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된 거야?’‘왜 갑자기 불이 꺼졌어?’펑!누가 바에 부딪혔는지 술잔들이 와르르 떨어지며 모두 깨졌다.“아.”누군가가 비명을 질렀다. 유리에 긁혀 다쳤을 것이다. 현장이 순식간에 난장판이 되어버렸고 사람들이 밖으로 뛰쳐나가기 시작했다. 육화는 율손 왕자와 함께 있었는데, 인파에 의해 떨어졌다. 붐비는 사람들 속에서 불현듯 큰 손 하나가 나와 육화의 가늘고 하얀 팔을 잡아당겼다…… 곧 이어 불이 다시 들어와 앞이 보였다.수행들이 황급히 달려와 율손 왕자에게 보고했다.“왕자님, 전기 회로에 문제가 좀 생겨서 지금 조사하고 있습니다.혼비백산한 사람들 속에서 누군가 비명을 질렀다. “아, 육화공주가 없어졌어!”육화는 이미 보이지 않았다. 이 큰 홀에서 사라져버렸다.오늘은 육화의 생일인데, 작은 사고가 생기며 그녀가 까닭 없이 사라진 것이다. 모두들 곤혹스러워 말했다.“육화공주요, 방금 분명히 여기에 있었잖아요?”“모르겠어요.”수행원이 작은 소리로 물었다.“왕자님, 육화공주님이 사라졌습니다. 사람을 보내 모든 출입구를 봉쇄할까요?”다른 사람들이 당황하고 의아해하는 것에 비해 율손 왕자는 상당히 침착했다. 미간도 찌푸리지 않은 채 율손 왕자는 덤덤하게 말했다.“아니.”말을 마친 율손 왕자는 바로 자리를 떴다.육화는 상군묵에게 끌려갔다. 그녀는 힘을 다해 발버둥쳤다.“상군묵, 놓아줘, 나는 돌아갈 거야!”음침함이 뚝뚝 떨어질 듯한 얼굴의 상군묵은 차가운 표정으로 육화를 쳐다보았다.“돌아가? 어디로 돌아가? 율손 왕자의 품으로 돌아갈 거야, 아니면 왕실로 들어가서 그의 왕비가 될 거야?”육화가 매끈한 이마를 찡그렸다.“이건 나와 율손의 일이야. 당신과는 무관해. 게다가 나는 원래 율손과 혼약이 되어있었어. 이후 나는 그에게 시집가게 될 거야!”상군묵의 단단한 가슴이 오르내렸다. 마치 숨을 헐떡이는 야수 같았다. 이내 육화를 화장실로 끌고 들어간 그는 수도꼭지를 틀었다. 그리고 육화의 오른쪽 뺨을 씻기 시작했다.조금 전 율
교인국의 장로인 이 노인은 혼자서 상군묵을 키워냈다. 상군묵의 양부와 같았다.오늘 상군묵이 비행기에 오르지 않았다는 소식을 들은 장로는 밤새 날아왔다. 분노하고 실망한 그가 상군묵의 따귀를 때렸다. 상군묵은 바로 얼굴을 맞았다.“묵아, 내가 너에게 묻겠다. 너 오늘 왜 또 마음대로 생각을 바꾸었느냐? 지난번에 그랬듯이 이번에도 역시 설마 모두 그 난루국 공주 육화 때문이냐?”“육화가 지금 네 방에 있다고 들었다. 그녀를 데리고 와서 뭐 할려고?”상군묵이 얼굴을 돌렸다. 그는 아무런 표정도 짓지 않고 담담하게 말했다.“나는 그녀를 데리고 함께 떠날 겁니다.”“데리고 함께 떠나?”장로는 마치 무슨 큰 농담을 들은 것 마냥 큰 소리로 웃었다.“하나는 교인국 도련님 상군묵이고, 하나는 난루국 공주 육화다. 너는 그녀를 데리고 어디로 갈려고. 이 천하가 넓다 하나, 너희 두 사람이 몸 둘 곳이 어디 있다고?”방안의 육화는 가슴이 철렁했다. ‘그래, 나와 상군묵이 몸 둘 곳이 어디 있겠가?’그녀도 그가 왜 별안간 그녀를 데리고 가려 하는지 모른다. 그의 이 결정은 그야말로 미친 짓이다.뒤를 생각지 않는 광기.상군묵은 잠시 동안 침묵을 지키다 말했다.“이 세상에 우리가 갈 수 있는 길이 없다면 내가 길을 만들 것입니다. 내가 있는 곳이 그녀에게 비바람을 피하는 안식처를 만들어 줄 겁니다.”그는 뜻밖에도 이렇게 말했다.마음이 약해진 육화는 하얀 눈자위가 붉어지기 시작했다. 그는 그녀를 좋아한다고 말했었다. 이제 좀 믿어졌다.“너! 너, 너, 너!”장로의 화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묵아, 너는 내가 혼자 키웠다. 자제와 이성은 줄곧 네가 가장 자랑스러워하던 것이었다. 그런데 육화를 만나면서 어찌 이리 어리석어졌느냐? 너는 네가 얼마나 어려운 길을 선택했는지 아느냐? 네가 진짜 정상이 아닌 게야!”장로는 너무 가슴 아팠다. 그가 손수 키운 아이가 겨우 미인을 얻겠다고 강산도 마다하다니.‘이 아이가 변했어. 정말 변했어!’상군묵의 준수한 얼
