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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41장

Author: 감자를 사랑하는 늑대
부문상은 직접 입을 열지는 않고 옆에 있던 여자에게 주무르라는 듯 다리를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그러고는 태연스럽게 와인을 한 모금 들이켜고는 신이 난 듯한 표정을 지었다.

경호원들도 팔짱을 낀 채 양유훤과 하현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도대체 이 남녀가 어떤 뒷배를 가졌길래 부문상 앞에서 이렇게 허세를 부리는 건지 어디 한번 보자는 심산인 듯했다.

“개자식!”

부문상이 입을 열기도 전에 장발의 청년이 앞으로 한 발짝 내디디며 하현을 가리키며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부 사장님이 한번 보자고 하시는데 남자를 데리고 와?”

“어서 이 남자 보내! 당장!”

“그렇지 않으면 우리가 가만있지 않을 거야! 나중에 원망해도 소용없어!”

장발의 청년이 입을 열자 그의 동료들은 모두 사나운 미소를 입가에 내걸며 손가락으로 목을 긋는 시늉을 했다.

하현이 물러나지 않으면 당장 혼내주겠다는 협박이었다.

하현은 이 사람들을 힐끔 쳐다보며 싱긋 웃어 보이다가 입을 열었다.

“양유훤, 보아하니 오늘 밤 이 사람들이 당신과 협상할 준비가 안 된 모양인데?”

“날 임시 경호원으로 너무 잘 고용한 것 같아, 그렇지?”

“이따가 부문상을 당신 앞에 무릎 꿇리게 만들까?”

양유훤은 ‘피식’하고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어, 부탁할게. 하현 경호원!”

하현과 양유훤은 겁을 먹기는커녕 오히려 상대를 도발하고 있었다.

장발의 청년은 자신이 엄청난 모욕을 당했다고 느꼈다.

“이 개자식! 감히 함부로 입을 놀리다니?!”

“부 사장님 앞에서 어디 함부로 허세를 부려!”

“살기가 아주 지겨워 죽겠어?”

“이봐!”

“어서 손발부터 부러뜨려!”

채연을 비롯한 일행들이 모두 고소해하는 표정을 지으며 경호원들이 소매를 걷어붙이는 광경을 지켜보았다.

장발의 청년은 탁자 위에 놓인 맥주병을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이 모습을 본 몇몇 예쁘장한 여자들은 그의 거침없는 기세에 반쯤 넋이 나간 눈빛이었다.

그녀들이 보기에도 양유훤은 아주 예쁜 얼굴이었다.

그런데 제대로 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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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벌 사위면 될까?   3842장

    부문상은 지그시 실눈을 뜨고 눈앞에 서 있는 하현의 모습을 쳐다보았다.마치 곧 죽을 사람의 마지막 발악을 지켜보듯 느긋한 시선이었다.양유훤이 뭐라고 입을 떼기도 전에 하현이 먼저 옅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내 손발을 부러뜨리고 여기서 못 나가게 한다고? 당신이 그럴 자격이 있어?”자격이 있냐고?이 말에 채연과 몇몇 예쁜 여자들은 모두 비아냥거리는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어디서 굴러온 건지 근본도 모르는 새파란 놈이 세상 물정 모르고 떠들어 대는 말이라니!어디 전생에 나라라도 구한 건가?어디서 이렇게 허세를 부리는 거야?부문상 앞에서 이렇게 호기롭게 굴다니!“이봐, 당신 스스로 죽음을 자초하는 짓 그만해. 나중에 우리를 원망하지 말고.”장발의 청년은 냉소를 흘린 후 술병을 든 채 하현을 가리켰다.“저놈을 해치워!”경호원 셋이 냉소를 흘리며 하현을 향해 성큼성큼 다가와 하현의 손발을 부러뜨리려고 했다.그러나 하현에게 다가오자마자 경호원들은 범상치 않은 기운을 느꼈다.그들이 반응하기도 전에 하현이 이미 한 걸음 내디뎌 손바닥으로 그들의 뺨을 후려갈긴 것이다.맨 앞에 서 있던 사람은 피할 겨를도 없이 얼굴이 만신창이가 되었다.뇌가 먼저 반응했지만 몸이 빠르게 반응하지 못했던 것이다.“퍽!”둔탁한 소리와 함께 경호원은 눈앞이 완전히 캄캄해졌다.그리고 그의 육중한 몸은 날아가 벽에 부딪혀 그대로 기절하고 말았다.이에 그치지 않고 하현은 계속해서 손바닥을 날렸다.그러자 나머지 두 명의 경호원도 순식간에 바닥에 널브러졌다.채연을 비롯한 예쁜 여자들은 모두 어안이 벙벙한 채 눈이 휘둥그레졌다가 잠시 후 날카로운 비명을 질렀다.“부 사장님, 사장님 경호원들이 당했어요!”하현은 탁자 위에 놓여 있던 티슈를 꺼내 무덤덤한 표정으로 손가락을 닦았다.그의 몸놀림을 본 사람들은 숨소리도 제대로 내지 못한 채 온몸이 뻣뻣하게 굳어버렸다.몇몇 여자들은 놀란 얼굴로 하현을 바라보았다.하현

