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 아주 뭘 그렇게 아는 게 많으셔? 내가 그렇게 문란하게 사는데 혼외자식 한 둘쯤 있는 건 아주 정상 아닌가?”임윤서가 조롱하듯 웃었다.강상원은 안색이 확 변했다.“정말 네 아이야?”“바보네.”하늘이 비웃었다.“여자 친구가 하는 말을 아무거나 다 믿고.”“이 자식, 한 마디만 더 해봐라!”꼬마에게 도발을 당하자 강상원이 바르르 떨었다.“애한테 손만 댔단 봐라.”임윤서가 강상원의 손목을 휘어잡았다.그 덩치에도 강상원은 임윤서에게 잡힌 팔이 너무나 아팠다.강상원이 임윤서를 노려보았다. 자신을 쳐다보는 임윤서의 눈에 멸시의 빛을 보고 강상원은 불현듯 이전에는 임윤서가 늘 사랑이 담긴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았다는 사실이 떠올랐다.갑자기 심장이 찌르듯 아팠다.“다음에 만나면 인사도 하지 마. 남들은 첫사랑이 아름답다지만 난 구역지만 나니까.”임윤서가 강상원의 손을 놓더니 여름과 함께 자리를 떴다.뒤에 남겨진 강상원은 내내 임윤서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난 윤서가 미운데 왜 이렇게도 윤서를 마음 속에서 지울 수가 없는 걸까.’“오빠, 괜찮아?”신아영이 다급히 강상원의 손을 잡고 자세히 들여다 보았다.“별 거 아냐.”강상원이 아무렇지 않다는 듯 뱉었다.신아영은 강상원의 그런 모습을 보니 화가 나서 몰래 입술을 깨물었다.------차 안.여름이 의미심장하게 말했다."방금 우리 떠나올 때 강상원이 내내 너만 쳐다보고 있더라.”“그래서 뭐 어쨌다고?”임윤서는 창 밖을 바라보았다.“그때 사고가 나고 다들 뉴스만 보고 날 비난할 때 내 남자 친구가 문자 보냈더라. ‘자중하지 그래?’”여름이 푸흡하고 웃었다.“그게 웃기냐?”임윤서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아니. 너나 나나 어쩌다가 그렇게 둘 다 쓰레기 같은 놈만 만나고 다녔어, 그래. 동병상련이네.”여름이 한탄했다.“아니지. 넌 둘이나 만났지만 난 하나거든. 다음에는 절대 그런 나쁜 놈 안 만날 거야.”임윤서가 한사코 부인했다.“그래. 넌 나보다는 나았
“맞아.”임윤서도 거들었다.“엄마가 아무리 대단한 사람이라도 아빠는 더 무서운 사람이라고.”둥이는 고개를 숙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다음 날.여름은 아침 일찍 일어나 둥이에게 진수성찬을 차려주었다.“얘들아, 오늘은 엄마가 휴가를 냈어. 너희들이랑 하루 놀려고.”여름이 다정하게 말했다.“좋아!”여울은 신이 났다.“난 솜사탕 먹고 싶어!”“너희 소원을 다 들어주마!”이때 손님방에서 임윤서가 베이지 색 체크무늬 정장을 입고 나왔다. 긴 머리를 늘어뜨리고 옅은 화장을 하고 있었다.“둥이들아! 이모 예쁘냐?”임윤서가 한 바퀴 빙글 돌았다.여울이 박수를 쳤다.“예뻐, 너무 예뻐요!”“말을 예쁘게 하는 어린이에게는 초콜릿을 주겠습니다!”임윤서가 초콜릿을 던져주었다.여름이 정색했다.“아시아 SE에서 열리는 포럼에 참석한다며? 미인대회 나가는 거야?”“오늘 행사는 전세계 뷰티계의 명품 브랜드들이 주목하는 행사라고. 오슬란의 송영식도 올 거라고. 