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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황제가 사랑한 여인: Chapter 1341 - Chapter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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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1장

소만리의 시선이 기모진이 들고 있는 물건에 박혔다.옅은 구름을 달무리에 휘어감은 달이 그녀의 얼굴에 온화한 빛을 조용히 드리우고 있었다.이 순간 정말 그녀는 조용한 인형처럼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고, 아름다운 눈동자만이 달빛에 흠뻑 젖어 미세한 흔들림을 보이고 있었다.“모진.”소만리는 손을 들어 기모진의 손끝에 쥐여진 빛바랜 일곱 빛깔 조가비를 집어 들었다.기억 저편에 있던 어린 시절 추억이 소만리의 흐릿한 기억 속을 비집고 선명하게 떠올랐다.“내가 모진한테 선물한 조개껍데기야.”소만리는 조금 전 격해져 있던 감정이 누그러진 듯 속삭이며 말했다.“이게 왜 당신한테 있어? 정말 당신들이 모진을 잡은 거야? 당신이 모진한테서 뺏은 거지!”기모진은 소만리의 차가운 손을 잡았다.“소만리, 이건 당신이 나에게 준 사랑의 증표야. 난 누구에게도 준 적 없고 누구한테 뺏긴 적도 없어. 바보야, 나를 잘 봐. 내가 바로 당신이 찾던 모진 오빠야.”소만리의 눈동자가 갑자기 반짝였고 그녀는 기모진을 뚫어져라 바라보며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모습을 보였다.생각하면 할수록 소만리는 더욱 괴로운 듯 얼굴이 점점 일그러지고 있었다.“모진, 당신이 모진이라고? 당신 정말 모진이야?”그녀는 중얼거리며 손을 들어 기모진의 뺨을 어루만졌다.그녀의 손길이 닿는 촉감과 체온이 그대로 기모진의 마음속으로 흘러들었다.기모진을 향한 그녀의 시선은 점점 부드러워지고 고민도 더 깊어지는 듯했다.“내가 어떻게 모진을 못 알아보겠어? 그럴 리가. 내가 당신을 어떻게 못 알아봤을까?”소만리는 믿을 수 없다는 듯 깊이 감탄했다.눈앞에 서 있는 그가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남자라는 것을 확신하는 순간이었다.이렇게 괴로워하고 자책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니 기모진의 마음은 더욱더 아파왔다.“소만리, 당신 잘못이 아니야. 당신 지금 아프잖아. 당신이 다 나으면 날 못 알아보는 일 같은 거 절대 없을 거야.”“내가 지금 아파?”소만리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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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2장

날이 어슴푸레 밝아올 때쯤 기모진은 방 밖에서 들려오는 인기척을 듣고 화들짝 놀랐다.기모진은 방 밖으로 나가 위청재에게 소만리가 잠시 후 깨어나면 좀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위청재는 자세한 이유도 모른 채 고개를 끄덕였고 이유를 캐묻고 싶었지만 이미 기모진은 돌아서서 방으로 들어갔다.소만리는 아직 깨어나지 않았고 기모진은 그제야 눈을 감고 잠시 쉬었다.하지만 잠든 지 얼마 되지 않아 그는 악몽을 꾸기 시작했다.꿈속에서 소만리는 다시 떠나려고 했고 그는 슬픔으로 온몸이 가벼운 발작을 일으키면서 놀라 잠에서 깨어났다.깨어나 보니 침대 옆자리가 텅 비어 있었다.“소만리.”기모진은 얼른 침대에서 내려와 곧장 문밖으로 달려나가 소만리를 찾으려고 아래층으로 내려왔다.아래층 거실에 앉아 두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소만리의 모습을 보자 그의 긴장된 마음이 한순간에 풀어졌다.