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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황제가 사랑한 여인: Chapter 1311 - Chapter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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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1장

소만리의 말을 듣는 순간 기모진은 온몸이 싸늘해지는 것을 느꼈다.눈물로 흐려진 그의 시야에 소만리가 머리핀을 날카롭게 들고 손목에 힘껏 내리치는 것을 봤다.머리핀은 살상력이 크지 않아 보였지만 소만리는 있는 힘껏 내리쳤다.그녀의 왼쪽 손목에 핏자국이 나면서 상처에서 피가 솟구쳐올랐다.“소만리!”기모진은 가슴이 찢어질 정도로 절규했고 뼈를 갉아먹는 고통이 그의 온몸 구석구석으로 퍼져 나갔다.그는 소만리가 경연에게 궁지에 몰려 절망할 정도로 고통스럽게 시달렸기 때문에 이런 선택을 한 것이 틀림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방금 소만리의 행동을 보고 놀란 경연은 점점 어두워져 가는 소만리를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경연은 이런 상황을 안타까워하면서도 그녀의 거친 행동이 달갑지 않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왜? 내가 기모진보다 못해?”망가진 인형처럼 소만리의 옷차림은 헝클어져 있었고 머리카락은 얼굴 주변으로 이리저리 산발을 이루고 있었다.얼굴빛도 초췌함 그 자체였지만 그녀의 눈만은 처음처럼 깨끗하고 맑았다.“그래 넌 기모진보다 못해.”소만리는 아름다운 입술선을 잡아당기며 살짝 웃었고 약해진 숨결을 모아 입을 열었다.“기모진은 내 평생 유일한 사랑이자 내가 가장 지키고 싶은 사람이야.”그녀의 이 말을 듣고 기모진의 눈에서 눈물이 걷잡을 수 없이 흘러내렸다.흐느껴우는 기모진의 시선이 흔들렸다.그는 지금 소만리의 모습을 볼 수 없었지만 그녀가 하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귀에 쟁쟁하게 들려왔다.기모진이 막 입을 열려고 하던 찰나 소만리의 여린 목소리가 이어서 들려왔다.“모진, 당신 지금 괴로워하는 거 알아. 그렇지만 꼭 기억해. 소만리의 몸과 마음은 영원히 당신뿐이야. 당신 거라고. 그러니 최선을 다해 이 미치광이한테서 내 유골 뺏어서 집으로 가져가 줘. 내가 죽더라도 당신 곁에 있고 싶어.”이 말을 들은 기모진은 눈시울을 붉히며 흐느껴 울었다.눈물로 얼룩진 희미한 시선에서 기모진은 피로 물든 소만리의 손바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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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2장

기모진은 남사택이 주사기를 준비해 시약을 넣어 소만리의 정맥에 놓는 장면을 어쩔 수 없이 지켜보았다.불과 몇 초 만에 기모진은 몇 세기가 흐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몇 백 년 같았던 몇 분 동안 소만리는 아무런 의식도 느끼지 못한 채 축 늘어져 있었다.기모진은 더 이상 제정신으로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그의 의식도 흐릿해졌다.뼈에 사무치는 시린 아픔만이 그의 감각을 지탱시켜줄 뿐이었다.“목숨에 지장은 없겠어?”경연이 담담한 어조로 남사택에게 물었다.기모진도 화면 너머에서 남사택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남사택은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천천히 약 상자를 챙기고 난 뒤 입을 열었다.“대동맥이 다치지 않아서 다행이에요. 그렇지 않았으면 아무도 구하지 못했을 테니까.”남사택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경연은 다시 카메라를 자신 쪽으로 돌렸다.