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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황제가 사랑한 여인: Chapter 1371 - Chapter 13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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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1장

기모진이 말을 끝맺기도 전에 기묵비는 웃으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횡단보도 옆 나무 아래 서서 차들이 즐비한 거리를 바라보는 그의 눈에는 말할 수 없는 서글픔과 쓸쓸함이 배어 있었다.“초요가 떠난 후 난 이 세상에 별 미련이 없어. 내가 애초에 길을 잘못 들어서지 않고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하지 않았더라면 초요는 아마 죽지 않았을 거야.”기묵비는 죄책감에 눈을 내리깔았고 바지 주머니에 손을 찔러 그 속에 감춰져 있는 작은 유리병을 움켜쥐었다.그 안에는 사랑하는 사람이 들어 있다.“할 일도 다 했고 흑강당도 와해되었어. 강어도 죽고, 경연도 잡혔으니 나도 이제 자수해야지.”이 말이 떨어지자 기묵비는 오히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햇빛이 짙푸른 나뭇잎과 가지들을 비집고 잘생긴 기묵비의 얼굴을 비추었다.그는 웃고 있었지만 웃음에는 쓸쓸함이 가득 묻어 있었다.“가끔 그런 생각이 들어. 처음에 소만리를 그렇게 슬프게 했는데도 그녀가 널 용서하고 다시 너희들은 함께 하게 되었지. 그런데 나와 초요에겐 왜 다시 시작할 기회가 없었는지.”“나중에 깨달았어. 하느님에게 불공평하다고 탓하지 말아야 하는구나. 모두 내 잘못이었어. 자업자득인 셈이지.”기묵비는 돌아서서 눈썹을 살짝 일그러뜨리고 서 있는 기모진을 바라보았다.“모진아, 소만리와 네가 남은 생 후회 없이 행복하길 바래. 이번에는 숙부가 진심으로 말하는 거야.”기묵비는 말을 마치자마자 횡단보도에 발을 올리며 길을 건넜다.한 치의 망설임도 후회도 느껴지지 않는 기묵비의 뒷모습을 보고 있자니 기모진은 왠지 마음이 먹먹해졌다.그는 기묵비가 진심으로 그와 소만리의 행복을 빈다는 걸 알고 있지만 그가 이렇게 가면 왠지 다시 만날 기회가 없을 것 같았다.그리고 그 순간 그는 초요에 대한 기묵비의 사랑과 애틋함이 얼마나 깊은지도 느꼈다.그는 갑자기 아이러니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소만리의 말이 맞다는 것도 인정하게 되었다.그들 기 씨 집안 남자들은 모두 이상한 습관 같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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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2장

F국에는 사형제도가 있었고 그가 원하는 것도 사형이었다.“뚜두!”앞쪽에서 갑자기 귀에 거슬리는 경적 소리가 들려왔다.큰 길가에 서 있던 기묵비는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다가 점점 차가 가까워지는 것을 보았다.그때 갑자기 따뜻하고 작은 손 하나가 그의 손을 잡아끌었다.기묵비는 그제야 무언가를 느끼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그가 눈을 내리깔자 맑고 동그란 눈이 그의 시선에 들어왔다.그러나 기묵비가 아이의 모습을 자세히 볼 겨를도 없이 차가 빠르게 다가오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는 얼른 아이를 번쩍 안아 안전하게 인도로 물러났다.기묵비는 아이를 내려놓고서야 비로소 아이의 얼굴을 보았다.두어 살쯤 된 사내아이였다.어린 녀석은 큰 눈을 말갛게 깜빡거리며 그를 쳐다보더니 조그만 입을 열어 말했다.“우리 엄마가 그러는데 차는 위험하대요.”이 아이는 차가 위험하다는 걸 알려주고 싶어 했다는 걸 기묵비는 뒤늦게 알아차렸다.