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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4화

잠을 설치고 아침에 일어나 보니 거실 분위기가 뭔가 달랐다.

서경주는 소파에 앉은 채 꼼짝 않고 있었고 서유인이 서경주의 팔에 매달려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아빠, 어젯밤에 최 회장이 나한테 얼마나 잘해줬는지 모를걸요? 그 많은 사람 중에 날 딱 찍어서 춤추자고 했다고요. 저녁에 어르신도 저한테 한참 말 거시고… 그 사람 여자친구 하래요.”

위자영도 좋아서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

“우리 유인이가 복이 있어요. 얘 미모에 재능이면 당연히 괜찮은 신랑감을 만날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FTT가 장손과 결혼하게 될 줄은 몰랐네요.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이에요? 우리나라 재벌 중의 재벌이잖아요. FTT도 곧 그 사람 소유가 될 거고요.”

“그 집에 최양하도 있잖아.”

서경주는 미간을 찌푸리며 두 모녀에게 주의를 주었다.

“그 사람이 뭐요? 장손이 잠시 떠나있긴 했었지만, 최양하가 FTT를 장악하긴 무리죠.”

서유인이 핏대를 세우고 말했다.

“그 사람이 FTT 대표가 못 된다고 해도 달라지는 건 없어요. 전 그 사람 아니면 결혼 안 할래요.”

위자영이 웃었다.

“아유, 서로 눈맞는다는 게 이런 거지 뭐니? 선남선녀가 만났어.”

서경주는 기뻐하지 않는 기색이었다.

“그러니까 어젯밤 한나절을 공들여 그 집 파티에 간 거냐? 어제 왜 날 속인 거냐? 내가 여름이도 가라고 할까 봐? 참 대단한 모녀군.”

서유인이 입을 삐죽였다.

“걔는 가라 그래서 뭐 하게요? 그런 데 가본 적도 없을 텐데요. 우리 집 망신이나 시킬까 봐 겁나네요. 그리고 걔는 약혼자 있잖아요? 괜히 잘난 서울 재벌들 만났다가 맘 변해서 약혼자 차버리면 어떡해요?”

“뭐라고!”

서경주는 화가 나 탁자를 내리치며 일어났다. 그러다 계단 위에 서 있는 여름을 보고는 멈칫했다.

“여름아….”

“어머, 오해하지 말거라!”

위자영이 얼른 웃으며 말했다.

“유인이 말은 네가 막 동성에서 와서 그런 파티에 가는 게 익숙하지 않을까 봐 그런 거지. 게다가 그 집안 파티는 또 일반적인 파티랑은 달라서 말이다.”

여름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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