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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황제가 사랑한 여인: Chapter 1081 - Chapter 10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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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1장

이렇게 묻고 난 후, 소만리는 점점 더 자신의 심장이 비정상적으로 뛰기 시작했다는 것을 느꼈다.그게 사람 피라니.그런데 사람의 피는 선홍색이어야 하지 않는가, 어떻게 그런 색이 될 수 있어?그녀는 머리가 복잡해 정신이 없는 와중에 전화기 너머 실험사가 대답하는 것을 들었다.“그렇습니다. 우리의 테스트에 따르면 혈액에 변이가 생겼고 아직 그 안에서 판명되지 못한 성분도 몇 가지 검출되었어요. 구체적인 성분을 알기 위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합니다.”“하지만 확실한 건 사람의 피라는 거예요.”실험사가 마지막 쐐기를 박듯이 이 말을 반복했다.핸드폰을 쥔 손이 굳은 채 소만리는 전화기에 대고 기계적으로 내뱉었다.“고맙습니다.”전화를 끊은 후 소만리의 머릿속에 실험사가 말한 그 말이 계속 맴돌았다.사람의 피.게다가 변이된 사람의 피라고 했다.소만리는 그 티슈를 기모진이 접촉했다는 것은 확신할 수 있지만 그 피가 기모진의 것인지는 확신할 수 없었다.기모진의 피라면 이게 무엇을 의미하는 거지...소만리는 마음이 무척 혼란스러워졌다. 일단 그녀는 더 이상 생각하지 않고 빠른 걸음으로 체크인 카운터를 향했다.막 체트인 카운터로 들어선 소만리는 멀리서 소군연의 초조한 모습을 보고 달려갔다.“소군연 선배, 아직 예선이 못 찾았어요?”소군연의 눈에 초조하고 불안한 빛이 가득했다.“혹시 벌써 체크인 마치고 들어간 건 아닐까?”소만리는 눈앞의 카운터를 보고도 확실히 말하기 어려웠다. 그녀는 핸드폰을 들었다.“전화 좀 할게요.”전화 발신음 신호가 들리자마자 소만리는 익숙한 벨소리가 근처에서 울리는 것을 듣고 눈을 들어 소군연의 뒤를 바라보다가 허둥지둥 핸드폰을 찾아 헤매는 예선을 보았다.“예선아!”소만리가 깜짝 놀라 소리쳤다.소군연과 예선도 이 소리를 듣고 동시에 눈을 들었다. 소군연은 돌아서서 소만리의 시선 너머를 쳐다보았다.예선은 앞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는데 카트를 멈추지도 않고 오다가 소군연의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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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2장

하지만 예선은 소군연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몰랐다. 왜 그녀에게 오만 원짜리 지폐를 주는지 알 수 없었다.“만약 가고 싶지 않다면 이걸 다시 가져가.”소군연은 정중한 표정으로 말했다.“한 사람을 다시 만나 서로 아끼고 사랑하게 될 때까지 너무 많은 노력과 시간이 들어. 지금 난 이미 마음이 너한테 다 가버렸으니 너만 괜찮다면 앞으로 내 곁에 함께 해 줘.”“...”“...”소군연의 말을 듣자마자 소만리와 예선은 동시에 깜짝 놀랐다.소군연이 지금 한 말은 구애일까? 아니면 청혼일까?“예선아, 너랑 소군연 선배가 이렇게 될 줄은 정말 몰랐어.”소만리는 감탄하며 말했다.“이렇게 되었으니 예선아, 가지 마. 소군연 선배는 평생 믿고 의지할 만한 남자야.”그러나 예선은 아직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서 있었다.그녀의 심장 박동이 걷잡을 수 없이 요동쳤다.“소, 소군연 선배, 지금 뭐라고 했어요?”소군연은 깊고 그윽한 눈길로 예선을 바라보며 말했다.“예선, 난 우리의 그날 밤이 창백한 추억으로 변해버리는 걸 원하지 않아. 아마 넌 내가 지금 하는 말을 믿기 어려울지도 몰라. 나도 언제부터였는지 잘 모르겠어. 