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하려고 결혼했습니다의 모든 챕터: 챕터 381 - 챕터 390

1699 챕터

381화

“됐어, 말하지 마. 대충 뭐 어느 집 금수저겠지. 그래도 하나도 안 무서워. 너처럼 얼굴 망가진대도 상관없어. 내가 너한테 빚진 것도 있잖아. 사람 잘못 본 거 아니라면 넌 최하준 건드린 거 없어.”윤서는 자책하다 울 지경이었다.“오호라, 이게 다 당신 때문이었구먼. 어쩐지 입에서 나오는 말 한마디 한마디 얌전한 말이 하나도 없더라니!”송영식이 악에 받쳐 소리쳤다.“거지 같은 게! 닥쳐!”윤서가 송영식에게 악을 썼다.“뭐라고?”송영식의 얼굴이 굳어졌다.“내 말이 틀려? 너줄너줄 구린 옷 그거, 거지 같은데?”“이게 진짜, 너 오늘 나한테 죽었어.”송영식이 화가 나서 막 달려들려는데 이지훈이 얼른 안아 버렸다.“어허, 진정하라고.”“나 욕하는 거 안 들려? 어떻게 진정을 해?”송영식은 머리끝까지 열이 뻗쳤다.윤서는 여유롭게 덧붙였다.“화내지 마셔. 그 꼴에 화내 봤자 하나도 안 무섭거든.”“……”여름은 머리가 아팠다.“그만해. 너희 회사 CEO셔. 오슬란 대표라고.”윤서는 할 말을 잃었다.‘뭐라고?’그렇다. 윤서는 아직까지 한 번도 회사 대표를 본 적이 없었다. 다만 이름이 송영식이고 엄청나게 규율에 엄격하다는 소문을 들은 적이 있…‘뭐? 이 인간이 대표야?’“당신은 인제 죽었어.”송영식이 싸늘하게 웃었다.“뭐, 알겠어요. 회사 대표에게 잘못했으면 나가야지, 뭐. 물건 챙겨서 나갈게요.”윤서는 별 상관없는 듯했다.“계약서라는 걸 쓰셨을 텐데? 당신 계약서는 일반 직원이랑 다르게 비밀유지조항이 있거든. 이렇게 멋대로 회사를 그만두면 앞으로 이 바닥에서 버티기 힘들 거야.”송영식 이 위협했다.“친구가 저 때문에 너무 화가 나서 그랬어요. 너무 마음에 두지 마세요.”여름이 할 수 없이 하준을 쳐다봤다.“윤서가 좀 충동적으로 말을 했죠. 그렇지만 입장 바꿔놓고 생각을 해봐요. 최하준 씨 얼굴이 그렇게 망가지면 송 대표는 화가 안 나겠나? 지난번에도 송 대표가 최하준 씨 일로 화나서 나를….”“뭐? 저 인간이 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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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2화

성공은 좋은 인연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 보니 이런 악연이 없었다.송영식은 여름의 얼굴을 보더니 입을 다물었다.사실 예전에는 여름이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좀 안쓰러운 생각이 들었다.“네가 진짜 내 친구라면 결혼선물이나 생각해 놔. 강여름이랑 한 달에 한 번씩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들 결혼을 할 테니까.”하준은 진지한 눈으로 여름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어떤 모습이든 강여름을 향한 내 사랑은 변함없다는 걸 온 세상에 보여줄 거야.”여름이 고개를 번쩍 쳐 들었다. 놀란 눈이 하준의 시선과 마주쳤다.‘대체 무슨 생각이야?피곤하지도… 않나?’“난 됐어요.”여름은 한참 만에야 입을 열었다.“온 세상이 이렇게 징그러운 내 얼굴을 보길 바라는 거예요?"하준의 얼굴이 굳어졌다.여름이 한 자 한 자 힘주어 말했다.“당신이 날 얼마나 사랑하는지 세상 사람들이 알아주길 바란 적도 없어요. 다 공허한 거라고요, 알겠어요?”여름의 말이 날카로운 비수처럼 하준의 심장을 찔렀다.하준은 이해하려고 하지 않았다. 그저 여름에게 너무 많은 빚을 졌으니 평생을 곁에 두고 온 생명을 다해 지켜주고 싶을 뿐이었다.******여름은 내내 병원에서 요양했다.하준은 매일 밤 여름의 병상 옆을 지켰다.하준이 여름을 구하려고 본가를 덮쳤었다는 뉴스가 다 퍼져나갔다.서울이 들썩이며 먹구름이 끼었다.그 암울한 분위기 사이로 달콤한 소식이 들려왔다.벨레스의 외동딸 서유인과 추신그룹의 추동호가 다음 주 토요일에 약혼식을 올린다는 소식이었다. 장춘자가 중매했다고 한다.여름은 병실에서 쉬고 있다가 그 뉴스를 듣고 너무나 놀랐다.추신그룹에 대해서는 들은 바가 있었다.20여 년 전에 추신그룹은 그저 평범한 기업이었는데 추동현이 최란과 결혼하고 나서 최란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곧 거대 그룹으로 성장했다.이제 최양하는 FTT와 최씨 집안의 후계자가 되었고 추신그룹이 최양하의 친가이니 추신그룹은 이제 FTT를 잇는 2대 기업이 될 것이다.‘어쩐지 서유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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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3화

