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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1화

“난….”“들었습니까? 내 와이프가 가라잖습니까? 뭐 이렇게 얼굴이 두꺼워?”하준이 여름의 허리를 감아 올리며 다정하게 말했다.“앉아요, 여보. 잣 까줄 테니 먹어요.”양유진이 하준의 품에 안긴 여름을 빤히 쳐다봤다. 눈 속에 어두운 기색이 스쳐가더니 보기 싫을 정도로 찡그린 얼굴로 돌아섰다.여름은 고개 들어 양유진의 뒷모습을 보고는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정말이지 양유진이 하루빨리 자신을 놓아줬으면 했다.하준의 곁에 남기로 결심한 이상 여름은 더 이상 양유진과 함께 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잘 알았다.이제 여름과 하준은 이혼도 하지 않았으니 더욱 안 될 일이었다.“다른 남자 생각하지 말고 이거나 좀 먹어봐요.’하준이 여름의 얼굴을 잡아 돌렸다.“양유진은 그렇게 간단한 상대가 아닙니다.”“……”“오늘 이 약혼식에 초청장을 받은 사람들은 다들 보통 사람이 아닙니다. 서울에 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아 뒷배경도 없는 사람이 이런 곳에 발을 들일 수 있는 데다, VIP석이라니, 그렇게 간단할 것 같습니까?”여름은 말문이 막혔다.‘확실히 오늘 본 양유진의 모습은 사뭇 낯설었다.******약혼식이 끝난 뒤.벨레스에서 초대한 하객은 잔디밭으로 이동해 오후에는 댄스파티가 벌어질 예정이었다.이제 돌아가는 하객들이 이동하던 중 여름은 막 일어나다가 누군가와 세게 부딪혔다.그리고 뚱뚱한 남자가 갑자기 돌아보더니 여름에게 욕을 퍼부었다.“이거 왜 남의 엉덩이에 손을 대고 지랄이야?”지난번에 FTT 자선의 밤에 여름에게 손댔던 구 이사라는 것을 바로 알아보았다.“뭐야? 어디서 남의 남편을 건드려? 감히 남의 남편을 꼬시려고 들어? 어디 너 죽고 나 죽자.”구 이사 곁에 있던 부인이 바로 나서며 여름을 밀쳤다.“거 손을 못쓰게 되고 싶어서 이러시나?”하준이 서늘한 눈빛으로 노려보며 그 부인의 손목을 확 잡았다.막 자리를 뜨던 하객들이 고성에 구경을 하려고 고개를 돌렸다.“아니, 구 이사님, 무슨 일입니까?”추성호가 중재하고 나섰다.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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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2화

구 이사는 하준의 가족들이 정색하는 모습을 보니 전혀 하준을 도와줄 생각이 없다는 것을 알아챘다.“뭐 별 건 없고, 내 손을 이 지경 만들어 놨으니 나도 당신 손 한 번 꺾으면 되지 않겠어? 그리고, 당신 마누라가 날 꼬드기려고 교양 없이 굴어서 우리 마누라가 화가 났으니까 뺨이나 한 대 맞으시던지.”여름이 그 말을 듣더니 웃었다.“내가 그쪽을 꼬드기려고 들었다고? 입으로 무슨 말을 못 해? 내가 그쪽에 손을 댔는지 안 댔는지는 여기 사방에 CCTV가 잔뜩 있으니까 확인해 보면 되겠죠.”구 이사가 버럭 화를 냈다.“무슨 소리야? 내가 너 같은 거에게 누명을 씌웠다 이건가?”“구 이사 같은 사람이 굳이 당신 같은 사람에게 누명을 씌울 이유가 있나? 일이 이 지경이 됐는데도 인정을 안 하다니 그냥 한 대 맞아도 싸지 싶은데.”도 대표가 옆에서 말을 보탰다.서유인도 어쩔 수 없다는 듯 끼어들었다.“얼른 사과 드려. 다음부터는 그런 짓 좀 그만하고.”여름의 입가에 비웃음이 떠올랐다.“알겠네. 오늘 다들 우리 부부를 손보려고 작정했군. 진상이 어떤지는 다들 관심 없었어.”“강여름 씨가 그렇게 생각한다니 뭐 어쩔 수가 없군요.”추성호가 느긋하게 말을 받았다.“하지만 잘못했으면 응당한 대가는 치러야 하지 않습니까?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모든 시선이 최하준에게로 향했다.