지 않을 거야! 절대!

    최신 업데이트 : 2023-03-15
  • 황제가 사랑한 여인   1482장

    소만리는 등 뒤에서 쏟아지는 따가운 시선을 느끼고는 얼른 그 자리를 벗어나며 속으로 중얼거렸다.이 여자가 날 소만리라고 제대로 짚었어. 그렇지만 이 여자가 사실을 알도록 놔두지 않을 거야.소만리는 옷을 안고 빠른 걸음으로 방으로 걸어갔는데 공교롭게도 그때 맞은편에서 기모진이 막 올라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실내 전기도 다 들어와 있었고 2층으로 올라오고 있던 기모진은 뜻밖에도 마스크를 쓰지 않은 소만리의 모습을 정면으로 보고 순간 갑자기 급소라도 찔린 듯 그 자리에 얼어붙고 말았다.소만리도 이런 상황에서 기모진을 마주칠 줄은 몰랐다.그는 지금 환한 조명 아래에서 똑바로 그녀의 얼굴을 주시하고 있었다.소만리는 가슴이 서늘해졌고 말할 수 없이 따끔한 통증이 뼛속까지 스며드는 것 같았다.그녀는 더 이상 피하지 않고 덤덤하게 얼굴을 돌리고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방에 들어간 소만리는 문에 기대었고 문밖에서 나는 애교 섞인 그 여자의 목소리를 들었다.“모진, 갑자기 전기가 나갔네. 나 너무 무서웠어.”“걱정 마. 이제 다 괜찮아. 방으로 들어가 쉬자.”기모진이 그 여자에게 위로하는 말이 소만리의 귓가에 들렸다.그 말이 소만리의 귀에 날카로운 비수처럼 꽂혔다.모진, 이 여자를 위로하고 같이 방으로 가서 자는 거야?당신 그 여자를 안고 잠들며 그 여자의 귓가에 대고 내게 속삭였던 말을 하는 거야?일분일초 시간이 지나고 소만리는 이 상황을 생각하면 할수록 짜증이 나서 견딜 수가 없었다.그녀는 갑자기 방문을 열고 그 여자와 기모진이 머무는 침실로 향했다.얼마 전 이 여자가 자신을 사칭하며 이 집에 들어왔고 어쩔 도리 없이 머무르게 되었지만 지금 자신이 돌아온 이상 이 여자가 그녀의 남편을 차지하고 그녀의 가족들을 속이는 모습을 더 이상 지켜볼 수가 없었다!그리고 이 여자가 누군지 소만리는 이미 알고 있다.양이응!바로 양이응이다!강연이 이용해 먹던 양이응, 경연에게 사랑받지 못하면서도 경연을 잊

