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하려고 결혼했습니다의 모든 챕터: 챕터 691 - 챕터 700

1699 챕터

691화

여름과 서인천이 차에 있다니, 두 사람이 며칠 전 자신과 여름이 차에서 했던 일을 벌이고 있는지도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갑자기 심장을 꼭꼭 찔리는 느낌이었다.결국 참지 못하고 휴대 전화를 꺼내서 전화를 걸었다.10분도 되지 않아서 경찰이 출동하더니 서인천의 차창을 똑똑 두드렸다.“무슨 일이시죠?”서인천이 창을 내렸다.경찰은 안에 남녀가 있는 것을 확인하더니 난감한 듯 답했다.“차 안에서 부적절한 거래가 이루어 지고 있다는 신고가 들어와서요.”남녀가 차 안에서 할만한 부적절한 거래가 뭐가 있겠는가?서인천과 여름은 동시에 난감한 얼굴이 되었다.여름이 팔짱을 꼈다.“우리가 뭐 옷매무새라도 흩어졌나요?”“죄송합니다.”경찰은 속으로 신고자를 욕했다.경찰이 떠나자 서인천은 다시 방금 전 나누던 이야기 주제로 돌아가려고 했다. 그런데 이 때 살수차가 다가와 지나갔다. 아직 차창을 올리지 않았던 탓에 서인천은 홀딱 젖어버렸다.바로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어머나, 어쩌나…. 얼른 돌아가서 옷 갈아입으셔야겠네요.”여름이 웃음을 꾹 참으며 말했다.“그래야겠네요. 제가 여기 차를 세워둔 게 누군가의 심기를 건드렸는가 봅니다.”서인천이 쓴웃음을 지었다. 서인천도 나름 눈치는 있는 사람인지라 오늘 여름에게 관심 있는 남자들이 많았던 점을 떠올리고 분명 자신만이 여름을 바라다 줄 기회를 가진 것에 불만을 품은 사람이 많을 것이라는 사실을 생각해냈다.“아뇨. 오늘 제가 누구누구의 심기를 건드린 모양이에요. 좀 있으면 저도 찾아오지 싶네요.”여름은 티슈를 건네고 차에서 내려 단지로 들어갔다.막 엘리베이터의 올라가는 버튼을 누르려고 하는데 큰 손이 와서 버튼을 가렸다.곧 익숙한 사람의 시원스러운 냄새가 뒤에서 덮쳐왔다.여름은 고개도 돌리지 않고 한껏 담담하게 말했다.“그 난리를 치고도 아직도 할 말이 남았어?”“난리?”정수리에서 비아냥이 섞인 하준의 목소리가 울렸다. 자신은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듯한 말투였다.여름은 돌아서서 고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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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2화

“왜 안 돼?”하준은 갑자기 여름의 어깨를 와락 움켜잡더니 벽에 밀어 붙였다. 눈에서는 불길이 이글이글 타올랐다.“당신이 매력적인 여자라는 점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군. 전에는 내가 당신을 충분히 알지 못했던 것 같아.”그러면서 탐욕스럽게 여름의 붉은 입술을 탐닉하려고 했다.그러나 여름은 얼굴을 홱 돌리면서 하준의 입술을 피했다.하준의 입술은 여름의 뺨에 닿았다. 여름의 몸에서 은은히 풍겨나는 향기를 들이마시며 하준은 미련이 남는 듯 몸을 뗐다.“지난 주에 어떻게 당신 수하들을 시켜서 날 구속했는지, 어떻게 날 압박해서 사인하게 만들었는지, 얼마나 나에게 냉정하게 굴었었던지 다 잊어버렸나 봐?”여름은 슬픈 눈을 하고 하준을 바라보았다.“그날 당신이 차에서 날 안아 내렸을 때 잠들어 있지 않았어. 꿈을 꾸는 것만 같아서 깨고 싶지 않았지. 어쩌면 우리가 다시 함께 하게 될 실낱 같은 가능성이 있지 않나 생각했어. 하지만 다음날 당신은 사람들을 데리고 내 집에 쳐들어와 이혼을 요구했지. 인간으로서의 존엄은 눈곱만큼도 남겨주지 않고 말이야.”여름은 마지막 말을 할 때 살짝 울먹였지만 여전히 강한 척하고 버텼다.하준의 몸이 굳어졌다. 무슨 끈으로 몸이 묶인 듯 꼼짝할 수 없었다.“당신….”여름은 하준을 와락 밀쳤다.“그러더니 백지안과 시험관 아기를 하겠다고 나타나더군. 백지안과 살기로 결심했다면 대체 왜 잘 붙어있지 못하고 번번이 여기 와서 나에게 상처 주는 거야? 나와 백지안 사이에서 당신은 언제나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내게 상처 주는 쪽을 택했다고. 날 원한다면서도 세 사람 사이에서 언제나 나만 양보하면서 화목한 당신들 세 식구, 네 식구 뒤에서 바라만 보라는 거야? 그런 상황에서 질투하지 않을 사람이 있겠어? 그렇다고 내가 백지안에게 조금이라도 상처를 줬다면 당장 내게 와서 날 하잖아.”그러더니 여름은 갑자기 주저앉아 실성한 듯 울었다.그런 여름을 보고 있자니 가슴이 답답했다.사실 자신이 늘 여름에게 불공평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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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3화

