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와서 제발 부탁이라고?”경연은 조롱기 섞인 웃음을 보이며 되물었다.“난 이미 여러 번 당신한테 주의를 줬어. 나한테 도전하지 말라고. 난 기모진이 아니야. 나한테 도전한다면 당신이라도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을 거야. 당신이 내 말을 잘 들어야만 당신과 당신 가족이 모두 무사할 수 있다는 거 명심해.”소만리는 눈물을 글썽이며 경연을 향해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 알았다구! 그러니까 당장 구급차 불러. 제발 부탁이야. 경연, 제발!”소만리는 경연에게 무릎을 꿇을 정도로 애걸복걸했다.경연은 눈물로 얼룩져 일그러진 소만리의 얼굴을 옅은 미소로 만족스러운 듯 바라보았고 한결 부드러운 눈빛으로 손을 들어 비에 젖은 그녀의 눈을 살며시 어루만졌다.“소만리, 당신이 말만 잘 들으면 당신의 모든 요구를 들어줄 수 있어.”소만리는 눈물을 글썽이며 고개를 끄덕였다.“말 들을게! 경연, 당신이 무슨 말을 하든 다 들을게! 정말이야! 절대 허튼소리 하지 않을게! 다시는 기모진을 만나지도 않을 거고 다시는 도망칠 생각 따윈 하지 않을게. 정말이야!”경연은 그제야 만족스러운 듯 입꼬리를 끌어당겼고 핸드폰을 꺼내 구급차를 부르려 했다.그런데 이때 갑자기 차 문이 열리며 모현이 힘겹게 차에서 내렸다.“아빠!”소만리는 황급히 몸을 돌려 모현에게 달려가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는 모현을 부축했다.모현의 이마에 난 상처에서 피가 흐르는 것을 본 그녀는 다시 눈물을 쏟으며 말했다.“아빠, 미안해. 내가 엄마와 아빠를 다치게 했어.”모현은 있는 힘을 다해 소만리의 손을 꼭 잡으며 안타까운 눈빛으로 애틋하게 소만리를 감쌌다.그리고 날카로운 눈빛을 들어 경연을 노려보았다.“경연, 우리 딸 좀 그만 괴롭혀!”경연은 우산을 쓴 채 가볍게 헛웃음을 지었고 더 이상 자신의 정체를 숨기려 하지 않고 거침없이 말했다.“계속 나의 장인어른으로 있고 싶은지 아니면 나와 적이 되고 싶은지 잘 선택하세요.”모현은 조금도 꺾이지 않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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