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황제가 사랑한 여인: Bab 1361 - Bab 1370

2479 Bab

1361장

소만리는 이 광경을 보고 얼른 발걸음을 내디뎠다.그녀의 눈앞에서 경연이 갑자기 총을 맞고 쓰러지는 모습이 다시 떠오르는 것 같았다.그 피가 그녀의 얼굴에 튀었고 그 온기가 아직도 그녀의 뺨 위에서 이글거리는 듯했다.기모진은 갑자기 손바닥이 차가워지는 것 같았다.온몸에 체온이 뚝 떨어지는 듯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소만리, 당신 괜찮아?”기모진이 걱정하며 물었다.소만리는 그제야 정신이 든 듯 고개를 살래살래 흔들었다.“괜찮아. 갑자기 그날 밤 일이 생각났을 뿐이야. 경연은 날 꼭 끌고 가겠다고 했어. 하지만 난 당신 곁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했고. 경연이 강제로 끌고 가려고 했을 때 그만...”“소만리!”소만리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경연의 엄마는 갑자기 눈시울이 붉어지며 미친 듯이 소만리에게 달려들어 그녀를 잡아당기려고 했다.기모진은 소만리를 품에 안고 막아서며 날카로운 눈빛을 뿜어냈다.경연의 엄마는 모진에게 가로막히자 더욱 화가 치밀었다.“소만리 이 천한 계집! 결국 우리 아들은 너 때문에 이렇게 된 거야! 그때 네 남편이 죽은 줄 알고 경연의 품에 안기더니 이 남자가 돌아왔다고 헌신짝 버리듯이 우리 경연을 버렸어! 무슨 IBCI 임무 같은 소리 하네! 난 절대 믿을 수 없어!”경연의 엄마는 걷잡을 수 없이 으르렁거렸다.“소만리, 네가 경연이를 죽인 거야!”소만리는 멍하니 경연의 엄마가 뿜어내는 노여움을 듣고 있었지만 아무런 반응은 보이지 않았다.그러나 기모진은 경연의 엄마가 보이는 행동을 용납하지 않았다.“다시 한번 말하지만 경연이 죽는다 해도 그것은 자업자득이에요!”“기모진, 너.”“당신 아들이 무슨 사업을 했는지 알아? 이 죄 하나만으로도 그는 평생 감옥에서 썩을 수밖에 없어.”“뭐라고?”경연의 부모는 점점 안색이 나빠졌다.“기모진, 일이 이렇게 된 마당에 굳이 우리 경연에게 더러운 오점을 남기고 싶은 거냐? 너 정말 못됐어. 너희 기 씨 집안사람들은 모두 지옥에 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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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2장

간호사의 말이 울리자마자 모든 시선이 소만리에게로 쏠렸고 소만리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경연의 엄마는 눈물을 훔치며 되물었다.“간호사님, 내 아들 상태는 어때요? 깨어날 수 있겠어요?”“부상이 너무 심해서 아직 생명의 위험에서 벗어나지 못했어요. 스스로도 별로 살려고 하는 의지가 없는 것 같은데 자꾸만 소만리, 소만리 하면서 중얼거리고 있어요.”간호사는 소만리를 쳐다보면서 말했다.“부인, 부인이 환자가 부르는 그 소만리십니까?”소만리는 고개를 끄덕였다.“환자 친구세요? 지금 환자분이 삶의 의지가 약하신데도 계속 부인을 놓지 못하고 부르고 계세요. 혹시 잠깐 들어가셔서 환자분 좀 보실 수 있겠어요?”“간호사님, 잘못 알고 계신 거 아니에요? 내 아들이 이 여자한테 얼마나 많은 상처를 받았는데 어떻게 이 여자를 만나고 싶겠어요!”경연의 엄마는 이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간호사는 경연의 엄마를 의아하게 바라보았다.“부인, 환자의 생사가 달린 일입니다. 환자분은 지금도 계속 소만리라는 분을 부르고 있어요. 만약 이 부인이 환자분에게 일어날 용기를 준다면 한 가닥 희망이 생길지도 몰라요.”“아니에요! 그럴 리 없어!”경연의 엄마는 계속 부정했고 안색은 더욱 나빠졌다.“어쨌든 난 이 여자가 다시는 내 아들한테 접근하지 못하게 할 거야!”“응.”기모진은 비웃으며 소만리를 더욱 감싸 안았다.“내가 내 아내를 들여보낼 줄 알아요? 경연은 오늘 죽어도 싸. 소만리한테 진 빚을 아직 나랑 계산도 안 했는데 소만리를 이용해 한 가닥 희망을 얻는다고? 어림도 없어.”기모진은 단칼에 거절했다.원래 말주변이 나쁘지 않은 경연의 엄마도 이 말을 듣고는 약간 당황했다.그러나 경연의 엄마도 남 못지않은 고집불통이었다.“나도 다시는 이 여자가 우리 아들한테 접근하는 거 못 봐!”간호사는 경연의 엄마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부인, 당신 아들이 살기를 원해요, 아니면 그냥 이 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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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3장

