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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이혼하려고 결혼했습니다: Chapter 291 - Chapter 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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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1화

하준이 싸늘한 얼굴로 주머니에서 카드키를 꺼내 여름에게 주었다.“가지고 있어요. 앞으로 언제라도 내가 부르면 오십시오.”여름이 복잡한 얼굴로 물었다.“서유인에게 들키면요?”“볼 테면 보라지. 상관 없습니다. 이 나이에 여자도 못 만나본 남자 있습니까?”하준의 말이 끝나자 초인종이 울렸다.문을 열었더니 상혁이 봉투를 들고 들어왔다.“옷 사왔습니다. 아 참, 9시에 회사에 미팅 잡혀있습니다.”“알았어.”하준이 물건을 받아서 여름의 품에 안겼다.“가서 갈아입어요.”여름은 봉투를 받아서 올라가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고 내려왔다. 하준은 가고 없었다. 테이블에 어제 송영식의 유람선에 놓고 왔던 핸드폰이 놓여있었다.들어보니 서경주와 양유진에게서 문자와 톡이 와 있었다. 윤서에게서는 아무 연락이 없었다.급히 전화를 걸었다. 곧 통화가 됐다. 잠이 덜 깬듯한 윤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왜, 무슨 일 있어?”“넌 괜찮아?”여름은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나? 나는 괜찮지.”윤서가 고개를 갸웃했다.“그런데 어제 밤에 자료 준다고 갔다가 너무 마셨나 봐. 잠이 들었는데 회사 사람이 집에 데려다 줬더라고. 앞으로는 이러지 말아야지.”“......”여름은 알듯했다. 어젯밤 일은 송영식이 벌인 짓이다. 윤서는 아직까지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다. 여름은 잠시 생각해 보다가 말하지 않기로 했다.윤서 성질에 회사에서 난리를 칠 텐데, 송영식은 애초에 자신들이 함부로 건드릴 수 없는 존재이기도 하고 하준이 이제 송영식을 꽉 잡고 있으니 앞으로 함부로 여름의 친구에게 손을 대지는 못할 것이란 판단이 섰다.“괜찮으면 됐어. 그래도 다음부터는 조심해 그러고 나가서 술 취해서 다니지 말고.”“그래. 그런데 이상하다. 내가 그래도 주량이 꽤 되는데 어제는 몇 잔 안 마셨는데도 취했어. 술이 너무 독한 거였나?”여름은 씁쓸하게 웃었다. 술을 섞어 먹였던지 했겠지.하준이 사는 곳을 나와 그대로 화신 서울 사무소로 갔다.하루 동안 서울 상황을 파악해보니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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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2화

화요일, 서경주가 여름을 데리고 본가에 갔다.여름은 서경주에게 선물을 건넸다.“며칠 전에 친구랑 쇼핑하러 나갔다가 하나 샀어요. 원단이 꽤 편해보이더라고요.”“우리 딸 안목이 좋구나. 괜찮은데? 내일 바로 입어 봐야겠다.”서경주는 좋아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할아버지랑 할머니 것도 샀는데 좋아하실지….”“괜찮다. 그 분들이 뭐 부족한 분들은 아니니 성의를 보이는 게 중요하지.”서경주가 웃었다.서경주의 본가도 서명산 근처에 있었다. 차를 타고 가는 동안 두 사람은 아무 말이 없었다. 본가에 거의 다 왔을 무려 하늘에서 ‘투투투투’하는 헬리콥터 소리가 들렸다. 여름이 창문을 열고 내다봤다. 서경주는 마침내 딸과 이야기할 거리를 찾았다.“서울에 돈 좀 있는 사람들은 헬기를 가지고 있단다. 쿠베라의 헬기겠지”“송영식의 그 쿠베라요?”여름의 입에서 송영식의 이름이 튀어나왔다. 그 남자에게는 호감을 가지지 않았다. 하준이 그런 자와 친구라니 유유상종이겠거니 싶었다.