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이혼하려고 결혼했습니다: Bab 161 - Bab 170

1699 Bab

161화

“손아귀?”최하준의 얼굴이 어두워졌다.“아이고, 말이 헛 나왔네.”이지훈이 자신의 입을 때렸다.“어쨌든 화신그룹이 감히 널 건드리다니. 적절한 해명이 없으면 너네 어르신이 그쪽을 가만 두지 않으시겠다.”이지훈이 말했다.“불과 십 수년 만에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해서 화신그룹이 이렇게 순조롭게 운영 되는 데는 그 뒤에 뭔가 믿을만한 구석이 있기 때문이지 않겠어.”김상혁이 덧붙였다.“서울 쪽에서 누가 힘쓰는 거라고 알고 있습니다.”최하준의 입술이 굳어졌다.“그래, 이지훈이 말에 동의해. 한 번 알아봐. 오늘 이 일이 우연인지 조작인지.”강여름은 순간 머리가 멍해졌다.“우연이겠죠. 저는 화신그룹에 밉보인 게 없어요. TH그룹이랑 가은이나 시아가 아니고서는 저한테 그럴만한 사람이 없는데…”“……”“밉보인 사람들이 아주 많지는 않네요.”이지훈이 놀리듯 입을 삐죽 내밀었다.치열한 전쟁터 한 가운데 있는 최하준에 비하면 강여름 정도야 뭐…여름은 부끄러웠다.최하준이 여름을 힐끗 쳐다보더니 거들먹거렸다.“무조건 내 옆에만 딱 붙어 있어요. 다른 사람들 다 뭐라 해도 내가 다 막아줄 테니까.”최하준이 하는 말이 과장인 걸 알지만 그래도 내심 감동했다.여름은 최하준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얼굴을 붉히고 무슨 말로 대꾸해야 할지 몰라 그냥 그러고만 있었다.옆에서 지켜보던 이지훈과 김상혁은 할 말을 잃었다.여친 없는 사람들은 서러워서 살겠나.“컥, 우리는 그만 가자. 도저히 못 봐주겠다.”“제수씨 구하다가 이렇게 다쳤으니까 옆에서 잘 좀 돌봐주세요. 아시겠죠?”“네네, 그럴게요.”여름이 고개를 끄덕였다.김상혁과 이지훈이 나가자 갑자기 후회가 밀려왔다. 혼자서 최하준을 돌보다니 여러 가지 불편한 점이 있을 터였다그러나 뱉은 말을 주워 담을 수도 없었다.다행히 VIP병실은 모든 것이 거의 완벽하게 구비되어 있어서 취사도 가능하고 아파트와 별반 차이가 없었다.“배 고파요? 나가서 뭐 좀 사올게요.”“많이 고파요. 돼지불고기 먹고 싶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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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화

최하준이 얼굴을 찌푸렸다. “그 쪽이 아니면 여름 씨 끌고 들어간 녀석은? 그 놈은 전혀 다치질 않았어.”“그 사람 진술로는 강여름 씨랑 현장실측 하려고 간 것뿐이랍니다. 가면서 너무 대화에 몰입해서 안전모 씌워주는 걸 깜박했다고 합니다.”“몰입?”최하준이 갑자기 ‘픽’하고 차가운 웃음을 지었다.김상혁은 등줄기에서 주르륵 식은땀이 흘렀다. 저 놈의 질투심 때문에 또 미친듯이 노발대발하는 건 아닌지 지레 겁부터 났다.“영업하는 사람들은 다 그 모양이라니까. 하여간 아무나 붙들고 떠들기 바빠서.어쨌거나 이번 일에 대가는 혹독하게 치르게 될 거야.”최하준이 담담하게 말했다.“일단 소장 보내. 화신 측 배상이 흡족하지 않을 경우 내가 가만히 있지 않을 거라고.”“네.”이때 여름이 요리를 가지고 나왔다. 김상혁을 보더니 멈칫했다.“어떡해요. 오실 줄 모르고 2인분만 만들었어요.”“괜찮습니다. 저녁도 먹었고, 지금 막 가려던 참입니다.”테이블 위에 차려진 음식을 보고 김상혁이 놀랐다. 최하준이 입원해서 이렇게 소박하게 먹는 걸 본 적이 없다. 보통은 십여 가지 반찬을 준비해야 했었다.음식도 음식이지만 그걸 보고도 화를 내지 않는 최하준을 보니 더욱 놀라웠다.여름은 요리들을 테이블에 올려 놓고 최하준의 왼손을 한 번 봤다. 아직 왼손은 쓸만한 듯 했다.“내가 먹여줘요, 아니면 혼자 먹을래요?”“당연히 먹여줘야죠. 왼손으로 어떻게 밥을 먹습니까?”최하준이 어린아이처럼 뾰로통해졌다.‘아니, 왼손을 더 잘 쓰시잖아요?’김상혁의 입가가 씰룩거렸다.“아직 안 갔어?”최하준이 아래 위로 눈을 부라리며 김상혁을 노려보았다.“네, 갑니다.”김상혁이 쌩하니 사라졌다.“상혁 씨한테 왜 그러세요? 좋은 사람인데.”여름이 불쌍하다는 말투로 편을 들었다.“좋다고?”최하준의 눈에 어두운 기색이 스치고 지나갔다.“나보다 더 좋습니까?”여름이 흠칫하더니, 갑자기 눈빛이 이상하게 빛났다.“쭌, 지금 질투하는 거 맞죠?”“……”질투?최하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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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3화

