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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가 사랑한 여인의 모든 챕터: 챕터 1261 - 챕터 1270

2479 챕터

1261장

천천히 자신을 향해 뻗어오는 주삿바늘을 보며 소만리는 죽을힘을 다해 버둥거렸다.그녀는 다리를 들어 자신을 잡고 있는 남자를 호되게 걷어찼다.남자는 생각지도 못한 소만리의 발길질에 그대로 당하고 말았다.소만리는 이 틈을 타서 두 남자에게서 벗어나 현관으로 달려갔다.경연은 눈빛이 무거워지며 성큼성큼 걸어서 소만리의 허리를 휘어잡았다.“경연, 이 나쁜 놈아! 놔! 놔!”“내가 당신을 놓아주면 기모진이 승리를 거머쥘 텐데 내가 놓아줄 것 같아?”경연의 목소리는 소만리의 귓가에서 소름 끼치게 넘어왔다.그녀는 날카롭게 눈을 치켜뜨고 경연을 바라보았다.“경연, 당신이 주사한 대로 날 통제한다고 해도 난 단지 꼭두각시일 뿐이야. 난 영원히 너 같은 남자에게 마음을 주지 않아. 나 소만리 평생 유일하게 사랑한 사람은 오직 기모진뿐이야!”소만리가 완강히 저항하며 하는 말을 듣고 경연은 눈썹을 찡그렸다.그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손바닥으로 소만리의 턱을 꽉 쥐어 그에게 마주 보게 하였다.“계속해.”그는 다시 입을 열어 명령했다.두 남자는 빠른 걸음으로 다가와 다시 소만리의 팔을 잡았다.이번에는 소만리가 아무리 발버둥 쳐도 소용이 없었다.남사택도 재빨리 소만리 곁으로 다가와 과감하게 소만리의 정맥에 바늘을 꽂았다.차가운 액체가 정맥을 타고 뼛속까지 스며들었다.소만리는 핑크빛 입술을 오므리고 알 수 없는 공포를 느꼈지만 눈빛만큼은 결코 수그러들지 않았다.경연은 소만리의 날카로운 눈빛이 점점 힘을 잃어가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그녀는 졸린 듯 빼곡히 들어찬 속눈썹을 몇 차례 들었다 놨다 하다가 결국 의식을 잃고 말았다.경연은 여세를 몰아 소만리를 자신의 품에 안고 그녀의 뺨을 어루만지며 입꼬리를 살짝 들어 올리더니 갑자기 웃음을 터뜨리기 시작했다.“출발 준비.”경연이 명령을 내렸고 막 소만리를 안고 떠나려는데 갑자기 한 남자가 쏜살같이 달려왔다.“사장님, 밖에 젊은 여자가 왔어요. 사장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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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62장

”깨어났어?”경연의 낮은 목소리가 가위눌리듯 귓가에 울려 퍼졌다.소만리는 소리가 나는 곳을 찾다가 옆에 앉아 한가롭게 커피를 마시며 자신을 바라보는 경연을 보았다.쫓기고 있는 수배자 답지 않게 한가한 자태였다.소만리가 막 몸을 움직이려다가 의자 양쪽에 자신의 두 손이 묶여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그녀가 곁눈질로 힐끔 보니 검푸른 하늘과 하얀 구름이 시야에 들어왔다.여긴 하늘 위?그녀는 비행기 안에 있는 것이었다!소만리는 이를 악물고 유유자적한 자세를 하고 있는 남자를 노려보았다.“경연, 나 어디로 데려가는 거야?”“우리 집으로. “경연은 고개도 들지 않은 채 대답했다.소만리는 그를 차갑게 흘겨보았다.“날 더 이상 좋아하지 마. 난 한 번도 당신을 좋아한 적 없어.”“당신이 날 좋아하든 싫어하든 당신이 내 혼인 증명서 상의 아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아.”경연은 눈을 치켜뜨고 비열하게 웃으며 말했다.“어디로 가든 우리는 합법적인 부부야.”소만리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녀와 경연의 혼인관계는 확실히 합법적인 것이었다.경연은 가시가 돋친 소만리의 눈빛을 바라보며 말했다.“지금은 당신한테 말할 수 있어. 애초에 결혼으로 당신과 당신의 가족을 보호하자고 내가 IBCI의 상부에 제안했었어. 상부에서는 내가 이렇게 사심을 가지고 제안했을 거라고는 몰랐을 거야.”“경연, 당신 정말 비열해!”경연은 못마땅한 듯 가볍게 웃으며 손을 들어 소만리의 턱을 쥐었다.소만리는 옆으로 얼굴을 휙 돌렸지만 다시 경연이 힘껏 잡아 돌렸다.그의 눈에 어두운 기운이 가득 들어찼다.“그래, 나 비열해. 그래서 당신은 아마 평생 기모진을 다시는 보지 못할 거야.”“당신 그게 무슨 소리야?”이 말을 들은 소만리는 더 이상 침착하게 경연과 대치할 수 없었다.“경연, 도대체 무슨 생각하는 거야!”소만리는 온 힘을 다해 발버둥 쳤다.그러나 경연은 웃으며 소만리의 턱을 잡고 있던 손을 놓았다.잠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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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63장

