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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황제가 사랑한 여인: Chapter 1091 - Chapter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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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1장

경연은 소만리의 행동이 갑작스러워 그녀를 따라갔다.소만리가 다급하게 누구에게 전화를 거는지 알 수 없었다.잠시 후 그녀가 전화기 너머의 사람에게 말하는 것을 들었다.“안녕하세요. 선생님. 소만리에요. 지난번에 검사한 혈액 샘플의 혈액형이 뭐였나요?”경연은 소만리가 갑자기 이런 질문을 하는 것을 들었다.그는 전화기 너머의 사람이 소만리에게 어떤 대답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보아하니 소만리가 안도의 한숨을 쉬는 것 같았다.그녀는 마치 그녀가 원하는 대답을 들은 듯했다.전화를 끊고 난 그녀의 마음이 조금 가벼워진 것 같은 느낌이 얼굴에 역력히 나타났다.그녀는 경연에게 저녁을 차려주었고 두 사람은 마주 앉아 조용히 식사를 했다.경연이 소만리에 대해 가지는 감정은 애정이었지만 그에 대한 그녀의 감정은 단지 호감일 수 있다는 것을 경연도 잘 안다.그녀의 마음속에는 오로지 기모진이 담겨 있다.아직도 그 남자를 사랑하기 때문에 이렇게 아파하고 있는 것이다.저녁 식사 후 소만리는 경연과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누었고 그녀는 바로 샤워를 하러 갔다.경연은 조금 앉아 있다가 소만리에게 볼일이 있다고만 말하고 외출하였다.소만리는 경연이 정말로 일이 있는지 아니면 그녀와 무슨 일이 일어나길 꺼려해서 억지로 자리를 피하는 건지 알 수 없었다.만약에 후자라면 소만리는 왠지 경연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그녀는 경연과 결혼한 지 꽤 되었지만 마음속으로는 여전히 기모진의 이름을 지울 수 없었다.소만리는 창가로 가서 창밖의 적막한 달빛을 바라보았다.소만리, 이미 그가 떠나기로 결심했으니 더 이상 그 사람을 마음에 두지 마.어쩌면 평생 너와 그 남자는 헤어진 채로 사는 게 맞을 수도 있어.그녀는 자신에게 이렇게 말하고는 일찍 쉬려고 몸을 돌려 침대로 돌아갔다.막 누웠는데 예선한테서 전화가 왔다.예선의 말투가 굉장히 흥분되어 있는 것처럼 들렸는데 듣고 보니 긴장감이 살짝 묻어있었다.“소만리, 소군연 선배가 갑자기 내일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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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2장

소군연이 예선을 딱 봤을 때 놀라는 눈빛이 스쳐 지나갔다.“오늘 너 참 예쁘다.”소군연은 진심으로 칭찬해 주었다.예선은 수줍어서 뺨이 발그레하게 뜨거워졌지만 별로 신경 쓰지 않는 척했다.“예전엔 내가 안 예뻤다는 소리예요?”소군연은 당황해서 얼굴이 붉어지며 해명하려 했다.“그런 뜻이 아니야. 내가 하고 싶은 말은 평상시와 비교해서 오늘은 특별히 더 예쁘다는 말이야.”예선은 얼굴을 돌리며 조용히 남몰래 기뻐했다. 이런 달콤함은 이전에 경험해 보지 못한 것이었다.예선은 조수석에 앉아 곁눈으로 운전하는 소군연을 조심스럽게 바라보았다.남자는 얼굴 옆선이 정말 조각같이 날렵했고 성격도 부드러운 데다 눈매는 여전히 풋풋한 소년미가 남아있었다.신호등이 빨간색으로 바뀌자 소군연은 차를 세우고 갑자기 고개를 돌렸다.예선은 미처 시선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가 소군연의 웃는 얼굴과 마주 보게 되었다.“내 얼굴 많이 봤잖아.”“...”“그날 밤 호텔에서...”“소군연 선배.”예선은 얼굴이 너무 화끈거려서 소군연의 말을 잘랐다.