조금씩 조금씩 천천히 네가 신경 쓰이기 시작했어. 앞으로 우리 인생 길잖아. 내가 앞으로 증명해 보여 줄게. 너에 대한 나의 감정은 진심에서 우러나온 거야.”“...”말 그대로 소군연이 고백을 하였다. 소만리가 이 말을 듣고 예선을 대신해 기뻐하고 있었지만 예선은 완전히 정신이 멍해졌다.어떻게 그럴 수 있지?그녀가 오랫동안 짝사랑해 온 남자가 그녀에게 고백을 하고 있어?그리고 소군연이 말한 그날 밤과 이 지폐가 그날 밤 생긴 일에 대해 그녀에게 말해 주고 있었다.예선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크게 뜨고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설마, 설마?설마 그날 밤 나와 함께 있던 남자가 소군연 선배였단 말이야?예선은 마음속으로 이런 추측을 떠올렸고 계속 심하게 얽혀 있던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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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3장

소만리는 초조해져서 따져 물었지만 강자풍은 전화로 말하기 불편하다고 해서 장소를 잡고 소만리와 만나기로 했다.소만리도 눈치 없이 예선과 소군연 사이에 끼고 싶지 않아서 먼저 떠났다.소만리가 떠나자 예선은 오히려 자신도 모르게 심장이 마구 뛰기 시작했고 얼굴도 화끈거리기 시작했다.그런데 소군연은 태연하게 아무렇지 않게 예선의 손을 잡고 당당하게 거리로 나섰다.예선은 자신이 마치 꿈을 꾸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지만 볼을 꼬집어 봐도 이건 꿈이 아니었다.꿈이라고 하더라도 이건 정말 아름다운 꿈이었다.소만리는 강자풍과 만나는 곳으로 차를 몰았다.그녀가 차에서 내리자 강자풍은 빠른 걸음으로 그녀를 향해 정색을 하고 물었다.“누나, 지금 기모진 어디 있는지 알아?”“네가 날 찾아온 게 기모진의 행방을 묻기 위해서야?”소만리는 완전히 상황 파악이 되지 않아 물었다.“네가 왜 그 사람을 찾아? 강연과 관련된 일이야?”강자풍은 눈썹을 치켜세우며 말했다.“강연이 IBCI사람들에게 체포되었고 강어 형도 아직 그 안에서 못 나왔어. 강연이 기모진과 함께 사업 이야기하러 갔다고 했는데 지금 강연은 붙잡혔고 기모진만이 당시 상황을 알 수 있어.”“IBCI”소만리는 이 국제범죄수사국에 대해 약간 들은 적은 있었다.그런데 강연이 체포되었다는 소식에는 조금도 동정심이 일지 않았다.이 여자는 온갖 악랄한 짓은 다 저지르고 다녔는데 지금 그 결말은 자업자득일 뿐이었다.하지만 기모진은...그녀는 요즘 기모진이 강연과 사랑에 빠졌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그도 강연을 도와 위법한 일에 손을 대기도 했다.그래서 그는 IBCI의 체포 수배자 명단에 오른 건가?소만리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그 사람 어디 있는지 몰라. 이미 난 그 사람이랑 연 끊고 지냈어.”이 대답을 듣고 강자풍은 머릿속이 복잡한 듯 한숨을 쉬며 말했다.“뿌린 대로 거두는 법이지.”이 말을 들은 소만리는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지금 네 형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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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4장

