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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이혼하려고 결혼했습니다: Chapter 371 - Chapter 3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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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1화

여름을 바라보는 얼굴이 다들 달랐다. 한참 만에 갑자기 장춘자가 입을 열었다.“이렇게 고집이 셀 줄 몰랐구나.”최정이 입을 비죽거렸다.“할머니, 속지 마세요. 며칠 제대로 못 먹으면 정신 차리고 빌겠죠.”“무슨 소리야? 사람을 왜 밥을 안 줘?”최양하가 화가 나 소리쳤다.“너 안 좋다는 건 쟨데 왜 나한테 신경질이야?”최정이 맞받아쳤다.“됐다. 사람 죽으면 안 되지.”장춘자가 복잡한 심경으로 말했다.“전에 지안이 죽고 나서 하준이가 정신 나갈 뻔했잖니? 쟤도 일이 나면 이번에는 정말 큰일나지 싶다.”다들 아무 말이 없었다.자리를 파하자 최민은 방으로 돌아와 위자영에게 전화를 걸었다.위자영은 그 소식을 듣고 기뻐했다.“강여름만 처리해 주면 그쪽 회사에서 목표액에 부족하다던 금액은 우리가 채워드릴게요.”최민은 심하게 마음이 흔들렸다. FTT 산하에 기업이 많지만, 자신이 현재 관리하는 FTT 보험은 매년 실적이 오르지 않아서 집안에서 무시당하고 있었다.‘이번 분기에 목표액만 달성할 수 있다면 노인네가 날 다시 봐줄 텐데….다만 하준이가 전에 그 병이 도진다면…’최민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사람 목숨 어떻게 하는 것까지는 좀 어렵고요.”“어렵기는요. 최하준 때문에 그러세요? 최하준은 이제 평생 끝이에요. 다시는 회복할 수 없어요.”“정말 못해요. 일단 사람을 살려놓는다는 전제 하에 다른 건 다 해볼 수 있어요.”최민이 말을 이었다.위자영은 조금 생각해보다가 사악하게 웃었다.“뭐 그것도 좋겠네요.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 싶은 경지도 있는 법이니까. 걔는 남자 후리는 게 특기니까 다시는 누구 꼬드기지 못하게 얼굴을 엉망으로 만들어 주세요.”“그건 문제없죠.”******지하 창고.보디가드가 강여름을 밀어 넣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계단 위에 있던 흐릿한 불마저 꺼졌다.너무 컴컴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심지어 스마트폰 신호도 잡히지 않았다.여름은 휴대전화 조명으로 주변을 살펴봤다. 구석에 쇠창살이 박힌 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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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2화

“그렇군요. 나는 미칠 것 같지는 않은데.”여름이 담담히 웃었다.“전에는 이거보다 못한 곳에서도 살았어요. 여기는 그래도 괜찮은 편인데요. 굶기는 것도 아니고 쉰 밥이나 썩은 물은 주는 것도 아니고, 이불도 있네요.”최양하는 멍해졌다.“무슨 소립니까? 쉰 음식과 썩은 물을 마신 적이 있어요?”‘저 사람은 대체 어떤 삶을 살아온 거지?’최양하는 사뭇 차분한 여름을 바라보며 자신이 여름을 한참 잘못 봤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런 거 물어봐야 소용 없어요.”여름이 힘 없이 피식 웃었다.“어쨌든 난 여기 있을 거예요. 부회장님이 이렇게 만들어 준 거잖아요.”최양하의 얼굴이 굳어졌다.“내가 그렇게 안 했어도 당신과 최하준의 관계는 밝혀질 거였습니다.”“그러니까 고맙다니까요.”여름이 냉랭하게 웃었다.