  • 재벌 사위면 될까?   3843장

    ”그게 뭐 어떻다는 거지?”하현이 냉담한 얼굴로 말했다.부문상은 냉소를 흘리며 손가락을 뻗어 하현을 가리키며 광기를 드러내었다.“남양 사람도 아닌 자가 남양에서 갖은 위세를 떨치다니! 참 우습군!”“주먹 좀 날릴 줄 알고 몇 명 쓰러뜨렸다고 당신이 아주 대단한 줄 알아?”“유치하게 굴지 마!”“우리 페낭 땅에서는 말이야. 내가 당신을 때리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당신이 감히 날 때리는 건 법에 저촉되는 일이야!”“당신의 이런 행동 때문에 결국 당신은 감옥에 가게 될 거야!”“내가 좋은 말로 충고 하나 하지. 이후에는 절대 주먹을 쓰지 않는 게 좋을 거야!”말을 마치며 부문상은 손뼉을 치며 누군가를 불렀다.그의 동작에 문이 스르륵 열리면서 수십 명의 남자들이 몰려왔다.가죽옷을 입은 짧은 머리 여자가 부문상에게 곧장 다가왔고 차가운 눈빛으로 하현을 날카롭게 노려보았다.이 사람들이 나타나자 부문상은 더욱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말했다.“하지만 당신의 그 패기를 봐서 내가 기회를 주겠어.”“지금 당장 무릎을 꿇고 손을 부러뜨려. 그리고 양유훤은 나한테 넘겨.”“아니면 내가 당신의 사지를 부러뜨려 저 태평양 바다에 물고기밥으로 던져버릴 거야!”“부 사장님, 그렇게 번거롭게 할 필요 없습니다.”짧은 머리의 여자가 하현에게 눈을 흘기며 냉랭하게 웃었다.“전 이런 생고기를 가장 좋아합니다. 이놈을 저에게 주시면 사장님께 덤벼든 결과가 어떤 건지 호된 맛을 보여주겠습니다.”“차라리 죽는 게 낫다 싶을 만큼 호되게 꾸짖어 주겠습니다.”분명 이 가죽옷을 입은 여자는 부문상의 제1 경호원임에 틀림없었다.기세가 대단할 뿐만 아니라 심보까지도 잔인하기 그지없었다.하현이 이렇게 소란을 피우는 것을 보고 그녀는 진작부터 기분이 상당히 나빴다.그녀는 자신이 하현을 발로 걷어차기만 한다면 하현이 당장 무릎 꿇고 두 손을 싹싹 빌 거라고 생각했다.하현은 이 여자를 담담한 눈길로 쳐다보았다.예쁘장하게 생긴 얼굴에

  • 재벌 사위면 될까?   3844장

    ”부 사장, 당신 부하들은 나한테 안 된다고 했잖아!”하현은 싱긋 웃으며 오른손에 힘을 주었고 날카로운 칼끝이 부문상의 목을 파고들어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순식간에 일어난 하현의 재빠른 동작에 부문상은 온몸이 땀으로 흥건해졌다.소리 없이 미소 짓고 있던 양유훤도 하현의 곁으로 걸음을 옮겼다.그때 사방에 있던 수십 명의 경호원들이 우르르 몰려와 하나같이 흉악한 얼굴로 하현을 노려보았다.“개자식! 너 죽고 싶어?!”“어서 풀어줘! 그렇지 않으면 우리가 네놈을 죽여버릴 거야!”“부 사장님을 협박하다니! 간이 배 밖에 나왔어?!”지수는 부메랑처럼 꼬부라진 남양칼을 손에 들고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개자식! 내가 경고하는데 만약 부 사장님한테 조금이라도 상처가 난다면 네놈을 산산조각 내버릴 거야!”“상처?”하현은 눈꺼풀을 살짝 들썩이며 옅은 미소를 지었고 망설임 없이 부문상의 얼굴을 후려쳤다.“이것도 상처를 낸다고 할 수 있는 건가?”“퍽!”“이건 어때?”말을 하는 동안 하현은 손에 힘을 점점 더 주었다.이번에는 그의 칼끝이 부문상의 대동맥에서 불과 한 치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곳까지 들어왔다.“자, 덤벼 볼 테면 덤벼 봐!”“당신들이 감히 움직인다면 내가 당신들 사장님을 먼저 보내줄 테니까 어서 덤벼 보라고!”지수는 이을 악물고 눈꺼풀을 펄쩍였지만 감히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발걸음을 멈춰 서며 날카로운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보았다.“감히 또 우리 사장님을 해친다면 그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해 줄 거야! 각오해!”“됐어! 헛소리는 그만하고 어서 물러서.”하현은 손을 뻗어 부문상의 얼굴을 툭툭 쳤다.부문상의 수많은 경호원들을 상대하면서도 하현은 조금도 움츠러들지 않고 여전히 매서운 아우라를 풍겼다.“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덤비다니? 뭘 하려는 건데? 날 겁주겠다는 거야?”“만일 내가 당신들의 행동에 놀라서 실수로 칼을 삐끗하기라도 한다면 당신들의 귀한 사장님은 오늘 여기서