기모진은 다시 방으로 돌아와 서둘러 씻고 옷을 갈아입고는 얼른 아래층으로 내려와 소만리의 곁으로 돌아왔다.한 시도 한 발자국도 그녀에게서 떨어지고 싶지 않았다.“소만리.”그가 그녀를 다정하게 불렀다.기여온이 그린 그림을 보고 있던 소만리는 그의 목소리를 듣고 눈을 들어 그를 향해 빙그레 웃어 보였다.“모진, 일어났구나.”기모진는 살짝 놀라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소만리, 나 알아보겠어?”소만리는 웃으며 기모진을 향해 말했다.“오늘 나 심리치료 가는 날 맞지? 나 이미 준비 다 됐어. 당신 뭐 좀 먹고 나서 우리 출발해.”“...”기모진은 다시 한번 어리둥절해졌다.소만리가 먼저 정신과 의사를 만나러 가는 일을 꺼냈다.그래서 지금 그녀는 자신이 아프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일까?기모진은 대충 아침을 먹고 나서 소만리를 데리고 정신과 의사를 만나러 갔다.소만리는 의외로 순순히 치료에 협조했고 심리치료사조차도 소만리의 이런 긍정적인 태도가 회복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의사의 말은 기모진에게 많은 자신감을 불어넣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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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3장

소만리의 손발이 순식간에 차갑게 식었고 마치 얼음물에 온몸이 송두리째 빠진 듯 으스스한 기운에 둘러싸였다.사람의 손이 그림자를 드리우며 그녀의 머리 위를 스쳐 지나갔고 남자가 손에 든 책을 그녀에게 내밀며 말했다.“받아.”남자가 다시 입을 열었다.소만리는 이 목소리를 듣고 당황하여 몸을 홱 돌렸다.그녀가 눈을 들어보니 가늘고 길쭉하게 골을 이룬 눈매에 교활하고 음침하게 웅크린 눈동자가 보였다.모처럼 안정되었던 소만리의 감정이 다시 걷잡을 수 없이 요동치기 시작했다.“경연.”그녀는 핑크빛 입술을 떨며 불안하게 그의 이름을 내뱉었다.경연은 손을 들어 캡 모자를 아래로 지그시 내려 그의 깊은 눈동자를 가리고 얇고 창백한 입술을 들썩이며 말했다.“난 또 당신이 날 잊은 줄 알았지.”그가 속삭이는 말속에 의미심장한 꿍꿍이가 숨어 있는 것 같았다.소만리가 당황한 표정을 하자 경연은 손을 들어 그녀의 얼굴을 만지려고 했다.그러나 그녀는 황급히 경연의 손길을 피해 도망치려 했고 경연이 재빨리 그녀의 앞을 가로막았다.“무슨 생각 하는 거야? 당신 또 뭘 하고 싶은 거야?”소만리는 횡설수설하며 물었다. 눈빛에는 공포가 가득 차 있었다.“내 말만 잘 들으면 당신 괴롭히지 않는다고 했지. 그런데 소만리, 당신은 그러지 못했어.”“소만리.”경연의 협박 섞인 말이 떨어졌고 기모진의 목소리가 저 앞쪽 책꽂이에서 들려왔다.경연도 기모진의 발자국 소리가 다가오는 것을 들었고 자신에게 시간이 많지 않음을 깨달았다.“소만리, 당신 부모님이 무사하길 바란다면 날 따라와.”경연이 목소리를 낮추며 위협했다.그는 현재 소만리의 혼란스러운 기억을 이용해 그녀의 감정을 통제하려는 것이었다.“이 남자는 기모진이 아니야. 당신 속고 있는 거야.”“이 사람은 모진이야.”소만리는 완강하게 반박했다.“이 사람은 내가 준 조개껍데기를 가지고 있어.”“조개껍데기? 그건 이 남자가 훔친 거야.”경연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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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4장

