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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가 사랑한 여인의 모든 챕터: 챕터 1031 - 챕터 1040

2479 챕터

1031장

소만리는 아기의 울음소리를 듣고 부리나케 맨발로 나왔다.그녀는 얼른 어린 아기를 안아 달래고 손을 뻗어 젖병을 집어 들었다.그러나 손이 닿자마자 누군가가 젖병을 건드린 듯한 느낌이 들었고 젖병에 든 분유의 양도 줄어든 것 같았다.그녀는 아직도 우는 아기를 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설마 이 녀석이 직접 젖병을 잡아서 마신 건 아니겠지.위청재가 왔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소만리는 별생각 없이 아기를 재운 뒤 머리를 말리고 침대에 누웠다.그녀는 스탠드를 켰다. 몸은 분명히 피곤한데도 좀처럼 잠에 들지 못했다.소만리는 스탠드 테이블의 서랍을 열고 결혼반지 두 개와 조가비, 그리고 책갈피를 꺼냈다.한참을 찬찬히 살펴본 후에야 그녀는 다시 그것들을 보석함에 넣고 서랍 속에 다시 집어놓고 누웠다.그녀 옆의 텅 빈 잠자리를 보며 그녀는 손을 들어 베개를 살며시 쓰다듬었다.“당신을 사랑하고도 왜 이렇게 되었을까? 기모진, 당신 말해 봐. 왜...”그녀는 조용히 중얼거려 보았지만 어떤 답도 얻을 수 없었다.한참 후 방 안에는 아무런 기척도 나지 않았다.장롱 뒤에 계속 숨어 있던 기모진은 소리 없이 아픔을 목구멍으로 삼켰다.그는 살금살금 침대 곁으로 다가가 옆으로 누운 소만리를 보았다.그녀의 손이 아직도 그의 베개 위에 얹혀 있는 것을 보고 그는 눈시울울 적시기 시작했고 그녀에게 이불을 살짝 끌어당겨 주었다.고개를 숙이고 소만리의 눈썹에 입을 맞추던 기모진은 소만리의 목에 반창고가 붙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다쳤나?어떻게 다친 거지?그는 마음이 아프고 걱정이 되었지만 소만리를 깨울까 봐 오래 머물지 못했다.기모진은 살금살금 방을 나갔다. 그러나 문을 닫으려는 찰나 마침 위층에 올라온 위청재와 맞닥뜨리고 말았다.“모진아!”위청재는 놀라고 기뻐서 물었다.“언제 왔어?”“소만리 깨우지 말아요.”기모진이 주위를 상기시키며 돌아서서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위청재도 그의 뒤를 바짝 따라붙었다.‘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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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2장

당신도 같이 가? 정말?”강연이 의외라는 듯 물었다.기모진은 고개를 끄덕였다.“난 이제 당신 남자야. 너와 같이 잡다한 일들을 처리하는 건 당연한 거 아냐?”이 말을 듣고 강연은 더욱 웃으며 말했다.“그래, 같이 가.”만나기로 한 장소는 5성급 식당이었다. 기모진은 강연의 곁에서 함께 걸으며 룸으로 들어갔다.상대방은 점잖고 품위가 있어 보이는 남자로 불법거래를 할 것 같은 모습은 아니었지만 겉모습으로는 알 수 없는 게 사람이다.기모진은 옆에서 무덤덤한 표정으로 듣고 있었다. 마치 강연을 위해 도구로 전락한 사람처럼 보였다.얼마 지나지 않아 일은 잘 풀렸고 남자가 일어서며 너스레를 떨었다.“강연, 새 남자 친구가 아주 멋져 보이는데. 아마도 흑강당 사업이 점점 더 번창하려나 봐.”강연은 우쭐대며 흡족한 듯 담배를 한 모금 빨아들이며 말했다.“내 남자인데 당연히 멋있어야죠. 나중에 내 남자친구에게 업무를 일부 맡길 테니 그때 가서 사장님도 잘 봐 주세요.”“그럼 그럼.”남자는 대답하고 떠났다.강연은 즐겁게 룸을 나와 기모진에게 찰싹 붙으려는데 갑자기 강어에게서 전화가 왔다.“너 언제 또 몰래 경도로 왔어"강어가 물었다.“내가 소만리 괴롭히지 말라고 했는데 또 갔어? 당장 집으로 돌아와. 너한테 물어볼 게 있어!”강연은 내키지 않았지만 할 수 없이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기모진도 일이 있다며 강연을 차에 태워 보낸 뒤 혼자 떠났다.그는 차를 몰고 거리에서 여러 바퀴를 돈 후에야 겨우 천천히 사람이 없는 골목으로 들어갔다.그가 한 번 사방을 살피고 안으로 들어가니 저 앞에 멀지 않은 곳에서 양복 차림의 남자가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기모진은 USB 하나를 동그란 포물선을 그리며 그 남자를 향해 던졌다.여기에는 방금 룸에서 촬영한 장면이 들어있었다.그는 다른 말없이 지체하지 않고 돌아섰다.“기 사장님, 잠깐만요.”그 사람은 기모진을 불러 세우고 다가가 진통제 같은 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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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3장

