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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가 사랑한 여인의 모든 챕터: 챕터 1291 - 챕터 1300

2479 챕터

1291장

소만리는 경연이 눈앞에 나타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그는 볼일이 있어서 분명히 운전기사에게 소만리의 외출을 동행하라고 지시했는데 지금 여기에 나타난 것이었다.경연은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고 있는 소만리를 바라보며 말했다.“놀랐어?”경연은 웃으며 말했다.“사실 나도 놀랐어. 당신이 이렇게 똑똑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거든.”“경연!”기모진은 자신의 부상도 아랑곳하지 않고 상처에서 통증이 밀려오는 것도 참으며 소만리 앞으로 달려가 그녀를 그의 등 뒤로 보호했다.매처럼 날카로운 기모진의 눈동자가 매섭게 경연을 응시하고 있었다.“남자라면 나한테 덤벼. 내 아내한테 더 이상 협박 같은 거 하지 마.”“뭐? 네 아내?”경연이 비웃으며 말했다.“기모진, 당신 잊었어? 반년 전에 이미 소만리는 나의 합법적인 아내가 되었어.”소만리는 당시 기모진이 자신의 부모님의 집에 불을 질러 부모님을 죽인 줄 알고 기모진이 아무리 애걸복걸해도 절대로 이 남자를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자신의 행동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그러다가 경연이 나타나 많은 도움을 주었고 따뜻하게 자신을 위로해 주었으며 경연이 결혼을 제안했을 때 그녀는 순순히 승낙했던 것이다.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면 소만리에 대한 경연의 따뜻하고 세심한 보살핌과 관심은 모두 그가 절치부심하고 있던 음모에 지나지 않았던 것 같다.경연이 그녀를 좋아하고 그녀에 대한 호감이 깊다고는 하나 결국 그녀를 손아귀에 넣어 이용하려 한 것일 뿐이었다.소만리의 눈빛이 어두워졌으나 그녀는 조금도 물러서지 않고 경연에게 다가갔다.“경연, 이런 짓들을 하는 목적이 뭐야? 빙빙 돌리지 말고 똑똑히 말해봐.”“소만리, 이리 와.”기모진은 소만리의 손을 잡고 그녀를 다시 곁으로 끌어당겼다.경연은 눈앞에 펼쳐진 두 사람의 다정한 모습을 보며 의미심장한 시선으로 소만리의 얼굴을 바라보았다.“내가 말하면 당신 들어줄 거야?”“우선 말해봐.”여전히 두려움 없는 모습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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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92장

기모진은 앞으로 달려가 막으려 했다.그러나 다리에 힘을 주자 종아리에 찢어지는 듯한 아픔이 온몸으로 전해져 겨우 아물었던 상처에 다시 피가 배어 나왔고 새하얀 거즈를 붉게 물들였다.붉게 물드는 선홍색 거즈를 보고 소만리는 가슴이 아파왔다.“모진!”그녀는 본능적으로 그에게 달려가려고 했지만 경연은 그녀의 어깨를 힘껏 감쌌다.“그에게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더 많은 상처를 입힐 수 있다는 걸 아직도 모르겠어?”경연은 낮은 목소리로 소만리의 귓가에 경고했다.소만리는 주먹을 불끈 쥐며 입술을 깨물었다.“경연, 계속 이렇게 당당히 활보하지는 못할 거야. 당신 반드시 잡힐 거거든.”경연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입가에 가느다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렇다면 내가 잡히기 전에 꼭 목표를 이루어야겠군.”소만리는 증오에 찬 눈으로 경연의 조롱기 섞인 미소를 바라보았다.그러나 한편으로는 자신의 무력함에 더없이 힘이 빠졌다.“소만리, 이 남자 따라가지 마.”기모진의 말투는 거의 애원에 가까웠다.소만리는 눈시울을 붉혔다.그녀는 감히 애원하는 기모진의 슬픈 모습을 두 눈으로 마주 볼 수가 없어서 살짝 시선을 돌렸다.“모진, 당신 쉬어야 해. 기회가 있다면...”기회가 있다면 난 반드시 내 몸 아끼지 않고 당신한테 달려갈 거야.그러나 기모진, 지금은 그럴 수 없어.소만리는 하고픈 말을 마음속에 담아둘 수밖에 없었다.그녀는 먹먹한 아픔을 억누르고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어서 가!”“소만리!”기모진은 벽을 짚고 쫓아가려 했지만 그녀가 돌아서자 그의 상처는 더 아파오는 것 같았다.“소만리!”기모진의 손등에서 핏줄이 터졌고 손가락 마디에서 ‘두둑' 하고 소리가 났다.멀어져 가는 소만리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그는 여전히 그녀의 뒤를 바짝 쫓고 있었다.터진 상처에서 흘러나온 피가 그의 종아리로부터 한 줄기 선을 그리며 떨어졌고 긴 복도에 흔들리는 그의 발자국 따라 구불구불 흔적을 남겼다.하지만 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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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93장

