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맨스 / 황제가 사랑한 여인 / 챕터 1251 - 챕터 1260

황제가 사랑한 여인의 모든 챕터: 챕터 1251 - 챕터 1260

2479 챕터

1251장

소만리가 갑자기 소리 내어 이렇게 말하자 경연의 얼굴에 웃음기가 옅어졌다.미소를 머금은 채 침착한 표정을 짓고 있는 소만리를 향해 경연은 고개를 돌렸다.그의 마음속에 일순간 의혹이 일었다.새로운 증거?그녀가 무슨 새로운 증거를 제시하려는 거지?판사는 소만리를 찬찬히 훑어보았다.“누구십니까?”소만리는 예의 바르게 고개를 약간 숙였다.“기모진의 아내, 소만리라고 합니다.”소만리의 자기소개에 심기가 불편한 듯 경연은 눈살을 찌푸렸고 방청객들과 네티즌들은 다시 한번 소만리를 향해 모욕적인 언사를 쏟아내었다.이 여자가 제정신이야?한때는 기모진이 남편이라고 했다가 법정에 경연과 함께 짝지어 들어와서는 또 기모진의 아내라고?이게 도대체 무슨 소리야?검찰 측 변호인은 즉각 의혹을 제기했다.“판사님, 검증되지 않은 증거물을 법정에서 제시할 수 없습니다. 이것은 이치에 맞지 않습니다.”“규정은 생명이 없지만 사람은 생명이 있습니다. 만약 이런 결정적인 증거가 채택되지 못해서 진상이 밝혀지는 것이 지체되고 무고한 사람이 누명을 쓰게 된다면 그 결과는 당신이 책임지는 겁니까?”소만리는 침착하게 검찰 측 변호인을 보며 말했다.경연은 누구보다 더 침착하고 조리 있게 변론하는 소만리를 보고 있는 것이 언짢았다.그녀는 마치 준비가 되어 온 것 같았다.그는 마음속에 의심이 들었지만 조금도 짚이는 것이 없었다.그는 소만리를 보며 그녀가 시선을 맞추어 주길 바랐지만 그녀의 당당하고 침착한 눈빛은 더없이 담담하게 그의 얼굴을 스쳐 지나갔고 오히려 기모진과 눈을 마주 보았다.소만리는 옆으로 돌아앉은 남자를 바라보며 손을 내밀었다.옆에 있던 남자는 그녀에게 서류 한 부를 건네주었다.경연은 그제야 소만리 옆에 앉아 있던 사람이 뜻밖에도 기모진의 조수 육경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렸다.소만리는 서류를 받아들고 법원 직원에게 건넸다.“강연이 살해된 그 방에서 우연히 발견된 단서입니다.”소만리는 그제야 당혹감으로 가득
더 보기

1252장

위청재와 기종영은 모두 충격을 받았고 이유를 알 수 없다는 듯 여전히 소만리를 바라보았다.“소만리, 자꾸 잘못된 실수를 해선 안 돼. 여기는 법정이야.”경연은 이렇게 부드럽고 좋은 말로 소만리를 만류했다.소만리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띠며 말했다.“경연, 더 이상 당신 앞에서 연극은 하지 않겠어. 당신도 이제 가면을 벗을 때가 됐어.”“...”경연은 어리둥절했다.지금 눈앞의 이 당당하고 패기 넘치는 여인이 어젯밤 술에 취해 슬퍼하던 그 여인이 맞는 건지 도무지 연결되지 않았다.연극?그래서 어젯밤 나약하고 슬프고 괴로웠던 그녀의 모습은 연극이었단 말인가?“경연, 내가 기모진을 위해 증거를 조작했다고 당신이 그렇게 말할 줄 알고 있었어. 그렇지만 거짓말은 결국 거짓말이야. 진실 앞에서 거짓말은 성립될 수 없어.”경연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는 소만리를 넋을 읽고 바라보다가 그녀가 몸을 숙여 육경의 옆에 있던 손가방을 드는 것을 보았다.경연의 눈동자가 움츠러들었고 소만리가 꺼낸 손가방을 보고도 믿을 수 없었다.경연의 얼굴빛이 갑자기 달라지는 것을 본 소만리는 손가방을 들고 증인석으로 가서 경연의 면전에서 가방을 열고 가방에서 양복 외투를 꺼냈다.“경연, 이 양복 뭔지 알고 있겠지?”“...”“이것이 당신이 강연을 죽였다는 가장 강력한 증거야.” “...”경연은 일찍이 그가 강물에 던져 없애 버린 이 양복을 보고 마침내 문득 깨달았다.알고 보니 그때 소만리는 한숨도 자지 않았던 것이다.그녀는 자는 척하고 있다가 그가 손가방을 강에 던져 넣는 것을 똑똑히 목격하고 있었다!그리고 그 후에 그녀는 사람을 시켜 건져오게 한 것이었다!“이제야 납득이 가는 모양이지?”소만리는 가볍게 웃으며 되물었다.“이 한정판 맞춤양복에 경연이라는 이름이 손으로 수놓아져 있는데 이렇게 좋은 옷을 왜 당신은 강물에 던져 버린 거지?”“...”“강연에게 총을 쏘았을 때 남겨진 총탄 냄
더 보기