  • 재벌 사위면 될까?   3845장

    부문상의 태도에 하현은 싱긋 웃으며 반응했다.“솔직히 말해서 당신 부하들은 내 앞에서 전혀 힘도 못 쓰고 있어.”“그런데 당신이 이런 그들한테 기대려고 하다니, 믿을 수가 없군.”하현이 자신만만한 모습으로 당당하게 말을 내뱉자 지수는 매서운 눈초리로 소리를 버럭 질렀다.“하 씨! 당신이 그렇게 능력이 있다면 사장님은 풀어주고 나와 당당히 붙어 보자구!”“내가 당신을 죽이지 못한다면 성을 갈겠어!”그녀는 분하고 억울해 죽을 것 같았다.스스로가 고수임을 자처했던 사람이기 때문에 하현 하나쯤 죽이는 것은 식은 죽 먹기보다 더 간단한 일이라고 생각했다.그런데 하현 이 개자식이 겁도 없이 부문상의 목에 칼을 들이대고 협박하며 그녀를 옴짝달싹도 못하게 만들었다.이런 일이 없었더라면 그녀는 벌써 하현을 백 번이고 더 죽였을 것이다.하현은 지수를 향해 냉랭한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걱정하지 마. 기회가 있겠지.”“그때가 되어서 후회하지 않길 바랄 뿐이야.”“헛!”지수는 기가 차가 웃음도 나오지 않았다.심정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하현의 목을 비틀고 싶었다.하현은 울그락불그락하는 지수를 상대하기 귀찮다는 듯 눈을 돌려 부문상을 바라보았다.“부 사장, 다시 한번 묻겠어. 천억, 갚을 거야? 안 갚을 거야?”“갚아? 당신 얼굴에 갚아 주지! 흥! 능력 있거든 날 죽여 봐?!”“그래!”하현은 희미하게 웃으며 뒷손으로 탁자 위의 맥주병을 집어 들고 ‘퍽'하고 부문상의 이마에 힘껏 내리쳤다.“앗!”처절한 비명이 울렸다.부문상은 하현이 감히 손을 쓸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는지 어안이 벙벙한 채 온몸을 덜덜 떨고 있었다.“자, 다시 말해 봐. 돈 갚을 거야? 안 갚을 거야?”하현은 여전히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퉤! 그딴 돈 없어! 그냥 내 목숨을 가져가!”“죽일 테면 죽여 보라구!”부문상은 여전히 고집스럽게 버텼다.“퍽!”하현은 다시 술병을 들고 같은 동작으로 같은 자리를 박살

  • 재벌 사위면 될까?   3846장

    ”퍽!”지수의 칼이 먹히기도 전에 하현은 오른발을 짚고 바닥 위로 펄쩍 뛰어올라 맥주병을 쥐었다.그는 오른손으로 맥주병을 쥐고 지수의 이마에 사정없이 내리쳤다.“앗!”비명과 함께 지수는 그 자리에서 고꾸라졌다.이를 보던 사람들은 모두 경악하고 말았다.하현이 이렇게 대단한 실력의 소유자일 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이를 갈며 앙갚음할 기회를 엿보고 있던 지수가 하현이 내리친 맥주병에 맥도 추지 못하고 고꾸라진 것이다.“내가 말했잖아. 당신들은 나한테 안 된다니까.”하현은 희미한 미소를 내걸며 지수의 손목에 발을 얹었다.“빠지직!”순식간에 지수의 손목이 부러졌다.하현은 고통에 몸부림치는 지수를 뒤로하고 부문상에게 다가가 손을 뻗어 그의 얼굴을 툭툭 쳤다.“부 사장, 난 아직도 우리가 우호적인 관계에 있다고 생각했어.”“그런데 당신이 강을 건너고 다리를 부숴버릴 줄은 몰랐어.”“이번엔 이렇게 넘어가지만 다음엔 절대 봐주지 않을 거야.”“퍽!”말을 마치며 하현은 손바닥을 휘둘러 다시 한번 부문상의 얼굴을 날려버렸다.그리고 포악한 얼굴로 자신에게 덤벼들던 경호원들을 모두 걷어찬 후에야 양유훤과 함께 유유히 그곳을 떠났다.어수선한 룸 안에서 숨을 헐떡이며 얼굴을 감싸쥔 부문상은 두려움과 원망이 뒤섞인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양유훤은 룸을 나와 차에 오른 뒤에야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하현, 비록 천억을 돌려받기는 했지만 부문상 같은 사람을 건드릴 것까지는 없었어.”“난 양 씨 가문 사람이기 때문에 그들도 날 감히 대놓고 어떻게 할 순 없어.”“하지만 하현 당신은...”“괜찮아. 소인배들일 뿐이야. 그들 몇 명 밟는다고 별일 일어나지 않아. 신경 쓰지 마.”하현이 싱긋 웃으며 말을 이었다.“그보다 가능한 한 빨리 이 돈을 장부에 넣어 당신 가문의 재정 문제를 해결하는 게 어때?”“그래야 어르신한테 절대적으로 안전한 휴식처를 마련할 수 있어.”하현이 그렇게 말

  • 재벌 사위면 될까?   3847장

    먼 곳에서 자신에게 힘을 보태려 온 손님들을 위해 하현은 그들에게 우선 식사를 대접하고 싶었다.하현 일행은 하구봉의 주선으로 어느 개인 클럽으로 가서 늦은 식사를 했다.개인 클럽 안의 인테리어가 대하 풍으로 되어 있고 하구봉이 그곳을 너무 익숙한 듯 앞장서 가자 하현은 궁금증이 일었다.“하구봉, 당신 페낭에 대해 잘 알고 있어?”“그런 셈이지.”하구봉은 득의양양한 미소를 띠었다.“하현, 솔직히 말할게. 내가 지금처럼 높은 지위를 갖기 전에 가문을 위해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많은 일을 했었지.”“페낭에 자주 온 건 아니지만 적지 않은 인맥이 있어. 그래서 하수진이 당신을 도와주라고 날 이곳에 보낸 거고.”“그나저나 하현, 이번에 페낭엔 무슨 일로 왔어?”하구봉은 하현이 뭐라고 지시만 내리면 당장 불바다에라도 뛰어들 것처럼 한껏 칼날을 갈고 온 모양이었다.하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남양식 꼬치구이를 집어 들고는 입을 열었다.“별로 큰일은 아닌데.”“우선은 인도 요승 브라흐마 바찬한테 패배해 큰 상처를 입게 된 양제명 어르신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서 왔어.”“그리고 양유훤이 양 씨 가문의 정세를 안정시킬 수 있도록 옆에서 도와주어야 해.”하현의 말을 듣고 하구봉과 강옥연은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았다.잠시 후 강옥연은 약간 망설이는 듯한 눈빛으로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하현, 정말 양 씨 가문의 진흙탕 싸움에 끼어들 생각이야?”“양 씨 가문의 진흙탕 싸움이라고?”하현은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하구봉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당신은 잘 모르겠지만 말이야. 양 씨 가문이 남양 3대 가문이라고는 하지만 이미 몇 년 전 양제명이 부상을 당한 후로는 많이 쇠락했어.”“이번에 양제명이 남양으로 돌아오기 전까지 양 씨 가문 내부의 쇠락은 극치에 달했어.”“지배적인 지위를 차지해야 할 큰집에서 너무 많은 사람을 죽였지. 그래서 양 씨 가문은 자연스럽게 여러 문제에 직면하게 되었고 결국 어찌할 도리도 없이 가문

