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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가 사랑한 여인의 모든 챕터: 챕터 1351 - 챕터 1360

2479 챕터

1351장

그 순간 소만리도 얼굴에 뭔가 뜨거운 것이 튀는 것을 느꼈다.새빨간 선홍색이 경연의 가슴에서 줄줄 흘러내렸다.보기만 해도 몸서리치는 피가 소만리의 두 눈을 덮어버렸다.그녀는 놀라서 두 눈을 크게 떴고 아름다운 두 눈동자는 눈앞에 벌어진 상황이 믿기 힘든 듯 동요가 일고 있었다.경연은 누군가 몰래 자신을 노리고 있을 줄은 몰랐다.총알이 그의 심장을 관통했고 그 순간 자신의 인생이 막바지에 이르렀음을 알게 되었다.하지만 뭔가 내려놓지 못하는 것이 있는 것처럼 두 눈에 집착하는 빛이 서려 있었다.경연은 소만리의 손목을 잡고 있던 손을 무의식적으로 꽉 쥐었다.그러나 점차 그의 두 눈에는 윤기가 사라지기 시작했고 초점도 흐려졌다.완전히 쓰러지기 직전 경연은 소만리를 향해 들릴 듯 말 듯 세 글자를 내뱉었다.놀라서 눈을 크게 뜨고 있던 소만리는 천천히 그녀의 눈앞에서 쓰러지는 경연을 바라보았다.소만리의 머릿속에는 심장을 벌렁거리게 하는 피와 경연이 쓰러지기 직전 내뱉은 세 글자만이 뱅글뱅글 맴돌고 있었다.“소만리!”소만리가 놀라 멍해 있는데 귓가에서 절규하는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순간 그녀는 익숙한 기운이 자신에게 다가오는 것을 느꼈고 강인한 두 팔에 그녀는 꼭 안겼다.그러나 소만리는 온통 새빨간 피바다에 마음이 불안하고 당황스러워서 머리가 어지러울 뿐이었다.그녀는 자신을 안은 남자를 미처 볼 겨를도 없이 눈앞이 캄캄해지며 그 자리에서 기절하고 말았다.“소만리, 소만리!”기모진은 정신을 잃고 쓰러진 소만리를 초조한 마음으로 안아 올렸고 이미 저항능력을 상실한 경연이 땅바닥에 붙잡혀 있는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기모진은 경찰이 총을 쏠 줄은 몰랐다.그러나 그 자리에서 경연이 총에 맞는 모습을 보고 소만리가 충격을 받아 기절했을 거라는 건 짐작할 수 있었다.경찰들이 곧 달려왔고 기모진은 두 눈을 반쯤 뜬 채 피바다에 쓰러져 있는 경연을 보며 검은 눈썹을 살짝 찡그렸다.“구급차를 불러서 당장 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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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2장

수술실 문밖에 있던 동료는 경연의 상황을 알렸다.“총알이 맞은 위치가 심장에 가까워 출혈이 너무 많아 상황이 좋지 않군요.”기모진은 눈썹을 치켜세우며 말했다.“그때 왜 총을 쐈지? 난 경연이 내 아내를 놓아주게 할 자신이 있었는데.”“경찰은 당시 경연이 부인과 말다툼을 하는 것을 보고 강제로 아내를 데리고 가려는 걸로 보았어요. 인질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그리고 확실히 경연을 체포하기 위해서 총을 쏜 것으로 보여요.”이런 까닭을 듣자 기모진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사실 그는 아까 그 상황에서 그들 두 집안의 윗대에 대한 원한을 경연에게 분명히 설명하면 경연이 자연스럽게 소만리를 풀어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그런데 뜻밖에도 경찰이 총을 쏴 버린 것이다.경연은 아직 응급실에 있고 생존 가능성은 희박하다.기모진의 시선은 침대 위에 잠들어 있는 여인에게 내려앉았고 눈빛은 부드러웠다.소만리, 당신도 분명 많이 놀랐을 거야.살아 있는 사람이 당신 앞에서 그렇게 쓰러졌으니.당신 분명히 충격을 받았을 거야.기모진은 소만리의 곁을 잠시 지켜보다가 갑자기 모현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낮은 소리로 말했다.“잠시 소만리를 쉬게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장인어른 잠시 나와보세요.”기모진은 이불을 소만리에게 덮어준 뒤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문밖으로 옮겼다.모현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소만리는 정말 괜찮아? 경연은 잡혔어?”아까 일어난 일을 떠올리며 기모진은 솔직하게 털어놨다.“경연이 소만리를 강제로 데려가려 하자 경찰이 소만리의 안전을 우려해 경연에게 총을 쐈어요. 현재 병원에서 응급처치 중이고 아직 생사 여부는 알 수 없어요.”모현은 적잖이 놀라는 눈치였다. 이윽고 그는 소만리의 상황을 걱정하며 물었다.“경연이 눈앞에서 총을 맞는 걸 보고 소만리가 기절한 건가?”기모진은 수심에 가득 찬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네. 그런 것 같아요.”“아유. 그 경연이 놈!”모현은 분통을 터뜨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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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3장