기모진은 소만리가 경연과 결혼할 줄은 몰랐다.그는 소만리가 자신을 속이는 줄 알았지만 초대장을 열어보니 그녀와 경연의 이름이 확실히 보였다.“벌써 두 번째 결혼하는 거야?”기모진이 웃는 듯 마는 듯 웃으며 말했다.소만리는 그를 차갑게 쳐다보며 말했다.“아니, 틀렸어. 세 번째야.”“...”“난 당신과 여러 번 헤어졌지. 결혼도 두 번 하고 두 번 이혼하고.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고 두 번째로 당신과 결혼했을 때 난 당신이 내 남은 생의 유일한 의지처가 될 줄 알았어. 그런데 우린 그런 결말을 만들 수 없다는 게 사실로 증명됐어.”소만리는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남자를 바라보며 차갑게 시선을 흘겼다.“난 정말 힘들었어. 어렸을 때는 날 아끼고 사랑해 주는 부모님이 계시길 바랬어. 거의 30년을 기다리며 마침내 이뤘어. 그런데 그들은 날 영원히 떠났어. 어른이 된 후에는 날 정말 사랑해 주는 남자와 결혼했지. 내가 이 남자를 사랑하는 만큼 이 남자도 날 사랑해주길 바랬지만 현실은 날 호되게 일깨워주었어.”그녀는 돌아서서 기모진을 향해 등을 돌렸다.“앞으로 소만리가 가장 사랑하는 남자의 이름은 경연이고 난 그의 아내가 되어 내가 바래왔던 평온한 삶을 살 거야.”초대장을 움켜쥔 기모진은 소만리의 결연한 뒷모습을 보며 가슴에 파고드는 아픔을 죽을힘을 다해 참으며 말했다.“꼭 행복해야 돼.”“당연히 행복할 거야. 당신을 떠나는 것이 내 행복의 첫걸음이야.”“그럼 됐어.”기모진은 목젖을 살짝 움직여 마른침을 삼키며 더 말하고 싶은 충동을 애써 삼켰다.그는 돌아서서 방을 나와 방문을 닫는 순간 고통스럽게 벽에 기대어 떨리는 손으로 주머니에서 약을 꺼내 먹었다.그러나 가슴에는 여전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아픔이 전해져 왔다.위청재는 소만리를 찾으러 올라오다가 갑자기 벽에 기대어 얼굴이 창백하고 눈썹을 찡그리고 있는 기모진을 보고 황급히 달려갔다.막 누군가를 부르려고 했을 때 기모진은 그녀를 막고 돌아서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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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4장

