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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41장

부문상은 직접 입을 열지는 않고 옆에 있던 여자에게 주무르라는 듯 다리를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그러고는 태연스럽게 와인을 한 모금 들이켜고는 신이 난 듯한 표정을 지었다.경호원들도 팔짱을 낀 채 양유훤과 하현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도대체 이 남녀가 어떤 뒷배를 가졌길래 부문상 앞에서 이렇게 허세를 부리는 건지 어디 한번 보자는 심산인 듯했다.“개자식!”부문상이 입을 열기도 전에 장발의 청년이 앞으로 한 발짝 내디디며 하현을 가리키며 의기양양하게 말했다.“부 사장님이 한번 보자고 하시는데 남자를 데리고 와?”“어서 이 남자 보내! 당장!”“그렇지 않으면 우리가 가만있지 않을 거야! 나중에 원망해도 소용없어!”장발의 청년이 입을 열자 그의 동료들은 모두 사나운 미소를 입가에 내걸며 손가락으로 목을 긋는 시늉을 했다.하현이 물러나지 않으면 당장 혼내주겠다는 협박이었다.하현은 이 사람들을 힐끔 쳐다보며 싱긋 웃어 보이다가 입을 열었다.“양유훤, 보아하니 오늘 밤 이 사람들이 당신과 협상할 준비가 안 된 모양인데?”“날 임시 경호원으로 너무 잘 고용한 것 같아, 그렇지?”“이따가 부문상을 당신 앞에 무릎 꿇리게 만들까?”양유훤은 ‘피식’하고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어, 부탁할게. 하현 경호원!”하현과 양유훤은 겁을 먹기는커녕 오히려 상대를 도발하고 있었다.장발의 청년은 자신이 엄청난 모욕을 당했다고 느꼈다.“이 개자식! 감히 함부로 입을 놀리다니?!”“부 사장님 앞에서 어디 함부로 허세를 부려!”“살기가 아주 지겨워 죽겠어?”“이봐!”“어서 손발부터 부러뜨려!”채연을 비롯한 일행들이 모두 고소해하는 표정을 지으며 경호원들이 소매를 걷어붙이는 광경을 지켜보았다.장발의 청년은 탁자 위에 놓인 맥주병을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이 모습을 본 몇몇 예쁘장한 여자들은 그의 거침없는 기세에 반쯤 넋이 나간 눈빛이었다.그녀들이 보기에도 양유훤은 아주 예쁜 얼굴이었다.그런데 제대로 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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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42장

부문상은 지그시 실눈을 뜨고 눈앞에 서 있는 하현의 모습을 쳐다보았다.마치 곧 죽을 사람의 마지막 발악을 지켜보듯 느긋한 시선이었다.양유훤이 뭐라고 입을 떼기도 전에 하현이 먼저 옅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내 손발을 부러뜨리고 여기서 못 나가게 한다고? 당신이 그럴 자격이 있어?”자격이 있냐고?이 말에 채연과 몇몇 예쁜 여자들은 모두 비아냥거리는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어디서 굴러온 건지 근본도 모르는 새파란 놈이 세상 물정 모르고 떠들어 대는 말이라니!어디 전생에 나라라도 구한 건가?어디서 이렇게 허세를 부리는 거야?부문상 앞에서 이렇게 호기롭게 굴다니!“이봐, 당신 스스로 죽음을 자초하는 짓 그만해. 나중에 우리를 원망하지 말고.”장발의 청년은 냉소를 흘린 후 술병을 든 채 하현을 가리켰다.“저놈을 해치워!”경호원 셋이 냉소를 흘리며 하현을 향해 성큼성큼 다가와 하현의 손발을 부러뜨리려고 했다.그러나 하현에게 다가오자마자 경호원들은 범상치 않은 기운을 느꼈다.그들이 반응하기도 전에 하현이 이미 한 걸음 내디뎌 손바닥으로 그들의 뺨을 후려갈긴 것이다.맨 앞에 서 있던 사람은 피할 겨를도 없이 얼굴이 만신창이가 되었다.뇌가 먼저 반응했지만 몸이 빠르게 반응하지 못했던 것이다.“퍽!”