  • 재벌 사위면 될까?   3848장

    문이 벌컥 열리자 지방시의 검은 스커트를 입은 젊은 여자가 비틀거리며 뛰어들어오더니 그대로 하현의 발에 넘어졌다.하구봉과 강옥연은 눈살을 찌푸리며 여자를 쳐다보았고 입구에서는 흉악한 표정에 양복을 입은 남자 서너 명이 들어왔다.그들은 거침없이 들어와 젊은 여자를 끌어내려고 했다.젊은 여자는 머리를 풀어헤친 상태여서 얼굴을 알아볼 수 없었지만 유려한 몸매가 아주 매력적이었다.하현은 왠지 이 모습이 어딘가 낯이 익다는 생각이 들었다.술독에 빠졌다 나온 사람처럼 여자는 가쁜 숨을 들이쉬며 무력감에 서려 있는 눈빛을 보였다.“야! 이년아! 어딜 감히 도망가?!”“죽을래?”장발의 남자가 여자의 머리채를 잡아채며 그대로 바닥에 내동댕이쳤다.“앗!”젊은 여자는 비명을 질렀고 동시에 헝클어져 있던 머리가 날리며 예쁜 얼굴이 그대로 드러나자 하현은 눈이 휘둥그레졌다.그는 한눈에 여자를 알아보았다.원가령?양유훤의 절친?“이년아! 이송겸이 네년의 체면을 세워 주려고 술을 사주는데!”“거짓말도 모자라 술도 못 마신다고 버텨?”“아주 죽고 싶어 환장했지?!”“이송겸은 그저 일을 제대로 하라고 격려 차원에서 너한테 약을 먹을 것뿐이야!”“성공하면 두둑이 챙겨 주겠다고까지 하는데 거절을 해?!”“잘 들어! 더 이상 얼굴 붉히게 하지 마!”“순순히 내 말 안 들었다간 바로 죽여버릴 테니까!”장발의 남자는 폭언을 퍼부으며 원가령의 뺨을 두 대 때렸다.원가령은 거의 정신을 잃을 뻔했다.“퍽!”장발의 남자는 이에 그치지 않고 무릎으로 둔탁한 소리를 내며 원가랑의 복부를 가격한 뒤 냉소를 흘렸다.“제대로 해! 더 이상 우리 힘 빼게 하지 말라고!”말을 하면서 흉악한 남자들 몇 명이 원가령을 억지로 일으켜 세워 방에서 끌고 나가려고 했다.장발의 남자는 뒤돌아서면서 하현 일행을 가리키며 말했다.“잘 들어. 당신들은 아무것도 못 본 거야, 알겠어? 혹시라도 주둥이 놀렸다간 내 손에 바로 죽을 줄 알아!

  • 재벌 사위면 될까?   3849장

    강옥연은 눈살을 찌푸리며 하현에게 조용히 말했다.“하현, 저 사람은 남양 3대 가문인 이 씨 집안 셋째 아들 이신욱이야. 양 씨 가문 셋째 집안과는 의형제 사이라고 해.”이 말을 들은 하현은 눈을 가늘게 뜨고 원가령을 쳐다보았다.방금 강옥연이 말해준 이신욱의 신분으로 미루어 보아 지금 이 모든 상황은 양유훤을 겨냥한 음모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러나 양유훤을 겨냥한 일이 어쩌다가 하현 자신과 부딪히게 된 것이다.“어이, 여자 하나 잡아오라고 했는데 뭐가 이렇게 오래 걸려?”“이 여자는 닭 잡을 힘도 없는 것 같은데 아직도 이렇게 시간 낭비를 하고 있어?!”“내가 진작부터 약을 먹고 만반의 준비를 하고 기다리고 있다는 걸 몰라서 이래?”“개자식!”이신욱은 술에 취한 표정으로 장발의 남자를 발로 차 바닥에 넘어뜨렸다.“제대로 안 해? 죽고 싶어?!”“아, 잘못했습니다. 다 제 잘못입니다. 제가 손이 느려서 흥을 다 깨버렸습니다!”장발의 남자는 놀라서 벌벌 떨며 황급히 입을 열었다.“하지만 도련님, 제가 일부러 시간을 끌려고 한 게 아닙니다.”“이 외지인놈이 감히 우리한테 싸움을 걸어와서 이렇게 되었습니다.”“원가령을 여기 두고 십억까지 내놓고 무릎을 꿇으라고 협박하고 있어요.”이 말을 듣고 이신욱은 눈썹을 치켜세우며 고개를 들어 하현을 똑바로 쳐다보았다.이신욱의 얼굴에 냉소가 가득 흘렀다.“뭐?”“페낭에 언제 그런 오만방자한 놈이 왔어? 나 이신욱보다 더 잘났어?”“이봐! 날 막아서고 돈까지 요구해? 게다가 우리 부하들을 이렇게 만들어?”“어느 길바닥에서 굴러먹던 놈이야?”“당신이 뭔데 이래?”“딱 봐도 초행길인 외지놈인 것 같은데. 어디서 그런 영웅 나부랭이 흉내를 내려는 거야? 미인을 구해 영웅이라도 되어 보겠다는 거냐고?”“사람이 주제를 잘 알아야지!”“당신 같은 병신은 내가 매년 수십 명도 더 짓밟아 죽였어!”“한마디만 더 하자면 이곳 페낭이라는 곳은 나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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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벌 사위면 될까?   4470장