“화화.”상군묵이 진지한 표정으로 육화를 바라보고 있었다.“나랑 같이 갈래?”이번에는 제멋대로의 강한 말투가 아니라 아주 조심스럽게 그녀에게 함께 갈 수 있느냐고 그가 물었다.그녀는 보통의 여자가 아니다. 그녀는 모든 총애를 한 몸에 받는 육화공주인 것이다. 그녀가 그와 이렇게 떠나면 아주 많은 것들을 버려야 한다. 그를 보고 있던 육화가 역시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원해.”그는 그녀를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하려 하고, 그녀 역시 당연히 그를 위해 모든 것을 버리려고 한다. 앞으로 그는 더 이상 교인국의 후계자가 아니고, 그녀 또한 육화공주가 아니다. 이제 그와 그녀는 곧 떠날 수 있으리라.‘나도 원해’라는 육화의 말을 들은 상관묵은 더 깊숙이 그녀를 품에 당겨 안았다. …… 상군묵은 육화를 데리고 떠나려 했지만, 떠나는 게 쉽지 않았다. 왜냐하면 율손 왕자가 이미 사람을 시켜 육화의 행방을 찾기 위해 온 도시에 사람을 풀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발각되기 쉬운 큰 호텔엔 갈 수가 없어 작고 허름한 집을 구해 지냈다. 상군묵이 미안해하며 말했다.“화화, 이틀은 여기서 좀 지내야 해. 그럼 곧 떠날 수 있을 거야.”“좋아.”육화가 고개를 끄덕였다.“이곳의 환경도 그리 나쁘진 않아. 난 괜찮아.”비록 그녀가 귀하고 곱게만 자란 공주이긴 하지만, 결코 나약하지 않았다. 고생도 할 수 있었다.“화화, 나 잠깐 나갔다 올 테니 여기 있어. 아무데도 가면 안돼, 알았지?”“알았어.” 육화가 얌전히 있겠다고 약속했다.상군묵이 외출했다.육화는 임시 거처에서 할 일이 없었다. 혼자 있으려니 심심했다. 조금 있으면 12시가 되니 곧 점심시간이다. ‘상군묵이 돌아오면 틀림없이 배가 고플 거야. 음, 내가 직접 음식을 만들까?’손가락에 물 한 방울 묻히지 않고 자란 육화가 정말 대담하게 음식을 하겠다고 결정한 것이다.육화는 주방에 들어갔다. 비록 작은 주방이지만 필요한 주방기구들이 모두 갖추어져 있었다. 식재료를 한 번 둘러본 그녀는 마
육화는 상군묵의 품에 기대어 울먹였다.“그럼 나 속이면 안돼. 나중에…… 나 데리고 다시 와야 해.”폭포처럼 부드럽게 흘러내리는 그녀의 머리칼을 쓰다듬는 상군묵은 마음이 허물어졌다. 그녀는 모든 것을 포기한 채 그를 따라 가는 것이다. 그가 엄숙하게 고개를 끄덕였다.“화화, 나는 너를 속이지 않아. 앞으로 내가 너한테 정말 잘해 줄게.”육화가 상군묵을 꼭 껴안았다.……식사를 마친 두 사람이 다시 임시 거처로 돌아온 뒤, 육화가 물었다.“우리 저녁 몇 시에 출발해?”“8시.”“8시?”“그럼 아직 몇 시간이나 남았네. 지금은 뭘 하지?”침대에 누워 있던 상군묵이 자기 옆자리를 툭툭 쳤다.“화화, 이리 와. 어젯밤에 잠을 잘 못 잤으니, 우리 낮잠 자자, 응?”육화는 바깥의 화창한 날씨를 내다봤다.‘한낮에 방에 틀어박혀 잠을 자는 게 좋을 리 없잖아?”이때 상군묵이 손을 뻗어 그녀를 잡아당기자, 그녀의 가녀린 몸이 앞으로 쏠리며 바로 그의 품에 엎어졌다.상군묵이 그녀를 껴안은 채 몸을 뒤집었고, 그녀는 침대와 상군묵 사이에 갇혔다.주먹을 말아 쥔 육화가 힘껏 그를 쳤다.“임묵, 너 왜 이리 짓궂어?”“가만.”그녀의 작은 주먹을 잡은 상군묵이 그녀의 오른손 약지에 뭔가를 하나 끼웠다.육화가 쳐다보니 반지였다.다이아몬드 반지가 아닌, 그가 강아지풀로 엮은 반지가 지금 그녀의 약지에 끼워져 있다.‘이거 무슨 뜻이지?’“뭐 하는 거야?”육화의 심장이 거세게 뛰었다. 강아지풀로 엮은 반지이지만 그래도 반지였다. ‘그가 왜 그녀에게 반지를 끼웠을까? 설마 반지는 쉽게 장난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걸 그가 모르진 않겠지?’상군묵이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준수한 얼굴은 꿀이 뚝뚝 떨어질 듯한 애정으로 가득했다.“화화, 오늘은 급한 대로 이걸로 대신하자. 여기를 떠나면 아주 큼직한 다이아몬드 반지를 사 줄게.”“누가 너한테 다이아몬드 반지 사 달래? 너 이거 빼. 장난치면 화낼 거야.”“화화, 농담 아니야. 지금 네 손가락에 반지
물? 상관묵은 그녀가 손에 든 물컵을 한 번 보고는 애틋하게 그녀의 아름다운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내가 안쓰러워 물 떠다 주는 거야? 넌 틀림없이 남편을 아끼고 사랑하는 그런 와이프 일 거야.”“누가 네 와이프야?”“너지! 화화, 이렇게 챙겨줘 놓고 아직도 내 사람이 아니라고?”상관묵은 정곡을 찌르듯이 그녀의 작은 손을 잡았다.그는 줄곧 그녀의 작은 손이 부드럽고 미끄럽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방금에야 그는 그녀의 이 작은 손이 그를 이토록 편안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야말로 그를 살게 하면 살게 하고, 죽게 하면 죽게 하는 그녀의 마력이었다.육화는 정상으로 보였지만 눈동자가 좀 풀렸고 마치 다른 사람에게 조종당하고 있는 것 같았다.상관묵은 물컵을 받고 단숨에 다 마셨다. 빈 컵을 내려놓고 상관묵은 육화의 작은 손을 잡았다.