경연의 말을 듣고 소만리는 자신이 추측하고 있던 내용을 분명히 확인할 수 있었다.소만리는 화가 나서 곧장 그에게 달려갔다.“경연, 당신 도대체 인간성이라는 게 있는 거야 없는 거야? 내 주변 사람들을 괴롭히고 상처 주는 게 그렇게 통쾌해? 도대체 내가 무슨 죄를 지었길래!”“당신을 미워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당신을 좋아해.”경연은 천천히 몸을 일으켰고 훤칠하고 꼿꼿한 풍채는 마치 거대한 산과 같은 강한 아우라가 사정없이 뿜어져 나와 소만리의 가냘픈 몸을 에워쌌다.“소만리, 당신의 잘못은 기모진을 사랑한다는 거야.”그는 유유히 안경을 벗었고 안경에 가려져 있던 어두운 물결이 두 눈동자에서 거침없이 흘러나왔다.“사랑하는 사람을 잃는다는 게 너무나 괴롭고 가슴 아프지? 정 탓하고 싶다면 기 씨 집안을 탓해.”기 씨 집안?소만리는 분명하게 이해가 되지 않아서 더 자세히 묻고 싶었지만 경연은 알려줄 뜻이 없어 보였다.그는 얇은 입술을 일그러뜨렸고 소만리의 아름다운 눈동자에서 가시가 돋친 모습을 보았고 지금은 그 가시를 조금 꺾고 싶을 뿐이었다.“아침에 서재에서 내가 통화하던 거 들었지?”경연이 이렇게 묻자 소만리의 갈색 가을빛 눈동자에서 희미한 빛이 스쳐 지나갔다.그는 자신의 추측을 더욱 확신하며 입을 열었다.“기모진이 인심병원에 있다는 것을 알고 일부러 내 앞에서 외출하고 싶다고 했지? 그것도 장인어른 앞에서 말하면서 내가 거절할 수 없게 만들었지.”“가는 길에 일부러 벚꽃공원에 가자고 한 거야. 사실 당신은 인심병원에 가서 기모진을 만나기 위해 일부러 병원 근처 아무 관광지를 그냥 말한 거야.”경연은 미동도 하지 않는 소만리를 뚫어져라 바라보며 훤칠하고 꼿꼿한 풍채를 옮겨 서서히 그녀의 뒤에 섰다.“당신은 정말 영리했어. 일부러 아픈 척을 해서 가장 가까운 인심병원으로 차를 유도했어.”경연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소만리의 볼에 머리를 숙이고 온기를 내쉬며 그녀의 귓가에 대고 말했다.“그런데 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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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94장

