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손은 중증에 걸려 지금까지 살아오기가 쉽지 않았다. 그의 생명은 카운트다운에 들어섰다.그는 육화가 그를 남자로 보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교인국 도련님 상군묵이 의도적으로 그녀에게 접근했다는 것을 알고는 장계취계하였다. 사실 율손은 마음속으로 개의치 않았다. 그는 육화를 정말 좋아한다. 부득이한 이유가 아니였으면 그는 자신의 약혼녀를 남한테 밀어주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선택할 여지가 없었다.육화는 반드시 그에게 시집가야 한다. 그리고 그가 죽은 후에 그녀는 반드시 그의 자리를 대신해서 지켜야 한다. 율손은 입가의 핏자국을 깨끗이 닦았다. 그는 눈을 감으며 말했다. "혼인문제는 어찌 그녀 혼자서 결정할 수 있겠는가. 육화가 싫다하더라도 반드시 나랑 결혼을 하게 될 거야!"...... 육화는 자신의 방으로 돌아왔다. 고여림은 육화에 대한 걱정이 많았다."언니, 임묵이 정말 나쁜 사람이였네. 나는 그것도 모르고...... 그럼 이 율손 왕자님은...... 마음에 들어?""고여림." 육화는 고여림의 작은 손을 잡았다."임묵이든 율손이든 그들은 모두 자기 자신으로만 살 수 없어. 난 이제야 알겠어. 아빠와 엄마 그리고 오빠들이 나에게 어떤 자유를 주든, 나도 결코 그냥 나 자신이 아니야. 여림아, 이해되겠니?"고여림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다행이다. 이해 못 하는 게 너무 좋아. " 육화는 넋을 잃으며 중얼거렸다."언니, 괜찮아요?""사실 나도 그게 좋은지 나쁜지는 잘 모르겠어. 그냥 내가 좀 성숙해졌다는 것만 알고 있어."그렇다, 육화는 성숙해졌다. 진정한 성숙은 네가 얼마나 많은 책을 읽고 다른 사람이 너에게 얼마나 많은 도리를 가르쳤는가에 있는 것이 아니다. 네가 슬퍼했었고 괴로워했었으며 아픔을 당해 본 후면 성숙해진다. 고여림은 아직 어리다. 그녀는 육화의 두 눈에 슬픔이 용솟음치고 있다는 것을 보았다. 하지만 그 두 눈속에 또 확고하고 여유로운 힘도 더 추가됐다는 것이 보였다. 이것이 바로 성숙인가?
육화는 상군묵을 바라보았다. 이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일은 아마도 눈앞의 사람은 이미 마음속의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일 것이다.상군묵도 육화를 보았다. 두 눈이 마주쳤다. 두 사람 사이에는 이미 많은 것이 달라졌다는 것은 서로가 알고 있었다.육화는 한 걸음 한 걸음 그에게로 다가가다가 그의 옆을 스쳐 지나갔다.상군묵이 갑자기 그녀의 가녀린 흰 손목을 잡았다. 육화는 어쩔 수 없이 발걸음을 멈추었다. 그녀는 한 글자만 말했다."놔!""화화.”상군묵은 고통스럽게 그녀를 보았다."난 너의 손을 놓고 싶지 않아."육화는 고개를 들어 그의 눈 밑을 보았다."그럼 나를 위해 지금의 신분을 포기하고 상군묵에서 임묵으로 돌아갈 수 있니?"상군묵으로부터 임묵으로 돌아간다...... . 상관묵의 눈빛이 어두컴컴하다. 결국 그는 그녀의 손을 천천히 놓았다. 육화는 손가락을 약간 웅크렸다. ‘봐, 그는 이미 선택을 했다.’그녀는 한 사람이 자신의 신분을 포기하게 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이해한다. 하물며 그는 그녀를 진심으로 좋아한 적도 전혀 없었다."화화, 오늘 공개된 그 사진은 내가 한 짓이 아니야."상군묵은 쉰 목소리로 말머리를 바꾸었다. 육화는 붉은 입술을 올리며 냉소를 지었다."네가 아니라면 누굴까? 우리가 같이 있을 때 네가 나를 해치는 기회가 너무 많았어. 남 몰래 이런 사진을 찍으면서 한 수로 남겨 두는 게 비열하긴 해. 하지만 너는 원래부터 이렇게 비열한 사람이잖아."그녀의 마음속에서 그는 이미 비열한 사람으로 되었다. 상군묵은 자신도 원망할게 없다고 생각했다. 자기는 원래부터 이런 사람이였으니까. 그는 그녀의 사진을 찍었었다. 다만 줄곧 자신의 핸드폰에 간직하고 있어서 오직 그 혼자만이 볼 수 있다. 그는 아무리 비열하고 지질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마음속의 가장 부드러운 것을 그녀에게 주었다.상관묵은 그녀를 보고 비웃었는지 자조했는지 분간을 못했다."너도 방금 말했잖아. 내가 널 해칠 기회가 많다고. 만약 내가 한 짓이라면 키스