-진짜임. 이름이 강여름임. 화신 대표래. 사진 첨부함.곧 강신희와 여름의 사진이 온 인터넷을 달구었다.회사에서 전화가 왔다. 화신 별그램이 욕설로 도배가 되었다며 이사들이 이사회 개최를 요구하며 난리가 났다고 한다.“바로 복귀할...”말을 하는 중에 휴대폰을 뺏겼다. 최하준이 여름의 휴대폰에 대고 내질렀다.“최하준입니다. 화신 일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일단은 이 번호로 전화해서 사람 괴롭히지 마십시오.”그러더니 휴대폰을 구석에 던져 놓았다.“최하준 씨, 이게 뭐 하는 짓이에요?”여름은 화가 나서 위가 살살 아파왔다.“이 상태로는 퇴원 못합니다.”시선은 따뜻했지만, 말투는 여전히 명령투였다.“하지만 사람들이 우리 엄마 사진을 막 돌려보고 있다고요. 돌아가신 지 20년이 넘었는데도 이렇게 욕을 먹다니.”여름이 눈에서 눈물이 차오르더니 곧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괴로운 마음에 여름이 자책했다.“이게 다 나 때문이야. 내가 능력이 없어서 복수도 못하니 엄마가 죽어서 눈도 못 감으실 거야.”‘이 모든 것은 우연이 아니야. 서유인 모녀의 계략이야.’“울지 말아요. 날 믿어. 내가 곧 검색은 안 되게 막아 놓을 게요. 사람 불러서 다 처리해 놨어요. 저쪽에서 난리 칠수록 내가 더 쓴맛을 보여줄 거야.”하준이 다정하게 말하더니 여름을 안고 눈물 자국을 따라 입 맞추었다.최하준의 달콤함에 여름은 어쩔 줄을 모르고 얼굴을 피했다. 눈에는 여전히 눈물이 그렁그렁했다.“뭐, 뭘 하려고 그래요?”“아직은 비밀. 내일이면 알게 될 겁니다.”하준이 여름의 이마에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쓸어올렸다.“지금은 일단 밥부터 먹이고.”하준은 곧 밥을 들고 왔다. 뉴빌 가든의 진숙 이모가 방금 해가지고 온 밥이었다.하준이 호호 불어 여름에게 한 입씩 떠먹였다.먹일 때마다 너무나 사랑스러워 못 견디겠다는 듯 하준은 여름과 눈을 맞추었다.여름은 도무지 견딜 수가 없었다. 여름도 거울을 봐서 지금 자기 얼굴이 얼마나 징그러운지 잘 알았다. 그런데 최하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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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4화