그러나 TV 화면에는 방송국 프로그램이 전혀 방영되지 않았고 사람들이 오가는 거리에서 사화정이 혼자 걸어가는 모습만 보였다.“엄마.”소만리는 화면 속에 우두커니 서 있는 사화정의 모습을 보았다.당장 그 자리에서 사화정에게 달려갈 수 없는 것이 한스러웠고 말할 수 없는 무력감이 느껴졌다.“내 부하들이 당신 엄마를 따라다니고 있어. 당분간은 아무 일 없을 거야. 하지만 당신이 날 기분 나쁘게 하는 일을 또 한다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심정이 어떤 것인지 당신에게 똑똑히 느끼게 해 줄 거야.”경연의 협박 섞인 말과 함께 그녀의 턱을 움켜쥐고 있던 그의 손에 힘이 더 강해졌다.눈썹을 찡그리며 아래턱에 전해져 오는 통증을 느낀 소만리의 눈빛은 점점 어두워졌다.경연은 소만리의 눈에서 날카로운 빛이 사라지는 것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아직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거야, 응?”“우리 엄마 아빠 괴롭히지 마.”소만리는 어쩔 수 없이 타협을 했고 눈 속의 날카로운 빛은 사그라들었다.“알았어. 약속할게. 다시는 기모진을 만나지 않을게.”“그것뿐이야?”경연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더욱 만족스러운 답을 기다리고 있었다.소만리는 이를 악물고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만약 내가 다시 기모진을 만난다면 내 평생 우리 엄마 아빠를 다시 볼 수 없을 거야.”경연의 협박에 소만리는 이렇게 맹세했다.경연은 입꼬리를 비열하게 말아올리며 호쾌하게 웃었다.소만리는 가슴을 파고드는 아픔을 꾹 참고 마음을 가라앉히며 말했다.“지금 당장 당신 부하들한테 우리 엄마 구해오라고 해.”“당신이 정말 그렇게 당신 엄마를 아낀다면 오늘 내 심기를 건드리며 기모진을 만나러 가는 일 따위는 하지 말았어야 했어.”경연은 손을 놓았다.소만리는 그가 그녀를 풀어줄 줄 알았는데 갑자기 그의 손이 그녀의 목덜미를 눌러 두 사람은 아주 가까이 서로를 마주 보게 되었다.그의 손끝은 그녀의 머리카락 사이로 그녀를 단단히 가두었다.“소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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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95장

소만리는 그녀에게 다가온 경연의 얼굴을 얼어붙은 듯이 바라보다가 순간적으로 기모진의 얼굴이 확 떠올랐다.그녀는 몇 시간 전에 그를 지켜주겠노라 기모진에게 했던 약속이 생각났다.그런데 지금 그녀는 뭘 하고 있는가?경연이 하려는 대로 내버려두고 있으니 나중에 기모진이 화내지 않을까?안 돼.그녀는 이렇게 꼭두각시처럼 경연이 하려는 대로 제멋대로 조종하게 놔두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2, 3초의 그 짧은 순간 소만리의 머릿속에는 많은 생각들이 스쳐 지나갔다.경연의 입술이 자신에게 닿으려 하자 그녀의 발걸음이 뒤로 물러났다.경연이 길고 가는 눈을 치켜떴고 눈빛도 무거워졌다.그가 화를 내려고 하는 찰나 갑자기 서재 문이 울렸다.“똑똑"“접니다.”남사택의 목소리가 문밖에서 들려왔다.경연은 소만리의 턱을 잡았던 손을 놓으며 이상야릇한 눈길로 소만리를 한번 흘끗 보다가 돌아서서 문을 열어주었다.소민리는 재빨리 바닥에 있는 옷을 주워 입었지만 마음속에 여전히 남아 있는 공포는 좀처럼 가시지 않았다.경연의 언행은 이미 그녀의 상상을 초월한 것이었다.그에게 통쾌함을 주는 일이라면 그는 정말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그는 화가 나면 마치 인격이 여러 갈래로 분열되는 듯했고 편집증은 더욱 심한 양상으로 흘렀다.경연이 문을 열었고 남사택은 책상 옆에 서 있는 소만리를 보고 잠시 놀란 듯했다.“소만리가 여기 있었군요. 주사를 놓으려고 아무리 찾아봐도 없길래.”남사택이 말을 마치자 경연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남사택을 서재로 들어오게 했다.소만리는 그녀에게 다가오는 남사택을 보며 마음속에 깊은 저항심이 솟구치기 시작했다.특히 남사택의 손에 든 주삿바늘을 보고 그녀는 손을 뒤로 뺐다.남사택은 그녀에게 다가가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손을 내밀며 말했다.“더 이상 시간 낭비하지 마세요. 당신에겐 다른 선택이 없어요.”“남사택, 당신도 미쳤군.”소만리는 한껏 남사택을 비꼬며 마지못해 팔을 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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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96장