기모진은 위청재에게 추궁할 기회를 주지 않고 바로 일어났다.자고 있는 소만리를 깨울까 봐 위청재는 더 이상 기모진을 부르지 않았다.기모진이 기란군과 기여온의 방을 들어가는 것을 본 위청재는 방해하지 않으려고 따라 들어가지 않았다.기모진은 잠자는 두 아이를 안았다.두 아이가 새끈새끈 잠자는 모습을 보니 그의 마음속에 안타까움과 미안함이 파도처럼 밀려왔다.그는 기여온의 잠든 얼굴을 더 오랫동안 바라보았다. 가슴이 아려서 뜨거운 눈물이 솟구쳤다.“여온아, 아빠는 여온이한테 평생 아빠란 소리를 들을 기회가 없었지만 아빠 마음속에는 여온이가 아빠의 유일한 공주였어.”그는 고개를 숙여 귀여운 여온의 얼굴에 뽀뽀를 하려고 하다가 방금 자기가 피를 토한 일을 떠올렸다. 자신은 이 아이를 안아볼 자격조차 없다고 생각했다.기모진은 침울한 심정으로 아이들 방을 나와 소만리의 방문을 한참 동안 바라보다가 가려고 일어섰다.그가 돌아서자마자 기란군이 그의 앞에 서 있는 것을 보았다.그 맑고 순수한 눈동자는 기모진을 매우 진지하게 바라보았다.“아빠, 너무 오랫동안 집에 안 왔어.”어린아이의 눈에서 약간의 실망감이 흘러나왔다.기모진은 아이에게 다가가 쪼그리고 앉아 귀여운 머리를 쓰다듬었다.“기란군, 앞으로도 엄마 말 잘 들어야 해.”“난 항상 엄마 말 잘 들어.”“기란군은 사나이잖아. 아빠를 대신해서 엄마랑 동생 잘 돌봐줘야 해.”기란군은 큰 눈을 깜박거렸다.“그럼 아빠는?”“아빠... 아빠는 멀리 가야 해.”기모진은 어린아이를 가슴에 안고 말했다.“기란군, 아빠 사랑하지?”“기란군은 당연히 아빠 사랑하죠.”기란군은 아무 생각 없이 대답했다.“기란군은 엄마도 사랑하고, 여온이도 사랑하고 아기도 사랑하고 할아버지도 사랑하고. 그리고 외할아버지 와할머니는 오랫동안 못 만났어.”어린아이가 무심코 한 말에 기모진은 가슴이 쓰렸다.어리고 아직 세상 물정을 모르는 기란군이 사화정과 모현이 이미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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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5장

아들의 말에 소만리의 의식이 순간적으로 뭔가에 매섭게 끌어당겨지는 듯 얼얼했다.그녀는 정신을 가다듬고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기란군, 아빠가 정말 그렇게 말씀하셨어? 아빠가 언제 그렇게 말했어?”“어젯밤 아빠가 나랑 여온이 보러 오셨을 때 말했어요. 그러고 아빠는 바로 갔어요.”기란군의 큰 눈에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가득 차 있었다.기모진에 대한 그의 감정이 매우 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기란군의 말을 들은 소만리는 심장이 불규칙적으로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그녀는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귀여운 볼에 뽀뽀를 하며 말했다.“우리 아들 너무 착해. 우선 아침부터 먹자. 동생도 거의 다 먹었네. 봐 봐.”기여온은 소만리가 자신을 언급하자 초롱초롱한 눈을 들어 웃었다.상심한 소만리의 심정이 따뜻한 여온의 미소로 조금이나마 치유되었지만 방금 기란군이 한 말에 여전히 신경이 쓰였다.두 아이를 유치원에 보낸 후 소만리는 핸드폰을 들고 한참을 망설이다가 마침내 기모진에게 전화를 걸었다.전화기 너머에 있는 기모진은 강연과 함께 고객을 만나고 있다가 소만리한테서 전화가 오는 것을 보았다.소만리가 전화를 하는 일은 드물어서 의아해하고 있었다.마침 강연이 그를 향해 시선을 두고 있어서 기모진은 냉담한 눈빛으로 화면을 흘겨보다가 아예 끊어버렸다.소만리는 전화가 끊긴 것을 보고 예전처럼 매달리듯 그가 받기를 기대하며 계속 통화를 시도하지 않았다.그녀는 바로 단호한 어조로 메시지를 보냈다.[오후 1시에 기 씨 그룹 사무실에서 좀 봐.]기모진은 이 메시지를 보자마자 강연을 바라보았다.비즈니즈 상담이 무사히 끝나자 강연은 기모진에게 달라붙어 말했다.“모진, 소만리 왜 그래? 당신 이미 소만리랑 이혼했는데 왜 자꾸 당신 귀찮게 하는 거야? 자꾸 귀찮게 하면 내가 혼내줄 거야.”강연이 불만스러운 듯 말했다.기모진은 입꼬리를 살짝 끌어당기며 경멸하는 눈초리를 보내며 말했다.“이미 그녀는 내가 원하는 여자가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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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6장