새벽 1시, 시아의 소속사에서는 긴급 회의를 소집하고 대외적으로 입장문을 발표했다.-어느 새 연예계에 발을 들인지 5년입니다. 처음에 발표했던 ‘꿈꾸던 천국’으로 저는 전국적인 인기를 얻었습니다. 사실 그간 저는 마음 속에 늘 한 사람에게 고마운 마음을 품고 살았습니다. 예전 저의 좋은 친구 강여름입니다. ‘꿈꾸던 천국’ 앨범은 여름이가 저를 위해 만들어 준 곡들로 이루어졌습니다. 저는 정말 살면서 이렇게 좋은 친구를 만나게 된 것이 너무 감사합니다. 여름이가 어렸을 때는 이름이 드러나길 바라지 않았지만 이제는 대중에게 이름이 많이 알려진 상태입니다. 저는 이제 더는 여름이의 재능을 감출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예전이 그 앨범으로 받았던 상을 여름이에게 바치고 싶습니다. 사실 이 상은 여름이가 받아야 마땅한 것이니까요. 여름아, 고마워. 사랑해!입장문 끝에는 여름과 시아가 학교에서 찍었던 사진 몇 장이 첨부되었다. 사진 속 두 사람은 찬란하게 웃고 있었다.네티즌 여론이 폭발했다.-강여름하고 시아가 친구였구나. 세상에 예쁜 애 옆에 예쁜 애라니… 완전 그사세-예쁘기만 한가, 시아를 위해서 곡을 써줬다잖아요. 마음마저 너무 예쁘다.-강여름의 음악적 재능에 감탄하는 사람 없음? 대체 강여름은 못 하는 게 뭐임? 정말 개존경!-시아 착하다. 자기 친구의 재능을 이렇게 드러내 주다니-강여름 같은 친구 있으면 나라도 자랑함“……”여름은 일어나서 댓글을 읽더니 웃었다.‘가요계 여왕의 소속사답네. 대처가 꽤나 빠르군.’여름은 전혀 서두르는 기색 없이 휴대 전화를 들어 이지훈에게 전화를 걸었다.“지훈 형, 부탁드렸던 일은 어떻게 됐어요?”“그럼. 내가 누군데! 이제는 내가 동성에서 최고라고. 내가 눈알만 살짝 부라려도 JJ그룹이 꼼짝도 못 해. 진가은 정도는 내 앞에서 설설….”“그거 넘겨주실 수 있나요?”여름이 이지훈의 장광설을 끊으며 물었다.“그럼. 역시 네가 똑똑하다. 시아는 예전에 자기가 강여은과 진가은에게 갖가지 약점을 흘리도 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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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4화