소만리와 기모진도 눈을 들어 의사를 바라보았다. 의사는 힘없이 한숨을 내쉬었다.“우린 이미 최선을 다해 할 일을 다 했지만 환자가 살려고 하는 의지가 없어 보여요. 마음의 준비를 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이 말을 듣고 경연의 부모는 둘 다 정신이 멍해졌다.소만리는 곁눈으로 중환자실 안을 들여다보았다.경연이 쓰러지기 전에 했던 그 세 글자와 그의 진심 어린 눈빛이 떠올랐다.경연.아직도 당신이 한 일에 대해 속죄하지 않고 정말 이렇게 삶을 다시 살아볼 생각도 없이 모든 것을 포기하는 거야?“소만리!”경연 엄마의 다급한 목소리가 지난 기억에 사로잡혀 있던 소만리를 깨웠다.그녀가 뒤를 돌아보았더니 경연의 엄마가 다급하게 자신에게 달려드는 것이 보였다.화가 치밀어 계속 저주하고 욕을 퍼부을 줄 알았는데 그녀에게 다가온 경연의 엄마는 애원하는 기색이 역력했다.“소만리, 제발 들어가서 우리 아들 좀 구해줘! 제발 부탁이야!”경연의 엄마는 울면서 간청했고 눈물이 그녀의 얼굴에 얼룩져 있었다.“소만리, 예전 일은 따지지 않을게. 지금 경연에게 가서 삶의 의지를 줄 수만 있다면 네가 원하는 것은 다 들어줄게!”소만리는 눈물 범벅이 된 경연의 엄마를 보며 가슴이 먹먹해졌다.소만리는 방금 간호사의 말을 듣고 이미 들어갈 생각을 하고 있었다.경연의 엄마가 계속 울어서 발걸음을 내딛지 못했을 뿐이었다.기모진은 이미 소만리의 이런 생각을 읽고 있었고 소만리의 손을 잡아당기며 물었다.“소만리, 정말 그렇게 하고 싶어?”그는 그녀를 강제로 막지 않았다. 그녀가 입었을 상처를 생각하니 마음이 더 아플 뿐이었다.“경연은 지금까지 당신을 상처 입히고 괴롭혔어. 심지어 우리 사이를 갈라놓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해 당신을 지금 이렇게 만들어 놨어. 소만리, 당신의 선량함을 이런 사람한테 주어선 안 돼.”소만리는 기모진의 말을 들으며 그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했다.그러나 경연의 엄마는 소만리가 기모진의 말을 듣고 거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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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4장