“기모진, 들었어? 그러니 내가 아까 말한 요구 얼른 처리해. 그렇지 않으면 영원히 소만리 만날 생각하지 마.”이 말을 끝으로 경연은 영상통화를 끊었다.통화가 끝난 전화기 화면을 바라보던 기모진의 눈빛이 갑자기 번쩍였다.그는 황급히 돌아섰다. 1초도 지제할 수 없었다....소만리는 하룻밤을 꼬박 자고 깨어났다. 눈가에 따스한 햇살이 보드랍게 비치는 느낌이 들었다.그녀는 피곤한 눈을 깜박이며 자신이 죽지 않았다는 것을 실감했지만 여전히 그녀의 머리는 너무나 무겁고 복잡했다.소만리는 살며시 고개를 돌려 침대 옆에 서 있는 경연을 한눈에 바라보았다.그녀의 몸은 반사적으로 떨려왔고 온몸은 순식간에 식어버리는 듯 차가웠다.경연은 소만리의 이런 반응을 보며 조용히 웃으며 말했다.“죽는 것도 두렵지 않다더니 나는 무서워?”소만리는 공허한 눈빛으로 경연을 바라보았고 눈빛에는 불안과 공포로 가득 찼다.그녀는 정말 그가 두려웠다. 그녀처럼 끈기 있고 씩씩한 여자가 막다른 골목까지 내몰린 형국이었다.경연은 침대 곁으로 다가가 소만리 옆에 앉더니 손을 뻗어 소만리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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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3장

경호원의 말을 들은 경연의 얼굴빛이 순간 변했다.소만리는 기모진의 이름을 들었을 때 눈빛이 역력히 떨렸다.“기모진이 어떻게 여기를 찾을 수 있지?”경연이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즉시 시중에게 명령했다.“사모님 잘 지키고 있어. 나오지 못하게.”경연이 황급히 떠나자 시중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빠른 걸음으로 침대 곁으로 다가가 소만리를 바라보았다.남사택은 다소 의아한 눈빛으로 여전히 멍한 표정을 하고 있는 소만리를 한번 힐끔 바라보다가 돌아서서 나갔다.경연이 서재로 돌아와 컴퓨터에서 뭔가를 작동시키자 화면에 차 몇 대가 집 앞 도로로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그는 화면을 확대해서 기모진의 얼굴을 똑똑히 보았다.기모진의 이목구비는 윤곽이 너무 뚜렷해서 절대 다른 사람과 혼동할 수가 없었다.“우리가 여기 있다는 걸 어떻게 알았을까요?”남사택이 당혹감과 혼란스러움을 드러내며 물었다.“이제 우리는 어떡해야 하죠?”“기모진이 여기를 찾은 이상 뭔가 충분한 증거를 찾았다는 것을 의미해. 당신은 즉시 소만리와 그녀의 부모님을 데리고 먼저 떠나. 여기는 내가 처리할게.”경연은 남사택에게 자신의 결정을 말했다.경연은 여기에 남아 기모진을 상대하는 일이 전혀 두렵지 않았다.“당신은 여기 있으면 괜찮은 거예요?”남사택은 마음이 편하지가 않아서 물었다.경연은 얇은 입술을 들썩이고는 자신감에 넘치는 미소를 띠며 말했다.“무슨 일이 있겠어? 그들이 날 잡을 수 있을까?”남사택을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경연의 뜻에 따라 재빨리 소만리가 있는 침실로 돌아갔다.소만리의 침대 옆을 지키고 있던 두 시중은 남사택이 오는 것을 보고 공손한 태도로 손을 모았다.“남 선생님.”“당신들 먼저 나가세요.”남사택은 두 시중을 먼저 내보냈다. 그는 성큼성큼 소만리의 곁으로 다가갔다.그녀의 공허한 눈빛과 체념한 듯한 표정을 보자 그는 손에 외투를 들고 와 그녀의 몸에 걸쳤다.“소만리, 따라와.”소만리는 잠시 남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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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4장