둔탁한 소리와 함께 경호원은 눈앞이 완전히 캄캄해졌다.그리고 그의 육중한 몸은 날아가 벽에 부딪혀 그대로 기절하고 말았다.이에 그치지 않고 하현은 계속해서 손바닥을 날렸다.그러자 나머지 두 명의 경호원도 순식간에 바닥에 널브러졌다.채연을 비롯한 예쁜 여자들은 모두 어안이 벙벙한 채 눈이 휘둥그레졌다가 잠시 후 날카로운 비명을 질렀다.“부 사장님, 사장님 경호원들이 당했어요!”하현은 탁자 위에 놓여 있던 티슈를 꺼내 무덤덤한 표정으로 손가락을 닦았다.그의 몸놀림을 본 사람들은 숨소리도 제대로 내지 못한 채 온몸이 뻣뻣하게 굳어버렸다.몇몇 여자들은 놀란 얼굴로 하현을 바라보았다.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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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43장

”그게 뭐 어떻다는 거지?”하현이 냉담한 얼굴로 말했다.부문상은 냉소를 흘리며 손가락을 뻗어 하현을 가리키며 광기를 드러내었다.“남양 사람도 아닌 자가 남양에서 갖은 위세를 떨치다니! 참 우습군!”“주먹 좀 날릴 줄 알고 몇 명 쓰러뜨렸다고 당신이 아주 대단한 줄 알아?”“유치하게 굴지 마!”“우리 페낭 땅에서는 말이야. 내가 당신을 때리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당신이 감히 날 때리는 건 법에 저촉되는 일이야!”“당신의 이런 행동 때문에 결국 당신은 감옥에 가게 될 거야!”“내가 좋은 말로 충고 하나 하지. 이후에는 절대 주먹을 쓰지 않는 게 좋을 거야!”말을 마치며 부문상은 손뼉을 치며 누군가를 불렀다.그의 동작에 문이 스르륵 열리면서 수십 명의 남자들이 몰려왔다.가죽옷을 입은 짧은 머리 여자가 부문상에게 곧장 다가왔고 차가운 눈빛으로 하현을 날카롭게 노려보았다.이 사람들이 나타나자 부문상은 더욱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말했다.“하지만 당신의 그 패기를 봐서 내가 기회를 주겠어.”“지금 당장 무릎을 꿇고 손을 부러뜨려. 그리고 양유훤은 나한테 넘겨.”“아니면 내가 당신의 사지를 부러뜨려 저 태평양 바다에 물고기밥으로 던져버릴 거야!”“부 사장님, 그렇게 번거롭게 할 필요 없습니다.”짧은 머리의 여자가 하현에게 눈을 흘기며 냉랭하게 웃었다.“전 이런 생고기를 가장 좋아합니다. 이놈을 저에게 주시면 사장님께 덤벼든 결과가 어떤 건지 호된 맛을 보여주겠습니다.”“차라리 죽는 게 낫다 싶을 만큼 호되게 꾸짖어 주겠습니다.”분명 이 가죽옷을 입은 여자는 부문상의 제1 경호원임에 틀림없었다.기세가 대단할 뿐만 아니라 심보까지도 잔인하기 그지없었다.하현이 이렇게 소란을 피우는 것을 보고 그녀는 진작부터 기분이 상당히 나빴다.그녀는 자신이 하현을 발로 걷어차기만 한다면 하현이 당장 무릎 꿇고 두 손을 싹싹 빌 거라고 생각했다.하현은 이 여자를 담담한 눈길로 쳐다보았다.예쁘장하게 생긴 얼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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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44장

”부 사장, 당신 부하들은 나한테 안 된다고 했잖아!”하현은 싱긋 웃으며 오른손에 힘을 주었고 날카로운 칼끝이 부문상의 목을 파고들어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순식간에 일어난 하현의 재빠른 동작에 부문상은 온몸이 땀으로 흥건해졌다.소리 없이 미소 짓고 있던 양유훤도 하현의 곁으로 걸음을 옮겼다.그때 사방에 있던 수십 명의 경호원들이 우르르 몰려와 하나같이 흉악한 얼굴로 하현을 노려보았다.“개자식! 너 죽고 싶어?!”“어서 풀어줘! 그렇지 않으면 우리가 네놈을 죽여버릴 거야!”“부 사장님을 협박하다니! 간이 배 밖에 나왔어?!”지수는 부메랑처럼 꼬부라진 남양칼을 손에 들고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개자식! 