노여워하는 남자의 목소리가 현관에서 귀에 거슬리게 들려왔다.기모진은 눈을 들어 곧장 쳐들어온 두 사람을 똑똑히 보았고 순간 그들이 여기 온 이유를 깨달았다.그는 시중에게 다른 일을 하라고 손짓으로 일렀고 옅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만약 당신들이 시간이 있다면 지금 가야 할 곳은 병원이지 이곳에 와서 두 분의 성정을 드러낼 일은 아니라고 보는데요.”“뭐라고? 기모진, 네가 우리 경연을 쏴 죽였는데도 감히 자신과 아무 상관없는 일처럼 말하다니! 기모진, 잘 들어! 절대 경연이 이렇게 불분명한 상태로 죽게 놔두지 않을 거야!”경연의 엄마는 두 눈에 눈물을 머금고 욕설을 퍼부으며 뼈아픈 표정을 지었다.경연의 아버지도 노발대발하며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기모진, 우리 경연이 정말 그 강연이라는 여자를 죽였다 하더라도 그것은 경찰이 와서 단죄를 할 일이야! 네가 뭔데 우리 경연을 이렇게 죽여!”“너희 기 씨 집안사람들은 우리 경 씨 집안을 괴롭히는 데에 아주 취미가 붙어서 우리 아버지를 죽인 것도 모자라 이제는 우리 아들까지 죽인 거야!”기모진의 눈썹이 치켜올라갔고 눈에는 노한 빛이 번졌다. 그는 엄숙한 표정으로 강조했다.“예전이나 지금이나 우리 기 씨 집안은 누구에게도 해를 끼친 적이 없어요. 앞으로도 마찬가지구요.”그는 기세가 당당했고 눈빛은 더욱 엄숙했다.“한 번만 말씀드릴 테니 잘 들으세요. 당신 집안 어르신의 죽음은 내 할아버지와 아무 상관없어요. 만약 경연이 이번 총상으로 목숨을 잃는다면 그것은 자업자득일 뿐입니다. 다른 사람과는 아무 상관이 없어요.”“너, 지금 네가 우리 경연이 보고 자업자득이라고 하는 거야!”경연의 엄마는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화를 내며 책임을 회피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분명히 너랑 소만리야. 너희들이 우리 경연을 죽인 거야! 소만리 그 지조도 없는 여자가 우리 경연의 감정을 가지고 농락했던 거야. 그런데 지금 당신이 더 미워! 그 여자한테 화풀이하려고 우리 경연을 총 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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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4장