여름은 눈앞이 캄캄해졌다.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라 최하준 앞으로 다가갔다. 작은 손이 이불 밑에서 꼼지락거렸다. 볼 수가 없으니 더듬기만 할 뿐 계속 실패했다.“언제까지 이러고 있을 겁니까?”최하준도 얼굴이 붉어져서 여름을 노려보았다.여름은 하는 수 없이 머리를 이불 속으로 들이 밀었다.바로 이때, 의사 선생님이 병실로 들어왔다.“최하준 님, 좀 어떠신가요?”눈 앞에 벌어진 광경을 보고 잠시 멈칫하더니 의사 선생님 얼굴도 붉게 달아올랐다.“아이고, 죄송합니다. 제가 타이밍을 잘 못 맞춰 들어왔나 봅니다. 아, 저… 지금 나갑니다!”여름이 잽싸게 얼굴을 빼냈다. ‘망했다! 선생님, 뭔가 오해하신 것 같은데요!’“그런 게 아니에요. 선생님! 저는 그냥…”“충분히 이해합니다. 저는 아무것도 못 봤어요. 나중에 다시 오겠습니다. 계속 하세요.”의사가 얼굴이 벌게져서 시선을 피하며 나갔다입구까지 가더니 조심스럽게 고개를 돌렸다.“두 분이 혈기가 넘치는 건 알겠습니다만, 환자 분은 절대 안정이 필요합니다. 수술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으셨어요.”“그게 아니라…”여름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의사는 급히 나가버렸다.여름은 울기 직전이었다. 정말 미치고 팔짝 뛸 지경이다.화가 나서 이 사태를 만든 장본인을 힘껏 노려보았다. “다 당신 때문이에요.”“나 때문이라고?”최하준이 통증으로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그렇군요, 내가 괜히 사람 구한다고 나서서 이렇게 되었네. 지금쯤 영안실에 누워있든 말든 그냥 둘 걸. 뭘 한다고 나서서 화장실 가는 것도 도움 받는 지경이 되었는지…”“됐어요. 그만 해요.”여름이 몸서리쳤다.“당신 때문 아니에요. 날 구해준 은인인 걸요.”“이제야 알아듣는 것 같군요.”그러더니 말했다.“이제 치워주십시오.”여름은 가까스로 숨을 돌렸다. 입이 바싹 말라 목을 축이려고 물 한잔을 따랐을 때 최하준이 또 불렀다.“내 몸을 좀 닦아줄 수 있습니까?”“……”물잔을 들고 쏟을 뻔했다. 뒤돌아 최하준을 바라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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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화