기모진은 소파에서 벌떡 일어나 앉았다.“어디 있어요?”“방금 알아냈는데 경연이 자가용 경비행기를 타고 어제저녁 경도를 떠난 것이 확인되었습니다!”“경비행기의 착륙지는 어디죠?”기모진이 초조하게 물었다.“일단 그것은 불분명합니다.”동료는 고개를 저었지만 그것만으로도 기모진에게는 희망이었다.기모진의 희미한 눈동자에 점차 희망의 빛이 생겼고 그 빛은 더욱 밝아졌다.그는 기 씨 본가로 돌아와 황급히 자신의 용모를 정리하고 옷을 갈아입었다.문을 나서려는데 기란군과 기여온이 두 남매가 그의 뒤를 졸졸이 따라왔다.“아빠, 아직 엄마 못 찾았어?”기란군이 걱정하는 눈빛으로 물었다.기모진은 몸을 웅크리고 앉아 앞에 있는 두 어린 남매의 얼굴을 번갈아 어루만지며 봄바람처럼 보드라운 웃음을 띠었다.“기란군, 동생 잘 보고 있어. 아빠가 꼭 엄마 데리고 올게.”기란군이 고개를 끄덕였지만 작은 눈썹에는 여전히 근심이 서려 있었다.기모진은 아들이 여전히 소만리를 걱정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지만 그도 어쩔 도리가 없었다.소만리는 그의 마음속에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차라리 자신이 피를 흘리고 있을지언정 그녀의 머리카락 한 올이라도 손상되는 것은 보고 싶지 않았다.그가 소만리의 안전을 걱정하며 생각에 잠겨 있었는데 갑자기 기여온이 자신의 옷자락을 잡아당기는 것을 느꼈다.기여온도 눈살을 찌푸리며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앙증맞은 팔을 뻗어 기모진의 목을 끌어안았다.“아빠.”여온이 또 아빠라고 불렀다.그 맑고 깨끗한 목소리가 기모진의 거칠어진 마음을 촉촉이 적셔주었고 이내 그의 마음이 따뜻해졌다.“여온이, 착하지? 아빠가 지금 엄마 데리러 갔다 올 테니까 오빠랑 착하게 놀고 있어, 알았지?”그가 다정하게 얘기하자 두 아이는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기모진은 마음이 아프고 안타까웠지만 지금 그의 마음속에 더 안타깝고 그리운 사람은 소만리였다.그가 차에 오르자마자 경연의 자가용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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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64장