“화화, 우리는 인제 그만 출발하자.”“그래.”육화는 상관묵의 뒤를 졸졸 따라갔는데, 걸어가는 폼이 뭐가 좀 기계적이었다. 민가의 문을 열고 두 사람이 걸어 나가자 어두운 밤을 뚫고 한 무리의 사람들이 그들을 향해 걸어왔다. 율손 왕자가 왔다.상관묵의 발걸음은 멈칫거렸고 이 은신처는 상당히 은밀하기에 폭로될 수가 없는데 그렇다면...... 율손 왕자는 상관묵을 바라보고 있었다.“상관 도련님, 내가 여기에 있는 게 매우 의외인 가 봐? 그럴 만도 하지, 상관 도령은 항상 빈틈이 없는 사람이니...... 내가 밖을 뒤집어 놓더라도 찾기 힘든 그런 사람이지. 근데 내부 첩자가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지지 않을까? 있어, 내부 첩자. 나의 약혼녀이자 첫 번째 왕비 이자 난루 공주인 육화가 바로 내부 첩자야.”육화?타고난 민예도와 예감력이 있는 상관묵은 요 며칠 줄곧 좋지 않은 예감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지금까지 육화를 단 한 번이라도 의심한 적이 없다. 단 한 번이라도...... .그녀는 그의 여자이고 그녀는 절대 그를 속이지 않을 것이기에...... .“화화, 율손 은 어떻게 된 일이야?”상관묵은
상군묵이 육화를 보면서 물었다.“육화, 넌 날 사랑한 적이 있니? “육화의 눈가가 뜨거워져 그 안에 부드럽고 윤택한 안개가 끼어 뜨거운 눈물이 다음 순간 바로 떨어질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울 수 없었다. 눈이 매우 메마르고 타오른 열기가 눈을 태운 것처럼 아팠다. 육화는 상군묵을 보면서 두 글자로 답했다. “전혀.”그는 그녀에게 자기를 사랑했었냐고 물었는데 그녀는 “전혀”라고 대답했다. 전혀 사랑해본 적이 없었다. 답을 얻은 상군묵은 순간 두 눈동자가 붉게 충혈됐다. 그렇구나, 그녀는 나를 전혀 사랑한 적이 없었구나. 요 며칠은 모두 거짓이었구나. 그녀는 처음부터 끝까지 연기였구나.헉. 헉헉.“상군묵, 이것은 니가 준 강아지풀 반지야. 이제 너에게 돌려 줄게!”육화는 손가락 끝에 껴있는 강아지풀 반지를 떼어내어 쓰레기처럼 힘껏 바닥에 내던졌다.“육화, 이리 와.”이 때 율손 왕자가 다시 입을 열어 말했다. 육화는 상군묵을 떠나 율손 왕자 곁으로 갔다. 율손 왕자는 육화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육화의 몸이 온통 뻣뻣하고 차갑다는 것을 율손 왕자가 이제서야 알게 되었다. 그녀는 마치 조작된 꼭두각시와 같았다. 율손 왕자는 티를 내지 않고 육화를 자기 품으로 더 끌어 안아 승자의 모습으로 상군묵을 바라보았다.“상군 도련님, 이제 정신을 차리시지? 나와 육화는 당신을 죽일려고 이미 손을 잡았어. 예전에는 우리가 교인을 한 번 멸했으니, 이제는 두 번째로 너희들을 멸할 수 있는건 시간문제야. 상군 도련님, 그냥 마음 편히 저승길을 떠나시길.”율손 왕자는 부하에게 눈짓을 하자 부하는 재빨리 소음 권총을 꺼내 상군묵 머리에 들이댔다. 상군묵 입에서 비린내가 솟구쳤다. 단장초의 독이 가장 빠른 속도로 그의 심백에 침투하고 있었다. 그는 사랑하는 여자가 건네준 독주를 마시고 그녀의 손에 죽었다.상군묵의 좁고 긴 눈은 핏빛으로 물들여진 , 그 눈으로 앞에 있는 육화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지금 그녀는 이미 다른 남자의 품에 안긴 채 그를 차
육화도 자신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지만, 가슴은 미어지듯 아파 나면서 갈기갈기 찢기는 것만 같았다. 그가 다가와 그녀의 손을 꼭 잡을 때, 어쩌면 그의 손이 자신의 가장 좋은 귀착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가득했다.만약 그가 그녀를 죽이려고 한다면 그녀는 순순히 그의 뜻을 따르려고 했다. 그러나 그녀를 잡고 있던 그의 손은 서서히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다.육화는 속눈썹을 떨더니 곧 천천히 눈을 떴다.상관묵이 한창 그녀를 지그시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숨을 헐떡이고 있었는데 주위가 조용해서인지 그녀는 그의 숨소리를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의 준수한 얼굴이 다가와 그녀의 이마에 닿았다.그녀는 그의 눈물을 느꼈다.그의 눈물이 그녀의 얼굴에 떨어졌다.“육화, 난 내가 미워. 지금까지도 네가 아깝고 안쓰러워 차마 널 죽일 수 없는 나 자신이 미워.”