“하준 씨에게 흥분시키는 술을 먹이고, 서유인을 이용해서 식구들 다 데리고 방으로 쳐들어와서 그런 장면을 보게 해준 것도 고마워요. 최하준의 명예를 땅바닥에 떨어지게 만들고 집안 어른들 사이에 균열을 만들어야 본인의 입지를 확보할 수 있었겠죠.”여름의 팩폭에 최양하는 매우 난감했다.“내가 치사했다는 건 인정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정말 순수하게 강여름 씨를 도와주고 싶어서….”“최양하 씨, 됐어요. 내게 있어서 당신은 최하준보다도 더 비열한 사람이에요. 내가 눈이 삐었지. 어쨌든 전에 한 번 구해줬던 건 이제 주고받았으니 저는 이제 빚은 없는 거예요.”“왜 이렇게 어리석게 굴어요?”최양하는 이제 살짝 화가 났다.“당신이 여기 남아 있어도 소용없어요. 최하준은 이제 제 몸 하나 건사하기도 바쁘다니까요.”“내가 국적을 바꾸는 일은 없을 거예요. 우리나라로 못 돌아오는 일은 더더군다나 없고. 그리고 난… 하준 씨가 날 데리러 올 거라고 믿어요. 당신 같은 사람들에게 질 사람이 아니거든요.”가끔은 여름 스스로도 왜 최하준을 떠나지 않는지 알 수 없었다.그저 그 사람이 곤경에 처한 것을 보니 차마 떠날 수가 없었다.둘 사이에는 이루 다 말할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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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3화

5일 뒤.하준이 바지 주머니에 손을 꽂고 검찰청을 나왔다. 며칠 그 안에서 지내며 머리까지 깎였지만 훤칠한 미모는 여전했다.되려 얼굴 라인이 더 날카롭고 강렬해져서 더 매서워 보였다.“회장님, 고생하셨습니다”상혁이 얼른 다가왔다.송영식이 하준의 가슴팍을 툭 쳤다.“젠장, 다시는 너랑 술도 못 마시는 줄 알았잖아!”“온 재벌가들이 똘똘 뭉쳐서 날 감옥에 넣으려고 드니 싸움판이 작지는 않았어. 그렇지만 내가 그렇게 만만한 인간은 아니지.”하준은 그렇게 말하고 두리번거렸다. 수행원들과 친구 말고 자신이 보고 싶어하는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강여름은?”하준이 미간을 찌푸렸다.‘거참, 야멸차기는, 설마 그 틈에 도망친 건 아니겠지?’다들 아무 말이 없었다. 상혁은 고개를 숙였다.“어디 있어?”하준의 목소리가 사뭇 난폭해졌다.한참 만에야 어쩔 수 없이 이주혁이 답했다.“하준아, 여름 씨는 네가 조사받으러 가던 날 너희 식구들에게 끌려갔어.”하준이 상혁에게 불같이 화를 냈다.“사람 보내서 강여름 잘 지키라고 했잖아! 대체 일을 어떻게 하는 거야? 차 실장은? 차윤은 어디 갔어?”“정말 죄송합니다.”상혁이 어쩔 줄 몰라 했다.“지룡의 나한주가 배신을 하고 차윤을 기절시킨 사이에 집사가 여름 씨를 끌고 가버렸습니다.”“나한주가?”하준이 눈을 가늘게 떴다. 생각도 못 한 배신이었다.“그렇습니다.”“며칠이나 됐어?”하준이 물었다.“닷새째입니다.”상혁이 조심스럽게 답했다.“하지만 사람을 보내서 별장 쪽 상황을 살펴봤습니다. 여름 씨가 그쪽에서 쫓겨난 것 같지는 않습니다.“쫓아내지 않았다면 어디 갇혀있겠군.”하준은 안색이 어둡게 변해 상혁을 노려봤다.“사람이 갇혔는데 왜 가서 빼내 오지 않았어?”송영식이 도저히 참지 못하고 끼어들었다.“며칠 동안 다들 각기 재벌가를 맡아서 해결하고 널 빼내느라고 동분서주했는데 그럴 정신이 어디 있냐? 상혁이는 네 수하일 뿐인데 FTT 별장을 무슨 수로 쳐들어가? 어르신이 얼마나 정예 요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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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4화

