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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황제가 사랑한 여인: Chapter 1071 - Chapter 10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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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1장

예선이 건넨 것은 사진 한 장이었다. 소만리가 그것을 건네받아 보니 그것은 그들이 대학을 졸업하던 날 찍은 사진이었다.사진 속의 두 숙녀는 너 나 할 것 없이 풋풋하고 아름다운 미소를 지니고 있었다.그렇게 즐겁고 기뻤던 나날들이 마치 엊그제같이 느껴졌지만 눈 깜짝할 사이에 벌써 7, 8년이나 되었다.“소만리, 너 찾아냈어? 사진 속에 또 누가 있는지?”예선이 갑자기 이렇게 묻자 소만리는 눈을 내리깔고 자세히 들여다보았다.그제야 비로소 사진 왼쪽 상단에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낯익은 얼굴을 발견했다.“오늘 옛날 물건들 정리하면서 이 사진을 보기 전까지는 기모진이 널 정말 사랑한다는 걸 믿지 않았어. 그런데 소만리, 나 지금은 이제 믿어.”예선의 말투에서 소만리는 기모진에 대한 그녀의 마음을 알아챘다.소만리의 가장 친한 친구로서 예선은 몇 년 동안 기모진을 진심으로 미워했다.기모진이 자신에게 한 일을 소만리가 원망하지 않았을 때에도 예선은 줄곧 기모진을 원망하며 미워했고 소만리에게 가치가 없는 인간이라고 분개하고 화냈다.하지만 이제 예선은 기모진을 미워하지 않는다.왜냐하면 예선은 소만리에 대한 기모진의 사랑이 얼마나 진실한지를 보았기 때문이다.하지만 이미 늦은 것 같다.소만리는 경연과 결혼했고 그녀는 이미 경연의 아내가 되었기 때문이다.“에이...”예선은 눈앞에 흐르는 강을 바라보고 웃으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소만리, 사랑하는 남자에게 시달려도 행복할 것 같은 그 당시의 네 마음을 이제야 알 것 같아.”소만리는 예선이 하는 말속에 뭔가 짚이는 게 있어 예선에게 물었다.“예선아, 너 소군연 선배랑 혹시 무슨 일 있었어?”“정말 무슨 일이라도 일어났으면 좋았게. 그랬으면 내가 가지 않아도 되겠지만. 아쉽게도...”예선은 눈을 감고 그날 밤 술에 취해 일어났던 일을 생각해 보았다.“소만리, 알고 보니 술이 다 웬수야. 정말.”“예선아? 설마 너 소군연 선배랑...”“아니 아니. 소군연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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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2장

기모진은 소만리의 이름을 부르며 사진 속 그녀를 쓰다듬다가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그는 진통제 한 알을 얼른 먹었지만 목구멍 깊은 곳에서 스멀스멀 밀려오는 피비린내를 막을 수는 없었다.기모진은 티슈를 입에 대고 피를 닦아내었다.티슈에 묻은 핏빛을 보니 이미 걸쭉한 갈색에 가까웠고 선명한 피 본연의 빛은 사라져 버린 상태였다.그뿐만 아니라 심장도 뭔가에 콕콕 찔리는 듯한 통증에 시달리고 있었고 손가락도 저절로 덜덜 떨릴 정도로 조절이 되지 않았다.남사택이 개발한 이 독소는 후기에 접어들면 단순히 한 사람의 몸을 괴롭히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의 심리적 자질을 시험한다.기모진은 사무실 한 켠에 있는 침실에서 하룻밤을 보냈다.다음날 일어나자마자 그는 강연의 전화를 받았다.이 여자는 퇴원했고 오후에 기모진과 함께 이 사업을 잘 마무리 짓겠노라 기세등등하게 말했다.사실 기모진은 본래부터 강연을 오늘 오후의 향연에 참석시키려고 이유를 궁리했었다.