”사모님을 모시고 씻고 옷을 갈아입혀 드리세요.”경연이 두 시중에게 분부를 내렸다.두 시중은 이구동성으로 말했다.“네, 사장님.”경연은 자신을 노려보던 소만리를 한번 흘끔 쳐다보고서야 그 자리를 돌아섰다.두 시중은 소만리에게 다가가 옷을 갈아입고 씻는 것을 도우려고 공손하게 말했다.소만리는 거절하고 싶었지만 도저히 힘을 낼 수가 없었다.분명 그 두 번의 주사가 그녀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경연이 방을 나가자 한 젊은 여자가 그에게 달려와 애교 섞인 표정으로 기대감을 비치며 말했다.“자기야, 당신 이제 시간 좀 있지? 나랑 얘기 좀 할 수 있어?”경연은 눈앞의 여자를 흘겨보더니 유유히 걸음을 옮겨 아래층 거실로 갔다.그는 느긋하게 핸드폰 메시지를 들여다보았다.보아하니 경도의 경찰과 IBCI 요원들이 그의 행방을 알아차린 것 같았다.그런데 어떻게 이 사람들이 이렇게 쉽게 자기를 찾을 수가 있었지?경연은 핸드폰을 집어던지고 잿빛 눈동자를 치켜세우며 모든 것을 집어삼킬 듯 사나운 표정을 지었다.“자기야, 나.”“경연. 앞으로 이렇게 경연이라고 불러.”그는 차갑게 말을 끊고 옆에 서 있는 여자를 힐끔 쳐다보았다.“알았어?”“그게, 자기...”여자는 아직도 옛정에 기대어 말을 걸려다가 갑자기 가라앉은 경연의 눈빛을 보고 두려움에 벌벌 떨며 고쳐 불렀다.“경, 경연.”경연은 자못 마음이 흡족했지만 눈꺼풀도 까딱하지 않고 말했다.“말해 봐. 무슨 생각으로 날 따라 여기 왔지?”여자는 경연의 말을 듣자마자 경연의 옆에 쪼그리고 앉아 앞에 있는 이 남자를 올려다보며 애처로운 눈빛을 가득 담아 말했다.“뭐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자기야. 아니, 경연. 사실 이렇게 오랜 시간이 흘렀는데도 나 당신을 놓아줄 수가 없어.”경연은 이 말을 듣고 웃는 듯 마는 듯 옆에 쭈그리고 앉아 있는 양이응을 바라보았다.“당신이 놓지 못하는 게 나야? 돈 아냐?”“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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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65장

시중이 이렇게 당황하는 모습을 보고 경연의 가슴이 초조하게 떨리기 시작했다.소만리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봐 양이응의 손을 뿌리치고 성큼성큼 침실로 달려갔다.그런데 그가 막 침실 문 앞에 이르렀을 때 갑자기 꽃병 하나가 ‘펑'하고 그의 발 옆에 날아왔다.꽃병이 깨지며 파편이 그의 얼굴 쪽으로 튀어 올랐지만 그는 조금도 피하지 않았다.그는 꽃병 조각을 그대로 밟고 방 안으로 들어갔다.소만리는 창가에 서 있었고 시중이 가져온 음식들은 모두 바닥에 엎질러져 있었다.소만리의 발치에는 피가 방울방울 떨어져 있었고 그녀의 둥근 손끝에서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꼼짝도 하지 않고 여름 햇빛 아래 마치 먼지 하나 묻지 않은 조각처럼 서 있었다.“나가.”경연은 두 시중에게 명령했다.그는 입술 사이로 차가운 기운을 뿜으며 말을 뱉었다. 온화하고 점잖은 얼굴과는 딴판이었다.시중은 감히 앞서지 못하고 허둥지둥 그 방에서 나갔다.양이응도 경연을 따라 올라왔지만 방 안의 상황을 제대로 살피기도 전에 시중드는 사람들이 허겁지겁 달려 나와 문을 닫았다.“안에 무슨 일 있어요? 그 소만리라는 여자가 무슨 짓을 했어요?”양이응이 궁금해하며 물었다.그러나 시중들은 양이응을 힐끗 쳐다보고는 몸을 웅크리고 앉아 문 앞의 꽃병 파편을 치웠다.양이응은 이를 갈며 닫힌 방문을 불만스러운 듯 노려보았다.방금 경연이 제시한 요구를 생각하니 그녀는 다시 가슴이 섬찟 떨려왔지만 천천히 손을 들어 자신의 얼굴을 만지작거리더니 점차 그녀의 얼굴에도 음흉한 웃음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방 안.경연은 천천히 소만리 곁으로 걸어갔다.유리 파편에 베인 채 피를 흘리고 있는 그녀의 손가락을 보며 경연이 손을 뻗었지만 소만리는 단호하게 그녀의 손을 거두었다.“건드리지 마.”그녀의 한 마디 한 마디의 기세가 당당하기 그지없었다.그윽하던 경연의 눈빛이 차가워졌고 그는 다시 손을 뻗어 소만리의 손목을 잡았다.소만리는 몸을 피하면서 동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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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66장