육화는 울음을 터뜨렸다. 그는 파멸과 원한을 품고 왔으나 마지막 순간에 그는 손을 놓았고 그녀의 이마에 얼굴을 대고 그녀에게 속삭였다.“아까워, 안쓰러워.”그는 그녀가 죽지 않기를 바란다.육화는 무슨 말을 더하고 싶었지만, 상관묵의 조각 같은 몸은 휘청이더니 천천히 조금씩 땅으로 쓰러졌다. 땅은 온통 피투성이여서 다른 사람의 피인지 자기 피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 상관묵은 피바다에 쓰러졌으며 아주 천천히 눈을 감았다.‘죽...... 죽었어?’두 다리가 나른해지자 바로 땅에 주저앉은 육화는 떨리는 손가락을 내밀어 그의 콧김을 느껴보려고 했으나 안타깝게도 상관묵은 이미 숨을 거두었다.‘죽었어!’‘죽었잖아!’‘안 돼!’‘이건 꿈일 거야!’육화는 머리가 터질 것만 같았다.‘너무 아파!’‘아!’육화는 비명을 지르며 땅에 쓰러졌다....... 육화는 아주 긴 꿈을 꾸었는데, 꿈에는 온통 상관묵이었다상관묵은 그녀를 꼭 껴안으면서 말했다.“화화, 널 위해서라면 난 모든 걸 다 포기할 수 있어.”상관묵은 개 꼬리풀 반지를 그녀의 약지에 끼우면서 말했다.“화화, 이제부터 넌 내
그가 했던 말이 현실로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육한정은 육화를 방으로 안고 들어갔다.“서관, 우리 딸 어때? 여태껏 화화가 저렇게 슬퍼하는 건 처음 봤어. 교인국 도령에대한 애정이 매우 깊은 거 같아.”하서관은 딸을 애틋하게 바라보면서 말했다.“사랑에서 받은 상처는 아물기 어렵다고 하는데 나도 속수무책이야. 시간에 맡길 수밖에 없어. 교인국 도령을 천천히 잊게끔 시간이 해결해주겠지...... .” “서관, 교인국 도령은 진짜 죽었을까?”상관묵과 육화가 모조리 땅에 쓰러져 있을 때 교인국 어르신이 용맹한 부하들을 데리고 총탄이 빗발치는 그곳에 뛰여들어 죽음을 무릅쓰고 상관묵을 빼앗아 갔기에 그들도 상관묵의 현재 행방을 모르고 있다.얼마 전 상관묵은 육화를 위해 교인국 어르신과 결렬했지만, 어르신은 결국 상관묵을 내려놓지 못하고 마지막 절체절명의 순간에 달려왔다.애석하게도 상관묵의 생사 형제인 아대, 아삼, 아육, 아규는 한 명도 살아남지 못했다. 특히 아규는 상관묵의 시체 옆을 지키며 몸에 수십 칼이 꽂아졌지만 끝끝내 쓰러지지 않았고 이 전투는 피로 가득 찼다.모두가 상처투성이였다.하서관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당시 상관 도령은 이미 호흡이 끊겼다고 했어. 게다가 단장초는 맹독이니 살아남을 가능성이...... 아주 낮다고 봐야지.”하서관은 상관묵을 보지 못했기 때문에 단정할 수가 없었지만 그녀는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말했고 그 말은 즉 상관묵이 살아있다는 건 불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하 교수님, 화화양의 혈액 검사 결과 나왔습니다.”그때 조수가 문밖에서 말했다.“서관, 화화 혈액 검사했어?”하서관은 고개를 끄덕이었으나 확실치 않으며 말했다.“방금 최면술로 화화의 꿈속에 들어가 봤는데 꿈속에서 벨 소리를 들은 것 같아. 아주 익숙한 벨 소리인데 뭐랄까...... 먼 기억......”순간 육한정은 얼굴색이 변했다.“네 말은......오랫동안 실전된 교인족의...... 요술?”하서관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맞아, 여
백지은은 줄곧 장한이 자신에 대해 책임을 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그의 소식을 기다리지 못했다. ‘무슨 뜻일까?’백지은은 결국 참지 못하고 집까지 찾아왔다.멀리서 장한과 임불염이 함께 서있는것을 보게 되었는데, 두 사람이 무슨 말을 했는지 알 수 없었다.장한은 임불염을 차에 태웠고 임불염은 그대로 떠났다.백지은은 재빨리 주먹을 잡아당겼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설마 사랑이 되살아 난거야?’‘아니! 절대 그렇게 둘 수 없어!’백지은은 한 걸음에 달려가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한오빠, 방금 임불염이 온 거 아니야? 두 사라미 이혼한다고 그랬잖아...... 나한테 책임지겠다고 약속했잖아...... 근데 어떻게 이럴 수 있어?”장한은 백지은을 한 번 보고는 방으로 들어갔다.그러자 백지은은 뒤를 쫓아가서 그에게 매달렸다.“한오빠, 오늘 나한테 확답을 줘! 난 모든 걸 오빠한테 줬는데, 이렇게 날 버리면 안 돼잖아.”