-아직 정확한 사정 모르는 분 있는 것 같은데 원래 시아는 ‘꿈꾸던 천국’의 원곡자가 강여름이라는 사실을 밝힐 생각이 없었어. 이제는 강여름이 영향력있는 사람이 된 데다 증거까지 있다니까 빼박이라 인정한 거 뿐이지.-정말 그럴 수도 있겠네?- 아는 사람한테 들었는데 어젯밤에 소진그룹 파티에서 시아가 피아노를 치면서 한 곡조 불렀고, 바로 강여름이 올라와서 연주하면서 노래를 불러서 시아의 코를 납작하게 해줬대. 그리고 강여름이 ‘꿈꾸던 천국’ 창작 노트가 있다는 말을 했다네. 노트에 18곡이 있었는데 그 중에 8곡을 준거라고. 그런데 이제 다시는 다른 사람한테 곡 안 써줄 거래. 어쨌든 증거가 있으니까 시아가 빼박 진실을 공개하지 않을 수 없었던 거지.-시아 개실망. 내가 몇 년을 덕질했는데 내 사랑 물어내라.-오늘부터 나는 탈덕.----별장.시아는 댓글을 보고 화가 나서 온갖 물건을 다 집어던지며 소리를 질렀다.여름이 자신과 진가은의 통화 녹음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는 사실을 생각도 못했다.‘진가은 이 나쁜 년.내가 몇 년 동안 쌓아올린 청순 이미지는 이제 다 무너졌어!’매니저는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일이 터지고 나서 매니저의 휴대 전화가 끊임없이 울려댔다.모두다 홍보 모델 계약을 해지한다는 내용이었다. 일전에 진행하던 영화도 몇 편 있었는데 영화사에서도 속속 배역을 교체하겠다고 연락이 왔다.“영희 씨, 저도 정말 어쩔 수가 없어요. 온라인에서 여론이 시아에게 너무 불리해요. 이번에 이미지 완전 망한 것 같아. 우리는 그 이미지를 지고 갈 수가 없어요.”“그래도 우리가 이주혁 님 얼굴 봐서 계약 해지만 하는 거예요, 정영희 씨. 사실 시아 이미지 무너지면서 우리 브랜드에 타격이 너무 심해서 이주혁 님만 아니었으면 손해배상 청구해야 할 지경이야. 계약 해지 정도로 끝내는 것만 해도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도리는 다 한 거예요.”“……”“이 바보야, 지금 이 상황에서 뭔 성질을 부리고 앉아있어? 빨리 이주혁 씨에게 연락해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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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5화

오후의 나른한 햇살이 창문을 통해 들어와 여름의 작은 몸을 비췄다.여름은 몸을 살짝 돌린 채 입꼬리에 온화한 미소를 띠었다. 말투가 사뭇 부드러웠다.“그럼. 데리러 갈게.”여름이 얼마나 환하게 웃는지 눈이 부셨다. 통화가 끝나자 엄 실장이 조심스럽게 물었다.“대표님, 연애 하세요?”여름은 흠칫하더니 기분 좋게 눈썹을 치켜올렸다.“곧 하겠죠.”“……”‘대표님을 따라다니는 사람이 있다는 뜻인가?’------저녁 9시.손님이 탄 비행기가 착륙했다.10여 분을 기다리니 윤서가 귀염둥이 둘을 데리고 빠져 나왔다.쉬크한 펑크풍 의상을 입고 있었는데 아이들이 어찌나 귀엽게 생겼는지 지나가던 사람들이 돌아볼 지경이었다.여울이는 트렁크 위에 앉아 있었다. 얼굴에는 마스크를 쓰고 양갈래로 땋은 머리를 달랑거리고 있어 너무나 귀여웠다.둥이가 여름을 발견하자 여울이는 트렁크에서 뛰어 내려 오도도도 달려갔다.“엄마, 엄마!”여울이는 여름의 품에 와락 안겼다. 고소한 젖냄새가 풍겼다.여름은 심장이 녹아 내리는 것 같았다. 눈물까지 흘러나올 뻔 했다. 둥이가 태어나고 나서 이렇게 오래 헤어져 있었던 적이 없었던 것이다.“엄마.”하늘은 비교적 절제된 목소리였지만 그래도 눈가가 촉촉했다.“우리 아들, 이리 와!”여름이 양 팔을 벌려 좌우로 둥이를 안아 들였다.“역시나 엄마가 최고네. 이모는 아무래도 엄마를 대신할 수가 없구먼.”임윤서가 비죽거렸다.“내가 매일 얼마나 사탕을 사다 바쳤는데도 엄마를 보더니 나 따위는 안중에도 없네.”여울이가 몸을 배배 꼬았다.“이모도 겨론해서 동생 낳아줘요.”“난 싫네요.”임윤서가 답했다.여름이 일어나 웃었다.“고생 많았다. 오늘은 내가 거하게 쏠게.”“좋아. 가자!”임윤서가 막 걸음을 옮기려는데 뒤에서 놀라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윤서, 너니?”3년이 지났지만 그 목소리는 잊을 수가 없었다.돌아보니 강상원과 신아영이 출구에서 나오고 있었다. 3년 만에 강상원은 이전보다 훨씬 성숙한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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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6화