율손 왕자는 좋지 않은 예감이 들었다. "무슨 일이야?""왕자님, 우리가 폭로됐습니다. 사진을 보낸 그 IP는 이미 추적당했습니다." 부하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뭐?’율손 왕자의 안 좋은 예감이 검증되였다. “상군묵이야?”부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였다."그렇습니다."상군묵은 디지털 천재다. 율손 왕자는 키스 사진을 올릴 때 상군묵이 발견할 가봐 해외 IP를 사용했다. 그런데 끝내 상군묵한테 추적당하였다."왕자님, 이 상군묵은 정말 대단합니다. 방비까지 할 수 없어요. 제가 짐작건대...... 육화 공주님께서도 그 사진이...... 우리가 노출 한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을 겁니다. 우린 폭로됐습니다."율손 왕자는 자신의 휴대전화를 꺼내 육화를 연락하려고 했었지만 받는 사람이 없었다. 육화는 그의 전화를 받지 않았다. 보아하니 육화는 분명히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사실 오늘 아침 육화의 태도가 매우 수상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대화중에 그녀는 일부러 그를 속여서, 그의 마음속의 결혼 발표를 하는 계획을 말하도록 유도한것이다. 육화는 정말 성장했다. 옛날의 소녀 육화는 임묵소년이랑 함께 매장되였다. 지금의 육화는 난루의 육화 공주이다.콜록콜록- 율손 왕자는 또 맹렬한 기침을 하기 시작했고 기침으로 인해 또 각혈을 했다."왕자님!" 부하는 놀랬다.율손 왕자의 얼굴이 창백했지만 침착하게 손을 흔들었다."괜찮아.""왕자님, 우리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합니까?" 부하가 물었다.율손 왕자는 피를 닦은 손수건을 쓰레기통에 버리고는 얇은 입술을 올리면서 말했다."화화, 얌전히 말을 들으면 얼마나 좋을까. 나를 나쁜 사람으로 만들지 말았어야 했는데."라고 말하고는 율손 왕자가 손을 들어 박수를 세 번 쳤다.얼마 지나지 않아 한 여자가 들어왔다. 이 여자의 허리에는 방울 하나가 달려 있었다. 걷는 사이에 방울이 맑고 듣기 좋은 소리를 냈다. 이 소리는 마치 어떤 마력을 가지고 있는 듯한데 사람의 마음을 현혹시킬 수 있는 것 같았다."왕자
연언은 상군묵을 시중들기 위해 온 것이다!육화의 눈빛이 돌연 냉랭해졌다.“상관 도련님, 그럼 저는 방해하지 않을 테니, 마음껏 즐기시죠!육화는 몸을 돌려 나가려 했다.“화화!”상군묵이 한 손을 뻗어 뒤에서 육화를 껴안았다. 그는 이틀 동안이나 그녀를 보지 못했다. 팔에 힘을 주며 그녀를 품에 꽉 당겨 안은 그는 그녀의 목덜미에 머리를 묻었다.“질투하는 거야?”그가 낮게 잠긴 음성으로 묻자, 따뜻한 숨결이 그녀의 귓바퀴에 날렸다. 지금 육화는 그와의 접촉을 참기 힘들었다. 모든 것이 가짜일 뿐이라는 것을 자신에게 거듭 일깨웠다. 그의 거짓 애정을 참을 만큼 참았다. 이제는 더 이상 속지 않을 것이다.“상군묵, 더러운 손을 치워. 건드리지 마!”그가 저 연언에게 손 댔는지 누가 알겠는가? 교인국은 역시 좋은 곳이 아니었다. 조금도 지체하지 않고 그의 침대를 덥혀 줄 여자를 준비해 놓지 않았는가? 그가 너무 더럽게 느껴졌다.육화는 자신이 화를 내면 안된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자신을 통제할 수가 없었다. 이 연언의 출현은 불꽃이 되어 순식간에 그녀의 분노에 불을 지폈다.“화화, 나는 더럽지 않아. 연연을 건드리지 않았어. 너 말고는 다른 누구에게도 손 댄 적 없어!”“그만해요!”육화가 힘껏 그를 밀어냈다. 그녀는 눈시울을 붉히며 그를 노려보았다.“상군묵, 당신이 누구를 건드렸건 나와는 아무 상관없어요. 당신은 나한테 변명할 필요 없단 말이예요. 우린 이미 끝났다고요!”‘우린 이미 끝났어요’라고 그녀가 말했다. 상관묵의 가늘고 긴 눈초리가 끈적한 선홍색으로 물들었다.“화화,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끝은 네가 말해봤자 소용없어. 내가 끝이라고 할 때 끝나는 거야.”‘이 남자 정말 제마음대로. 도대체 자신을 뭐라고 생각하는 거지?’화가 난 육화가 소매를 홱 뿌리치며 그를 벗어났다. 그러나 그녀에게로 달려든 상관묵은 두 손으로 작은 얼굴을 감싼 채 고개를 숙여 붉은 입술을 삼켰다. 그가 이토로 갑작스레 키스해 올 줄은 육화는 전혀 생각