장한은 그녀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이혼할거야. 근데 뱃속에 내 아이가 있어. 그냥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는 없잖아.”말하면서 장한은 백지은을 쫓아내고 문을 닫았다.문밖의 백지은은 질투심으로 얼굴이 일그러졌다.‘임불염! 너도 네 뱃속에 아이도 내가 다 죽여버릴거야!’백지은은 스피드를 올려 돈을 써서 용맹한 사나이 몇 명을 찾았다.“천만원 줄테니 가서 임불염이라는 여자 잡아서 강에 던져! 완전히 사라지게 해!”돈에 눈이 먼 그들은 즉시 승낙했다.“좋습니다! 먼저 돈 부처 보내시죠! 그럼, 당장 가겠습니다.”“그래.”백지은은 흔쾌히 승낙했고, 그녀는 돈을 이 몇 사람의 계좌에 넣었다.이틀 동안 백지은은 줄곧 소식을 기다렸다.임불염의 사망소식이 전해지기를 기다렸지만 도무지 연락이 오지 않았다.시간이 지나면 지날 수록 불안감이 들었다.뭔가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백지은은 당황해서 일단 숨으려고 옷 두 벌을 챙겼다.그러나 문을 열자마자 제복을 입은 경찰이 보였다.“백지은씨 입니까? 살인매수
그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백지은은 조금 두려웠다. 그녀가 믿는지 안 믿는지 짐작이 안 갔고 그가 자신이 한 짓을 책임을 질지 안질지도 몰랐다.그녀는 곧바로 옷을 입고는 장한의 곁에 다가갔다.“오빠, 저는 이제 오빠의 사람이에요. 오빠에게 향한 내 마음을 오빠도 잘 알거예요. 난 오빠를 좋아해요. 그리고 오빠에게 시집가고 싶어요. 이렇게 내 첫 경험을 주었으니 오빠가 책임을 지지 않으면... 난 살지 않을 거예요.”백지은이 훌쩍거렸지만 장한은 여전히 말을 하지 않았다.“오빠, 그럼 전 그냥 죽을게요.”백지은은 몸을 돌려 벽에 박으려했다.그때 장한이 백지은을 잡아당기며 진중하게 말했다.“지은아, 뭐하는 거야. 난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한 적 없어.”순간 백지은은 너무 기뻤다.그가 자신을 책임지려한다?“오빠, 오빠도 나한테 호감이 있다는 걸 알아요.”백지은은 곧바로 장한의 단단한 허리를 안고 그의 품에 얼굴을 파묻었다.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장한이 그녀를 밀쳐냈다.“하지만 조금 기다려야 해. 난 지금 널 책임질 수 없어. 나랑 임불염의 일이 아직 끝나지 않았어.”백지은은 재빨리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요. 오빠. 절대 저버리지 말아요.”장한은 그녀를 힐끔 보더니 문을 열고 떠났다.백지은은 너무 기뻐 방에서 빙글빙글 돌았다. 그녀는 마침내 장한을 손에 넣었다.드디어 그를 가졌다....한편 장한은 방을 나와 코너를 돌아 신속히 다른 방으로 들어갔다.방에 들어서자마자 월월이의 여린 목소리가 전해왔다.“아빠.”장한은 곧바로 월월이를 안더니 아이의 볼에 뽀뽀했다.“월월아, 엄마는?”그때 임불염이 걸어 나왔다.“왔어? 당신이 아직도 부드러운 꿈에서 안 깬 줄 알았어.”그녀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그를 힐끔 보았다.“내가 보기에 당신 지금 아주 설레는 거 같은데? 어젯밤 백지은과 아무 짓도 안했어?”“아무 것도 안 했어. 백지은이 내 미색을 노렸지만 내가 곧바로 발차기를 날렸어. 발차기를 몇 번 날리니 조용해졌어. 날 만지지도
아파.백지은은 너무 아파 곧바로 눈물이 났다.그녀는 고개를 들어 억울한 눈빛으로 침대 위의 남자를 보았다.“보스.”침대 위의 장한은 몸을 뒤척이며 또 그녀를 등지고 잤다.이 순간 백지은은 이 남자가 고의로 한 것이라고 의심했다. 고의로 그녀를 희롱한 후에 발로 그녀를 침대에서 찼다.여자로서 침대에서 내동댕이쳐진 게 너무 창피했다.백지은은 엉금엉금 기어 다시 장한의 곁에 다가갔다. 그는 눈을 감고 숨을 가쁘게 쉬는 것이 술에 많이 취한 것 같았다.“보스. 보스.”백지은이 시탐하듯 여러 번 불렀다.장한은 아무런 반응도 없이 자고 있다.백지은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내가 생각이 많은 것이겠지?’‘그럴 거야. 그렇게 많은 술을 마셨으니 틀림없이 취했을 거야.’백빙은 샤워실 문을 열고 샤워하러 들어갔다.그녀는 깨끗이 씻은 뒤에 몸에 흰색 샤워가운을 걸친 채 겨우 중요부위를 막았다.거울 속의 여자는 한창 청춘이다. 생기발랄하고 예쁘게 생겼다.백지은은 자신에 대해 매우 만족한다.그녀는 방에 들어가 침대에 올라가 장한의 곁에 누웠다.“보스.”그는 반응이 없다.