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흠."하서관은 빠르게 헛기침을 하며 핼쑥한 얼굴로 설명하기 시작했다."네가 잘못 본 거야. 이거 전부 짝퉁이니까 아이고 이런 건 신경 쓰지 말고 얼른 병원으로 가야지."하서관은 여미령을 차에 밀어 넣자 여미령은 차에서 내리려 했다."서관아, 내가 공항까지 바래다 줄게.""괜찮아. 데려다 줄 사람 있어."하서관이 장난기가 섞인 눈으로 깜빡거렸다.여미령이 고개를 돌려 보니 뒤쪽 골목에는 롤스로이스 팬덤 한대가 조용히 주차돼 있었다. 고급차 옆에는 키가 크고 늠름한 자태가 서 있었는데 육한정이 온 것이다.하서관이 육한정 곁으로 달려가자 육한정은 그녀의 가냘픈 허리를 껴안았다. 육한정의 품속에서 하서관은 고개를 돌려 여미령을 향해 웃으며 작은 손을 흔들었다."미령아, 잘 지내."육씨 부부의 모습이 시야에서 멀어지기 시작했다.고석근은 차에 오를 때 여미령이 백미러에 찰싹 붙어 하서관이 떠나가는 방향을 아쉬워하며 쳐다보는 것을 보고 손을 뻗어 여미령에게 안전벨트를 해주었다."이미 떠났는데 그만 봐요."여미령은 눈을 돌려 고석근을 쳐다보았다. 그녀의 착각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운전 기사의 기분이 별로 좋아 보이지 않았다.떠났는데 그만 보라는 말은 뭔가 남편이 있는 사람이니 일종의 망상은 하지 말라는 기시감이 들었다.병원에 도착한 여미령은 검진을 받았다. 임신한지 이미 4개월이 되어 처음으로 초음파 검사를 할 수 있었다. 초음파 검사는 뱃속의 아기를 똑똑히 볼 수 있었는데 여미령은 이로 하여 오랫동은 흥분을 금치 못했다."여미령님 계신가요?"이때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간호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고석근은 줄곧 여미령 곁에 있었다. 훨칠한 키에 잘생긴 얼굴까지 겸비하고 남다른 분위기를 풍기는 남자는 어디가나 눈호강을 할 수 있었다. 간호사는 얼굴을 붉히며 고석근한테 수줍게 웃으며 말했다."아버님도 함께 들어가실 수 있어요."앞에서 걷고 있던 여미령이 발걸음을 멈칫했다.'뭐... 뭐라고? 아빠?'여미령이 뒤를 돌아보자 고석근은 이미 따라
여미령의 얼굴에는 의문이 가득했다. 임신으로 인해 에스트로겐 호르몬이 급증하여 욕구 불만이... 된 것일까?세상에! 지금은 하서관도 곁에 없으니 여미령은 이 일을 하서관에게 물어보기도 쪽팔려 더욱 답답했다. 그때 도우미 아줌마가 다가왔다."아가씨, 저녁 식사 준비가 됐으니까 이제 드셔도 됩니다.""알겠어요."여미령은 생각을 접고 저녁을 먹으러 갔다.저녁을 먹고 여미령은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 샤워를 하고 잠옷을 입고 나왔다. 화장대 앞에 앉아 하서관이 그녀에게 남겨준 로션을 꺼내 자신의 작은 뱃가죽 위에 문지르기 시작했다.임신 후 여자의 백가죽에 튼살이 생기게 되는데 이 로션은 그 고민을 해결해 준다고 했다."아가야, 너는 예쁘게 태어냐야 한다. 물론 엄마도 항상 예뻐야지."여미령은 기분이 좋아서 자신의 배를 가볍게 두드렸다.그때 뱃속의 아기가 그녀의 손바닥을 차는 느낌을 받았다. 아마 그녀의 기분을 느끼기라도 하는 것 같았다.오늘 의사 선생님과 하서관이 아기가 매우 활동적이라고 했는데, 그 말이 조금도 거짓이 아닌 것 같았다.여미령은 자신의 아기가 공주님이라는 것을 알았다. 하서관 집의 공주님은 핑크핑크하게 여자애다운 면이 있었는데, 자기 뱃속의 공주님은 매우 장난이 심한 것 같았다.'태어나면 말괄량이는 아니겠지?'하지만 그녀의 자식이라면 어떤 모습이라도 좋았다. 그저 무사하고 건강하고 즐겁게 자랄 수만 있다면 바랄 게 없었다.