상군묵은 곧 떠날 것이다. 바로 오늘 밤에.공항에서 상부의 전화를 받은 상관묵의 부하가 소리를 낮추어 보고했다.“어르신, 제가 보기에 도련님은 이미 육화공주에게 미혹되었습니다. 요 몇 년간 도련님은 늘 단호하고 결단력 있는 가장 뛰어난 리더였습니다. 그러나 육화공주 앞에만 서면 말도 없이 수시로 때리고 욕하면서 육화공주의 말만 쫓습니다. 제가 보기에 도련님은 이미 육화공주의 치마 폭에 싸인 신하나 다름없습니다!”늙고 불쾌한 음성이 전화기 너머로 들려왔다.“이런 일이 다 있어?”“네. 제가 본 것만 해도, 육화공주는 도련님의 뺨을 여러 대 때렸을 뿐 아니라, 도련님의 치명적인 부위를 걷어차기도 했습니다.”“아니 어찌 이럴 수가! 육화라는 이 어린 계집애가 감히 묵이의 머리 꼭대기에 올라앉아? 감히 우리 교인족을 이리 모욕하다니!” 어르신이 손에 집히는 대로 찻잔을 집어 던지는지, ‘쨍그랑’하는 소리가 들렸다. 부하는 무서워졌다.“잘 들어. 오늘 반드시 묵이를 데려와야 해. 요즘 마음이 불안해. 꼭 일이 터질 것 같단 말이야. 절대 묵이가 육화의 손에 망가지게 둬서는 안 돼.”“예, 어르신!”전화를 끊은 부하가 상군묵의 곁으로 다가왔다.“도련님, 시간이 다 되었습니다. 전용기가 이미 준비되었으니 가시죠.”상군묵은 휴대전화를 한 번 들여다보았다. 액정은 텅 비어 있었다. 육화는 어떤 기별도 보내지 않았다.오늘 저녁에 그녀가 올까?설마, 이것이 그와 그녀의 마지막인가?상군묵이 몸을 일으켰다.“도련님, 이쪽으로.”상군묵은 긴 다리를 뻗어 앞으로 걸었다. 하지만 걸어가는 그의 걸음이 점점 느려졌다. 휴대폰을 꺼낸 그가 육화의 번호를 눌렀다. 저편에서 휴대폰 벨 소리가 한 번 울리더니 연결되었다. 육화가 전화를 받은 것이다.심장이 뛰기 시작한 상군묵이 막 입을 열려 하는데, 전화기 저편이 육화가 아닌 고여림이었다.[여보세요, 상군묵, 아직도 화화 언니에게 전화할 낯이 있어요?]물론 상군묵은 이 계집애와 언쟁할 생각이 없다.“화화는?”
‘어떻게 된 거야?’‘왜 갑자기 불이 꺼졌어?’펑!누가 바에 부딪혔는지 술잔들이 와르르 떨어지며 모두 깨졌다.“아.”누군가가 비명을 질렀다. 유리에 긁혀 다쳤을 것이다. 현장이 순식간에 난장판이 되어버렸고 사람들이 밖으로 뛰쳐나가기 시작했다. 육화는 율손 왕자와 함께 있었는데, 인파에 의해 떨어졌다. 붐비는 사람들 속에서 불현듯 큰 손 하나가 나와 육화의 가늘고 하얀 팔을 잡아당겼다…… 곧 이어 불이 다시 들어와 앞이 보였다.수행들이 황급히 달려와 율손 왕자에게 보고했다.“왕자님, 전기 회로에 문제가 좀 생겨서 지금 조사하고 있습니다.혼비백산한 사람들 속에서 누군가 비명을 질렀다. “아, 육화공주가 없어졌어!”육화는 이미 보이지 않았다. 이 큰 홀에서 사라져버렸다.오늘은 육화의 생일인데, 작은 사고가 생기며 그녀가 까닭 없이 사라진 것이다. 모두들 곤혹스러워 말했다.“육화공주요, 방금 분명히 여기에 있었잖아요?”“모르겠어요.”수행원이 작은 소리로 물었다.“왕자님, 육화공주님이 사라졌습니다. 사람을 보내 모든 출입구를 봉쇄할까요?”다른 사람들이 당황하고 의아해하는 것에 비해 율손 왕자는 상당히 침착했다. 미간도 찌푸리지 않은 채 율손 왕자는 덤덤하게 말했다.“아니.”말을 마친 율손 왕자는 바로 자리를 떴다.육화는 상군묵에게 끌려갔다. 그녀는 힘을 다해 발버둥쳤다.“상군묵, 놓아줘, 나는 돌아갈 거야!”음침함이 뚝뚝 떨어질 듯한 얼굴의 상군묵은 차가운 표정으로 육화를 쳐다보았다.“돌아가? 어디로 돌아가? 율손 왕자의 품으로 돌아갈 거야, 아니면 왕실로 들어가서 그의 왕비가 될 거야?”육화가 매끈한 이마를 찡그렸다.“이건 나와 율손의 일이야. 당신과는 무관해. 게다가 나는 원래 율손과 혼약이 되어있었어. 이후 나는 그에게 시집가게 될 거야!”상군묵의 단단한 가슴이 오르내렸다. 마치 숨을 헐떡이는 야수 같았다. 이내 육화를 화장실로 끌고 들어간 그는 수도꼭지를 틀었다. 그리고 육화의 오른쪽 뺨을 씻기 시작했다.조금 전 율
교인국의 장로인 이 노인은 혼자서 상군묵을 키워냈다. 상군묵의 양부와 같았다.오늘 상군묵이 비행기에 오르지 않았다는 소식을 들은 장로는 밤새 날아왔다. 분노하고 실망한 그가 상군묵의 따귀를 때렸다. 상군묵은 바로 얼굴을 맞았다.“묵아, 내가 너에게 묻겠다. 너 오늘 왜 또 마음대로 생각을 바꾸었느냐? 지난번에 그랬듯이 이번에도 역시 설마 모두 그 난루국 공주 육화 때문이냐?”“육화가 지금 네 방에 있다고 들었다. 그녀를 데리고 와서 뭐 할려고?”상군묵이 얼굴을 돌렸다. 그는 아무런 표정도 짓지 않고 담담하게 말했다.“나는 그녀를 데리고 함께 떠날 겁니다.”“데리고 함께 떠나?”장로는 마치 무슨 큰 농담을 들은 것 마냥 큰 소리로 웃었다.“하나는 교인국 도련님 상군묵이고, 하나는 난루국 공주 육화다. 너는 그녀를 데리고 어디로 갈려고. 이 천하가 넓다 하나, 너희 두 사람이 몸 둘 곳이 어디 있다고?”방안의 육화는 가슴이 철렁했다. ‘그래, 나와 상군묵이 몸 둘 곳이 어디 있겠가?’