    최신 업데이트 : 2023-03-15
  • 황제가 사랑한 여인   1483장

    눈앞에 마주 보는 그 눈빛, 기대와 당혹감으로 가득 찬 매혹적인 두 눈을 바라보던 소만리는 지금 당장이라도 그의 품에 안겨 억울함을 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그러나 고승겸이라는 신비에 둘러싸인 사람을 생각하며 소만리는 마지못해 충동을 억눌렀다.그녀는 기모진 앞에서 눈물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웃고 싶었지만 눈물이 눈앞을 가렸다.그녀는 기모진에게서 얼른 손을 뿌리치고 눈물을 닦았다.소만리는 애써 웃음을 지어 보였지만 그렇게 아름답고 예쁘던 자신의 웃는 얼굴이 지금은 얼마나 추하게 보일지 알고 있었다.차마 직시하고 싶지 않은 일이었지만 사실이었다.“죄송해요. 사장님 놀라셨죠?”소만리가 눈을 내리깔고 나지막이 속삭였다.기모진은 소만리가 그녀의 얼굴을 말하고 있다는 걸 알고 놀라움을 감추며 말했다.“내가 정말 의술이 뛰어난 의사를 알고 있어. 게다가 지금은 성형 기술도 많이 발달해 있어서 얼굴 치료하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야.”기모진의 말을 들으며 그가 소만리에게 보이는 호의가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것임을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그러나 완곡하게 거절하는 것 외에 소만리 자신이 할 수 있는 말은 없었다.“고맙습니다, 기 사장님. 그렇지만 괜찮아요.”소만리가 자신의 호의를 거절하자 기모진은 적잖이 실망하는 눈치였다.사실 그는 소만리의 눈을 보고 그녀와 더 이야기를 하고 싶었지만 소만리는 고개도 들지 않고 그를 똑바로 쳐다보지도 않았다.“참, 나한테 뭐 볼 일이 있었던 거 아냐? 왜 여기 서 있어?”소만리는 그의 말을 듣고 급하게 핑곗거리를 생각해 내기 시작했다.“사, 사모님 찾으러 왔어요. 여사님이 아침 몇 시에 일어나시는지 궁금했거든요. 제가 내일 너무 일찍 일어나 여사님의 아침을 방해할까 봐 걱정되어서요.”“장모님은 보통 8시에 일어나셔.”“네, 알겠습니다.”소만리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잠시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기 사장님은 지금 사모님이랑 방에 계시지 않으셨어요? 이미 밤이 늦었

    최신 업데이트 : 2023-03-15

최신 챕터

  • 황제가 사랑한 여인   2479장

    문 앞에 서 있던 소군연의 모친은 이 모습을 보고 들어가려고 했지만 소군연의 부친이 옆에서 말렸다.“그만 좀 해. 아들이 평생 홀아비로 살길 바라는 거야?”“누가 지금 가서 훼방 놓으려는 줄 아세요? 가서 말해 줘야죠. 나도 이 혼사에 동의해도 되겠냐고.”“당신 동의하는 거야?”소군연의 모친이 막 대답하려고 했을 때 갑자기 강연장 안 불빛이 밝아지는 것을 보았고 안에서 환호하는 박수 소리가 들려왔다.깜짝 놀라 소군연의 품에서 나온 예선은 소만리와 기모진, 그리고 그녀의 부모님, 심지어 나익현과 나다희까지 서 있는 것을 보았다.그들은 얼굴에 함박웃음을 지으며 예선과 소군연을 향해 다가왔다.예선은 멍하니 소만리를 쳐다보다가 결국 이 모든 것이 그들이 미리 계획한 것임을 알게 되었다.그녀와 소군연의 부모만 감쪽같이 몰랐던 것이다.소군연은 절대 그녀를 떠날 생각이 없었다.단지 그녀에게 인생에서 가장 지키고 싶은 유일한 사람이 누구인지 각인시키기 위해 좀 다른 방법을 썼을 뿐이다....이듬해 봄.생명의 기운이 깃든 모든 것들이 축제를 펼치는 계절.경도호텔 야외 정원에서는 결혼식이 한창이었다.그렇다.오늘은 소군연과 예선이 정식으로 결혼식을 올리는 날이었다.소만리와 기모진은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공주님을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멈추지 않았다.두 부부의 눈에는 실로 눈앞의 모든 존재들이 기적과도 같았다.아장아장 걸어 다니는 막내와 그 옆을 잘 보살피고 있는 듬직한 기란군, 그리고 곱고 맑은 딸 기여온까지.“엄마 아빠, 나랑 막내한테도 뽀뽀해 줘.”“뽀뽀, 뽀뽀.”막내는 기란군의 말을 알아들은 듯 소리쳤다.“너랑 막내는 맨날 하잖아. 여온이는 오랜만에 집에 왔으니까 특별히 좀 더 많이 해 줘야지.”기모진은 귀여운 기여온을 안고 볼에 뽀뽀를 했다.“여온아, 요즘 공부 열심히 하고 있어? 그놈이 평소에 무섭게 굴지는 않아?”“당신이 말한 그놈이 혹시 나예요?”강자풍이 짐짓 뾰로통한 얼