1253장

화면 속 여인은 목욕 타월을 몸에 두른 채 훤칠한 키에 우아한 기질의 남자 앞에 서 있었다.두 사람이 무슨 얘기를 나눈 건지 갑자기 남자가 총을 꺼내들더니 여자의 종아리에 한 방 쐈다.여자는 아파서 주저앉아 벽에 기대어 앉았다.얼마 지나지 않아 남자는 다시 여자의 어깨를 향해 총을 쏘았고 마지막에는 그대로 여자의 심장을 꿰뚫었다.총을 쏘아 죽이는 장면이 완벽하게 찍혀 있었다.두 건물이 조금 떨어져 있어 남자와 여자의 모습이 다소 흐릿하지만 몸매의 윤곽과 차림새로 보아 검은 양복을 입은 남자는 경연이고, 여자는 강연이었다!“어마나!”“경연이야!”“그가 사람을 죽이고 기모진에게 누명을 뒤집어씌웠단 말이야?”“너무 끔찍해!”방청석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아연실색했고 인터넷 댓글도 폭발하기 시작했다.소만리는 이어서 동영상을 하나 더 제출했다.“경연, 당신이 날 이용해서 기모진을 속여 호텔로 유인했지만 그때 기모진은 호텔에 가기 전에 결백을 입증하는 증거를 남겼어.”“...”“호텔 CCTV가 그때 때맞춰 ‘고장’났다고 했지만 기모진이 차를 몰고 호텔에 들어와 호텔방에 올라갈 때까지 찍혀 있었어. 강연이 살해된 사망 시각으로 판단해 보면 기모진이 호텔에 들어가기 전 이미 강연은 죽었어. 이게 뭘 뜻하는지 알겠어? 내 남편은 이때 범죄를 저지를 만한 시간이 없었다는 거야”소만리는 엄정한 표정으로 최종 결론을 내렸다.“경연, 증거가 이렇게 확실한데 더 할 말 있어?”경연은 소만리가 연달아 던지는 증거와 그녀의 증언을 보며 홀연히 웃음을 터뜨렸고 마치 우스운 연극이라도 본 것처럼 미친 듯이 웃어댔다.“소만리, 이렇게 하면 기모진의 죄를 벗길 수 있다고 생각했어? 당신 너무 순진한 거 아냐? 당신의 소위 이런 증거들은...”“경연, 순진한 건 내가 아니라 당신이야.”소만리는 경연의 말을 잘랐다.“당신이 순순히 죄를 인정하지 않을 줄 알고 있었어. 그래 본인의 발언을 한 번 들어보자구!”뭐?경연은 소
더 보기