어떻게 이런 쇼에 강연이 빠질 수가 있겠는가.강연은 먼저 집으로 돌아가 자신의 옷 중 가장 예쁘다고 생각하는 원피스를 골라서 입었다.강자풍은 소만리에게 전화를 걸어 기여온을 보러 가려고 방을 나오다가 의기양양하게 걸어오는 강연을 마주하게 되었다.“이렇게 장사꾼처럼 차려 입고 어딜 가려고?”강자풍은 인정이라고는 조금도 없이 강연의 들뜬 기분에 찬물을 끼얹으며 말했다.강연은 강자풍을 노려보며 말했다.“내가 흑강당에 방해되는 일만 한다고 날 싫어하지 않았어? 손해가 200억이라고? 내가 지금 가서 당장 그 200억 돌려줄게!”강자풍이 의아해하며 물었다.“강연, 네가 뭘 해서?”“네가 뭘 해서?”강연은 매섭게 쏘아붙이다가 강자풍을 향해 킥킥대며 말했다.“강자풍, 우리 세 남매 중에 가장 쓸모없는 것은 사실 너야. 네가 한 게 뭐야? 네가 먹고 마시고 놀고 하는 것 말고 뭐가 있어? 네가 사업에 대해 얘기해 본 적이나 있어? 장사를 할 줄 알아? 나와 강어가 아니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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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3장

강연은 차가운 눈빛을 하고 있는 기모진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갑자기 고개를 돌려 그 뚱뚱한 남자가 바라보고 있는 문 쪽으로 시선을 향했다.양복을 입은 신체 건장한 남자들이 정색을 하고 마주 오는데 이 사람들의 목에는 모두 남색 사원증이 걸려 있었다.“누구세요? 누가 여기 들어오라고 했어요? 이 룸은 이미 예약되어 있는 거 못 봤어요? 당장 나가세요!”강연이 불쾌한 듯 재촉하며 물었다. 보아하니 강연은 아직 사건의 심각성을 파악하지 못한 것 같았다.남자들은 강연의 만류에도 들어와서는 진지한 표정으로 강연을 바라보았다.검은 양복을 입은 남자들이 강연을 향해 말했다.“우리는 IBCI입니다. 현재 여기에서 당신들이 불법 거래를 하고 있다는 믿을 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지금 꼭 말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당신이 하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당신에게 불리한 증거가 되어 나중에 증거로 삼을 수 있습니다.”“...”IBCI?!국제범죄수사국?!강연은 눈앞에 나타난 이들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그녀의 머릿속은 한순간에 구멍이 뻥 뚫린 것 같았다.그 뚱뚱한 남자와 그의 경호원은 상황이 잘못됐다고 판단되어 저항하려고 했지만 IBCI 사람들은 모두 훈련이 잘 되어 있었고 하나같이 문예와 무술에 능해서 쉽게 이 사람들을 제압할 수 있었다.“강연! 내가 여태껏 너를 믿어왔는데 이렇게 너와 네 남자친구가 나를 모함하다니!”뚱뚱한 중년 남자가 강연을 향해 화를 내며 소리를 질렀다.강연도 그제야 조금씩 상황을 파악하기 시작했다.그녀는 룸에 들어온 사람들을 보고 완전히 놀라 멍해졌고 이렇게 한바탕 욕 세례를 받은 후에야 서서히 정신을 차렸다.그리고 강연은 놀란 자신과 달리 놀라지도 않고 침착한 표정을 하고 있는 기모진을 바라보았다.강연의 눈에는 여전히 기모진에 대한 깊은 애정이 남아 있었기 때문에 돌아서서 그에게 다가갔다.“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모진, 당신...”그녀는 곤혹스러워하며 기모진에게 다가가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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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4장