한 때 모두가 우러러보던 신과 같은 남자였다.그런 신 같은 남자가 하늘에서 떨어지니 다들 몰려와서 한 번 밟아보며 남의 불행을 즐기려고 들었다.그런 시선을 모두 받으며 하준의 깊은 눈이 가족에게로 향했다.“다들 저 사람들 말이 일리 있다고 생각하시나요?”가족들에게는 하준이 도움을 청하는 것으로 보였다.장춘자가 못 참겠다는 듯 입을 열었다.“내 생각에는….”“잘못을 저질렀으면 대가를 치러야지.”최대범이 장춘자의 어깨를 잡으며 말을 받았다.“우리가 잘못 가르쳐서 저 녀석을 너무 기고만장으로 만들었어.”최민이 득의양양하게 웃었다.“하준이도 이런 날이 올 줄은 몰랐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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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3화

다들 깜짝 놀랐다.FTT 가족들은 더욱 놀라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뭐? 여하그룹이 네 거였더냐?”최대범은 화가 나서 참을 수가 없었다.“무슨 짓이니?”최란도 믿을 수가 없었다.“FTT 회장 자리에 앉아서 뒷구멍으로 새 회사를 만들어 FTT와 경쟁하고 있었어?”“저런 배은망덕한 놈을 보았나? 애초에 저 녀석에게 FTT를 맡기는 게 아니었어.”최대범은 당장 뭐라도 들어서 하준을 후려쳐 버리고 싶었다.“화내지 마세요. 겨우 그까짓 여하그룹, FTT의 상대가 못 된다고요.”최민이 깔보듯 말했다.“그래요. FTT 전자가 세계 일류 브랜드인데 그깟 여하, 우리하고는 비교도 안 되죠.”최정도 비웃었다.그제야 최대범의 얼굴이 좀 풀렸다.“너는 오늘부터 우리 가족이 아니다. 각오 단단히 해. 양하야, 3개월 안에 여하를 흔적도 없이 밟아버리거라.”“걱정하지 마세요, 할아버지.”최양하가 눈 속의 두려움을 억지로 감추며 답했다.하준이 그들의 모습을 즐기듯 바라보며 웃었다.“양하는 아직 어른들께 FTT 전자 랩의 심희철 팀이 단체로 회사 그만둔 거 말씀 안 드렸나? 아, 심희철 팀은 우리 여하로 들어왔습니다. 이번 주 금요일에 여하에서 신규 제품 발표회가 있을 겁니다. 오전 11시에 글로벌 생중계니까 놓치지 마십시오.”현장은 물이라도 끼얹은 듯 조용해졌다.‘그건 FTT에서 발표하려고 했던 거잖아? 그걸 왜 여하가 발표해?’최양하가 냉랭하게 웃었다.“뭔가 착각하시나 본데, FTT에서 3년 동안 심희철 팀에서 만들어낸 제품인데, 그 데이터를 가지고 여하에 갔다 이거지? 우리 쪽에서는 100% 지적 재산권을 주장할 수 있어. 게다가 심희철하고 여하를 다 고소할 수도 있지.”“재미있군.”하준이 웃었다.“심희철 팀장 계약서 안 읽어 봤구나. 애초에 심희철은 FTT와 계약한 적이 없어. 최하준 개인과 했지. 연구 자금도 FTT에서는 한 푼도 대지 않았어. 내가 혼자 출자했으니까. 그런데 무슨 자격으로 고소를 하겠다는 거지?”“되려…”하준이 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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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4화

구 이사와 도 회장은 다리가 후들거렸다. 방금 한창 최하준을 닦아 세운 것을 생각하니 후회막심이었다.“최, 최 회장. 미안하네. 내가 눈이 멀었지. 날 한 대 쳐.”구 이사는 거의 울기 일보 직전이었다.최하준은 그 기름진 얼굴에 손도 대기 싫었다.“아니, 그렇게 기세등등하시더니, 내 와이프가 손댔다고 큰소리 치지 않았습니까??”“아, 아니야. 내가 잘못했네.”구 이사가 손을 모았다.“빌려면 최양하에게 비시죠. 누가 압니까? 일주일 안에 칩을 개발해 낼 수 있을지?”하준은 한껏 입꼬리를 올리더니 여름을 데리고 나가버렸다.이제 아무도 둘을 막지 않았다. 심지어 추성호와 서유인도 불안한 눈으로 바라만 볼 뿐이었다.입구에 도착하자 하준이 갑자기 돌아서더니 모두에게 싸늘한 시선을 던졌다. 