희고 귀엽게 생긴 작은 얼굴을 보면서 기묵비는 약간 정신이 들었다.“고마워, 꼬마야.”기묵비는 고맙다는 말을 하고 아이에게 뭔가 더 말하려고 했을 때 앞쪽 멀지 않은 곳에서 여자가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기묵비가 소리가 나는 쪽으로 눈을 들어 보니 노란 장미를 손에 든 젊은 여인이 눈에 들어왔다.여자는 몸을 웅크린 채 그에게 등을 돌리고 두어 살짜리 소녀의 옷을 정리하고 있었다.“엄마가 나 불러요. 나 가야 돼요.”어린 꼬마 아이는 앳된 목소리로 말하고는 짧은 다리를 힘차게 딛고 돌아서서 노란 장미를 들고 한 손에는 어린 여자아이의 손을 잡고 있는 젊은 여인을 향해 걸어갔다.기묵비는 이 모습을 자신도 모르게 한참을 바라보았다.그러다 문득 점점 이 뒷모습이 낯익다는 생각이 들었다.“초요?”그는 자신의 추측을 확신할 수 없어서 가서 자세히 보려고 했는데 기모진이 그에게 다가와 진지하게 입을 열었다.“숙부가 저지른 죄로 인해 적지 않은 대가를 치르게 될 수도 있지만 오늘 제공한 단서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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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3장

기묵비는 잠시 말을 멈췄고 그의 심장 박동이 소리 없이 빨라지기 시작했다.“그런데 뭐예요?”기모진도 궁금해하며 물었다.기묵비는 빙빙 돌리지 않고 말했다.“이 의사는 여러 해 동안 나와 함께 했기 때문에 초요와도 잘 알고 있었어. 그는 항상 초요를 자신의 딸로 대하고 초요도 그를 매우 존경하며 따랐어.”여기까지 듣고 기모진도 뭔가가 생각났다.“당신이 말한 그 의사가 예전에 나를 치료했던 그 의사 아닌가요?”기묵비는 고개를 끄덕였다.“초요는 그 의사와의 친분을 이용한 거야. 그렇지 않았으면 그 의사도 초요의 부탁에 응하지 않았을 거야.”“너무 많이 생각하지 말고 지금 당장 그 의사에게 전화를 걸어 물어보죠.”기모진이 기묵비에게 상기시켜주었다.기묵비의 심장 박동은 더욱 거칠게 속도를 높여 마음을 심란하게 만들었다.기묵비가 떨리는 손으로 핸드폰을 꺼냈지만 순간적으로 양손에 힘이 빠지는 것을 느꼈다.그가 정말 전화를 걸어도 될까?만약 부정적인 답이 돌아온다면 그의 마음은 또 한 번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 같은 아픔을 얻게 될 것이다.하지만 묻지 않으면 그의 마지막 희망조차 없어지는 것이다.기모진은 기묵비가 무엇을 망설이고 있는지 눈치챘다.“내가 대신 물어봐 드릴까요?”“아니, 그럴 필요 없어.”기묵비는 기모진의 도움을 거절하였다.그는 다시 정신을 가다듬고 핸드폰을 보며 잠시 망설이다가 마침내 전화를 걸었다.잠시 후 전화가 연결되었다.기묵비는 몇 초 동안 멍하니 있다가 마음속에 피어오르는 의문을 던졌다.“초요, 아직 살아 있어요?”그는 나직한 목소리로 물었지만 심란하게 뛰고 있는 심장 박동은 유난히 무겁게 느껴졌다.전화기 너머에서는 놀랐는지 잠시 말을 잇지 못하다가 입을 열었다.“기묵비? 당신 왜 그런 질문을 하는 거죠?”의사의 말투는 확실히 뭔가 혼란스러워 보였다.“초요 양은 이미 죽은 지 오래되었는데 잊었어요? 초요 양은 참 안타까웠어. 심장에 총을 맞아서 손을 써 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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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4장