소만리의 안색이 변하더니 뭔가가 생각이 난 듯 말했다.“엄마 아빠...”그녀는 아름답고 예리한 눈을 살며시 깜박였고 그린 것처럼 반듯한 눈썹을 찡그리며 정색을 했다.“그럼 기모진한테 내가 엄마 아빠 만나고 돌아오겠다고 전해줘. 만약 기모진이 날 찾아오면 꼭 그렇게 말해줘.”“...”소만리의 말을 들은 경연은 남사택과 동시에 멍한 표정을 지으며 시선을 맞추었다.소만리는 스스로 자리를 고쳐 앉더니 기사에게 말했다.“빨리 가 주세요. 일찍 갔다가 일찍 돌아오게요. 다시 돌아와서 기모진 기다려야 해요. 꼭 나 데리러 온다고 했거든요.”경연은 마침내 소만리에게 뭐가 잘못되었는지 알 것 같았다.그는 아름다운 그녀의 옆모습을 바라보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눈썹을 찡그렸다.“소만리 잘 보살펴. 다시는 그녀에게 무슨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하고.”경연이 분부하자 남사택은 고개를 끄덕이며 천천히 차창을 닫았다.경연은 점점 멀어져 가는 차를 바라보며 한동안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소만리가 그에 의해 완전히 기세가 꺾이고 무뎌질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 시약들이 소만리의 기억들을 모두 씻어줄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오로지 기모진만을 바라보며 그가 자신을 데리러 오기만을 기다리는 멍청이로 변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경연은 적잖이 혼란스러웠다.집안으로 돌아온 지 얼마되지 않아 기모진이 도착했다.마치 칼집을 튀어나온 날카로운 검처럼 모든 것을 집어삼킬 듯한 눈빛으로 기모진이 돌진해 들어왔다.곧이어 뒤처졌던 일행들이 들어왔다.경연은 동요하는 기색 없이 가만히 소파에 앉아서 기모진 일행을 맞았다.기모진 일행이 다가서려 하자 경연의 경호원들이 그들을 재빨리 가로막았다.하지만 지금 이 순간 기모진을 막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기모진은 뛰어난 대련 실력으로 몇 명의 경호원들을 가볍게 물리치고 거침없이 경연의 앞으로 다가왔다.“경연, 내 아내는! 내 아내 어디 숨겼어!”기모진의 성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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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5장

경연에게 절대 낯설 수 없는 목소리가 유유히 들려왔다.경연의 시선이 눈앞에 서 있는 사람들을 스쳐 지나가 그를 향해 천천히 걸어오고 있는 남자에게로 향했다.이 사람은 다름이 아니라 바로 그가 최근 가장 신뢰해 마지않던 사람, 남사택이었다.기모진은 남사택을 보고 조금 놀랐지만 생각해 보니 아주 놀랄 만한 일도 아니었다.남사택을 보자 기모진의 머릿속에 지금까지 의아하게 생각했던 점들이 하나의 선으로 이어지는 것 같았다.총상을 입고 쓰러진 그에게 응급조치를 해서 병원으로 이송해 주었고 그에게 메시지를 보냈던 그 미스터리한 사람은 바로 남사택이었던 것이다.유유히 걸어오는 남사택을 바라보는 경연의 얼굴에 오만한 미소가 사라졌다.“당신 왜 여기 있어?”경연은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지었다. 사실 경연은 방금 왜 그런 말을 했는지 남사택에게 묻고 싶었다.남사택은 담담하게 웃으며 안경 너머에 있는 검은 눈동자를 들어 올리며 말했다.“아니면 내가 어디 있을 거라 생각했어?”남사택은 냉담하게 웃으며 되물었다.“내가 당신 분부대로 소만리를 데리고 당신이 말한 장소로 가 있는 줄 알았어?”그의 말이 입에서 떨어지자 기모진과 경연의 눈동자가 동시에 번쩍였다.기모진은 성큼성큼 걸어서 남사택에게 다가가 애타는 표정으로 물었다.“남사택, 소만리 어디 있는지 알아?”남사택은 근심으로 가득 찬 기모진을 바라보다가 한기가 서려 있는 경연의 얼굴에 시선을 떨구었다.“그녀는 아주 안전한 곳에 데려다 놓았지.”남사택은 여유로운 말투로 대답했다. 그늘졌던 기모진의 눈가에 순식간에 기쁨의 빛이 맴돌았다.“남사택, 정말이야? 정말 소만리 안전한 거야?”남사택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기모진을 바라보았다.“만약 내가 말한 게 거짓이라면 당신이 어떻게 여길 이렇게 쉽게 찾아올 수 있었겠어?”이 말을 듣고 경연의 눈은 이미 분노로 가득 차오르고 있었다.“남사택, 네가 기모진한테 여기 위치를 알려줬어?”경연의 말투는 얼음장같이 차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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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6장