시선은 마지막에 추성호에게로 향했다.“추 회장, 오늘 이 파티는 내가 꼭 기억해 두겠습니다.”추성호의 얇은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애초에 추성호가 상상했던 것과 지금 이 상황은 너무나 달랐다.“아 참, 내 와이프 강여름 씨는 누구도 모욕해서는 안 됩니다. 앞으로 특히 내 와이프의 외모를 비하하는 사람은 나와 직접 싸울 생각을 하셔야 할 겁니다.”말을 마치더니 하준은 여름을 데리고 성큼성큼 나가버렸다.그 뒷모습을 보고 있으려니 서유인은 화가 나서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다시는 최하준이 일어서지 못할 줄 알고 추성호를 택했는데 최하준이 다시 살아난 데다, FTT라는 배경이 없이도 최하준의 앞날은 밝았다.“할아버지, 왜 그러세요!”이때 뒤에서 비명이 들려왔다. 약혼식은 엉망진창이 되었다.최대범은 충격으로 갑자기 심장에 이상이 와 버렸다.식구들이 최대범을 휴게실로 옮겼다.“양하야, 이리 와 보거라.”최대범이 최양하에게 손짓했다.“할아버지….”불안해하며 최양하가 다가갔다.최대범이 지팡이를 들더니 내리쳤다.“심희철 팀이 회사를 나가는 일이 벌어졌는데 나한테는 말도 안 했어?”“아버지, 진정하세요. 하준이가 너무 비열했어요.”최란이 얼른 아들을 감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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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5화

다들 나가고 나서 최대범은 한숨을 쉬었다.장춘자가 물을 따라 건넸다.“당신도 늙었어요. 차라리 이제 권력을 내려놓아요. 말이야 바른말이지, 쟤들 중에 하준이보다 나은 애가 어디 있어요? 이러다가 우리나라 최고라는 FTT명성도 못 지키겠어요.”“하지만 그놈의 자식이 말을 안 들어 먹으니 화가 난단 말이야.”최대범이 답답한 가슴을 툭툭 쳤다.“확실히 그놈이 독하긴 했지. 우리 집안 애들 중에 그만한 녀석이 없어. 란이가 잘 하긴 해도 하준이랑 비교하면 아직 멀었지.”“우리 가문 명맥을 지키자면 그 정도는 돼야지요.”******호텔 주차장.여름은 차에 타서 저도 모르게 몰래 옆에서 안전벨트를 매는 하준을 쳐다보았다.오늘은 스포츠카를 가지고 나왔는데 온갖 첨단 기술이 빛나는 운전석에 앉은 하준을 보니 너무나 근사했다. ‘방금 약혼식 장에서 보여준 아우라는… 너무 멋있었어!’매일 보는 얼굴인데도 어쩌면 이렇게 볼 때마다 가슴이 두근거리는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아, 진짜. 어쩜 이렇게 자극 포인트 만날 똑같아?’“보고 싶으면 대놓고 보십시오. 아무리 감탄하면서 봐도 아무 말도 안 할 테니까.”여름의 갈망하는 듯한 시선을 포착하더니 하준이 여름을 바라보며 입가에 매혹적인 웃음을 띠었다.“안 봤거든요. 그냥 고개 돌리다가 한 번 본 거지.”여름은 어설프게 창밖을 보는 척했다.하준이 여름의 손을 조물락거리며 즐거운 듯 웃었다.“방금 남편 멋있지 않았습니까? 응? 반했지?”“뭐, 너무 자주 봐서….”여름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하준이 여름의 뺨을 잡더니 입술을 막았다.‘어머 어머, 또 이래….’여름이 눈을 깜빡거리며 밀어내려고 했지만, 하준의 매력에 저항하기란 도무지 쉽지가 않았다.저도 모르게 취하게 만드는 매력이었다.빠져들어서는 안 된다는 걸 머리로는 알면서도 자꾸자꾸 하준에게 빠저들고 마는 것이었다.이럴 때 하준의 매력은 여름의 방어력을 0으로 만들어 버린다.******검은 세단이 천천히 스포츠카 근처에 와서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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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6장

