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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가 사랑한 여인의 모든 챕터: 챕터 1051 - 챕터 1060

2479 챕터

1051장

기모진은 그녀를 흥미롭게 바라보았다.“무슨 일이야?”강연은 한쪽으로 다가가 담배에 불을 붙이고 피우기 시작했다.그녀는 생각에 잠시 빠져있다가 갑자기 기모진에게 되물었다.“모진, 소만리 뒤에 그녀 부모님 말고 상당한 세력이 받치고 있다는 거 알고 있어? 암암리에 그녀를 보호하고 있다는 거?”기모진의 눈빛이 살짝 달라지기 시작했다.“당신 왜 그렇게 물어?”“왜냐하면...”강연은 담배연기를 내뿜었다.“왜냐하면 강어 오빠 뒤에 또 다른 미스터리한 남자가 있어. 강어 오빠는 그 남자를 조금 두려워하는 것 같아. 그 남자는 내가 소만리를 건드리지 못하게 해. 그게 그 남자의 뜻이야. 그래서 난 그 남자가 누군지 너무 궁금해.”이런 상황을 알게 되자 기모진도 매우 궁금해지기 시작했다.이 비밀스런 남자가 누구든 간에 그는 소만리를 돕고 있는 것이다.이것은 좋은 일이라고 할 수 있었다.하지만 강어도 쩔쩔매는 사람이라면 도대체 그 남자는 누굴까.기모진이 조용히 중얼거리고 있는데 갑자기 강연이 달갑지 않은 표정으로 입을 여는 소리가 들렸다.“모진, 방금 강어 오빠 태도 당신도 봤지. 내가 흑강당에서 이렇게 오랫동안 오빠를 위해 많은 일을 해줬는데 지금 소만리 때문에 친동생인 나를 한 번도 아니고 여러 번 때리고 공격하고 있어. 오빠가 이렇게 무정한 이상 내 마음대로 해도 날 탓할 수는 없을 거야.”기모진은 강연을 보며 계속 물었다.“당신 어떻게 할 생각인데?”강연은 맞은 뺨을 만지며 말했다.“흑강당의 장부는 계속 내가 관리해 왔어. 당신도 알다시피 흑강당이 하고 있는 사업은 대부분 보통 사람들이 볼 수 없는 어둠 속에 있다고나 할까, 뭐 그런 것들이야. 그 돈을 일단 손에 넣은 후에는 돈 세탁을 한 후에야 비로소 광명을 찾고 정정당당하게 쓸 수 있다는 말이지.”그녀는 기모진에게 다가와 한없는 신뢰를 담아 말했다.“모진, 생각해 봤는데 우리끼리 단독으로 해 보는 거야. 당신은 밖에서 사업에 접촉해서 돈을 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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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2장

기모진은 이미 누군가가 흑강당에 잠입해 들어가 있고 심지어 그 사람의 명령을 강어가 따른다는 것을 상상하지도 못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흑강당을 뿌리째 뽑을 수 없는 걸 보면 흑강당의 저력이 얼마나 탄탄한지 알 수 있었다.기모진은 카페를 떠나 차를 몰고 기란군과 기여온이 다니는 유치원 앞에 왔다.그는 유치원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지만 두 남매가 나오는 것이 보이지 않았다.그는 의아하게 생각되어 차에서 내려 담임 선생님을 찾아가 물었다.담임 선생님은 기모진의 얼굴을 알아보고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기 사모님이 여온이는 요 며칠 유치원에 올 수 없다고 말씀하셨어요. 기란군도 같이 오지 않고 있어요.”대답을 듣고 나니 기모진의 마음이 더욱 무거워졌다.그는 차를 몰고 기 씨 집으로 가서 차를 멀리 떨어진 곳에 세운 후 걸어서 집 입구에 이르렀다.공교롭게도 그가 막 대문 앞에 이르렀을 때 마침 기란군과 기여온 두 남매가 마당에서 놀고 있는 것을 보았다.기여온의 조각같이 곱고 예쁜 얼굴에는 순수하고 천진난만한 웃음이 넘쳐나고 있었지만 그저 웃고 있을 뿐 기란군과 기본적인 언어 소통조차 하지 않았다.그녀는 기란군의 손을 두드리거나 손가락으로 앞을 가리키며 기란군과 소통할 뿐이었다.그 오밀조밀 작은 입은 아무리 해도 꿈쩍도 하지 않았다.기모진은 얇은 입술을 오므리며 일그러뜨렸고 눈시울은 이미 뜨거워졌다.이내 그의 목젖이 들썩거리며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여온이 정말 말을 할 줄 모르다니.기모진은 주먹을 불끈 쥐고 괴로워하며 자책했다.그는 자신이 이미 이 아이를 대면할 자격을 잃었다고 생각했다.이 아이에게 무엇을 해 주었냐고 자신에게 자문해 보았다.아무것도 없었다.부성애도 없었고 관심도 없었다.그는 여태껏 자격 없는 아빠 그 자체였다.기모진이 죄책감에 괴로워하며 돌아서려는데 갑자기 작은 고무공이 그의 발에 굴러들어 왔다.그가 시선을 내려 보니 기여온이 작은 다리를 팔랑거리며 신나게 뛰어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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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3장