기모진은 소만리의 이름을 부르지 않았다.섣불리 경솔한 행동을 해서 경연이 소만리에게 몹쓸 짓을 할까 봐 두려웠다.경연은 기모진이 다가오고 있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고, 택시 문을 열어 소만리에게 올라타라고 명령했다.소만리는 의심 가득한 눈으로 경연을 보았고 눈살을 찌푸리며 내키지 않는 듯 몸을 돌렸다.그녀가 막 택시에 오르려던 순간 곁눈으로 기모진이 급히 걸어오는 모습이 보였다.그녀가 돌아보며 반가운 웃음을 지었다.기모진도 소만리가 자신을 본 것을 알아차리고 그가 다가오는 것을 경연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 검지를 입에 대며 그를 아는 척하지 말라는 신호를 소만리에게 보냈다.그러나 소만리는 한발 앞서 기모진을 향해 자연스럽게 소리쳤다.“모진!”소만리가 웃음 지으며 기모진을 부르면서 그를 향해 달려가려고 했다.경연은 그제야 이미 그의 정체가 기모진에게 발각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기모진에게 달려가려는 소만리를 보고 재빨리 잡아당겨 자기 앞으로 끌어당겼다.기모진은 경연의 행동을 막고 싶었지만 거리가 멀어서 그저 소만리가 경연에게 잡혀 있는 모습을 지켜보아야 했다.“경연, 소만리 놔줘!”“그런 유치한 소리 하지 마. 내가 소만리를 보고 달려왔는데 순순히 놔줄 것 같아?”경연은 시커먼 눈을 치켜뜨고 입가에 비열한 웃음을 띠었다.하지만 경연은 총상 때문인지 컨디션이 별로 좋아 보이지 않았다.“기모진, 내가 지금 숨어 있는 것이 그저 최후의 발악일 수도 있다는 거 알고 있어. 하지만 당신 잘 들어. 내가 잡히기 전에 당신에게 사랑을 잃는 아픔이 뭔지 꼭 느끼게 해줄 거야.”경연은 완력으로 소만리를 택시 안으로 밀어 넣고 자신도 뒤따라 차에 올라타서 운전기사에게 명령했다.“출발해!”“소만리!”기모진은 택시로 달려들었고 택시 안에 붙잡힌 소만리가 차창을 힘껏 두드리며 당황한 표정으로 그에게 뭐라고 말하는 모습을 보았다.그녀의 입술 모양을 보니 끊임없이 기모진의 이름을 부르고 있는 것이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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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5장

경연의 말에 비로소 소만리는 지금이 심각한 위기 상황이라는 걸 깨달았다.그녀는 몸을 옆으로 돌려 힘겹게 땅에서 일어나려고 했지만 경연이 완력으로 그녀를 끌어당겨 그와 마주 보게 하였다.“소만리, 이 마지막 기회를 놓쳐서는 안 돼.”경연은 거침없이 야욕을 드러내고 있었고 두 눈빛은 지옥에서 온 악마처럼 불을 뿜고 있었다.이윽고 악마의 손길이 스멀스멀 그녀의 치마로 향하더니 망설임 없이 찢었다.소만리는 몹쓸 짓을 하려는 경연의 손을 잡고 망설임 없이 깨물었다.경연은 아파서 얼굴을 찡그렸다. 소만리가 이런 저항을 할 줄 몰랐다.그러나 그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소만리의 두 손을 자신의 손으로 누르고 고개를 숙여 그녀에게 키스하려고 했다.“나쁜 놈! 이거 놔!”소만리는 온 힘을 다해 발버둥 쳤지만 역부족이었다.그녀는 기모진의 이름을 부르며 그가 어서 나타나 자신을 구해주기를 기도했다.“이 나쁜 놈아! 모진한테 데려다주겠다고 하더니 거짓말이었어. 날 속인 거야!”소만리는 화가 나서 소리쳤다.키스하려고 다가가던 경연은 갑자기 허공에서 멈추었다.소만리가 지금 한 말을 듣고 경연은 그녀의 정신 상태에 뭔가 문제가 있음을 깨달았다.정상적인 소만리는 절대 이런 말을 하지 않는다.허허, 그녀는 역시 나 때문에 미쳐버렸다.경연은 넋을 잃고 어안이 벙벙해 있었다.이때 소만리는 두 손을 필사적으로 경연의 손에서 빼내어 그의 어깨를 힘껏 밀어버렸다.경연은 미처 대비하지 못했고 하필이면 소만리가 건드린 어깨는 경연이 총상을 입은 곳이었다.“악!”그는 고통스럽게 염증이 생긴 상처를 손으로 감쌌고 이마에는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혔다.소만리는 경연이 왜 그런 반응을 보이는지 알지 못한 채 기어서 문 쪽으로 빠른 걸음으로 걸어가 경연의 통제 범위를 벗어나려고 했다.그러나 문 앞에 다다르자 그녀는 문득 걸음을 멈추었다.소만리는 바닥에 주저앉아 괴로운 표정을 짓고 있는 경연을 돌아보며 눈살을 찌푸렸다.어깨의 염증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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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6장