한참을 입 맞추던 하준은 입술이 빨갛게 부어오르고서야 겨우 몸을 뗐다.자기 입술에서 하준의 맛이 나는 것을 느끼며 여름은 얼굴이 빨개졌다. 얼른 고개를 돌리다가 그제야 창문이 반쯤 열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방금, 무슨 차가 지나간 것 같은데….”여름은 쥐구멍을 찾고 싶었다.‘설마 누가 본 건 아니겠지?’“그럼.”하준의 눈이 반짝하더니 웃었다.“부부끼리 뽀뽀 좀 한 게 뭐 어때서.”여름은 입술을 깨물었다.‘부부고 뭐고를 떠나서 이런 건 누가 보면 부끄럽다고!’“아까 내 손은 왜 잡았는데?”하준이 이글거리는 눈으로 여름을 바라보았다.여름은 흠칫했다가 확실히 손을 잡았던 것을 기억해 내고는 당황했다.“무슨 소릴 하는지 모르겠네.”하며 얼굴을 돌렸다.“아까 우리 식구들이 내게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발 뺐을 때 말이지.”하준이 여름의 귓가에서 가볍게 웃었다.“그렇게 날 아껴주는지 몰랐어.”“아니거든요. 자아가 너무 비대하시네?”여름은 갑자기 화제를 돌렸다.“구 이사와 협력할 건가요?”“아니.”“하지만 대기업인데….”“이제는 기술의 시대야. 일단 이런 제품은 한 번 뒤처지면 바로 도태야.”하준이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이번에 많은 것들이 아주 확실해졌어. 주식 매입 방식으로 신생 기업들을 지원할 거야. 그런 구닥다리 기업의 시대는 이제 물러날 때가 됐어”여름은 바로 이해했다.“당신만의 비즈니스 제국을 세우려는 거군요. 그래서 그 피라미드의 꼭대기에 앉으려고.”“그렇다고 볼 수 있지. 이제 난 그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을 거야.”여름은 크게 숨을 내쉬었다.‘정말 상상을 초월하는 야심이야.얼마 안 가서 최하준이 비즈니스 판을 완전히 새로 짜겠어.이런 남자를 내가 잘 다루어 낼 수 있을까? 다시 신적인 자리에 올라가면 최하준을 노리는 여자는 더 많아질 텐데.그때 가서는 최하준의 아내라는 자리도 유명무실해지지 않을까?’******이틀 뒤.벨레스 별장. 한바탕 고함이 오간다.“서경주,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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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7화

“그렇지만….”“내가 알아서 잘 처리하지. 강신희가 어떻게 죽었는지 잊었어?”“알겠어.”위자영이 눈이 다시 표독스럽게 빛났다.“나를 손절하겠다니 어쩔 수 없지.”“그럼.”*******새벽.여름은 아침 식사 후 출근을 준비했다. 막 문을 나서려는데 하준이 화이트 팬츠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고 따라왔다. 그을린 피부가 성숙한 매력을 드러내고 있었다.오늘은 펜트하우스로 올라오는 엘리베이터가 수리 중이라 공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갈 수밖에 없었다.여름이 어쩔 수 없이 엘리베이터의 금속 벽에 비친 하준의 모습을 흘깃 쳐다봤다.‘이 사람은 정말 뭘 입어도 너무 근사하단 말이야.’“왜 따라와? 옷 갈아입고 출근해야 하지 않아요?”“배웅.”애교스러운 하준의 저음에 여름은 심장이 두근거리고 말았다.출근 시간이라 오르락내리락 사람이 많았다. 아침은 특히 젊은 여자들 비중이 높았다.엘리베이터에 탄 여자들이 거의 모두 하준을 훔쳐보고 있었다. 새로 사람이 들어오자 하준에게 몸을 밀착하는 과감한 타입까지 나타났다.여름이 살짝 눈썹을 찌푸렸다.‘하긴 저 정도 매력이면 예전의 나라도 훔쳐봤을 거야. 당연하지.그렇지만 남의 남자한테 그러지들 말라고.’“마누라, 나 손 시리다.”갑자기 하준이 뒤에서 여름의 팔 사이로 자기 팔을 끼워 넣어 껴안으며 여름의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었다. 