“소군연 선배, 정말 날 속인 거예요? 그날 밤 정말 선배 맞아요?”소군연은 손을 뻗어 안절부절못하는 예선의 떨리는 손을 잡고 말했다.“내가 아니면 그럼 누구겠어?”다시 한번 긍정의 대답을 듣고 예선의 마음속 달콤함의 한계치가 마구 치솟고 있었지만 그녀는 여전히 한 가지 걱정이 있었다.그녀가 소군연을 바라보고 물어보려고 했을 때 소군연이 더 빨리 먼저 입을 열었다.“너에 대한 책임 때문에 네가 내 여자친구가 되길 원하는 게 아니야. 난 널 좋아해. 너도 마찬가지라고 믿어.”예선은 멍하니 소군연을 바라보며 더욱 밝게 웃었다.다만 그녀가 잘 이해되지 않는 건 소군연은 왜 예선이 자신을 좋아한다고 저렇게 확신하냐는 것이다.소군연의 집으로 가는 길 내내 예선은 차가 멈출 때까지 이 생각에 빠져있었다.그녀는 소군연이 건네준 선물을 들고 기품 있는 집 대문 앞에 섰다.그러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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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3장

정말 참 공교로운 일이었다.뜻밖에도 그녀와 똑같은 원피스를 입은 사람이 있었다.똑같은 옷을 입었다고 해서 잘못되거나 두려워할 일은 아니지만 참 어색한 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누가 못생기고 예쁘고의 문제가 아니라 문제는 이 원피스가 올가을 이 브랜드의 한정판 원피스였고 각 스타일마다 전 세계에 한 벌밖에 없다는 것이었다.하지만 그들은 똑같은 옷을 입었고 그들 중 한 명은 가짜 옷을 입었다는 것을 의미했다.예선은 자신의 원피스 출처를 잘 알고 있었다. 그 여자가 아직 자신을 보지 못한 것을 보고 예선은 잠시 생각하다가 소군연의 손을 풀고 돌아섰다.“어디 가?”소군연이 의아한 듯 예선을 불렀다.소군연의 목소리가 들리자 주변의 어르신들이 바로 고개를 돌려 소군연을 에워쌌다.“소군연 왔구나.”소군연의 어머니가 빙그레 웃으며 다가왔다.“소군연, 여자친구 데려온다고 하지 않았어? 어디 있어?”소군연은 돌아서려는 예선을 끌어당기며 소개했다.“바로 여기 있죠. 예선.”소군연의 어머니는 소군연이 예선을 손을 잡으러 가는 것을 보는 순간 얼굴의 미소가 점차 사라졌다.예선이 입고 있던 원피스를 보았을 때 얼굴빛은 더더욱 무너져 내렸다.예선은 소군연 어머니의 달라진 기색을 살피면서 예의 바르게 미소를 지었다.“안녕하세요. 아주머니.”소군연의 어머니는 차갑게 대답했다.“예선, 그 원피스 참 재미있네요.”그녀는 분명히 뭔가 비아냥거리면서 소군연의 팔을 잡아당기며 말했다.“소군연, 내문이 왔어. 저기 저쪽에 있어.”소군연의 엄마는 소군연 할아버지 옆에 서 있는 젊고 아름다운 여자를 가리켰다.이 내문이라는 여자가 바로 예선과 같은 원피스를 입고 있는 사람이었다.소군연이 방금 들어왔을 때 손님들이 왜 그런 눈빛으로 예선을 훑어보았는지 그제야 알아차렸다.소군연의 엄마는 소군연을 앞쪽으로 끌었다.그러나 그는 돌아서서 다시 예선의 손을 잡고 그녀를 할아버지에게 데려가 소개했다.“할아버지, 생신 축하드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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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4장

소군연의 엄마는 체면도 아랑곳하지 않고 사람들 앞에서 예선을 꾸짖었다.예선은 소군연의 엄마와 다투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그러나 영내문이 자신을 경멸하는 듯한 도도한 눈빛으로 노려보고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소군연은 당연히 가만있지 않고 제일 먼저 예선을 감쌌다.“엄마, 말씀이 너무 지나치세요. 내 여자친구가 뭘 입든 내 여자친구예요.”“소군연, 오늘 할아버지 화나게 하려고 그래?”소군연의 엄마는 완전히 예선을 무시하며 말했다.