백지은이 용기를 내어 그의 셔츠 단추를 하나하나 풀자 그의 건장한 상반신을 드러냈다.남자는 근육이 탄탄하고 가슴이 널찍했으며 완벽한 식스팩은 야성미가 넘쳤다.백지은의 눈이 반짝였다. 그는 그녀가 생각했던 대로 아주 완벽했다.백지은은 곧바로 달려들어 그를 가지려했다.하지만 장한은 또다시 다리를 들어 그녀에게 발차기를 날렸다.아이고.백지은은 또다시 그대로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너무 아프다.이번에는 온몸이 깨질 것 같았다. 장한은 점점 더 세게 찼다.어떡하지?그가 아예 건드리지 못하게 한다.백지은은 붉은 입술을 깨물었다. 애초에 오늘 저녁에 그를 가져 그의 여자가 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잠든 그는 너무 경각심을 높아 그녀에게 손을 댈 기회를 주지 않았다.이대로 가다가는 그를 깨울 것이다.백지은은 잠시 생각한 뒤 침대에 올라가 장한의 곁에 누웠다. 이
“보스, 왜 이렇게 혼자 술을 마셔요. 나랑 같이 마셔요.”백빙은 자신에게 술 한 잔을 따르고 단숨에 다 마셨다.장한은 그녀를 보는 체 하지 않았지만 쫓지도 않았다. 그녀가 술을 한 잔 마신 후에 그도 술을 한 잔 마셨으니 그녀에게 대응해주는 셈이다.백지은은 희망을 보았다. 이전에 장한은 그녀에게 대꾸조차도 하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임불염이 가니 그녀의 자리가 생겼다.그녀가 한 모든 노력은 다 가치가 있는 것이다.백지은은 기회를 틈타 재빨리 말을 걸었다.“보스, 임불염 때문에 기분이 나쁜 거예요? 그녀는 정말 너무 철이 없어요. 그녀는 현처가 될 수도 없고, 양모가 될 수도 없고, 당신을 전혀 아끼지 않아요. 그런 여자랑 살면 더 힘들어져요. 보스, 빨리 그녀를 잊어요.”백지은은 말하면서 장한에게 술 한 잔을 따랐다.장한은 침묵했지만, 술잔을 들더니 백지은이 따른 술을 단숨에 다 마셨다.백지은은 장한에게 계속 술을 따라주었고 목소리도 갈수록 부드러워졌다.“보스, 밖에는 좋은 여자가 아주 많아요. 임불염만 잊는다면 당신의 주위에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이 아주 많다는 걸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당신은 더 좋은 인생을 누릴 자격이 있어요.”장한은 침묵하며 또 한 잔의 술을 다 마셨다.이렇게 장한은 술을 여러 병 마시고 곧바로 쓰러졌다.단단한 등이 나른하게 소파 의자에 기대더니 눈을 감았다.취한 것일까?백지은은 조심스럽게 장한을 잡아당겼다. 장한이 자신을 밀쳐내지 않자 백지은이 작은 소리로 말했다.“보스, 취했어요?”장한이 애매하게 대답했다.“보스, 이렇게 해요. 제가 부축해줄게요. 방에 들어가서 쉬어요.”장한은 거절하지 않았다.백지은이 그를 부축해 두 사람이 방으로 걸어갔다....얼마 지나지 않아 방에 도착했다.백지은이 장한을 침대에 눕히자 장한이 눈을 감더니 태양혈을 손으로 만졌다.“보스, 제가 만져줄게요.”백지은은 손을 뻗어 자상하게 관자놀이를 주물러주었다.그리고 그녀도 천천히 침대에 올라가 장한의 곁에 누웠다.
임불염의 나근나근한 호칭을 들은 장한은 그녀의 입술에 키스했다....한편 백지은은 아주 조급하다. 그녀는 여태껏 장한과 임불염이 이혼하기를 기다렸으며 그 틈을 타 장한의 옆자리를 독차지하려 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의 절친 양소희가 도착했다. 양소희는 지난번 몰래 비타민을 낙태약으로 바꿔 임불염에게 전한 사람이다.그녀가 아주 기쁘게 말했다.“지은아, 전할 좋은 소식이 있어.”“무슨 좋은 소식?”“보스와 임불염이 싸우고 있어. 임불염이 이사까지 했어.”백지은의 눈동자가 반짝였다.“진짜야?”“물론 진짜지. 가서 봐봐. 아주 많은 사람들이 구경하고 있어. 나도 방금 거기에서 온 거야. 널 만나자마자 이 기쁜 소식을 전하고 싶었어.”“그럼 빨리 가보자.”백지은은 재빨리 장한에게 달려갔다. 아니나 다를까 아주 많은 사람들이 구경하고 있었으며 장한과 임불염은 얼굴이 빨개질 정도로 싸우고 있었고 임불염은 자신의 캐리어까지 들고 있었다.모두들 싸움을 말리고 있다.“형, 형수님이랑 싸우지 말아요. 형수님의 뱃속에 아이도 있잖아요. 형수님을 이해해줘야 해요.”“맞아요. 형. 싸우지 말아요. 빨리 형수님을 달래줘요.”임불염이 곧바로 입을 뗐다.“달래줄 필요 없어요. 우리는 이미 이혼 신청을 제출한 상태예요. 이혼 조정 시기만 지나면 이혼이 성사될 거예요.”장한이 임불염을 바라보며 말했다.“이렇게 된 이상 각자 좋은 길을 찾자. 넌 네 길을 가고 난 내 길을 가면 돼.”“그래. 지금 갈게.”임불염은 트렁크를 들고 차에 올랐다.“형수님, 가지 마세요. 형은 단지 화가 나 있을 뿐이에요.”임불염은 아랑곳하지 않고 차문을 닫고 운전기사에게 말했다.택시가 임불염을 태우고 모두의 시선 속으로 사라졌다.“형, 정말 이러면 안 돼요. 형수 혼자 밖에 있으면 얼마나 위험해요. 빨리 형수를 달래요.”“나는 달래지 않을 거야. 우리는 이미 이혼했어. 다 끝났어. 모두 비켜!”쾅하고 장한도 문을 닫았다.구경꾼들은 서로 눈을 마주치며 어떻게 해야 할지