경연은 손수건을 집어 들고 다정한 손길로 소만리의 입술을 닦았다.“그렇게 찌푸려 있지 말고 웃어.”소만리는 자신이 어떻게 이 상황에서 억지웃음을 지을 수 있을지 정말 몰랐지만 경연의 뜻을 가만히 살펴보니 그는 지금 굳이 그녀의 웃음을 꼭 봐야겠는 모양이었다.그녀는 억지로 입꼬리를 구부려 경연을 향해 빙긋이 웃어 보였다.경연은 만족스러워하며 말했다.“그래. 그래야지. 이렇게 말을 잘 들으니 이제야 내 아내 같아.”“경연, 이제 날 엄마한테 데려다...”“소만리.”모현이 갑자기 문 앞으로 불쑥 들어왔다.소만리가 눈을 들어보니 뜻밖에도 모현의 뒤에 사화정이 따라와 있는 모습이 보였다.“엄마?!”소만리가 깜짝 놀라며 눈앞에 나타난 사화정을 바라보다가 그윽하게 눈웃음 짓고 있는 경연을 올려다보았다.“소만리, 걱정하지 마. 네 엄마 어젯밤에 돌아왔어. 경연이 어젯밤에 찾아왔는데 네가 어제 일찍 잠들어 버리는 바람에 일부러 깨우지 않은 거야.”모현의 해명으로 소만리의 의혹이 풀렸다.알고 보니 사화정은 어젯밤에 돌아왔고 경연은 방금까지 소만리를 희롱하고 있었던 것이다.경연은 미소를 띤 눈빛을 소만리에게 보내며 말했다.“얘기들 하고 계세요. 전 일 좀 처리하고 올게요.”모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웃는 얼굴로 경연을 바라보았다.소만리는 경연이 사실은 굉장히 무서운 양면을 가진 사람이라고 모현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경연이 떠난 후 소만리는 살짝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그녀는 사화정의 손을 잡고 마음속의 큰 돌을 내려놓았다.“엄마, 괜찮으니 다행이에요. 제가 그때 모진한테만 정신이 팔려 있어서 엄마를 잘 돌보지 못했어요. 다 내 탓이에요.”소만리가 자책하며 괴로워했다. 사화정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모진이 누구야? 너랑 그때 뽀뽀하던 그 총각 말이야?”“...”소만리는 얼굴이 발그레하며 쑥스러워했다.그녀가 막 화제를 돌리려다가 모현이 꺼림칙한 듯 방문 밖을 살짝 내다보고는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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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97장

소만리는 경연에게 몸이 쏠려갔지만 경연이 보라는 것을 볼 마음은 없었고 오로지 사화정과 모현의 상황만을 눈으로 쫓고 있었다.하지만 경연은 그녀를 놓아줄 뜻이 없어 보였다.그는 핸드폰과 자동차 모니터를 연결했고 2초도 지나지 않아 모니터에 소만리와 그의 부모님의 모습이 나왔다.세 식구가 얼마 전 그녀의 방에서 탈출 계획을 의논하던 모습이 담겨 있는 것이었다.목소리도 온전하고 또렷하게 담겨 있었고 대화하는 모습도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소만리는 순식간에 온몸에서 차가운 기운이 솟구쳐올라오는 것을 느꼈고 바로 그 자리에서 얼어버렸다.소만리는 침착하고 자신만만한 얼굴로 눈앞에 앉아 있는 남자를 향해 믿어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물었다.“당신 내 방에 감시카메라 달았어?”경연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냉소를 흘리며 황당해하는 소만리의 시선을 마주 보았다.“사실이 증명되었지. 당신은 아직도 학습이 하나도 되지 않은 것 같군.”소만리는 자신의 방안의 일거수일투족이 모두 경연의 눈앞에 전시되고 있었다는 것을 믿을 수가 없었다.그녀는 온몸에 소름이 돋고 오한이 나서 손을 들어 경연을 때리려 했으나 그의 손에 저지당했다.경연의 눈빛에는 웃음을 머금고 있었지만 다른 사람 눈에는 그 웃음이 오싹하게 느껴질 뿐이었다.“소만리, 당신이 아무리 똑똑해도 날 이길 순 없어. 난 그렇게 멍청하지 않거든. 내가 말해두겠는데, 계속 이렇게 나한테 도전하면 어떻게 되는지 똑똑히 봐 두라구.”그는 말하면서 사화정과 모현이 교통사고를 당한 앞을 흘끗 보았다.“이것이 바로 내가 당신한테 주는 벌이야.”소만리는 순간적으로 심신이 깊은 바다로 내려앉는 듯했고 놀란 가슴이 도무지 진정이 되지 않았다.그녀는 경연의 손을 뿌리치고 허둥지둥 문을 열었다.그녀는 비를 맞으며 허겁지겁 부딪힌 차 앞으로 빠른 걸음으로 달려갔다.소만리는 차창 너머 뒷좌석에 앉아 있던 모현과 사화정이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사화정은 모현의 몸에 기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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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98장