“지금 경도 전체에서 너의 여자친구가 될 자격이 있는 사람은 내문이뿐이야.”소군연의 엄마는 도도한 자세로 예선을 향해 말했다.“예선, 어디 대학 졸업했어요? 무슨 일해요? 한 달 월급은 얼마 정도? 집은 있어요? 차는?”예선은 레이저같이 쏘아붙이는 소군연 엄마의 눈빛을 담담하게 받아내며 싱긋 웃었다.“저는 경도대학을 졸업했습니다.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고요. 한 달 월급은...”“됐어요. 말할 필요 없어.”소군연의 엄마는 예선의 말을 끊고 말했다.“인테리어 디자이너는 1년에 죽어도 억대 연봉을 받을 수 없지만 우리 소 씨 집안 일 년 수입이 얼마인 줄 아세요? 예선, 더 이상 쓸데없는 말 안 할게요. 알아서 잘 판단하길 바래요.”예선은 소군연의 엄마가 말한 뜻을 알아듣고 손에 들고 있던 선물을 내려놓고 소군연을 바라보았다.“소군연 선배, 저 먼저 들어갈게요. 가족들과 함께 할아버지 생신 잘 보내세요.”예선은 말을 마치자마자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돌아섰다.“예선!”소군연은 급하게 그녀를 쫓아갔지만 소군연의 엄마가 그를 붙잡았다.“소군연, 이 여자는 너랑 어울리지 않아.”“맞아, 소군연, 이런 가짜 옷 입은 허영심 많은 여자는 딱 봐도 네가 가진 돈을 보고 여기 온 거야.”옆에 있던 고모가 덩달아 맞장구를 치며 선물을 뜯고 있었다.“너 할아버지께 드릴 선물이라고 가져온 나비넥타이 좀 봐. 한 번 보면 딱 알지. 어디서 이런 싸구려를 가지고 왔어.”소군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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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5장

여자는 예선의 말에 할 말이 없었고 그때 일을 생각하니 얼굴이 화끈거렸다.이때 초인종이 울렸고 예선은 마침 이 여자와 단둘이 있고 싶지 않아서 문을 열었다.열고 보니 뜻밖에 소만리가 서 있었다.“소만리, 네가 어떻게 여길 왔어?”예선은 매우 의아해하며 물었다.소만리는 예선을 보자 비로소 안심하며 말했다.“네 전화기가 꺼져 있다고 소군연 선배가 걱정하길래. 나도 걱정돼서 왔어. 마침 이 근처 지나던 길이여서.”“예선, 친구 왔으니까 엄마 먼저 가 볼게.”여자는 더 이상 강요하지 못하고 소만리를 한 번 흘끗 쳐다보고는 바로 떠났다.지난번 공항에서 이 여자를 보았을 때 소만리는 이 여자가 예선의 어머니일 거라고 추측만 했었는데 정말로 엄마였다.그러나 소만리는 예선을 그렇게 오랫동안 알고 지냈는데 자기처럼 예선도 부모가 없는 고아로 줄곧 여겼었다.예전에 한번 예선의 집에 대해 물었을 때 그냥 웃기만 했을 뿐 달리 말하고 싶어 하지 않았다.그런데 지금 보니 그렇지 않은 것 같다.예선은 돌아서서 냉장고에서 과실주 두 캔을 들고 피곤한 듯 털썩 소파에 앉았다.“소만리, 궁금하지? 나한테 언제부턴가 엄마가 생겼고 게다가 엄마라는 사람은 Y 국 갑부래.”“...”예선이 한 말에 소만리는 깜짝 놀랐다.예선은 과실주를 한 모금 마시고 우울하게 울기 시작했다.“소만리, 만약 내가 그때 부자 엄마와 연락이 닿았더라면 적어도 네가 그렇게 천박하게 클럽에 가서 술을 팔지 않아도 됐을 텐데. 억울하게 소만영한테 모욕당하는 일도 없었을 테고.”소만리는 앞으로 다가와 예선을 껴안았다.“바보, 그건 이미 지난 일이야. 그리고 네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쏟아 날 너무너무 많이 도와줬다는 걸 알아. 예선아, 넌 나의 가장 소중한 친구야.”“소만리...”예선은 소만리를 안타까운 눈으로 바라보았다.소만리가 예선의 어깨를 툭툭 치며 방금 소군연의 집에서 있었던 일을 물어보려고 하는데 갑자기 그녀의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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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6장