왜 갑자기 말이 이렇게 된 것일까?장한은 그녀가 말하다가 화를 낼까 얼른 그녀를 안고 용서를 빌었다.“염아, 미안해. 나도 이렇게 다른 여성에게 휘말리기 싫어.”그러자 임불염이 그의 단단한 허리를 안았다.“그럼 어떻게 백지은을 손보려고?”장한은 잠시 고민을 하다 그녀의 귓가에 대고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임불염은 아주 좋은 아이디어라고 머리를 끄덕였다.“그럼 그렇게 하자. 백지은의 꼬리가 드러날 거야.”“응.”“빨리 일어나. 월월이가 돌아올 시간이 됐어.”장한은 그녀의 아름다운 작은 얼굴을 감싸더니 고개를 숙이고 그녀에게 키스했다.“아직 시간이 좀 있어. 난 너랑 더 있고 싶어.”임불염은 마음이 설레어 두 손으로 그의 목을 안았다.잠시 키스를 한 뒤 그녀는 그의 손이 자신의 옷 단추를 만지고 있다는 걸 느꼈다.그녀가 곧바로 작은 소리로 말했다.“안 돼. 나 임신했어.”장한은 곧바로 자기 자리로 옮겨 누워 머리를 비추는 불빛을 바라보았다.의사가 임신초기는 성생활을 하면 안 된다고 했으니 그는 그녀를 만지면 안 된다.이제 시작인데 이렇게 힘들면 앞으로는 어떻게 할까?임불염은 그의 곁에 눕더니 자신의 붉은 입술을 깨물고 그의 몸 위에 앉았다.장한은 기뻐하며 그녀의 얼굴을 감싸며 키스했다.“역시 염이 넌 날 아끼는 거 같아.”...주 아주머니가 월월이을 데려오자 월월이는 깡충깡충 방으로 뛰어갔다.“아빠, 엄마, 나 왔어요.”그때 장한이 걸어 나오더니 방문을 닫고 월월이를 번쩍 안아 볼에 뽀뽀했다.“월월이 왔어?”“아빠, 엄마는 어디 갔어요? 엄마와 동생을 보고 싶어요.”“엄마는 지금 아주 피곤해서 쉬고 있어. 조금 있다 엄마 보러 들어가면 안 될까?”“네.”잠시 후, 임불염이 나왔다. 그녀의 얼굴은 한껏 상기되었다. 눈치가 빠른 월월이는 얼른 눈치를 챘다.“엄마, 너무 예뻐요.”“월월아, 그럼 예전에는 안 예뻤어?”“예전에도 예뻤지만, 지금은 더 예뻐요."임불염이 장한을 힐끔 보자 장한도 그녀를 보고 있었다.
두 사람은 최선을 다해 키스를 했다.임불염이 키스를 멈췄지만 장한은 여전히 그녀를 꼭 안고 있다.“염아, 네 손을 놓기 무서워. 지금 이 상황이 너무 좋아. 마치 꿈을 꾸는 것 같아. 널 놓아주면 곧 이 꿈에서 깰 거 같아.”그때 임불염이 입을 벌려 그의 입술을 가볍게 물었다.장한은 아파 눈을 번쩍 떴다.임불염의 초롱초롱한 눈동자가 그를 바라보고 있다.“지금도 꿈이라고 생각해?”장한은 입꼬리를 씩 올렸다.“아니. 이건 진짜야. 네가 내 앞에 있어!”임불염은 달콤하게 그의 품에 안겼으며 드디어 마음속의 이 고비를 넘겨 마음이 편하다고 생각했다.장한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염아, 앞으로 우리 네 식구 행복하게 살자. 더 이상 뱃속의 아이를 건드리지 않을 거지?”장한이 그녀의 작은 배를 어루만졌다.“내가 언제 뱃속의 아이를 건드린다고 했어? 비록 널 원망했지만 뱃속의 아이를 다치게 할 생각은 한적 없어.”장한은 순간 굳은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하지만 넌 이전에 몇 번이나 아이를 지우려고 했잖아.”임불염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무슨 소리야. 내가 언제 아이를 지운다고 했어. 난 그런 적 없어.”그때 장한이 벌떡 앉았다.“기억 안나? 내가 그때 병원에 달려갔을 때 의사가 너에게 유산수술을 해주려고 했잖아. 내가 조금이라도 늦었으면 아이를 지웠을 거야.”그 일을 생각하면 장한은 아직도 가슴이 두근거린다.임불염도 덩달아 앉더니 고개를 저었다.“아니야. 난 지금까지 유산수술을 한 적 없어. 그날 난 초음파검사를 하러 간 거야. 그리고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어. 눈을 떴을 때 이미 너에게 안겨 돌아온 뒤였어.”뭐라고?장한은 그제야 무엇인가 떠올라 미간을 찌푸리며 질문을 했다.“그럼 낙태약을 먹은 적도 없어?”“무슨 약을 말하는 거야? 그 병에 있는 알약 말이야? 그건 비타민이야. 네 부하가 나에게 준 거야. 아직 한 번도 먹은 적 없어.”장한은 곧바로 아주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 그가 오해했다. 아주