송영식은 짜증이 났다.“너도 돕겠다고 나서는데 내가 가만히 있으면 어디 형제라고 할 수 있겠냐?”송영식은 할 수 없이 애들을 불러서 하준을 도우라고 보냈다.******검은 스포츠카가 하준의 본가로 들어와 끼익하더니 본관 입구에 멈췄다.하준이 성큼성큼 걸어 들어갔다.식당에는 식구들이 모두 모여 밥을 먹고 있었다.하준을 보더니 식당 분위기가 순식간에 아주 이상해졌다. 장춘자는 깜짝 놀라더니 일어섰다.“나왔다니 잘 됐구나. 다음부터는 그런 어리석은 짓을 말거라. 겨우 여자 때문에 그 여러 집안에 폐를 끼치고….”“강여름은요?”최하준이 말을 끊었다. 눈빛이 날카롭게 빛났다.“내놓으세요.”“탕!”최대범이 신경질적으로 그릇을 테이블에 세게 놓더니 고함쳤다.“며칠 동안 구치소에 들어갔다 오고도 여태 정신을 못 차리고 그 여자 생각뿐이냐? 내가 널 그렇게 키웠어?”“절 뭐 어떻게 키워주셨는데요?”하준이 냉랭하게 웃었다.“8살 전에는 보모가 키우고 8살 넘고부터는 정신병원 입원했잖아요. 퇴원하고 나니 미친놈이라도 거들떠보지도 않으셨고요. 밤잠도 안 자고 노력해서 겨우 할아버지에게 인정받으면서 기회를 얻어서 FTT를 지금 이 모습으로 키워 놓은 거잖아요. 사실은 FTT 전체가 저에게 빚지고 있는 거예요.”“됐다. 넌 그따위로 생각하고 있었구나.”최대범은 화가 났다.“잘 들어라. 내가 아니었으면 너는 우리 집안 사람이 될 기회도 없었을 거다. 이 은혜도 모르는 녀석 같으니라고!”“됐어요. 그만 해요.”장춘자가 최대범을 말렸다.“쟤도 화나서 그냥 하는 소리잖아요.”“지금 이런 소리 하면서 시간 낭비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그냥 강여름만 내놓으세요.”최하준이 싸늘하게 뱉었다.“안 된다.”최대범이 대놓고 거절했다.“걔는 이제 생각도 말아라. 우리가 벌써 외국으로 보내버렸다.”“절 속일 생각은 마세요. 지금 여기 지하실에 감금되어 있잖아요. 제가 직접 내려가죠.”하준이 안쪽 정원으로 향했다.“막아라.”최대범이 손을 휘둘렀다. 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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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5화

지하실에서 곰팡내와 악취가 풍겨왔다.하준은 안을 한 번 비춰보았다. 빛이 닿자 침대에 있는 사람이 확 움츠러들면서 손으로 눈을 가렸다.아직 살아있다는 것이 확인되자 하준은 조심스럽게 아래로 내려갔다.그러나 가까이 다가갔을 때 하준은 심장이 철렁했다. 하마터면 휴대폰을 떨어트릴 뻔했다.‘이게 강여름이라고?’처음 봤을 때 여름은 하준을 설레게 만드는 사람이었다.그런데 이 사람은 누굴까? 하준은 여름을 알아보지 못 할 뻔했다.겨우 닷새 만에 여름은 피골이 상접했다. 게다가 얼굴에는… 화농이 가득했다.하준은 숨이 막힐 것 같은 느낌에 필사적으로 숨을 크게 쉬었다.“왔어요?”여름은 어둠 속에 너무 오래 있어서 빛에 너무 눈이 부셨다. 한참 만에야 눈을 가린 손을 조금 치웠다. 하준의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하준에게서 나는 익숙하고 싸늘한 체취가 느껴졌다.여름은 담담하고 평온하게 웃었다.‘어떻게든 올 줄 알았어.최하준은 악마니까. 악마는 그렇게 쉽게 죽지 않거든.하지만 내 꼴을 보고 놀랐겠지?’여름은 당황하지도 두려워하지도, 그렇다고 하준이 구하러 왔다는데 감동하지도 않았다.죽은 물웅덩이 같았다.하준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내내 여름을 바라보았다.분명 눈앞에 있는 데도 멀리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왔다. 하지만 너무 늦게 온 것 같았다.가슴 속에서 날뛰는 분노를 필사적으로 억눌렀다.“얼굴이, 어떻게 된 겁니까?”“그게… 원래 상처가 있었잖아요. 밥에 뭘 넣었는지 상처가 계속 덧나더라고요.”여름이 얼굴을 만지며 친구랑 수다라도 떠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나 지금 되게 징그럽게 생겼겠다.”하준의 눈에 살의가 차올랐다.‘대체 누가 사람 얼굴에 저런 악랄한 짓을 한단 말이야!’여름이 담담할수록 하준의 죄책감과 고통은 반비례해서 커졌다. 