사실 이 익숙한 발걸음 소리를 듣고 기모진은 이미 누가 오는지를 알고 있었다.뒤돌아보는 순간 그는 역시 소만리가 오고 있는 것을 보았다.그는 자신의 혈육과 이 생명과도 같은 여자와 함께 살아가길 정말 간절히 원했다.그러나 소만리는 기모진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고 곧장 두 아이 앞에 가서 온화하고 자애로운 미소를 지으며 귀엽고 하얀 두 아이를 어루만졌다.“기란군, 동생 데리고 먼저 들어가 있어. 엄마가 조금 있다가 케이크 만들어 줄게.”기란군은 소만리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며 작은 손을 들어 기여온의 따뜻하고 보드라운 손을 잡았다.돌아서기 전에 기모진을 흘깃 다시 보았다.두 아이가 집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지켜보던 소만리의 얼굴에 서서히 미소가 사라졌다.“당신 어쩌자고 여온이 보러 왔어?”소만리는 냉정하고 차가운 기운을 풍기며 비꼬았다.“당신 봤지? 여온이 말 못 하는 거. 당신 여자친구가 한 짓 마음에 들어?”기모진은 소만리의 말에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그녀의 옆을 스쳐가더니 손에 든 작은 공을 문간 계단에 살짝 내려놓았다.내려놓고 그는 냉담하게 돌아서서 걸어갔다.소만리는 계단 쪽으로 다가가 공을 집어 기모진의 등 뒤로 내리쳤다.작은 고무공의 무게는 매우 가벼웠지만 기모진의 등에 천근만근 납덩이처럼 무겁게 부딪히는 것만 같았다.그는 걸음을 멈추고 소만리가 다가오는 발걸음 소리를 들었다.“지금 여기 다른 사람은 없어. 기모진 당신 말할 수 있지? 도대체 왜 강연이 곁에 있는 거야?”소만리의 말투는 공격적이지 않았고 오히려 부드러웠다.“난 당신이 이렇게 잔인하다고 믿지 않아. 당신이 정말 날 사랑하지 않더라도 아이들에게 이렇게 냉혈하게 대할 순 없어. 당신이 이렇게 무정하게 굴수록 문제는 더 커진다구.”소만리는 그의 앞으로 다가와 남자의 차가운 얼굴을 바라보며 말했다.“기모진, 대답해. 혹시 말 못 할 고충이 있다면 눈을 깜빡여 봐. 그럼 내가 알아들을 수 있어.”이 말이 떨어진 후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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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4장