AB형.소만리는 순간 눈앞이 캄캄해지는 것을 느꼈다.그녀는 줄곧 티슈에 묻은 피가 기모진의 것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었지만 어젯밤 A형이라는 말을 듣고 마음을 놓았었다.그런데 유전자가 변이된 후 혈액형까지 바뀔 줄은 상상도 못했다.기모진은 AB형이다.소만리는 갑자기 온몸이 불편하고 가슴이 따끔거리며 아파오기 시작했다.“소만리, 이 혈액 샘플 어디서 받았어요? 우리 패널 연구에 따르면 이 사람이 빨리 치료하지 않으면 몸 안에 있는 독소가 퍼져 5기가 되면 죽는다고 하는데요.”죽는다는 말을 들으니 날카로운 칼이 소만리의 가슴을 관통해 두 동강이를 내는 것 같았다.상처로 드러나진 않았지만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통증이 그녀의 온몸으로 퍼졌다.모든 일은 다 그녀의 추측이었지만 가슴의 통증이 그녀에게 그녀의 추측이 거의 맞음을 말해 주는 것 같았다.실험실을 나온 후 소만리는 머릿속이 하얘졌다.소만리는 우선 경연에게 전화를 걸어 어디에 있는지 물었다.경연은 소만리의 전화를 받았을 때 뭔가 어렴풋이 짐작이 갔다. 소만리의 말투가 이상했기 때문이다.10여 분 후, 소만리는 그를 찾아가서 바로 돌리지 않고 물었다.“경연, 혹시 아직 나한테 숨긴 일이 있어요?”경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으나 소만리가 무엇을 물어보고 싶은지 짐작이 갔다.소만리는 그에게 다가와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기모진이 나와 아이에게 차갑게 대하는 이유가 단지 스파이였기 때문만은 아니죠?”“그 사람이 아픈가요? 심각한 병에 걸려 이미 너무 늦어서 치료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건가요?”점점 무거워지는 경연의 얼굴빛을 보며 소만리는 그의 팔을 잡았다.“경연, 말해 봐요. 기모진이 정말 죽어요?”여기까지 듣고 경연은 더 이상 기모진의 상황을 숨길 수 없다는 걸 알았다.그는 붉어진 소만리의 두 눈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소만리는 숨이 막혔고 그 순간 하늘과 땅이 빙빙 돌았다.도저히 자신의 심장박동을 조절할 수 없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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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7장

그는 이 말을 끝으로 전화를 끊었다.소만리가 다시 전화해도 꺼진 상태라는 안내음만 나왔다.빛을 잃은 핸드폰 화면을 바라보며 소만리는 흐느껴 울었다.가슴에 가시가 깊이 박혀 보이지 않았지만 그녀의 피가 낭자하게 흘러내리는 것 같았다.경연이 소만리를 살짝 감싸 안았다. 그러나 그는 무슨 말로 위로를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아마 무슨 말로도 지금 그녀의 마음에 난 상처는 달랠 수가 없을 것이다.소만리는 오랫동안 목놓아 울었지만 뼈에 사무치는 아픔을 다 씻어낼 수는 없었다.그녀는 눈물을 거두며 감정을 추스르고 경연의 품에서 나왔다.“경연, 당신한테는 너무 불공평한 일이라는 걸 잘 알아요. 하지만 나한테 조금만 시간을 주었으면 좋겠어요. 만약 그가 정말 치료할 수 없는 지경이라면 나와 함께 인생의 마지막 길을 가도록 해주세요.”경연은 살며시 웃으며 소만리의 눈물을 부드럽게 닦아냈다.“사실 당신과 결혼한 가장 큰 목적은 당신을 보호하기 위한 거였어요.”그는 담담하게 말했다.“당신 마음이 누구를 향해 있는지 다 아는데 당신을 강요할 순 없어요. 당신 하고 싶은 대로 해요. 어서 그 사람한테 가 봐요.”소만리는 눈물로 흐릿해진 시선을 들어 말했다.“고마워요. 경연.”그녀는 감사의 말을 마치고 급히 떠났다.소만리는 모든 인맥을 다 동원해서 기모진의 행방을 찾기 시작했다.모든 항공편을 조사해 봤지만 아무런 단서도 찾을 수 없었다.