소만리는 벌떡 일어나 말했다.“기모진이 왔었다고요? 언제? 왜 왔대요?”“네가 공항에 배웅하러 나갔을 때 네가 나가자마자 막 왔었어.”위청재는 수심에 찬 얼굴로 말했다.“온 지 몇 분도 안 돼 갔어. 기란군이 뒤에서 아무리 뒤쫓아가서 불러도 아랑곳하지 않고 가버렸어.”이 말을 듣고 소만리는 가슴이 미어지는 듯 아팠다.그녀는 기란군이 왜 이렇게 기분이 가라앉았는지 그제야 이해했다.알고 보니 아빠의 무정함과 무관심 때문이었다.“모진은 정말 강연한테 완전히 세뇌당했어. 걔는 널 그렇게 대할 뿐만 아니라 자식한테도 무관심했어. 봐. 기란군이 넘어져서 무릎이 다 깨졌는데도 아빠로서 조금도 마음 아프지 않은가 봐.”소만리는 위청재의 말을 들으면 들을수록 온몸이 괴로워졌다.기란군 앞으로 돌아와 그의 바짓가랑이를 걷어올려 아이의 무릎에 감싼 붕대를 보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핸드폰을 꺼내 바로 기모진에게 전화를 걸었다.웬일로 전화가 빨리 연결되었고 바람 소리만 희미하게 들려올 뿐 기모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기모진, 네가 사랑하지 않으면 않는 것이지 왜 상처를 주고 그래?”소만리는 마음이 아파서 책망하는 말을 쏟아냈다.“당신을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을 슬프게 하는 것이 당신의 가장 큰 낙이야?”“기모진, 당신 마음이 왜 이렇게 독해?”기모진은 텅 빈 묘지에 서서 소만리가 울부짖는 목소리를 들으며 어둡고 빛바랜 눈으로 멍하니 먼 산을 바라보다가 입술 사이로 온기 없는 말을 내뱉었다.“소만리, 할 말 다 했어?”그는 그녀를 미치도록 그리워하는 마음을 억누르며 얼음처럼 차가운 말을 내뱉었다.“나 더 이상 당신 목소리 듣고 싶지 않아.”그는 여지를 남기지 않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산들바람이 불어왔고 서늘한 기운이 부서진 심장에 그대로 스며들었다.늦여름 바람이 그렇게 차갑다고 느껴본 적이 없었다.핸드폰을 든 손을 떨구고 바로 앞에 있는 사화정과 모현의 묘비를 바라보다가 작은 무명의 묘비를 쳐다보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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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5장

강연은 앞에 나타난 남자를 얼떨떨하게 바라보았다.“당신이 여기 어떻게 왔어? 뭐 하러 왔어?”강연은 시큰둥한 눈빛으로 노려보며 말했다.“왜? 내가 잡혔다니까 당신 마누라 대신 얼씨고 좋다 비난이라도 하려고 왔어?”강연은 비웃는 표정으로 갑자기 벽에 한가롭게 기대며 말했다.“흥, 소만리 그 여자는 재주도 좋지. 경도 4대 명문에, 그리고 소만리는 소 씨 집안 외아들하고도 썸씽이 있었다지. 듣자 하니 전에 소만리를 짝사랑했다던데. 도대체 그 여자가 나보다 어디가 더 나은 거야!”강연은 마지막 말을 뱉으며 이을 악물고 소만리에 대한 부러움과 질투로 이글이글 타올랐다.“당신 지금 모습만으로도 이미 소만리와 비교할 수 있는 자격을 잃었어.”경연이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그는 블랙 정장을 입고 있었고 몸가짐은 매우 우아하였다.고상하고 준수한 용모에는 평소보다 부드러움이 덜 했지만 굉장히 위엄 있어 보였다.강연은 경연의 이 말을 들으며 도도하게 웃었다.“경연, 네가 무슨 자격으로 지금 나랑 이런 얘길 하는 거야?”그녀는 비록 체포된 몸이지만 여전히 요란하게 떠들고 있었다.“당장 여기서 꺼져. 너 뭐야? 면회를 왔다손 치더라도 당신 차례는 아냐!”경연은 담담하게 발악하는 강연을 무시한 채 그녀에게 한 걸음 다가갔다.“강연, 내 말 잘 들어. 나만큼 이 자리에 설 자격이 있는 사람은 없어. 너도 지금 상황을 잘 알아야 할 때가 된 것 같아.”“허! 경연, 넌 네가 누구라고 생각해? 이런 말투로 나한테 말을 하다니? 흑강당은 아직 안 끝났어! 네가 날 잡았다 쳐도 우리 오빠를 어떻게 잡을 거야? 우리 오빠 뒤에 누구 있는 거 모르지? 그 사람, 너네들 다 덤벼도 안 돼.”이 말을 듣고 경연의 말끔한 얼굴에 묘한 미소가 번졌다.강연은 경연을 보고 웃으며 이 남자가 자신을 비웃고 있다고 생각했다.강연은 이를 악물고 주먹을 불끈 쥐며 문밖을 향해 소리쳤다.“다들 다 죽었어? 누굴 들여보내 면회하게 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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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6장