임불염이 그를 밀어내려했지만 아무리 힘을 주어도 밀어낼 수 없었다. 아마도 그녀는 그제야 자신의 마음을 마주했을 수도 있다.그녀는 진짜 그를 사랑하게 되었다.장한은 곧바로 그녀를 번쩍 들어안아 차에 앉아 집으로 돌아갔다....임불염은 침대에 누워 휴식을 취하고 장한은 그녀를 꼭 껴안았다. 그 순간 두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으며 마치 두 사람의 마음은 수많은 인파를 헤치고 꼭 붙은 것 같았다.임불염이 등지고 있었기에 가녀린 옷을 사이에 두고 그의 박력 넘치는 심장소리까지 들을 수 있었다.그때 장한이 그녀의 부드러운 머릿결에 키스하였다“염아, 내가 이전에 많은 잘못을 저질렀어. 하여 감히 네가 날 사랑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어. 지금 내가 가장 바라는건 네가 내 곁에 남아 내 사랑을 받아들이고 내 아내가 되어주는 거야. 그리고 아이랑 같이 천천히 늙는 거야.”임불염은 콧방귀를 뀌었다. “그래? 난 아직도 네가 이혼하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난 그냥 너에게 자유를 주고 싶었던 거야. 이혼 절차가 늦어 네가 기분 나쁜 줄 알았어.”그때 임불염이 몸을 돌려 주먹으로 그를 사정없이 때렸다.“그럼 백지은과는 어떻게 된 거야. 내 눈으로 네가 백지은이 데이트하는 걸 봤어.”“장한, 넌 정말 대단한 사람이야. 감히 나 몰래 백지은과 만나고 있었어? 사실 나한테 미리 다 얘기해주면 우린 이렇게까지 할 필요도 없었어.”그때 장한이 그녀의 주먹을 잡아당기더니 꼭 감쌌다.“염아, 내 말 좀 들어봐. 어젯밤은 백지은이 날 부른 거야. 너에 대해 할 말이 있다고 했어.”“백지은이 뭐라고 했는데?”“네 험담을 해서 화가 나 먼저 돌아온 거야.”그런 걸까?임불염은 자신의 손을 힘껏 내리쳤다.그러자 장한이 조심스레 그녀의 콧대를 만지며 싱긋 웃었다.“염아, 너도 질투할 줄 아네. 처음으로 네가 질투하는 걸 봤어. 게다가 나 때문에 질투하는 거.”질투?임불염은 그제야 자신이 질투한 사실을 알았다. 그렇지 않으면 그녀는 왜 이렇게 감정기복
한 사람이 차에 치여 바닥에 누워있고 주변이 온통 피범벅이었다. 사람들이 막고 있어 임불염은 그 사람의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그녀는 순간 다리에 힘이 풀리고 머리가 혼란스러웠다.장한일까?방금 그가 물건을 가지러 간다고 하고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설마 그일까?임불염의 맑은 눈시울은 순간 빨갛게 변하더니 서서히 눈물이 고였다.촘촘한 속눈썹을 깜빡이자 진주알 같은 눈물이 떨어졌다.그녀가 울고 있다.이 순간 그녀는 사고를 당한 사람이 장한일까 봐 너무 무서웠다.“좀 비켜주세요! 좀 비켜주세요!”이때 구급차가 도착하더니 다친 사람을 들것에 실었다.임불염은 마침내 그 사람의 얼굴을 똑똑히 보았다. 그는 장한이 아니다. 아니다!“염아!”이때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임불염이 곧바로 몸을 돌리자 건장한 장한이 그녀의 시선에 들어왔다.그는 성큼성큼 다가와 눈물범벅이 된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더니 미간을 찌푸렸다.“왜 나온 거야? 왜 울었어? 무슨 일이야?”그는 곧바로 그녀의 눈물을 닦아 주었다.임불염은 자신의 다리가 아직도 나른한 것 같았으며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는 지금 아무렇지 않게 자신의 앞에 서있다. 그는 아무 일도 없다.“방금 어떤 사람이 교통사고를 당했는데, 난 너인 줄 알았어.”임불염은 목이 메었다.그 순간 장한은 재빨리 상황을 알아차리고는 그녀를 품에 꼭 끌어안았다.“바보야, 나 아니야. 무서워하지 마. 난 이렇게 잘 살아있어.”임불염은 손을 내밀어 그의 단단한 허리를 꼭 끌어안았으며 그의 따뜻한 체온이 전해진 뒤에야 실감이 났다.그는 정말 살아있다.그녀는 곧바로 자신의 얼굴에 가득한 눈물을 닦았다.“물건 잘 챙겼어? 그럼 들어가서 이혼하자!”그녀는 아직도 이혼할 생각을 하고 있다.그러자 장한이 그녀를 빤히 바라보았다.“염아, 이 상황까지 되었는데 아직도 나랑 이혼하고 싶어?”“무슨 뜻이야?”“염아, 넌 날 사랑하게 되었어. 그렇지?”뭐라고?임불염은 순간 멍하였다.장한이 그녀를 빤히 바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