“의사를 불러 뭐하게요? 그렇다고 통증이 없어지지도 않을 텐데요.”최하준이 눈을 감았다. 통증 때문에 속눈썹이 움찔거리며 떨렸고 급기야 꽉 다문 입술로 낮은 신음을 내뱉었다. 창백한 얼굴로 애써 통증을 참는 최하준의 모습에 여름은 안타까운 마음으로 그의 손을 꽉 잡았다.“내, 내가 어떻게 해줄까요?”“뭐든 할 수 있어요?”최하준의 두 눈이 더 깊어졌다.“네.”여름이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럼….”최하준이 눈에 힘을 주고 열심히 고민하는 척 하다가 가볍게 툭 내뱉었다.“그럼 나한테 키스해줘요. 다른데 집중하면 통증을 잊어버릴 거 같은데.”“……”여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그런가?’그렇게 약한 모습을 보지 않았다면 다분히 불순한 의도가 있다고 의심했을 것이다.“안 되면 할 수 없고.”최하준이 고개를 돌렸다. 계속 아파서 끙끙거렸다.“아니, 아니. 할게요.”이 사람은 내 생명의 은인이야.여름은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그의 얼굴을 잡고 천천히 얼굴을 숙여 최하준의 부드러운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병원 약 때문인지 그의 입술에선 약 냄새가 느껴졌지만 그것도 잠시, 감미로움에 묻혀버렸다.이렇게 키스를 리드하는 건 처음이라 얼굴이 발갛게 달아올랐다. 전등이 꺼져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가.최하준의 몸도 바로 반응했다. 심장이 요동 치기 시작했다.뜨거운 입술에 제대로 응답하기도 전에 여름이 갑자기 입술을 떼었다. 그러더니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겨우 물었다.“이러면 돼요?”“조금 효과가 있네요. 근데 당신이 떨어지니까 다시 통증이….”최하준의 목소리에 힘이 없었다.“그렇지만 키스를 너무 오래하다 혹시나 눌려서 아프게 할까 봐 걱정이 돼요.”여름이 조심스럽게 말했다.“이쪽으로 와요.”최하준이 자신의 왼쪽 빈자리를 턱으로 가리켰다.여름이 주저하며 빈 자리에 걸터 앉았다가 그 옆에 누웠다. 그리고 다시 키스를 시작했다.처음에는 수줍게 입을 맞추던 여름은 최하준이 키스를 돌려주기 시작하자 어느새 그에게 점점 밀착했다. 오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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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화

방금 다녀갔던 의사들의 표정이 왜 그렇게 이상야릇했는지 이제야 알 것 같았다.잠시 후 여름은 세수물을 들고 울분을 토하며 욕실에서 걸어나왔다.“모두 당신 때문이에요! 이거 봐요. 내 입술을 이 모양으로 만들어 놓다니. 이제 사람들 얼굴을 어떻게 봐요!”여름의 얼굴을 보고 최하준은 속으로 무척 흡족했다. 하지만 겉으로는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아픈 기색을 잔뜩 드러냈다.“미안합니다. 이렇게 될 줄 미처 몰랐네요. 어젯밤에 너무 아파서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오늘 밤에는 혼자 꾹꾹 참아볼게요. 강여름 씨 귀찮게 하지 않겠습니다.”미남자가 약한 모습으로 꼬리를 내리자 여름은 자신이 한 말을 곧바로 후회했다.그래, 사람이 아프다는데. 어쩔 수 없지.오전 아홉 시쯤, 김상혁과 이지훈이 방문했다. 여름이 마스크를 한 모습을 보더니 얼떨떨한 표정으로 물었다.“아니, 여름 씨. 웬 마스크 입니까?”“병원에는 환자들이 많으니까 마스크를 하는 것이 감염 예방에 좋을 것 같아서요.”여름이 진지하게 말했다.“요즘 바이러스성 감기가 유행이라더군요.”“아, 그럼 저도 하나 주세요. 저도 예방차원에서 써야겠군요.”이지훈이 황급히 마스크로 입을 가렸다.침대에 있는 최하준은 그저 속으로 웃기만 했다.******화신그룹 사무실.고소장이 날아오자 강태환은 여경을 호출했다. 다짜고짜 한바탕 욕을 퍼부었다.“일을 대체 어떻게 하는 거야?! 내가 겨우겨우 그 늙은 노인네들한테서 분양 건을 빼앗아 네 손에 쥐어주었더니 이렇게 일을 그르쳐? 우리 집안을 다시 일으켜 세우려고 내가 얼마나 고군분투 하는 줄 알긴 아는 거냐? 부임 하자마자 대형 사고나 치고! 연말에 이사장 자리를 놓고 또 경쟁해야 하는데 이번 사고가 내 발목을 잡지나 않을까 걱정이 태산이다.”“죄송해요. 강여름이 하도 설쳐대길래 손 좀 봐주려고 했어요.”강여경이 고개를 푹 수그리고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변명했다.“최하준이 뛰어들어와 여름이를 구해줄 줄은 정말 몰랐어요.”“그놈의 최하준!”강태환이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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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6화