1254장

어떻게 증인이 있을 수 있는가?소만리가 무슨 꿍꿍이로 이러는지 경연이 의아해하고 있을 때 갑자기 옆문에서 사람이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휠체어에 앉아 있는 그 사람은 정신이 맑아 보이지는 않았지만 확실히 살아있는 사람이었다!경연은 자신이 쏜 총에 맞고도 무사한 앳된 경찰을 바라보았다.그는 이 상황을 꿈에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경연, 생각지도 못했지. 내가 당신 총에 맞고도 살아 돌아올 줄은.”앳된 경찰은 비록 힘이 많이 없어 보였지만 경연에게 이 말을 할 때는 오히려 어디선가 숨겨진 힘이 솟아 나오는 것 같았다.“아까 소만리가 들려준 녹음은 모두 사실입니다. 왜냐하면 내가 그때 녹음했었던 것이거든요.”앳된 경찰은 경연을 노려보면서 말을 이었다.“판사님, 그리고 여기 계신 여러분, 저는 모든 경찰의 이름으로 맹세합니다. 경연이야말로 강연을 죽인 진범입니다. 그날 밤, 그가 나를 쏘고 난 후 기모진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려 한 것 모두 경연이 한 짓입니다! 소만리가 말한 것은 모두 사실이에요!”“경연! 알고 보니 강연도 당신이 죽이고 기모진에게 누명을 씌우려는 거였어! 정말 흉악하고 끔찍해!”위청재가 벌떡 일어나 경연을 가리키며 노발대발했다.방청석도 발칵 뒤집혔다.인터넷에는 경연에게 뒤통수를 맞은 네티즌들이 당황해 어쩔 줄을 몰라 했다.경연이 모두 저지른 일을 기모진에게 뒤집어씌운 거라는 걸 믿을 수가 없었다!게다가 경연의 계략을 눈치채고 연기를 하며 사건을 파헤치려한 소만리의 행동도 놀라웠다!겉으로 보기에 온화하고 세상 겸손한 공자 같은 모습의 경연이 어떻게 그렇게 잔인한 살인을 벌일 수 있었는지 믿기지가 않았다!경연은 지금 변명할 말조차 생각나지 않았고 그저 눈앞의 소만리를 바라보며 두 눈이 벌겋게 충혈되어 음산한 표정을 지으며 피식 웃었다.“그동안 당신이 한 것이 다 연극이었어? 그날 밤 당신과 기모진이 연을 끊자던 것도 다 연극이었고 나한테 한 모든 것도 다 연극이었어?”“설마 내 아내 소만
더 보기

1255장

놀라움과 걱정으로 휩싸인 기모진을 보며 경연은 비열하게 웃으며 되물었다.“내가 지금 이 여자를 놓아줄 거라 생각해?”긴장한 기모진에 비해 소만리는 오히려 훨씬 담담한 모습을 보였다.“경연, 당신도 IBCI 요인이야. 죄를 지으면 반드시 법의 제재를 받아야 해.”조금도 두려워하는 기색이 없는 소만리를 바라보는 경연의 흔들리는 눈동자에 그녀에 대한 감정이 묻어났다.“알고 있으니까 더더욱 당신을 놓아줄 수 없어.”예전에 그의 얼굴에서 보였던 온화하고 봄바람 같은 미소는 온데간데없이 지금 이 순간 그는 사악하고 음흉한 범죄자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경연의 이러한 행동은 심문할 필요도 없이 모두에게 똑똑히 진상을 보여주고 있었다.그는 사람을 죽이고 기모진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려 했지만 결국 나쁜 것은 옳은 것을 이길 수 없는 법이다.그의 온화하고 우아한 가면은 소만리에 의해 완전히 찢겨졌고 그의 눈빛에는 마치 밤의 사탄처럼 어둠의 사악함이 가득 들어차 있었다.“기모진, 당신이 가장 사랑하는 여인에게 무슨 일이 생기길 바라지 않거든 경거망동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경연은 소만리의 목숨을 위협하며 말했다.“모두 비켜!”그는 소만리의 목을 더욱 조이며 돌아섰다.기모진도 달리 손쓸 방도가 없었다. 경연이 지금 이 꼴로 소만리를 끌고 가 같이 죽을 수도 있는 노릇이었다.기모진은 소만리의 목숨을 걸고 모험을 할 수가 없었다.경연은 이렇게 소만리를 인질로 잡고, 많은 사람들과 수억 명의 네티즌들 앞에서 소만리를 차 안으로 밀어 넣은 후 차를 몰고 훌쩍 떠났다.기모진은 즉시 차를 몰로 쫓아가려고 했다.그런데 쓰레기 같은 기자들은 이 순간에도 달려들어 그를 취재하려고 했다.“기모진, 누명을 뒤집어쓴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경연은 왜 당신을 그렇게 모함한다고 생각하십니까?”“당신들 사이에 무슨 원한이라도 있습니까?”기모진은 그들의 성가심에 화가 나 참을 수가 없었다.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검처
더 보기