기모진은 피곤해서 의자에 기대었다. 눈물이 그의 눈가를 적시고 흘러내렸다.여온, 아빠가 미안해.아빠가 떠나기 전에 너의 달콤한 웃음소리와 즐겁게 엄마라고 부르는 너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길 바래.그는 몰래 숨겨놓았던 가족사진을 어루만졌다.슬픔이 온몸을 관통해 스쳐가고 그 아픔이 선명해질수록 그가 사랑하는 여자가 누구인지 더 깊이 기억에 새겨지고 있었다.소만리는 오랫동안 기모진이 떠난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도저히 기모진의 행동을 이해하기 어려웠다.소만리는 여전히 그에게 말 못 할 고충이 있기를 바랬지만 그의 행동이 너무 무자비해 보여서 이제는 그를 위해 어떤 변명을 찾아야 할지조차 알 수 없었다.앞으로 사흘 후면 그녀는 경연과 정식으로 결혼식을 올린다.위청재도 날짜를 보고 결혼식 이틀 전에 아기를 안고 소만리를 찾아왔다.“소만리, 너 정말 경연이랑 결혼할 거야? 모진이한테는 정녕 기회가 없는 거냐?”소만리는 정리된 옷을 캐리어에 넣고 입꼬리를 말아올리며 웃었다.“나랑 그 사람은 헤어졌다 만났다 그 많은 세월을 보냈어요. 그런데 결국 이렇게 되었죠. 아마도 이건 서로 인연이 아니란 걸 말하는 것 같아요.”“어떻게 인연이 아니냐? 만약 인연이 아니었다면 너희들한테 어떻게 요 꼬물이가 생겼겠니?”위청재는 여전히 만류하고 있었다.소만리는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솔직히 말하면 지금 마음속으로 완전히 그를 내려놓았다고 할 순 없지만 나와 그 사람이 다시 만날 가능성이 없다는 것은 잘 알고 있어요.”소만리가 자신의 옷을 챙기고 상자를 들어 올렸다.그리고 일어나 위청재의 품에서 아기를 건네받고 안았다.아기는 벌써 태어난 지 석 달이나 되었다. 천사 같은 아기가 그녀를 향해 웃는다.“꼬물아, 엄마가 뭐라고 네 이름을 지어주면 좋을까? 형은 기란군인데 넌 어떤 이름이 좋아?”그녀는 아기에게 물었지만 사실 자신에게 묻고 있는 것이었다.어차피 말할 줄 모르는 아기가 대답해 줄 리 만무했다.예전에 이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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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5장

비록 날은 어두웠고 안에 불도 켜지지 않았지만 소만리는 똑똑히 보았다.단발머리에 섹시한 옷차림을 한 여자가 반듯한 체구의 남자에게 안겨 껴안고 키스를 하고 있었다.이 단발머리 여자는 분명히 강연이었고 그럼 이 남자는 기모진 말고 또 누가 있을까.기모진이 강연과 잤다고 예전에 말한 적은 있지만 소만리는 반신반의했었다.그러나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말았다. 소만리는 믿고 싶지 않았지만 믿지 않을 수 없었다.냉정하게 이런 사실과 맞닥뜨릴 수 있을 줄 알았던 그녀는 순간 가슴이 아파서 심장이 마음대로 요동치고 흐트러져서 숨을 제대로 쉬기 힘들 정도였다.소만리는 점점 더 보기 흉해지는 광경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여자의 요염한 웃음소리가 들리자 몸을 돌려 엘리베이터로 향했다.손가락으로 엘리베이터를 닥치는 대로 눌렀다. 위가 경련을 일으키며 구역질이 났다.기모진은 사무실 안에서 소만리가 떠나는 모습을 똑똑히 보고 그제야 사무실 불을 켰다.방금 연기하고 있던 두 사람의 배우가 하던 행동을 멈추었다.“너네들은 이제 가도 돼.”그는 입을 열어 두 사람을 보내면서 당부를 했다.“일단 스타일링부터 바꾸고 뒷문으로 나가.”두 배우는 기모진이 건넨 수표를 받고 기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고맙습니다. 사장님. 다음에도 연기가 필요하시면 또 불러주세요.”“더는 필요 없어.”기모진이 냉랭하게 거절했다.“명심해. 이 일은 우리 셋만 알고 있어야 해. 꼭 기억해.”두 사람은 기모진의 신분과 지위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고서야 그 자리를 떠났다.기모진은 책상에 앉아 피곤해서 눈을 감았다.그는 자신의 몸 상태가 갈수록 나빠지는 것을 느꼈고 시도 때도 없이 가슴을 쥐어짜는 통증이 밀려왔다.모레 경연과 소만리가 결혼한다고 생각하니 가슴의 통증이 한층 더해졌다.경연은 평생 의지할 만한 믿음직한 좋은 남자다. 기모진은 소만리가 그런 기회를 놓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그가 줄 수 없는 것을 다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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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6장