여미령은 입꼬리를 올리며 바보처럼 행복하게 웃엇다.이때 고석근은 떠나지 않았다. 그의 고급차는 여전히 가옥의 문밖에 세워져 있었고 핸드폰에 연결 된 CCTV 영상을 보고 있었다.그가 여미령의 방에 CCTV를 설치팼기 때문에 안에서 발생하는 일들을 지켜볼 수 있었다.CCTV를 설치하는 행위는... 뭔가 병적인 것 같았다. 언젠가 여미령이 이 사실을 알 게 된다면 소름끼쳐 할 것이다.하지만 그는 여미령과 아기의 일거수일투족을 알고 싶었다. 단 1분 1초라도 그의 시선을 벗어나는 게 싫었다.고석근은 CCTV
여미령과 아줌마들은 고석근 앞에서 잘못을 저지르고 순순히 잘못을 인정하는 어린아이가 된 것 같았다.고석근은 그제서야 시선을 거두고 여미령을 공주님 안기로 번쩍 들어 안은 채 집안으로 향했다. 몸이 붕 뜨는 느낌에 여미령은 깜짝 놀라 서둘러 그의 목을 감쌌다. 그러다가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닫고 재빨리 손을 거두었다."이생 씨, 얼른 내려줘요!""가만히 있어요!"고석근이 낮은 소리로 말하자 여미령은 촘촘한 속눈썹을 깜빡 거렸다. 지금 운전 기사한테 혼나고 있는 건가?"지금... 저한테 화냈어요?"고석근은 눈을 내리깔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도 부드럽고 촉촉한 눈망울로 그를 바라보았는데 그 모습이 뭔가 바보같았고 놀라웠다. 어리버리한 귀여움에 또 억울함이 섞여있었다.고석근도 자신의 기분이 그다지 좋지 않다는 것을 발견했다. 방금 그녀한테 심하게 군 잘못도 있으니 빠르게 부드러운 말투로 바꿨다."아니, 화낸 적 없어요.""거짓말! 그럼 한 번 웃어봐요!"여미령이 그에게 웃어달라고 부탁하자 고석근은 어쩔 수 없이 얇은 입술을 억지로 끌어 당겨 어색한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다.여미령은 그제서야 그만뒀다.앞으로 많이 웃어요. 웃지 않으면 표정이 너무 무섭잖아요.""그럼 미령 씨도 앞으로 안전에 주의해요. 사람 많은 곳에도 가지 말아요. 방금 내가 제때에 도착하지 않아 정말 넘어졌으면 어쩔 뻔했어요?"방금 그녀가 하마터면 넘어질 뻔한 모습을 상상하면 지금도 간이 떨어지는 것 같았다. 잠시 자리를 비웠을 뿐인데 그 사이에 사고를 치다니.사실 여미령도 매우 겁이 났다. 스스로도 잘못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넘어질 뻔 했던 것도 전부 이생 씨 때문인데.""나 때문에?""맞아요."여미령은 그의 점잖고 차가워 보이는 얼굴을 바라보니 정말 많은 사람들이 쓰러질만하다고 납늑이 갔다."축하드려요. 방금 그 아줌마들이 이생 씨한테 구혼하러 온 거예요. 그 중에 젊은 아가씨들도 많고 부잣집 아가씨마저 이생 씨를 데릴 사위로 삼
"앞으로 제가 책임질게요."고석근 인생에 누군가 자신한테 이런 말을 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하지만 그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여미령 뿐이다.고석근은 무심하게 앞에 서 있는 뚱뚱한 여자애를 바라보았다. 그 여자애의 이름은 왕가은인데 이곳의 재력가인 왕씨 집안 딸이었다. 먹는 것을 좋아해서 공처럼 뚱뚱해 졌고 이목구비가 한데 모여있었다. 하필이면 또 꾸미기를 좋아해 양쪽 볼에는 두터운 볼터치를 하여 마치 연극을 하러 나온 어리광대 같았다.왕가은은 또 자신감도 넘쳐 자신이 무슨 선녀라도 되는 줄 알고 있다.고석근은 얇은 입술을 열어 차가운 두 글자만 내뱉었다."비켜."고석근은 두 글자 이외에 더 이상 아무말도 하지 않았지만 얼굴에는 나는 비싼 몸이니 돈 따위는 필요없다고 쓰여 있는 것 같았다.