소만리는 경연의 말을 듣고 눈을 들었다.경연의 짙은 잿빛 눈동자에서 음흉한 소유욕이 엿보였다.그는 남의 말을 전혀 듣지 않는 굉장한 편집증적 성격을 가졌다.경연은 어느새 소만리의 다친 손을 꽉 움켜쥐고 있었다.그녀는 손을 움츠리고 싶었다.경연이 그녀의 손을 힘껏 잡고 고개를 숙이고 피가 흐르는 그녀의 상처에 입술을 가져다 대려고 했기 때문이다.그는 그의 입술로 그녀의 상처를 어루만져 주고 싶었나 보다.“뭐 하는 거야!”소만리는 몸이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남은 힘을 다해 경연을 밀어냈다.경연은 다시 살며시 피 묻은 상처에 입을 가까이 댔다. 비릿한 피냄새가 났다.그러나 말쑥한 그의 얼굴에는 오히려 흐뭇한 미소가 피어오르는 것이 섬뜩할 정도였다.소만리는 이런 웃음을 본 적이 없었고 참을 수 없이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아름다운 소만리의 눈동자에 혐오스러운 빛이 비치는 것을 보고 경연은 더욱 간특한 미소를 띠었다.“당신은 두려울 게 아무것도 없는 줄 알았는데 보아하니 당신도 두려운 게 있는 모양이군.”그는 소만리에게 점점 다가갔고 그의 한 걸음 한 걸음에 소만리의 눈에는 저항의 빛이 더 짙어졌다.“당신 피는 흔하지 않잖아, 당신 잊었어? 그러니 몸조심하는 게 좋을 거야.”소만리는 경연을 노려보았다. 보면 볼수록 이 남자는 더욱 종잡을 수가 없었다.경연은 소만리가 자신을 탐색하는 듯한 시선에도 개의치 않고 고개를 숙여 소만리의 볼에 키스하려 했지만 소만리는 그를 피했다.경연은 아무 접촉도 하지 못하고 향긋한 그녀의 향기를 맡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입술을 오므린 그는 다정한 눈빛으로 말했다.“상처를 잘 싸매고 어서 밥 먹어. 이틀 후에 만날 사람이 두 명 있으니까. 그 두 사람을 보고 나면 당신 분명히 기뻐할 거야.”소만리는 돌아서서 경연을 완전히 무시했다. 도저히 그를 더 이상 마주할 마음이 나지 않았다.경연도 더 머물지 않고 방문을 열고 시중에게 분부해 소만리에게 약 상자와 음식을 가져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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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67장

경연이 떠난 뒤 소만리는 혼자 방에 있었다.시중이 다시 들어와 약 상자와 무늬가 아주 정교하게 새겨진 그릇에 식사를 가져다주었다.소만리는 아직도 피가 나오고 있는 손가락을 우두커니 바라보았다.자신의 혈액형이 희귀하다는 것을 당연히 알고 있었고 그녀 스스로도 계속 피를 흘리고 싶지 않았다.“사모님, 제가 도와드릴게요.”젊은 시중이 소만리의 상처를 치료해 주려고 친절하고 공손하게 다가왔다.생각해 보니 소만리도 자신이 방금 좀 충동적이었다고 느꼈고 침착해야 경연의 올가미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했다.“네. 그래요. 부탁해요.”소만리는 시중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젊은 시중은 소만리가 아까처럼 저항하지 않자 기쁜 마음으로 상처를 싸매주었다.그녀는 매우 공손하게 소만리의 발치에 쭈그리고 앉아 면봉과 알코올 솜을 조심스럽게 꺼내 소만리의 상처를 소독했다.소만리는 열심히 상처를 소독해 주는 시중을 보며 부드러운 말투로 물었다.“이름이 뭐예요?”“아희라고 합니다.”시중은 웃으며 대답했다. 그리고 마루를 청소하고 있는 또 다른 시중을 가리키며 말했다.“쟤는 아현이에요. 우리 둘이 사모님을 보살펴 드리는 것을 담담하고 있어요.”아희, 아현.소만리는 마음속으로 되뇌어 보았다. 그리고 입을 열어 물었다.“아희, 여기가 어디예요?”“여기는 Y국에서 사장님이 지내시는 집이에요. 사모님 모르셨어요?”아희가 큰 눈을 깜빡이며 소만리를 의아하게 바라보았다.Y국?여기가 설마 Y국?잠깐.소만리는 문득 예선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예선의 엄마는 Y국의 갑부라고 했다!이것이 과연 그녀가 경연의 올가미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을까?하지만 예선의 엄마는 지금 경도에 있을 것이다.소만리의 마음속에서 타올랐던 희망의 불꽃이 다시 사그라들었다.“사모님, 상처는 이미 다 쌌습니다. 당분간은 물에 닿지 않게 하시는 게 좋을 거예요. 상처에 염증이 생기지 않도록 말이에요.”아희는 친절하게 당부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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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68장