의사가 할 수 있는 처치는 다 했다고 했다.그러나 경연의 살고자 하는 의지가 너무 약했다.보통 사람은 살기를 원하지만 그는 마치 죽음을 바라는 사람 같았다.그러는 중에도 그는 유독 그녀만은 놓지 못하는 듯 그녀의 이름을 계속 부르고 있었다.“아마 당신은 그의 마음속에 유일하게 내려놓지 못하는 아쉬움인 것 같아요.”간호사가 말을 보탰다.소만리는 간호사의 말을 조용히 듣고 병상으로 갔다.경연은 흰 눈처럼 창백한 얼굴을 하고 있었고 가느다란 실낱같은 숨결은 몸에 여기저기 꽂혀 있는 각종 의료장비들에 의지해 겨우 그의 심장을 들락날락하고 있었다.언제 멈출지 모를 심전도 기계음이 마치 장단을 이루듯 공허한 중환자실을 울렸다.소만리가 다가와 침대 옆에 가까이 가자 경연이 작은 목소리로 그녀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를 들었다.“소만리.”역시나 그는 그녀를 내려놓지 못하고 있었다.“경연.”소만리도 입을 열어 그를 불렀다.“나야. 소만리. 나 왔어.”“소만리...”경연은 무의식적으로 소만리의 이름을 계속 불렀다. 소만리는 눈썹을 살짝 찡그렸다.“경연, 내가 여기 서 있는 게 느껴져? 나한테 할 말 더 없어?”소만리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그녀는 경연이 그녀의 이름을 살며시 부르는 것을 들었다.“소만리.”그는 끊임없이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그것이 마치 그의 심장을 계속 뛰게 하는 유일한 힘 같았다.“경연, 당신 부모님은 당신이 잘 살길 바라셔. 그러니까 포기하지 마.”소만리는 경연이 지금 이 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지 어떤지 알지 못했는데 이윽고 그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를 또 들었다.이번에 그는 미안하다는 한 마디를 했다.“미안해.”그는 소만리에게 또 사과했다. 소만리는 그날 밤 일을 떠올렸다.경연은 쓰러지기 전에도 그녀에게 미안하다고 말했었다. 진심에서 우러나온 사과였다.그녀가 더 이상 반항하지 못하도록 협박하고 괴롭혀 이기적으로 그녀를 차지하려고 했지만 정신이 이상해질 때까지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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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5장

경연의 엄마는 감정이 격해져서 소만리를 잡아당기려고 손을 뻗었지만 기모진이 소만리를 건드릴 기회를 주지 않았다.그는 소만리를 품에 감쌌고 얼음처럼 차가운 얼굴을 들어 경연의 엄마를 바라보았다.“왜 이래요? 이제 목적을 이뤘으니 사람의 은공도 모르는 거예요? 나한테 똑바로 말해 보세요.”그는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경연의 엄마는 기모진의 기세에 눌려 감히 함부로 말을 걸지 못했다.중환자실에서 뭔가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는 것을 보고 경연의 엄마는 다시 소만리를 의심하기 시작했던 것이다.“소만리, 너 들어가서 그렇게 오랫동안 도대체 우리 아들이랑 무슨 얘길 했어? 일부러 경연이 듣기 싫은 말을 해서 상황을 더 나쁘게 만든 거 아니야? 안 그러면 왜 의사 선생님들이 저렇게 다급하게 응급 처치를 하겠어?”“소만리, 네가 이렇게 사악할 줄 몰랐어!”경연의 아버지도 덩달아 소만리를 욕했다.아내를 사랑하는 마음이 누구보다 각별한 기모진이 경연의 부모의 이런 행동을 가만히 보고 있을 수 있겠는가.기모진이 막 입을 열려고 할 때 소만리는 그의 손을 꼭 잡았다.“모진.”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그를 바라보았고 가볍게 고개를 저였다.“이 사람들과 싸울 필요 없어. 난 이미 내가 할 일을 다 했고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소만리가 중환자실 안을 들여다보았다.경연, 내가 당신한테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고 싶을 거야. 그러니 꼭 깨어나.“소만리, 그게 무슨 뜻이야? 제발 들어가달라고 한 건 경연이 일어날 수 있게 좀 격려해달라는 거였는데 지금 뭐라고 하는 거야? 결국 경연이 살고 싶은 의지가 없다면 널 들여보낸 게 무슨 소용이 있어!”경연의 엄마가 소만리를 원망했고 자조하듯 쓴웃음을 지었다.“너한테 들어가서 경연이한테 살아갈 의지를 좀 주라고 그렇게 애걸복걸했는데! 너희 기 씨 집안사람들은 하나같이 양심들이 없다는 걸 내가 왜 잊었을까! 너도 마찬가지야! 너도 경연이 죽길 바라는 거야, 그렇지!”“그만해요!”기모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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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6장