남사택은 경연의 손목을 잡고 한 번에 밀어내며 구겨진 흰 가운의 깃을 부드럽게 매만졌다.“경연, 의사의 사명은 언제나 사람을 살리는 것뿐이야.”남사택의 대답에 잠시 어리둥절하던 경연은 펄쩍 뛰며 천둥처럼 버럭 화를 냈다.“무슨 말을 하는 거야! 남사택!”그러나 남사택의 얼굴은 의연하고 담담했고 눈빛은 오히려 분노로 가득했다.“원래 난 이 시점에서 당신을 폭로하고 싶지 않았어. 그런데 할 수 없군. 당신이 가장 잘못한 것은 의사 앞에서 계속 사람을 다치게 했다는 거야.”“뭐?”경연은 비꼬는 듯 웃었다.“그래서 네가 기모진한테 여기 위치를 말한 거야?”“맞아.”남사택은 당당하게 인정했다.“난 기모진에게 이곳의 위치를 알려줬을 뿐만 아니라 당신이 그를 다치게 했을 때 그에게 응급처치를 해 주었고 병원에 데려다주었어. 당신이 계속 소만리를 위협하고 협박하고 있을 때 소만리는 괜찮을 거라고 기모진에게 말해 주었지.”남사택은 자신이 한 일을 낱낱이 알렸다.이 모든 것이 기모진이 짐작했던 것과 똑같았다.그를 도와주었던 베일에 싸인 인물은 역시 남사택이었다!그러나 상상도 하지 못했던 전개에 경연은 놀라 자빠질 뻔했다.그는 가소롭다는 표정으로 침착하고 여유로움이 가득한 남사택을 바라보다가 갑자기 눈빛이 어두워졌다.“남사택, 당신은 내 곁에서 스파이 노릇을 하고 있었던 거로군!”“아니, 틀렸어. 난 스파이가 아니야.”남사택은 여전히 담담하게 대답했다.“난 그저, 내가 하고 싶고 게다가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했을 뿐이야.”“뭐라고?”경연은 이를 갈며 차갑게 분노의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경연, 내가 소만리에게 기억을 없애주는 약을 그렇게 많이 투여했는데도 왜 효과가 없었는지 알아?”남사택이 웃으며 말했다. 경연은 이 말을 듣고는 이미 뭔가를 짐작하고 있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맞아. 내가 그녀에게 투여한 것은 기억을 없애주는 약이 아니라 평범한 영양주사였어.”“...”“경연, 이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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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7장

기모진은 남사택이 서 있는 자리를 돌아보았다.지금 기모진의 마음속에 가장 걱정스러운 것은 역시 가슴 깊은 곳에 자리잡은 그녀의 생사였다.기모진은 남사택에게 묻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지금 이 순간 남사택의 눈빛을 보니 더 이상 그럴 필요가 없겠다고 생각했다.“만약 경연을 잡으면 바로 총을 쏴!”기모진은 다른 동료들이 이런 지휘를 하는 소리를 들었다.기모진도 더 이상 지체하지 않고 바로 경연을 쫓으러 따라갔다.그러나 경연은 이런 때를 미리 예상한 듯 차고에 세워둔 오토바이를 몰고 먼지를 휘날리며 달아났다.IBCI 요원 중 한 명이 오토바이를 타고 달아나는 경연을 향해 총을 겨누었고 경연의 급소를 맞추지는 못했지만 그의 팔을 관통한 것이 분명해 보였다.“쫓아가!”선두에 있던 요원이 지휘하며 출발하기 전에 기모진의 걱정스러운 표정을 살폈다.이 요원은 굉장히 사려 깊은 사람이라고 정평이 나 있었다.“모진, 지금 아내를 많이 걱정하고 있다는 거 잘 알아요. 경연을 쫓는 일은 우리에게 맡기고 당신은 어서 아내를 찾아러 가세요.”기모진은 이 말을 듣고 감사의 인사를 남기고 지체 없이 남사택에게 달려갔다.“남사택, 소만리 어디 있어? 어디로 데려갔어?”남사택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눈썹을 찡그리며 느긋하게 말했다.“경연을 잡을 자신 있어요?”