이곳에서 고석근의 명성은 이미 자자했다. 왕가은은 외모만 보기로 유명했고 특히 잘생긴 남자를 좋아했다. 그래서 이곳에서 때를 기다리며 고석근의 잘생긴 얼굴을 보고 싶었던 것이다.왕가은이 처음 고석근을 봤을 때 우와 하고 탄성을 지르다가 지금 고석근의 카리스마와 싸가지에 또 우와하고 탄성을 질렀다."이생 씨는 정말 남들과 달라서 마음에 들어요. 그러니까 나를 거절하면 분명 후회할 거예요. 자, 이건 이생 씨에게 드리는 선물이에요."왕가은의 작은 손으로 아주 정교한 선물백을 고석근에게 건넸다.여미령도 고석근과 왕가은을 발견했다. 주벼에 있던 여자애들은 이미 작게 수근거리고 있었다."얘들아 저것 좀 봐. 이생 씨가 왕가은한테 찍혔어. 이제 이생 씨의 순결도 끝났네.""왕씨 집안이야 말로 이곳의 재력가잖아. 왕가은이 사귄 남자친구만 해도 벌써 800명은 넘을걸? 게다가 하나같이 잘생긴 애들만 골라서 사귀잖아. 왕가은이 찍은 남자면 왕씨 집안에서 가만두지 않을거야.""왕가은 손에 들려있는 건 루이비똥 백인 것같은데, 대박 루이비똥이야. 명품 브랜드라고 들었는데 대충 집어도 다섯자리 숫자는 될 거야. 보아하니 이생 씨가 꽤나 마음에 들었나봐. 왕가은이 저렇게
'관두자, 가난한 그가 프라다가 뭔지 알겠어? 이번 한번만 봐주지 뭐.'그녀는 착한 선녀가 되기로 했다."선글라스는 해빛을 가려주기도 하지만 불빛도 가려줄 수 있잖아요."여미령이 변명을 늘어놓으며 포인트를 얘기했다."이 선글라스가 이래봬도 꽤 비싸거든요. 내가 살 때 아마... 다섯자리... 아니 여섯자리 숫자였나?"여미령은 일부러 고석근 앞에서 작은 손을 내밀며 자신의 손가락으로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 하지만 곧바로 고석근이 커다란 손을 뻗어 그녀의 얼굴에 있는 선글라스를 벗겨 버렸다."오늘따라 왜 이렇게 말이 많아요? 어서 저녁이나 먹어요.""..."여미령이 선글라스를 도로 빼앗으려 했지만 고석근은 선글라스를 찬장 위에 올려놨다. 비참한 건 그녀의 키로는 전혀 닿을 수 없다는 것이다.고석근이 밥을 퍼서 식탁에 올려놓은 뒤 그녀에게 손짓했다."이리 와요."여미령은 그가 마치 강아지를 부르는 듯 자신을 부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크흠"여미령은 또 헛기침을 하며 자신의 한쪽 발을 앞으로 내밀었다."이생 씨, 이 크리스탈 하이힐 예쁘지 않아요?"고석근은 그제서야 그녀가 하이힐을 신은 것을 발견했다. 비록 예전에 그녀가 즐겨 신었던 뾰족한 하이힐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너무 높았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는 지금 임산부였다.그의 시선이 하이힐에 오래 머물러 있는 것을 보고 여미령은 약간 의기양양해 졌다."이 하이힐은 말이죠 샤넬의 신상품인데 제가 산 것은 아니고 브랜드 측에서 협찬..."여미령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고석근이 다가와 입술을 깨물며 그녀의 말을 잘랐다."누가 하이힐을 신으라고 했어요?"그 말에 여미령은 순간 멍해졌다."뭐... 뭐라고요?"고석근은 기다란 몸을 그녀 앞에 숙이고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 길고 가느다란 손으로 그녀의 하이힐을 빠르게 벗겨주었다.그리고 툭소리와 함께 그녀의 샤넬 하이힐을 벗겨 쓰레기통에 던져버렸다.그녀의 샤넬을 말이다!여미령은 놀라움을 금치 못하며 그를 바라보았다.'미... 미친