소만리가 이런 의문을 내놓자 기묵비의 가슴속에 희망이 되살아났다.저녁 식사를 마친 후 기묵비는 기모진을 따라 기씨 본가 대문을 나서다가 문득 발걸음을 멈추었다.“이 일을 확실히 하고 싶어.”기묵비가 눈을 들자 가로등 불빛이 어지러이 흩어지다 그의 눈 속에 흐르는 빛을 선명하게 비추었다.기모진은 돌아섰다. 사실 마음속으로 예상하고 있던 바였다.“숙부님은 이미 나한테 자수했다고 생각해요. 내가 지금 숙부님을 위해 시간을 좀 더 벌어볼게요. 초요와 닮은 여자가 도대체 누구인지, 어떻게 된 일인지 숙부님에게 알아낼 기회를 드릴게요.”“고마워.”기묵비는 진심으로 고마움을 표시했다.“오늘 그 여자를 본 곳을 좀 더 둘러보고 싶어. 나중에 돌아올게.”그는 말을 마치고 홀연히 떠났고 기모진은 잠시 그 자리에 서 있다가 돌아서서 집으로 돌아왔다.소만리는 거실 소파 옆에 앉아 사화정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기모진은 소만리의 기분과 상태가 많이 좋아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그날 경연이 총에 맞고 쓰러진 모습을 그녀의 눈앞에서 목격한 것이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인지 어떤지 알 수 없었다.기모진이 들어오자 소만리의 시선이 단번에 이 남자에게로 향했다.사화정은 당연히 아무런 눈치도 채지 못했고 그녀는 아쉬워하며 소만리의 손을 잡아당겼다.“소만리, 우리 다시...”“여보, 늦었어. 우리도 방으로 들어가 쉽시다.”모현은 소만리의 눈에 비친 기모진에 대한 사랑을 알아차리고 사화정을 데리고 방으로 돌아갔다.소만리도 사화정과 함께 하고 싶고 싶지만 지금은 이 남자에게 하고 싶은 말이 많았다.사방이 두 사람에게 이 공간을 허락하는 듯 고요했다.소만리는 기모진의 품에 기대어 전에 없던 마음속의 편안함을 한껏 누리고 있었다.기모진의 갸름한 손가락이 소만리의 머리카락 사이로 들어가 짧은 머리를 어루만졌다.그의 마음이 여전히 시리고 아팠다.그 잘린 머리카락은 마치 그의 몸에서 떨어진 살점 같았다.경연의 수단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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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5장

”여보세요. 누구시죠?”깨끗하고 감미로운 여자의 목소리가 소만리의 귓가로 미끄러져 들어왔다.소만리는 자신이 방금 들은 것을 믿을 수가 없어서 전화기를 든 채 아무 말도 못 하고 있었다.이 목소리는 그녀의 기억 속에 깊이 박혀 있어서 너무나 익숙했다.“초요?”소만리가 탐색하듯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뭐라구요?”전화기 너머의 여인은 어리둥절해하며 되물었다.‘초요'라는 글자가 낯설기 짝이 없다는 듯한 말투였다.소만리가 잠시 멍하니 있다가 정신을 차려 다시 물어보려고 했을 때 저쪽에서 전화기를 누군가에게 바꿔주는 것 같았다.곧이어 소만리는 남사택의 목소리를 들었다.“기모진? 무슨 일로 날 찾았어요?”이 소리를 듣고 소만리는 재빨리 기모진의 상황을 설명했다.“남사택, 내 남편 몸속 만성 독소가 또 발작을 일으켰어. 당신은 치료할 방법을 알고 있을 거야. 주소 보낼 테니 바로 와 줘.”“알겠습니다. 바로 갈게요.”남사택은 흔쾌히 대답했다.소만리는 자신의 말투가 너무 공손했다고 느꼈다.남사택과 경연이가 예전에 자신에게 했던 짓을 생각하니 갑자기 마음속에 분노가 들끓었다.전화를 끊은 뒤 소만리는 괴로워서 식은땀을 줄줄 흘리고 있는 남자를 끌어안으며 가슴 아파했다.마치 지금 기모진이 겪고 있는 고통이 그녀의 뼛속까지 전해지는 것 같았다.“모진, 남사택이 곧 올 거야. 조금만 참아.”그녀는 그를 꼭 껴안고 달래었지만 흐르는 눈물은 주체할 수 없었다.“도대체 언제쯤 다 나을 수 있을까? 당신이 이렇게 괴로워하는 모습을 다시 보고 싶지 않아.”기모진은 자신이 괴로워하는 모습에 소만리가 슬퍼한다는 것을 알지만 이미 그에게는 이런 고통이 익숙했다.게다가 남사택이 있는 한 완치될 확률이 높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소만리, 걱정 마.”기모진은 숨을 헐떡이며 밀려오는 고통을 애써 참으며 말했다.“나 당신과 아이들이랑 더 많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을 함께 보낸다고 약속했잖아. 이번에는 꼭 지킬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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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6장