  • 황제가 사랑한 여인   2478장

    예선의 말을 듣고 소군연의 모친은 천천히 발걸음을 멈추었다.예선의 마음속에 그런 생각이 있는 줄은 몰랐다.게다가 예선은 자신을 향해 ‘존중'이라는 단어를 썼다.예선의 입에서 생각지도 못한 말을 들은 소군연의 모친은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다.그러는 중 갑자기 소만리의 목소리가 들렸다.“예선아, 네가 그들을 존중한다고 해서 그들이 널 존중해 줄 줄 알아? 사람은 서로 존중해 주어야 하는 거야.”“그렇지만 군연은 그들의 아들이잖아. 만약 내가 그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기어이 군연이랑 결혼을 한다면 그들은 두고두고 평생 나와 군연을 원망하며 살 거야.”예선은 긴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군연을 그렇게 만들고 싶진 않아. 나와 부모님 사이에서 평생 힘들어하면서 살게 할 순 없어.”“그렇지만 예선아...”“소만리, 이제 그만해. 너 나 어떤 사람인지 잘 알잖아? 한 사람을 사랑한다고 해서 꼭 함께 지내야만 하는 건 아니야. 그 사람이 평안하고 즐겁게 지낸다면 그것으로 족한 거야, 안 그래?”예선의 얼굴에 담담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이미 마음속에 결심을 한 것 같았다.소만리는 예선을 말리고 싶었지만 이 상황에서 뭐라고 조언하는 것도 적절치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예선아, 그럼 이제 갈 거야? 소군연 선배 더 안 찾을 거야?”“찾아볼 곳은 다 찾아봤어. 이래도 못 찾는다는 건 아마도 군연과 나의 인연이 여기까지라는 거겠지. 군연이 혼자 조용히 있게 놔두는 게 좋을 것 같아.”예선이 돌아서자 소군연의 모친은 얼른 몸을 숨겼다.자신이 그들을 미행했다는 걸 그들에게 들키고 싶지 않았다.그러나 이때 소만리가 예선을 불러 세웠다.“예선아, 어쨌든 여기까지 왔으니 너랑 군연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줘 보는 건 어때? 아직 안 가 본 곳이 혹시나 없는지 잘 생각해 봐. 소군연 선배가 거기서 널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잖아.”예선은 이 말을 듣고 걸음을 멈추었다.“아직 안 가 본 곳이 한 군데 있긴 해.”“거기가 어

  • 황제가 사랑한 여인   2477장

    멀리서 예선을 몰래 관찰하던 소군연의 부모는 차 안에서 가만히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흥. 군연이를 사랑하는 마음이 그렇게 깊다더니 한나절이 지나도록 군연이 어디 갔는지 짐작도 못하고 있군.”소군연의 모친은 눈을 희번덕거리며 투덜거렸다.소군연의 부친은 아내를 힐끗 쳐다보았다.“그런 말 좀 이제 그만해. 지금은 군연이를 찾는 게 가장 중요한 일이야. 사실 난 저 예선이란 애, 꽤 괜찮다고 생각해. 처음에는 부모도 없다고 당신 많이 싫어했잖아? 그런데 지금은 부모도 있고 그뿐만 아니라 엄마는 갑부에 아빠는 유명한 의사인데 당신 뭐가 불만이 그렇게 많아? 정말 아들을 평생 독신으로 살게 할 셈이야?”소군연의 부친은 솔직히 자신의 생각을 털어놓았지만 소군연의 모친은 그래도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당신도 예전에는 반대했잖아요? 나중에는 나도 동의했다구요. 하지만 아버님 체면 세워 드리느라고 동의하지 않았던 건데 이제 와서 날 탓하면 어쩌라는 거예요?”“그만둬.”소군연의 부친이 아내의 말을 끊었다.“어째서 말을 못하게 해요? 내가...”“예선이 움직였어!”소군연의 부친이 급히 액셀을 밟았고 소군연의 모친은 그제야 입을 다물었다.잠시 후 소만리의 차는 경도대학교 정문 앞에 멈춰 섰다.두 사람은 차에서 내려 눈에 익은 건물을 바라보며 예전에 함께 보냈던 날들을 떠올렸다.그들이 대학에 갓 입학한 첫날이었다.그때 그들은 모두 각자 마음에 두고 있던 한 해 선배의 남자와 부딪히게 되었다.그 남자와 알게 되고 사랑하게 될 때까지 아주 오랜 세월이 걸렸다.“예선아, 소군연 선배가 경도대학교에 있을 것 같아?”소만리가 물었다. 예선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살짝 웃었다.“나도 확신할 수 없지만 네 말처럼 군연과 함께 했던 추억이 있는 곳은 다 가능성이 있는 거니까. 그래서 여기 왔어. 운에 한번 맡겨 보려고.”예선은 말을 마치며 학교 안으로 걸어갔다.학교는 개방식이어서 예선과 소만리는 아무런 제지도 없이 바로 들어갔