그녀는 의심스러운 생각이 들었지만 일단 피로 물든 거즈를 단호하게 뜯어냈다.선혈이 낭자한 그 상처를 보고 소만리는 어리둥절했다.“당신 나 속였지. 내가 밀어서 된 게 아니잖아.”소만리는 불만스러운 듯 노려보았다.“당신 정말 나쁜 놈이야. 모진한데 데리고 간다고 날 속인 것도 모자라 이제 와서 내가 밀쳐서 다쳤다고 또 속이고 있어.”경연은 소만리가 따지는 소리를 들으며 대수롭지 않게 웃었다.소만리는 입술을 지그시 깨물며 경멸하는 눈빛으로 경연을 쏘아보았다.“난 당신을 어떻게 하지 않을 거야. 그러니 당신도 내 엄마 아빠를 놓아주고 그리고 모진을 더 이상 괴롭히지 마.”소만리의 요구를 들으며 경연은 순간 마음이 복잡해졌다.그녀의 부모는 이미 안전한 곳이 있고 기모진도 무사하다.이건 분명히 그녀도 알고 있을 텐데 그녀는 지금 기억을 잃은 탓인지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역시 그녀의 정신 상태에 문제가 있는 것이 틀림없다.생각이 여기까지 이르자 경연의 긴 눈썹이 깊게 일그러졌다.반년 전 그녀를 만났을 때 당당하고 자신만만한 그녀의 모습에는 사람을 매료하는 보이지 않는 매력이 온몸에서 넘쳐흘렀다.경연은 그 모습에 홀리듯 그녀에게 사로잡혔다.경연이 아무리 괴롭혀도 그녀는 끈질기게 굴복하지 않고 버텼다.하지만 그에게 괴롭힘을 당한 끝에 결국 이런 꼴이 되고 말았다.말없이 생각에 잠겨 있던 경연은 문득 어깨에서 따끔하고 차가운 느낌이 밀려드는 것을 느꼈다.그가 정신을 차리고 보니 소만리가 약간 몸을 구부리고 손에 알코올 면봉을 들고 조심스럽게 상처를 소독해 주고 있었다.소만리의 이런 행동은 경연을 적잖이 놀라게 했다.지금 이런 상황에서 소만리가 자신을 도울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경연은 진지한 표정을 하고 있는 소만리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예전에 경연은 소만리가 기모진과 함께 도망가지 못하게 하기 위해 그녀에게 총을 쏘아 관통한 적이 있었다.그가 그녀에게 많은 피를 흘릴 정도로 큰 부상을 입혔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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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7장

경연의 눈빛은 더없이 온화했다. 더 이상 음흉하고 교활한 기색은 전혀 없었다.그러나 소만리는 왠지 이런 경연의 모습이 꺼림칙했다.“뭐라고? 뭘 바란다고?”경연은 어깨를 감싼 상처를 보고 손을 뻗어 소만리의 손을 잡아당기려 했지만 예상대로 소만리는 그의 손을 피하며 말했다.“도대체 나한테 뭘 바란다는 거야?”그녀는 직설적으로 물었다.경연은 자조하듯 고민하며 웃었다.“곧 알게 될 거야.”그는 의미심장한 말을 마치고 천천히 일어나 불안과 알 수 없는 찝찝함에 가득 찬 소만리의 눈빛을 마주 보고 갑자기 정색을 하며 입을 열었다.“소만리, 당신이 내가 바라는 걸 다 해주면 내가 직접 기모진한테 데려다줄게.”소만리는 눈을 크게 떴다. 분명히 경연의 말을 믿을 수는 없었지만 그녀는 자신에게 다른 선택지가 없다는 것을 알았다.기모진이 차를 불러 경연의 차를 뒤쫓았지만 교차로를 지날 때 경연과 소만리가 탄 차를 놓쳐버렸다.그는 CCTV를 조사해 본 후 결국 그들의 차가 아주 낡고 작은 집으로 갔다는 걸 알고 찾아갔다.그러나 기모진이 도착하자 이미 그 집에는 아무도 없었다.아무도 없다는 걸 알면서도 기모진은 희망을 버리지 못하고 소만리의 이름을 불렀다.기모진은 어디선가 소만리가 대답하기를 기대했지만 그의 부름에 돌아오는 건 고요한 침묵뿐이었다.