소만리는 곁눈질로 강연을 보았다.“할 말 있다구요.”기모진은 잘생긴 얼굴에 담담한 미소를 띠며 말했다.“여기 외부인 없어. 나의 일이 내 여자친구 일이기도 하니까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여기서 바로 해.”경멸하는 듯한 기모진의 태도에 소만리는 완전히 체념했다.소만리가 막 입을 열려고 할 때 강연이 유유히 다가와 기모진 곁에 와서 애교를 부리며 말했다.“모진, 그럼 난 자격을 갖춘 당신의 여자친구로서 당신과 소만리가 이야기하는 데 방해되지 않도록 아래층에 있는 디저트 가게에 가서 자리 잡고 있을 게. 이따가 내려와서 나랑 함께 애프터눈 티나 마셔요.”기모진이 강연에게 부드러운 미소를 보내며 말했다.“그래, 먼저 가 있어. 나 곧 갈게.”“응.”강연은 붉은 입술을 오므리며 혼자 웃었고 소만리의 곁을 보란 듯이 지나갔다.“소만리, 경연이랑 결혼하다면서. 이혼하자마자 남자를 찾아서 결혼까지 하는 당신의 수법은 정말 대단해.”강연은 건방지고 오만하게 소만리를 자극했다.소만리는 느릿느릿 입을 열었다.“수법이라고 하니 말인데. 얼굴이 두껍기로는 단단한 성벽보다 더한 너 같은 상간녀한테 어떻게 비교가 되겠어?”“...”강연의 얼굴빛인 순식간에 일그러졌다.“소만리, 너 ...”“강연, 네가 어떤 낯짝의 여자인지 너 스스로 너무 잘 알고 있을 거야. 만약 네가 나한테 뺨 맞고 싶으면 계속 그렇게 해.”“...”강연은 붉은 입술을 실룩거리며 화가 나서 얼굴이 새파래졌다.예전에 자신이 소만리를 욕보이려고 이런저런 모략을 세웠는데 오히려 매번 소만리에게 얼굴을 맞았다.강연은 이를 악물고 고개를 돌려 기모진에게 부드럽게 미소를 지었다.“모진, 당신 전 처는 정말 고슴도치 같아. 어쩐지 당신이 이 여자를 원치 않더라니. 난 내려가서 기다리고 있을 게. 빨리 와.”강연은 허리를 돌려 돌아서다가 소만리를 한번 노려보고는 내려갔다.기모진은 온몸이 굉장히 홀가분해지는 기분이 들었고 입을 열려고 하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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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7장

기모진이 입술 사이에서 내뱉은 말에는 강한 불만이 담겨 있었다.그의 차가운 눈빛에 예전에 소만리를 거들떠보지도 않았을 때의 느낌이 묻어 있었다.소만리는 차갑고 무정한 표정을 한 남자의 얼굴을 보았다.그녀의 눈 속에 모든 기대와 희망이 사라져갔다.“걱정 마. 다시는 당신 찾아오지 않을 거야. 당신은 이미 더 이상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야. 당신이 강연을 선택한 순간 난 이미 당신을 단념했어.”“그럼 더 좋고.”기모진은 매혹적인 입꼬리를 잡아당기며 비꼬는 말투로 이어 말했다.“나도 더 이상 당신 생각에 잠기고 싶지 않아. 지난 몇 년 동안 당신이 나한테 집착하는 게 정말 지긋지긋했거든. 알아?”지긋지긋해.알고 보니 소만리가 그에 대해 가지는 애정과 미련에 이미 그는 진절머리가 나 있었던 거다.이미 그를 체념했던 소만리의 마음이 다시 한번 싸늘히 식어갔다.그때 그녀의 핸드폰이 울렸다. 경연의 전화였다. 소만리가 받으니 경연의 부드럽고 나긋한 목소리가 전해왔다.“나 지금 기 씨 그룹 아래층에 도착했는데 얼마나 더 걸려요?”소만리는 흐트러진 기분을 다시 가다듬고 말했다.“경연, 곧 내려갈게요. 몇 분만 더 기다려 줘요.”“서두를 필요 없어요. 당신을 기다리는 일인데 아무리 기다려도 지루하지 않아요.”애정이 듬뿍 담긴 경연의 말이 소만리의 귓가에 파고들었고 동시에 기모진의 귓가에도 들려왔다.그는 놀라지도 않고 담담한 듯 돌아서서 아무렇지 않은 듯 창밖을 똑바로 쳐다보았다.아니, 정면으로 똑바로 쳐다보려 했지만 시선은 자기도 모르게 자꾸 아래쪽에 있는 정문으로 향했다.그는 은백색의 승용차가 정문 입구에 서 있는 것을 어렴풋이 보았다. 그것은 경연의 차였다.기모진은 순간 정신이 아득해졌고 실의에 빠져 버렸다.그때 갑자기 뒤에서 소만리가 경고의 말을 던지는 소리를 들었다.“기모진, 강연이 앞으로 좋은 나날을 보낼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 게 좋아. 내 부모님의 원한은 하루아침에 갚아지는 것이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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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8장