”...”기모진의 말을 들은 강연은 온몸이 부서질 것 같았다.“아니! 절대 그럴 수가 없어!”그녀는 기모진이 그녀를 바둑알로 삼아 왔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소리쳤다.“아니야. 모진, 당신은 날 사랑하는 거야. 난 당신 아이까지 임신했어. 그런데 어떻게 날 사랑하지 않을 수가 있어!”강연이 특히 이 점을 강조하며 소리쳤다.하지만 기모진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무시했다.IBCI의 동료가 강연을 체포하러 가자 강연은 갑자기 핸드백에서 총을 꺼내 저항하기 시작했다.“누가 감히 날 붙잡아!”그녀는 도도하게 눈을 들었고 눈도 깜짝하지 않는 기모진을 바라보았다.강연의 감정이 점점 붕괴하기 직전으로 치달아가고 있었다.“모진, 나랑 이런 농담하지 마. 말해 봐. 당신은 IBCI가 흑강당에 배치한 첩자라는 거야? 어? 어떻게 그럴 수가? 당신 잊지 마. 당신 몸속에는 아직 만성 독소가 있어. 내가 없으면 당신은 죽...”“정말 그런 걸로 날 조종하고 통제할 수 있을 줄 알았어?”기모진은 강연의 말을 끊고 날렵하게 생긴 눈꼬리를 치켜세우며 되물었다.“내가 다시 당신 앞에 자진해서 나타났을 때 이미 내 죽음의 카운트다운은 시작되었어. 강연, 이미 네가 준 담배는 피우지 않아. 내가 피우고 있는 건 IBCI의 교수님이 독소를 억제하기 위해 특별히 개발한 담배야.”“...”강연의 유일한 무기가 일순간 무너져버렸다.알고 보니 그는 진작에 그녀가 준 담배를 피우지 않았다!순간적으로 자신의 머리가 너무나 혼란스러워지는 것을 느낀 강연은 무너질 것 같은 감정을 자제하지 못하고 갑자기 방아쇠를 당겨 IBCI요원들을 향해 총을 쏘았다.그러나 IBCI요원들은 민첩하게 강연의 총알을 피했다. 강연은 단념하지 않고 계속 총을 쏘려고 했다.그러나 그때 기모진이 성큼성큼 그녀 앞으로 걸어가 전광석화와 같은 속도로 강연이 손에 쥐고 있던 총을 단숨에 제압함과 동시에 허리춤에 이미 준비해 두었던 수갑을 강연의 손목에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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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5장

기모진의 시선을 따라 강연도 입구 쪽을 바라보았다.그 얼굴을 보자 강연은 문득 기모진이 전에 술집 입구에서 자신을 가로막아 섰던 그날 밤을 떠올렸다.그날 밤 강연은 기모진이 자기에게 복수하러 쳐들어온 줄 알고 두려워서 허둥지둥 떠나려 했지만 기모진은 오히려 그녀를 가로막고 담배를 달라고 물었었다.게다가 담배를 주는 조건으로 호텔 방을 잡으라는 강연의 요구도 들어주었다.그날 밤 그녀는 너무나 기뻤다. 왜냐하면 자신이 꿈에 그리던 남자와 하룻밤을 보냈기 때문이다.다음 날 방을 나갈 때 그녀가 문을 열자마자 용모가 다소 볼품없는 건달 같은 남자가 그녀를 쳐다보았다.당시 강연은 기분이 좋은 상태였기 때문에 그런 것쯤 신경도 쓰지 않았다.그런데 지금 이 순간 그때 변변찮은 용모의 그 남자가 눈앞에 나타났다!“강연, 이제 알아봤어? 이 사람이 당신을 임신시킨 남자야.”“...”기모진의 말을 듣고 밉살스럽고 추하게 생긴 이 남자를 본 강연은 가슴이 답답해져왔다.“말도 안 돼! 내가 어떻게 이런 못생기고 역겨운 남자와 아이를 가질 수 있어!”그녀는 고함을 지르며 못생긴 얼굴을 쳐다보았다.그 남자는 무식한 건달이었고 여기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모르지만 강연이 자신에게 욕을 하는 것만은 똑똑히 알아들었다.그는 시큰둥한 태도로 강연에게 침을 뱉으며 말했다.“내가 역겹다고? 난 아직도 네가 역겨워. 이 잘생긴 남자가 돈을 제대로 쳐주지 않았더라면 난 너 같은 여자는 건드리지도 않았을 거야. 몸은 무슨 장작개비마냥 말라가지고 빨래판에 비벼대는 것 같았다구.”“너, 너 뭐라구!”강연은 피를 토할 정도로 화가 나서 발을 들어 그 남자를 걷어차려고 했다.남자는 강연의 발차기를 피한 후 기모진이 그에게 준 잔금을 세어보고 만족스럽게 훌쩍 떠났다.강연은 화가 나서 뒤쫓아가려 했지만 갑자기 배가 심하게 아파오고 몸 아래에서는 점점 피가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다.그녀는 고통스러워하며 배를 움켜쥐었고 얼굴빛도 점차 하얗게 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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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6장

