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군묵은 곧 떠날 것이다. 바로 오늘 밤에.공항에서 상부의 전화를 받은 상관묵의 부하가 소리를 낮추어 보고했다.“어르신, 제가 보기에 도련님은 이미 육화공주에게 미혹되었습니다. 요 몇 년간 도련님은 늘 단호하고 결단력 있는 가장 뛰어난 리더였습니다. 그러나 육화공주 앞에만 서면 말도 없이 수시로 때리고 욕하면서 육화공주의 말만 쫓습니다. 제가 보기에 도련님은 이미 육화공주의 치마 폭에 싸인 신하나 다름없습니다!”늙고 불쾌한 음성이 전화기 너머로 들려왔다.“이런 일이 다 있어?”“네. 제가 본 것만 해도, 육화공주는 도련님의 뺨을 여러 대 때렸을 뿐 아니라, 도련님의 치명적인 부위를 걷어차기도 했습니다.”“아니 어찌 이럴 수가! 육화라는 이 어린 계집애가 감히 묵이의 머리 꼭대기에 올라앉아? 감히 우리 교인족을 이리 모욕하다니!” 어르신이 손에 집히는 대로 찻잔을 집어 던지는지, ‘쨍그랑’하는 소리가 들렸다. 부하는 무서워졌다.“잘 들어. 오늘 반드시 묵이를 데려와야 해. 요즘 마음이 불안해. 꼭 일이 터질 것 같단 말이야. 절대 묵이가 육화의 손에 망가지게 둬서는 안 돼.”“예, 어르신!”전화를 끊은 부하가 상군묵의 곁으로 다가왔다.“도련님, 시간이 다 되었습니다. 전용기가 이미 준비되었으니 가시죠.”상군묵은 휴대전화를 한 번 들여다보았다. 액정은 텅 비어 있었다. 육화는 어떤 기별도 보내지 않았다.오늘 저녁에 그녀가 올까?설마, 이것이 그와 그녀의 마지막인가?상군묵이 몸을 일으켰다.“도련님, 이쪽으로.”상군묵은 긴 다리를 뻗어 앞으로 걸었다. 하지만 걸어가는 그의 걸음이 점점 느려졌다. 휴대폰을 꺼낸 그가 육화의 번호를 눌렀다. 저편에서 휴대폰 벨 소리가 한 번 울리더니 연결되었다. 육화가 전화를 받은 것이다.심장이 뛰기 시작한 상군묵이 막 입을 열려 하는데, 전화기 저편이 육화가 아닌 고여림이었다.[여보세요, 상군묵, 아직도 화화 언니에게 전화할 낯이 있어요?]물론 상군묵은 이 계집애와 언쟁할 생각이 없다.“화화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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