소만리는 경연의 차에 탔다.텅 빈 왼손 약지를 바라보니 그동안 기모진과 헤어지고 만났던 세월들이 눈앞에 파노라마처럼 스쳐갔다.그는 갑자기 먹먹해졌다. 그 세월 동안 기모진은 정말 그녀를 사랑했던 걸까?아마 사랑했을 것이다.사랑했으므로 그때 기모진은 다른 모든 것들을 다 제쳐두고 오로지 소만리를 보호했을 것이다.사랑했으므로 그는 그녀를 품에 안고 순수한 아이처럼 맑은 미소를 보였을 것이다.그러나 기모진, 우리 사이가 도대체 언제부터 잘못 되었을까.그녀는 말없이 쓰린 가슴을 부여잡았다. 경연은 손을 뻗어 그녀의 손을 살며시 잡았다.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소만리에게 따뜻한 눈빛을 보냈다.“결혼식은 간단하게 하고 싶은데 어때요?”경연은 다정하게 소만리의 의견을 물었다.경연의 집안은 경도 명문 중 하나였다.경연이 결혼하면 결혼식은 반드시 화려하고 온 동네 떠나갈 듯 멋지게 치를 것이었다.소만리는 아마도 자신이 두 번 결혼하고 두 번 이혼한데다 세 아이까지 데리고 있기 대문에 경연의 부모가 체면이 서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래서 소만리는 경연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동의하려고 하는 순간 경연이 입을 열었다.“이건 내 뜻이에요. 혹시 나중에 당신이 다시 기모진에게 돌아갈지도 모르니 조촐하게 지내는 편이 당신한테도 좋을 것 같아서 그런 거예요.”소만리는 경연의 말이 너무나 뜻밖이었고 감동스러웠지만 동시에 그녀는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경연, 난 당신과 충동적으로 결혼하는 게 아니에요. 기모진과 싸우려고 하는 것도 아니구요. 어쩌면 인연이란 결국 타이밍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나랑 기모진은 돌고 돌아 그렇게 오랜 세월 함께 지냈지만 결국 인연이 맺어지지 않았어요. 아마도 이게 숙명일지도 몰라요.”소만리의 눈빛이 반짝였고 시선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내가 가장 힘들 때 하늘이 당신을 만나게 해줘서 너무 고마워요.”경연은 살며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당신이 마지막으로 정착하고 싶은 울타리가 되고 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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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9장