그녀도 그가 왜 별안간 그녀를 데리고 가려 하는지 모른다. 그의 이 결정은 그야말로 미친 짓이다.뒤를 생각지 않는 광기.상군묵은 잠시 동안 침묵을 지키다 말했다.“이 세상에 우리가 갈 수 있는 길이 없다면 내가 길을 만들 것입니다. 내가 있는 곳이 그녀에게 비바람을 피하는 안식처를 만들어 줄 겁니다.”그는 뜻밖에도 이렇게 말했다.마음이 약해진 육화는 하얀 눈자위가 붉어지기 시작했다. 그는 그녀를 좋아한다고 말했었다. 이제 좀 믿어졌다.“너! 너, 너, 너!”장로의 화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묵아, 너는 내가 혼자 키웠다. 자제와 이성은 줄곧 네가 가장 자랑스러워하던 것이었다. 그런데 육화를 만나면서 어찌 이리 어리석어졌느냐? 너는 네가 얼마나 어려운 길을 선택했는지 아느냐? 네가 진짜 정상이 아닌 게야!”장로는 너무 가슴 아팠다. 그가 손수 키운 아이가 겨우 미인을 얻겠다고 강산도 마다하다니.‘이 아이가 변했어. 정말 변했어!’상군묵의 준수한 얼
“화화.”상군묵이 진지한 표정으로 육화를 바라보고 있었다.“나랑 같이 갈래?”이번에는 제멋대로의 강한 말투가 아니라 아주 조심스럽게 그녀에게 함께 갈 수 있느냐고 그가 물었다.그녀는 보통의 여자가 아니다. 그녀는 모든 총애를 한 몸에 받는 육화공주인 것이다. 그녀가 그와 이렇게 떠나면 아주 많은 것들을 버려야 한다. 그를 보고 있던 육화가 역시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원해.”그는 그녀를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하려 하고, 그녀 역시 당연히 그를 위해 모든 것을 버리려고 한다. 앞으로 그는 더 이상 교인국의 후계자가 아니고, 그녀 또한 육화공주가 아니다. 이제 그와 그녀는 곧 떠날 수 있으리라.‘나도 원해’라는 육화의 말을 들은 상관묵은 더 깊숙이 그녀를 품에 당겨 안았다. …… 상군묵은 육화를 데리고 떠나려 했지만, 떠나는 게 쉽지 않았다. 왜냐하면 율손 왕자가 이미 사람을 시켜 육화의 행방을 찾기 위해 온 도시에 사람을 풀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발각되기 쉬운 큰 호텔엔 갈 수가 없어 작고 허름한 집을 구해 지냈다. 상군묵이 미안해하며 말했다.“화화, 이틀은 여기서 좀 지내야 해. 그럼 곧 떠날 수 있을 거야.”“좋아.”육화가 고개를 끄덕였다.“이곳의 환경도 그리 나쁘진 않아. 난 괜찮아.”비록 그녀가 귀하고 곱게만 자란 공주이긴 하지만, 결코 나약하지 않았다. 고생도 할 수 있었다.“화화, 나 잠깐 나갔다 올 테니 여기 있어. 아무데도 가면 안돼, 알았지?”“알았어.” 육화가 얌전히 있겠다고 약속했다.상군묵이 외출했다.육화는 임시 거처에서 할 일이 없었다. 혼자 있으려니 심심했다. 조금 있으면 12시가 되니 곧 점심시간이다. ‘상군묵이 돌아오면 틀림없이 배가 고플 거야. 음, 내가 직접 음식을 만들까?’손가락에 물 한 방울 묻히지 않고 자란 육화가 정말 대담하게 음식을 하겠다고 결정한 것이다.육화는 주방에 들어갔다. 비록 작은 주방이지만 필요한 주방기구들이 모두 갖추어져 있었다. 식재료를 한 번 둘러본 그녀는 마
백지은은 줄곧 장한이 자신에 대해 책임을 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그의 소식을 기다리지 못했다. ‘무슨 뜻일까?’백지은은 결국 참지 못하고 집까지 찾아왔다.멀리서 장한과 임불염이 함께 서있는것을 보게 되었는데, 두 사람이 무슨 말을 했는지 알 수 없었다.장한은 임불염을 차에 태웠고 임불염은 그대로 떠났다.백지은은 재빨리 주먹을 잡아당겼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설마 사랑이 되살아 난거야?’‘아니! 절대 그렇게 둘 수 없어!’백지은은 한 걸음에 달려가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한오빠, 방금 임불염이 온 거 아니야? 두 사라미 이혼한다고 그랬잖아...... 나한테 책임지겠다고 약속했잖아...... 근데 어떻게 이럴 수 있어?”장한은 백지은을 한 번 보고는 방으로 들어갔다.그러자 백지은은 뒤를 쫓아가서 그에게 매달렸다.“한오빠, 오늘 나한테 확답을 줘! 난 모든 걸 오빠한테 줬는데, 이렇게 날 버리면 안 돼잖아.”장한은 그녀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이혼할거야. 근데 뱃속에 내 아이가 있어. 그냥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는 없잖아.”