내가 경고하는데 만약 부 사장님한테 조금이라도 상처가 난다면 네놈을 산산조각 내버릴 거야!”“상처?”하현은 눈꺼풀을 살짝 들썩이며 옅은 미소를 지었고 망설임 없이 부문상의 얼굴을 후려쳤다.“이것도 상처를 낸다고 할 수 있는 건가?”“퍽!”“이건 어때?”말을 하는 동안 하현은 손에 힘을 점점 더 주었다.이번에는 그의 칼끝이 부문상의 대동맥에서 불과 한 치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곳까지 들어왔다.“자, 덤벼 볼 테면 덤벼 봐!”“당신들이 감히 움직인다면 내가 당신들 사장님을 먼저 보내줄 테니까 어서 덤벼 보라고!”지수는 이을 악물고 눈꺼풀을 펄쩍였지만 감히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발걸음을 멈춰 서며 날카로운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보았다.“감히 또 우리 사장님을 해친다면 그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해 줄 거야! 각오해!”“됐어! 헛소리는 그만하고 어서 물러서.”하현은 손을 뻗어 부문상의 얼굴을 툭툭 쳤다.부문상의 수많은 경호원들을 상대하면서도 하현은 조금도 움츠러들지 않고 여전히 매서운 아우라를 풍겼다.“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덤비다니? 뭘 하려는 건데? 날 겁주겠다는 거야?”“만일 내가 당신들의 행동에 놀라서 실수로 칼을 삐끗하기라도 한다면 당신들의 귀한 사장님은 오늘 여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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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45장

부문상의 태도에 하현은 싱긋 웃으며 반응했다.“솔직히 말해서 당신 부하들은 내 앞에서 전혀 힘도 못 쓰고 있어.”“그런데 당신이 이런 그들한테 기대려고 하다니, 믿을 수가 없군.”하현이 자신만만한 모습으로 당당하게 말을 내뱉자 지수는 매서운 눈초리로 소리를 버럭 질렀다.“하 씨! 당신이 그렇게 능력이 있다면 사장님은 풀어주고 나와 당당히 붙어 보자구!”“내가 당신을 죽이지 못한다면 성을 갈겠어!”그녀는 분하고 억울해 죽을 것 같았다.스스로가 고수임을 자처했던 사람이기 때문에 하현 하나쯤 죽이는 것은 식은 죽 먹기보다 더 간단한 일이라고 생각했다.그런데 하현 이 개자식이 겁도 없이 부문상의 목에 칼을 들이대고 협박하며 그녀를 옴짝달싹도 못하게 만들었다.이런 일이 없었더라면 그녀는 벌써 하현을 백 번이고 더 죽였을 것이다.하현은 지수를 향해 냉랭한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걱정하지 마. 기회가 있겠지.”“그때가 되어서 후회하지 않길 바랄 뿐이야.”“헛!”지수는 기가 차가 웃음도 나오지 않았다.심정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하현의 목을 비틀고 싶었다.하현은 울그락불그락하는 지수를 상대하기 귀찮다는 듯 눈을 돌려 부문상을 바라보았다.“부 사장, 다시 한번 묻겠어. 천억, 갚을 거야? 안 갚을 거야?”“갚아? 당신 얼굴에 갚아 주지! 흥! 능력 있거든 날 죽여 봐?!”“그래!”하현은 희미하게 웃으며 뒷손으로 탁자 위의 맥주병을 집어 들고 ‘퍽'하고 부문상의 이마에 힘껏 내리쳤다.“앗!”처절한 비명이 울렸다.부문상은 하현이 감히 손을 쓸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는지 어안이 벙벙한 채 온몸을 덜덜 떨고 있었다.“자, 다시 말해 봐. 돈 갚을 거야? 안 갚을 거야?”하현은 여전히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퉤! 그딴 돈 없어! 그냥 내 목숨을 가져가!”“죽일 테면 죽여 보라구!”부문상은 여전히 고집스럽게 버텼다.“퍽!”하현은 다시 술병을 들고 같은 동작으로 같은 자리를 박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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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46장