경연의 엄마는 악랄하게 저주했다.이 말을 듣고 기모진은 삽시간에 검은 눈썹을 치켜올렸고 그가 막 경고하려는 찰나 경연의 엄마는 스스로 지나치게 흥분한 탓인지 그대로 기절하고 말았다.기모진은 화를 억누르고는 곧바로 한쪽으로 가서 전화를 걸었다.인터넷에 떠도는 동영상을 모두 차단해달라고 요청했고 소만리에 대한 언급도 마찬가지로 차단해달라고 했다.하지만 이를 처리하고 나자 인터넷에는 오히려 여론이 들끓었다.기모진이 경연을 죽인 게 마음에 켕겨서 검색어 삭제를 요청했다는 것이다.그는 네티즌들의 이런 견해에 개의치 않았다.그가 지금 이렇게 처리한 것은 단지 소만리가 이 일에 연루되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았을 뿐이다.경연이 중환자실에 보내진 후 기모진은 경연의 상태를 보러 갔다.처음에는 그렇게 온화하고 겸손한 귀공자의 모습이었는데 지금은 빛을 볼 수 없는 살인자의 신분이 되었다.참 아이러니하다.경연, 당신은 똑똑한 사람이었는데 왜 할아버지의 일을 제대로 조사도 하지 않고 있지도 않은 원한에 집착했던 거야?당신의 그 집착 때문에 아무런 죄도 없는 소만리가 이렇게 당신한테 괴롭힘을 당했어.복수해야 할 사람은 나야.기모진은 중환자실에서 더 머무르지 않고 곧장 나왔다.밤늦은 시간이 다 되어 기 씨 본가로 돌아온 기모진은 가족들이 모두 잠든 줄 알았지만 방으로 돌아와 보니 위청재와 모현이 침실 창가에 있는 소파에 앉아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사화정은 침대 옆에 앉아 깨어나지 않은 소만리를 눈도 깜짝하지 않고 지켜보고 있었다.기모진이 돌아온 것을 보고 모현과 위청재가 동시에 상황을 물었다.“모진아, 경연이 정말 죽었어?기모진은 아직 깨어나지 않은 소만리를 바라보며 얇은 입술을 움직였다.“지금 중환자실에 있어요. 깨어날 수 있을지 없을지 미지수예요.”“뭐? 무슨 소리야?”기모진의 말을 듣고 갑자기 사화정이 굳은 표정으로 다가왔다.“소만리가 깨어날지 안 깨어날지 미지수란 말이야? 그게 무슨 뜻이야? 분명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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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5장

순간 기모진은 소만리가 깨어나는 것을 느꼈다.그가 눈을 내리깔았고 소만리의 두 눈이 두려움과 혼란으로 가득 차 있는 것이 보였다.그녀의 눈빛은 몇 분 동안 공허하게 천장을 바라볼 뿐이었고 몇 초가 지나서야 그녀는 자신의 곁에 누군가가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듯했다.가까이 앉아 있는 기모진을 보자마자 그녀는 이불을 잡더니 놀라서 바로 튀어 오르듯 앉았다.“오지 마!”기모진은 순간 마음이 철렁 내려앉았다. 마음이 차가운 호수 바닥으로 끝 모르게 떨어지는 것 같았다.역시나 우려했던 상황이 일어났다.“소만리, 나 기모진이야.”기모진이 말했다. 그러나 소만리는 듣는 둥 마는 둥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채 침대 모서리로 움츠러들었다.날렵하고 예쁜 큰 눈은 당황하고 초점 없이 앞을 보고 있었다.“소만리, 소만리. 왜 그래? 나 모진이야. 무서워하지 마.”기모진은 천천히 다가가 인내심을 가지고 다정하게 말했다.“소만리, 이제 끝났어. 경연은 더 이상 당시 괴롭히지 않을 거야.”“경연?”소만리는 경연의 이름에 반응을 보였고 무심히 앞을 바라보며 어린아이처럼 중얼거렸다.“경연, 나를 모진에게 데려가주겠다고 했었어. 자기 말만 잘 들으면 내 엄마 아빠도 놓아주고 날 직접 기모진이 있는 곳에 데려다주겠다고 말했어. 모진이 날 찾아와서 내가 모진한테 가고 싶다고 했는데 그 사람이 허락해 주지 않았어. 그리고.”소만리는 말을 하다 말고 얼굴이 하얗게 질린 표정을 했다.그 순간 그녀의 머릿속에 경연이 그녀 앞에서 총을 맞고 쓰러지는 장면이 떠올랐다.경연의 상처에서 튀어나온 붉은 피가 아직도 뺨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것 같았다.그녀는 정말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았지만 머릿속에서는 그 장면을 지울 수 없었다.“아!”소만리는 갑자기 고통스럽게 손을 들어 자신의 머리를 감쌌다.“소만리!”기모진은 급히 다가가 괴로워하는 그녀를 안았다.“경연은 죽었어! 경연이 죽었다고! 죽었어!”소만리는 기모진의 품에 안겨 횡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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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6장