1256장

소만리의 설명을 들은 경연은 자기도 모르게 허탈하게 웃었다.“소만리, 내가 당신을 과소평가했군.”그는 실패했음을 인정하는 것 같았지만 웃음 속에는 아직 승리의 기쁨이 한 줄기 남아 있는 것 같았다.“내 안목이 맞았어. 당신은 정말 내가 승복할 만한 여자야.”“난 당신이 생각하는 것만큼 대단하지 않아. 경연, 당신은 스스로 너무 자만했기 때문에 실패한 거야.”소만리는 경연에게 무자비한 일격을 가했고 경연에게 세부적으로 설명을 덧붙였다.“사실 당신 서재에 카메라가 있는 줄 알고 있었어. 내가 당신 서재에 들어가고 당신 금고를 열려고 시도하는 걸 당신이 분명히 봤을 거라고 생각했어. 그래서 일부러 해독제를 얻고 싶다고 말한 거였어.”이 말을 듣자 경연의 얼굴빛이 약간 변했다.그 당시 경연은 소만리가 그에게 솔직하게 진심에서 나온 얘기를 털어놓는 줄 알았는데 그녀는 단지 그의 믿음을 얻기 위해 한 것이었다!“경연, 하나 더 알려줄게. 경도 호텔 맞은편에는 당신이 경연을 죽이는 장면을 찍은 거주자 따위 존재하지 않았어.”“...”소만리의 이 말은 경연을 그야말로 경악하게 만들었다.그는 갑자기 길목에서 핸들을 꺾었고 차는 거대한 스키드 마크를 그으며 넓은 교외에서 멈추었다.“뭐라고? 그럼 그 동영상이 가짜였단 말이야?”두 눈이 벌겋게 달아오른 경연이 소만리를 노려보며 따졌다.소만리는 조금도 두려워하는 기색 없이 매처럼 날카로운 경연의 눈을 마주 보며 입을 열었다.“그 앳된 경찰을 죽이려고 했을 때 당신이 뭐라고 말했는지 기억나? 당신은 강연을 살해한 과정을 하나하나 설명했지. 나와 모진은 당신이 말한 대로 한 번 연출했을 뿐이야.”“...”경연은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한 채 온몸에 싸늘하게 소름이 돋았다.“허.”그는 헛웃음을 터뜨렸다. 웃음 속에는 자조하는 빛이 가득했다.그는 자신이 설계한 함정에 기모진이 깊이 빠졌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기모진의 계략에 자신이 빠진 것이었다!“경연, 그 동영
더 보기

1257장

달려오는 기모진을 보며 경연은 소만리에게 총을 겨누었고 일그러진 얼굴에 사악한 미소를 그렸다.“따라와.”그는 소만리에게 이렇게 말한 뒤 그녀의 손을 붙잡고 부두로 걸어갔다.부두에 작은 요트 한 척이 세워져 있었고 경연은 소만리를 밀치고 올라가 시동을 걸었다.소만리는 기모진이 부두 끝으로 달려오는 것을 돌아보았지만 경연이 끌고 가는 대로 끌려갈 수밖에 없었다.“소만리.”기모진은 걱정과 불안으로 가득 찬 얼굴로 시야에서 점점 흐려지는 그녀의 모습을 보았다.그는 즉시 핸드폰 앱을 켜고 소만리의 위치를 검색했다.스크린에서 깜빡이고 있는 붉은 점을 보고 있으니 그의 심장도 덩달아 불안하게 뛰기 시작했다.소만리, 내가 꼭 당신 무사히 구해낼 거야.우리 가족이 꼭 한자리에 모일 수 있도록 할게.경연이 소만리를 끌고 떠나버렸기 때문에 기모진은 그냥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기모진이 기 씨 본가로 돌아와 보니 마당에서 비눗방울을 부는 여온의 모습이 보였다.기모진의 가슴이 저절로 따뜻해졌다.“여온아.”그는 다정한 목소리로 살며시 불렀다.기여온은 방금 거품 한 송이를 불고 있다가 소리를 듣고 잠시 머뭇거렸다.기여온은 작고 귀여운 몸을 돌려 수정같이 맑고 큰 눈을 반짝이며 소리가 나는 쪽을 바라보았다.마주 오는 기모진을 보자마자 기여온의 눈앞이 온통 무지개색으로 빛나는 것 같았다.기여온은 움푹 패인 귀여운 보조개를 뺨에 그리며 앙증맞은 모습으로 반갑게 기모진을 향해 달려왔다.“아빠!”그 은방울이 구르듯 청아한 목소리는 맑은 샘물처럼 기모진의 심장으로 흘러들었고 기모진은 아무런 걱정도 상념도 없이 하나뿐인 딸에게 달려가 기여온을 한 손에 안아 품에 꼭 안았다.“여온아.”그는 가슴이 먹먹해져 아이를 꼭 껴안았다.기여온이 자신을 부르는 소리를 듣고 그는 자신이 기뻐할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 마음이 아플 줄은 몰랐다.기여온 역시 기모진의 목을 꼭 껴안고 다정하게 그의 어깨에 얼굴을 묻고 아빠의 따뜻한 품을
더 보기