”소만리에게 주사를 두 대나 놓았는데 당신이 말한 것과는 달리 효과는 좀 미미한 것 같은데.”경연의 어조는 싸늘하였고 뭔가 불만스러움이 가득한 것 같았다.남사택은 당황하지 않고 말했다.“이 시약의 효과는 확실히 사람마다 다를 수 있어요. 만약 소만리의 의지가 너무 강하면 시약이 효과를 최대치로 발휘할 수 없어요.”남사택은 잠시 말을 멈추더니 강한 자신감을 드러내며 말을 이었다.“아무리 그래도 우리는 결국 궁극적인 목적에 도달할 수 있어요.”경연의 검은 눈썹이 번쩍 치켜 올랐고 그의 눈 속에는 애초에 그가 보였던 온기는 온데간데없고 서슬퍼런 한기만 가득 서려 있었다.“그래, 기모진도 Y국에 왔다는 소식을 들었어요.”남사택이 말했다. 경연은 조금도 놀라지 않고 말했다.“날 찾아 Y국에 왔겠지만 내가 있는 이곳은 찾지는 못할 거야.”그는 무덤덤한 표정으로 손에 들고 있던 시약을 내려놓고 천천히 일어섰다. 눈빛은 점점 싸늘해졌다.“경도 제일가는 황태자 기모진, 당신이 얼마나 대단한 능력과 수완을 가지고 있는지 한 번 보자구.”경연은 오만하게 두 눈을 번쩍 들어 스산하게 웃었다.“똑똑.”서재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고 시중이 보고하러 들어왔다.“사장님, 사모님 상처는 다 치료했고 지금 식사도 하고 계십니다.”그 대답에 경연의 쓸쓸한 웃음기가 사라지고 어느새 따스한 미소가 떠올랐다.그는 남사택을 쳐다보았다.“당신 가서 세 번째 시약을 준비해.”남사택은 아무런 표정 변화 없이 경연을 바라보며 말했다.“네, 그럼 가서 준비할게요.”경연은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이며 소만리가 있는 침실로 발걸음을 옮겼다.소만리가 식사를 하고 있는데 곁눈으로 보니 갑자기 한 여자가 들어오는 모습이 보였다.시중인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그 여자는 양이응이었다.소만리는 천천히 나이프와 포크를 내려놓으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당신이 왜 여기 있지?”“흥.”양이응이 킥킥거리며 기분 나쁜 미소를 띠고 소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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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69장