소만리가 마침 방문 앞에 이르렀을 때 방안의 불이 갑자기 꺼졌다.그녀는 어안이 벙벙한 채 방금 검은 그림자가 눈앞을 스쳐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지만 그 순간뿐이었다.소만리는 민첩하게 반응하여 즉시 불을 켰지만 불 켜진 방에는 아무도 없었다.오직 웨딩 앨범 한 권이 펼쳐진 채 침대 위에 덩그러니 있을 뿐이었다.소만리가 다가가자 콧김에 희미하게 시원한 쿨 민트 향이 났다.그녀의 마음속에서 갑자기 무언가 떠오르기 시작했다.웨딩 앨범 속 웨딩 사진에서 풋풋하게 웃고 있는 자신과 싸늘한 눈빛을 한 남자를 보며 소만리는 앨범을 살짝 집어 들고 있는 힘껏 반쪽을 찢어버렸다.베란다 커튼 뒤에 서 있던 기모진은 이 광경을 보고 마치 심장이 날카로운 칼로 두 쪽이 나는 것 같았다.그는 손에 들고 있던 조그만 상자를 살며시 내려놓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나버리는 소만리를 지켜보았다.그녀가 차를 몰고 떠나는 것을 본 후에야 기모진은 방으로 돌아왔다.찢어진 채 바닥에 떨어져 있는 웨딩 사진은 다시는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그들의 상황을 대변하는 듯했다.기모진은 소만리가 남겨놓은 상자를 들고 안에 있던 두 개의 결혼반지와 일곱 빛깔 조가비와 책갈피를 보고 순식간에 얼음조각처럼 얼어붙었다.그러나 눈가에 흐르는 눈물은 오히려 그의 가슴을 뜨겁게 적시고 있었다.“소만리, 당신 꼭 행복해야 해.”그는 버려진 한 쌍의 결혼반지를 움켜쥐고 온몸이 무너진 채로 침대 옆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그들의 일곱 빛깔 조가비와 책갈피는 이제 그들의 과거가 되었을 뿐이다.소만리, 이젠 안녕.모진 오빠는 처음에 영원히 너와 함께 하고 너를 지켜주겠다고 약속한 것을 결국 지키지 못했어.소만리, 너의 다음 생은 모진 오빠가 꼭 약속 지킬게. 다음 생에도 만나는 걸로 예약한 거야....소만리는 경연과 결혼식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결혼식은 조촐히 치르기로 했지만 경연은 소만리가 웨딩드레스를 입기를 원했다.소만리는 오늘 웨딩숍에서 웨딩드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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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0장

”모진, 뭘 보고 있는 거야? 초록불이야.”강연은 귀띔해 주며 기모진의 시선이 닿는 쪽을 쳐다보려 했지만 차가 다시 시동을 걸고 출발했다.기모진은 휴지 한 장을 뽑아 입가의 핏자국을 닦아냈다.강연은 기모진이 피를 토하는 것을 눈치채지 못하고 한 손으로 자신의 뺨을 받치고 기모진에게 홀딱 빠진 눈빛으로 운전 중인 그의 옆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모진, 당신 정말 매력적으로 생겼어. 예전에 많은 남자들과는 그냥 놀기 삼아 만났지만 당신은 그들과 달라. 정말 내 평생 당신과 함께 살고 싶은 충동이 들어.”기모진은 강연을 곁눈질로 바라보았다.“당신 정말 그렇게 내가 좋아?”“물론이지.”강연이 홀딱 빠져서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말했다.“당신이 날 서서히 사랑하게 할 자신 있어. 소만리를 완전히 잊게 해줄게. 난 오래 같이 지내면 정든다는 말 믿거든.”기모진은 입꼬리를 잡아당기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나도 믿어.”강연은 기모진의 이 대답이 너무나 흡족했다. 하지만 조금 신경 쓰이는 듯 방금 기모진이 시선을 떨어뜨리며 보고 있던 곳을 바라보았다....소만리가 웨딩드레스를 입어 보는 일이 끝나자 예선의 핸드폰이 울렸다.그녀의 얼굴빛이 살짝 변하더니 급한 일이 있어서 가 봐야 한다고 했다.경연은 꽃 다발 두 개를 사서 소만리를 데리고 사화정과 모현을 보러 묘지에 갔다.“엄마 아빠, 여기 이 분은 경연이고. 내 신랑 될 사람이에요.”소만리는 묘비를 바라보며 경연을 소개했다.“이번엔 정말 잘못되지 않을 거예요. 엄마 아빠 우리 축하해 줄 거죠?”경연은 소만리 곁에 서서 이 말을 들으며 묘비를 바라보았다.소만리가 이렇게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고 그는 하려던 말을 멈추었다.어떤 말이나 소식을 알릴 때가 아닌 것 같았다.사화정과 모현에게 제사를 지낸 뒤 소만리는 유치원에 아이들을 데리러 갈 준비를 했다.차에 올라타자마자 소만리는 유치원 선생님의 전화를 받았다.젊은 여교사는 타는 듯한 목소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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