그 츤데레스러운 애교에 옆에서 보고 있던 여자들도 녹아내릴 지경이었다.물론 놀라기도 했다.‘너무 하네. 저렇게 이상한 얼굴을 하고도 저런 남자를 데리고 산다고?’엘리베이터가 주차장 층에 멈추자 다들 내렸다.저만치 걸어간 사람들이 떠들기 시작했다.“여자가 돈이 많은가 보다. 펜트하우스에 미스터리 금수저가 산다고 하던데 그게 저 여자인가 봐.”“세상에, 나도 그 여자처럼 돈 좀 있어 봤으면 좋겠다. 저런 명품남 키워보게.”“……”하준의 안색이 어두워졌다.그런데 여름은 ‘풉’하고 웃었다.“명품남 님, 이제 올라가세요. 착하지?”여름이 그렇게 즐겁게 웃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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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8화

“마음에 들어?”하준이 낮은 소리로 웃더니 살짝 고개를 갸웃하며 여름을 바라보았다.“내 차도 있는데 뭐 한다고 차를 또 샀어요?”여름은 하준에게 너무 넘어가지 않으려고 정신을 차렸다.“그 차 너무 낡아서 강여름에게 어울리지 않아. 당신한테는 최고로 좋은 것만 주고 싶어.”하준이 키를 눌렀다. 문이 날개처럼 올라가더니 호화로우면서도 절제된 인테리어를 드러냈다.“마음에 들어요. 고마워.”여름은 진심으로 고개를 끄덕였다.예전 같았으면 거절했을 것이다.그러나 이제는 최하준의 아내로서 마음이 편안했다.“그냥 ‘고마워’ 하고 끝인가?”하준이 음흉하게 눈썹을 올렸다. 불만스럽게 한마디 덧붙였다.“뭐 더 없어?”그런 하준을 보니 얼굴이 달아올랐다.“뭘 더 어쩌라고? 이제 부부면 당신 게 내 거죠.”“그러네. 나도 당신 거야.”하준이 천천히 다가오더니 여름을 차에 밀어붙이며 키스했다. 그러고 나서야 아쉽다는 듯 여름을 놓아주었다.“자기는 점점 더 달콤해지네.”“아, 몰라. 그만 해요. 나 출근 해야 해.”여름은 이제 참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쿨하던 하준이 이제는 너무 오글거려서 손이 없어질 지경이었다.그러나 얼굴이 어떻게 변해도 정말 조금도 신경 쓰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나니 마음이 너무 안정됐다.여름은 새 차를 몰고 새벽 거리를 달렸다.그 낯선 수퍼카와 보란 듯 요란한 차 번호판은 당연히 많은 사람의 이목을 끌었다.신호에 걸려서 잠시 정차해 있는데 윤서에게서 전화가 왔다.“야야야, 여름아. 아침에 애들이 뭔 슈퍼카 영상 공유하고 난리 났더라. 완전 부러워.”“뭐라고?”“어우, 세상에. 하얀 슈퍼카인데 국내에는 없는 모델이래. 그게 그렇게 비싼 데다 주문 제작하는 거라네? 근데 글쎄 차 번호판이 012 4865래. ‘영원히 사랑해요!’. 솔로 부러워 죽어!!!”“……”‘그게 그렇게 부러울 일인가?’“너도 최하준한테 하나 뽑아달라고 해. 그렇게 부자인데. 사람이 얼마나 로맨틱하니? 내가 영상 보내줄게. 너도 최하준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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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9화

여름은 웃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회사에 도착해서는 또 한 차례 부러움의 시선을 받게 되었다.엄상인이 웃었다.“요즘 좋은 일이 있어서 그런가 얼굴 너무 좋아 보이세요. 이제 최 회장님이 얼마나 대표님을 아끼는지 다 알겠네요. 아 참, 하영그룹에서 비즈니스 나이트에 초청장 보냈습니다. 천인그룹 따님이 보낸 파티 초청장도 있고요.”여름은 수북이 쌓인 초청장을 보며 아무 말이 없었다.엄상인이 말을 이었다.“이제 FTT 신제품 발표가 코앞이라 각계에서 최 회장님과 줄을 대려고 합니다. 회장님 아내로서 줄을 대야 할 주요 인물로 인식되는 거죠.”