”퍽!”지수의 칼이 먹히기도 전에 하현은 오른발을 짚고 바닥 위로 펄쩍 뛰어올라 맥주병을 쥐었다.그는 오른손으로 맥주병을 쥐고 지수의 이마에 사정없이 내리쳤다.“앗!”비명과 함께 지수는 그 자리에서 고꾸라졌다.이를 보던 사람들은 모두 경악하고 말았다.하현이 이렇게 대단한 실력의 소유자일 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이를 갈며 앙갚음할 기회를 엿보고 있던 지수가 하현이 내리친 맥주병에 맥도 추지 못하고 고꾸라진 것이다.“내가 말했잖아. 당신들은 나한테 안 된다니까.”하현은 희미한 미소를 내걸며 지수의 손목에 발을 얹었다.“빠지직!”순식간에 지수의 손목이 부러졌다.하현은 고통에 몸부림치는 지수를 뒤로하고 부문상에게 다가가 손을 뻗어 그의 얼굴을 툭툭 쳤다.“부 사장, 난 아직도 우리가 우호적인 관계에 있다고 생각했어.”“그런데 당신이 강을 건너고 다리를 부숴버릴 줄은 몰랐어.”“이번엔 이렇게 넘어가지만 다음엔 절대 봐주지 않을 거야.”“퍽!”말을 마치며 하현은 손바닥을 휘둘러 다시 한번 부문상의 얼굴을 날려버렸다.그리고 포악한 얼굴로 자신에게 덤벼들던 경호원들을 모두 걷어찬 후에야 양유훤과 함께 유유히 그곳을 떠났다.어수선한 룸 안에서 숨을 헐떡이며 얼굴을 감싸쥔 부문상은 두려움과 원망이 뒤섞인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양유훤은 룸을 나와 차에 오른 뒤에야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하현, 비록 천억을 돌려받기는 했지만 부문상 같은 사람을 건드릴 것까지는 없었어.”“난 양 씨 가문 사람이기 때문에 그들도 날 감히 대놓고 어떻게 할 순 없어.”“하지만 하현 당신은...”“괜찮아. 소인배들일 뿐이야. 그들 몇 명 밟는다고 별일 일어나지 않아. 신경 쓰지 마.”하현이 싱긋 웃으며 말을 이었다.“그보다 가능한 한 빨리 이 돈을 장부에 넣어 당신 가문의 재정 문제를 해결하는 게 어때?”“그래야 어르신한테 절대적으로 안전한 휴식처를 마련할 수 있어.”하현이 그렇게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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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47장

먼 곳에서 자신에게 힘을 보태려 온 손님들을 위해 하현은 그들에게 우선 식사를 대접하고 싶었다.하현 일행은 하구봉의 주선으로 어느 개인 클럽으로 가서 늦은 식사를 했다.개인 클럽 안의 인테리어가 대하 풍으로 되어 있고 하구봉이 그곳을 너무 익숙한 듯 앞장서 가자 하현은 궁금증이 일었다.“하구봉, 당신 페낭에 대해 잘 알고 있어?”“그런 셈이지.”하구봉은 득의양양한 미소를 띠었다.“하현, 솔직히 말할게. 내가 지금처럼 높은 지위를 갖기 전에 가문을 위해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많은 일을 했었지.”“페낭에 자주 온 건 아니지만 적지 않은 인맥이 있어. 그래서 하수진이 당신을 도와주라고 날 이곳에 보낸 거고.”“그나저나 하현, 이번에 페낭엔 무슨 일로 왔어?”하구봉은 하현이 뭐라고 지시만 내리면 당장 불바다에라도 뛰어들 것처럼 한껏 칼날을 갈고 온 모양이었다.하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남양식 꼬치구이를 집어 들고는 입을 열었다.“별로 큰일은 아닌데.”“우선은 인도 요승 브라흐마 바찬한테 패배해 큰 상처를 입게 된 양제명 어르신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서 왔어.”“그리고 양유훤이 양 씨 가문의 정세를 안정시킬 수 있도록 옆에서 도와주어야 해.”