말하면서 장한은 백지은을 쫓아내고 문을 닫았다.문밖의 백지은은 질투심으로 얼굴이 일그러졌다.‘임불염! 너도 네 뱃속에 아이도 내가 다 죽여버릴거야!’백지은은 스피드를 올려 돈을 써서 용맹한 사나이 몇 명을 찾았다.“천만원 줄테니 가서 임불염이라는 여자 잡아서 강에 던져! 완전히 사라지게 해!”돈에 눈이 먼 그들은 즉시 승낙했다.“좋습니다! 먼저 돈 부처 보내시죠! 그럼, 당장 가겠습니다.”“그래.”백지은은 흔쾌히 승낙했고, 그녀는 돈을 이 몇 사람의 계좌에 넣었다.이틀 동안 백지은은 줄곧 소식을 기다렸다.임불염의 사망소식이 전해지기를 기다렸지만 도무지 연락이 오지 않았다.시간이 지나면 지날 수록 불안감이 들었다.뭔가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백지은은 당황해서 일단 숨으려고 옷 두 벌을 챙겼다.그러나 문을 열자마자 제복을 입은 경찰이 보였다.“백지은씨 입니까? 살인매수
그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백지은은 조금 두려웠다. 그녀가 믿는지 안 믿는지 짐작이 안 갔고 그가 자신이 한 짓을 책임을 질지 안질지도 몰랐다.그녀는 곧바로 옷을 입고는 장한의 곁에 다가갔다.“오빠, 저는 이제 오빠의 사람이에요. 오빠에게 향한 내 마음을 오빠도 잘 알거예요. 난 오빠를 좋아해요. 그리고 오빠에게 시집가고 싶어요. 이렇게 내 첫 경험을 주었으니 오빠가 책임을 지지 않으면... 난 살지 않을 거예요.”백지은이 훌쩍거렸지만 장한은 여전히 말을 하지 않았다.“오빠, 그럼 전 그냥 죽을게요.”백지은은 몸을 돌려 벽에 박으려했다.그때 장한이 백지은을 잡아당기며 진중하게 말했다.“지은아, 뭐하는 거야. 난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한 적 없어.”순간 백지은은 너무 기뻤다.그가 자신을 책임지려한다?“오빠, 오빠도 나한테 호감이 있다는 걸 알아요.”백지은은 곧바로 장한의 단단한 허리를 안고 그의 품에 얼굴을 파묻었다.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장한이 그녀를 밀쳐냈다.“하지만 조금 기다려야 해. 난 지금 널 책임질 수 없어. 나랑 임불염의 일이 아직 끝나지 않았어.”백지은은 재빨리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요. 오빠. 절대 저버리지 말아요.”장한은 그녀를 힐끔 보더니 문을 열고 떠났다.백지은은 너무 기뻐 방에서 빙글빙글 돌았다. 그녀는 마침내 장한을 손에 넣었다.드디어 그를 가졌다....한편 장한은 방을 나와 코너를 돌아 신속히 다른 방으로 들어갔다.방에 들어서자마자 월월이의 여린 목소리가 전해왔다.“아빠.”장한은 곧바로 월월이를 안더니 아이의 볼에 뽀뽀했다.“월월아, 엄마는?”그때 임불염이 걸어 나왔다.“왔어? 당신이 아직도 부드러운 꿈에서 안 깬 줄 알았어.”그녀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그를 힐끔 보았다.“내가 보기에 당신 지금 아주 설레는 거 같은데? 어젯밤 백지은과 아무 짓도 안했어?”“아무 것도 안 했어. 백지은이 내 미색을 노렸지만 내가 곧바로 발차기를 날렸어. 발차기를 몇 번 날리니 조용해졌어. 날 만지지도
아파.백지은은 너무 아파 곧바로 눈물이 났다.그녀는 고개를 들어 억울한 눈빛으로 침대 위의 남자를 보았다.“보스.”침대 위의 장한은 몸을 뒤척이며 또 그녀를 등지고 잤다.이 순간 백지은은 이 남자가 고의로 한 것이라고 의심했다. 고의로 그녀를 희롱한 후에 발로 그녀를 침대에서 찼다.여자로서 침대에서 내동댕이쳐진 게 너무 창피했다.백지은은 엉금엉금 기어 다시 장한의 곁에 다가갔다. 그는 눈을 감고 숨을 가쁘게 쉬는 것이 술에 많이 취한 것 같았다.“보스. 보스.”백지은이 시탐하듯 여러 번 불렀다.장한은 아무런 반응도 없이 자고 있다.백지은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내가 생각이 많은 것이겠지?’‘그럴 거야. 그렇게 많은 술을 마셨으니 틀림없이 취했을 거야.’백빙은 샤워실 문을 열고 샤워하러 들어갔다.그녀는 깨끗이 씻은 뒤에 몸에 흰색 샤워가운을 걸친 채 겨우 중요부위를 막았다.거울 속의 여자는 한창 청춘이다. 생기발랄하고 예쁘게 생겼다.백지은은 자신에 대해 매우 만족한다.그녀는 방에 들어가 침대에 올라가 장한의 곁에 누웠다.“보스.”그는 반응이 없다.백지은이 용기를 내어 그의 셔츠 단추를 하나하나 풀자 그의 건장한 상반신을 드러냈다.남자는 근육이 탄탄하고 가슴이 널찍했으며 완벽한 식스팩은 야성미가 넘쳤다.