기모진은 황급히 떠나는 일행을 바라보다가 밖에서 구경하던 사람들이 흩어진 뒤에야 조용히 룸을 떠났다.그는 자신의 몸이 완쾌되더라도 소만리와 다시 재결합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들 사이에는 영원히 사화정과 모현이라는 두 생명이 가로놓여 있다.이 한계는 그들이 서로 사랑한다고 해서 해결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남사택이 개발한 이 독소는 현재 아무도 해독할 수가 없고 심지어 남사택 자신도 독소를 제거할 방법을 개발하지 못했다는 것을 기모진은 잘 알고 있었다.기모진은 마음속으로 이미 최종 결정을 내린 상태였다.그는 혼자 차를 몰고 기 씨 집으로 달려가 마지막 인사를 하려고 했다.소만리는 집에서 세 아이를 돌보고 있었다.그녀는 시간을 체크하고 곧 공항으로 출발하여 예선을 배웅할 것이다.이때 핸드폰에 실시간 뉴스 이슈가 떴다.소만리는 별생각 없이 들어가 보니 여러 방향에서 사람들이 찍은 동영상이 올라왔다.장소는 센트럴 플라자의 한 유명한 호텔이었다.화면 속에서 소만리는 괴로운 표정으로 짓눌린 채 끌려가는 강연과 함께 강연의 손목에 채워져 있는 수갑을 보았다.강연이 체포당한 건가?강연을 체포한 사람들은 경찰인가?소만리는 네티즌들이 올린 최근 영상을 보며 자세한 상황을 알아보려다가 갑자기 기모진에 대한 언급이 담긴 영상이 올라왔다.영상에서 기모진은 짙은 남색 양복을 입고 신체 건장한 사람들 사이를 스쳐 지나갔다.그의 잘생긴 얼굴은 그의 멋진 모습을 사모하는 많은 여학생들의 관심을 끌었고 기모진을 본 행인들이 영상을 찍어 올리게 된 것이었다.소만리는 자신도 모르게 이 영상을 몇 번이고 반복해서 보다가 화면 속 기모진 때문에 왠지 마음이 아팠다.그러던 중 갑자기 소군연에게서 전화가 왔다.소만리는 그제야 자신이 공항에 배웅하러 가야 한다는 사실을 떠올렸다.그녀는 아이를 위청재에게 부탁하고 공항으로 차를 몰고 갔다.마침 소만리가 소군연의 전화를 받으려는데 옆에 놓아둔 전화기가 덜컹거려 발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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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7장

위청재는 갑자기 기모진의 목소리를 들었고 잠시 후 그는 이미 바람처럼 눈앞을 스쳐 지나 천둥번개와 같은 기세로 몸을 날려 기여온 곁으로 달려왔다.기여온은 이미 순식간에 대리석에 몸을 날린 기모진의 품에 안겼다.기여온은 잠시 멍한 듯 자신을 안은 남자를 가만히 바라보았다.기모진의 깊은 눈동자에 사랑과 애틋함이 가득 담겨 있었다.“여온아, 괜찮아?”그는 다정하게 물으며 기여온의 머리를 어루만졌다.자신이 지난번에 눈앞에서 이 아이를 무시한 행동을 떠올리면 또다시 가슴이 절절하게 아파온다.기여온은 기모진을 바라보며 말도 표정도 움직임도 없이 가만히 눈만 깜빡거렸다.기모진은 지난번 일이 기여온에게 그에 대한 부정적인 인상을 남겼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래서 이 조그만 아이의 눈에 그 ‘잘생긴 오빠'는 이미 잘생기지 않았고 그녀의 순수한 마음도 색이 바래져 버리고 말았다.기모진은 말없이 소만리의 눈썹과 눈빛을 닮은 이 인형 같은 얼굴을 가슴 아프게 바라보다가 품에서 놓아주려고 했다.그러나 그가 품에서 놓으려고 할 때 기여온은 갑자기 두 팔을 벌려 그의 목을 꽉 껴안았다.기모진은 너무나 놀라 잠시 얼떨떨해하다가 어린아이가 자신에게 와닿은 따스함이 느껴져 그의 눈은 순식간에 촉촉히 젖어들고 말았다.