기모진은 원래부터 소만리가 이런 환경에 놓이는 게 탐탁지 않았는데 경연의 부모가 보이는 태도를 보니 화가 더 치밀어 올랐다.소만리와 기모진이 돌아서는 것을 본 경연의 엄마는 차가운 눈으로 소만리의 뒷모습을 향해 달갑지 않은 표정으로 외쳤다.“소만리, 경연이 깨어났다고 해서 내가 너한테 고마워할 거란 생각은 하지 마!”기모진의 발걸음이 무겁게 멈춰 섰다. 너무나 불쾌해서 당장 가서 따지고 싶었지만 소만리가 그를 붙잡았다.“모진, 그럴 필요 없어.”소만리는 매우 담담했다.그녀는 약간 얼굴을 옆으로 돌려 아름다운 눈매로 경연의 부모를 가볍게 흘겨보았다.“내가 당신들한테 감사의 말을 기대한 것 같아요? 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했을 뿐이에요.”그녀는 말을 마치고 기모진의 팔짱을 끼고 눈가에 노기가 가득 서린 남자를 향해 부드럽게 웃어 보였다.날이 서 있던 기모진의 눈매가 순식간에 부드러워졌고 그도 더 이상 경연의 부모와 따지기 귀찮아서 소만리의 손을 잡고 병원을 떠났다.하지만 방금 소만리의 태도를 보니 마치 그녀가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그는 그녀의 옆모습을 가만히 바라보았다.햇빛이 그녀의 고운 뺨에 부서져 청아하고 티 없는 작은 얼굴은 더욱 감동을 더해 주었다.“소만리.”“응.”소만리는 사랑스럽게 대답하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따뜻한 그녀의 미소에 기모진의 가슴에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듯 간질거렸다.그는 그녀의 손을 더욱 힘주어 잡았다.“소만리, 지금 어디 불편한 데는 없어?”소만리는 고개를 살래살래 흔들며 기모진에 대한 사랑이 가득한 눈으로 진지하게 말했다.“그날 내 행동이 당신을 놀라게 한 거야? 그래서 내가 그날처럼 미친 듯이 찬물을 뒤집어쓰지 않을까 계속 걱정돼?”그녀는 영리한 눈동자를 살며시 굴리며 말했다. 눈에는 맑고 고운 빛이 흘러넘쳤다.그녀는 기모진을 똑바로 쳐다보고 빙긋 웃었다.“모진, 나 방금 경연을 만나고 나니 마음이 뭔가 뻥 뚫리고 환해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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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7장

무슨 말.소만리는 좀 전 중환자실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기모진의 깊은 눈동자를 바라보며 소만리는 모처럼 장난기가 가득한 어린아이처럼 웃음을 지었다.“모진, 내가 경연한테 하고 싶은 말이 뭔지 궁금하지?”기모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갑자기 시큰둥한 표정으로 말했다.“내 아내가 자신이 저지른 죄로 죽음의 문턱에 서 있는 남자에게 어떻게 희망의 불꽃을 지폈는지 알고 싶어.”소만리는 기모진이 하는 말 사이사이에 질투의 빛이 배어 있는 걸 눈치채고 입꼬리를 구부리고 웃으며 입을 열었다.“그날 밤, 불꽃놀이 전망대에서 경연이 총에 맞아 쓰러지기 직전 나한테 미안하다고 했어.”“경연이 나한테 말했어. 미안하다고.”이 말을 들은 기모진은 소만리가 중환자실에서 경연에게 무슨 말을 했는지 짐작이 갔다.“그날 서점에서 날 끌고 가서는 당신한테 데려다주겠다고 해서 따라갔었어. 그땐 내 정신이 온전하지가 않아서 바보처럼 그의 말을 믿었어. 나중에는 한 가지 부탁만 들어준다면 다시 당신 곁으로 보내준다고 경연이 말했어.”“그 부탁이 뭐야?”“그 당시에는 몰랐는데 지금은 뭔지 알 것 같아.”소만리는 잠시 말을 멈추고 소만리가 무슨 말을 할지 궁금해하는 기모진의 눈동자에 시선을 맞추며 말했다.“그는 단지 나와 단둘이 있고 싶었던 거야.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지. 그런 난폭한 방법 외에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던 거야.”“그리고 나를 이렇게 몰아붙일 줄은 자신도 몰랐다고 했어. 그저 순순히 곁에 있어 주길 바랐을 뿐이라고.”기모진도 이제는 이해가 되었지만 그럼에도 그의 눈에는 분노의 빛이 더 타올랐다.“소만리, 그가 당신한테 사과를 했다고 해도 난 경연이 당신한테 한 짓을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야.”기모진의 마음속에는 여전히 지울 수 없는 분노가 있었다.그는 경연이 소만리에게 총을 쏘는 것을 똑똑히 보았고 소만리가 하고 싶지 않은 일을 강요하는 것을 누누이 목격했다.만약 경연이 없었더라면 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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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8장