기모진은 그녀가 불안해하는 것을 느꼈다.“소만리, 무서워하지 마. 다시는 당신을 내 시야에서 멀어지게 하지 않을 거야. 무서워하지 마. 응?”소만리는 멍하니 있다가 마침내 고개를 들고 봄날의 햇살 같은 기모진의 따뜻한 눈빛을 마주 보았다.그녀의 눈에는 맑고 청초한 빛이 스쳐 지나갔다. 마치 눈앞의 남자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떠오른 것 같았다.“모진? 당신이 모진이야?”“그래. 나 모진이야. 당신 소만리의 남편.”기모진은 확실히 답을 해 주었다.소만리는 눈썹을 찌푸리며 살짝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다.“모진, 나 당신 잘 모르겠어. 그렇지만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모진이라는 건 기억나.”기모진은 이 말을 듣고 가슴이 바늘에 찔린 듯 욱신거렸다.“그런데 내가 어떻게 제일 사랑하는 사람 얼굴도 못 알아볼 수가 있어? 모진, 당신 나 원망할 거야?”“바보야. 내가 왜 당신을 원망해.”기모진은 소만리의 걱정 가득한 얼굴을 어루만지며 고개를 숙여 가볍게 입술을 맞추었다.소만리는 눈동자를 들어 올리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나 언제 괜찮아질까? 영원히 안 좋으면 어떡해? 끝까지 당신을 전혀 못 알아보는 거 아냐?”“아니야.”기모진은 소만리의 걱정을 단호하게 잘라 말하며 수척해진 소만리를 끌어안고 머리를 쓰다듬었다.“소만리, 언젠가 당신이 정말로 날 완전히 잊었다고 해도 난 꼭 당신이 날 다시 사랑하게 될 거라고 믿어. 우리 사이의 굴레는 그렇게 쉽게 사라지지 않아.”기모진은 소만리의 근심 어린 눈동자를 사랑스럽게 바라보았다.“소만리, 당신이 어떻게 되든 내가 평생 돌봐줄게. 사랑해.”소만리는 넋을 잃고 기모진을 바라보다가 엷은 미소를 지었고 그의 가슴에 기대어 더 이상 아무 걱정 없이 눈을 살며시 감았다.다음날, 기모진은 잠에서 깨어나자마자 인터넷에 반갑지 않은 기사들이 엄청나게 올라오는 것을 보았다.네티즌들은 모두 기모진이 사적인 원한을 품고 경연을 사살한 것이라고 지목하고 있었다.도대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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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7장

기모진은 이상한 낌새를 느끼고 조용히 뒤를 돌아보았다.소만리가 의아한 표정으로 그의 뒤 멀지 않은 곳에 서 있었다.그녀가 언제 그를 따라 나왔는지 기모진은 알지 못했다.방금 기자들이 물어본 말을 모두 들었을 텐데 그래서 그런지 소만리의 표정이 심상치 않아 보였다.“소만리.”기모진이 그녀에게로 돌아섰고 뒤따라온 기자들이 소만리에게 카메라를 들이대고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소만리, 어젯밤 경연이 총에 맞았을 때 당신과 함께 있었나요?”“기 부인, 도대체 경연과는 무슨 사이인가요?”“기모진이 경연을 쏜 이유가 경연과 당신이 바람을 피웠기 때문인가요?”기자들은 이런 얼토당토않은 말들을 물었고 기모진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그는 몸을 홱 돌려 냉엄하고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진실을 추구한다는 허울좋은 명목으로 억측과 누명을 씌우고 죄명을 덮어씌우는 기자님들, 당신들 앞으로 변호사가 곧 소장을 보낼 테니 딱 기다리고 있어.”기모진의 냉엄한 말에 빈틈없는 매서운 기세까지 더해져 눈앞의 기자들은 갑자기 모두 놀라 멍해졌다.“기자의 소명은 진실을 찾는 것이지 여기서 진실을 조작하는 것이 아니야!”“...”기모진의 혹독한 눈빛에 싸늘한 냉기까지 배어 있었다.기모진의 역린까지 건드릴까 봐 기자들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다들 당장 가. 내 눈에 띄지 말고!”그는 마지막 말을 내던지고 돌아서서 소만리를 데리고 집으로 들어가려고 하자 소만리는 이미 그의 곁으로 다가와 있었다.그녀의 청아하고 티 없이 작은 얼굴에는 풀리지 않는 당혹감이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저 사람들 지금 뭐라고 하는 거야?”소만리는 이유를 알 수 없다는 듯 물었고 예쁜 눈썹을 살며시 찌푸리며 말했다.“삼각관계가 무슨 뜻이야? 왜 저 사람들은 내가 경연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다고 말한 거야?”기모진은 서둘러 차근차근 설명하며 위로해 주었다.“소만리, 저 사람들 헛소리하는 거야. 듣지 마. 당신과 경연 사이에는 아무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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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8장