백지은의 눈이 반짝였다. 그는 그녀가 생각했던 대로 아주 완벽했다.백지은은 곧바로 달려들어 그를 가지려했다.하지만 장한은 또다시 다리를 들어 그녀에게 발차기를 날렸다.아이고.백지은은 또다시 그대로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너무 아프다.이번에는 온몸이 깨질 것 같았다. 장한은 점점 더 세게 찼다.어떡하지?그가 아예 건드리지 못하게 한다.백지은은 붉은 입술을 깨물었다. 애초에 오늘 저녁에 그를 가져 그의 여자가 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잠든 그는 너무 경각심을 높아 그녀에게 손을 댈 기회를 주지 않았다.이대로 가다가는 그를 깨울 것이다.백지은은 잠시 생각한 뒤 침대에 올라가 장한의 곁에 누웠다. 이
“보스, 왜 이렇게 혼자 술을 마셔요. 나랑 같이 마셔요.”백빙은 자신에게 술 한 잔을 따르고 단숨에 다 마셨다.장한은 그녀를 보는 체 하지 않았지만 쫓지도 않았다. 그녀가 술을 한 잔 마신 후에 그도 술을 한 잔 마셨으니 그녀에게 대응해주는 셈이다.백지은은 희망을 보았다. 이전에 장한은 그녀에게 대꾸조차도 하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임불염이 가니 그녀의 자리가 생겼다.그녀가 한 모든 노력은 다 가치가 있는 것이다.백지은은 기회를 틈타 재빨리 말을 걸었다.“보스, 임불염 때문에 기분이 나쁜 거예요? 그녀는 정말 너무 철이 없어요. 그녀는 현처가 될 수도 없고, 양모가 될 수도 없고, 당신을 전혀 아끼지 않아요. 그런 여자랑 살면 더 힘들어져요. 보스, 빨리 그녀를 잊어요.”백지은은 말하면서 장한에게 술 한 잔을 따랐다.장한은 침묵했지만, 술잔을 들더니 백지은이 따른 술을 단숨에 다 마셨다.백지은은 장한에게 계속 술을 따라주었고 목소리도 갈수록 부드러워졌다.“보스, 밖에는 좋은 여자가 아주 많아요. 임불염만 잊는다면 당신의 주위에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이 아주 많다는 걸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당신은 더 좋은 인생을 누릴 자격이 있어요.”장한은 침묵하며 또 한 잔의 술을 다 마셨다.이렇게 장한은 술을 여러 병 마시고 곧바로 쓰러졌다.단단한 등이 나른하게 소파 의자에 기대더니 눈을 감았다.취한 것일까?백지은은 조심스럽게 장한을 잡아당겼다. 장한이 자신을 밀쳐내지 않자 백지은이 작은 소리로 말했다.“보스, 취했어요?”장한이 애매하게 대답했다.“보스, 이렇게 해요. 제가 부축해줄게요. 방에 들어가서 쉬어요.”장한은 거절하지 않았다.백지은이 그를 부축해 두 사람이 방으로 걸어갔다....얼마 지나지 않아 방에 도착했다.백지은이 장한을 침대에 눕히자 장한이 눈을 감더니 태양혈을 손으로 만졌다.“보스, 제가 만져줄게요.”백지은은 손을 뻗어 자상하게 관자놀이를 주물러주었다.그리고 그녀도 천천히 침대에 올라가 장한의 곁에 누웠다.
임불염의 나근나근한 호칭을 들은 장한은 그녀의 입술에 키스했다....한편 백지은은 아주 조급하다. 그녀는 여태껏 장한과 임불염이 이혼하기를 기다렸으며 그 틈을 타 장한의 옆자리를 독차지하려 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의 절친 양소희가 도착했다. 양소희는 지난번 몰래 비타민을 낙태약으로 바꿔 임불염에게 전한 사람이다.그녀가 아주 기쁘게 말했다.“지은아, 전할 좋은 소식이 있어.”“무슨 좋은 소식?”“보스와 임불염이 싸우고 있어. 임불염이 이사까지 했어.”백지은의 눈동자가 반짝였다.“진짜야?”“물론 진짜지. 가서 봐봐. 아주 많은 사람들이 구경하고 있어. 나도 방금 거기에서 온 거야. 널 만나자마자 이 기쁜 소식을 전하고 싶었어.”“그럼 빨리 가보자.”백지은은 재빨리 장한에게 달려갔다. 아니나 다를까 아주 많은 사람들이 구경하고 있었으며 장한과 임불염은 얼굴이 빨개질 정도로 싸우고 있었고 임불염은 자신의 캐리어까지 들고 있었다.모두들 싸움을 말리고 있다.“형, 형수님이랑 싸우지 말아요. 형수님의 뱃속에 아이도 있잖아요. 형수님을 이해해줘야 해요.”“맞아요. 형. 싸우지 말아요. 빨리 형수님을 달래줘요.”임불염이 곧바로 입을 뗐다.“달래줄 필요 없어요. 우리는 이미 이혼 신청을 제출한 상태예요. 이혼 조정 시기만 지나면 이혼이 성사될 거예요.”장한이 임불염을 바라보며 말했다.“이렇게 된 이상 각자 좋은 길을 찾자. 넌 네 길을 가고 난 내 길을 가면 돼.”“그래. 지금 갈게.”임불염은 트렁크를 들고 차에 올랐다.“형수님, 가지 마세요. 형은 단지 화가 나 있을 뿐이에요.”임불염은 아랑곳하지 않고 차문을 닫고 운전기사에게 말했다.택시가 임불염을 태우고 모두의 시선 속으로 사라졌다.“형, 정말 이러면 안 돼요. 형수 혼자 밖에 있으면 얼마나 위험해요. 빨리 형수를 달래요.”“나는 달래지 않을 거야. 우리는 이미 이혼했어. 다 끝났어. 모두 비켜!”쾅하고 장한도 문을 닫았다.구경꾼들은 서로 눈을 마주치며 어떻게 해야 할지