하지만 기묵비는 부모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알게 된 이후로 자취를 감췄다.기묵비가 기 씨 고택을 떠나기 전에 소만리가 그에게 뭘 하러 가느냐고 물었지만 그는 속죄하러 갈 것이고 자신이 어디로 가는지는 초요만이 알 거라고 했을 뿐이었다.그러나 초요는 이미 죽었다.그도 소만리도 초요의 마음과 생각을 추측할 길은 없었다.돌아오는 길에 소만리의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점점 멀어져 갔다.“초요, 정말 좋은 여자였어.”기모진은 소만리의 손을 잡았다.“슬픈 생각 자꾸 하지 마.”소만리는 아쉬운 듯 한숨을 내쉬었다.“만약 초요가 당시 나처럼 운이 좋았더라면 좋았을 텐데. 기묵비가 정말 후회했다는 걸 알아. 그도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초요라는 사실을 왜 그렇게 늦게 깨달았는지 마음 아파했지만 초요는 이미...”“소만리.”“응.”소만리는 기모진이 자신을 많이 아끼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난 괜찮아. 초요를 생각하면 정말 안타까워. 그녀가 살아있었다면 지금 정말 행복했을 텐데...”그녀가 탄식하는 말을 내뱉었을 때 차도 빨간 신호등 앞에서 멈추었다.소만리는 앞에 그어져 있는 횡단보도 선들을 멍하니 쳐다보다가 순간 낯익은 모습이 스치는 것 같았다.그녀는 확신이 들지 않아 자세히 쳐다보았지만 눈 깜짝할 사이에 방금 스쳐간 그 사람은 바람처럼 사라졌다.기모진이 다시 차를 출발시키려고 할 때 소만리의 표정에 미묘한 변화가 생기는 것을 느꼈다.“소만리, 왜 그래?”“나, 나 초요를 본 것 같아.”소만리는 멍하니 차창 밖을 바라보고 있었다.기모진은 소만리의 말을 듣고 그녀의 시선을 따라가 보았지만 눈길이 닿는 곳에 낯익은 얼굴은 없었다.파란불이 켜지자 뒤따라오던 차들도 재촉하기 시작했다.“소만리, 당신 정말 초요 봤어?”기모진은 차를 세우고 소만리를 데리고 근처를 찾아볼 생각이었다.방금 본 것이 환영이 아님을 확인하기 위해 소만리는 기모진을 따라 차에서 내려 근처를 둘러보았지만 별다른 발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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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9장