”기모진, 도대체 무슨 생각 하는 거야?”남자는 담담한 표정으로 굳은 얼굴을 하고 있는 그녀를 바라보았다.“소만리, 내가 무슨 생각을 하든 다시는 널 생각하지 않을 거야.”그는 차갑게 입을 열었고 신분증을 다시 꺼내며 말했다.“가져가. 더러워서 안 가져가면 영원히 당신 아들은 호적에 올리지 않아도 된다는 얘긴가?”“내 아들? 나 혼자만의 아들이야?”소만리는 비꼬듯 웃었다. 더욱 촘촘히 내리기 시작한 빗줄기가 그녀의 시선을 흐렸다.“예전에 당신이 내 앞에서 무릎을 꿇고 무슨 말 했는지 기억나? 남은 인생은 꼭 함께 행복하게 해준다고 했었지. 하지만 당신이 내게 준 행복은 너무나 짧았어.”그녀는 비에 젖은 신분증을 보았다. 무너진 마음 한 끝자락을 다시 부여잡아 감정을 억누르며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말했다.“모레 경연이랑 결혼하는 날, 그때 결혼식 참석하면 신분증 돌려줄게.”소만리는 신분증을 한 손에 들고 결연히 떠났다.기모진은 빗속에 서 있다가 갑자기 힘없이 차 옆에 기대어 그녀가 비 오는 밤 속으로 사라지는 모습을 보았다.그는 웃을 수도 울 수도 없었다.다음 날, 소만리는 아기의 호적 등록 수속을 밟으러 갔다.호적등본에 적힌 아기의 이름을 보며 소만리는 자신의 심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아기를 안고 기모진의 신분증 사진을 보았다.남자의 검은 눈썹 별처럼 반짝이는 눈, 잘생긴 이목구비.그 해, 그녀를 업고 모래사장을 뛰어다니며 평생 그녀를 아끼고 사랑하겠노라 진지하게 약속했지만 결국 모든 맹세는 모래사장 위 파도와 함께 사라졌다.경연과의 결혼식 날, 날씨가 더할 나위 없이 화창했다.소만리는 웨딩드레스를 입고 부케를 든 채 양복을 입은 경연과 신부님 앞에 서서 결혼식을 올렸다.결혼식에 온 하객은 많이 없었다. 경연의 부모님과 몇몇 친구를 제외하면 예선과 소군연 두 명의 신부 들러리만 남았다.기모진은 사실 아침 일찍 도착했지만 줄곧 성당 밖에 서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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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7장

기모진은 소만리가 언제 뒤에 와 있었는지 전혀 알지 못해서 깜짝 놀랐다.소만리도 깜짝 놀랐다. 눈앞에 기모진의 얼굴이 도화지처럼 창백했기 때문이었다.두 사람의 눈이 마주친 순간 모든 시간이 멈춘 듯했다.기모진은 목구멍에서 올라오는 기침과 짙은 피비린내를 간신히 억누르고 얼굴을 옆으로 돌려 소만리의 시선을 피하며 가볍게 기침을 했다.지금 기모진의 마음은 매우 혼란스러웠고 소만리가 자신에게 뭔가 이상이 있음을 알아차리고 모든 것을 꿰뚫어 볼까 봐 두려웠다.“소만리, 왜 거기 서 있어? 사진 찍으러 와.”예선이 부르는 소리가 멀리서 들려왔다.소만리는 자신을 향해 돌아서는 남자를 보며 신분증을 건넸다.“돌려주려고.”그녀는 냉담한 말투로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기모진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소만리에게 자신의 손을 내밀 수 없음을 알았다.그의 두 손바닥은 이미 피로 물들어 있었기 때문이다.기모진이 무관심한 것을 보고 소만리는 눈썹을 가볍게 찡그리며 말했다.“나를 보는 것도 이미 싫증이 난 것 같은데 왜 여기에 와서 당신 눈을 거슬리게 해?”“소만리.”예선의 재촉하는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소만리는 기모진이 완전히 자신을 무시하고 심지어 눈초리와 눈썹까지 매섭게 하고 그녀를 보자 갑자기 손을 들어 신분증을 그의 몸에 던졌다.“그렇게 싫으면 당신이 직접 주워.”이 말이 떨어지자 소만리는 치맛자락을 들며 미련 없이 멀어져 갔다.기모진은 입술 언저리를 가린 손가락에 점점 힘이 들어갔다.그는 몸을 웅크리고 앉아 피로 물든 가늘고 긴 손가락을 가볍게 떨며 소만리가 던진 신분증을 집어 들었다.그는 어두워진 눈을 들어 눈동자 속에 비친 아리따운 모습을 바라보며 끝내 입술 사이로 터져 내오는 핏덩어리를 토해 내고 말았다.소만리, 행복해야 해. 영원히.소만리가 떠날 때 기모진의 차가 성당 건너편 길가에 서 있는 것을 보았다.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차창 밖을 내다보았는데 방금 기모진과 헤어진 곳에서 아직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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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8장