“정말 죄송합니다. 저희 공사인부가 큰 실수를 했습니다. 여기 피해 보상액을 가지고 왔습니다.”여름은 눈을 의심했다. 손에는 오천만 원이 놓여 있었다. 여름은 눈을 깜박깜박하며 최하준의 손에 있는 20억 짜리 수표를 번갈아 보았다.나와 이 사람 사이에 이렇게 큰 차이가 있는 거였군.비록 상해를 당하진 않았지만 정신적으로 큰 피해를 입은 건 여름도 마찬가지였다. 게다가 생사의 갈림길에서 겨우 살아났는데 말이다. ‘하… 차이가 나도 너무 나는구나.’최하준은 손에 있던 수표를 침대 옆 테이블에 보란 듯이 툭 던졌다.“네, 이제 가셔도 됩니다.”“……”“괜찮으시다면, 명함을 교환하고 싶은데요.”부사장 입장에선 이렇게 어마어마한 변호사를 만날 기회를 놓치기 싫은 모양이었다.“제가 좀 피곤합니다. 배웅해 드리세요.”최하준이 지친 듯이 눈을 감았다.부사장은 이런 취급을 받아본 일이 거의 없는 사람이라 무척이나 분했지만 굳은 얼굴로 밖으로 나갈 수 밖에 없었다.여름은 난처해 하며 부사장을 문 앞까지 배웅했다.“이렇게 오셨는데 어쩌죠. 최하준 변호사님은 상처가 깊어서 며칠 간 무척 힘들어했습니다. 저, 잠시 화신그룹 인테리어에 관해서 여쭤보고 싶은데요.”“그건 제 업무가 아닙니다. 해당 부서와 연결해 보시지요.”부사장은 귀찮은 듯 짧은 대답을 마치고 가버렸다. 일개 디자이너와는 말도 섞을 필요가 없다는 투로.‘일만 아니면 당신 같은 사람한테 이런 취급을 안 받아도 되거든.’화신그룹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었는데 여기도 별반 다를 게 없었다.병실로 돌아왔더니 최하준이 눈살을 찌푸리며 버럭했다.“강여름 씨, 도대체 생각이 있는 겁니까? 화신그룹 인테리어를 정말 하려고요?”“인테리어 건은 이대로 진행하고 싶어요. 일이 잘 성사되면 회사에서 큰 금액을 지급해 준다고 했어요. 공사 후에는 더 벌 수도 있고요.”여름은 수표를 슬쩍 곁눈질했다.“5억이 하준 씨에게는 별거 아닐 수 있지만 저같이 보통사람들한테는 평생 벌어도 못 모을 돈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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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7화

“그래요. 당신을 알게 되어 얼마나 다행인지. 최하준 씨는 내 행운의 네 잎 클로버~, 나의 구세주~.”여름은 입에서 나오는 데로 뱉었다. 아픈 환자와 다투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이 때, 양유진이 톡을 보냈다.-여름 씨가 일하는 현장에서 사고가 생겼다면서요. 괜찮으십니까? 잠깐 보고 싶은데 가능할까요? 많이 걱정되네요.여름은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양유진은 진심으로 자신에게 잘해주는 사람이다.다만 안타까운 것은, 한선우에게 복수할 필요가 없어져서 외삼촌에게 시집온 외숙모라는 타이틀이 더는 필요하지 않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여름이 답장을 보냈다.-신경써 주셔서 감사해요. 저는 아무 일도 없어요. 별장 인테리어도 이제는 지체 없이 진행될 겁니다.-별장 공사는 급하지 않아요. 여름 씨 건강부터 챙기세요.양유진이 섬세한 마무리 인사를 보냈다.“누구랑 얘기합니까?”최하준이 무덤덤하게 물었다.“윤서요.”여름이 급히 핸드폰을 내려놓고 태연하게 거짓말을 했다. “양유진이나 한선우 같은 인간들하고 톡하는 줄 알았습니다. 다시 한 번 경고하는데 그 사람들하고 연락하면 내가 가만있지 않습니다.”사뭇 엄격한 말투였다.“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세요.”여름은 놀라서 심장이 떨어지는 줄 알았다. ‘대박! 어떻게 알고….’“으으, 이리 와요. 상처 부위가 또 아픕니다.”최하준이 원망하는 눈빛으로 여름을 힐끗 보았다.“……”‘그래서 또 키스해 달라고?’‘아니, 이 인간은 무슨 변덕이야? 전에는 내가 조금만 건드려도 죽일 것처럼 그러더니.’******최하준은 일주일 동안 입원한 후 퇴원을 했다.여름은 그동안 계속 최하준과 같이 지냈다. 직장에 휴가까지 쓰면서.도하건축디자인에서도 할 말이 없었다. 근무 중에 큰 일을 당할 뻔했기 때문에 오히려 여름의 의중에 신경을 썼다.“화신그룹 프로젝트를 계속 맡을 거니? 네가 빠지면 디자이너를 바꾸려고.”“제가 해볼게요. 만약 안되면 그때 담당자를 바꾸세요.”여름은 프로젝트를 따내게 되면 얻어질 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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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8화