여미령은 이 잘생긴 남자의 나신을 보게될 줄은 상상도 못했기에 비명을 지르며 몸을 돌려 뛰쳐나갔다.겨우 몇 발자국 뛰었을 뿐인데 단단한 팔이 뒤에서 튀어나와 그녀의 가느다란 허리를 감싸안고 그녀를 벽에 기대게 했다."함부로 뛰어다니다가 넘어지면 어쩌려고 그래요?"여미령은 그의 가슴에 꼼짝없이 갇히고 말았고 그 잘생긴 얼굴이 코앞에 다가왔다. 촉촉하게 젖은 짧은 머리와 온몸에 피어오르는 물안개는 그의 아름다움과 젊음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여미령의 얼굴에 홍조가 피어오르기 시작하더니 말을 더듬기 시작했다."그... 그게... 그러니까... 왜 나체로 돌아다니고 있어요?"나체라니? 고석근은 허리춤에 걸친 목욕 가운을 보며 입을 열었다."나체로 돌아다니는 모습을 못봤어요? 아니면 나체에 대해 잘못 생각하고 있는 건가?""...이, 이것 놔요. 방에 돌아가서 잘 거예요."빨갛게 달아오른 그녀의 얼굴을 보며 고석근은 눈을 가늘게 뜨기 시작했다."여미령 씨, 왜 얼굴이 빨개졌어요?""그래요? 아니에요 하나도 빨갛지 않아요."고석근의 기다란 속눈썹을 치켜뜨자 성숙한 남자의 분위기가 풍겨왔다."여미령 씨, 혹시... 열이나는 건 아니죠?"열이라니, 여미령은 자신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는 것은 인정할 수 있지만 열은 나지 ㅇ낳았다. 그녀는 작은 손을 내밀어 자신의 이마를 만졌다."아니요, 열은 안 나는 것 같은데요."그때 "탁"하는 소리와 함께 고석근은 그녀가 있는 벽쪽에 손을 짚었다. 그의 잘생긴 얼굴이 계속해서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갔다."정말 몰라서 물어요? 아니면 내 앞에서 순진한 척 하는 거에요? 방금 내가 말한 열은 그런 뜻이 아니었는데."'뭐?'여미령은 몇 초 동안 그를 멍청하게 바라보다가 갑자기 머리에 총이라도 맞은 느낌이었다.'설마...그 열이란 게... 발...정?'"어, 어떻게 그런 파렴치한 말을 할 수 있어요!"여미령은 이를 악물고 그를 향해 욕을 퍼부었지만 고석근의 기분은 매우 좋았다. 아름다운 미간에는 웃음기가
소희가 실종됐다. 아마 왕가은의 친오빠인 왕호림한테 납치됐을 가능성이 높았다. 왕씨 집안의 오누이는 취향마저 똑같았다. 왕가은은 잘생긴 남자만 보면 사족을 못 썼고, 왕호림 역시 예쁜 여자만 보면 달려들었다. 유전자 감식도 필요없이 영락없이 남매였다.왕씨 집안은 비록 온갖 나쁜 짓은 다 저질렀지만 이곳에서의 세력이 대단해 감히 그 집안에 해코지를 할 수 없었다.어제 왕가은이 이생 씨에게 고백을 했다는 소문이 퍼져서 아침부터 여미령에게 도움을 요청하러 온 것이다.여미령은 빠르게 상황을 파악하고 입을 열었다."아주머님들, 소희가 사라진 건 저도 안타까워요. 제가 도와줄 수 있으면 최대한 도울 수 있는데 이생 씨는..."지금 상황에서 해결 방법은 왕가은이 이생과 데이트를 하고 싶어 하니 이생 씨가 자신을 희생하여 이 데이트를 승낙한 뒤 왕가은의 입에서 소희의 행방을 묻는 것밖에 없었다.바로... 미남계를 쓰는 거다. 여미령이 난처해하는 것을 보자 아줌마들은 신속히 여미령의 작은 두 손을 잡으며 부탁했다."미령 씨, 제발 우리 좀 도와줘. 이생 씨가 차갑고 카리스마가 있어서 우리가 말 걸기가 좀 그래. 그런데 미령 씨 말이라면 들을 거야.""소희는 이제 겨우 19살이야, 만약 왕호림 그놈에게 유린...당하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수 있겠어? 그러면 우리 가족도 살아갈 수 없을 거야.""미령 씨, 무릎이라도 꿇을 테니까 한 번만 도와줘."아줌마가 무릎을 꿇으려 하자 여미령이 서둘러 가로 막았다."이러지 마세요. 알겠으니까 제가 한번 이생 씨한테 말해 볼게요."여미령이 거실로 들어오자 마침 고석근이 주방에서 나왔다."왜 그래요?"고석근이 말을 하며 머리를 옆으로 비스듬히 젖히고 검은 눈동자로 대문을 훑어보자 몇몇 아줌마들은 슬금슬금 대문 옆으로 숨다가 그와 눈이 마주치자 겁에 질린 듯 목을 움츠러들었다.고석근은 다시 여미령을 바라보며 물었다."무슨 말을 했길래 얼굴에 걱정이 가득해요?""이생 씨, 부탁이 있어요.""말해요.""어제 이생