소만리는 방금 남사택 대신 전화를 받은 여인에 대한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남사택, 여자친구 생겼어?”소만리가 슬쩍 떠보았다.이 말이 떨어지자 소만리는 남사택이 어리둥절해하는 모습을 분명히 포착할 수 있었고 기모진도 의아해하며 남사택을 쳐다보았다.“소만리, 왜 그렇게 물어?”“아무것도 아니야. 방금 남사택한테 전화를 걸었을 때 여자가 전화를 받길래. 그런데 그 여자 목소리가 어디서 들어본 것처럼 너무 낯익은 거야.”소만리는 미소를 지으며 태연한 표정으로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남사택, 그 여자 혹시 우리가 아는 사람 아니야?”“당신들이 아는 사람 아니에요.”남사택이 재빨리 부정하면서 한편으론 인정했다.“그렇지만 내 여자친구인 건 맞아요.”그는 말을 마치며 시계를 슬쩍 보았다.“이제 돌아가야겠어요. 여자친구가 겁이 많아서 어두워지면 집에 혼자 있는 걸 불안해하거든요.”이렇게 말하고 남사택은 얼른 몸을 돌렸다.소만리는 그를 문까지 데려다준 후 곧 다시 방으로 돌아왔다.그녀는 수건을 가져와서 기모진의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아주었다.갈색 눈동자에는 아직도 공포가 가시질 않고 남아 있었다.“모진, 남사택이랑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당신 어떻게 그렇게 남사택을 신뢰하게 되었어?”“그가 경연의 곁에 있었던 데에는 뭔가 어쩔 수 없는 이유가 있었던 것 같아.”기모진은 소만리의 손을 잡고 애틋한 눈빛으로 그녀를 다정하게 바라보았다.“사실 남사택은 우릴 괴롭힌 적은 없어. 그때 당신이 기란군을 임신한 몸으로 중병에 걸려 감옥에 갇혀 있을 때 그가 소군연을 통해 당신한테 보낸 그 약은 사실 실험용 약이 아니었어.”소만리는 눈을 크게 뜨고 더욱 당혹스러워하며 말했다.“그게 무슨 뜻이야?”“그는 사실 줄곧 진심으로 우리를 구하고 있었어. 그에게도 어쩔 수 없는 이유가 있었겠지만.”기모진은 소만리에게 설명했다.소만리는 생각에 잠긴 듯 잠자코 있었다.돌이켜 생각해 보니 경연에게 가택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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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7장

”그때?”소만리가 기모진에게 바짝 다가와 앉았다.“모진, 남사택과 초요가 무슨 사이인지 알고 있어?”“단언할 수는 없어.”기모진은 고개를 살래살래 저었지만 길고 가는 두 눈에 희색이 번지며 말했다.“소만리, 이제야 여러 정황을 비춰보니 정말로 초요가 살아 있는 것 같아. 남사택은 그냥 평범한 의사가 아니야. 그는 충분히 초요를 살려낼 능력이 있어.”소만리의 심장 박동이 빠르게 속도를 높이며 뛰기 시작했다.“만약 초요가 살아있다면 정말 너무 좋을 것 같아.”그녀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퍼지며 남자의 목을 끌어안았다.“모진, 우리가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기회는 정말 쉽게 오지 않았어. 초요와 기묵비에게도 이런 날이 꼭 왔으면 좋겠어.”“초요만 살아있다면 다시 시작하는 그날이 오지 않더라도 숙부는 초요가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기뻐하실 거야.”“맞아.”소만리가 기모진의 말에 호응하며 그의 품에 안겼다.남자의 품에 안겨 따뜻함과 기댈 수 있는 든든함을 느끼자 소만리는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았다.다음날 소만리는 깨어나 초요가 살아있을지도 모른다는 소식을 기묵비에게 알리려고 했으나 기모진이 이를 말렸다.“소만리, 혹시나 희망을 줬다가 나중에 더할 수 없는 실망을 안겨 드리면 안 돼. 아직 확신이 없는 상태니까 섣불리 알려선 안 된다고 생각해.”소만리는 기모진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해서 잠시 입을 다물고 알리지 않기로 했다. 