  • 황제가 사랑한 여인   2476장

    소군연의 할아버지는 소군연의 글을 보고 화가 나서 눈을 부릅떴다.퇴원하자마자 한 여자 때문에 사라져?게다가 이 여자가 아니면 평생 결혼하지 않겠다고?그는 결코 그런 일이 발생하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다.그러나 소군연이 이런 생각을 했다고 하니 마음이 몹시 답답하고 당황스러웠다.만약 소군연이 정말 결혼하지 않는다면 그들 소 씨 가문은 후사가 없게 되는 게 아닌가?낭패였다.그건 안 된다. 절대 안 될 일이었다.예선은 밖으로 뛰쳐나온 후 그가 갈 만한 곳을 찾아가 보았지만 오전이 다 지나도록 소군연의 행방을 알아낼 수 없었다.그녀는 소군연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 보았지만 역시나 받지 않았다.아무런 소득 없이 시간만 흘러가자 예선은 갑자기 다리에 힘이 쭉 빠졌다.그녀는 길가에 있는 의자에 앉아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을 보았다.그들은 아무렇지 않게 그들의 인생에 주어진 하루하루를 무탈히 사는 것만 같았다.갑자기 상실감이 확 밀려왔다.군연, 정말 날 포기하기로 한 거예요?우린 이렇게 헤어져서 제 갈 길을 가게 되는 건가요? 그런 건가요?예선은 막막한 마음을 도무지 어찌할 수가 없었다.생각하면 할수록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기 자신이 무기력하게 느껴졌다.바로 그때 소만리에게서 전화가 왔다.예선은 얼른 그녀의 전화를 받아 소군연에게 일어난 상황을 전했고 소만리는 한달음에 예선에게 달려왔다.예선은 소만리를 보자마자 눈물샘이 터져버렸다.소만리는 예선을 위로했다.“예선아, 소군연 선배가 일시적으로 감정이 격해져서 그런 걸 거야. 널 포기했을 리가 없어.”“아니야. 포기한 거야.”예선은 심호흡을 하고 스스로를 진정시켰다.“그의 가족들이 절대 날 받아들이지 않을 거야. 특히 어머니는 강경하게 반대하시고 최근에 발생한 일 때문에 다른 가족들도 나에 대한 선입견이 더욱 나빠졌어.”“그동안 일어난 일은 너랑 아무 상관없어. 넌 피해자야.”“하지만 그들은 날 피해자라고 생각하지 않아. 그저 소군연