“송영식 대표도 아는구나.”서경주가 웃었다. “송영식 대표와 최 회장은 절친이지. 두 사람이 색깔만 다른 똑같은 브랜드의 헬기도 샀어. 최 회장은 눈에 띄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자주 타지는 않더라. 그런데 며칠 전 밤 12시에 갑자기 헬기를 타고 나가서 다들 그 집에 무슨 큰일이 생겼구나 했지.여름이 움찔했다. 갑자기 지난번에 유람선에서 취했던 생각이 났다. 그때 무슨 비행기 같은 것을 탄 것 같았는데 그때는 꿈인가 보다 했던 것이다.“그게 언제예요?”“그게, 잘 모르겠구나. 아마도 화요일이나 수요일 쯤일 게다.”서경주가 의아해했다.“왜 그러니?”“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냥 궁금해서요.”여름은 좀 멍해졌다. 수요일이라면 일이 벌어졌던 바로 그 날이었다.하준이 헬기를 타고 오다니, 뭣 때문에 그렇게 다급했겠는가, 자신을 보고 싶어 왔다면 우스운 소리겠고, 아니면, 걱정이 돼서?그런 생각이 스치고 지나가자 깜짝 놀라고 말았다.‘그럴 리가, 그 남자가 뭐 그렇게 마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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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3화

할아버지 서신일은 만족스러운듯 고개를 끄덕였다.“그게 맞지. 최 회장은 명문가에서 아내를 골라야 할 텐데, 우리 집안이 돈이 부족한 집안도 아니고 보석이 부족하지도 않지. 어디 없는 집 자식처럼 그러면 못 쓴다.”“그러니까 말이에요. 누구처럼 보석에 입이 헤벌레 해가지고 있는 사람하고는 차원이 다르지.”고모가 여름을 흘겨보며 비웃었다.다들 조용히 웃었다. 서경주가 불쾌한 기색을 띠고는 막 한 소리 할 참이었다.여름이 웃었다.“그러게요. 그런데 저는 정말 너무 좋아서요. 비싼 보석을 받아서 그렇다기 보다는 할머니께서 저에게 주신 것이라 너무 기쁘네요.”여름이 잠깐 말을 멈추더니 눈물이 그렁그렁 해지더니 눈시울을 붉혔다.“오는 길에 내내 엄청 두근거렸어요. 저는 유인이랑 달라서 어려서부터 할머니 할아버지랑 같이 살았던 게 아니잖아요. 유인이는 성격도 애교스럽던데 저는 그런 것도 잘 할 줄 모르고, 어려서부터 외삼촌 손에 자라서 식구들하고 잘 지낼 줄도 몰라요. 그래서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저를 안 좋아하실까 봐 걱정했는데, 할머니께서 이렇게 선물까지 준비해 주시다니 그래도 마음 한 자락에 제 자리가 있구나 싶어서요.”그렇게 말하면서 감동했다는 듯 할머니를 쳐다보았다.할머니는 아들에게 딸이 하나 더 생겼다는 소리를 듣고 기쁘긴 했지만, 그 말을 듣고 나니 갑자기 이 손녀에게 더 애틋한 마음이 들었다. 사실 대충 고른 악세사리였는데 손녀애가 그렇게 감동을 하니 약간 미안한 마음이 들 지경이었다.그래서 가만히 있으면 안 되겠다 싶어서 얼른 손짓을 했다.“이리 와서 할머니 옆에 앉으렴. 다 우리 집 손녀들인데, 네가 고생이 많았다. 외삼촌이랑 외숙모가 잘 안 해줬니?”“전에는 그래도 잘 해주셨는데 친딸이 돌아오고 나서는 냉담해 지셨어요. 오래된 집에 갇혀서 밥도 제대로 못 먹은 적도 있어요.”여름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했다.“TH도 그렇게 처지는 집안이 아니던데 설마?”여름의 손을 꼭 잡은 할머니를 보고는 눈꼴이 시어 유인의 입에서 그런 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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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4화