아침 식사를 마친 후 소만리는 핑계를 대고 남사택이 사는 곳에 가서 상황을 알아보고 싶었지만 사화정이 어린아이처럼 그녀에게 달라붙었다.“소만리, 너 이따가 시간 있어? 나랑 같이 쇼핑하러 안 갈래?”기대에 가득 찬 사화정의 얼굴에 어린아이처럼 천진난만한 미소가 넘쳤다.소만리는 이제 거의 정상으로 회복되었지만 여전히 정신을 회복하지 못한 엄마의 모습을 보니 가슴이 너무나 아팠다.“그래, 나랑 같이 가.”소만리는 시원하게 대답했다.요즘 모현은 모 씨 그룹을 관리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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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8장

경연의 엄마는 더욱 불쾌한 표정으로 말했다.“저 사람은 저렇게 들어갈 수 있는데 무슨 근거로 나는 내 아들 얼굴도 못 본단 말이야!”“저분은 우리 IBCI 내부 조사과에서 당신 아들의 조사를 전담하는 선임 요원입니다. 저분이 들어가면 안 된다는 겁니까?”“...”경연의 엄마는 잠시 할 말을 잃었고 한쪽으로 물러나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그러다 기다리고 있기 짜증이 난 경연의 엄마는 어디론가 전화를 걸으며 나갔다.병실 안.경연은 생기 없는 조각품처럼 무표정하게 눈을 뜨고 자신을 향해 걸어오는 남자를 바라보았다.“내가 만나고 싶은 사람은 소만리지 당신이 아니야.”경연은 힘겹게 입을 열어 이 말을 꺼냈다.경연의 얼굴 위로 기모진의 차가운 시선이 스쳐 지나갔다.“아직도 내 아내를 볼 낯이 있다고 생각해?”경연은 느릿느릿 천천히 눈초리를 치켜들며 여전히 기모진에 대한 적개심을 뿜어내었다.“그녀가 날 깨웠으니 못다 한 말을 해야 할 책임이 그녀에게 있는 거지.”“경연, 정말 내 아내가 당신한테 할 말이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기모진은 냉담하게 웃으며 말했다.“소만리가 너한테 삶의 의지를 불러 일으키는 것, 내가 당신에게 내 아내를 허락하는 건 딱 그것까지야. 더 이상은 없어. 넌 다시는 그녀를 볼 수 없을 거야. 단념해.”경연의 얼굴에는 놀라고 당황하는 빛이 번쩍였고 눈에는 더욱 강렬하게 불만스러운 기운이 솟아올랐다.“기모진, 나 당신한테 지지 않았어. 난 그저 무고한 사람을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았을 뿐이야.”기모진이 이 말을 듣자 잘생긴 그의 얼굴에 먹구름이 짙게 깔리기 시작했다.“내 아내를 상처투성이로 만들어놓고 이제 와서 그녀가 아무 잘못도 없는 무고한 사람이라는 걸 알았어?”그의 눈동자에는 분노의 빛이 일렁이고 있었다.“경연, 넌 네 할아버지의 복수를 하겠다고 했지만 도대체 네 할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제대로 알아보기나 한 거야?”이 말을 듣고 경연은 갑자기 얼음장 같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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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9장

편지를 손에 든 경연의 눈에는 익숙한 필체가 스쳐 지나갔고 한 글자 한 글자 똑똑히 그의 눈에 비쳤다.“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경연의 호흡이 순식간에 흐트러졌다.그는 세월의 때가 묻은 낡은 편지를 손에 쥐고 다시 한 글자 한 글자 살펴보았다.아무리 보아도 그 글자들의 내용은 조금도 바뀌지 않았다.“아니야. 할아버지는 이런 짓을 할 사람이 아니야.”경연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듯 창백하고 메마른 입술로 끊임없이 중얼거렸고 잿빛 눈동자에는 초점을 잃은 빛들이 갈 곳을 모르고 있었다.“경연,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는 거 알아. 하지만 이게 사실이야.”