    허탈해하는 하현의 표정을 살피며 설은아가 입을 열었다.“하현, 뭘 선물하는지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당신이 우리 결혼기념일을 기억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해.”하현은 고개를 살며시 끄덕였다.“하현, 오늘 내가 당신한테 전화를 한 것은 더 이상 우리의 과거 일을 언급하지 말라고 말해 주고 싶어서였어.”“김탁우와의 사이는 이미 멀어졌어.”“엄마 기분이 좀 나아지면 내가 직접 말씀드릴 거야.”“당신이랑 재혼할 거라고.”“그러니 더 이상 우리 엄마랑 싸우지 마, 알았지?”설은아는 하현을 무척이나 아끼고 있는 게 분명했다.게다가 그녀는 간민효를 마주했을 때 하현을 빼앗길까 봐 상당한 위기감을 느꼈다.하현은 쓴웃음을 지었다.다른 일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다만 최희정은 아마 두 사람의 재혼을 승낙하지 않을 것이다.하현이 그리 강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최희정이라는 여자는 혼자서 모래폭풍도 무찌를 사람이었기 때문이다.두 사람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동안 나박하는 어느새 설 씨 집안에 도착했다.하현이 머뭇거리며 말했다.“먼저 들어가. 난 요즘...”“내려! 여긴 당신 집이야!”설은아는 억지로 하현을 차에서 끌어내렸다.“오늘 밤 여기서 자.”하현은 한숨을 내쉬며 설은아의 손에 이끌려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집안에 들어가니 식탁에는 이미 음식이 그득하게 차려져 있었다.최희정과 설재석 외에 그들의 양아들 이영산과 며느리 장리나도 함께 모여 있었다.네 사람이 82년산 라피트를 마시며 얼굴이 볼그레한 채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그리고 테이블 위에는 십여 개의 선물 상자가 쌓여 있었는데 그중 몇 개의 상자에는 김 씨 가문 로고가 박혀 있었다.김탁우가 방문한 것이 틀림없었다.그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하현이 나타나자 최희정의 낯빛이 일그러지며 순식간에 찬바람이 쌩쌩 불었다.“자네, 여긴 어쩐 일이야?”“와서 밥 먹어.”로열 회관의 일로 설재석은 여전히 약간의 죄책감을 느끼고

  • 재벌 사위면 될까?   4469장

    ”하 대사가 아니었다면 당신은 아마 지금쯤 감옥에서 죽었을 거야!”“당신한테 하루의 시간을 주겠어! 우리 왕 씨 가문의 돈 일억을 갚지 않으면 바로 경찰서에 신고할 거야!”“감옥에 들어갈 준비나 하라고!”“그럼 그만 꺼져!”왕부인이 다시 손을 휘둘러 우소희의 얼굴을 날려 버렸다.망했다!완전히 망했다!우소희는 땅바닥에 주저앉아 얼굴을 가리며 끊임없이 통곡했다....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설은아는 하현의 차에 앉아 의문에 가득 찬 얼굴로 물었다.“도대체 우소희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어떻게 하다가 왕 씨 가문에 일억을 빚진 거냐고?”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왕 씨 가문 딸 왕자혜가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었는데 마침 내가 그녀를 구해 주게 되었어...”설은아는 어이가 없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뭐? 당신이 어떻게 사람을 구해? 당신이 의술을 알아?”하현이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모르지. 난 단지 차에서 그녀를 빼내서 폭발하기 직전의 차에서 구해 준 것뿐이야...”“그때 마침 우소희가 구급차 간호사로 왔는데 내가 한 일을 자신이 한 것으로 둔갑시켜 공을 가로챘지.”“그래서 왕 씨 가문에선 고마움의 뜻으로 그녀에게 일억을 준 거야.”“나중에 왕문빈의 부인이 진실을 알게 되었고 우소희의 잘못이 드러났지.”“하지만 부인은 우선은 딸의 부상이 더 염려되어서 잠시 우소희 일은 따지지 않았던 거야. 그런데 뜻밖에도 우소희가 그 돈을 먹고 튈 줄은 몰랐지.”“게다가 그 돈으로 사기를 쳐 돈 많은 거물을 낚은 거야...”하현은 기가 차다는 듯한 얼굴로 자초지종을 설명했다.“그렇게 된 거구나.”설은아는 그제야 모든 걸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어쩐지 우다금 모녀가 휘룡만 집을 산다며 뛰어다니더라니.”“우소희가 아주 눈먼 거물을 잘 속인 거였군!”하현이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다만 안타깝게도 운이 조금 모자랐던 거야. 여기서 부인을 만났으니.”“집도 날아가고