  • 황제가 사랑한 여인   2475장

    ”얼른 들어갈게요!”소군연의 엄마는 황급히 뛰어가다가 갑자기 뒤따라오는 예선에게 고개를 돌렸다.“넌 오지 마! 우리 소 씨 가문에 널 환영하는 사람은 없어!”소군연의 엄마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예선은 소군연을 만나러 가지 않을 수 없었다.예선은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감을 잡을 수 없었다.어떻게 소군연이 스스로 퇴원을 할 수 있단 말인가?그는 어제까지도 분명 병상에서 깨어나지 못한 채 누워 있었다.소군연의 집으로 가는 길에 예선은 소군연에게 계속 전화를 걸어 보았다.그러나 소군연은 받지 않았다.소군연에게 핸드폰이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잠시 하긴 했지만 그래도 예선은 계속 전화를 시도했고 예상대로 결과는 실패로 끝났다.그녀는 한시라도 빨리 소군연을 만나고 싶었다.그러나 가는 길이 너무 막혔다.드디어 예선이 소군연의 집에 도착해 대문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앙칼진 소군연의 엄마 목소리가 들려왔다.“어떻게 된 거야? 군연이는? 군연이가 어떻게 스스로 집에 왔다는 거야? 방금 깨어난 거 아니야?”“이것 좀 봐 봐. 이거 보면 어떻게 된 일인지 알게 될 거야.”소군연의 부친은 원망 섞인 말투로 소군연의 모친에게 뭔가를 쥐여 주었다.예선이 얼른 현관에 들어서자 따가운 소군연의 모친 목소리가 그녀를 향했다.“따라오지 말라고 했는데 넌 왜 또 왔어? 누가 널 환영한다구...”“됐어. 그만하고 이것 좀 보라니까.”소군연의 부친은 예선이 들어오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소군연의 모친 말을 끊었다.예선은 소군연의 부친이 미묘한 눈빛으로 자신을 쳐다보며 쫓아내지 않자 얼른 안으로 걸어갔다.소군연의 모친이 손에 들고 있는 것은 메모지 한 장이었는데 메모지에는 짧은 몇 마디가 쓰여져 있었고 모두 소군연의 모친에게 전하는 말인 것 같았다.소군연은 자신이 이틀 전에 깨어났다고 실토하며 잠에서 깬 이후 자신의 엄마가 예선에게 모질게 투덜거리는 말만 하는 것을 보고 예선과 절대 결혼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깨달

  • 황제가 사랑한 여인   2474장

    예선은 아무도 없는 병실을 잠시 멍하니 바라보다가 정신을 차리고 즉시 소군연을 찾아나섰다.그러나 근처를 한 바퀴 둘러보아도 예선은 소군연의 모습을 찾지 못했고 마음속에서 초조함이 스멀스멀 밀려왔다.이때 소군연의 엄마가 들어왔다.병상에 누워 있어야 할 소군연이 어디론가 사라진 것을 본 그녀는 당황한 표정으로 말했다.“어떻게 된 거야? 군연이는? 군연이 혹시 무슨 검사하도 하러 간 거야?”소군연의 엄마는 불만이 가득 담긴 얼굴로 예선에게 물었다.소군연의 엄마가 보이는 이런 태도에는 이골이 났는지 예선은 개의치 않으며 담담하게 돌아섰다.“저도 알고 싶어요.”“나보다 먼저 와 놓고 어떻게 모를 수가 있어?”“제가 왔을 때도 병실에 아무도 없었어요.”예선은 돌아서면서 말을 이었다.“간호사한테 한번 물어볼게요.”“잠깐만.”소군연의 엄마가 예선을 멈추어 세우며 달갑지 않은 시선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너한테 말을 해 둬야겠어. 군연인 이미 너 때문에 고생이란 고생은 다 겪었어. 다친 적도 한두 번이 아니고. 너 때문에 영 씨 집안 두 모녀는 감옥에 갇혔어. 이건 분명히 네가 우리 가문과는 궁합이 맞지 않는다는 얘기야. 네가 우리 군연이를 얼마나 좋아하든 우리 군연이 널 얼마나 좋아하든 상관없어. 넌 우리 소 씨 가문에 들어올 수 없어.”이 말을 들은 예선은 어이가 없어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다른 것은 차치하고라도 영 씨 집안 두 모녀가 감옥에 간 것까지도 예선의 탓으로 돌린단 말인가?예선과 소군연은 엄연히 피해자였다.영내문 같은 악랄한 사람은 오늘 나쁜 짓을 하지 않았더라도 언젠가는 다른 사람에게 악행을 저지를 사람이었다.영내문은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악인 중의 악인이었기 때문이다.지금까지 벌여진 일들로 이 모든 것이 자명한데 소군연의 엄마는 여전히 예선을 탓하고 있는 것이다.예선은 더 이상 소군연의 엄마와 논쟁을 하고 싶지 않았다.그런 시간 낭비 에너지