내가 이 순간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알아? 날 내쫓았겠다? 흥! 그 인간의 후회막심한 눈을 볼 날을 내가 얼마나 손꼽아 기다렸는 줄 아냐?”임윤서가 도도하게 말했다.“알았다. 얼른 먹어. 먹고 얼른 가.”여름이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한편, 송영식의 본가.일하는 사람들이 아침상을 차리자 비서가 스케쥴을 건넸다.“대표님, 오늘 오전 10시에는 아시아 SE 포럼에서 국제적인 조제사 유니 게런이 연설합니다. 가보시겠습니까? 그쪽에서 초청장을 보내왔습니다.”송영식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싸늘하게 뱉었다.“한 대표 자식이 나한테 자랑질을 하려는 건가?”“그런가 봅니다.”비서가 한탄했다.“하지만 게런 선생님은 참 희한하기도 하죠. 저희가 전에 그렇게 여러 번 초청을 했는데도 거절하시더니. 우리나라를 싫어하는 줄 알았더니 우리 라이벌인 아시아 SE의 초청은 받아들이다니. 브랜드 파워로 보나 규모로 보나 우리 오슬란이 아시아 SE보다는 훨씬 나은데 말입니다. 머리가 있는 사람
오전 10시.5성급 호텔.송영식이 초청장을 보여주고 들어간 뒤 아시아 SE의 한 대표가 득의양양하게 맞으러 나왔다.“송 대표, 어서 오십시오. 오실 줄 알았습니다. 오슬란에서 게런을 몇 번이나 초청했는데 번번이 거절했었다면서요? 나도 그렇게 기대하지 않고 두근거리면서 초대했는데 동의할 줄은 몰랐습니다.”“축하합니다, 한 대표. 좋아서 얼마나 웃었는지 주름 생기겠습니다.”송영식이 사악하게 웃었다.“하지만 게런도 그저 포럼에서 강의하러 온 거지 근로 계약을 맺으러 온 건 아니잖습니까? 인생지사 새옹지마라니 마지막에 누가 웃을지는 모르는 일이지요.”“그건 모르는 일입니다. 게런이 저녁 약속에도 응했거든요. 나중에 화장품 제조에 관한 이야기를 나눌 예정입니다.”한 대표가 껄껄 웃었다.“미안하지만 우리가 게런의 배방을 얻으면 다음 2분기 매출은 우리가 오슬란을 한참 압도하게 될 겁니다.”송영식의 입술이 가늘게 떨렸다.한 대표가 송영식의 어깨를 두드렸다.“하지만 송 대표는 별 신경 안 쓰시겠지요. 쿠베라 산하에 기업이 얼마나 많은데 뭐 오슬란의 매출 정도야 뭐…. 오슬란이 무너져도 송 대표가 키울 기업은 얼마든지 있으니 나중에는 우리가 좋은 협력 파트너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르지요.”송영식은 입꼬리를 올리긴 했지만 한껏 싸늘한 표정이었다.‘그래. 쿠베라 산하에 기업이 많기는 하지. 그렇지만 우리 집안에는 자식도 많다고. 오슬란은 내가 내 손으로 일군 회사야. 내 손으로 키운 브랜드가 망하면 식구들에게 망신당할 거라고.그러니 난 반드시 게런을 내 사람으로 만들어야 해.오늘 포럼의 주요 강연자이니 게런이 오늘 반드시 나타나겠지.’11시 반, 사회자가 박수를 쳤다.“세계적인 천재 조재사 게런 선생님께 박수 부탁드립니다. 여러 말 할 필요 없이 게런 선생님은 고급 브랜드 화장품의 효시인 심슨 선생님의 수제자 입니다.이제 게런 선생님은 국제적 일류 브랜드와 협력하고 있으며 작년에는 네이비 보틀 아이 크립으로 전세계 최고 판매량을 올린 바 있습니다.