하준은 살짝 다리를 꼬고 사뭇 편안한 표정이었다.“요즘 인터넷에서 제가 욕을 너무 많이 먹던데 사실 그런 건 상관없습니다. 나에 대해 다른 사람이 어떻게 평가하는지는 신경 쓰이지 않아요. 제가 참을 수 없는 건…”기자가 깜짝 놀랐다.“부인 말씀입니까?”“그렇습니다.”하준이 카메라를 똑바로 쳐다보더니 매혹적인 미소를 지었다.“화신 그룹 대표, 강여름 씨가 제 와이프입니다.”기자는 눈이 휘둥그레졌다.“벌써 혼인신고 하셨나요?”“정확하게 말씀드리면 혼인신고는 4개월 전에 했습니다.”기자가 당황했다.“그, 그럴 리가요.”“했습니다. 혼인관계증명서를 가져왔습니다.”증명서에는 두 사람의 이름과 혼인 날짜까지 분명하게 적혀있었다. 병실에 있던 진숙 이모님은 손에 든 귤까지 떨어트리고 말았다.“여름 씨, 아, 아니 사모님. 결혼하셨어요?”여름은 할 말이 없었다.‘그래, 결혼이야 했었지. 그런데 이혼했잖아? 저 혼인관계증명서 뭐지?’여름은 머리가 웅웅 울리는 것 같았다.TV 화면 속 기자도 완전히 어리둥절해졌다.“그렇지만 2주 전까지만 해도 서유인 씨와 사귀시지 않았던가요?”“제가 내내 제일 궁금했던 게 바로 그 문제입니다.”하준이 비웃는 듯한 웃음을 띠었다.“서유인 씨, 지금 뉴스 보고 계시다면 지금 물어보고 싶군요. 우리가 대체 언제 사귀었습니까? FTT의 밤에 춤 한 번 추면 내가 서유인 씨와 사귀는 겁니까? 저는 한 번도 전화를 건 적도 없었고 데이트를 한 적도 없습니다. 초지일관 다정하게 군 적도 없었습니다. 제가 서유인 씨에게 관심이 없었다는 것은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을 겁니다.”기자는 경악하고 말았다.“그렇지만 지난번에 도촬컷을 보면 함께 딸기도 따러 가시고 아주 친해 보이던데요.”“아, 그거 말씀이시군요. 제가 본가에 갔더니 마침 있더라고요. 할머니께서 저를 끌고 가서 같이 딸기를 따라고 하시더군요. 그 사진은 누가 일부러 그렇게 딱 찍어서 언론에 흘린 겁니다. 심지어 그날 딴 딸기는 제가 집으로 가져가서 먹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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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5화

여름은 아무 말 없이 쓴웃음을 지었다.‘이모님, 잊어버리셨나 본데, 저 지금 괴물이에요.'하준의 인터뷰가 온 인터넷을 달구었음은 당연하다.네티즌 여론은 금방 바뀌었다.-와, 벌써 강여름이랑 결혼한 사이였다니… 그러면 애초에 강여름은 내연녀가 아니었네. 부부가 부부관계하는 건 당연한 거 아니냐? 이제 보니 서유인이 남의 부부 사이에 끼어들었네.-생각해 보니까 최하준이랑 서유인 딸기 따는 사진 말고는 둘이 붙어있는 사진도 본 적이 없네. 그런데 강여름에게는 보석도 사주고, 어느 쪽이 사랑하는 사람인지 너무 눈에 보이잖아?-그러고 보니 강여름 대단함. FTT에서도 안 받아주고 그 욕 다 들어먹으면서 참은 거임?-내가 미안. 최하준 쓰레기 아님. 와이프를 위해서 모든 재벌가와 맞서 싸우다니 진짜 개쩜.-이제 보니 최하준은 강여름이랑 결혼해서 회장자리 떨려난 거네.-헐 강여름을 위해서 회장자리를 내놓다니, 세상에 이런 사람이 다 있었네.-최하준 관련 상품 불매운동 하면 안 되겠다. 이제 완전 사줌.-최하준 쩐다!*******서경주의 집.같은 시간, 서유인과 위자영은 화가 나서 미쳐버릴 지경이다.서경주는 이제 익숙한 듯 위자영 모녀가 길길이 날뛰는 모습을 그저 보고 있다.“말도 안 돼! 아아아악! 최하준이랑 강여름이 어떻게 4개월 전에 결혼을 했을 수가 있냐고!”서유인은 얼굴이 완전히 일그러졌다.“나랑 사귄 적이 없다니!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애초에 우리 집에 왔을 때 내 손도 잡았는데. 엄마, 이제는 사람들이 내가 남의 남자 꼬신 년이라면서 부끄러운 줄도 모른다고….”“망할.... 나도 생각지도 못했다.”위자영도 어이가 없었다.위자영은 한동안 딸이 추신그룹과의 약혼하게 된다고 좋아하던 중이었다.위자영은 최하준이 이제 완전히 끝났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심지어 이제는 서유인의 이미지를 상당히 잘 심어놓았다고 생각하던 중이었다.그런데 이틀도 안 돼서 완전히 상황이 뒤집히고 말았다.혼인증명서까지 들고 있으니 너무 확실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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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6화

