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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황제가 사랑한 여인: Chapter 1271 - Chapter 1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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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1장

경연의 말을 듣고 소만리의 심장 박동이 갑자기 빨라졌다.그녀가 생각하는 두 사람은 엄마 아빠였다.“옷 좀 갈아입고 와. 아래층에서 기다릴게.”경연의 표정은 진지했고 결코 소만리에게 농담한 것은 아닌 것 같았다.경연이 방을 나서자 소만리는 재빨리 문을 닫고 아무렇게나 옷을 갈아입고 서둘러 아래층으로 내려갔다.경연이 이곳으로 그녀를 데려온 후로 소만리는 방을 떠나지 않았다.그녀는 이제야 이 큰 집의 인테리어를 살피게 되었다. 집은 아주 우아하고 독특하게 꾸며져 있었다.리조트라고는 하지만 이런 값진 인테리어와 장식을 할 수 있는 리조트가 세상에 몇이나 될까.소만리에게 더 의아하게 느껴지는 점은 양이응이 그날 이후 한 번도 나타난 적이 없다는 것이다.그러나 소만리는 그런 시시콜콜한 얘기를 경연에게 물어볼 순 없었다.경연도 옷을 갈아입었고 정장 차림에 넥타이를 말쑥하게 매고 있는 모습이 멋있어 보였다.소만리는 그녀를 따라 마당으로 갔다.Y국의 날씨는 지금 경도의 가을 같다.햇빛이 몸에 떨어져도 전혀 따뜻하지 않았고 불어오는 상쾌한 바람도 차가웠다.경연은 여전히 신사적이고 자상하게 소만리에게 차 문을 열어준 후 그녀의 뒤를 따라 차에 올라탔다.소만리는 경연이 이미 지명수배자 신분이고 경찰과 IBCI에서 쫓고 있는 데도 Y 국에서 이렇게 당당하게 모습을 드러낼 수 있다는 사실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이 사람한테 도대체 그녀가 모르는 비밀이 뭘까?경연은 마치 소만리의 눈 속에서 그를 향한 의혹을 간파하기라도 한 듯 옅은 미소로 그녀를 지그시 바라보았다.“당신 일에는 아무 관심도 없어. 난 그저 집에 가서 가족들과 평화롭게 살고 싶은 마음뿐이야.”소만리는 다시 한번 속내를 밝혔다.경연의 눈빛이 어두워졌다. 분명 좀 언짢은 것 같았다.“내가 바로 당신의 가족이고 우리의 부부관계는 어디까지나 합법적이고 합리적인 존재라고 내가 말했을 텐데.”경연의 대답에 소만리는 반박할 수 없었다.그녀는 더 이상 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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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2장

”방금 소만리가 이 근처에 있었어요! 그녀가 나를 봤다구요!”기모진이 말했다.그는 신호등이 빨간 불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직감과 판단대로 길 건너편으로 달려갔다.“모진. 음.”소만리는 소리를 내어보려 했지만 경연에게 입을 막히고 말았다.한 걸음 한 걸음 이쪽으로 걸어오는 남자를 보며 손을 들어 차창을 두드려 기모진의 시선을 끌려고 했지만 바로 경연에게 두 손을 제압당했다.그는 그녀가 빠져나갈 수 없게 단단히 그녀를 품에 가두었다.“기모진이 당신을 발견하는 일이 반드시 좋은 일만은 아닐 거야.”경연의 목소리가 귀 뒤에서 차갑게 들려왔다.경연의 이 말을 듣고 소만리는 더 이상 발버둥 치지도 저항하지도 않았다.그녀는 차창을 두드리려다가 천천히 주먹을 힘없이 내려놓았다.눈물이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한 눈을 하고 소만리는 기모진의 훤칠하고 꼿꼿한 모습을 바라보았다.그들 사이의 거리는 3미터도 채 되지 않았지만 마치 보이지 않는 산과 강을 사이에 두고 있는 것 같았다.아무리 팔을 뻗어도 상대방에게 닿지도 않을뿐더러 존재 자체도 느낄 수 없었다.“소만리, 소만리! 당신 어디 있어!”기모진은 거리에 서서 멍하니 허공을 향해 소리쳤다.