하현의 말을 듣고 하구봉과 강옥연은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았다.잠시 후 강옥연은 약간 망설이는 듯한 눈빛으로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하현, 정말 양 씨 가문의 진흙탕 싸움에 끼어들 생각이야?”“양 씨 가문의 진흙탕 싸움이라고?”하현은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하구봉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당신은 잘 모르겠지만 말이야. 양 씨 가문이 남양 3대 가문이라고는 하지만 이미 몇 년 전 양제명이 부상을 당한 후로는 많이 쇠락했어.”“이번에 양제명이 남양으로 돌아오기 전까지 양 씨 가문 내부의 쇠락은 극치에 달했어.”“지배적인 지위를 차지해야 할 큰집에서 너무 많은 사람을 죽였지. 그래서 양 씨 가문은 자연스럽게 여러 문제에 직면하게 되었고 결국 어찌할 도리도 없이 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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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48장

문이 벌컥 열리자 지방시의 검은 스커트를 입은 젊은 여자가 비틀거리며 뛰어들어오더니 그대로 하현의 발에 넘어졌다.하구봉과 강옥연은 눈살을 찌푸리며 여자를 쳐다보았고 입구에서는 흉악한 표정에 양복을 입은 남자 서너 명이 들어왔다.그들은 거침없이 들어와 젊은 여자를 끌어내려고 했다.젊은 여자는 머리를 풀어헤친 상태여서 얼굴을 알아볼 수 없었지만 유려한 몸매가 아주 매력적이었다.하현은 왠지 이 모습이 어딘가 낯이 익다는 생각이 들었다.술독에 빠졌다 나온 사람처럼 여자는 가쁜 숨을 들이쉬며 무력감에 서려 있는 눈빛을 보였다.“야! 이년아! 어딜 감히 도망가?!”“죽을래?”장발의 남자가 여자의 머리채를 잡아채며 그대로 바닥에 내동댕이쳤다.“앗!”젊은 여자는 비명을 질렀고 동시에 헝클어져 있던 머리가 날리며 예쁜 얼굴이 그대로 드러나자 하현은 눈이 휘둥그레졌다.그는 한눈에 여자를 알아보았다.원가령?양유훤의 절친?“이년아! 이송겸이 네년의 체면을 세워 주려고 술을 사주는데!”“거짓말도 모자라 술도 못 마신다고 버텨?”“아주 죽고 싶어 환장했지?!”“이송겸은 그저 일을 제대로 하라고 격려 차원에서 너한테 약을 먹을 것뿐이야!”“성공하면 두둑이 챙겨 주겠다고까지 하는데 거절을 해?!”“잘 들어! 더 이상 얼굴 붉히게 하지 마!”“순순히 내 말 안 들었다간 바로 죽여버릴 테니까!”장발의 남자는 폭언을 퍼부으며 원가령의 뺨을 두 대 때렸다.원가령은 거의 정신을 잃을 뻔했다.“퍽!”장발의 남자는 이에 그치지 않고 무릎으로 둔탁한 소리를 내며 원가랑의 복부를 가격한 뒤 냉소를 흘렸다.“제대로 해! 더 이상 우리 힘 빼게 하지 말라고!”말을 하면서 흉악한 남자들 몇 명이 원가령을 억지로 일으켜 세워 방에서 끌고 나가려고 했다.장발의 남자는 뒤돌아서면서 하현 일행을 가리키며 말했다.“잘 들어. 당신들은 아무것도 못 본 거야, 알겠어? 혹시라도 주둥이 놀렸다간 내 손에 바로 죽을 줄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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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49장