왜 갑자기 말이 이렇게 된 것일까?장한은 그녀가 말하다가 화를 낼까 얼른 그녀를 안고 용서를 빌었다.“염아, 미안해. 나도 이렇게 다른 여성에게 휘말리기 싫어.”그러자 임불염이 그의 단단한 허리를 안았다.“그럼 어떻게 백지은을 손보려고?”장한은 잠시 고민을 하다 그녀의 귓가에 대고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임불염은 아주 좋은 아이디어라고 머리를 끄덕였다.“그럼 그렇게 하자. 백지은의 꼬리가 드러날 거야.”“응.”“빨리 일어나. 월월이가 돌아올 시간이 됐어.”장한은 그녀의 아름다운 작은 얼굴을 감싸더니 고개를 숙이고 그녀에게 키스했다.“아직 시간이 좀 있어. 난 너랑 더 있고 싶어.”임불염은 마음이 설레어 두 손으로 그의 목을 안았다.잠시 키스를 한 뒤 그녀는 그의 손이 자신의 옷 단추를 만지고 있다는 걸 느꼈다.그녀가 곧바로 작은 소리로 말했다.“안 돼. 나 임신했어.”장한은 곧바로 자기 자리로 옮겨 누워 머리를 비추는 불빛을 바라보았다.의사가 임신초기는 성생활을 하면 안 된다고 했으니 그는 그녀를 만지면 안 된다.이제 시작인데 이렇게 힘들면 앞으로는 어떻게 할까?임불염은 그의 곁에 눕더니 자신의 붉은 입술을 깨물고 그의 몸 위에 앉았다.장한은 기뻐하며 그녀의 얼굴을 감싸며 키스했다.“역시 염이 넌 날 아끼는 거 같아.”...주 아주머니가 월월이을 데려오자 월월이는 깡충깡충 방으로 뛰어갔다.“아빠, 엄마, 나 왔어요.”그때 장한이 걸어 나오더니 방문을 닫고 월월이를 번쩍 안아 볼에 뽀뽀했다.“월월이 왔어?”“아빠, 엄마는 어디 갔어요? 엄마와 동생을 보고 싶어요.”“엄마는 지금 아주 피곤해서 쉬고 있어. 조금 있다 엄마 보러 들어가면 안 될까?”“네.”잠시 후, 임불염이 나왔다. 그녀의 얼굴은 한껏 상기되었다. 눈치가 빠른 월월이는 얼른 눈치를 챘다.“엄마, 너무 예뻐요.”“월월아, 그럼 예전에는 안 예뻤어?”“예전에도 예뻤지만, 지금은 더 예뻐요."임불염이 장한을 힐끔 보자 장한도 그녀를 보고 있었다.
두 사람은 최선을 다해 키스를 했다.임불염이 키스를 멈췄지만 장한은 여전히 그녀를 꼭 안고 있다.“염아, 네 손을 놓기 무서워. 지금 이 상황이 너무 좋아. 마치 꿈을 꾸는 것 같아. 널 놓아주면 곧 이 꿈에서 깰 거 같아.”그때 임불염이 입을 벌려 그의 입술을 가볍게 물었다.장한은 아파 눈을 번쩍 떴다.임불염의 초롱초롱한 눈동자가 그를 바라보고 있다.“지금도 꿈이라고 생각해?”장한은 입꼬리를 씩 올렸다.“아니. 이건 진짜야. 네가 내 앞에 있어!”임불염은 달콤하게 그의 품에 안겼으며 드디어 마음속의 이 고비를 넘겨 마음이 편하다고 생각했다.장한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염아, 앞으로 우리 네 식구 행복하게 살자. 더 이상 뱃속의 아이를 건드리지 않을 거지?”장한이 그녀의 작은 배를 어루만졌다.“내가 언제 뱃속의 아이를 건드린다고 했어? 비록 널 원망했지만 뱃속의 아이를 다치게 할 생각은 한적 없어.”장한은 순간 굳은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하지만 넌 이전에 몇 번이나 아이를 지우려고 했잖아.”임불염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무슨 소리야. 내가 언제 아이를 지운다고 했어. 난 그런 적 없어.”그때 장한이 벌떡 앉았다.“기억 안나? 내가 그때 병원에 달려갔을 때 의사가 너에게 유산수술을 해주려고 했잖아. 내가 조금이라도 늦었으면 아이를 지웠을 거야.”그 일을 생각하면 장한은 아직도 가슴이 두근거린다.임불염도 덩달아 앉더니 고개를 저었다.“아니야. 난 지금까지 유산수술을 한 적 없어. 그날 난 초음파검사를 하러 간 거야. 그리고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어. 눈을 떴을 때 이미 너에게 안겨 돌아온 뒤였어.”뭐라고?장한은 그제야 무엇인가 떠올라 미간을 찌푸리며 질문을 했다.“그럼 낙태약을 먹은 적도 없어?”“무슨 약을 말하는 거야? 그 병에 있는 알약 말이야? 그건 비타민이야. 네 부하가 나에게 준 거야. 아직 한 번도 먹은 적 없어.”장한은 곧바로 아주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 그가 오해했다. 아주