”이제 와서 제발 부탁이라고?”경연은 조롱기 섞인 웃음을 보이며 되물었다.“난 이미 여러 번 당신한테 주의를 줬어. 나한테 도전하지 말라고. 난 기모진이 아니야. 나한테 도전한다면 당신이라도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을 거야. 당신이 내 말을 잘 들어야만 당신과 당신 가족이 모두 무사할 수 있다는 거 명심해.”소만리는 눈물을 글썽이며 경연을 향해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 알았다구! 그러니까 당장 구급차 불러. 제발 부탁이야. 경연, 제발!”소만리는 경연에게 무릎을 꿇을 정도로 애걸복걸했다.경연은 눈물로 얼룩져 일그러진 소만리의 얼굴을 옅은 미소로 만족스러운 듯 바라보았고 한결 부드러운 눈빛으로 손을 들어 비에 젖은 그녀의 눈을 살며시 어루만졌다.“소만리, 당신이 말만 잘 들으면 당신의 모든 요구를 들어줄 수 있어.”소만리는 눈물을 글썽이며 고개를 끄덕였다.“말 들을게! 경연, 당신이 무슨 말을 하든 다 들을게! 정말이야! 절대 허튼소리 하지 않을게! 다시는 기모진을 만나지도 않을 거고 다시는 도망칠 생각 따윈 하지 않을게. 정말이야!”경연은 그제야 만족스러운 듯 입꼬리를 끌어당겼고 핸드폰을 꺼내 구급차를 부르려 했다.그런데 이때 갑자기 차 문이 열리며 모현이 힘겹게 차에서 내렸다.“아빠!”소만리는 황급히 몸을 돌려 모현에게 달려가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는 모현을 부축했다.모현의 이마에 난 상처에서 피가 흐르는 것을 본 그녀는 다시 눈물을 쏟으며 말했다.“아빠, 미안해. 내가 엄마와 아빠를 다치게 했어.”모현은 있는 힘을 다해 소만리의 손을 꼭 잡으며 안타까운 눈빛으로 애틋하게 소만리를 감쌌다.그리고 날카로운 눈빛을 들어 경연을 노려보았다.“경연, 우리 딸 좀 그만 괴롭혀!”경연은 우산을 쓴 채 가볍게 헛웃음을 지었고 더 이상 자신의 정체를 숨기려 하지 않고 거침없이 말했다.“계속 나의 장인어른으로 있고 싶은지 아니면 나와 적이 되고 싶은지 잘 선택하세요.”모현은 조금도 꺾이지 않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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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99장

