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서관은 여미령을 바라보며 천천히 그녀의 작은 손을 당겼다."미령아, 나 고석근이 누군지 알아...""진짜?""물론이지. 고석근이 누군지도 너에게 얘기해 줄 수있어. 듣고 싶어?여미령은 잠시 망설이다가 물었다."그는 지금 내 곁에 있어?"하서관의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갔다."그럼, 항상 있었지. 한 번도 떠난 적이 없어.""그럼 듣고 싶지 않아.""왜? 고석근을 찾고 싶지 않아?""맞아, 그렇긴 하지만 나 스스로 찾고 싶어. 내가 많은 일들을 잊어버린 것 같아. 고석근을 찾고 그동안 그와 함께 했던 기억들도 찾고 싶어. 그게 원망이든 아니면 어쩌면 즐거운 일도 있고, 고통스러운 시간도 있을 것이고, 슬프고 달곰한 과거까지 전부 다 기억해내고 싶어."하서관은 여미령 눈에 비친 확고하고 찬란함을 보며 웃었다."그래."여미령은 먼저 잠이 들었다. 하서관은 짐을 정리하고 또 다음 업무를 준비했다. 내일이면 이곳을 떠나 정식으로 자신의 직장으로 돌아가게 된다.이때 핸드폰 화면이 켜지면서 전화가 왔는데 고석근이 걸어온 전화였다.하서관의 표정엔 놀라움이 비치지 않았다. 어쩌면 예상했던 일이기도 했다."여보세요, 고 대표님."하서관이 전화를 받자 고석근의 듣기 좋은 목소리가 빠르게 전해졌다."미령이는 자?""네, 이미 잠들었어요. 시간도 늦었는데 고 대표님은 왜 아직도 주무시지 않아요?""지금 너희 집 아래에 있어."하서관이 몸을 일으켜 창가에 다가가 커든을 열어 보니 가옥 대문 밖에는 은색 마이바흐 한대가 세워져 있었고 고석근은 운전석에 앉아 왼손은 운전대에 걸치고 오른 손에 휴대폰을 쥐고 있었다."내일 떠난다고 들었는데, 부탁할 일이 있어서 왔어."고석근이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말씀하세요, 고 대표님.""오늘부터 여기에 머물면서 미령과 아이 곁에 있어줄 생각이야. 그녀가 처음 임신했을 때도 곁에 있어주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혼자 두지 않을 거야. 그런데 지금 딱히 접근할 핑계가 없고 괜히 나에 대한 경계심만 생겨 일이 잘못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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