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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5화

여름은 사실 벨레스에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호의를 거절할 수가 없어 그냥 갔다.

오후 5시가 되어서야 두 사람은 회사에서 돌아왔다.

집은 이미 화려하게 조명이 밝혀져 있었고 정원은 귀한 식물과 꽃으로 장식되어 있었다. 청소도 안팎으로 깔끔하게 마친 상태였다.

위자영은 일하는 사람들에게 ‘여기도요.’, ‘저기도요,’ 하며 청소를 지시하고 있었다.

서유인은 또 올 시즌 가장 비싼 트위드 재킷에 아래는 치마를 받쳐입고 어깨에는 숄을 걸치고 있었다.

긴 머리도 매우 신경 써서 스타일링했다. 앞머리는 웨이브를 주고 뒤쪽은 머리를 땋아서 그야말로 공주 같았다.

“여보, 오늘 여름이 데리고 회사 갔었다면서요?”

위자영이 올라와 속이 뻔히 보이는 질문을 했다.

“내가 내 딸 데리고 회사 견학도 못 하나?”

서경주가 얼굴을 찡그렸다.

“그럴 리가요.”

위자영이 짜증을 꾹 참고 웃으며 말했다.

“오늘 너 입으라고 명품으로 많이 사 왔다. 동성에서는 못 사는 브랜드일 거야. 올라가 입어보렴. 좀 이따 네 제부 될 사람도 올 텐데 너무 대충 입고 있으면 안 되지.”

“가보렴.”

그제야 아내를 보는 서경주의 눈빛이 부드러워졌다.

여름은 올라가 옷장 문을 열어보고는 실소를 금치 못했다.

‘명품 좋아하시네. 다 몇 년 전 재고 아냐? 컬러도 너무 노티 나고. 이런 걸 입고 나갔다간 웃음거리만 되겠네.’

하지만 상관없었다. 여름은 자신의 외모에 자신 있었다.

20분 후, 여름이 내려갔다.

노티 나는 촌뜨기 꼴로 내려올 걸 기대하던 두 모녀는 순간 넋이 나갔다.

여름은 위자영이 사 온 긴 회색 패딩을 입고 있었다. 워낙 루즈한 핏이라 보통 사람이 입었다면 거적때기 같았을 것이다.

그러나 여름은 지퍼를 연 채 안에 아이보리색 스웨터를 받쳐 입고 아래는 흰색 캐주얼 바지를 입고 있었다.

얼굴엔 완전히 민낯에 붉은 립스틱만 살짝 발랐을 뿐인데 열일곱 소녀마냥 맑고 청순해서 너무나 예뻤다.

잔뜩 치장한 채 옆에 서 있는 유인이 되레 촌스러워 보였다.

여름은 눈웃음을 치며 일부러 이렇게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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