3년이 흘렀다.세월이 윤서의 얼굴에도 흔적을 남겼지만 훨씬 생기가 넘쳤다.강상원은 숨을 쉬는 법도 잊은 듯했다.옆에 있던 신아영이 놀라서 입을 열었다.“언니, 정말 윤서 언니네? 돌아왔구나? 우리가 얼마나 걱정을 했다고. 잘 지냈어?”강상원은 흠칫했다.강상원은 임윤서가 백윤택의 분노를 사는 바람에 백윤택이 임윤서의 집에 쳐들어가 폭력을 행사하는 바람에 온통 너덜너덜해질 정도로 다쳤던 임윤서의 사진이 온통 뉴스를 도배했던 3년 전을 떠올렸다.얼마 지나지 않아서 임윤서가 해외로 도피했다는 소식을 들었었다.순식간에 강상원의 눈에 혐오와 실망한 기색이 스쳤다.임윤서는 순식간에 변하는 강상원의 눈빛의 변화를 놓치지 않았다.“귀국하자마자 아주 남의 상처에 소금을 뿌리네? 아직도 지독하구나?”임윤서의 안색이 살짝 변했다. 그러나 상처받은 얼굴로 입을 가렸다.“미안해.”“사과할 필요 없어.”강상원이 싸늘하게 뱉었다.“자기가 그런 짓을 저질러 놓고 다른 사람이 뭐라고 하면 또 듣기는 싫은가 보지?”이윤서는 고개를 갸웃했다.‘저게 한때 내가 사랑했던 남자로구나. 백윤택의 거짓말로 도배된 뉴스만 믿고 날 믿어줄 생각은 전혀 없네.’여름이 결국 한 마디 했다.“윤서를 그렇게 오래 만났으면서도 윤서의 사람됨을 그렇게나 모르다니.”“너무 잘 아니까 하는 소리야. 예전에 네 회사에서 지나가던 아무 남자나 잡고 키스나 할 정도로 서울에 올라오더니 윤서가 방탕한 생활을 한다는 걸 내가 직접 봤거든.”강사원이 멸시하는 말투로 대답했다.“오빠, 이러지 마.”신아영이 끼어들었다.“윤서 언니가 오빠를 자극하려고 그랬던 거잖아. 백윤택은 영하 대표니까 언니는 대단한 사람을 하나 잡아서 오빠에게 본때를 보여주고 싶었던 거겠지. 그런데 그 결과가…제 꾀에 제가 넘어간 것뿐… . 그렇지만 언니, 다음부터는 남자 고를 때 성격도 좀 보세요.”임윤서는 눈알을 굴렸다.“그렇네. 내가 첫사랑을 할 때 사람 성격을 안 봤지 뭐야. 그 남자 옆에 소꿉친구라는 여자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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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7화

“아이고, 아주 뭘 그렇게 아는 게 많으셔? 내가 그렇게 문란하게 사는데 혼외자식 한 둘쯤 있는 건 아주 정상 아닌가?”임윤서가 조롱하듯 웃었다.강상원은 안색이 확 변했다.“정말 네 아이야?”“바보네.”하늘이 비웃었다.“여자 친구가 하는 말을 아무거나 다 믿고.”“이 자식, 한 마디만 더 해봐라!”꼬마에게 도발을 당하자 강상원이 바르르 떨었다.“애한테 손만 댔단 봐라.”임윤서가 강상원의 손목을 휘어잡았다.그 덩치에도 강상원은 임윤서에게 잡힌 팔이 너무나 아팠다.강상원이 임윤서를 노려보았다. 자신을 쳐다보는 임윤서의 눈에 멸시의 빛을 보고 강상원은 불현듯 이전에는 임윤서가 늘 사랑이 담긴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았다는 사실이 떠올랐다.갑자기 심장이 찌르듯 아팠다.“다음에 만나면 인사도 하지 마. 남들은 첫사랑이 아름답다지만 난 구역지만 나니까.”임윤서가 강상원의 손을 놓더니 여름과 함께 자리를 떴다.뒤에 남겨진 강상원은 내내 임윤서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난 윤서가 미운데 왜 이렇게도 윤서를 마음 속에서 지울 수가 없는 걸까.’“오빠, 괜찮아?”신아영이 다급히 강상원의 손을 잡고 자세히 들여다 보았다.“별 거 아냐.”강상원이 아무렇지 않다는 듯 뱉었다.신아영은 강상원의 그런 모습을 보니 화가 나서 몰래 입술을 깨물었다.------차 안.여름이 의미심장하게 말했다."방금 우리 떠나올 때 강상원이 내내 너만 쳐다보고 있더라.”“그래서 뭐 어쨌다고?”임윤서는 창 밖을 바라보았다.“그때 사고가 나고 다들 뉴스만 보고 날 비난할 때 내 남자 친구가 문자 보냈더라. ‘자중하지 그래?’”여름이 푸흡하고 웃었다.“그게 웃기냐?”임윤서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아니. 너나 나나 어쩌다가 그렇게 둘 다 쓰레기 같은 놈만 만나고 다녔어, 그래. 동병상련이네.”여름이 한탄했다.“아니지. 넌 둘이나 만났지만 난 하나거든. 다음에는 절대 그런 나쁜 놈 안 만날 거야.”임윤서가 한사코 부인했다.“그래. 넌 나보다는 나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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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8화