1258장

”도대체 날 어디로 데려가는 거야?”소만리는 걸음을 멈추었다. 정말이지 그와 계속 이렇게 걸어가고 싶지 않았다.경연은 그녀를 돌아보았다.“나랑 함께 가는 것 말고 다른 대안이 있어?”“경연, 도망칠 생각이라면 오히려 내가 있는 게 짐이 될 거야.”경연은 소만리의 말을 듣고 웃으며 소만리에게 한 걸음씩 다가갔다.“당신이 그렇게 말하면 내가 당신을 놓아줄 것 같아? 난 이제 가진 게 없다고 말할 수 있지만 나에겐 당신이 있지.”“...”“기모진이 이겼다고 치자구. 그럼 어때? 기모진은 당신을 잃었는데. 기모진에게 당신을 잃는다는 것은 모든 명예와 지위를 잃는 것보다 더 고통스러운 일일 걸.”경연은 이미 모든 것을 꿰뚫어 보았다.기모진은 절대 이 여자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기모진이 그동안 소만리를 사랑한 것을 그렇게 후회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그 모든 것이 연극이었다.이들 부부가 연기에 이렇게 소질이 있을 줄은 정말 몰랐다.경연은 한참 동안 소만리를 쳐다보다가 다시 계속 앞으로 걸어갔다.소만리에겐 확실히 다른 대안이 없었다. 그녀의 핸드폰도 경연이 바다에 던져버렸다.경연은 어떤 수단으로도 기모진이 소만리의 위치를 파악하지 못하게 하려고 했다.때마침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간간이 불어오는 바닷바람이 쌀쌀한 기운을 몰고 왔다.소만리는 팔뚝에 부상당한 상처를 바라보았다.이제 겨우 아물기 시작했는데 비를 맞아버린다면 틀림없이 염증이 생길 것이다.이런 생각에 빠져 있던 소만리에게 경연이 다가왔고 그는 외투를 벗어 소만리의 몸에 걸쳤다.소만리가 그의 호의를 받고 싶어 하지 않자 경연이 가볍게 입을 열었다.“염증이 생겨 상처를 더 악화시키기 싫으면 걸치고 있는 게 좋을 거야.”소만리는 외투를 뿌리치려던 손을 거두어들였다.다시 기모진을 만났을 때 악화된 그녀의 상처로 인해 기모진이 걱정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촘촘한 빗줄기는 가볍게 걷어 올린 그녀의 긴 머리를 금세 적셨고 서늘한 기운을 그녀
더 보기

