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 도착하자 이주혁은 병원에서 가장 좋은 의사가 여름을 검사하도록 했다.병실, 결과가 곧 나왔다.병상에 누워 링거를 꽂고 있는 초췌한 여인을 보니 안쓰러운 마음에 한숨을 쉬었다.“모든 지표가 다 떨어졌어요. 저혈당에, 빈혈, 탈수, 영양실조, 거기다 위궤양까지 있네요.”여름이 끄덕였다. 며칠 동안 구토와 위통에 시달리다 기절까지 할 뻔했으니 그런 것쯤은 자신이 더 잘 알았다.하준이 주먹을 꽉 쥐었다. 여름의 몸이 안 좋다는 것은 전에도 알았지만, 지금은 상태가 더 나빠졌다.“흠흠, 여름 씨, 좀 쉬세요.”이주혁이 갑자기 하준에게 말했다.“약 받아야 하니까 넌 좀 따라와.”“할 말 있으면 저 있는 데서 그냥 하세요. 예를 들면 제 얼굴에 관해서라든지….”여름이 이주혁을 보며 웃었다.“괜히 저 피해서 말씀하지 마시고요.”이주혁은 가슴 아픈 듯 여름을 한 번 쳐다봤다.“그래요. 솔직하게 말할게요. 얼굴이 너무 심하게 상했어요. 그리고 면적도 너무 넓고. 성형 외과의들에게 문의해 봤는데 최대한 복구할 수 있도록 수술은 해볼 수 있지만 예전 같은 수준은 아닐 거라고 해요.”“조금 더 자세히 말씀해 주시겠어요?”여름이 이주혁을 쳐다보았다.평온한 여름의 얼굴을 볼수록 하준은 더욱 마음이 아팠다.“됐어요. 이 병원에서 못한다면 우리 다른 병원을 알아보죠. 여기가 성형 분야에서 최고인 병원은 아니니까.”“하지만 성형으로 완전히 다른 사람이 얼굴을 가지고 싶지는 않아요.”여름이 말을 끊었다.이주혁이 안경을 슬쩍 밀어 올렸다.“그러면 울퉁불퉁하게 흉터가 남을 수 있어요.”“알겠어요.”여름이 끄덕이더니 베개에 머리를 기댔다.“고마워요.”“미안해요. 하지만 지금은 정말 기술이 좋으니까 희망을 놓지는 말아요.”주혁이 위로했다.“상관없어요. 뭐 그 정도면 만족해요.”여름은 내내 입가에 담담한 미소를 띠고 있었지만 누가 봐도 희망을 품고 있기보다는 포기하고 될 대로 되라는 얼굴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하준의 눈이 커지더니 이주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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