“맞아.”임윤서도 거들었다.“엄마가 아무리 대단한 사람이라도 아빠는 더 무서운 사람이라고.”둥이는 고개를 숙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다음 날.여름은 아침 일찍 일어나 둥이에게 진수성찬을 차려주었다.“얘들아, 오늘은 엄마가 휴가를 냈어. 너희들이랑 하루 놀려고.”여름이 다정하게 말했다.“좋아!”여울은 신이 났다.“난 솜사탕 먹고 싶어!”“너희 소원을 다 들어주마!”이때 손님방에서 임윤서가 베이지 색 체크무늬 정장을 입고 나왔다. 긴 머리를 늘어뜨리고 옅은 화장을 하고 있었다.“둥이들아! 이모 예쁘냐?”임윤서가 한 바퀴 빙글 돌았다.여울이 박수를 쳤다.“예뻐, 너무 예뻐요!”“말을 예쁘게 하는 어린이에게는 초콜릿을 주겠습니다!”임윤서가 초콜릿을 던져주었다.여름이 정색했다.“아시아 SE에서 열리는 포럼에 참석한다며? 미인대회 나가는 거야?”“오늘 행사는 전세계 뷰티계의 명품 브랜드들이 주목하는 행사라고. 오슬란의 송영식도 올 거라고. 내가 이 순간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알아? 날 내쫓았겠다? 흥! 그 인간의 후회막심한 눈을 볼 날을 내가 얼마나 손꼽아 기다렸는 줄 아냐?”임윤서가 도도하게 말했다.“알았다. 얼른 먹어. 먹고 얼른 가.”여름이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한편, 송영식의 본가.일하는 사람들이 아침상을 차리자 비서가 스케쥴을 건넸다.“대표님, 오늘 오전 10시에는 아시아 SE 포럼에서 국제적인 조제사 유니 게런이 연설합니다. 가보시겠습니까? 그쪽에서 초청장을 보내왔습니다.”송영식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싸늘하게 뱉었다.“한 대표 자식이 나한테 자랑질을 하려는 건가?”“그런가 봅니다.”비서가 한탄했다.“하지만 게런 선생님은 참 희한하기도 하죠. 저희가 전에 그렇게 여러 번 초청을 했는데도 거절하시더니. 우리나라를 싫어하는 줄 알았더니 우리 라이벌인 아시아 SE의 초청은 받아들이다니. 브랜드 파워로 보나 규모로 보나 우리 오슬란이 아시아 SE보다는 훨씬 나은데 말입니다. 머리가 있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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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9화&700화

