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인과 하준 옆에서 손 아프게 과일이나 까고 있으려니 울컥했다.‘어쩌다가 난 이런 사람을 사랑했을까? 서유인이랑 수준이 딱 맞는 천박한 인간이었어…’ 불편한 자리가 계속되고 시간은 어느새 식사시간이 되었다. 여름이 대놓고 말했다.“저는 여기에서 같이 식사할 자격이 없으니 주방에서 따로 식사하겠습니다.”이번에는 허락도 들을 것 없다는 듯이 곧장 자리를 벗어났다.하준의 얼굴빛이 금새 굳어버렸다. “주제 파악은 잘하네, 시키니까 얌전히 과일도 까고.”서유인은 거만한 말투로 고개를 까딱했다.서경주는 남몰래 이를 꽉 깨물었다. 할 말도 없었다.저녁 식사는 위자영이 하루종일 공을 들여 준비시킨 음식들이었는데, 하준은 두 세 젓가락 맛을 보더니 입맛이 없는지 수저를 놓았다.강여름과 헤어지고 나서는 한 끼도 제대로 먹은 적이 없었다. 속이 늘 헛헛했다.“음식이 입에 안 맞나 보네요.”위자영이 눈치를 보며 소심하게 물어보았다.“방금 과일을 너무 많이 먹었나 봅니다. 어서 드십시오. 저는 손 좀 씻고 오겠습니다.”자리에서 일어나 주방 쪽으로 걸어갔다.화장실로 가는 길에 주방을 지나야 했다. 하준은 마치 자석에 끌리듯 주방 안으로 시선을 고정시켰다. 주방 한켠에는 맛있게 음식을 먹고 있는 여름이 눈에 들어왔다.‘내가 다른 여자랑 있는 걸 보고도 밥이 넘어가?’괜히 심술이 나서 저도 모르게 성큼성큼 주방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고는 여름 앞에 멈춰 서서 차갑게 조롱하기 시작했다.“동성에는 여기처럼 맛있는 음식이 없었나 봅니다. 누가 보면 굶은 사람인 줄 알겠습니다?”“…….”갑자기 툭 던지는 악의로 가득찬 말에 여름은 입에 든 음식을 삼킬 수가 없었다.“처!음 먹어봐요, 처!음. 재료도 특!이하고, 참! 맛있네요”여름이 말을 하자 입 안에 씹고 있던 음식이 그의 얼굴에 '파바박 튀었다. 다분히 고의적이었다.“아니, 이게 대체! ” 하준은 화가 나서 얼굴은 벌게지고 목은 완전히 잠겨버렸다. 매끈한 얼굴, 완벽한 수트에는 여름의 입에서 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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