강옥연은 눈살을 찌푸리며 하현에게 조용히 말했다.“하현, 저 사람은 남양 3대 가문인 이 씨 집안 셋째 아들 이신욱이야. 양 씨 가문 셋째 집안과는 의형제 사이라고 해.”이 말을 들은 하현은 눈을 가늘게 뜨고 원가령을 쳐다보았다.방금 강옥연이 말해준 이신욱의 신분으로 미루어 보아 지금 이 모든 상황은 양유훤을 겨냥한 음모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러나 양유훤을 겨냥한 일이 어쩌다가 하현 자신과 부딪히게 된 것이다.“어이, 여자 하나 잡아오라고 했는데 뭐가 이렇게 오래 걸려?”“이 여자는 닭 잡을 힘도 없는 것 같은데 아직도 이렇게 시간 낭비를 하고 있어?!”“내가 진작부터 약을 먹고 만반의 준비를 하고 기다리고 있다는 걸 몰라서 이래?”“개자식!”이신욱은 술에 취한 표정으로 장발의 남자를 발로 차 바닥에 넘어뜨렸다.“제대로 안 해? 죽고 싶어?!”“아, 잘못했습니다. 다 제 잘못입니다. 제가 손이 느려서 흥을 다 깨버렸습니다!”장발의 남자는 놀라서 벌벌 떨며 황급히 입을 열었다.“하지만 도련님, 제가 일부러 시간을 끌려고 한 게 아닙니다.”“이 외지인놈이 감히 우리한테 싸움을 걸어와서 이렇게 되었습니다.”“원가령을 여기 두고 십억까지 내놓고 무릎을 꿇으라고 협박하고 있어요.”이 말을 듣고 이신욱은 눈썹을 치켜세우며 고개를 들어 하현을 똑바로 쳐다보았다.이신욱의 얼굴에 냉소가 가득 흘렀다.“뭐?”“페낭에 언제 그런 오만방자한 놈이 왔어? 나 이신욱보다 더 잘났어?”“이봐! 날 막아서고 돈까지 요구해? 게다가 우리 부하들을 이렇게 만들어?”“어느 길바닥에서 굴러먹던 놈이야?”“당신이 뭔데 이래?”“딱 봐도 초행길인 외지놈인 것 같은데. 어디서 그런 영웅 나부랭이 흉내를 내려는 거야? 미인을 구해 영웅이라도 되어 보겠다는 거냐고?”“사람이 주제를 잘 알아야지!”“당신 같은 병신은 내가 매년 수십 명도 더 짓밟아 죽였어!”“한마디만 더 하자면 이곳 페낭이라는 곳은 나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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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50장

이신욱의 무리들이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며 깔깔거리고 웃기 시작했다.몇몇 예쁘장한 여자들은 입을 삐죽거리며 언짢은 기색을 드러냈다.“퍽!”하현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손가락으로 딱 소리를 냈다.하현의 행동을 보고 하구봉은 순간적으로 섬뜩한 미소를 지으며 앞으로 불쑥 튀어나왔다.그는 양복 차림을 한 남자들을 발로 걷어차더니 순식간에 원가령을 빼앗아 강옥연의 품으로 밀어 넣었다.“개자식! 감히 날 때려?!”장발의 남자는 화를 참을 수가 없었고 품에서 총을 꺼내 하현이 있는 곳을 겨누었다.“내가 한 방에 당신들을 보내 주지!”그러나 장발의 남자가 총의 안전장치를 풀기도 전에 하현이 먼저 일어섰다.하현은 한 걸음 내디디며 모두가 아무런 반응도 하지 못하는 사이 장발의 남자 앞으로 쑥 다가왔다.눈 깜짝할 사이였다!사람들은 지금까지 많은 고수들을 봐 왔지만 이렇게 빠른 몸놀림을 보이는 사람을 본 적은 없었다.장발의 남자가 방아쇠를 당기기도 전에 하현은 이미 그의 손에 있는 총을 뒤로 빼앗은 뒤 남자의 허벅지에 갖다 대었다.“날 쏘려고 했어?”“이건 어때?”하현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방아쇠를 당겼다.“탕!”엄청난 굉음이 울렸다.장발의 남자는 비명을 지르며 땅바닥에 쓰러졌다.지금까지 거리낌 없이 제멋대로 날뛰던 그는 도살장에 쓰러진 돼지처럼 미동도 없었다.“너, 이 자식...”장발의 남자가 이를 갈며 힘겹게 입을 열었다.“내가 꼭 죽여버릴 거야.”남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하현은 그를 발로 걷어차 멀리 날려버렸다.동시에 하현은 방아쇠를 연거푸 두 번 당겼다.탕탕!이번에는 남자의 양손에 구멍을 냈고 남자는 힘없이 땅바닥에서 데구루루 뒹굴었다.두 손과 한 다리에 총알 자국을 새겨 넣은 것이다. “앗!”이를 보고 있던 예쁜 여자들은 깜짝 놀라며 이신욱의 뒤로 몸을 숨겼다.하현이 이렇게 무서운 존재일 줄은 몰랐다.깜짝 놀라기는 이신욱도 마찬가지였다.이런 일이 일어나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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