그녀는 경연에게 기모진의 행방에 대해 물었다.경연은 기모진이 비행기 표를 사서 출국한 것을 보았지만 어디로 가는지 정확히 알지는 못한다고 말했다.소만리는 경도 국제공항에 서서 오가는 사람들로 붐비는 공항 안을 찾아봤지만 마음은 황량하기만 했다.그녀는 다시 그에게 전화를 시도했지만 계속 연결이 되지 않았다.설사 연결이 되었다 할지라도 기모진이 받지 않았을 것이다.소만리는 기모진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그가 볼지 안 볼지는 알 수 없었다.그저 한 글자 한 글자 문자를 찍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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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8장

기모진은 사월산 해변 근처에 민박집을 얻어 혼자 살고 있었다.매일 아침 그는 소만리가 보낸 메시지를 한 글자 한 글자씩 읽고 나서 바다를 보며 소만리와 이곳에서 사랑을 나눴던 그때를 회상했다.돌이켜보면 모든 것이 여전히 아름다웠다. 아름답지 못한 것은 점점 더 나빠지는 그의 몸 상태였다.소만리는 신혼집에서 혼자 하룻밤을 보냈다.깨어나 사진 속 남자를 보니 아픈 심정이 다시 되살아났다.그녀는 기모진의 몸 상태를 더 자세히 알아보려고 경연을 찾아갔다.그녀는 최대한 감정을 억누르고 차분하게 물었다.“경연, 기모진 몸속의 독소는 도대체 어디서 온 거예요? 잘 아시죠?”경연은 숨기지 않고 담담하게 말했다.“강연이에요. 기모진이 기억을 잃었을 때 강연은 기모진에게 자신이 한 것이 아닌 일에 대한 기억을 심어 세뇌하고 매일 그녀가 준 담배를 피우게 했어요.”소만리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어떻게 그런 일을 할 수 있는지 믿기지가 않았다.“강연은 이 만성 독소로 기모진을 조종하고 싶었고 기모진을 평생 곁에 두고 그녀의 남자로 만들고 싶어 했기 때문이죠.”경연의 설명이 소만리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했다.처음에 그가 요트에서 사고를 당해 기억을 잃은 것은 그녀를 보호하려다가 생긴 일이었다.“소만리, 모든 사람이 사심 없이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는 건 아니에요. 강연 같은 여자는 더더욱 그럴 수가 없어요. 그녀는 기모진을 진정으로 사랑한 게 아니라 승부욕과 소유욕 때문에 그랬던 거예요.”이 변태 같은 여자.소만리는 참을 수가 없었고 강연을 찾아가고 싶었지만 경연이 그녀를 말렸다.그는 그녀가 이성을 잃고 어떤 일을 벌이길 원하지 않았다.소만리를 더욱 놀라게 한 것은 이 독소를 개발한 사람이 그녀가 항상 믿었던 남사택이라는 사실이었다.소만리가 요트에 오르기 전날 기모진이 왜 그렇게 강경한 태도로 남사택이 준 약을 먹지 못하게 했는지 이제야 알게 되었다.기모진은 이미 흑강당 사람이 되어버린 남사택의 정체를 알고 있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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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9장

소만리는 앨범을 덮고 벌떡 일어나 문 쪽으로 달려갔다.그녀는 기모진이 밖에 있기를 기대하고 입구로 나가 보았지만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그리고 곧이어 아래층 현관에서 한바탕 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려 보았더니 검은색 건장한 체구가 아른거리며 지나가는 것이 보였다.암담했던 소만리의 눈이 반짝반짝 빛나면서 재빨리 쫓아갔다.“모진!”그녀가 잘못 볼 리 없었다.이 세상에 이런 뒷모습은 또 있을 수 없었다. 그녀의 심장 박동이 달음박질치기 시작했다.그녀는 그제야 기모진 사무실에서 봤던 장면을 떠올렸다.그때 강연과 키스를 하며 얽혀 있던 남자는 절대 기모진이 아니었다.