경연은 30분 동안 심문을 했고 강연은 모든 범죄에 대해 부인하고 변호사를 요청했다.모든 범죄자는 자신을 변호할 변호사를 찾아 변호할 기회가 주어진다.하지만 어쨌든 경연은 강연에게 그런 기회를 주지 않을 것이다.그가 막 구류 병동을 나서자 옆에 있던 동료가 기모진의 전화를 받았다.몇 마디 말하고 난 뒤 남자는 경연에게 말했다.“흑강당 내부에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알고 싶다고 합니다.”경연은 고개를 끄덕여 의사를 표시하였고 그 사람도 고개를 끄덕이며 알았다는 신호를 보냈다.석양이 비치는 오후 기모진은 아무도 없는 카페에 앉아 창밖을 삼삼오오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며 희미하게 시선을 거두었다.눈앞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커피 옆에는 먼 길을 떠나는 비행기 표 한 장이 놓여 있었다.그때 갑자기 ‘띠링' 하는 소리가 나더니 누군가가 카페 문을 열고 위층으로 올라오는 기척이 났다.조금 전 기모진은 IBCI 동료와 통화를 마쳤는데 흑강당 내부에 잠입한 전문 요원이 지금 이 카페로 와서 그를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기모진은 계단 입구를 바라보다가 그가 평생 사랑했던 여자와 결혼한 남자, 경연을 보았다.그의 눈빛에는 일순간 질투심이 솟구쳐 올랐으나 곧 가라앉혔다.마주 오는 경연을 보고 기모진은 의아해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러나 그는 평정심을 찾고 말했다.“당신이 올 줄은 몰랐는데.”경연은 신사다운 젠틀한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당신이 나한테 달려들어 한 방 치는 건 아닌가 생각했었어요. 당신이 가장 사랑하는 여인을 빼앗은 죄로 말이에요.”기모진은 눈을 내리깔며 말했다.“그녀는 이미 내 여자가 아니야. 당신 아내지.”경연은 기모진의 말에 반박하지 않고 기모진의 맞은편에 앉으며 말했다.“당신 왜 여기 이러고 있어요? 빨리 치료하지 않으면 정말 큰일 나요.”“치료할 방법도 전혀 없고 기껏 해 봐야 연명할 수 있는 날을 조금 더 연장할 뿐 아무 소용없어.”기모진은 남사택 본인도 해독할 방법이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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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7장

기모진은 처음에 경연이 말한 선물이 무엇인지 이해하지 못했다.그는 차 열쇠를 들고 아래층 카페 입구로 갔다. 그는 경연이 길가에 세워둔 차를 보고 천천히 걸어갔다.늦여름 오후의 햇살은 매우 부드러웠고 그 빛은 그대로 차 안으로 조용히 흩어져 있었다.반쯤 열린 차창을 통해 기모진의 깊은 눈동자 속에 오매불망 꿈에 그리던 얼굴이 비쳤다.“소만리.”그는 나지막이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그의 고요한 심장이 다시 예전의 기쁨을 되찾은 듯 반응하기 시작했다.기모진은 천천히 문을 살짝 열었다. 은은한 향기가 차 안에서 흘러나왔다.“소만리는 요즘 너무 피곤해서 방금 그녀에게 기분 전환시켜준다고 속여서 데리고 왔어요. 차 안에 그녀가 직접 조제한 향을 뿌렸으니 아마 푹 자고 일어날 거예요. 마지막으로 소만리와 잠시 함께 보내세요.”경연의 목소리가 뒤에서 기모진의 등을 타고 들려왔다.기모진은 마음에서 우러나온 진심을 전했다.“고마워.”“내가 당신께 감사해야 해요. 당신이 IBCI의 어려운 임무를 완수하고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나에게 맡겼으니 절대 당신의 믿음을 저버리지 않을 거예요. 걱정 마세요.”경연은 이 말을 끝으로 돌아서서 이 순간을 기모진에게 맡겼다.운전석에 앉은 기모진은 조수석에 기대어 잠든 사람의 얼굴을 바라보며 천천히 손을 들어 뺨을 어루만지려 했지만 손가락이 차마 떨어지지 않았다.그는 소만리를 놀라게 할까 봐 걱정되었다.그도 요즘 그녀가 정말 피곤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몸뿐만이 아니라 마음은 더 힘들었을 것이다.