“어쨌든 넌 이제 추신그룹이랑 약혼할 거니까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해도 신경 쓸 필요 없어.”위자영은 서유인의 손을 잡았다.“이제 추신그룹만 등에 업으면 최하준이니 강여름이니 깜도 안 돼.”서유인이 고개를 끄덕였다.‘이 모욕은 내가 천 배로 갚아 주겠어.’“엄마, 아빠가 정말 엄마랑 이혼할까?”“흥, 네 할아버지가 퍽도 내버려 두겠다.”*******최하준의 본가.아침 댓바람부터 최대범은 최하준의 혼인증명서 때문에 대노했다.“이놈의 자식, 강여름이랑 결혼을 했었어?”장춘자는 이마를 싸고 드러누워 아직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다.“그래, 이제 다 컸다 이거지. 아주 우리를 다 가지고 놀았구먼. 그 녀석을 결혼시키려고 그 애를 썼는데 아주 내가 바보지….”최민이 화를 냈다.“걔는 공개적으로 너무 말을 지나치게 하잖아. 우리가 걔를 어떻게 키웠는데. 아주 우리 집안을 그냥 권력에 눈 먼 이미지로 만들어 버렸어.”“뭘 또 그렇게 아닌 척을 해?”최윤형이 참지 못하고 비아냥거렸다.“최윤형!”최진이 눈을 쌩글하게 뜨고 노려봤다.“저한테 뭐라고 할 생각하지 마시고 이제 FTT 이미지나 생각하세요. 이제 형 이미지가 완전 좋아졌으니 앞으로 FTT에 무슨 문제가 생기면 우리만 웃음거리가 되게 생겼다고요.”다들 최양하를 쳐다봤다.“양하야, 이제는 제가 분발해 줘야겠다. 너는 날 실망시키지 말아다오. 하준이 녀석에게는 정말 너무나 실망했다.”최대범이 최양하에게 말했다.최양하가 웃었다.“할아버지, 걱정하지 마세요. FTT는 거대 그룹인데 형이 지금의 우리 FTT를 만들었다고는 하지만 우리 최씨 가문이 대대손손 쌓아온 인맥과 재력이 그 형을 키웠어요. 그리고 우리 집에 사람이 한둘인가요? 형 하나 없어도 끄떡없어요.”“네 말이 맞는다.최대범이 만족스러운 듯 말을 이었다.“하준이 녀석이 너무 날뛰어. 곧 후회하게 될 거다. 우리 FTT를 떠나면 아무것도 아닌데…”******검은 고급 승용차가 별장에서 나왔다.뒷자석에서 고개를 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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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7화

”아버지, 그게 다 무슨 말씀이에요? 제가 쟁취해 내지 못하면 할아버지 할머니 돌아가시고 나서 바로 쫓겨날 거예요. 최씨 집안에는 이제 저 하나 남는 건데요.”최양하가 비웃었다.“나도 양하가 제대로 FTT를 장악했으면 해요. 하준이는 멋대로 그런 애랑 결혼하질 않나, 지난번에 민이 해치려고 한 거 봐요. 정신적으로도 불안하고 점점 더 마음에 안 들어요.”최란이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지금 다시 과거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하준을 낳지 않고 싶을 지경이었다.******점심을 먹고 나서.따스한 바람이 산들산들 불어왔다. 여름은 눈을 감고 푹 잠이 들어 있다가 누군가가 얼굴에 입 맞추는 느낌에 깨어났다.‘누구지?’상대방에게서 느껴지는 차가운 오데코롱의 익숙한 느낌이 나쁘지 않았다.아직 졸린 듯한 눈을 뜨니 한껏 클로즈업된 듯한 하준의 비현실적으로 잘 생긴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깼어요? 게으름뱅이네. 두 시간이나 잤어요.”하준이 여름의 코를 살짝 꼬집었다. 마치 한창 달달한 연애 중인 연인 같은 말투였다.여름은 잠시 동성에 와 있는 듯한 기분에 사로잡혔다가 갑자기 정신이 확 들었다.‘하지만 동성에 있을 때도 이렇게 다정한 순간은 많지도 않았는데.’“언제 왔어요?”여름이 급히 일어나 앉았다. 마침 물어보고 싶은 것이 많았다.“얼마 안 됐습니다. 1시간 정도? 덕분에 당신 코 고는 것까지 보고….”하준이 손목시계를 내려다봤다.“거짓말! 난 코 안 곤다고요.”자신이 코 고는 모습을 내려다보는 하준을 생각하니 어쩐지 강하게 부정하고 싶어졌다.“잠들었는데 본인이 코를 고는지 안 고는지 어떻게 압니까?”하준은 오랜만에 여름이 발칵 하는 모습을 보니 좋아서 더 놀렸다.“…뭐, 코 고는 것도 나쁘지 않네요. 이제는 누구누구가 다시는 옆에서 같이 안 자겠네.”여름이 하준을 한번 흘겨봤다.“당신이 내 와이프인데 내가 당신이랑 안 자면 누구랑 잡니까?”하준이 씩 웃으며 여름에게 윙크를 해 보였다.“됐어요, 최하준 씨. 애진작에 이혼해 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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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8화