“그러네 전에는 이런 초대장 하나 받기도 그렇게 어렵더니….”여름이 자조적으로 웃었다. “역시나 서울에 오니까 인맥이 중요하구나.”“아무래도 최 회장님은 업계에서 주요 인물이시니까요. 대표님 사람 보는 눈이 너무 좋으세요.” 엄상인이 열심히 여름의 비위를 맞췄다.여름은 어이가 없었다.“초대장은 이사들에게 적당히 나눠주세요. 같이 가게.”“알겠습니다.”엄상인이 나가고 낯선 번호에서 전화가 걸려왔다.“오랜만이다. 나 지금 서울인데 커피 한잔할 시간 되나?”윤상원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여름은 실소가 터졌다.‘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아까 윤서랑 얘기했다고 나타난 건가?’******회사 1층 커피숍.여름은 다시 윤상원을 만나게 되었다.역시 윤상원은 잘 지내지 못하는지 매우 야위어 이전과 비교하면 초췌한 분위기를 내고 있었다. 예전과 달리 의기소침해 보였다.그러나 여름은 별로 감정적으로 동요되지는 않았다. 이런 결과도 결국 자업자득이었다.“오랜만… 이네.”윤상원은 여름을 보더니 표정이 이상해졌다.“내 얼굴에 대해서는 굳이 말하지 않았으면 합니다.”여름이 담담히 말했다.“알겠어. 이제는 화신 대표가 최하준의 아내라는 거 전 국민이 다 알지. 내가 널 너무 얕봤구나.”윤상원이 약간 괴로운 듯 말했다.아무리 생각해도 뭔가 이상했다.“뭔데요? 그냥 말해 봐요.”“윤서가 어디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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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0화

“정말 너무 하네. 이건 나랑 윤서 사이의 일이야.”윤상원이 화냈다.“이제 최하준 와이프가 되었다고 잘난 척하지 마!”“이제 보니 윤서의 친구를 내내 그런 시선으로 보고 있었군요. 그건 윤서에 대한 존중도 없다는 뜻이지. 윤서가 너무 아깝네요.”여름은 말을 마치더니 커피를 들고 일어섰다.“난 한동안 이쪽에서 지낼 거야. 윤서 못 만나면 나도 못 가.”윤상원이 고함쳤지만 여름은 상대하지 않았다.******사무실.갑자기 하준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여름은 커피를 마시며 전화를 받았다.“나 몰래 남자랑 카페에서 데이트 했다는 소문이….”“푸흡!”여름은 그만 모니터에 커피를 뿜고 말았다. “차 실장이 또 보고했나 보네?”“아닌데. 당신 내 와이프라고. 이제는 어지간한 아이돌보다 끌고 다니는 카메라가 많아. 내가 폭로를 막아야 할 사진이 수시로 들어온다는 말이지.”하준이 테이블을 톡톡 치는 것 같았다.“그런 사람은 언제부터 알았습니까? 사람 추레하던데.”이제 누굴 만날 자유도 없다는 사실에 여름은 화가 났다.“윤서 전 남친이에요. 윤서 소식 알아 보러 왔었고, 안 알려줬어요.”“응, 앞으로는 모르는 남자 따라나가지 마시죠.”“곧 발표회인데 안 바쁜가 봐요? 한가하네?”포스 강한 하준의 말투를 들으니 여름은 머리가 아팠다.“회사가 아무리 바빠도 와이프가 먼저지.”하준이 나지막이 말했다.“요즘 여자 덕 보려는 남자도 많습니다.”“쓸 데 없는 소릴. 누가 이렇게 생긴 사람한테 관심이나 있겠어요?”“그건 모르지. 내 눈에는 아무리 봐도 예쁘거든.”“……”전화기를 타고 넘어오는 말이 너무 달콤해서 듣고만 있어도 서 있을 수가 없었다. 심장이 너무 뛰어서 곧 쓰러질 것만 같았다.“이 분이 요즘 꿀만 먹고 다니나….”“강여름이 보쌈을 만들어 주면 더 달콤한 말도 할 수 있는데.”낮게 웃는 목소리가 첼로 소리처럼 심장을 떨리게 만들었다.여름은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가지가지 하네. 보쌈 먹자고 저러고 낯 부끄러운 소리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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