기모진은 의자에 살짝 기대어 그림같이 평온하게 잠든 얼굴을 바라보았다.그의 섹시한 입술은 자기도 모르게 달콤한 아치를 그렸다.소만리, 정말 다행이야. 당신을 다시 볼 수 있을 줄은 몰랐어.내 인생에 들어와 외롭고 메마른 삶에 한 줄기 빛이 되어줘서 고마워.그리고 이 빛은 영원히 내 마음속에서 꺼지지 않을 거야. 내 등불이 다 타버릴 때까지.소만리, 나의 소만리. 다음 생애는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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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8장

다음날 소만리는 강연을 찾아갔다.강연은 구류 병동에서 경도 감옥으로 옮겨져 잠시 억류되었다가 수속을 마치면 F 국의 경찰에 인계된다.강연은 누군가 자신을 보러 왔다는 말을 듣고 기모진인 줄 알았지만 면회실로 들어서자 소만리가 앉아 있었다.지금 사람 같지도 않은 자신의 몰골을 생각해다가 소만리의 말숙하고 우아한 얼굴과 고귀한 자태를 보니 강연은 갑자기 통제력을 잃은 들짐승처럼 교도관의 손을 벗어나 소만리를 향해 돌진했다.소만리는 발을 들어 강연의 무릎을 찼고 강연은 소만리 앞에 또 무릎을 꿇었다.두 무릎에 말도 못 할 통증이 밀려왔다.강연은 이를 악물고 참다가 육두문자를 남발하려고 하자 소만리가 바로 강연의 턱을 힘껏 쥐었다.소만리는 서서 차갑고 우아한 얼굴로 기세를 제압했다. 두 눈빛에 증오의 기운이 가득 서려 있었다.“강연, 내 부모님이 널 기다리고 있어. 이제 네가 죽을 때가 왔어.”강연은 질투심에 이글거리는 두 눈으로 소만리를 노려보다가 갑자기 얼굴에 흉악하고 음산한 냉소를 띄며 말했다.“하하하, 그래. 내가 하마터면 잊을 뻔했어. 네 부모님은 네가 가장 사랑하는 남자한테 단숨에 불에 타 죽었지!”강연은 일부러 소만리를 자극했다.“소만리, 너 사실 마음이 너무 괴롭고 슬프지? 경연이랑 결혼한 것도 네 진심은 아니지? 네가 가장 사랑하는 남자는 오직 기모진이잖아. 그런데 안타깝지만 당신들은 평생 함께 할 수 없어!”“그리고 네 딸, 아마 평생 벙어리가 될 거야! 평생 다른 사람들한테 비웃음을 사며 살 거야. 어떤 남자가 네 딸을 데려가겠어!”소만리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심장에서 피가 솟구치듯 손등에서 핏줄이 터졌다.소만리는 정말로 충동적으로 강연을 목 졸라 죽이고 싶었다.이 인간의 탈을 쓴 짐승같이 악랄한 여자를 목 졸라 이 자리에서 죽이고 싶었지만 아이를 생각해서 참았다.교도관은 강연을 붙잡아 제압했다.강연은 마치 미쳐 발광하는 악마처럼 괴기하게 웃었다.“소만리, 네가 이겼다고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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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9장

경연의 이 한마디가 소만리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그녀는 물끄러미 앞에 있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보고 있어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도무지 떠오르지 않았다.소만리가 거의 정신을 잃은 듯한 모습을 보이자 경연이 다정하게 말을 하기 시작했다.“소만리, 묻고 싶은 말이 있으면 물어도 돼요. 다 말해 줄게요.”소만리는 가볍게 떨리는 손가락을 움켜쥐었다.“그 사람 지금 어디 있는지 알고 싶어요.”경연은 눈썹을 한번 가다듬고는 고개를 가로저었다.경연의 대답을 말없이 듣고 있던 소만리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그제야 입을 열었다.“그래서 강연의 곁에 있으면서 일부러 나와 아이에게 모질게 한 거예요? 첩자로서 잠입을 해야 하니까?”경연은 말을 할까 고민을 하다 말했다.“당신한테 보여 주고 싶은 게 있어요.”소만리는 눈을 들어 경연을 바라보았다. 