소만리는 눈물을 참지 못하고 굵은 눈물을 떨구고야 말았다.모진, 당신 눈앞에 내가 있지만 당신에게 손조차 내밀 수 없어.“소만리!”기모진은 여전히 허공에 외치고 있었다.그의 가늘고 깊은 눈에는 끝을 알 수 없는 근심과 초조함이 가득했다.그녀는 불안하고 초조해하는 그의 모습을 보고 그가 얼마나 그녀를 애타게 찾고 있고 보고 싶어 하는지를 알 수 있었다.기모진은 지금 길을 잃은 아이처럼, 보물을 잃어버린 아이처럼 차들이 넘쳐나는 큰 거리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소만리!”기모진의 울음소리가 소만리의 가슴속에 절망처럼 떨어졌고 그녀의 마음은 갈기갈기 찢어져 숨을 쉴 수 없을 지경이었다.모진.신호등이 녹색불로 바뀌었고 차도 덩달아 시동을 걸었다.소만리는 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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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3장

소만리는 경연을 한번 힐끔 보았다.마치 자신의 감정이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 의해 단단히 잡아당긴 듯 긴장감이 온몸을 에워쌌다.그녀는 몇 발짝 떨어져 있는 대문을 보고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다음 순간 어떤 상황이 눈앞에 펼쳐질지 예상하며 소만리의 심장은 더욱더 내달리기 시작했다.그녀가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가 현관에 도착하니 안에서 물 따르는 소리가 들렸다.그리고 꿈에서나 보았던 그리던 그 얼굴이 그녀의 눈동자에 비쳤다.소만리의 눈시울이 순식간에 붉은 빛으로 타올랐고 그녀는 현기증이 난 듯 문설주를 짚으며 말했다.“아빠...”모현이 물 잔을 들었을 때 누군가가 아빠라고 부르는 것 같은 어렴풋한 소리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현관 쪽을 무심코 바라보던 그가 문 옆에 서 있던 소만리를 보았고 두 눈을 크게 뜨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 모현이 들고 있던 물 잔을 떨어뜨렸다.“쨍그랑!”유리잔이 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이 났다.안방에서 이 소리를 듣고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사화정이 달려 나왔다.“무슨 일이에요? 여보, 무슨 일이야?”모현은 급히 사화정의 손을 잡고 문간에서 천천히 들어오는 소만리를 향해 더욱 붉어진 두 눈을 적셨다.“여보, 누가 왔는지 봐? 당신이 밤낮으로 오매불망 그리던 우리 귀한 딸이 왔어!”모현의 떨리는 목소리가 사화정의 귓가를 울렸다.사화정은 모현이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시선을 옮기다가 문설주에 기대어 있는 소만리를 본 후 그 자리에 굳어진 사람처럼 꼼짝도 하지 않고 소만리를 바라보았다.눈시울이 뜨거워진 소만리는 빠른 걸음으로 한달음에 달려와 사화정과 모현의 품에 안겼다.“엄마! 아빠! 진짜? 꿈꾸는 거 아니고 진짜야?”모현은 손을 들어 사시나무처럼 떨리는 손으로 소만리의 뺨을 어루만졌다“소만리, 우리 딸. 꿈꾸는 거 아니야. 엄마 아빠 여기 다 있어.”모현은 눈시울을 붉히며 참았던 감정들을 모두 쏟아내었다.한 번 눈물이 쏟아지자 걷잡을 수 없이 눈물샘이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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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4장