“여온아.”그는 가볍게 떨리는 손을 들어 귀여운 작은 머리를 어루만졌고 하나뿐인 공주를 이렇게 안고 이렇게 천천히 자라나는 것을 아낌없이 사랑하며 지켜볼 수가 없어서 너무나 한스러웠다.그에게는 시간이 많이 남지가 않았다.기모진은 아이의 온기를 조금 더 느끼고 싶었지만 기여온은 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그녀는 말을 하지 않았지만 기모진은 여온의 뜻을 알아채고 조심스럽게 그녀를 내려놓았다.내리자마자 여온은 돌아서서 방안으로 뛰어들어갔다.기모진은 여온이 여전히 자신을 거부하고 있다고 생각했다.가슴이 무거워지고 몸이 차가워지는 것을 느꼈지만 바로 또 다른 따뜻한 작은 손이 그의 손을 잡아주었다.“아빠, 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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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8장

위청재는 기모진의 냉담한 태도가 못마땅했지만 아기를 안고 싶다는 그의 부탁을 뿌리치지 않았다.기모진은 아기를 품에 안았다. 그러자 아기는 기모진의 품에서 입을 헤벌리고 그를 향해 웃으며 배냇짓을 했다.하지만 이렇게 순진무구한 미소를 그는 앞으로 다시 볼 수 없을 것이다.기모진은 고개를 숙여 귀여운 아기의 볼에 뽀뽀를 한 뒤 아기를 다시 위청재의 품으로 돌려주었다.마지막으로 기란군의 머리를 한번 쓰다듬으며 말했다.“기란군, 동생 잘 돌봐줘야 해. 네가 크면 이 아기한테 아빠가 많이 사랑했다고 말해 줘. 그리고 너희들도 사랑해.”그는 말을 마치고 아픔을 참으며 돌아섰다.“모진아, 너 또 어디 가는 거냐?”위청재가 물었다. 기란군도 서둘러 그의 뒤를 따랐다.“아빠, 우리 같이 저녁 먹으러 안 갈래요? 엄마 올 때까지 조금만 기다려주면 안 돼요?”기모진은 몇 걸음 걸어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말했다.“아빠는 엄마를 또 기다리게 만들 자격이 없어. 기란군, 앞으로는 경연이라는 아저씨가 네 아빠야.”기모진은 목이 메어 더 이상 머물지 못하고 차에 올라타 시동을 걸었다.“아빠, 아빠!”기란군이 뒤쫓아와서 차에 탄 그에게 단호하게 외쳤다.“나한테 아빠는 한 명뿐이에요!”기모진의 눈시울이 붉어졌고 아이의 울부짖는 소리를 들으며 입술을 앙다물고 마음을 굳게 먹고 액셀을 밟았다.“아빠!”기란군은 눈시울이 뜨거워졌다.기모진의 따뜻한 포옹으로 한결 마음이 달래진 기여온이 기쁜 마음으로 집으로 들어가 자신이 가족을 그린 그림을 들고 나왔지만 기여온이 문 앞에 이르렀을 때 기란군이 기모진의 차를 쫓아 달려가는 것을 보았다.점점 멀어지는 그 차를 바라보며 도화지를 든 작은 기여온의 손이 천천히 몸 쪽으로 내려앉았다.바람이 불자 여온의 손에 들려 있던 그림이 날아가 버렸고 작은 인형 같은 얼굴에 맑고 순수한 미소도 함께 날아가는 듯했다.그림은 바람에 날리다가 결국 차가운 땅 위에 떨어졌고 도화지의 색깔도 갑자기 회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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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9장

강연의 곁을 지키던 사람들이 안색도 바꾸지 않고 깔깔대며 웃는 강연을 쳐다보았다.기모진은 손을 들어 신호를 하였고 그 사람들은 돌아서서 나갔다.병실에는 오직 강연과 기모진 두 사람만 남았다.강연은 한참을 웃다가 갑자기 얼굴을 찌푸리고 슬픈 눈으로 남자를 보았다.남자는 아무런 동요도 보이지 않았다.“모진, 당신 말해 봐. 방금 일어난 일이 모두 거짓말이지?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그동안 우리가 분명히 매일 밤을 그렇게 뜨겁게 보냈는데 당신이 어떻게 나한테 그럴 수가 있어?”“모진, 도대체 왜 그런지 말해 봐!”강연은 아직도 믿기지 않는 듯 하소연했다.