그녀는 속았다. 기모진이 고의로 그녀에게 보여주려고 꾸민 허상이었다.이 모든 것은 소만리가 그를 미워하고 원망하도록 계획된 것이었다!지금에서야 이런 생각을 하다니 소만리는 괴로워서 미친 지경이었다.그녀는 문밖으로 쫓아갔다.방금 사람 모습이 앞쪽 도로로 달려나가는 것을 보고 소만리도 바짝 뒤쫓았다.소만리에게 발각되지 않기 위해서 기모진은 차를 운전하지 않았다.그렇다면 도로로 갈 수밖에 없었고 가능한 한 빨리 차를 세워 그곳을 빠져나가길 바랬다.그는 지금 자신의 모습을 그녀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그녀가 마음 아파할 것이고 안타까워할 것이다.이렇게 그녀에게 발각이 되어버리면 지금까지 그가 한 일이 모두 물거품이 되어버리는 것이기도 했다.“모진!”뒤에서 소만리가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기모진은 들어도 못 들은 척 계속 앞을 향해 걸어갔다.빗줄기는 점점 거세졌지만 두 사람 모두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모진! 도망치지 마. 제발 도망치지 마!”소만리가 울부짖으며 그를 붙잡으려고 했지만 도저히 그를 따라잡을 수가 없었다.기모진은 여전히 들은 척도 하지 않았고 캡모자를 깊숙이 눌러쓴 채 멈추지 않고 도로로 나가 택시를 탔다.소만리는 눈물과 빗물로 흐릿해진 시야를 한 번 닦아내고 어두운 밤 가로등 아래 점점 멀어지는 그의 뒷모습을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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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0장

그녀는 기모진이 다시는 그녀를 돌아보지 않을 것임을 느꼈다.어쩌면 이번 생 이것이 그들 사이의 마지막 조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녀가 그를 사랑하는 마음이 지난 몇 년 동안의 원한을 덮고도 남을 만큼이어서 오직 애틋한 감정만 남았다는 걸 기모진이 들을 수 있길 바랬다.기모진은 백미러 속에서 비 오는 밤 서서히 사라지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기침을 하다가 목구멍에서 또 피를 한 움큼 토해냈다.티슈 위에 흥건한 피를 보며 의자에 몸을 기댄 채 그의 눈빛은 조금씩 흐릿해져 갔다.소만리, 나 들었어.고마워. 후회 없이 세상을 떠날 수 있게 해 줘서 고마워.그는 창백한 입꼬리를 잡아당기며 왼손을 들어 다시 약지로 돌아온 결혼반지를 바라보았다.눈물로 얼룩져 흐릿한 시야에 반지는 눈부신 빛을 발하고 있었다.그는 이 빛 속에서 마치 그녀를 다시 만난 날 자신의 품에 들어와 그 풋풋하고 수줍은 미소를 지으며 세상 누구보다 아름답게 웃는 그녀를 보는 것 같았다.소만리는 차가 많이 다니는 사거리에 한참을 서 있었다.비가 그녀의 온몸을 적셨지만 그녀는 오히려 무감각해졌다.눈을 들어 어두컴컴한 밤하늘을 바라보며 그녀는 눈썹을 찌푸렸다.“왜 계속 저와 그 사람을 괴롭히세요?”“왜 서로 지키지도 못하는 사람이 다시 만나 또 사랑하게 하시는 거예요?”“왜?”그녀는 하늘에 대고 물었다. 누구도 대답해 줄 수 없고 답도 없는 질문을 하릴없이 밤하늘에 대고 물었다.경연은 기모진의 소식을 듣고 황급히 달려갔지만 길거리에 서서 비를 맞고 멍하니 서 있는 소만리의 모습만 보였다.그는 즉시 그녀를 병원으로 데려가 무릎의 찰과상과 삔 발목을 치료한 후 집으로 왔다.소만리는 마치 나무토막처럼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비를 많이 맞은 탓인지 한밤중에 소만리는 열이 나기 시작했다.경연은 줄곧 소만리 곁을 지키며 돌보면서 한편으론 기모진에게도 소식을 전했다.소만리의 상황을 안 기모진은 마음이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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