“아직 잘 모르시나본데, 강여름 씨의 목숨은 내가 결정합니다. 당신은 진작에 결정권이 없어진 거 모릅니까?’말로는 안 되겠다 싶었는지 최하준이 긴 다리로 성큼성큼 걸어와 다치지 않은 팔로 여름을 일으켜 세워 안았다.“쭌!”“싫다는 말은 안 듣는 걸로.”최하준이 눈살을 찌푸리며 경고했다.“그게 아니라, 내가 하려던 말은 날 놔주라는 말이었어요. 제 발로 걸어서 방에 갈 수 있어요. 이렇게 무거운데 한 팔로 안고 있으면 멀쩡한 한 쪽 팔도 남아나질 않겠어요.”여름이 포기한 듯 한숨을 쉬었다.꽤나 영리하게 눈치껏 행동하는 여름의 모습이 만족스러웠다. 최하준이 여름을 슬쩍 놔주었다. 여름은 얌전하게 그를 따라 침실로 들어갔다. 최하준이 잠들기를 기다렸다가 다시 서재로 돌아가 일을 할 작정이었다. 하지만 계획과 달리 여름은 베개에 머리를 대자마자 기절하듯이 잠에 빠져들었다.최하준이 이를 닦고 나와보니 침대 위에 여름이 세상 모르고 잠들어 있었다.깊은 잠에 빠졌는지 입가에 침이 흘러 베개를 적시고 있었다.쯧. 최하준이 입을 실룩거리더니 핸드폰을 꺼내어 몰래 이 모습을 찍었다.‘좋았어. 내일 보여줘야지. 흐흐. 창피해서 난리치겠지.’자신의 계략에 만족해하면서 조심스럽게 옆방 서재로 들어갔다.어쩌다 알아낸 노트북 비밀번호로 컴퓨터를 열어 방금 여름이 했던 작업을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그 안에 복잡하게 얽힌 디자인 원고를 자세히 보았다.최하준은 눈을 가늘게 뜨고 디자인들을 살펴보았다. 고작 하루하고도 반나절 동안 한 작업이 이렇게 많단 말인가.‘화신그룹 정말 너무한 거 아니야? 이틀만에 이걸 다 해내라고 했어?’*****아침 아홉 시.침대에서 번쩍 눈을 뜬 여름은 바로 시계를 보았다. 아홉 시 반?! 미치고 팔짝 뛰겠네.완벽한 지각이다.여름은 서재로 총알같이 튀어 들어갔다. 시간이 없다. 아직 남은 작업을 끝내려고 노트북을 열었다.클릭하고 프로그램이 열리길 기다렸다. 그러자 곧 여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어제까지만 해도 네 개가 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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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9화