화산처럼 폭발해 버릴 것만 같았다.“같이 나가죠.”하준이 갑자기 여름을 안았다. 그 큰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여름이 너무 가벼워서 무게감이 하나도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여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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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6화

“시끄럽고, 누가 시켰어?”하준의 싸늘한 시선은 계속 장 씨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하나, 둘….”“최민 님께서요.”장 씨가 갑자기 다 불었다.“약을 타라고 시킨 것도 최민 님 입니다. 죽는 약은 아니라고, 그냥 상처만 덧나서 얼굴에 흉터를 남길 거라고 했어요.”악랄한 수단에 상혁이 한숨을 크게 쉬며 저도 모르게 여름을 한 번 쳐다보았다.그런데 여름은 갑자기 웃는 것이었다.“그러면 내 얼굴은 이제 흉터투성이겠네요.?”장 씨가 여름을 한 번 쳐다보더니 몸을 부르르 떨며 다시는 쳐다보지 못했다.“내보내.”하준이 옆에 있던 컵을 벽에 집어 던졌다. 그리고는 성큼성큼 거실로 걸어 들어갔다.상혁은 하준의 뒷모습을 보면서 폭풍우를 예감했다.상혁이 여름 앞으로 다가가 무릎을 꿇었다.“여름 씨, 제발 회장님 좀 말려주세요. 오늘 여름 씨를 구하겠다고 사람들 불러서 집을 포위한 것만 해도 어르신은 노할 대로 노하셨어요. 이모까지 건드리면 정말 가만히 안 계실 겁니다. 회장님을 잡으려고 드는 재벌가에 FTT까지 합류하면 정말 큰일입니다.”여름은 몇 초를 가만히 있었다.‘날 구하겠다고 사람을 불러서 집을 포위했어?’여름은 자신을 위해서 하준이 온 집안 식구와 척을 지게 될 줄은 몰랐다.‘하지만… 그게 뭐 어쨌다고?허구헌 날 날 그렇게 못살게 굴었는데. 난 피해자라고. 내가 왜 최하준을 위해서 뭘 해줘야 하는데?’“그게 나와 무슨 상관인데요?”여름이 상혁을 쳐다봤다. 눈에는 원한이 가득했다.“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죠? 내연녀 소리 들어가며 맞고 얼굴 찢어진 것도 그렇다고 쳐요. 최하준만 아니었으면 나는 지금 이 꼴이 되진 않았을 텐데.”보다못해 차윤이 끼어들었다.“최민 씨 쪽에 문제가 생기면 회장님도 끝이지만 FTT에서 여름 씨도 가만히 안 둘 거예요. 여름 씨 친구며 회사까지도….”여름은 이를 꽉 물었다.‘씹어 먹어도 모자랄 최민을 위해서 나서야 한다니 우습잖아?됐어. 누굴 탓하겠어. 애초에 시작하지 말았어야 할 길에 발을 들인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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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7화

“장 씨에게 직접 물어봤습니다. 강여름 얼굴도 봤고요. 여름이는 내 사람이에요. 사람 얼굴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알고 그런 짓을 했습니까?”넘치는 분노에 하준의 손이 떨렸다.“강여름이 대체 이모에게 뭘 그렇게 잘못하고, 무슨 원수를 그렇게 졌습니까?”“무, 무슨 소릴 하는지 모르겠네. 난 아무 짓도 안 했어.”최민이 장춘자 뒤에 숨어 벌벌 떨었다.“내가 모를 거라고 생각하지 마십시오. 위자영 모녀가 시킨 일이겠지. 평소 그렇게 친하게 지냈으니 그쪽에서 뭔가를 이모에게 지급했겠죠.”하준의 눈에 분노가 타올랐다. 언제라도 이성이 날아갈 판이었다.더는 속일 수 없다는 생각이 들자 최민이 이를 꽉 물었다.“그래서, 내가 했다면 어쩔 거냐? 난 네 이모야. 지금 외부인 하나 때문에 날 죽이겠다 이거냐?”“강여름은 외부인이 아닙니다. 내 사람이라고 했잖습니까? 죽이긴 누굴 죽여요? 