"여자 주인공이 예쁘게 생겼어요..."여미령의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그도 그럴것이 처음으로 고석근이 여자를 예쁘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기 때문이다. 그가 왕가은과 영화관 데이트를 하겠다고 했을 때부터 조금 불쾌했다. 그녀는 자신이 왜 불쾌한지 모르겠지만 지금 그가 또 다른 여자가 예쁘다는 말을 하니 여미령의 안색이 변했다."그래요? 얼마나 예쁜데요?"여미령은 고개를 돌려 차창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며 물었다. 그녀가 연예계를 주름잡고 있을 때 언제나 그녀가 최고였고 제일 아름다운 붉은 장미였다. 그녀보다 예쁜 연예인이 있다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지금 그녀의 오른 쪽 뺨에 흉터가 생겼으니 마치 완벽한 수공예품에 흠집이 생긴 것과 마찬가지였다.사실 여미령은 자신의 얼굴에 있는 흉터가 거의 개의치 않았지만 고석근이 다른 여자를 예쁘다고 하는 말을 하니 갑자기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다.만약 그녀의 얼굴이 망가지지 않았다면 다른 사람이 예쁘게 보일 수가 있을까?그때 운전을 하고 있던 고석근의 감미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여자 주인공은 슈퍼스타에요. 영화 한편을 찍었는데 마침 오늘이 개봉일이네요. 얼마나 예쁘냐면... 지금까지 제가 본 여자 중에서 제일 예뻤어요."여미령은 자신의 치맛자락을 꼼지락 거리다가 그의 입에서 지금까지 본 여자 중에서 제일 예쁘다는 말이 튀어나왔을 때 순간 멈칫해졌다. 괜히 마음이 시큰시큰 해지는 것이 괜히 질투심이 나는 것 같았다.여미령은 고개를 돌려 고석근을 매섭게 째려보기 시작했다."천박해요! 이생 씨가 이렇게 천박한 사람일 줄은 정말 몰랐네요!"고석근이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내가 왜 천박해요?"이생 씨는 여자 얼굴만 따지나 보죠? 예뻐서 무슨 소용이 있어요? 순수한지도 모르고, 뭐 순수하다고 쳐요. 그래봤자 교양이 없으면 그냥 겉멋만 그럴듯 한 장식품이나 마찬가지죠."여미령은 이를 악물고 쏘아붙였다.그녀가 이렇게 털을 곤두세우는 모습을 보니 고석근의 눈매에는 정말 사랑스러운 것을 지켜보는
백지은은 줄곧 장한이 자신에 대해 책임을 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그의 소식을 기다리지 못했다. ‘무슨 뜻일까?’백지은은 결국 참지 못하고 집까지 찾아왔다.멀리서 장한과 임불염이 함께 서있는것을 보게 되었는데, 두 사람이 무슨 말을 했는지 알 수 없었다.장한은 임불염을 차에 태웠고 임불염은 그대로 떠났다.백지은은 재빨리 주먹을 잡아당겼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설마 사랑이 되살아 난거야?’‘아니! 절대 그렇게 둘 수 없어!’백지은은 한 걸음에 달려가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한오빠, 방금 임불염이 온 거 아니야? 두 사라미 이혼한다고 그랬잖아...... 나한테 책임지겠다고 약속했잖아...... 근데 어떻게 이럴 수 있어?”장한은 백지은을 한 번 보고는 방으로 들어갔다.