임불염이 그를 밀어내려했지만 아무리 힘을 주어도 밀어낼 수 없었다. 아마도 그녀는 그제야 자신의 마음을 마주했을 수도 있다.그녀는 진짜 그를 사랑하게 되었다.장한은 곧바로 그녀를 번쩍 들어안아 차에 앉아 집으로 돌아갔다....임불염은 침대에 누워 휴식을 취하고 장한은 그녀를 꼭 껴안았다. 그 순간 두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으며 마치 두 사람의 마음은 수많은 인파를 헤치고 꼭 붙은 것 같았다.임불염이 등지고 있었기에 가녀린 옷을 사이에 두고 그의 박력 넘치는 심장소리까지 들을 수 있었다.그때 장한이 그녀의 부드러운 머릿결에 키스하였다“염아, 내가 이전에 많은 잘못을 저질렀어. 하여 감히 네가 날 사랑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어. 지금 내가 가장 바라는건 네가 내 곁에 남아 내 사랑을 받아들이고 내 아내가 되어주는 거야. 그리고 아이랑 같이 천천히 늙는 거야.”임불염은 콧방귀를 뀌었다. “그래? 난 아직도 네가 이혼하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난 그냥 너에게 자유를 주고 싶었던 거야. 이혼 절차가 늦어 네가 기분 나쁜 줄 알았어.”그때 임불염이 몸을 돌려 주먹으로 그를 사정없이 때렸다.“그럼 백지은과는 어떻게 된 거야. 내 눈으로 네가 백지은이 데이트하는 걸 봤어.”“장한, 넌 정말 대단한 사람이야. 감히 나 몰래 백지은과 만나고 있었어? 사실 나한테 미리 다 얘기해주면 우린 이렇게까지 할 필요도 없었어.”그때 장한이 그녀의 주먹을 잡아당기더니 꼭 감쌌다.“염아, 내 말 좀 들어봐. 어젯밤은 백지은이 날 부른 거야. 너에 대해 할 말이 있다고 했어.”“백지은이 뭐라고 했는데?”“네 험담을 해서 화가 나 먼저 돌아온 거야.”그런 걸까?임불염은 자신의 손을 힘껏 내리쳤다.그러자 장한이 조심스레 그녀의 콧대를 만지며 싱긋 웃었다.“염아, 너도 질투할 줄 아네. 처음으로 네가 질투하는 걸 봤어. 게다가 나 때문에 질투하는 거.”질투?임불염은 그제야 자신이 질투한 사실을 알았다. 그렇지 않으면 그녀는 왜 이렇게 감정기복
한 사람이 차에 치여 바닥에 누워있고 주변이 온통 피범벅이었다. 사람들이 막고 있어 임불염은 그 사람의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그녀는 순간 다리에 힘이 풀리고 머리가 혼란스러웠다.장한일까?방금 그가 물건을 가지러 간다고 하고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설마 그일까?임불염의 맑은 눈시울은 순간 빨갛게 변하더니 서서히 눈물이 고였다.촘촘한 속눈썹을 깜빡이자 진주알 같은 눈물이 떨어졌다.그녀가 울고 있다.이 순간 그녀는 사고를 당한 사람이 장한일까 봐 너무 무서웠다.“좀 비켜주세요! 좀 비켜주세요!”이때 구급차가 도착하더니 다친 사람을 들것에 실었다.임불염은 마침내 그 사람의 얼굴을 똑똑히 보았다. 그는 장한이 아니다. 아니다!“염아!”이때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임불염이 곧바로 몸을 돌리자 건장한 장한이 그녀의 시선에 들어왔다.그는 성큼성큼 다가와 눈물범벅이 된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더니 미간을 찌푸렸다.“왜 나온 거야? 왜 울었어? 무슨 일이야?”그는 곧바로 그녀의 눈물을 닦아 주었다.임불염은 자신의 다리가 아직도 나른한 것 같았으며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는 지금 아무렇지 않게 자신의 앞에 서있다. 그는 아무 일도 없다.“방금 어떤 사람이 교통사고를 당했는데, 난 너인 줄 알았어.”임불염은 목이 메었다.그 순간 장한은 재빨리 상황을 알아차리고는 그녀를 품에 꼭 끌어안았다.“바보야, 나 아니야. 무서워하지 마. 난 이렇게 잘 살아있어.”임불염은 손을 내밀어 그의 단단한 허리를 꼭 끌어안았으며 그의 따뜻한 체온이 전해진 뒤에야 실감이 났다.그는 정말 살아있다.그녀는 곧바로 자신의 얼굴에 가득한 눈물을 닦았다.“물건 잘 챙겼어? 그럼 들어가서 이혼하자!”그녀는 아직도 이혼할 생각을 하고 있다.그러자 장한이 그녀를 빤히 바라보았다.“염아, 이 상황까지 되었는데 아직도 나랑 이혼하고 싶어?”“무슨 뜻이야?”“염아, 넌 날 사랑하게 되었어. 그렇지?”뭐라고?임불염은 순간 멍하였다.장한이 그녀를 빤히 바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