”소만리?”사화정은 문득 뭔가 깨달은 듯이 큰 눈을 뜨고 소만리를 몇 번이나 자세히 훑어보더니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이건 소만리가 아니야. 아니라고.”자신의 딸을 부정하는 사화정의 말을 듣고 소만리의 몸에는 순간적으로 뭔가가 깨진 듯 저릿저릿해져 오는 느낌이 들었다.모현의 뒤에 숨어서 조심스럽게 소만리를 힐끔 보고 있는 사화정을 보고 있자니 소만리의 눈에 눈물이 후드득 떨어졌다.소만리는 다시 감정을 추스르고 나서 모현에게 말했다.“어떻게 된 거예요? 엄마가 어떻게 날 몰라봐요? 아빠,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거냐구요?”모현은 안타까워하며 한숨을 내쉬었다.“이게 다 그 강연이라는 여자 때문이야.”“강연?”모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눈에는 강연에 대한 증오가 깊게 서려 있었다.“그 여자 때문에 우리 집이 불탔고 네 엄마는 네가 그날 화재 현장에서 사고가 난 줄 알았어. 그날부터 네 엄마는 계속 널 찾겠다고 했고 하루에도 수십 번 수백 번 네 이름을 부르짖었어...”이 말을 하는 중에 모현은 서러움이 복받친 듯 울먹이기 시작했고 사화정의 손을 꼭 잡았다.사려 깊고 이지적인 그의 미간에는 사화정에 대한 깊고 애틋한 마음이 담겨 있었다.“네 엄마는 너에 대한 오랜 그리움에 사무쳐서 결국 이렇게 되었단다. 이젠 아무도 못 알아보고 나만 알아봐. 지능도 떨어져서 기본적인 생활 상식조차 깜빡깜빡할 때가 많아.”모현의 말을 들은 소만리의 마음이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아려왔다.그 아픔이 뼛속까지 스며들어 그녀의 정신을 혼미하게 만드는 것 같았다.“여보, 우리 이 여자 신경 쓰지 말고 우리 딸 찾으러 가!”사화정은 담담한 눈빛으로 소만리를 힐끗 쳐다보더니 모현의 손을 잡아끌었다가 갑자기 당황한 눈빛으로 말했다.“여보, 소만리, 우리 딸이 아직도 우리를 용서하지 않는 거 아냐? 그래서 우릴 피해 숨어서 만나려고 하지 않는 거야?”사화정이 괴로운 듯 자책하며 말했다.“다 내 잘못이야. 내 잘못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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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5장

모현은 그날 일을 회상하며 짙은 눈썹을 점점 깊이 가두며 무거운 표정을 지었다.“소만리, 아빠가 사실 너한테 말하고 싶지 않은 게 있어. 네가 슬퍼할까 봐.”모현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아빠, 말씀해 보세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 여러 해 동안 전 모든 걸 다 겪었어요. 충분히 감당할 수 있으니 제발 말씀해 주세요.”소만리의 눈빛은 확고했다.모현은 눈앞의 귀한 딸을 안타깝게 바라보며 그날 자신이 보고 들은 것을 비로소 알렸다.“모진이 불을 질렀어. 기억을 모조리 잃고 강연의 뜻에 따라 조종당해 이런 일을 저질렀겠지만 정말 기모진이 그런 끔찍한 짓을 할 줄은 몰랐어.”이 말을 듣자 소만리는 다시 한번 가슴을 쥐어뜯었다.그녀는 손가락을 꽉 움켜쥐었다. 마주하고 싶지 않은 이 사실을 마주하지 않을 수 없었다.강연이 지시한 것은 맞지만 결국 기모진의 손으로 불을 지른 것이었다.하지만 기모진이 ‘죽음'을 당하는 아픔을 겪은 후 그녀는 자신의 기억을 속이기로 했고 이 슬픈 기억도 잊기로 결심했었다.기모진은 강연에게 이용당한 것일 뿐 그도 사실은 피해자라고 소만리는 자신에게 수도 없이 되뇌었다.그러나 결국 일은 이렇게 벌어졌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사화정과 모현이 무사하다는 것이었다.비록 사화정이 지금은 지능을 잃어버린 아이처럼 보이지만 살아 있는 한 모든 것은 희망이 있다.모현은 소만리의 마음속에서 얽히고설킨 갈등을 알아차리고 안타까운 듯 그녀의 어깨를 두드렸다.“자, 이 일은 생각하지 말자. 우리 가족이 다시 모일 수만 있다면 그걸로 족해. 아빠에게 그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어.”“죄송해요. 아빠.”소만리가 사과했다.