“다시는 소만리를 위험에 빠트리지 않을 거야.”기모진은 결연한 표정으로 말했다.“남사택, 소만리 있는 곳에 데려다줘.”남사택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남사택은 기모진을 데리고 가는 길에 기모진의 얼굴에서 절박함과 초조함이 드리워진 것을 보았다.남사택은 기모진에게 충격을 줄 생각은 없었지만 그래도 귀띔은 해 두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이따 소만리를 만나기 전에 마음의 준비를 좀 해 두는 게 좋을 거예요.”안절부절못하던 기모진의 심장이 더욱더 불안하게 뛰기 시작했다.“당신 왜 그런 말을 하지? 남사택, 소만리한테 무슨 일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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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8장

기모진은 복받쳐 오르는 감정을 간신히 추스르고 조심스럽게 소만리를 차 밖으로 데리고 나왔다.차 밖으로 소만리를 데리고 나온 후 기모진은 운전석에 누워 있는 남자를 보았다.아마도 운전기사인 것 같았다.그는 이 사람의 상황까지 지금 헤아릴 겨를이 없었다.그저 아직 잠들어 있는 소만리를 보며 기모진의 마음이 타들어갈 뿐이었다.“남사택, 소만리 왜 이래? 당신 아까 차 안에서 무슨 말 하려다가 말았잖아.”“너무 걱정할 필요 없어요. 소만리는 지금 잠이 깊이 들었을 뿐이에요. 운전기사에게도 주사를 놓았어요. 그렇지 않았다면 내가 어떻게 이렇게 빨리 되돌아갔겠어요?”남사택이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우선 소만리를 데리고 당신이 머무는 곳으로 가세요. 제가 이미 경찰에 신고했어요. 아마 곧 경찰이 경연의 운전기사를 잡으러 올 거예요.”그는 명함 한 장을 꺼내 기모진의 윗도리 주머니에 쑤셔 넣었다.“여기에 내 연락처가 있어요. 무슨 문제가 생기면 나한테 전화 주세요. 난 다시 돌아가서 개인적인 일을 좀 처리해야 하거든요.”남사택은 말을 마치고 홀연히 몸을 돌렸다.“남사택.”기모진이 그를 불러 세웠다.“당신 왜 경연이 곁에 있었어? 도대체 뭘 하고 있었던 거야? 당신 좋은 사람이야 아니면 나쁜 사람이야?”남사택은 천천히 발걸음을 멈추고 기모진의 질문을 담담하게 들으며 입꼬리를 잡아당겨 웃었다.“누구에게나 비밀이 있는 법이죠. 나도 마찬가지구요.”그는 기모진의 눈을 마주 보았고 잠시 생각에 잠긴 듯하다가 웃으며 말했다.“좋은 사람은 아니에요. 하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그냥 좋은 의사인 것 같아요.”이 말을 끝내고 남사택은 다시 걸음을 내디뎠다.산들바람이 그의 흰 가운 끝자락을 살며시 간지럽혀 팔랑거렸다.기모진은 소탈하고 멋스러운 남사택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갑자기 남사택이 존경스럽게 느껴졌다.어쩌면 남사택은 사실 지금까지 그들을 다치거나 해친 적이 없었다.오히려 그들을 계속 구해주고 있었다.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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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9장

기모진에게 안긴 소만리는 갑자기 격렬한 반응을 보이며 그를 밀어내었고 황급히 두 다리를 침대로 움츠리며 이불을 끌어당겨 자신의 몸을 감쌌다.소만리는 당황한 눈빛을 얼굴에 드리우며 자신의 팔을 이불 속으로 꼭 껴안으며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가까이 오지 마. 당신 말 다 들을게. 다 들을 테니까. 나 괴롭히지 마...”당황하고 겁먹은 소만리의 표정을 멍하니 바라보던 기모진은 그녀가 중얼거리는 말을 들으며 왜 이런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었는지 점점 깨닫게 되었다.경연이 얼마나 괴롭혔으면 이런 모습이 되었을까.기모진은 주먹을 불끈 쥐었고 깊고 가는 눈에서는 한바탕 불꽃이 일렁이는 것처럼 분노가 들끓었다.