소만리는 경연과 함께 경 씨 집안 손님들과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누다 돌아와 보니 예선은 이미 얼굴이 발그레 져서 얼떨떨하게 취해 있었다. 입은 계속 뭐라고 중얼거리고 있었다.“소만리, 너 이번엔 꼭 행복해야 해. 꼭...”소만리는 감동이 밀려왔다. 예선은 이 세상에서 그녀를 진정으로 아끼고 신경 써 주는 몇 안 되는 사람이다.상황이 이렇게 되어 소만리는 소군연에게 예선을 집으로 바래다 달라고 부탁할 수밖에 없었다.그러나 술에 취한 채 예선을 부축해 택시에 오른 소군연도 정신이 혼미해져 예선에게 기대었다.그는 원래 예선을 집에 데려다주려고 했지만 기사님이 호텔 앞에 차를 세우고 ‘나 다 알고 있어' 하는 표정으로 소군연을 대신해 차 문을 열어 주었다.소군연은 설명하기도 귀찮아서 예선을 부축하고 차에서 내렸다.예선은 술이 너무 취해서 거의 서 있을 수가 없었고 온몸이 미역처럼 축 늘어져 힘없이 소군연 옆에 붙어 있었다.“예선, 괜찮아?”소군연은 매우 걱정스러웠다.“좋아?”예선은 눈을 게슴츠레하게 뜨고 말했다.“좋아. 소만리는 잘 지낼 거야.”그녀는 앞뒤가 맞지 않는 대꾸를 했고 거의 인사불성이 되어 그의 품에 쓰러졌다.소군연은 예선을 덥석 껴안고 도로 위를 오가는 차들을 바라보다 예선을 안고 앞에 있는 호텔로 들어갔다.그는 방을 하나 잡고 예선을 안고 위층으로 올라갔다.예선은 얼굴을 붉히며 다시 입으로 뭔가를 중얼거리기 시작했다.“소군연 선배...”“나 여기 있어.”소군연은 더욱 정신이 또렷해져서 예선이 자신을 부르는 것을 듣고 대답했다.그러자 예선은 갑자기 취한 눈을 들어 무던하게 웃으며 그의 얼굴을 만졌다.자신이 지금 뭘 하는지 전혀 알지 못하는 것 같았다.“어? 진짜 소군연 선배야? 나 선배 꿈꿨는데.”“...”“꿈속의 선배도 이렇게 잘생겼었어.”“...”소군연은 알코올의 영향 때문인지 예선의 이 한마디 칭찬 때문인지 갑자기 심장이 빨리 뛰고 얼굴이 화끈거리기 시작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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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9장