단서를 찾던 기모진은 테이블 위에서 의료용 상자와 사용하던 면봉, 피 묻은 거즈를 보았다.기모진은 이곳에 틀림없이 경연이 머물렀음을 확신할 수 있었다.그러나 도대체 경연이 어디로 소만리를 데리고 갔는지 알 수 없었다.그는 차로 돌아와 약간 의기소침한 듯 의자에 머리를 기댔다.기모진, 너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거야?눈앞에서 소만리가 경연에게 끌려가게 하다니!말끝마다 소만리를 보호한다고 큰소리치더니 그 결과가 이거야?넌 또다시 소만리를 위험한 상황에 빠뜨렸어.마음속에서 끝없이 밀려드는 자책과 후회로 기모진은 수없이 자신을 꾸짖었다.하지만 이제 와서 자책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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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8장

”그 소만리는? 같이 안 왔어?”기대로 가득 찬 사화정의 눈이 기모진을 바라보았다.기모진은 눈썹을 찡그렸고 안타까워하며 사화정에게 말했다.“곧 소만리를 데리고 올 테니 장모님, 너무 걱정 마세요. 소만리 꼭 무사히 집에 돌아올 거예요.”말을 마친 후 기모진은 얼른 돌아섰다.그는 원래 기 할아버지에게 몇 가지 질문을 하려고 했지만 이미 그럴 마음이 사라졌다.사실 모현이 한 말은 다 맞는 말이다. 경연은 미친놈이다.그는 이제 막다른 골목에 이르렀고 승리를 만회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소만리였다.기모진은 경도에 있는 거의 모든 세력을 다 동원했고 반나절쯤 지났을 때 드디어 단서를 손에 넣었다.석양이 이글거리는 거리에서 경연은 크림을 듬뿍 넣은 아이스크림을 들고 소만리에게 내밀었다.소만리는 별로 탐탁지 않았지만 경연은 아이스크림을 소만리의 손에 직접 쥐여주며 말했다.“내가 사 주는 거, 다 먹어.”그는 쌀쌀맞은 말투로 말하며 머리 위의 캡 모자를 한번 눌러 다진 후 소만리의 손을 잡고 멀지 않은 곳에 보이는 대형 놀이공원으로 향했다.이곳은 경도에서 가장 인기 있는 대형 놀이공원이라 매주 일요일 저녁 7시에 화려한 불꽃놀이가 펼쳐진다.오늘은 일요일이다. 소만리는 마지못해 경연을 따라 놀이공원으로 들어갔다.눈을 돌려 보니 온통 달콤한 커플들뿐이었다.소만리와 경연은 자연스레 낯선 사람들 속에서 커플이 되었다.“날 그렇게 오랫동안 끌고 다니더니 여기 데려와서 도대체 뭘 하려는 거야?”소만리는 곤혹스러웠다.경연은 손에 들고 있는 아이스크림만 바라보았다.“내가 뭘 하고 싶은지 알 필요 없어. 당신은 그냥 내가 하라는 것만 하면 돼. 날 만족시켜주면 당신의 모든 요구를 다 들어줄게.”“모든 요구? 더 이상 당신 곁에 머물라고 강요하지 않겠다는 뜻도 포함한 거야?”경연은 이 말을 듣고 발걸음을 멈추었다.이 말을 듣고 보니 소만리가 얼마나 자신을 미워하고 자신의 속박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는지 알 것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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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9장

소만리는 눈을 번쩍 떴다. 입안의 아이스크림이 순간 아무 맛도 나지 않을 만큼 깜짝 놀랐다.그녀의 정신 상태가 아무리 정상이 아니라 해도 지금 이 말은 알아들을 수 있었다.소만리의 머릿속에 자신도 모르게 기 할아버지의 인자하고 온화한 얼굴이 떠올랐다.“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할아버지는 그런 사람이 아니야.”소만리는 아무 생각 없이 기 할아버지를 옹호했다.“증거가 있어!”경연은 냉랭한 목소리로 반박했다.소만리는 깜짝 놀란 듯 침묵에 잠겼고 경연은 다시 입을 열었다.“내 할아버지와 기모진의 할아버지는 그 당시 둘도 없는 친구였어. 내 할아버지는 기모진의 할아버지를 너무 믿었던 탓에 끝내 유종의 미를 거두지 못했어.”