“모진이 그런 짓을 해서 엄마 아빠를 죽일 뻔했는데, 난...”“엄마 아빠한테 미안할 거 하나 없어. 미안해하지 마.”모현은 미안해하는 소만리를 말렸다. 사실 자신이 오히려 더 딸에게 미안한 마음이 컸다.소만리는 모현에게 어떻게 말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그녀는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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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6장

모현은 한숨을 내쉬었다.“그래, 아주 잘 됐구나. 너랑 기모진은 이렇게 여러 해를 헤어졌다 만났다를 반복했는데 여태껏 진정으로 즐겁고 행복한 적이 없었잖니. 경연은 재주도 많고 아주 보기 드문 청년이야. 또 네 엄마와 아빠를 구해준 생명의 은인이야. 네가 경연과 함께 한다니 아빠는 정말 안심이 되는구나.”“어르신 칭찬이 과하십니다. 어르신이 말씀하신 정도는 아닙니다.”“아니야. 진실을 말하는 거예요.”모현은 진심으로 경연을 칭찬했다.“소만리와 이미 혼인신고도 한 사이니 앞으로 우린 한 가족이야. 이젠 어르신이라고 부르지 말고 소만리와 마찬가지로 아버지라고 불러요.”경연의 점잖은 얼굴에 웃음기가 퍼졌고 조금도 거리낌 없이 ‘아버님’이라고 불렀다.“그래, 그래.”모현도 흐뭇한 듯 웃었다.하지만 소만리는 경연이 ‘아버지’ 라고 부르는 소리를 듣고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그녀는 애써 웃음을 지으며 경연을 바라보았다.소만리는 몸을 돌아서며 말했다.“아빠, 금방 돌아올게요.”“그래.”모현은 조급해하지 않고 소만리의 뒷모습을 애틋하게 바라보고 있었다.경연은 모현을 향해 빙긋 웃더니 소만리의 뒤를 따라 마당으로 향했다.갓 구운 쿠키를 들고 거실로 들어온 사화정은 거실에 모현 혼자 덩그러니 앉아 있는 것을 보고 약간 서운한 듯 주위를 둘러보았다.“기다린다면서 왜 갔어요?”모현은 급히 다가가 사화정의 감정을 달래었다.“아직 안 갔어. 곧 돌아올 거야. 당신 홍차 한 잔 더 끓여 와. 당신이 다 끓이면 아마 돌아와 있을 거야.”“정말요?”사화정은 아이처럼 기대 섞인 미소를 지었다.모현은 손을 들어 사화정의 이마 앞 잔머리를 귀 뒤로 쓸어넘겨주었다.세월이 흘러도 사화정의 대한 그의 감정은 식을 줄 모르고 여전했다.특히 요즘처럼 사화정이 이렇게 변해버린 상황에서는 남편인 그가 더욱 마음이 아플 수밖에 없었다.“그럼, 어서 가서 끓여.”“그럴게요.”사화정이 고개를 끄덕이고 두어 걸음 걷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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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7장

소만리는 경연의 눈에서 기괴하고 변화무쌍한 빛을 보았다.그녀는 더 이상 깊이 따지고 싶지 않아 냉담하게 고개를 돌렸다.“날 두려워할 필요 없어. 난 당신을 해치지 않아. 하지만 당신을 다시는 기모진 곁으로 보내지 않을 거야.”경연은 가벼운 어조로 말을 했지만 그의 눈빛은 매처럼 날카로웠다.“지금은 당신이 부모님과 함께 있고 싶을 거라 생각해. 난 일이 있어 먼저 갈 테니 당신은 여기 좀 더 있어.”경연의 손가락은 소만리의 긴 머리카락을 돌아 고개를 숙여 그녀에게 다가갔다.소만리는 얼굴을 돌리고 뒤로 물러서려 했으나 경연은 그녀의 허리를 감싸 쥐었다.“해선 안 될 말은 부모님에게 하지 마. 당신도 부모님을 잃어버리고 싶지 않겠지?”이 말의 의미는 엄연히 협박이다. 소만리는 핑크빛 입술을 오므린 채 한 마디도 하지 않고 경연을 보지도 않았다.“다른 사람이 나에게 화내는 건 정말 보기 싫어. 특히 여자는 더더욱 말야. 그런데 당신은 달라. 당신은 화를 내는 모습도 끌려.”경연의 부드러운 시선이 소만리의 고운 얼굴을 훑고 나서야 비로소 손을 떼었다.“일 다 처리하면 바로 데리러 올게.”그는 말을 마치고 돌아서서 대문 쪽으로 걸어갔다.소만리는 그 자리에 서서 바삐 걸어가는 경연의 뒷모습을 보며 주먹을 힘껏 쥐었다.