  • 재벌 사위면 될까?   4468장

    ”저는 왕 사장님이 주신 휘룡만 1호를 보러 왔습니다.”하현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런데 휘룡만의 문턱이 이렇게 높은 줄은 몰랐습니다. 매니저가 다짜고짜 절 도둑놈으로 몰 줄은 상상도 못했거든요.”“왕 사장님이 저한테 뭐라고 해명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요?”하현의 말을 듣고 왕문빈의 부인은 눈꺼풀이 펄쩍 뛰었다.그녀는 순간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바로 손을 휘둘러 남자 매니저의 얼굴을 때렸다.“퍽!”“개자식! 눈이 멀었군!”“하 대사님은 우리 왕 씨 가문 귀빈이야!”“그런데 도둑이라니?!”“네가 뭔데 함부로 그딴 소리를 해?!”“경찰에 신고를 한다고?”“감옥에 가둔다고?”“죽고 싶은 거야?”“꺼져! 당장 내 눈앞에서 꺼지라고!”“옳고 그름도 가리지 않고 다짜고짜 사람을 얕보는 당신 같은 직원은 필요없어!”왕문빈의 부인은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하현이 누구인가?왕자혜의 생명을 구해 준 은인이다.주 씨 가문 귀빈이자 풍수의 대가, 무도의 고수였고 심지어 자신도 그에게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를 해야 했던 사람이었다.그런데 감히 매니저 따위가 하현을 건드려?살기가 싫은 건가?왕문빈의 부인은 가까스로 하현의 용서를 얻은 상태였다.하현이 자칫 기분이 언짢기라도 한다면 왕문빈이 자신을 내칠 수도 있었다.남자 매니저는 일그러진 얼굴을 가리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모님, 어떻게 저한테...”“촥!”왕문빈의 부인은 또 한 번 세차게 그의 얼굴을 때렸다.“꺼지라고!”“못 들었어?”“내가 다시 한 번 말해야 알겠어?”“내가 직접 널 끌어내야 속이 시원하겠어?!”남자 매니저는 얼굴을 가린 채 아무 반박도 못하고 멍하니 서 있었다.혹시라도 반박했다간 어떤 지경이 될지 그도 모르지 않았기 때문이다.그는 왕문빈의 부인이 어떤 스타일인지 익히 잘 알고 있었다.순간 장내는 찬물을 끼얹은 듯 고요해졌다.일이 이렇게 될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하물며 하현이 정

  • 재벌 사위면 될까?   4467장

    ”그가 훔쳤든 아니든, 내가 여기 있는 한 그는 훔친 겁니다!”“왕 사장님 머리가 어떻게 되셨더라도 절대 휘룡만 1호를 파실 분이 아닙니다!”“두 분이 솔직히 인정하는 게 좋을 겁니다. 제가 용서할 기회를 드리죠!”“그렇지 않으면 정말 경호원을 불러 경찰서로 데리고 가라고 할 거예요!”남자 매니저는 색기가 가득 흐르는 눈빛으로 설은아를 바라보았고 손을 뻗어 그녀의 어깨를 두드리며 음흉한 속내를 슬쩍 비쳤다.설은아는 기겁하며 그의 손길을 피했다.그러자 남자 매니저는 더욱 불쾌한 얼굴로 말했다.“여사님, 제가 여사님 얼굴을 봐서 특별히 두 분께는 기회를 드리겠습니다!”“안 그러면 두 분도 같이 경찰서 가서 조사를 받아야 할지 모릅니다. 쓸데없는 피해를 입을 수도 있고요.”“공범으로 몰려 죄를 피할 수 없을지도 몰라요!”남자 매니저가 이렇게 말하자 우소희는 순간 거만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설은아, 우리 모두 피차 내막을 잘 아는 사람들이잖아?”“체면 때문에 일부러 하현한테 이런 뻔뻔한 일을 시킬 필요는 없는 거 아니야?”설은아는 그녀의 말에 기절할 뻔했다.“뭐라고?”이때 하현이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휘룡만 1호는 내가 산 게 아닌 건 확실하지만 그렇다고 주운 것도 아니에요.”“훔친 건 더더욱 아니고요.”“왜냐하면 왕 사장님이 저한테 주신 거니까요.”이 말을 들은 설은아는 약간 어리둥절해하며 믿기 어려워하는 표정을 지었다.“무슨 소리예요?”“무슨 농담을 그렇게 하냐고요?!”“왕 사장님이 당신을 어떻게 안다고 그래요?”“어떻게 천억짜리 집을 당신한테 주냐고요?!”남자 매니저는 하현의 말을 듣고 ‘피식’하고 냉소를 흘리며 얼굴 가득 혐오의 빛을 띠었다.“당신은 정말 날 바보로 아는군요!”예쁘장한 여자 영업사원들도 모두 경멸하는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보았다.나이도 많지 않은데 허풍이나 떨며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모습이 못마땅했던 것이다.우소희도 입을 삐죽거리며 시큰둥한