“난 그저 당시의 진실에 대해서 말했을 뿐이에요. 내가 안하무인인 거랑 진실을 말하는 게 무슨 상관이죠?”임윤서가 웃으며 반박했다.“송 대표님은 지금 사람들 앞에서 백윤택이 성인군자라고 말씀하고 싶으신 건가요? 아니지, 성인군자는 너무 고급스럽고, 품행단정? 백윤택 씨가 품행이라도 방정하던가요?”“……”송영식은 임윤서의 팩폭에 할말을 잃었다.‘젠장, 이 상황에서 백윤택 자식의 품행이 방정하다고 억지로라도 말해야 하나?’결국 송영식은 차마 그렇게 말하지 못했다.‘살면서 그런 쓰레기는 나도 본 적이 없지. 지안이 오빠만 아니었으면 아는 척도 안 했을 거야.’임윤서가 웃었다. 속으로는 더할 나위 없이 통쾌했다.3년, 당시의 모욕을 씻기 위해 3년 동안 죽도록 노력하며 달려왔다.‘한은 여름이에게만 있고 나는 없는 줄 알아?내가 피해자인데 더러운 누명을 쓰고 살아야 했다고. 어딜 가도 멸시하는 시선뿐이었어.내가 얼마나 처참한 심정으로 내 나라를 떠났는데? 이제 내가 하나하나 다 갚아줄 거야.’임윤서는 다시 기자에게 말했다.“마침 백윤택 씨의 문제를 먼저 꺼내셨으니 말인데, 백윤택 씨에게 전해 주세요. 임윤서가 돌아왔다고! 그때 당시에는 다들 날 위협하고 협박해서 억울하게 오명을 뒤집어 쓴 채로 참게 만들었지만 진실은 언젠가는 반드시 밝혀질 거라고요.”말을 마치더니 임윤서는 돌아서 떠났다.가슴과 어깨를 똑바로 펴고 걸어가는 윤서에게 멸시의 시선을 던지는 사람이 이제는 없었다. 송영식도 넋을 잃고 바라 보다가 막 따라가려는데 한 대표가 앞을 막았다.“에헤이, 송 대표. 임윤서 같은 인재를 내쫓아 놓고는 이제서 따라가다니, 그 쪽에서는 오슬란이란 손잡을 생각은 전혀 없을 것 같습니다.”“비키시지.”송영식이 싸늘하게 명령했다.“우리 SE에서는 반드시 임윤서 씨의 레시피를 받아내고 말 겁니다.”한 대표가 조금도 물러서지 않고 송영식을 똑바로 바라보았다.----호텔 1층 주차장.스포츠카가 다가왔다.임윤서는 차문을 열더니 보조석에
오후가 되었다.임윤서가 포럼에서 했던 말은 숏클립으로 퍼졌다. 곧 3년 전 일에 관한 논의가 분분해졌다.- 이 언니 생각난다. 백윤택을 억지로 꼬셨다고 욕을 엄청나게 먹었었지. 길가다가 계란을 맞을 정도였잖아?-세계 최고의 조제사라니 지금은 굉장한 사람이 되었네. 그런데 난 왜 임윤서의 말이 믿어지지?-그때도 백윤택이 쓰레기라고 말했었는데 아무도 내 말은 안 믿더라고.-영하에서 일하는 친척이 있는데 백윤택 성희롱 너무 심해서 결국 참지 못하고 회사 그만 둠.-백윤택이야 워낙 유명한 쓰레기 아니냐? 내 대학 동기를 따라다녔는데 걔가 안 받아주니까 사람을 얼마나 압박했는지 애가 결국 투신자살했어. 그 친구네 집에서 고소를 했는데 백윤택 백이 얼마나 대단한지 고소도 안 먹히더라.-그 인간 여동생이 백지안이잖아? 매부가 최하준이고, 그러니 그렇게 안하무인으로 찧고 까불고도 여지껏 감옥에 안 갔지.----한창 온라인에서 난리가 났을 때 하준은 백지안과 드레스를 고르고 있었다.상혁은 적당한 시간을 보다가 들어가서 하준에게 이 일을 알렸다.“임윤서?”하준은 그 이름을 듣고는 자동적으로 여름을 떠올렸다. 며칠 동안 하준은 애써 여름을 생각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던 중이었다.그런데 임윤서라는 이름이 나오자 3년 전 사건이 다시 떠올랐다.“네. 아마도 3년 전 사건의 진상을 밝히려는 것 같습니다.”상혁이 망설이며 말을 이었다.“요즘 백윤택 씨의 평판이 좋지 않아서 여론이 한 쪽으로 기울고 있습니다. 