“…….”최하준의 근사한 얼굴이 돌처럼 굳었다.“아참, 방금 무슨 말 하려고 그랬어요?”여름이 이제야 생각이 났는지 최하준에게 물었다.최하준은 이상한 소리로 헛기침을 했다.“침을 잘 못 삼켰는데 왜 죽지 않나 갑자기 궁금해져서.”여름은 어이가 없어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이렇게 못된 인간과 무슨 할 말이 있겠는가. 하지만 여전히 어젯밤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해서 죽을 지경이었다. 여기는 최하준의 집이고 이 사람은 분명히 잠을 잤다.“어젯밤에, 누군가 서재에 들어와서 내 컴퓨터를 열었어요. 제 디자인을 누군가 와서 완성해줬어요. 누가 그랬는지 아세요?”“아, 어제 내가 사람 하나 불렀습니다. 강여름 씨가 급사해서 밥 해줄 사람을 새로 구해야 할 상황이 되면 곤란하니까.”최하준은 우유를 한 모금 마시고는 지나가는 말투로 담담하게 말했다.“급해 보이길래 이번 한번만 불렀습니다. 다음 번에는 이런 일 없을 겁니다.”여름은 완전히 멍해졌다. 어젯밤 거의 12시가 다 되어서야 잠들었는데…‘그런데 그 밤에 다른 사람을 불러?고용주가 고작 밥 하는 사람에게 이렇게 잘해준다고?게다가 저번에는 공사현장에서 다치면서까지 나를 구해줬잖아. 하마터면 머리에 중상을 입고 죽을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는데 말이야.’여름의 심장이 격렬히 요동치기 시작했다. 방금 최하준이 기분 나쁘게 한 말도 다 용서가 되었다.어쩌면 겉으로는 저렇게 차갑지만 속은 뜨거운 반전 매력의 소유자? 한참 만에야 목소리를 가다듬었다.“정말 고마워요. 그 친구 실력이 좋던데 어디에서 일하는 사람이에요? 다음에 혹시라도 이런 일이 생길 때 같이 일하면 호흡이 잘 맞을 텐데.”‘픽’하는 가벼운 비웃음이 들렸다.“그럴 일 없어요. 이 정도 시시한 프로젝트에는 별 관심 없을 겁니다.”여름이 개의치 않고 말했다.“그럼, 그분께 식사라도 대접하고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은데요.”“그럴 필요 없습니다.”최하준이 딱 잘라 말했다.“식사는 나한테나 대접하세요.”“좋아요, 뭐. 출장 다녀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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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화

최하준의 통증을 가라앉히려고 요즘 거의 매일 밤 했던 입맞춤이 화근이라면 화근이었다.처음엔 낯설었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하지만 오늘은 몸이 먼저 최하준의 키스에 화답을 하고 있었다.심장이 전보다 더 요동을 치는 것 같다. 입 속으로 파고드는 달달한 키스의 농밀함이 점점 짙어졌다.지금까지 여름의 입맞춤은 최하준의 입술을 늘 애타게 했다. 그렇다면 오늘은 좀 더….“꼬르륵!”여름의 뱃속에서 갑자기 또 다른 본능이 소리를 내고 말았다.뻘쭘해진 여름은 슬며시 최하준의 품에서 빠져나와 주방으로 쪼르르 달렸다.그 뒷모습을 보며 최하준은 만족스럽게 웃었다.******아침 식사를 마치고 여름은 방 팀장에게 연락을 했다. 디자인 기획안은 완벽히 준비된 상태다.방 팀장이 중요한 이야기가 있으니 호텔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자고 제안했다. 마침 윗분도 동석할 수 있으니 함께 회의를 하면 좋겠다는 말과 함께.이런 접대는 전에도 자주 있었다. 이런 식, 정말 싫지만 거절할 수 없다.저녁 여덟 시. 여름은 룸을 노크하고 들어갔다. 내부는 고급스럽게 인테리어가 되어 있었는데 무척이나 호화롭고 넓었다.최고급 밍크 코트를 걸친 여경이 소파 가운데 앉아 있었고 그 옆에서 방 팀장이 조심스럽게 술을 따르고 있었다. 여름은 뭔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그대로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바로 그때, 문 앞에 서있던 건장한 남자 두 명이 달려들어 여름을 제압했다. 여름의 손에 들려있던 기획안이 와르르 바닥으로 쏟아졌다.“날 속였군요.”모든 것이 분명해졌다. 여름은 분노에 치를 떨며 앞을 노려보았다.“이제 알겠어. 공사현장 사고, 너희가 꾸민 짓이지?”방 팀장은 겁에 질려 강여경 눈치를 슬슬 보았다. 그 사고는 방 팀장도 일이 벌어진 후에야 알았다. 그러나 이제 와서 어쩔 도리가 없었다. 말단 직책부터 시작해서 가까스로 오늘 같은 위치에 올라온 그였다.도하 같은 일개 하청업체를 위해서 여경의 눈 밖에 난다면 그 동안의 노력은 모두 허사가 된다. “역시 일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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