슬퍼하는 그녀의 모습은 확실히 상황을 잘 모르는 사람이 보면 불쌍하게 보일 수도 있었다.그러나 기모진은 이 말을 듣고 눈빛이 순식간에 날카롭고 매섭게 변했다.그는 성큼성큼 강연에게 다가가 가늘고 긴 손가락으로 강연의 목을 사정없이 졸랐다.한겨울 바람처럼 매서운 말이 마치 칼날을 품은 것처럼 그의 입술에서 뿜어져 나왔다.“아직도 나에게 왜냐고 물을 낯짝이 있는 거야?”기모진의 가늘고 긴 눈에서 차가운 눈빛이 새어 나오며 강연의 목을 조르는 손가락이 소리 없이 조여왔다.“네가 그동안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내 아이들에게 한 짓을 생각하면 지금까지 살 수 있게 놔둔 것이 나의 가장 큰 한계치야.”강연은 목이 졸려 숨을 쉴 수 없었고 창백하던 얼굴이 숨을 쉴 수 없어 붉어지기 시작했다.기모진은 눈빛이 얼어붙어 매서운 겨울 눈보라처럼 차가웠고 고통스럽게 일그러진 강연의 얼굴을 당장이라도 베어버릴 듯 노려보고 있었다.하지만 기모진은 강연의 몸만 아픈 게 할 것이 아니라 마음까지 철저히 아프게 해야 했다.그는 그녀가 몸과 마음이 모두 아프고 죽느니만 못한 삶이 어떤 것인지 느끼길 원했다.기모진은 거울을 던져 강연의 눈앞에 내던졌고 그녀의 목을 조른 채로 거울 앞으로 다가갔다.“강연, 네 모습 좀 봐. 네가 아무리 성형을 하고 예뻐졌다고 해도 난 너의 그 추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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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0장

기모진은 강연에게 다가와 얼음처럼 차갑게 말을 뱉었다.“당신이 매일 아침 마시는 커피와 어제 내가 직접 건네준 따뜻한 우유에 좋은 것이 들어 있었어.”“...”“네가 나에게 준 담배와 같은 성분인데 유일한 차이점은 내가 좀 더 양을 늘렸다는 거야.”“뭐라고!”강연은 너무 놀라서 눈을 부릅떴다.“당신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기모진은 눈썹을 찌푸리며 말했다.“너 예전에 소만리에게 무슨 짓을 하라고 남사택한테 사주했는지 잊었어?”“...”여기까지 듣고 강연은 당황하기 시작했다.“아냐, 그럴 리가! 내가 정말 먹었다면 어떻게 아무런 증상이 없었겠어!”“당연히 없지. 왜냐하면 네가 피우는 담배도 내가 바꿔버렸으니까.”“...”기모진의 대답에 강연은 눈앞이 캄캄해졌다.“이제부터 담배에 매달리지 마. 내가 그동안 겪었던 맛을 천천히 음미하게 될 테니까. 네가 죽는 그날까지.”“강연, 네 말이 맞아. 넌 독선적인 여자라 네 힘으로 흑강당의 모든 것을 파괴했어.”강연은 얼굴이 창백해졌고 순식간에 온몸에 힘이 빠졌다.그녀는 방심했다. 자신의 매력을 과대평가했고 기모진의 실력을 과소평가했다.그녀는 자신을 스스로 함정에 빠뜨리고 흑강당 전체를 무너뜨리고 있었다.강연은 당황해 어쩔 줄 몰라 했고 기모진의 거리낌 없이 돌아서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침대에 수갑이 채워진 채 말했다.“기모진 가지 마! 내가 죽으면 당신 장인 장모의 죽음의 진실을 영원히 알 수 없게 되잖아.”기모진은 발걸음을 멈추고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말했다.“난 지금 진실을 알고 싶지 않아. 난 네가 죽기를 원할 뿐이야.”“...”경도 공항.소만리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주차장에서 급히 나오는 소군연을 만났다.“10분 남았어요. 예선이 곧 체크인하러 갈 거예요.”소만리는 소군연과 함께 대합실로 들어서며 말했다.어젯밤 예선이 한 말을 떠올리며 소만리가 말했다.“소군연 선배, 나와 경연이 결혼하던 날 제가 예선을 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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