경연, 나 소만리는 당신 같이 살인죄를 짊어진 마귀가 계속 이렇게 자유롭게 이승을 활보할 수 있다는 걸 믿지 않아.“소만리.”모현의 목소리가 창문 너머에서 들려왔다.소만리는 정신을 차리고 얼른 주먹을 풀었고 미소를 지으며 집으로 돌아왔다.“경연은 벌써 갔어?”“네.”소만리는 고개를 끄덕였다.“아빠, 엄마랑 여기 산 지는 얼마나 됐어요?”“우리 집에 불이 난 다음날부터 경연이 나와 네 엄마를 이곳으로 데리고 왔지.”모현은 지난날을 회상했다.“흑강당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도록 되도록이면 집 밖으로 나가지 말라고 당부하기도 했고.”흑강당.소만리는 이 세 글자를 다시 듣게 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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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8장

동행한 동료는 기모진이 아직도 소만리를 찾아 헤매는 것을 보고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모진, 해가 졌어. 이제 들어가지.”“먼저 들어가.”기모진은 떠날 생각이 없었고 소만리의 흔적을 찾을 수 없어서 마음이 편치 않았다.“이렇게 찾아보는 것은 별 소득이 없을 것 같아. 관련 기관에 연락해서 이 근처 CCTV를 찾아보고 단서가 있는지 알아봐 달라고 하는 게 낫겠어.”동료의 건의를 듣고서야 기모진은 문득 크게 깨달은 것 같았다.그의 머리가 좀 무뎌진 걸까?아니면 소만리를 너무 걱정한 나머지 기본적인 사고력마저 상실한 것인가?기모진은 더 이상 지체하지 않고 즉시 관련 기관에 연락하여 당시 교차로 부근의 CCTV를 모니터링하기 시작했다.그 시간의 CCTV를 살펴보던 기모진은 은색 승용차에 시선이 꽂혔다.정면에서 본 이 차는 수상한 점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다른 각도에서 본 순간 기모진의 손가락이 하나씩 움켜쥐고 손등의 핏줄도 함께 볼록하게 솟아올랐다.그는 그 차의 뒤 칸 창가에서 어떤 여자가 창문을 내리고 얼굴을 내미는 모습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비록 CCTV에서 그녀의 말소리는 들리지 않았고 얼굴의 이목구비도 명확하지 않았지만 기모진은 소만리의 얼굴 윤곽과 헤어스타일을 잘못 볼 리가 없었다.CCTV 화면 속에서 그녀는 기모진이 있는 쪽을 보고 소리를 질렀지만 그가 돌아본 순간 소만리의 등 뒤에서 어떤 남자가 나타나는 것이 보였다.그 남자는 손을 뻗어 소만리의 입을 막고 그녀를 뒤로 끌어안고 차창을 닫았다.“소만리!”기모진의 깊은 눈에서 소만리에 대한 애틋함과 걱정이 뿜어져 나왔지만 어느덧 그의 눈에는 한기가 가득 서려 있었다.경연이었다.소만리가 입을 열지 못하게 한 이 남자는 경연이었다!”기모진은 주먹을 불끈 쥐고 자신을 진정시키려고 애썼다.“이 차의 모든 운행 기록을 즉시 가져와!”그는 1분 1초도 기다릴 수 없었다.더 이상 그의 소만리가 다른 남자에게 계속 협박당하고 통제당하는 꼴을 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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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9장

소만리는 경연이 목적을 가지고 이런 행동을 한다는 것을 짐작하고 있었고 당황하지 않고 말했다.“어떤 두 가지 선택?”경연은 가볍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경연의 입에서 나오는 두 가지 선택지를 수화기 너머를 통해 들으며 소만리는 수화기를 쥔 손가락을 움켜쥐었다.그는 결코 그녀에게 선택권을 주는 것이 아니었다. 처음부터 다른 선택의 여지를 주지 않았다.전화를 끊은 후 소만리는 천천히 손을 내려 기모진이 정신없이 달려오고 있을 먼 곳을 바라보며 어둡게 눈을 내리깔았다.“너 왜 뛰쳐나왔어? 아직 밥도 다 안 먹었는데.”