맞은 편에 앉아있던 서경재가 웃었다.“유인이는 최 회장이랑 언제 약혼하니?”서유인이 다들 부러워 하느 시선으로 쳐다보는 것을 느끼고 부끄러워 하며 대꾸했다.“할머니께서 올해나 내년에 하라고 하세요. 약혼 말고 그냥 바로 결혼하라고 하시더라고요.”“정말 마음이 급하신가 봐.”고모가 웃었다.“곧 우리 유인이가 FTT사모님 되겠네?”할아버지가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최 회장 잘 잡아야지. 이제 우린 너만 믿는다.”유인이 기뻐했다.“실망시키지 않을게요, 할아버지.”다들 서유인을 선망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데도 여름은 그다지 불편한 기분도 없었다. 그저 담담하게 맞은 편에 앉은 서경재를 흘끗 보았을 뿐이다. 아버지의 둘째 형이라는 서경재는 휠체어에 앉아서 음침한 느낌을 주었다.“아 참, 여보. 지난 번에 우리 동생에게 강변 개발건 주기로 했잖아요. 왜 갑자기 당신네 회사 사람들한테 들으니 화신에 주기로 했다는 것 같던데?”위자영이 갑자기 생각났다는 듯 물었다.여름의 젓가락이 움찔했다. 서경주가 이마를 찌푸렸다.“화신은 여름이 회사잖아. 처남은 서울에서 개발 경력도 꽤 되고 돈도 꽤 벌었잖나? 이번에는 여름이에게 양보 좀 해. 얘도 슬슬 서울에서 자리 좀 잡아야지.”“무슨 소리에요? 지난 번 개발건 손해 막심해서 강변 쪽 개발 프로젝트만 보고 있던데.”위자영이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이미 기획서도 다 준비했던데. 여보, 일단 지웅이네를 좀 도와줘요. 우리가 여름이한테 다른 데 개발 프로젝트 하나 찾아주는 것쯤은 일도 아니잖아요.”고모도 고개를 끄덕였다.“먼저 지웅이네 웅산을 도와 줘. 여름이는 아직 젊은데 아랫사람들 다루기가 쉽지도 않고 결국 이도저도 안 돼서 실패나 하지.”서경재도 거들었다.“경주가 영 안 내켜 하거든 내일 유인이가 최 회장 한 번 찾아가 봐라. 최 회장한테는 간단한 일일 걸.”할아버지가 바로 말을 끊었다.“됐다. 그 프로젝트는 웅산에 넘겨.”여름은 고개를 떨구었다. 눈에 자조적인 웃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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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5화

유인의 얼굴이 긴장으로 굳어지더니 작은 소리로 답했다.“엄마, 하준 씨 성격 이상하고, 나 사실 그 사람 잘 알지도….”“그래도 가! 최 회장한테 안 먹힐 것 같으면 그 댁 할머님이라도 찾아가. 이제는 우리 집안이 어떤 집인지 보여줄 때가 되었어.”위자영이 말했다.서유인의 눈이 빛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승마장.잘 빠진 말이 초원에서 자유롭게 뛰어 놀고 있었다. 말에 타서 채찍을 휘두르며 검은 기수복을 입은 사람의 모습은 귀족적으로 보였다. 온 몸으로 남성적인 매력을 뿜어내고 있었다. 곧 말이 멈춰 섰다. 하준이 말 등에서 뛰어 내려 목의 단추를 몇 개 풀었다.회사 임원진이 곧 몰려왔다.“회장님, 승마 시술이 일취월장 하십니다.”“피버를 이렇게 타실 수 있다니 정말 대단하십니다.”“......”하준은 아무 표정이 없이 싸늘하게 모두를 돌아봤다.“아부들 떨 거면 빨리들 떨고 가시죠.”임원 하나가 간신히 입을 뗐다.“언제쯤 회사로 돌아오십니까? 자리를 비우신 지 4개월이 지났습니다. 회사 이윤은 계속 추락하고, 부회장님은 저희말은 듣지도 않고 혼자 하고 싶은 대로만 하십니다. 제발 회사로 돌아와 주십시오.”“저희는 회장님이 필요합니다.”“돌아오십시오.”하준은 상혁이 내민 물을 받더니 꿀꺽꿀꺽 마사고는 냉담한 눈으로 말했다.“됐어. 다들 가봐요. 다음주에 돌아가지.”“정말 잘 됐습니다. 어서 돌아오십시오. 저희는 그만 가보겠습니다.”임원진은 신이 나서 하나씩 돌아갔다.그 모습을 보고 상혁이 가볍게 웃었다.“4개월 떠나 계시는 동안 최양하 부회장이 전혀 중역의 마음을 사지 못했군요.”“최양하는 제 아버지를 닮았지. 놈의 깜냥이 어느 정도인지는 내가 잘 알아. 다만 우리 어머니는, 날 마음에 안 들어 하시겠지만.”하준이 가볍게 말했다.상혁은 아무 말이 없었지만 속으로는 너무 하준에게 불공평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하준 씨.”갑자기 뒤에서 누군가가 불렀다.하준은 이마를 찌푸리고 돌아섰다. 하얀 스웨터를 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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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6화