소만리가 가슴을 찢으며 애원하는 말을 듣자 모현의 마음은 갈기갈기 찢어지는 것 같았다.“소만리, 울지 마. 아빠는 괜찮아.”그는 소만리를 달래며 여유로운 눈빛을 보냈다.“아빠는 이 사람이 정말로 이런 일을 거리낌 없이 할 수 있을 거라고 믿지 않아.”모현은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경연을 노려보았다.“아빠 그런 말 하지 마. 저 사람은 무슨 짓이든 할 거야. 정말...”소만리는 필사적으로 고개를 가로저으며 두려움에 벌벌 떨었다.그녀는 눈물로 얼룩져 이미 붉어진 두 눈으로 음산한 표정을 하고 있는 남자를 돌아보았다.“경연, 우리 아빠 놓아줘. 다시는 당신한테 맞서지 말라고 설득할게! 경연, 우리 아빠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당신 나한테 약점 잡히는 거야. 그때 가서는 더 이상 날 견제할 수 없을 거야!”소만리는 이 남자에게 무턱대고 부탁했고 결국 협박까지 하게 되었다.눈물과 빗물에 뒤섞인 소만리의 얼굴을 보며 경연은 일말의 동정을 느끼는 듯했다.“당신 얼굴을 봐서 이번 한 번은 내가 당신 아버지를 놔주지. 그렇지만 당신 반드시 당신 아버지에게 기억력을 좀 길러줘야겠어. 나와 적이 되었을 때 그 끝은 고통뿐이라는 걸 깊이 새겨둬야 할 거야.”경연의 말이 떨어짐과 함께 소만리는 ‘펑'하는 소리를 들었다. 동시에 모현의 절규가 들려왔다.소만리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 뒤를 돌아보았다.모현이 다리에 총상을 입고 순식간에 피가 솟아올라와 모현의 바짓가랑이를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그의 발밑이 온통 피바다를 이루고 있었다.“아빠!”소만리의 심장이 날카로운 칼로 뻥 뚫려버리는 것 같았다.빗속에 쓰러져 의식이 흐릿해진 모현을 보고 눈물이 비 오듯 쏟아졌다.그녀는 온 힘을 다해 경연의 손을 벗어나려고 했지만 그의 힘을 꺾을 수는 없었다.“소만리, 당신이 탈출하려던 대가가 이거야.”경연은 소만리의 귓가에 대고 경고의 말을 남기고 나서야 그녀를 놔주었다.풀려난 소만리는 모현에게 달려갔지만 발밑을 살피지 못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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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0장

빗속에 흠뻑 젖은 채 소만리는 병원 복도 의자에 앉아 사화정과 모현의 응급수술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경연이 다가와 그녀에게 외투를 덮어주었다.소만리는 경연이 다가오자 그의 기세에 놀라 자신도 모르게 온몸이 떨리고 소름이 끼쳤다.경연은 소만리의 이런 반응을 보고 조금 놀라긴 했지만 매우 만족스러웠다.그녀가 그를 두려워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그에게는 좋은 신호였기 때문이다.“당신 부모님은 생명에 아무런 지장이 없을 거야. 오히려 당신 계속 이렇게 앉아 있으면 감기에 걸리고 열이 날 수도 있어.”경연이 다정한 척을 하며 그녀에게 일깨워주었다.“우리 부모님 정말 아무 일 없을까?”소만리가 확신없는 말투로 조심스럽게 물었다.경연은 입술을 오므리고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내 말만 잘 들으면 당신 부모님은 괜찮을 거야. 약속해.”소만리는 주먹을 쥐었다가 손에서 힘을 풀었다.“나랑 같이 집에 가자.”경연의 말투는 한결 부드러워졌다.소만리도 더는 거절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응급실을 둘러보며 몸을 일으켰다.경연은 손을 들어 소만리의 어깨를 감싸며 다정하게 걸어갔다.그들 옆을 지나가는 낯선 사람들 눈에는 그들이 분명 다정한 한 쌍으로 보였다.그러나 소만리가 지금 느끼고 있는 공포와 불안은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을 것이다.집으로 돌아온 후 소만리는 방에 들어서자마자 온몸이 찌부둥했고 마음도 불편하기 그지없었다.그녀는 온 방을 둘러보았다. 경연이 카메라를 어디에 몇 개를 설치해 놓았는지 알 수 없었다.소만리는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이 모두 경연의 감시하에 있었다는 사실을 상상할 수조차 없었다.지금 그녀는 감히 옷도 편안하게 갈아입을 생각도 하지 못하고 젖은 옷차림으로 우두커니 한구석에서 넋을 잃고 서 있었다.그녀는 자신의 눈앞이 캄캄하게 느껴졌다.그녀에게 작은 빛과 따뜻함을 줄 수 있는 유일한 것은 약지에 있는 결혼반지뿐이었다.“모진.”당신이 경연을 꼼짝 못하게 할 방법을 꼭 찾아내리라는 걸 믿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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