”좋아요. 솔직하게 말하죠.”하준이 여름의 손을 잡아 턱 밑으로 가져갔다.“사실 서유인을 만났던 건, 당신하고 너무 닮아서였습니다. 동성에 간 이후로 나는 강여름을 마음에서 내려 놓아본 적이 없어요.”‘날 마음에서 내려놓은 적이 없다고…?’서울에 온 이후로 하준의 입에서 나온 말 중 가장 자연스럽고 가장 심장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말이었다.심장박동이 점점 빨라졌다.여름도 처음 서유인을 만났을 때 자신과 조금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었다.‘하지만 최하준이 그것 때문에 서유인을 만났었다니 뜻밖인걸.어쨌든 최하준은 동성을 너무 갑자기 떠났어.날 믿어주지 않아서 너무 상처받았다고.’“날 속일 목적으로 접근했고, 당신이 날 한 번도 사랑한 적이 없다면 그냥 당신과 닮은 사람과 결혼해 버려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 여자가 당신과 배다른 자매였을 줄이야.”하준의 눈에 복잡한 심경이 비쳤다.“벨레스에서 강여름 씨를 보고 나니 더 이상은 서유인에게 아무런 마음도 들지 않았습니다.”“그러면서도 서유인이랑 별장에는 잘만 왔으면서. 아참, 지난번에는 할아버지 생신잔치에도 왔었지. 아주 옆에 서유인을 데리고 얼마나 거들먹거리고 왔었는지는 잊어버리셨나 봐.”그 일을 생각하니 여름은 부아가 치밀었다.“당신은 별 신경 안 썼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아주 매번 모욕적이었다고요.”하준이 이상한 시선으로 여름을 쳐다봤다.“당신이 보고 싶어서 간 거 아닙니까? 내가 누구 생일 잔치 같은 데 다니는 사람인 줄 압니까? 당신이야말로, 이혼도 안 했는데 양유진을 약혼자라고 데리고 가서 부모님 만나고, 같은 테이블에서 애정 행각 벌이고 있는 두 사람 보는 내 기분은 생각이나 해 봤습니까?”“……”의기양양한 하준을 보니 어이가 없었다.“그러는 당신은 내 앞에서 애정 행각 안 했어요?”“내가 벌이는 애정 행각을 신경 쓰기나 했습니까?"하준이 콧방귀를 끼며 물었다.“…난 별로!”여름이 시선을 피했다.하준은 화가 났지만, 여름의 그런 모습을 보니 도저히 참을 수가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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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9화