경연은 더 말하고 싶었지만 지금의 소만리가 도저히 알아듣지 못할 것 같았다.그는 한숨을 내쉬었고 자조 섞인 미소를 띠며 혼자 중얼거리는 듯 말했다.“가장 친한 친구한테 배신당하는 게 어떤 기분인지 당신도 당해봐야 한다고 생각했어.”경연은 소만리를 바라보며 계속 말을 이었다.“예전에 당신도 날 그렇게 믿었잖아. 그런데 내가 당신한테 접근한 것은 내 할아버지의 복수를 위해서였어. 난 기 씨 집안사람들이 너무 밉고 원망스러워.”그는 잠시 숨을 돌렸다. 어두운 시선은 여전히 소만리의 눈을 에워싸고 있었지만 눈빛은 오히려 한결 부드러워졌다.“하지만 나도 모르게 당신을 좋아하게 된 걸 알고 난 후, 나는 더욱 기모진이 미워졌어.”경연의 눈에 한 줄기 달갑지 않은 빛이 돌았고 갑자기 그는 손을 번쩍 들어 소만리의 두 어깨를 움켜쥐며 감정이 격해졌다.“소만리, 당신 정말 바보야? 그 남자가 예전에 당신을 그렇게 괴롭히고 다른 사람이 당신의 얼굴을 망가뜨리고 각막을 적출한 것도 모자라 숨이 막힐 정도로 당신을 수술대로 몰아붙이게 하도록 눈감아주었는데 어떻게 그런 사람을 용서할 수 있어?”그의 말투는 갑자기 격해졌고 눈썹도 팽팽하게 긴장되어 있었다.“정말 기모진을 그렇게 사랑한 거야? 설령 그가 당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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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0장

”소만리!”기모진은 드디어 소만리를 찾았다는 반가움에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초조하고 애가 타던 그의 심장 박동이 조금은 진정되는 것 같았다.그러나 기모진이 소만리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려고 하던 순간 소만리 옆에 서 있는 경연의 모습이 보였다.기모진의 눈동자에는 순식간에 거센 파도가 일었다.그와 함께 온 경찰과 IBCI 요원들도 소만리와 경연이 있는 곳을 주목하였다.검은 옷을 입고 캡 모자를 눌러쓴 남자가 경연이라는 것을 알아봤다.“맞아. 경연이야. 즉시 작전을 전개해야 하겠지만 우선 인질의 안전을 확보해야 해.”기모진은 눈살을 찌푸리며 걱정스러운 듯 말했다.“여긴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섣불리 검거하다가는 패닉 상태로 빠져 인명피해가 날 수도 있어.”그는 경연을 체포할 때 일어날 수 있는 일련의 사고를 염두에 두었다.그러나 그의 시선은 소만리의 몸에 머물며 좀처럼 눈을 떼려고 하지 않았다.지금 그의 마음에 내려앉은 형용할 수 없는 괴로움을 아무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경찰과 IBCI 동료들은 모두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기모진은 경연에게 제압당한 소만리를 보며 눈빛을 가다듬었고 패닉 상황을 만들지 않고 경연을 체포할 좋은 방법이 떠올랐다.소만리와 전망대에 있던 경연은 시계를 보았다. 마지막 10초만 지나면 7시가 된다.그리고 불꽃이 밤하늘을 수놓는 순간 자신이 온전히 소만리를 차지할 수 있다는 생각에 심장이 벅차올랐다.이 순간 자신이 기모진을 이기지는 못했지만 그렇게 비참하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이것은 그가 남자로서 마지막으로 자신의 존엄을 되찾을 수 있게 해 주는 것이었다.그러나 10여 초가 지나자 검푸른 밤하늘 아래에는 몇 개의 별이 반짝일 뿐 기대했던 불꽃은 터지지 않았다.다소 지연되는 건가 하고 생각했는데 몇 분 후 스피커에서 고객 사과 방송이 흘러나왔다.“죄송하지만 장비의 문제로 인해 오늘 밤 불꽃놀이는 예정대로 진행되지 못함을 알려드립니다. 관람객들은 질서 있게 불꽃놀이 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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