그러나 냉정을 찾은 기모진의 눈 속에는 소만리를 향한 봄바람 같은 따스한 애틋함이 피어올랐다.“소만리.”기모진은 살며시 소만리를 부르며 손바닥을 들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려 했으나 그녀는 목을 움츠렸다.그의 접근을 피하고 있는 것이 분명해 보였다.“소만리, 나 기모진이야. 봐. 당신 남편, 기모진이라구.”기모진은 인내심을 가지고 천천히 온화한 말투로 달래며 그의 얼굴을 가까이 가져갔다.소만리는 가을빛 갈색 눈동자를 들어 기모진을 몇 번 진지하게 살펴보았다.“기모진?”기모진은 따뜻한 눈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기모진이 긍정의 대답을 하자 소만리는 오히려 눈썹을 일그러뜨리며 잠시 기모진을 더 유심히 쳐다보았다.그러나 결국 그녀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거짓말하지 마. 모진은 아직 안 왔어. 모진이 나 데리러 온다고 했어. 나 기다리고 있단 말이야.”소만리는 진지하게 이렇게 말하며 기모진의 얼굴에서 시선을 떼었다.뜨거웠던 그의 심장에 갑자기 찬물 한 바가지가 끼얹어지는 것 같았다.기모진은 자신을 외면하고 있는 소만리를 바라보다 아픈 가슴을 부여잡고 말없이 울먹이며 방을 나갔다.그는 주머니에 넣어둔 남사택의 명함을 꺼내어 바로 남사택에게 전화를 걸었다.“잠깐 와 줄 수 있어? 소만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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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0장

남사택은 소만리의 현재 상황을 살펴보고 정리하고 나서야 입을 열었다.“소만리의 상태가 좀 더 심각해진 것 같아요. 그녀가 정말로 당신을 완전히 잊어버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요.”기모진은 얇은 입술을 오므리며 터질 듯한 분노를 겨우 억제하며 깊은 탄식을 내뱉었다.“경연이 그녀를 괴롭혀서 이렇게 된 거지? 그렇지? 그 미치광이가 도대체 소만리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기모진은 책상을 주먹으로 내리쳤다.자신의 감정을 참아보려고 애를 써보았지만 정말이지 도저히 냉정하고 침착할 수가 없었다.남사택은 외부인의 입장이라 기모진보다는 상대적으로 훨씬 담담한 모습을 보였다.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남사택은 잔인한 사실을 알렸다.“그동안 소만리는 몸과 마음에 많은 상처를 입었어요. 모두 경연이 준 것이고요.”“경연은 소만리의 기세가 강해서 의지력도 누구보다 강하다는 걸 알았어요. 그래서 그는 소만리가 그에게 완전히 복종하고 그에 의지하며 살길 원했기 때문에 그녀의 날카로운 모서리를 다듬고 싶어 했어요.”“그녀가 하기 싫은 일을 강요하고 부모를 협박하는 식으로 그녀를 다스리려고 했던 거죠.”여기까지 듣고 기모진의 이마에 핏줄이 터졌다.그는 손가락을 꽉 쥐었고 얼마나 세게 힘을 주었는지 손톱이 손바닥을 뚫을 기세였다.지금 그의 마음속에는 분노로 가득했지만 도무지 발산할 방법이 없었다.“오른발에 감은 붕대 보이세요?”남사택이 침실 쪽을 바라보며 물었다.“경연에게 반항하며 맨발로 도망치려다 유리 파편을 밟았어요. 자신의 몸을 경연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극심한 고통을 참으며 스스로 파편을 뽑아 경연의 목에 들이대어 화를 면했어요.”기모진은 진작에 소만리가 발도 다친 것을 알아보았지만 그 배후에 이런 끔찍한 사실이 있을 줄은 몰랐다.“그녀의 머리도 경연이 직접 짧게 잘라 버렸어요. 소만리가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그의 곁에 머물길 바랬던 거죠.”“경연.”기모진은 이를 갈며 증오하는 빛으로 이 두 글자를 뱉어냈고 마음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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