”소만리.”“아.”소만리는 갑자기 괴로워하며 머리를 움켜쥐고 다른 사람이 보면 이상하게 생각할 것 같은 말을 했다.“왜 그러지? 왜!”“소만리!”기모진은 긴장한 모습으로 소만리의 어깨를 감쌌다.그녀가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니 그의 마음도 덩달아 미어지는 듯 아팠다.“소만리, 자신을 너무 힘들게 하지 말고 쓸데없는 생각도 하지 마. 우리 어서 방으로 돌아가자.”그는 소만리의 손을 잡고 뒤를 돌아보며 위청재에게 귀띔했다.“경찰에 신고해 주세요. 집 앞에서 누가 소란을 피운다고.”위청재는 고개를 끄덕이며 당황한 기자들을 노려보았다.“나 경찰에 신고할 거야!”위청재가 이렇게 말하자 기자들은 하나둘씩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기자들은 근처 조금 떨어진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이렇게 하면 기자들은 그 근처를 벗어나지 않아도 되고 경찰 신고도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이곳은 기 씨 가문 대문 앞이었고 기모진은 만만하지 않은 인물이었다.그러나 방금 소만리의 반응에서 기자들은 대부분 다음에 쓸 원고를 생각해 냈다.당당한 경도 제일 가문 작은 사모님이 미쳤다?이것은 큰 뉴스거리이다.물론 더 주목할 것은 소만리가 미친 사람이 된 것이 아니라 이 제목에서 그들이 내놓을 수 있는 말이 많다는 것이었다.나름 미끼인 셈이다. 기모진이 소만리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온 후 그녀의 감정은 다시 걷잡을 수 없이 통제 불능이 되었다.사화정은 막 일어나 아래층으로 내려갔다.그녀는 소만리를 보자마자 기뻐하며 그녀에게 다가갔다.“잘 잤어? 정말 무사하구나. 그들은 날 속이지 않았어. 모현이 이따가 나랑 옷 사러 가기로 했어. 너도 같이 가자.”하지만 사화정의 기대에 가득 찬 눈빛에도 불구하고 소만리는 사화정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그냥 위층으로 올라갔다.소만리의 냉담한 무관심에 사화정의 얼굴에서 웃음이 순식간에 사라졌다.사화정은 당황하여 그 자리에 서서 멍하니 쓸쓸하게 소만리를 바라보았다.“내 딸 소만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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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9장