  • 황제가 사랑한 여인   2473장

    채수연이 이렇게 생각한다는 것은 이미 모든 상황을 다 이해했다는 것을 의미한다.“여온아.”채수연이 기여온에게 다가가 몸을 웅크리고 앉아 다정하게 말했다.“여온아, 선생님이 여온이 좋아하는 거 알지? 어딜 가든 매일 기쁘고 즐거운 일만 있길 바라. 그리고 하루빨리 말도 할 수 있게 되길 바랄게.”기여온이 선생님의 말을 알아듣고 달콤한 미소를 지으며 한껏 고개를 끄덕였다.채수연은 일어서서 강자풍을 바라보았다.아직도 눈에는 그에 대한 호감으로 가득 차 있었지만 조금 전 그녀가 말했던 것처럼 더 이상의 집착은 사라졌다.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것이 반드시 고집스럽게 쟁취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채수연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강자풍을 바라보며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강자풍도 더 이상 아무 말없이 몸을 굽혀 기여온을 품에 안고 돌아섰다.돌아서기 전에 채수연에게 따뜻한 작별의 미소도 잊지 않았다.“채 선생님, 앞으로 제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지 연락 주세요. 어쨌든 선생님께 많이 신세 졌습니다. 고맙습니다.”채수연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절 곤경에서 벗어나게 해 주신 걸로 이미 다 갚으셨어요. 하지만 강 선생님 같은 친구가 있으면 너무 좋을 것 같긴 하네요. 기회가 되면 같이 식사라도 해요.”“그럼요, 언제든지요.”강자풍이 흔쾌히 승낙했다.친구가 된다는 건 전혀 문제될 것이 없었다.채수연은 그 자리에서 기여온을 안고 점점 멀어지는 강자풍의 뒷모습을 보다가 갑자기 두어 걸음 앞으로 나섰다.“강 선생님, 저 궁금한 게 하나 더 있는데 대답해 주실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등 뒤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강자풍은 천천히 걸음을 멈추었다.그는 잘생긴 얼굴에 다정한 미소를 가득 품고 뒤돌아보며 물었다.“뭐가 궁금하신가요?”“좋아하는 여자가 정말 있긴 한 거죠?”강자풍은 기여온의 작은 얼굴에 부드러운 시선을 잠시 떨구며 입을 열었다.“지금 저의 가장 큰 소원은 여온이가 무탈하고 건강하게