사화정이 갑자기 소만리에게 다가와 진지한 표정으로 소만리를 바라보며 물었다.사화정은 소만리를 딸로 인식하지 못했지만 확실히 이 ‘여자'에게 호감을 갖고 있는 게 분명했다.소만리는 가슴이 아팠고 사화정의 손을 잡고 어루만지며 빙그레 웃었다.“같이 가서 그럼 밥 먹어요.”“그래.”사화정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소만리의 손을 잡았다.소만리는 아쉬운 듯 먼 곳을 바라보다가 결국 돌아섰다....기모진은 차의 속도를 최대치로 끌어올렸고 조금씩 시야에 다가오는 단독 주택을 바라보았다.그의 눈은 점점 빛을 뿜어내기 시작했다.심장박동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빨라졌다.마치 그에게 소만리가 저기 틀림없이 있을 거라고 말해 주는 것 같았다.그러나 목적지에 가까워지자 기모진은 갑자기 심장박동과 호흡이 뒤엉켜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익숙한 괴로움과 통증이 밀려왔다.그는 여전히 속도를 내어 앞으로 나아가려 했지만 점점 통증이 심해져서 어쩔 수 없이 차를 멈춰 세웠다.몸에 남아 있는 독소가 다시 발작을 시작해 그를 괴롭힌 것이다.“모진, 괜찮아?”동행한 사람들이 그를 걱정했다. 기모진의 안색이 정말 끔찍하리만큼 괴롭게 변했기 때문이었다.“나 잠깐만 여기 내버려 두고 먼저 가.”기모진은 심호흡을 하고 밀려오는 통증을 이를 악물고 참으며 차에서 내렸다.그는 소만리를 구하는 1분 1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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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0장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차창 밖을 내다보았다. 순간 그녀의 눈을 놀라게 하는 장면이 지나갔다.“모진?”소만리는 몸을 홱 돌려 멀리 길가의 나무 밑에 기대어 있는 흐릿한 형체를 보았다.달빛은 흐릿했지만 기모진의 윤곽은 그녀의 마음속 깊은 곳에 낙인처럼 새겨져 있다.그녀가 잘못 볼 리가 없다. 그런데 지금 그의 상태는 뭔가 매우 괴로워 보였다!“차 세워요!”그녀는 명령했지만 운전자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사화정과 모현은 소만리가 갑자기 이렇게 흥분하는 모습을 보고 영문을 몰라 하였다.“소만리, 왜 그래?”모현도 의아한 듯 차창 밖을 내다봤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차 세워요! 차 세우라고!”소만리가 감정을 조절하지 못한 채 폭발할 듯 외쳤다.비록 경연의 지시와 명령이 귓가에 맴돌았지만 그가 이렇게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고 그녀가 어떻게 외면할 수 있겠는가!“사모님, 사장님께서...”“나한테 그런 말 하지 말고 차 세워요!”소만리는 거듭 요구하며 차가 기모진으로부터 점점 멀어지는 것을 지켜보았다.그녀는 혼자 온갖 심신의 고통에 시달리고 있는 그를 가만히 이렇게 두고 볼 수 없었다!“소만리, 도대체 왜 그래?”모현은 더욱 당혹스럽고 걱정스러웠다.하지만 소만리는 모현에게 자세한 자초지종을 설명할 시간이 없었고 기모진의 모습은 시야에서 점점 사라지고 있어서 어쩔 수 없이 결정을 내렸다.그녀가 갑자기 차 문을 열자 저녁 바람이 강하게 차 안으로 쏠려 들어왔다.운전기사는 소만리가 이런 행동을 할 줄은 몰랐다. 그가 재빨리 문을 잠그려고 했지만 이미 늦었다.“소만리, 너 뭐 하는 거야!”모현은 갑자기 정신이 멍해졌고 사화정은 소만리가 무엇을 하려는지 도통 알 수 없었지만 그녀도 소만리가 걱정되기는 마찬가지여서 무의식적으로 손을 뻗어 소만리를 끌어당겼다.“끼익!”운전기사도 순식간에 브레이크를 세게 밟았다.만약 소만리에게 정말 무슨 일이라도 난다면 그에게도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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