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모진, 도대체 무슨 생각 하는 거야?”남자는 담담한 표정으로 굳은 얼굴을 하고 있는 그녀를 바라보았다.“소만리, 내가 무슨 생각을 하든 다시는 널 생각하지 않을 거야.”그는 차갑게 입을 열었고 신분증을 다시 꺼내며 말했다.“가져가. 더러워서 안 가져가면 영원히 당신 아들은 호적에 올리지 않아도 된다는 얘긴가?”“내 아들? 나 혼자만의 아들이야?”소만리는 비꼬듯 웃었다. 더욱 촘촘히 내리기 시작한 빗줄기가 그녀의 시선을 흐렸다.“예전에 당신이 내 앞에서 무릎을 꿇고 무슨 말 했는지 기억나? 남은 인생은 꼭 함께 행복하게 해준다고 했었지. 하지만 당신이 내게 준 행복은 너무나 짧았어.”그녀는 비에 젖은 신분증을 보았다. 무너진 마음 한 끝자락을 다시 부여잡아 감정을 억누르며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말했다.“모레 경연이랑 결혼하는 날, 그때 결혼식 참석하면 신분증 돌려줄게.”소만리는 신분증을 한 손에 들고 결연히 떠났다.기모진은 빗속에 서 있다가 갑자기 힘없이 차 옆에 기대어 그녀가 비 오는 밤 속으로 사라지는 모습을 보았다.그는 웃을 수도 울 수도 없었다.다음 날, 소만리는 아기의 호적 등록 수속을 밟으러 갔다.호적등본에 적힌 아기의 이름을 보며 소만리는 자신의 심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아기를 안고 기모진의 신분증 사진을 보았다.남자의 검은 눈썹 별처럼 반짝이는 눈, 잘생긴 이목구비.그 해, 그녀를 업고 모래사장을 뛰어다니며 평생 그녀를 아끼고 사랑하겠노라 진지하게 약속했지만 결국 모든 맹세는 모래사장 위 파도와 함께 사라졌다.경연과의 결혼식 날, 날씨가 더할 나위 없이 화창했다.소만리는 웨딩드레스를 입고 부케를 든 채 양복을 입은 경연과 신부님 앞에 서서 결혼식을 올렸다.결혼식에 온 하객은 많이 없었다. 경연의 부모님과 몇몇 친구를 제외하면 예선과 소군연 두 명의 신부 들러리만 남았다.기모진은 사실 아침 일찍 도착했지만 줄곧 성당 밖에 서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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