온갖 복잡한 상념들이 얽혀들어 도저히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경연은 소만리를 차에 태우고 그날 호텔 룸에서 강연을 체포할 당시의 영상을 소만리에게 건네주었다.그것은 기모진의 넥타이핀에 끼워진 초소형 카메라로 촬영한 것으로, 화면은 매우 고화질이었고 소리도 선명하게 들렸다.소만리는 기모진이 강연을 따라 호텔 룸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그와 강연은 마치 한통속이 된 것처럼 그 뚱뚱한 남자와 사업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하지만 그 뚱뚱한 남자가 강연과 계약서에 사인한 후로 모든 것이 완전히 뒤집혀 버렸다.화면 속에 기모진은 보이지 않았지만 그의 목소리는 똑똑히 들렸다.그는 강연에게 ‘게임은 끝났다' 라고 말했다.그리고 뒤이어 기모진의 목소리가 또 들렸다.“정말로 내가 네 남자라고 생각한 건 아니지?”그는 강연이 더 충격받을 만한 말을 하고 있었다.“나 기모진에게는 평생 한 여자밖에 없어. 그 여자는 소만리야.”마지막으로 기모진은 무너져가는 강연을 직접 체포했다.이를 본 순간 소만리의 눈에 뜨거운 물안개가 피어올라 시선이 흐릿해졌다.그녀는 두 주먹을 불끈 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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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0장

경연은 기모진이 떠나기 전 부탁했던 것을 떠올리며 다정하게 말했다.“소만리,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행복하게 해 줄게요.”소만리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 경연의 말을 듣고 모든 감정이 울컥하고 올라왔다.소만리는 기 씨 집으로 돌아왔다. 위청재는 소만리가 돌아온 것을 보고 매우 기뻐하며 반갑게 맞았다.“소만리, 강연이 그 여자 잡혔어!”“그 여자 완전히 미친 여자였어. 어찌나 수단이 악랄한지!”“흥, 정말로 사악하기가 말도 못 하겠어. 저 여자는 벌을 받아도 싸!”위청재의 목소리를 들어보니 기분이 매우 좋은 것 같았다.하지만 소만리는 아까 본 영상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기모진이 직접 강연에게 수갑을 채우고 그 순간 온갖 악행을 저지르던 여자가 무너져 감옥에 갇히게 되었다.소만리는 자신이 통쾌한 기분이 들 줄 알았는데 오히려 가슴이 답답해서 조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늦여름 초가을 새벽, 소만리는 꽃을 사서 혼자 부모님의 묘지에 제사를 지내며 사화정과 모현을 그리워했다.세 번 허리를 굽혀 인사한 뒤에야 그녀는 중얼거리듯 입을 열었다.“아빠 엄마, 아빠 엄마를 죽인 진짜 범인이 잡혔어요. 아마 곧 사형 집행 받을 거예요. 이제 하늘에서 편히 쉬세요.”가을바람이 그녀의 눈시울에 이슬을 적셔놓은 듯 눈가가 빨갛게 달아올랐다.“엄마 아빠, 기모진 용서할 수 있겠어요?”이렇게 말하고 나서 소만리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마음의 울분을 토해내고야 말았다.그녀는 말도 못 할 죄책감을 느꼈다.부모님이 용서를 하든 하지 않든 그녀 마음속에 아픈 상처 덩어리는 치유될 수 없었다.소만리는 혼자 묘지에 오랫동안 앉아있었다.그녀의 부탁에도, 질문에도, 대답해 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떠나기 전 소만리는 사화정과 모현의 무덤 밑에 조그맣게 새로 만든 무덤이 하나 더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녀는 무덤의 묘비를 대충 훑어보았는데 그 위에는 생년월일을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쓰여 있지 않았고 이름도 없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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