이제… 사람들이 회장님과 백지안 씨까지 거론하고 있습니다.”“나를 뭐라고 해?”하준이 차가운 얼굴로 물었다.“그게… 재력을 바탕으로 백윤택 씨 뒤를 봐주며 사람 괴롭힌다고….”이때 마침 면사포를 쓰고 나오던 백지안은 그 말을 듣고는 안색이 확 변했다. 임윤서가 튀어나올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던 것이다.‘임윤서라니, 당시에는 그냥 영식이네 회사의 일개 직원이었잖아? 걔는 또 어쩌다가 강여름 급으로 변신을 해서 또 튀어나와?’백지안은 억지로 죄책감
백지안이 바로 혐오스럽다는 얼굴을 했다.“닥쳐. 지금은 나랑 준의 결혼식 직전이라고. 일 벌이지 말고 얌전히 있어.”백윤택은 흠칫했다.“임유서가 기자들에게 뭐라고 했는지는 아냐?”“일단 준이 사태 진압하라고 일은 시켜놨어. 내 결혼식 끝나기 전까지는 아무 짓도 하지 말고 제발 가만히 좀 있어.”백지안이 한 마디 한 마디 힘주어 경고했다.“들었어? 한 번만 더 일 벌이면 그 때는 나도 더는 관여하지 않을 거야.”“…알겠어.”백윤택은 시무룩하게 전화를 끊었지만 속으로는 다른 마음을 품었다.곧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임윤서 년이 어디에 있는지 당장 알아 봐.”----우아한 고급 레스토랑.직원이 임윤서를 데리고 잠깐 걷더니 어느 룸 앞에서 멈추었다.“한 대표님께서 예약한 룸이 여깁니다.”“감사합니다.”임윤서가 문을 열고 들어갔다.송영식이 고풍스러운 병풍 앞에 앉아있었다. 브라운 셔츠는 단추를 몇 개 풀렀고, 소매는 접어 올렸다. 눈웃음을 치는 얼굴에서는 사악한 기운이 흘러나왔다.“앉아.”송영식이 의자를 가리켰다.임윤서는 송영식을 상대하지 않고 그대로 나가려고 했다. 그러나 누군가 밖에서 문을 잠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앉아서 좀 먹지 그래? 식으면 맛이 없다고.”송영식이 직접 일어나 임윤서에게 의자를 빼주었다.“오늘 포럼에서 올킬을 했는데 통쾌하지 않아? 인정하지. 정말 깜짝 놀랐다고. 전에는 내가 당신을 너무 얕잡아 봤어. 이 술로 사과하지, 어때? 속이 시원한가?”송영식은 와인을 따르더니 원샷했다.임윤서의 시선이 잠시 와인에 머무르더니 다가가 한 잔 따랐다.자신에게 술을 한잔 주나 하고 생각하는 순간 임윤서가 술잔을 든 손을 번쩍 들더니 그대로 송영식의 머리에 술을 쏟았다.“임윤서!”송영식의 얼굴이 확 변했다. 송영식이 화를 내려는데 임윤서는 와인병을 집어 들더니 송영식의 옷깃을 잡아당겨 그대로 온 안에 술을 쏟아 부었다.송영식은 놀라서 와악 소리를 질렀다.후다닥 일어나 셔츠를 벗어보았지만 이미 바지까지
송영식은 기름 뚝뚝 흐르는 소갈비가 날아오는 것을 보고 놀라서 얼른 다른 의자 위로 뛰었다.“임윤서, 하나만 더 던지면 경찰 부를 거야.”“신고해! 까짓 거 합의금 물어주면 그만이야.”임윤서가 테이블에 있던 음식을 있는 대로 집어 던지기 시작했다. 송영식은 도저히 피할 수 없을 것 같자 그대로 임윤서에게 달려들어 두 손을 꽉 잡았다. 임윤서는 손을 쓸 수 없게 되자 송영식의 귀를 물었다.“아악!!”송영식은 비명을 질러댔다. 놀란 송영식이 마구잡이로 손을 휘두르다가 손에 잡히는 것이 있어 확 잡았는데… 느낌이 부드러웠다.뭘 잡았는지 깨닫는 순간 임윤서에게 발길질을 당했다.아파서 눈알이 튀어나올 지경이었다.순식간에 얼마 전 하준의 고통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어쩐지 하준이가 병원에 가서 검사까지 받아본다 했더니….