  • 황제가 사랑한 여인   2472장

    ”어쩌다가 듣게 되었어요.”강자풍은 순순히 시인했다.채수연은 강자풍의 대답을 듣고 자신이 난감해할 줄 알았다.하지만 그녀의 마음이 예전처럼 초조하지 않고 오히려 편안하고 후련한 느낌이 들었다.다만 약간의 부끄러움은 어쩔 수 없었다.강자풍은 채수연이 난감해하지 않도록 애써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채 선생님을 도와드리려고 했던 건데 어떻게 하다가 영상이 찍혀 인터넷에 올라오는 바람에 선생님을 더 난처하게 해 드려서 정말 죄송해요. 나와 여온이 일로 또 한 번 고민거리를 안겨 드린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았어요.”강자풍은 잠시 말을 끊었다가 기여온을 향해 부드러운 시선을 보내며 말했다.“하지만 선생님, 걱정 마세요. 앞으로는 이런 불미스러운 일 없을 거예요.”채수연은 이 말을 듣고 잠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순간 마음속에서 상실감이 강하게 몰아쳤다.그녀는 의아한 눈으로 강자풍을 쳐다보며 강자풍의 다음 말을 기다리고 있는데 역시나 그의 말은 그녀를 안타깝게 만들었다.“채 선생님, 여온이한테 더 잘 맞는 유치원을 찾았어요. 제가 일하는 곳과도 더 가까워서 여온이 등하원하는 데도 훨씬 편리할 것 같아요.”강자풍의 말을 들은 채수연은 갑자기 마음이 너무나 허전했다.“여온이한테 또다시 이런 일이 일어날까 봐 유치원을 옮기기로 하신 거예요?”강자풍은 부인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이게 선생님한테도 우리한테도 좋은 것 같아요.”강자풍은 ‘우리'라는 말을 할 때 기여온에게 시선을 주었다.채수연은 순간 무언가를 깨달은 것 같았다.자신의 감정이 줄곧 일방적인 것이었고 닿을 수 없는 허무한 희망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강자풍의 눈에는 이미 다른 사람으로 가득 차 있었다.“강 선생님 생각이 맞는 것 같아요.”채수연도 강자풍의 말에 활짝 웃으며 동의했다.“아까는 정말 죄송했어요. 저희 엄마와 엄마 친구가 강 선생님에 대해 한 말은 정말 부적절했어요. 죄송합니다.”강자풍은 조금도 개의치 않으며 입

  • 황제가 사랑한 여인   2471장

    류 씨 성을 가진 남자가 트집을 잡았고 결국 강자풍이 기여온을 데리고 나가는 장면이 모두 찍혀 인터넷에 공개된 것이었다.이 남자도 양심은 있었던지 기여온의 모습은 블러 처리를 해서 사람들이 알아볼 수 없게 했지만 강자풍의 모습은 영상에서 명확하게 볼 수 있었다.채수연의 엄마는 한눈에 영상 속 사람이 강자풍임을 알아차렸다.영상 아래의 댓글을 본 채수연의 엄마는 더욱 초조한 눈빛으로 말했다.“수연아, 너 어떻게 이런 애 딸린 남자를 좋아할 수 있어?”채수연의 얼굴이 찡그려졌다.“맞아요. 부인하지 않을게요. 난 강 선생님한테 호감을 가지고 있어요.”“뭐라고!”“아유... 수연아, 너 정말 이 애 딸린 남자를 좋아하는 거야?”진 씨 부인의 눈빛이 미묘하게 반짝거렸다.“내가 보니까 여기 댓글 단 사람들이 벌써 이 남자 신상을 다 파헤친 것 같던데. 이 남자 예전에 우리 F국에서 한때 주름잡았던 그 강어라는 사람 동생이라더라구. 그 강연이라나 뭐라나 누나라는 사람은 업계에선 더욱 악명이 높았대.”“뭐! 그 강 선생이 강어와 강연의 동생이라고?”채수연의 엄마는 자신의 소중한 딸이 악명 높은 집안 배경을 가진 사람과 사귀게 될까 봐 전전긍긍했다.“나도 그 사람 형과 누나에 대해서 들은 적 있어요. 나도 알고 있다구요. 하지만 강 선생님은 지금까지 그 일에 개입한 적이 없어요. 만약 조금이라도 개입했다면 벌써 경찰서에 잡혀 들어갔을 거예요.”채수연은 정색을 하며 대답했다.“게다가 강 선생님은 이 아이의 친아빠가 아니에요. 친구 딸인데 잠시 이 아이를 돌보고 있을 뿐이에요. 그리고 아주머니, 부탁드리는데요. 이 아이가 말을 못 하는 걸로 자꾸 걸고넘어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말을 못 해서 누구보다 괴로운 건 이 아이잖아요. 입장 바꿔서 누군가가 아주머니 아이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이야기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절대 듣고 싶지 않을 거잖아요, 네?”“...”채수연의 입에서 뭐라도 가십거리를 좀 들을 수 있지 않을까 내심 기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