경연이 자못 심각하게 말했다.소만리는 의심이 가득한 눈으로 마음속에 꿍꿍이가 그득하게 들어차 있는 이 남자를 바라보았다.하지만 여기는 Y 국이었다. 아는 사람도 없는데 여기서 누굴 안 본들 후회할 사람이 누가 있단 말인가?“내가 당신을 속인 것 같아?”소만리의 눈 속에서 의심하는 빛을 읽은 경연은 갑자기 주머니에 손을 넣어 천천히 물건을 꺼내어 보였다.“이게 뭔지 알아?”소만리는 엷은 시선을 들어 올리며 경연이 손에 들고 있는 에메랄드 팔찌를 보았고 그녀의 눈빛은 돌변하기 시작했다.그녀는 성큼성큼 경연에게 다가가 팔찌를 손에 쥐었다.팔찌의 이 서늘한 촉감이 그녀에게 전해지자 그녀는 마치 누군가의 온기에 닿은 것 같았다.“엄마.”소만리는 팔찌 안쪽에 새겨진 글씨를 멍하니 바라보며 이것이 바로 사화정의 팔찌임을 확인했다.이것은 사화정과 모현이 결혼할 때 모현이 사화정에게 보낸 사랑의 증표이기 때문에 오랜 세월 동안 사화정은 한 번도 몸에 지니지 않은 적이 없었다.소만리는 의아한 듯 팔찌를 움켜쥐고 눈시울을 붉혔다.“경연, 이게 무슨 뜻이야?”그녀는 다급하게 물었다.“왜 우리 엄마 팔찌가 당신한테 있지?”“날 데리고 누굴 만나러 간다고 했는데 도대체 그게 누구야!”그녀가 절박해진 마음으로 따지며 경연의 팔을 잡아당겼다.지금 이 순간 그녀의 마음속에는 이미 어떤 추측이 강하게 일었지만 그녀는 감히 더 깊이 생각할 수가 없었다.정말 이건 생각할 수가 없는 것이다.경연은 손을 들어 소만리의 눈가에 맺힌 눈물방울을 살며시 닦아내고 다정한 미소를 지으며 귀밑머리를 쓸어 올려주었다.뜻밖에도 소만리의 심장이 설레었다.소만리의 심장이 빠르게 뛰었고 경연은 자신감 넘치는 웃음을 보이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그때 마침 남사택이 나타났다.그는 또 주삿바늘을 들고 그녀를 향해 걸어왔다.소만리는 저항하려 했지만 경연이 조금 전에 한 말이 귓전에 울렸다.그녀는 그 두 사람을 만나고 싶었다.비록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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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0장

소만리는 다시 스멀스멀 파고드는 피곤함을 떨쳐내려고 애써 눈을 크게 떴다.만약 이 시약이 그녀의 모든 기억을 지울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면 그녀는 분명 아까처럼 그렇게 순순히 따르지는 않았을 것이다.그러나, 엄마 아빠.소만리의 머릿속에 사화정과 모현의 모습이 떠올랐다.경연이 그녀를 속이고 있는 걸지도 모르지만 그녀는 스스로 시도해 보지 않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하지만 기모진, 내가 어떻게 당신을 잊을 수 있겠어.아니, 난 절대 당신을 잊지 않을 거야. 영원히 당신 기억할 거야.소만리는 결국 몽롱한 잠에 빠져들었고 경연은 그녀를 안아 침대에 조심스럽게 눕히고 이불을 덮어주었다.“얼마나 더 맞으면 그녀의 기억을 완전히 없앨 수 있지?”경연이 남사택에게 물었다.“소만리의 의지에 달렸죠.”남사택의 대답이 경연을 불쾌하게 만들 수 있지만 남사택도 어쩔 수 없었다.경연은 방에서 나왔고 양이응이 비틀거리며 문간에 서 있는 것을 보았다.그는 온기 없는 싸늘한 눈길을 그녀에게 던졌다.“소만리를 귀찮게 괴롭히던 여자가 내 총에 죽었어. 총알이 당신 심장을 관통하는 게 어떤 맛인지 느껴 보고 싶어?”양이응은 갑자기 발밑에서부터 한기가 온몸을 휩싸는 느낌이 들었다.양이응은 경연이 방금 말한 사람이 강연이라는 사실을 알았다.강연은 경연이 쏜 총에 맞아 죽은 것이었다.예전에 양이응이 경연과 사귈 때는 줄곧 이 남자가 옥처럼 부드럽고 우아하고 겸손하다고만 생각했었다.그런데 경연에게 이런 정반대의 모습이 있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흑과 백, 선과 악이 극명한 대조를 보이며 그의 얼굴을 감싸고 있는 것에 충격을 받았지만 양이응에게 하여금 그 점이 오히려 더 그에게 끌리게 만들었다.경연과 사귀었던 2년 동안 그녀는 정말 진심으로 이 남자를 좋아했었고 지금은 얻지 못하니 더 갖고 싶어졌다.양이응은 고개를 숙인 채 끽소리도 못하고 싸늘한 표정으로 시선을 돌렸다.“아니, 경연, 나 후회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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