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님을 모시고 씻고 옷을 갈아입혀 드리세요.”경연이 두 시중에게 분부를 내렸다.두 시중은 이구동성으로 말했다.“네, 사장님.”경연은 자신을 노려보던 소만리를 한번 흘끔 쳐다보고서야 그 자리를 돌아섰다.두 시중은 소만리에게 다가가 옷을 갈아입고 씻는 것을 도우려고 공손하게 말했다.소만리는 거절하고 싶었지만 도저히 힘을 낼 수가 없었다.분명 그 두 번의 주사가 그녀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경연이 방을 나가자 한 젊은 여자가 그에게 달려와 애교 섞인 표정으로 기대감을 비치며 말했다.“자기야, 당신 이제 시간 좀 있지? 나랑 얘기 좀 할 수 있어?”경연은 눈앞의 여자를 흘겨보더니 유유히 걸음을 옮겨 아래층 거실로 갔다.그는 느긋하게 핸드폰 메시지를 들여다보았다.보아하니 경도의 경찰과 IBCI 요원들이 그의 행방을 알아차린 것 같았다.그런데 어떻게 이 사람들이 이렇게 쉽게 자기를 찾을 수가 있었지?경연은 핸드폰을 집어던지고 잿빛 눈동자를 치켜세우며 모든 것을 집어삼킬 듯 사나운 표정을 지었다.“자기야, 나.”“경연. 앞으로 이렇게 경연이라고 불러.”그는 차갑게 말을 끊고 옆에 서 있는 여자를 힐끔 쳐다보았다.“알았어?”“그게, 자기...”여자는 아직도 옛정에 기대어 말을 걸려다가 갑자기 가라앉은 경연의 눈빛을 보고 두려움에 벌벌 떨며 고쳐 불렀다.“경, 경연.”경연은 자못 마음이 흡족했지만 눈꺼풀도 까딱하지 않고 말했다.“말해 봐. 무슨 생각으로 날 따라 여기 왔지?”여자는 경연의 말을 듣자마자 경연의 옆에 쪼그리고 앉아 앞에 있는 이 남자를 올려다보며 애처로운 눈빛을 가득 담아 말했다.“뭐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자기야. 아니, 경연. 사실 이렇게 오랜 시간이 흘렀는데도 나 당신을 놓아줄 수가 없어.”경연은 이 말을 듣고 웃는 듯 마는 듯 옆에 쭈그리고 앉아 있는 양이응을 바라보았다.“당신이 놓지 못하는 게 나야? 돈 아냐?”“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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