그냥 강여름하고 똑같이 당하기만 하면 됩니다.”최하준이 차츰 최민에게 다가갔다.“이러면 안 되지.”장춘자가 한껏 최민을 감싸며 화를 냈다.“준아, 얘는 네 이모고, 내 딸이다. 얘가 다치면 난 평생 네 얼굴 안 본다.”최진도 나섰다.“진정해라. 의학이 이렇게 발달한 세상인데 어디 해외에 나가서 수술하면 될 거야.”최란은 이제 극도로 분노가 치솟았다.“우리 셋째를 다치게 하면 너랑 내 모자 관계는 끝이다.”“그까짓 모자 관계에 제가 목을 걸 거로 생각하시나 봅니다?”하준이 장춘자를 밀어내고 최민을 잡아챘다.최민은 이제 완전히 공포에 사로잡혀 바들바들 떨었다.“하준아, 아니야. 내가 잘못했다. 다시는 그런 짓 하지 않을게. 내가 강여름에게 가서 사과할게.”“일단 얼굴 좀 긋고 나서 사과하실게요…”하준이 싸늘하게 말했다.최민이 이제는 악을 쓰기 시작했다.“정신이 나갔구나! 애초에 거기서 널 꺼내 오는 게 아니었어!”“내가 아주 예쁘게 그어드리죠.”하준은 광인의 눈빛을 뿜어내며 주변에 날붙이가 없는지 찾기 시작했다.“쭌, 그만 해요.”이때 문가에서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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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8화

“자, 이제 우리 집에 가요.”여름이 하준의 손을 잡았다.‘우리 집이라….’하준의 얼굴에 고통이 스치고 지나갔다.‘언젠가는 이곳도 우리 집이었지.하지만 이제는 여름이 있어야 우리 집 같아.’“그래.”하준은 한참 만에야 고개를 끄덕였다. 여름을 안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본가를 떠났다.최민은 하준의 모습이 사라지는 것을 다 보고 나서야 중얼거렸다.“엄마, 쟤 아무래도 재발한 것 같아요. 방금 너무 무서웠어요. 그때랑 너무 똑같아서….”“됐다.”장춘자가 실망스럽다는 듯 최민을 노려봤다.“부끄럽지도 않니? 네가 남에게 매수될 정도로 우리가 널 그렇게 대접했니?”최양하도 폭발했다.“이모, 여름 씨에게 그건 정말 너무 심했잖아요.”최민은 식구들에게 지적당하자 부끄러움에 짜증이 올라와 주먹을 꽉 쥐었다. 최하준에 대한 분노가 치밀었다.‘내가 이 모욕은 반드시 갚아 주겠어!’******차는 산길을 구불구불 내려갔다.상혁이 앞에서 운전하고 하준은 내내 곁에 앉은 여름을 보고 있었다.여름은 지금 자기 얼굴이 얼마나 흉한 꼴인지 알고 있는데 하준이 빤히 쳐다보니 짜증났다.“방금했던 말 진심 아니에요. 그냥 최민을 건드렸다가 FTT랑 반목하게 되면 나중에 더 큰일이니까 그런 거예요. 나중에 또 잡혀가면 그때는 더 비참한 꼴이 될지도 모르잖아.”“나도 알아.”하준은 살짝 눈시울을 흐리더니 곧 평소대로 돌아왔다.하준은 여름이 그 고통의 시간을 건너서도 이렇게 쉽게 자신을 용서해 줄지 몰랐다.‘뻔뻔하다고 생각하겠지. 그렇게 지켜주겠다고 큰소리를 쳐놓고 하나도 못 해줬으니까.’너무나 마음이 아픈 나머지 심장이 조여왔다.다시 손이 마구 떨리기 시작했다. 곧 제어가 안 될 것만 같았다.“차 세워.”갑자기 하준이 소리쳤다.상혁은 즉시 차를 세웠다.“먼저 강여름 데리고 병원으로 가. 난 담배 한 대 피우고 갈게.”하준이 차에서 내렸다.상혁은 하준의 상태를 파악하고 즉시 출발했다.여름이 백미러로 보니 하준이 뒤에서 오는 차에 올라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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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9화