기모진은 자신이 여기에 오면 괴로울 거라는 걸 알았다.하지만 그는 내려놓지 못했다. 뼈에 사무친 이 여인을 놓지 못하고 온 것이었다.가늘고 촘촘한 빗발 사이로 기모진은 커튼이 소만리 가까이 비치는 모습을 보았다.그가 그녀에게 바짝 다가섰다. 경연이 고개를 숙이는 동작은 분명 그녀에게 키스하는 것이리라.핸들을 잡은 기모진은 차창 밖의 빗방울이 모두 그의 심장을 촉촉히 적시는 눈물같이 느껴졌다.심장이 추워서 얼어붙는 것 같았다.그는 계속 이렇게 지켜보고 있기도 괴로워서 그 자리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 기모진은 그가 지금 할 수 있는 건 기 씨 집으로 가서 잠든 두 아이를 살그머니 살펴보는 일밖에 없었다.침실 안.경연은 소만리를 살며시 안은 후 품에서 그녀를 떼었다.“당신이 아직 기모진을 완전히 내려놓지 못했다는 걸 알아요. 괜찮아요. 전 기다릴 수 있어요.”경연의 말에 소만리는 더할 수 없는 죄책감을 느꼈다.그녀는 이미 그의 합법적인 아내이지만 아내로서 마땅히 해야 할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그러나 경연은 이해심이 깊은 남자였다.“우리 결혼이 좀 급작스러웠잖아요. 기모진을 놓지 못하는 것이 인지상정이죠.”“경연, 고마워요.”“부부지간에 미안해할 필요가 없어요.”경연은 소만리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아이들이랑 일찍 주무세요.”그는 이 말을 하며 몸을 돌려 나가려고 했다.“당신 거실에서 잘 거예요?”소만리가 그의 뒷모습을 보며 물었다.경연은 고개를 저었다.“바쁜 일이 좀 있어서 서재로 가요.”“그럼 일 끝나고 일찍 쉬세요.”“그래요.”경연은 부드럽게 웃으며 소만리에게 방문을 닫아 주었다.그는 서재로 와서 검은 뿔테안경을 쓰고 책상 앞에 앉았다.원래 온화하고 우아한 얼굴에 순식간에 카리스마가 넘쳤다.그가 컴퓨터 카메라를 켜고 동영상을 연결하자 건너편에서 보고하는 목소리가 들렸다.“기모진 몸속의 독소가 3기에 접어들었어요. 시간이 많지 않을 것 같습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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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0장

강연이 듣고 있자니 뭔가 망설여졌다.기모진도 처음으로 이 경박스러운 여자에게서 점잖은 기색을 보았다.그러나 기모진이 어떻게 강연에게 생각할 시간을 많이 주겠는가.그는 시치미를 떼고 일어서며 말했다.“당신이 못 믿겠다면 됐어. 없던 걸로 해.”강연은 이 말을 듣고 급히 달려가 기모진을 막았다.“자기야. 화내지 마. 내가 어떻게 자길 못 믿겠어.”강연은 애교를 부리며 기모진의 소매를 잡아당기며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그러나 기모진이 차가운 얼굴을 하고 자신을 보지 않자 강연은 마음을 먹은 듯 입을 열기 시작했다.“자기야, 기 씨 그룹 같은 다국적 기업이 흑강당의 검은 돈을 세탁하는 걸 돕겠다고 이렇게 큰 희생을 해 주려는데 내가 동의하지 않는다면 너무 세상 물정을 모르는 거 아니겠어?”강연은 흔쾌히 승낙했다.기모진은 한발 물러서며 말했다.“그렇게 무리하게 승낙할 필요 없어. 난 단지 건의했을 뿐이야. 나한테 잘 보이기 위해 동의할 필요는 없어.”“무리할 리가 있어? 모진, 나 정말 간절히 바래!”강연은 눈웃음을 쳤고 기모진의 기분이 상할까 봐 두려워서 더 확실히 말해 두었다.“모진, 당신 말대로 해. 그런데 흑강당의 요 몇 년 장부가 너무 번거롭고 많아서 내가 일단 정리를 한 다음에 당신한테 가져다줄게.”이 말을 듣고 기모진의 잘생긴 얼굴에서 차가움이 가시기 시작했다.그는 입꼬리를 말아 올려 웃으며 의미심장하게 입을 열었다.“날 믿어줘서 고마워. 내가 꼭 당신 실망시키지 않을 게.”활짝 웃으며 말하는 기모진의 잘생긴 모습에 강연은 도무지 헤어 나올 방법을 알지 못했다.그녀의 머릿속에선 앞으로 기모진과 함께 보낼 꽃 피고 아름다운 나날들을 상상하며 그의 미소에 푹 빠져 있었다.이 시간 호텔.예선은 숙취에서 깨어났고 머리가 지끈 지끈거렸다.그녀는 흐리멍텅하게 눈을 뜨고 어젯밤 일을 회상했다.그녀는 묘사할 수 없는 꿈을 꾼 것 같았다.예선은 일어날 준비를 하려고 막 움직이려는데 자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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