욕실로 다가서는 기모진의 발걸음은 왠지 긴장감이 돌았다.그는 소만리가 욕실에 있다고 확신했다.그러나 그 이상한 소리를 듣고는 소만리가 안에서 무엇을 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기모진은 성큼성큼 걸어가 욕실 문을 열었다.소만리는 눈에 띄지 않았고 욕조에서 떨어지는 물소리만이 들렸다.“소만리?”기모진은 소만리의 이름을 부르며 허둥지둥 빠른 걸음으로 들어섰다.눈앞의 광경을 보자마자 기모진의 마음은 찢어질 것 같은 아픔을 느꼈다.“소만리!”기모진은 달려가 자신에게 찬물을 끼얹고 있는 소만리를 필사적으로 끌어당겼다.온몸이 흠뻑 젖어 있었고 짧은 머리도 어지러이 젖은 채 창백한 얼굴을 뒤덮어 물방울을 가득 떨구고 있었다.“소만리, 뭐 하는 거야!”기모진은 샤워기를 빼앗아 거칠게 그녀를 안았다.놀라서 걱정하는 눈빛이 가득한 남자를 바라보는 소만리의 눈빛은 담담했고 그녀는 차갑게 입을 열었다.“나 신경 쓰지 말고 저리 가.”“내가 어떻게 당신을 신경 쓰지 않을 수가 있어! 왜 이렇게 자신을 괴롭히는 거야?”기모진은 가슴속에서 칼날이 심장을 찌르는 것 같은 아픔을 느끼며 온몸이 흠뻑 젖어 있는 그녀를 보았다.자신의 마음속에도 억수같이 괴로움의 비가 내리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그러나 소만리는 여전히 이상하리만큼 냉정했다.그녀의 갈색 눈동자는 겨울바람처럼 쌀쌀한 빛을 뿜고 있었다.“나 자신을 괴롭히는 게 아니야. 나 바보 같다고 했잖아. 머릿속에 기억이 흐려졌어. 흐리멍덩해. 난 그냥 정신을 차리고 싶을 뿐이야.”그녀는 힘껏 기모진의 손을 뿌리쳤다.“놔.”“소만리, 당신 바보 아니야. 그 사람들이 헛소리하는 거야. 듣지 마.”“그 사람들이 헛소리한 게 아니야. 난 정말 내가 바보 같아.”소만리는 담담하게 말을 마치며 예전에 그녀에게서 보았던 예리한 눈빛으로 말했다.“손 놔.”“소만리.”“놓으라니까.”소만리가 냉담하게 말했다.기모진의 마음속에는 그녀를 안고 나가고 싶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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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0장

기모진의 깊은 눈에서 굳은 빛이 뿜어져 나왔고 그는 소만리의 가냘픈 어깨를 감싸고 방으로 데려가 옷을 갈아입히려고 했다.하지만 저항하며 필사적으로 빠져나가려는 소만리의 눈빛은 유난히 강렬했다.“난 평생 아무도 신경 쓰지 않지만 오직 당신만은 신경 쓸 수밖에 없어.”지금 기모진의 기세는 소만리보다 더 세다.그는 더 이상 이렇게 그녀를 내버려 둘 수가 없었다.그가 소만리를 끌어안고 걸음을 내디뎠을 대 갑자기 뺨을 세차게 얻어맞았다.“찰싹.”소만리의 손바닥이 기모진의 얼굴에 무겁게 내려앉았다.기모진은 잠시 어리둥절했다.맞은 뺨이 아프지는 않았지만 마음이 시려오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소만리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그는 도무지 떠오르지 않았지만 적어도 지금처럼 그녀의 감정을 흥분시켜서는 안 될 것 같았다.기모진이 다시 정신을 차리고 계속 소만리를 달래려고 하는데 갑자기 소만리는 두 손을 들어 그의 얼굴을 감싸 안았다.기모진은 소만리의 뜻밖의 행동에 놀랐고 갑자기 감정이 격해진 여인을 바라보았다.그녀의 눈빛은 부드러웠고 예쁜 눈가에는 짙은 미안함과 걱정이 담겨 있었다.“모진, 미안해. 내가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어. 당신 때리려고 한 게 아니었는데. 미안해. 미안해!”소만리는 감정이 격해져서 연거푸 사과하며 시름에 잠겼다.기모진은 그녀의 손을 잡고 입술에 대고 부드럽게 키스했다.“소만리, 아무도 당신 탓하지 않아. 난 더더욱 당신 탓하지 않을 거야. 자책하지 마. 제발.”기모진의 말을 듣던 소만리는 오히려 죄책감을 느껴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을 들며 말했다.“나 어쩌다가 이렇게 됐을까. 내가 어떻게 당신을 때릴 수가 있어?”“소만리, 날 봐.”기모진은 두 손을 뻗어 소만리의 양쪽 뺨을 감싸 안고 그녀를 마주 보게 했다.서로 눈을 마주치자 그의 눈에는 봄볕 같은 따사로운 빛이 감돌았다.“소만리, 당신 천천히 회복될 거야. 자신을 괴롭히지 말고 절대 자책하지도 말고. 만약 당신이 괴로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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