경박하기 짝이 없군.하준은 채찍을 휘두르더니 가버렸다.유인은 훤칠한 뒷모습을 넋을 잃고 쳐다봤다. ‘정말 너무 멋있어. 저런 남자를 보고 나니 다른 사람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니까.꼭 저 남자와 결혼하고 말 거야.’******사무실.오봉규 사장이 의기소침해서 여름에게 보고했다.“강변 개발 건은 웅산에 가기로 결정되었답니다.”여름이 깜짝 놀랐다.“어제는 절차만 밝으면 된다고 하지 않으셨나요?”“최 하준 회장 쪽에서 이야기가 들어왔답니다. 웅산은 위 씨네 가문 기업인데 그쪽에서 최 회장 쪽에 줄을 댔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오봉규가 괴로운 얼굴을 했다.“저희도 이번 프로젝트를 따려고 자금도 꽤 썼는데 아무래도 허탕친 것 같습니다.”여름은 한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웅산이 어떻게 최하준에게 줄을 댔는지는 잘 알고 있었다.그러나 하준이 정말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웅산을 도와주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최소한 옛정은 생각해주지 않을까 했는데….아니지, 그 인간이랑 나 사이에 무슨 정이 있겠어?’“다른 지역을 알아볼 수 있겠습니까?”여름이 물었다.“지금은 다들 강변 쪽만 바라보고 있는 데다 다른 지역은 너무 지가가 높아서 프로젝트를 따내도 이득이 없습니다.”오봉규가 답답한 듯 말했다.“그냥 서울을 포기하시죠. 우리는 외지인이라서 서울을 뚫기가 너무 힘듭니다.”“도저히 안 되면 방식을 바꿔야죠. 화신도 다양한 분야의 사업을 하고 있잖아요. 의료, 금융, 여행, 서울은 국제적인 통로를 가지고 있으니 어디에든 돈을 벌 기회는 널려있어요.”여름이 가볍게 말했다.“계란은 한 바구니에 담지 않는 거예요. 다원화해야 도태되지 않아요.”오봉규가 활기차게 말했다.“맞습니다. 제가 바로 팀을 꾸려서 논의해 보겠습니다.”여름은 이날 종일 회사에서 회의에 참석했다.그러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다는 일이 쉽지는 않았다.밤 10시,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갔다. 유인이 느른하게 소파에 늘어져서 팩을 하고 있었다. 눈에 비웃음을 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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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7화

강여름은 시선도 주지 않고 그대로 부엌 다용도 실로 갔다. 한참을 찾아도 청소도구가 보이지 않자 베란다로 나갔다.소파에 가만히 앉아 있던 하준의 얼굴이 점점 더 싸늘해졌다.‘어떻게 된 거야?보자마자 웅산에 프로젝트를 준 것 때문에 욕부터 하고 매달릴 줄 알았는데?’하준이 상상했던 것과 다르게 상황이 흘러가자 하준은 일어서서 여름에게 다가갔다.여름이 마침내 베란다에서 빗자루를 찾았다. 뒤를 돌다가 그만 단단한 하준의 가슴에 코를 세게 부딪히고 말았다.“뭐 하시는 거죠?”“그건 내가 물어야 할 말인 것 같습니다만.”하준은 아무래도 여름에게 중독된 것 같았다. 안 보면 짜증이 나고 얼굴을 보면 더 짜증이 났다.“와서 청소하라면서요? 늦었으니까 빨리 끝내고 가서 자려고요. 좀 비켜주시겠어요?”여름이 그를 비켜 가며 진지하게 거실 청소를 시작했다.하준은 진지하게 청소하는 여름의 뒷모습을 보고 있었다. 당장 가서 그 빗자루를 뺏어버리고 싶었다.‘이 바보는 내가 진짜로 청소를 시키려고 부른 줄 아나?’“강여름 씨, 할 말 없습니까?”개발건에 관해서 여름이 부탁하고 잘 보이려고 살랑거리고 자신을 만족시켜 주려고 한다면 얼마든지 유인에 대한 약속쯤은 철회할 수 있었다.