“잠깐만요….”여름이 갑자기 하준을 잡았다.“왜?”여름이 이렇게 사람을 오래 붙잡은 것은 오랜만이라 하준은 좋아서 놀리듯 웃음을 가득 띠고 물었다.“가니까 아쉽습니까?”여름이 입술을 깨문 채 하준의 왼쪽 소매를 젖혔다. 안에 감긴 붕대가 드러났다.‘정말… 다쳤잖아?’“그냥 조금 다쳤습니다.”하준의 얼굴에 부자연스러운 표정이 스치고 지나가더니 바로 팔을 뺐다.“어쩌다 다쳤어요?”여름이 꼼짝도 않고 하준을 쳐다봤다. ‘별 거 아니면 왜 방금 살짝 부딪혔는데도 그렇게 아파서 몸을 떨지?’“나한테 관심을 가져주는 군요?”하준의 입꼬리가 올라가더니 즐거움을 띤 작은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이렇게 날 아껴주다니?”“…흥!”여름은 짜증이 나서 화를 냈다.‘관심은 무슨…그냥 법적인 남편이니까 그런 거지.’하준은 다정하게 씩 웃더니 돌아서서 손을 씻으러 갔다.화장실로 들어간 하준의 얼굴은 바로 고통에 일그러졌다.겹겹이 싸인 붕대를 풀자 안에서 이제 막 딱지가 앉기 시작한 상처가 벌겋게 되어 있었다. 하나하나 보기에도 끔찍했다.하준은 밖에서 휴대폰 소리가 울릴 때까지 안에서 족히 6~7분은 앉아 있었다.“어머님이 전화하셨어요.”여름이 침대에 놓인 휴대폰을 보더니 말했다.하준은 여름의 코 앞에서 전화를 받았다. 건너편에서 최란의 냉랭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시간 되니? 우리 모자가 밥이나 같이 먹자.”“흥, 모자 관계 끊은 거 아닙니까? 직접 말씀하셨잖습니까?최란이 울컥했다.“최하준, 적당히 해야지. 어쨌든 내가 널 낳았잖니?”“그렇죠. 낳기만 하고 기르진 않으셨죠. 그렇지만 아~주 훌륭한 어머니십니다.”하준이 비아냥거렸다.“날 찾아서 뭘 하고 싶으신지 다 알고 있으니 안 만날 겁니다.”“얘가….”최란이 거세게 한숨을 내쉬었다.“좋다. 네가 동의하지 않겠다면 강여름을 찾아가지. 네 병력을 듣고도 걔가 무서워하지 않을까?”“……”하준의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최하준, 사람은 약점이 제일 무서운 거다. 넌 이제 약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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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0화

“하준이가 말을 안 한다면 저도 말하기는 곤란한데요.”이주혁이 우아하게 웃었다.“쓸데없는 생각 너무 하지 말아요. 하준이가 여름 씨를 사랑한다는 것만 알면 돼요.”‘이제 보니 다들 최하준이 날 사랑한다고 알고 있네.’여름은 천천히 눈을 내리 깔았다. 다만 왜인지 마음 속에 불안한 예감이 가시지 않았다.“그냥 누가 다치게 했나 싶어서 그래요. 나 때문에 그 집에서 하준 씨를….”“하준이는 그렇게 만만한 친구가 아닙니다. FTT에서도 하준이는 어쩌지 못해요. 걱정하지 마세요. 이제 최하준에게 상처줄 수 있는 사람은 강여름 씨뿐이에요.”이주혁은 문까지 걸어가서 돌아보더니 웃었다.“이제 하준이에게 관심을 가지는 걸 보니 용서할 준비도 된 것 같군요.”여름은 잠시 흠칫했다가 저도 모르게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이주혁이 가볍게 웃었다.“잘 해주세요. 하준이 그 폭발하는 성질도 다 성장 환경이랑 상관이 있어요. 봐서 알겠지만 재벌가 사람들이라는 게 다들 이익만 따지고 되게 이기적이거든요. 하준이도 한때는 굉장히 안쓰러웠어요.”이주혁이 나가고 여름의 머릿속에 그 말이 계속 맴돌았다.‘하준이도 한때는 굉장히 안쓰러웠어요.’그런 금수저가 안쓰러울 수도 있다고 누가 생각이나 했겠는가.그러나 하준의 본가를 떠올리고 모두에게서 고립되고 버려진 하준을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해졌다.그때 이진숙이 들어오셨다.“사모님, 저녁에 전복죽 어떠세요?”여름이 끄덕이다가 잠시 후 물었다.“삼 잔뜩 넣고 삼계탕도 좀 끓여주시겠어요?”이진숙이 의아해했다.“하지만 의사 선생님은 지금 소화가 잘 안 된다고….”“… 그런 게 아니고요. 하준 씨랑 이모님 좀 드시라고요.”여름은 말을 마치더니 얼른 휴대폰을 들여다 보며 난처한 얼굴을 감추었다.이진숙은 그 모습을 보고 웃었다.‘두 분이 정든 건 진작 알았지만. 이제 정말 잘 됐구나. 이제 사모님도 드디어 회장님을 배려하기 시작했어. 이제 점점 더 좋아졌으면 좋겠네.’“예, 삼계탕 준비할게요. 저녁에는 사모님이 준비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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