기모진은 담담하게 사실을 강조했다.“말도 안 돼!”경연은 혼신의 힘을 다해 울부짖었고 순간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심장을 쥐어뜯었다.기모진은 경연의 몸에 달려 있는 기기들의 데이터에 변화가 일어나는 것을 보고 경연이 충격을 받았음을 알았지만 그는 결코 동정의 마음을 가지지 않았다.기모진은 결국 이 모든 것은 경연 스스로가 자초한 일이라고 생각했다.그가 지금 깨어난 것만으로도 엄청난 은혜를 입은 것이다.다만 인간적인 도리로 기모진은 경연의 상태를 살필 수 있게 의사를 불러 주었다.병실 문이 열리자 밖에서는 어느새 몰려든 취재진으로 북새통을 이뤘고 앞다퉈 병실에 들어가 취재하려고 했다.의사가 황급히 달려오는 것을 본 경연의 부모는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우리 경연이한테 무슨 일이 생긴 거 아냐? 무슨 일이 생긴 게 분명해!”경연의 엄마는 당황한 표정으로 상황을 추측하다가 병실에서 나오는 기모진을 보고 사납게 달려들었다.“기모진, 너지! 네가 일부러 우리 경연이 괴롭힌 거지, 그렇지? 넌 우리 경연일 죽이고 싶은 거야, 우리 경연일 살리고 싶지 않은 거라구! 어떻게 이렇게 악랄할 수가 있어!”“15년 전, 너의 집 영감이 기 씨 그룹의 지위를 확고히 하기 위해 비열한 수단을 동원해 우리 경 씨 그룹의 ZF 프로젝트를 가로채서 내 아버님을 우울하게 만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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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0장

”그렇게 해서 경연이 죄를 벗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당신은 그야말로 내 어린 아들딸보다 더 순진한 거야.”왁자지껄한 군중 속에서 갑자기 맑고 청아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기모진이 이 목소리를 들었을 때 그의 심장은 이미 설레임으로 두근거리기 시작했다.그가 눈을 들어보니 역시나 소만리가 우아하고 단아한 모습으로 사람들을 헤치고 그에게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기자들은 이 틈을 타 소만리에게 카메라를 들이대며 각종 의혹들을 쏟아냈다.“소만리, 지금 나타나신 건 기모진을 위해 할 말이 있어서인가요?”“도대체 당신과 경연은 무슨 사이입니까?”“요즘 정신 상태가 좋지 않다는 소문이 있던데...”“당신들 보기에 내가 미친 사람 같아 보여요? 바보 같아 보여요?”소만리는 기모진의 곁으로 다가가 뒤돌아서서 담담하게 고개를 들고 카메라를 향해 말했다.“누구에게 무슨 말을 해주려고 온 게 아니라 일이 철저하게 마무리되길 바라는 것뿐이에요.”소만리는 눈을 들어 기모진과 눈을 마주쳤다.“모진, 당신이 아직 누군가의 체면을 세워주고 싶어 하는 거 알아. 그렇지만 체면은 서로 세워줘야 하는 거야. 그들이 원하지 않는 이상 우리가 왜 이런 억울함까지 받으며 지켜줘야 해? 게다가 우리는 우리 할아버지가 아무런 이유도 없이 남에게 억울함을 당하게 해서는 안 돼.”“소만리, 당신 말이 맞아. 당신 말대로 할게.”기모진도 소만리의 뜻에 동의하고 전적으로 따랐다.경연의 부모는 이를 보고 소만리와 기모진이 뭔가 일부러 사람들을 현혹시키려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너희들 여기서 요사스러운 말로 다른 사람들 현혹시키지 마! 그때의 일, 너희들도 그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어!”“벗어나고 말고 할 것도 없어요. 그때의 일은 오해일 뿐이에요.”소만리는 여유 있고 담담하게 입을 열었고 기모진의 손에서 그 편지를 열어 경연의 부모님에게 보여주었다.소만리는 애써 그 기자들을 등지고 서서 편지 내용을 노출시키지 않았다.그러나 소만리는 경연의 부모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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