여름은 흠칫하더니 어깨를 으쓱했다.“없는데요.”하준이 음험하게 여름을 한동안 쳐다보더니 차갑게 명령했다. “가서 욕조 닦고 물 좀 받아주십시오. 씻어야겠습니다.”“......”여름은 그대로 빗자루를 놓고 2층으로 올라갔다. 욕조는 2미터가 넘는 큰 사이즈로 바닥을 파서 조성해 놓은 것이었다.수세미를 들고 바닥으로 내려가 닦는 수 밖에 없었다.하준이 들어왔을 때 여름은 바닥에 엎드려서 꽤나 유혹적인 포즈를 하고 있었다. 옷이 허리까지 말려 올라가서 군살 하나 없는 가는 허리가 보였다. 매끄럽고 윤기나는 피부가 드러나 보였다. 하준의 눈이 어두워지면서 막 욕조로 들어가려고 할 때 여름의 핸드폰이 울렸다.여름은 하준이 뒤에 있는 줄 모른 채 핸드폰을 들어서 보았다. ‘양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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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8화

여름은 하준이 무슨 짓을 할지 몰라서 숨을 죽이고 양유진에게 대답했다.“샤워하느라고 못 들었어요.”“오늘은 종일 전화도 안 하고, 보고 싶었어요.”양유진이 다정하게 말했다.“보고 싶었어요?”욕실 분위기가 갑자기 얼어붙었다. 여름의 눈이 확 커졌다. 하준이 갑자기 귀를 살짝 깨물었던 것이다.하준의 망할 얼굴을 홱 돌아봤다. 사악하게 입꼬리 한 쪽을 올리며 웃더니 두 손으로 여름을 품에 안았다. 그러더니 거리낌없이 얼굴을 여름의 목에 파묻고 입을 맞췄다.양유진은 저쪽에서 계속 물었다.“왜 대답이 없어요? 안 보고 싶었어요?”“저, 저기 제가 며칠 너무 바빴어요.”여름이 애써 참으며 대답했다.“그 개발지는 손에 못 넣었나요?”“안 됐어요.”여름이 입술을 깨물었다. 망할 놈의 하준이 이번에는 앞으로 돌아와서는 여름의 입술에 키스했다.여름은 피하려고 하고 하준은 집요하게 쫓았다.양유진이 안타깝다는 듯 말했다.“내가 거기 없어서 도움이 될 수 없어 아쉽군요.”여름은 하준 때문에 입이 막혀서 대답을 할 수 없었다. 양유진이 계속 말했다.“곧 서울로 갈 테니까 함께 해요.여름 씨? 왜 아무 말이 없어요?”여름은 키스에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할 수 없이 ‘응’하고 작게 소리 낼 수밖에 없었다. 결국 급히 하준을 밀어내고 핸드폰을 뺏어들었다.“제가 일이 좀 있어서 이만 끊을게요.”얼른 전화를 끊고는 힘껏 하준을 밀쳤다. 수치스러워서 분노가 치밀었다.“너무 하시네요.”“너무해?”하준이 싸늘하게 웃었다.“전에 내가 전화했을 때고 양유진과 이러고 있었던 거 아닙니까?”“무슨 소리예요? 정말 상대 못하겠네. 물 받아놨으니 이제 씻으시죠.”여름은 하준을 밀치고 갔다. 이대로 있다가는 도저히 견딜 수가 없을 것 같았다.“갈아입을 옷 가져다 주십시오.”하준이 뒤에서 싸늘하게 명령했다.“안 갖다 줘요.”말이 끝나기도 전에 하준은 이미 셔츠를 벗고 탄탄한 몸을 드러냈다.고개를 돌려 매혹적인 눈으로 여름을 흘끗 보았다.“안 가져다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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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9화

“이 거짓말쟁이. 당신이 먼저 뛰어들었잖아!”이렇게 말하면서 하준이 여름에게 거칠게 키스했다.여름은 최하준을 밀쳐내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으로 하고 싶었다.더는 이래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래서는 양유진을 볼 면목이 없었다.하준을 세게 깨물어버렸다. 얼마나 세게 물었던지 피가 흘렀다. 하준은 신음을 흘렸다.여름은 그 틈에 그를 밀치고 무기력한 얼굴로 말했다.“최하준 씨, 계속 이러면 욕조에 머리 박고 죽어버리겠어요!”“해보시지!”하준은 일말의 동정심도 없이 말했다.“내일 서경주 회장님께 전화해야겠군요. 당신 딸이 날 유혹했는데 거절했더니 수치심에 자살했다고.”