”당신이 잘못 본 게 아닌 거 같은데.”기모진은 긍정의 답을 주었고 멀지 않은 곳에 앉아 있는 남자의 뒷모습에 시선을 옮겼다.이전에 너무나 눈에 익숙한 모습이었기에 절대 잘못 보았을 리가 없다.다만...기모진은 소만리의 손을 잡고 안으로 들어갔다.기 할아버지는 소파 반대편에서 벌떡 일어나 기모진을 보고 깜짝 놀라며 말했다.“모진아, 누가 돌아왔는지 봐라!”할아버지의 말이 떨어지자 그들을 등지고 앉았던 남자는 천천히 우뚝 솟은 몸을 일으켰다.그는 몸을 돌렸다. 한때 온화하고 신사적이었던 풍채는 더욱 성숙하고 차분한 남성적 매력을 뿜어내고 있었다.그는 소만리와 눈을 마주치고는 살짝 미소를 짓다가 뒤따라오는 기모진의 몸에 시선을 떨어뜨렸다.빛바랜 옅은 린넨색 짧은 머리와 호박색 눈동자를 한 기모진의 모습을 보고 그는 적잖이 놀란 것 같았다.“죽지 않은 줄은 알고 있었지만 오랜만에 보니 이미지도 바뀌었구나.”기묵비의 말투는 매우 온화했고 말 사이에는 약간의 농담기가 섞여 있었다.“오랜만에 보니 정말 많은 일이 있었더구나. 많이 변했어. 나를 포함해서.”기모진은 다정하게 소만리의 어깨를 감싸고 기묵비에게 다가가 반갑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집으로 돌아오신 걸 환영해요.”기묵비도 덩달아 따뜻한 미소를 지었다.그는 또 소만리의 얼굴에 시선을 떨어뜨렸다.비록 기묵비가 소만리에 대해 사심이 없다는 건 진작에 알고 있었지만 기모진은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약간의 질투심을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숙부님, 제 아내 못 알아보시겠어요?”기묵비는 기모진의 말속에 숨겨져 있는 질투의 뜻을 알아듣고는 싱겁게 웃으며 여전히 아름다운 소만리의 얼굴에 시선을 고정시켰다.“소만리, 나 알아보겠지?”기묵비가 이렇게 물은 이유는 인터넷상에서 이미 소만리에 대한 이런저런 얘기들을 들었기 때문이었다.어떤 사람은 그녀가 멍청해졌다고 말하고 어떤 사람은 그녀가 미쳤다고 말하고 또 어떤 사람은 그녀가 지난 일은 전혀 기억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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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0장

”모진아, F국에 있는 경연의 비밀 아지트가 궁금하지?”기모진은 눈을 들어 말했다.“어디인지 아세요?”기묵비는 고개를 끄덕였다.“알지.”기모진은 깜짝 놀라 소만리와 몇 마디 말을 주고받고는 바로 기묵비와 함께 IBCI 경도 지국으로 갔다.기묵비는 관련 주소와 정보를 제공했고 현지 담당자는 즉시 F국 동료들과 연락을 취했다.역시나 경연이 F국에 금지 물품을 보관하고 있던 곳을 단번에 찾아냈다.기묵비가 준 단서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지국을 떠나 기모진과 기묵비는 늦여름 거리를 걷고 있었다.두 사람 사이에는 더 이상 팽팽하게 대치하는 적대감은 없었고 오직 평화롭고 우호적인 기류가 흐를 뿐이었다.“경연의 일을 어떻게 알았어요? 혹시 거래하던 물건들을 어디에 숨겼는지도 알고 있어요?”기모진이 마음속에 품고 있던 의혹을 물었다.기묵비가 이 말을 듣고 가늘고 긴 눈을 몇 번 깜빡이더니 낙담한 표정을 하다가 잠시 후 입을 열었다.“초요가 나 때문에 세상을 떠난 후 난 오직 복수하려는 마음으로 꽉 찼었어. 결국 오랜 세월 집착한 내 증오심은 오해였고 내 인생도 단번에 삶의 의미를 잃어버린 것 같아.”“초요는 내가 불법적인 사업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날 설득했어. 그녀가 떠난 후 난 이미 손을 뗐지만 흑강당 사람들이 초요의 얼굴을 망가뜨렸다고 생각하니 분하고 억울해서 아예 흑강당의 밑바닥까지 샅샅이 다 들춰낼 결심을 했지.”그는 잠시 말을 멈추고 조용히 듣고 있던 기모진을 보았다.“나중에 뒷조사를 하던 중 뜻밖에 경연이라는 사람을 발견했지. 이 사람은 겉으로는 유순하고 인자한 귀공자의 탈을 썼지만 실제로는 IBCI의 직책을 이용해 강어와 흑강당을 도와 불법적인 거래를 성사시켰지.”“그는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흑강당에서도 강어 혼자만이 경연의 정체를 알고 있었지. 그런데 이미 한쪽 발이 진흙 속에 들어갔으니 깨끗이 발을 빼는 것은 불가능했어. 난 이 실마리를 따라 경연이 F국에 마련해 놓은 비밀 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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