오전 10시.5성급 호텔.송영식이 초청장을 보여주고 들어간 뒤 아시아 SE의 한 대표가 득의양양하게 맞으러 나왔다.“송 대표, 어서 오십시오. 오실 줄 알았습니다. 오슬란에서 게런을 몇 번이나 초청했는데 번번이 거절했었다면서요? 나도 그렇게 기대하지 않고 두근거리면서 초대했는데 동의할 줄은 몰랐습니다.”“축하합니다, 한 대표. 좋아서 얼마나 웃었는지 주름 생기겠습니다.”송영식이 사악하게 웃었다.“하지만 게런도 그저 포럼에서 강의하러 온 거지 근로 계약을 맺으러 온 건 아니잖습니까? 인생지사 새옹지마라니 마지막에 누가 웃을지는 모르는 일이지요.”“그건 모르는 일입니다. 게런이 저녁 약속에도 응했거든요. 나중에 화장품 제조에 관한 이야기를 나눌 예정입니다.”한 대표가 껄껄 웃었다.“미안하지만 우리가 게런의 배방을 얻으면 다음 2분기 매출은 우리가 오슬란을 한참 압도하게 될 겁니다.”송영식의 입술이 가늘게 떨렸다.한 대표가 송영식의 어깨를 두드렸다.“하지만 송 대표는 별 신경 안 쓰시겠지요. 쿠베라 산하에 기업이 얼마나 많은데 뭐 오슬란의 매출 정도야 뭐…. 오슬란이 무너져도 송 대표가 키울 기업은 얼마든지 있으니 나중에는 우리가 좋은 협력 파트너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르지요.”송영식은 입꼬리를 올리긴 했지만 한껏 싸늘한 표정이었다.‘그래. 쿠베라 산하에 기업이 많기는 하지. 그렇지만 우리 집안에는 자식도 많다고. 오슬란은 내가 내 손으로 일군 회사야. 내 손으로 키운 브랜드가 망하면 식구들에게 망신당할 거라고.그러니 난 반드시 게런을 내 사람으로 만들어야 해.오늘 포럼의 주요 강연자이니 게런이 오늘 반드시 나타나겠지.’11시 반, 사회자가 박수를 쳤다.“세계적인 천재 조재사 게런 선생님께 박수 부탁드립니다. 여러 말 할 필요 없이 게런 선생님은 고급 브랜드 화장품의 효시인 심슨 선생님의 수제자 입니다.이제 게런 선생님은 국제적 일류 브랜드와 협력하고 있으며 작년에는 네이비 보틀 아이 크립으로 전세계 최고 판매량을 올린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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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1화

“난 그저 당시의 진실에 대해서 말했을 뿐이에요. 내가 안하무인인 거랑 진실을 말하는 게 무슨 상관이죠?”임윤서가 웃으며 반박했다.“송 대표님은 지금 사람들 앞에서 백윤택이 성인군자라고 말씀하고 싶으신 건가요? 아니지, 성인군자는 너무 고급스럽고, 품행단정? 백윤택 씨가 품행이라도 방정하던가요?”“……”송영식은 임윤서의 팩폭에 할말을 잃었다.‘젠장, 이 상황에서 백윤택 자식의 품행이 방정하다고 억지로라도 말해야 하나?’결국 송영식은 차마 그렇게 말하지 못했다.‘살면서 그런 쓰레기는 나도 본 적이 없지. 지안이 오빠만 아니었으면 아는 척도 안 했을 거야.’임윤서가 웃었다. 속으로는 더할 나위 없이 통쾌했다.3년, 당시의 모욕을 씻기 위해 3년 동안 죽도록 노력하며 달려왔다.‘한은 여름이에게만 있고 나는 없는 줄 알아?내가 피해자인데 더러운 누명을 쓰고 살아야 했다고. 어딜 가도 멸시하는 시선뿐이었어.내가 얼마나 처참한 심정으로 내 나라를 떠났는데? 이제 내가 하나하나 다 갚아줄 거야.’임윤서는 다시 기자에게 말했다.“마침 백윤택 씨의 문제를 먼저 꺼내셨으니 말인데, 백윤택 씨에게 전해 주세요. 임윤서가 돌아왔다고! 그때 당시에는 다들 날 위협하고 협박해서 억울하게 오명을 뒤집어 쓴 채로 참게 만들었지만 진실은 언젠가는 반드시 밝혀질 거라고요.”말을 마치더니 임윤서는 돌아서 떠났다.가슴과 어깨를 똑바로 펴고 걸어가는 윤서에게 멸시의 시선을 던지는 사람이 이제는 없었다. 송영식도 넋을 잃고 바라 보다가 막 따라가려는데 한 대표가 앞을 막았다.“에헤이, 송 대표. 임윤서 같은 인재를 내쫓아 놓고는 이제서 따라가다니, 그 쪽에서는 오슬란이란 손잡을 생각은 전혀 없을 것 같습니다.”“비키시지.”송영식이 싸늘하게 명령했다.“우리 SE에서는 반드시 임윤서 씨의 레시피를 받아내고 말 겁니다.”한 대표가 조금도 물러서지 않고 송영식을 똑바로 바라보았다.----호텔 1층 주차장.스포츠카가 다가왔다.임윤서는 차문을 열더니 보조석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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