진짜 너무 아프다!’임윤서가 핏발 선 눈으로 송영식을 노려보았다.“달려있어 봐야 소용도 없는 거 내가 오늘 다 터트려 줄게!”“내 게 왜 소용이 없어?”송영식은 아픔을 참으며 허리를 숙였다. 화도 참을 수가 없었다.“그럼 아니야? 일편단심 죽어라 바라만 보던 백지안은 이제 곧 최하준이랑 결혼하는데, 평생 그거 써먹을 일도 없을 거 아냐?”임윤서가 한껏 비웃었다.“난 당신처럼 멍청한 인간은 본 적이 없어. 백지안이 무슨 짓을 해도 다 옳은 일이고, 방귀를 뀌어도 향기롭지? 머리는 장식으로 달고 다니나?”“임윤서 한 마디만 더 해 봐라.”송영식이 어두운 두 눈에 한기가 어렸다.“내 말이 틀려? 당신 하는 짓거리 마음에 안 든지 오래라고. 내가 이렇게 무능한 멍청이는…”임윤서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갑자기 송영식이 임윤서의 입을 물었다.임윤서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무의식적으로 다리를 번쩍 치켜 올렸다.그러나 이번에는 송영식도 대비를 했다. 두 다리로 윤서의 다리를 자기 다리 사이에 끼워 버렸다. 한 다리로 서있게 된 임윤서는 균형을 잃고 송영식의 품으로 넘어졌다.이때 밖에서 한 대표의 고함이 들려왔다.“내가 이
“아니 그 더럽다는 입에 방금 그렇게 키스를 해대고서는.”송영식이 눈을 찡긋해 보였다.“옷도 벗기고 내 몸에 술도 뿌렸잖아? 이런 자극적인 관계를 즐긴다며?”그 말을 듣고는 레스토랑 주인과 한 대표의 묘한 시선이 임윤서에게 떨어졌다.‘얌전하게 생겨가지고 이렇게 자유분방하다니.’“뭔 개소리야!”임윤서는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그런 윤서를 보니 송영식은 점점 화가 풀렸다. 눈웃음을 치며 말을 이었다.“뭐, 내가 다는 말하지 않을게. 어쨌든 지금 내 모습이 모든 걸 다 말해주고 있잖아?”“미쳤나….”임윤서가 욕을 하더니 나가버렸다.“어이, 레시피 문제는 좀 생각해 봤어?”송영식이 느물거리며 따라갔다.임윤서가 사라져서 안 보이자 송영식은 바로 재채기를 했다. 몸이 떨리자 밖에 있던 비서에게 외쳤다.“정한아! 네 옷 좀 내놔 봐라.”‘젠장 얼어 죽겠네.밥도 못 먹고.’임정한은 어이없어 하며 겉옷을 벗어서 건넸다.“대표님, 레시피 얘기는 잘 하셨습니까?”“얘기는 개뿔! 말 꺼내기도 전에 사람 패더라.”송영식이 냉랭하게 임정한을 쳐다봤다.“한 대표 건은 너한테 넘길게. 무슨 수를 쓰든 오늘은 사인 못하게 해. 난 씻으러 가야겠다.”집에 돌아와 샤워를 하고 나니 점점 더 화가 치밀었다. 이주혁에게 전화를 걸었다.“어디냐? 기분도 안 좋은데 한잔하자.”“맨날 노는 데지. 하준이랑 같이 있어.”가보니 하준과 이주혁이 있었다.“왜 너희 둘 뿐이야? 시아랑 지안이는?”하준은 어두운 얼굴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왜 그런 얼굴을 하고 있는 지도 알 수 없었다.이주혁이 담담히 웃었다.“왜 꼭 여친을 데리고 와서 만나야 하냐? 넌 입이 왜 그래? 별 일이네. 물렸냐?”그 말을 듣고 하준이 느릿느릿 고개를 들고 쳐다봤다.송영식이 짜증스럽게 답했다.“입술 뿐인 줄 아냐? 귀 봐라. 피까지 났다니까. 임윤서 그게 전생에 개였나 봐. 다짜고짜 와인을 머리에서부터 부어서 완전 다 젖었다니까.아 참, 주혁아. 나 좀 봐주라. 아파서 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