  • 재벌 사위면 될까?   4466장

    하현은 이 말을 듣고 망설임 없이 말했다.“이 집은 내가 산 것이 아닙니다...”“뭐라고요?”하현이 말을 끝맺기도 전에 남자 매니저가 눈에 한기를 가득 머금은 채 하현을 노려보았다.“이 카드키, 훔친 거죠?”이 말을 듣고 사람들은 눈이 동그래졌다가 의아한 표정으로 하현을 바라보았다.훔친 거라고?머리가 어떻게 된 건가?훔친 카드키를 들이밀며 자신이 이 집을 산 거라고? 돌았나?!방금까지 하현을 우러러보던 사람들의 눈빛은 갑자기 돌변했다.그들은 방금 하현을 그런 눈으로 본 자신들을 탓하며 3분 전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까지 생겼다.설은아는 이 말을 듣고 얼굴빛이 살짝 변하며 약간 걱정스러운 듯 하현을 쳐다보았다.하현은 미간을 찌푸리며 남자 매니저를 바라보았다.“방금 당신이 한 말, 꼭 책임져야 합니다.”“책임이라고요? 그 책임을 어떻게 지는지 제대로 알려드리죠!”남자 매니저는 손가락을 튕겨서 경호원 몇 명을 불렀다.“휘룡만 1호는 우리 휘룡만에서 가장 귀한 물건입니다!”“이 집은 외부에 판매된 적이 없었고 저당 잡힌 것도 없습니다!”“이곳은 왕문빈 사장님의 개인 별장입니다!”“카드키도 분명 왕 사장님 손에 있을 겁니다!”“그런데 그게 어떻게 외부인인 당신 손에 있단 말이죠?!”“설마 오다가 주웠다고는 말하지 마세요!”“오다 주운 게 휘룡만 1호 카드키라니요?!”“어서 말해 봐요! 이 카드키, 왕 사장님한테서 훔친 겁니까?”“솔직히 말하면 관대하게 처리해 줄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당장 관청에 신고해서 당신을 감옥에 처넣어 버리고 말 겁니다!”남자 매니저는 위엄 있는 얼굴로 속사포처럼 하현을 향해 퍼부었다.이로써 그는 자신이 꽤 성공한 사람처럼 느껴져 우쭐해졌다.데릴사위를 호통쳤을 뿐만 아니라 설은아 같은 미녀 앞에 꽤나 멋진 모습을 보일 수 있어서였다.가장 중요한 것은 왕문빈이 잃어버린 카드키를 되찾았다는 것이다.엄청난 공로임에 틀림없다!어쩌

  • 재벌 사위면 될까?   4465장

    휘룡만 1호?!그 가치가 천억이라고?하현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벼락을 맞은 듯 멍해졌다.방금까지도 싸움에서 이긴 수탉처럼 의기양양했던 우다금은 설은아가 손에 든 카드키를 보며 온몸이 굳어 버렸다.우소희는 자신의 뺨을 때리며 이것이 꿈이 아님을 확인한 뒤 설은아를 쳐다보았다.우소희의 눈빛에는 부러움과 질투로 이글이글 타올랐다.스스로 상류층 사람이라고 자부하는 오건우조차도 이 순간에는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천억짜리 선물이라고?그 무슨 말 같지도 않은 농담을!자신의 몸값을 다 쳐도 살 수 없는 액수였다!설은아는 자신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이게 휘룡만 1호라고?”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맞아. 휘룡만 1호.”“당신 주려고 준비했어. 결혼 3주년 기념 선물이야.”하현의 말을 듣고 주변에 있던 많은 분양사 직원과 손님들이 몰려들었다.모두들 귓속말로 서로 속삭이며 하현을 한껏 우러러보았다.다들 돈이 있는 사람들이었지만 저렇게 쉽게 천억을 들여 집을 산 사람은 처음 보았다.이것이 진정한 토호의 모습이 아닌가!하현을 얕잡아 보던 우소희는 순간 억지로 웃음을 쥐어짰다.“설은아, 하현이 어떤 사람인지 우린 모르지만 혹시 당신도 잘 모르는 거야?”“저 사람 혼자 힘으로 천억을 덥석 내놓는다고? 허! 그렇담 암퇘지도 나무에 올라갈 수 있겠군!”우다금도 옆에서 이를 갈며 거들었다.“맞아. 하현은 데릴사위야. 한 달 동안 네가 준 용돈으로 빌붙어 사는 사람이잖아?!”“그런데 어떻게 휘룡만 1호를 살 수 있단 말이야? 농담 좀 그만해! 정말 지겨워!”“분명히 인터넷에서 카드키 하나 사 가지고 너한테 준 걸 거야!”“우리 앞에 보여 주려고 말이야!”“설은아, 내가 사람 된 도리로 하나 가르쳐 줄게.”“사람이 아무리 허풍을 떨고 싶어도 체면까지 내팽개치면 안 되지.”우다금은 세상 물정에 해박한 어른인 양 하현을 꾸짖었다.“하현, 내가 꼭 당신을 두고 하는 말은 아니지만 사람이 이렇게

  • 재벌 사위면 될까?   4464장

    하현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오건우를 쳐다보았다.오건우는 왠지 얼굴이 화끈화끈거리며 통증마저 느껴지는 것 같았다.잠시 후 그는 이를 악물고 은행 카드를 테이블 위에 내놓았다.“살게요! 내가 사요!”“전액 현금으로!”“이걸로 하겠습니다!”오건우는 49호를 가리켰다.더 비싼 집은 도저히 그의 능력 밖이었다.특가 주택 정도는 그의 능력으로 어떻게 감당할 수 있었다.그러자 분양 직원은 함박미소를 띠며 말했다.“네, 그럼 수속 도와드리겠습니다.”일사천리로 구매 계약서가 준비되었고 서명하는 것으로 모든 것이 마무리되었다.“오건우, 당신 정말 대단해! 날 이렇게 사랑하다니!”우소희는 터져 나오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계약서를 들고 오건우의 얼굴을 감싸안으며 미친 듯이 웃었다.정말 사람 하나는 잘 골랐어!이렇게 비싼 집을 사 주다니!이게 웬 떡이야!오건우의 마음속에 그녀를 향한 사랑이 이렇게 크게 자리했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하지만 오건우는 이 계약으로 거의 이백억을 탕진하게 되어 유동자금은 모두 없어져 버렸다.그는 화류계에서 호화롭고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려고 했는데 그 모든 희망이 사라졌다.하지만 우소희가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가졌으니 앞으로 인맥은 비길 데 없어 넓어질 것이다.우소희가 왕문빈의 딸을 구해 주었다니 인정상 왕문빈이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 틀림없다.그것만으로도 우소희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했다.자신이 우소희와 결혼하기만 한다면 우소희의 인맥이 곧 자신의 인맥이 된다.그렇게 되면 자신도 당당하게 왕문빈 앞에 얼굴을 내밀 수 있게 되고 날개를 달고 날아오를 일만 남게 된다.그 순간을 상상하니 지금 아무리 불쾌하고 떨떠름해도 오건우는 충분히 참을 수 있었다.잠시 생각에 빠져 있던 그의 얼굴 위에 이내 환한 미소가 번졌다.우다금 모녀는 기뻐 어쩔 줄을 몰랐다.원래 그녀는 이십억짜리 집이라도 사면 설 씨 집안에 충분히 체면이 서게 된다고 생각했었다.그런데 지금