병원에 도착하자 이주혁은 병원에서 가장 좋은 의사가 여름을 검사하도록 했다.병실, 결과가 곧 나왔다.병상에 누워 링거를 꽂고 있는 초췌한 여인을 보니 안쓰러운 마음에 한숨을 쉬었다.“모든 지표가 다 떨어졌어요. 저혈당에, 빈혈, 탈수, 영양실조, 거기다 위궤양까지 있네요.”여름이 끄덕였다. 며칠 동안 구토와 위통에 시달리다 기절까지 할 뻔했으니 그런 것쯤은 자신이 더 잘 알았다.하준이 주먹을 꽉 쥐었다. 여름의 몸이 안 좋다는 것은 전에도 알았지만, 지금은 상태가 더 나빠졌다.“흠흠, 여름 씨, 좀 쉬세요.”이주혁이 갑자기 하준에게 말했다.“약 받아야 하니까 넌 좀 따라와.”“할 말 있으면 저 있는 데서 그냥 하세요. 예를 들면 제 얼굴에 관해서라든지….”여름이 이주혁을 보며 웃었다.“괜히 저 피해서 말씀하지 마시고요.”이주혁은 가슴 아픈 듯 여름을 한 번 쳐다봤다.“그래요. 솔직하게 말할게요. 얼굴이 너무 심하게 상했어요. 그리고 면적도 너무 넓고. 성형 외과의들에게 문의해 봤는데 최대한 복구할 수 있도록 수술은 해볼 수 있지만 예전 같은 수준은 아닐 거라고 해요.”“조금 더 자세히 말씀해 주시겠어요?”여름이 이주혁을 쳐다보았다.평온한 여름의 얼굴을 볼수록 하준은 더욱 마음이 아팠다.“됐어요. 이 병원에서 못한다면 우리 다른 병원을 알아보죠. 여기가 성형 분야에서 최고인 병원은 아니니까.”“하지만 성형으로 완전히 다른 사람이 얼굴을 가지고 싶지는 않아요.”여름이 말을 끊었다.이주혁이 안경을 슬쩍 밀어 올렸다.“그러면 울퉁불퉁하게 흉터가 남을 수 있어요.”“알겠어요.”여름이 끄덕이더니 베개에 머리를 기댔다.“고마워요.”“미안해요. 하지만 지금은 정말 기술이 좋으니까 희망을 놓지는 말아요.”주혁이 위로했다.“상관없어요. 뭐 그 정도면 만족해요.”여름은 내내 입가에 담담한 미소를 띠고 있었지만 누가 봐도 희망을 품고 있기보다는 포기하고 될 대로 되라는 얼굴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하준의 눈이 커지더니 이주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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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0화

‘하지만, 그럴 리가 있나?세상에 그런 사람이 어디 있어?물론 피라미드 정점에까지 올랐을 정도는 아니라고 해도 이 정도의 미모를 가진 사람 앞에 줄 서는 이성은 얼마든지 있을걸.’“됐어요….”여름이 얼굴을 옆으로 돌리며 눈썹을 아래로 늘어트렸다.“이런 식으로 자신을 몰아붙이는 것도 피곤할 텐데. 조금 있다가 화장실 가서 토할라.”“괜찮아. 평생 당신에게 증명해 보일게.”하준이 여름의 이마에 키스했다.“주혁이가 그러는데 지금은 당신 소화력이 너무 떨어져서 딱딱한 걸 먹으면 안 된대. 가서 따뜻한 우유 좀 가져올게.”하준은 일어나서 주방으로 갔다.병실 문이 벌컥 열리더니 윤서가 뛰어 들어왔다.“여름아! 너 입원했다고 그러더라….”윤서는 여름의 얼굴을 보더니 믿을 수 없다는 듯 소리 질렀다.“너, 너 얼굴이 왜….”“응, 그렇게 됐네.”여름이 힘 없이 빙긋 웃었다.“대체 이게 다 무슨 일이야? 계속 연락이 안 돼서 내가 경찰에 신고했잖아.”윤서는 마음이 아파서 울음을 터트렸다.“대체 왜 너한테 자꾸 이런 일이 생기니? 네가 얼마나 예뻤는데. 학교 다닐 때는 어딜 가도 남자애들이 줄줄….”“그만 해요. 그렇게 가슴 아픈 소리 하라고 부른 거 아닙니다.”하준이 우유를 들고 와서 싸늘하게 말을 끊었다.윤서는 최하준을 보니 열불이 뻗쳤다. 원망스러운 눈빛을 쏘며 하준과 맞붙었다.“우리 여름이 이 꼴 난 거 십중팔구 당신이랑 관련 있는 거죠? 우리나라 최고의 금수저는 개뿔… 내가 보기에는 완전 쓰레기구먼. 자기 사람 하나도 못 지키면서 누굴 데려다 결혼을 하려고 해? 평생 혼자 살아요!”“윤서야…”여름이 다급히 나섰다. 물론 윤서의 팩폭이 시원하기는 했지만, 하준의 분노 발작포인트를 건드릴까 봐 두려웠다.“임윤서 씨….”강여름을 빼고는 자신에게 이렇게 삿대질까지 해가며 욕을 하는 사람은 처음이라 속으로는 화가 났지만 반박할 말이 없었다.“왜요, 뭐? 내 말이 틀려?”윤서가 눈에 핏발을 세우며 여세를 몰았다.“FTT가 잘났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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