1259장

소만리는 힘껏 저항했지만 눈앞의 경연은 마치 미친 듯한 악마같았고 빗물에 젖은 두 눈은 더욱 진홍빛으로 물들어 무섭게 소만리의 시선을 빼앗았다.그는 소만리의 흰색 시폰 윗옷의 멱살을 잡아당기더니 소만리의 저항에도 불구하고 입맞춤을 할 태세였다.소만리는 경연이 정말로 미친 사람처럼 광기를 뿜어내고 있었지만 절대 이렇게 억지로 끌려갈 수는 없었다.“찌짓"경연의 악다구니에 의해 소만리의 옷소매가 찢어졌다.그녀는 발을 들어 경연을 걷어차려고 했지만 힘이 모자랐다.경연의 몸은 더욱 압박을 가해 왔고 소만리는 더 이상 저항하지 못하고 꺾여버린다면 정말 경연에게 몹쓸 짓을 당할 수도 있을 것 같은 공포를 느꼈다.그녀의 시선은 빠르게 주위를 한 번 훑어보았고 문득 티테이블 위의 과도가 눈에 들어왔다.소만리는 이를 악물고 있는 힘껏 소파 가장자리로 몸을 옮겼다.그러나 경연은 그녀의 의도를 간파한 듯 조금도 기회를 주려 하지 않았다.그는 소만리의 얼굴을 들어 손바닥으로 단단히 잡았다. 소만리의 얼굴은 아직도 빗물로 젖어 있었다.그럼에도 경연은 그녀의 얼굴을 보며 자기도 모르게 설레였고 마음이 요동쳤다.그녀의 정교한 눈썹과 이목구비가 아름다운 그림처럼 그의 눈동자에 비쳤다.거의 10년이 지났지만 그의 마음속에 소만리는 여전히 그때 그 모습 그대로였다.“소만리, 내 말 들어봐. 이제 내게 남은 건 아무것도 없어. 당신마저 잃을 순 없어.”그의 눈에는 강한 소유욕과 정복욕이 이글거리고 있었다.소만리는 눈썹을 찡그리며 강한 눈빛으로 저항을 뜻을 뿜었다.“경연, 이런 방법으로 날 얻는다고 해도 난 평생 당신 거들떠도 보지 않을 거야.”“그래서 뭐?”경연은 대수롭지 않은 듯 가볍게 웃었다.“당신이 말한 거야. 내가 너무 자신감이 과해서 스스로를 과대평가한다고. 난 아직 당신이 기꺼이 날 사랑하게 만들지는 못했거든. 그래서 지금 이런 방법을 써서 당신을 얻어야만 내가 완전히 진 것은 아닌 게 되는 거야.”경연은 말을
더 보기

1260장

소만리는 소파에 있는 깨끗한 옷 한 벌을 집어 들고 빠른 걸음으로 몸을 돌려 위층으로 뛰어갔다.그녀는 아무도 없는 방을 찾아 서둘러 상의를 갈아입은 다음 문을 잠그고 사방을 살폈다.주변은 소만리가 전혀 알지 못하는 낯선 곳이었다.기모진이 이곳을 찾을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하지만 1분 후면 자신이 또 위기에 빠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지금의 경연은 예전에 보았던 우아하고 기품 있는 군자의 모습을 한 사람이 아니었다.그는 지금 악마가 되어 눈앞에 아무것도 보이는 게 없는 그야말로 잔혹한 악마 그 자체일 뿐이다.지금은 이미 저녁 8시.경찰과 IBCI요원들은 모두 기 씨 본가에서 소만리를 구해낼 방도를 상의하고 있었다.아마 지금까지 제대로 된 아빠의 사랑을 받아본 적 없는 기여온은 계속 기모진의 품에 안겨 있었다.그녀는 말을 할 줄 안다. 하기는 한다. 그러나 ‘아빠’라는 말 두 글자뿐이었다.“아직 경연과 기 부인의 행방을 찾지 못했습니다.”IBCI 관계자는 경연의 핸드폰이 꺼져 위치추적도 제대로 감지하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기모진은 위치 추적 앱을 켜서 소만리의 행방을 추적해 보려 했지만 여전히 아무것도 잡히지 않았다.소만리, 기란군이 만들어 준 팔찌를 당신이 버렸을 리가 없어.경연이 팔찌에서 위치 추적을 발견하고 버린 걸까?소만리, 절대 충동적으로 행동하면 안 돼.“아빠.”기여온은 여리고 보드라운 목소리로 기모진을 불렀다.호수처럼 맑고 큰 눈을 동그랗게 뜨고 기모진을 바라보았다.“여온아, 엄마 보고 싶어?”기모진의 눈빛이 순간 부드러워졌다. 기여온은 진심을 담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기모진은 다정하게 아이를 달래었다.“아빠가 곧 엄마를 집으로 무사히 데려올 거야. 여온이 너무 걱정하지 마.”“아빠.”기란군이 다가와 말했다.“엄마 지금 어디 있는지 나 알아.”기모진을 포함해 집안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기란군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그 작고 귀엽게 생긴 얼굴에
더 보기
이전
1
...
124125126127128
...
248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