  • 재벌 사위면 될까?   4463장

    ”어머! 오건우, 200억이잖아?”우소희는 얼굴 가득 미소를 머금은 채 오건우에게 온몸을 기대어 애교를 부렸다.“당신 같은 부자한테 200억은 껌이잖아. 나 이 집 갖고 싶어!”우소희는 영리한 여자였다.오건우라는 황금거위를 이용해 거액의 집 한 채를 꿀꺽 삼키고 싶었던 것이다.어쨌든 그녀는 지금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겸비한 돈 많은 여자이지 않은가!그녀가 왕문빈 부부에게 체면이 깎인 일은 현재 병원 내부에서만 알고 있으며 온라인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여전히 여신격의 의사로 알고 있다.겉모습이 꽤나 예쁘장한 우소희는 왕문빈의 일억을 가지고 고급 장소에 출입하며 재벌 2세들의 관심을 끌었다.수많은 추파 속에 오건우를 선택한 우소희는 목적한 바를 이루기 위해 그를 단단히 붙잡아야 했다.그래야 평생 부귀영화를 누리며 살게 된다.오건우는 지금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가 새파랗게 변했다.그러나 그도 체면을 의식하며 깊은 숨을 들이마신 뒤 가식적인 모습으로 사진을 몇 번 찍어 누군가에게 보냈다.오건우의 입에서 ‘어우, 와’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우소희, 방금 우리 집 풍수지리사에게 특별히 물어봤어.”“그런데 이 집은 보기에는 위치도 좋아 보이고 멀끔해 보이지만 결함이 굉장히 많다고 해.”“바람길의 입구에 위치해 있어서 교살과 노살을 막고 있대.”“그러니까 말이야. 이 집은 다른 사람들의 재난을 막아주고 있는 형상이어서 들어가서 살게 되면 병들고 아플지도 모른대.”“우리 대사님 말씀에 따르는 게 좋을 것 같아. 이 집 말고 다른 집이 있는지 둘러보자.”“가격대가 다 이렇게 비슷비슷한가요?”오건우는 분양 직원에게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그 의미는 분명했다.더 저렴한 물건이 없냐는 뜻이었다.직원은 오건우의 눈짓에 웃으며 말했다.“손님, 이미 이 가격도 싼 거예요.”“이 집은 도로 입구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특가를 진행하는 거예요.”“48호 가격은 250억이에요. 그리고 다른 건...”

  • 재벌 사위면 될까?   4462장

    ”됐어! 소희야, 다른 사람 상처에 소금 뿌리는 거 아니라고 했잖아!”“좋지 않은 행동이야!”이때 공작새처럼 차려입은 우다금이 나서서 원만하게 수습하려는 척 단아한 표정을 지었다.“하현이 단지 체면이 깎일까 봐 한번 해 본 소리일 뿐이야.”“우리야 이런 일이 많으니 스스로 감정을 통제할 수 있지만 저런 사람들이야 남하고 비교될까 봐 더 잘난 척하고 싶은 마음을 어떻게 통제할 수 있겠어?”“게다가 우린 지금 상류층 사람이야. 저런 데릴사위랑 실랑이를 할 필요가 뭐 있어?”“격 떨어져!”“그러니까 얼른 집이나 보자고. 빨리 수속 밟아야 하잖아?”“저런 사람과 실랑이를 하다가 좋은 집을 놓치면 우리만 손해지!”우다금은 빈정거리면서 분양 단지를 설명하는 쪽으로 시선을 돌려 흡족한 눈빛으로 대형 분양 단지들을 바라보았다.그녀는 스스로의 힘으로는 절대 이런 집을 살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예비 사위 오건우도 이런 큰집에 헛돈을 쓰지는 않을 것이다.그저 칠팔십 평짜리 방 세 개 정도 되는 집이라도 살 수 있다면 감지덕지일 것이다.“자, 설은아. 하현. 당신들은 먼저 돌아가.”“우리는 집을 산 후에 개인 모임이 있어서 식사도 해야 해.”“그곳은 너무 고급스러운 자리라 여러 명을 데리고 가긴 좀 안 맞거든. 함부로 데려갔다가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이 엄한 말이라도 하면 곤란하잖아, 안 그래?”하현은 무슨 말을 하려다가 설은아가 끌고 나오는 바람에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설은아는 돼먹지도 않은 우다금 모녀와 더는 화를 내며 상대할 이유가 없다고 느꼈다.아무런 의미없는 실랑이는 시간 낭비일 뿐이다.만약 최희정이 가라고 그녀를 등 떠밀지 않았더라면 아마 설은아는 죽어도 오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오건우는 설은아가 이렇게 떠나게 될까 봐 노심초사했다.자신의 부를 과시할 기회가 없어지기 때문이다.오건우는 헛기침을 하며 미소를 지었다.“우소희, 당신이 골라 봐. 마음에 드는 거 있는지 보자고.”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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