“……”여름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뭐 이런 인간이 다 있어! 정말이지 이 인간하고 엮이고 싶지 않아. 왜 날 이렇게 꽉 잡고 놔주질 않아!’너무 화가 나서 눈물이 울컥 솟아 올랐다.“짜증 나! 너무 싫어!”소리를 지르면서 미친듯 하준의 어깨를 밀쳤다.하준은 눈을 내리깔고 품 안의 여자가 화내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자기가 지금 남자친구에게 짜증부리는 여자 같다는 생각은 못 하겠지.’“됐습니다, 그만!”******10분 쯤 뒤 여름은 욕실에서 터덜터덜 걸어 나왔다.하준은 여름이 나가는 뒷모습을 보며 만족스러운 듯 입꼬리를 올렸다.잠시 후에 가운 끈을 조이며 나오다가 여름이 건조기 앞에 서 있는 모습을 보았다. 젖은 옷을 건조기에 넣고 말리는 중이었다. 여름은 하의는 너무 커서 못 입고 하준의 셔츠만 걸치고 있었다.하준의 목젖이 꿈틀했다.“내 옷도 가져가 빠십시오.”하준이 뒤에서 명령하듯 말했다.다시 목소리가 들려오자 여름의 얼굴이 빨개졌다. 최대한 진정하고 침착하게 대응하려고 했지만 아무래도 정상적으로 하준을 대하기는 힘들었다.“그게 얼굴 빨개질 일입니까?”하준이 여름의 새빨개진 귀를 보고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말투로 입을 열었다.“양유진하고는 더한 것도 했을 거 아닙니까?”“……”여름의 빨갰던 얼굴이 정상을 회복했다. ‘항상 저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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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화

잠시 뭔가를 생각하더니 핸드폰을 들고 상혁에게 톡을 보냈다. - 강변 개발건은 웅산에 힘써줄 필요 없어. 화신에 넘겨.자고 있던 상혁은 어리둥절했다.‘우리 회장님 또 마음 바뀌셨네. 피곤하다….’******옷을 빨고 나오다가 여름은 소파에서 금테 안경을 쓰고 테이블에 산더미처럼 쌓인 서류를 들여다 보는 하준을 보았다. 원래도 이렇게 일하는 모습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했지만, 잠옷을 입고 반쯤 말린 머리를 하고 앉아있는 모습을 보니 더 빠져들 것 같았다.‘1시가 다 되었는데도 저렇게 일을 하다니 너무 열심히 하는 거 아닌가. 괜히 FTT를 장악할 수 있는 게 아니구나.’하준이 일을 하고 있으니 여름도 게으름을 부리고 있을 수 없었다. 걸레를 들고 바닥을 닦았다.허리가 아파질 때쯤 차가운 하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가서 침대 좀 데워 놓으십시오.”‘뭐라고?’여름이 멍하니 하준을 쳐다봤다. “아직 날이 추워서 이불에 들어가면 차갑더군요. 얼른 가요.”하준이 대놓고 명령을 했다.“난 그런 일은 안 해요.”여름으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었다.“그리고 내가 더럽다고 싫어하지 않았어요?”하준이 아무 표정 없이 일어나더니 서랍에서 작은 병을 꺼내 여름에게 칙칙 뿌렸다.“……”섬유 살균 탈취제 냄새였다. 여름의 얼굴이 순식간에 일그러졌다.“소독했으니 가보십시오. 거부는 허락하지 않겠습니다.”그러더니 하준은 다시 일을 하러 가버렸다.여름은 결국 의미 없는 반항 따위는 포기하고 그냥 침실로 갔다.하준의 매트리스와 이불은 너무나 포근하고 여름은 피곤했다. 눕자마자 1분도 안 돼서 잠이 들어버렸다.하준이 손에 든 서류를 내려놓으면서 보니 새벽 3시였다.안경을 벗고 2층으로 올라가니 침대에는 자그마한 여자가 한창 달콤한 꿈을 꾸고 있었다. 예전으로 돌아간 것 같았다.침대로 들어가니 이불 속은 보드랍고 따뜻했다. 익숙한 남자의 냄새에 여름은 익숙한 듯 돌아 누으며 하준의 품으로 파고들었다.여름을 보는 하준의 시선이 복잡하면서도 따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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