그러자 백지은은 뒤를 쫓아가서 그에게 매달렸다.“한오빠, 오늘 나한테 확답을 줘! 난 모든 걸 오빠한테 줬는데, 이렇게 날 버리면 안 돼잖아.”장한은 그녀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이혼할거야. 근데 뱃속에 내 아이가 있어. 그냥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는 없잖아.”말하면서 장한은 백지은을 쫓아내고 문을 닫았다.문밖의 백지은은 질투심으로 얼굴이 일그러졌다.‘임불염! 너도 네 뱃속에 아이도 내가 다 죽여버릴거야!’백지은은 스피드를 올려 돈을 써서 용맹한 사나이 몇 명을 찾았다.“천만원 줄테니 가서 임불염이라는 여자 잡아서 강에 던져! 완전히 사라지게 해!”돈에 눈이 먼 그들은 즉시 승낙했다.“좋습니다! 먼저 돈 부처 보내시죠! 그럼, 당장 가겠습니다.”“그래.”백지은은 흔쾌히 승낙했고, 그녀는 돈을 이 몇 사람의 계좌에 넣었다.이틀 동안 백지은은 줄곧 소식을 기다렸다.임불염의 사망소식이 전해지기를 기다렸지만 도무지 연락이 오지 않았다.시간이 지나면 지날 수록 불안감이 들었다.뭔가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백지은은 당황해서 일단 숨으려고 옷 두 벌을 챙겼다.그러나 문을 열자마자 제복을 입은 경찰이 보였다.“백지은씨 입니까? 살인매수
그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백지은은 조금 두려웠다. 그녀가 믿는지 안 믿는지 짐작이 안 갔고 그가 자신이 한 짓을 책임을 질지 안질지도 몰랐다.그녀는 곧바로 옷을 입고는 장한의 곁에 다가갔다.“오빠, 저는 이제 오빠의 사람이에요. 오빠에게 향한 내 마음을 오빠도 잘 알거예요. 난 오빠를 좋아해요. 그리고 오빠에게 시집가고 싶어요. 이렇게 내 첫 경험을 주었으니 오빠가 책임을 지지 않으면... 난 살지 않을 거예요.”백지은이 훌쩍거렸지만 장한은 여전히 말을 하지 않았다.“오빠, 그럼 전 그냥 죽을게요.”백지은은 몸을 돌려 벽에 박으려했다.그때 장한이 백지은을 잡아당기며 진중하게 말했다.“지은아, 뭐하는 거야. 난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한 적 없어.”순간 백지은은 너무 기뻤다.그가 자신을 책임지려한다?“오빠, 오빠도 나한테 호감이 있다는 걸 알아요.”백지은은 곧바로 장한의 단단한 허리를 안고 그의 품에 얼굴을 파묻었다.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장한이 그녀를 밀쳐냈다.“하지만 조금 기다려야 해. 난 지금 널 책임질 수 없어. 나랑 임불염의 일이 아직 끝나지 않았어.”백지은은 재빨리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요. 오빠. 절대 저버리지 말아요.”장한은 그녀를 힐끔 보더니 문을 열고 떠났다.백지은은 너무 기뻐 방에서 빙글빙글 돌았다. 그녀는 마침내 장한을 손에 넣었다.드디어 그를 가졌다....한편 장한은 방을 나와 코너를 돌아 신속히 다른 방으로 들어갔다.방에 들어서자마자 월월이의 여린 목소리가 전해왔다.“아빠.”장한은 곧바로 월월이를 안더니 아이의 볼에 뽀뽀했다.“월월아, 엄마는?”그때 임불염이 걸어 나왔다.“왔어? 당신이 아직도 부드러운 꿈에서 안 깬 줄 알았어.”그녀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그를 힐끔 보았다.“내가 보기에 당신 지금 아주 설레는 거 같은데? 어젯밤 백지은과 아무 짓도 안했어?”“아무 것도 안 했어. 백지은이 내 미색을 노렸지만 내가 곧바로 발차기를 날렸어. 발차기를 몇 번 날리니 조용해졌어. 날 만지지도
아파.백지은은 너무 아파 곧바로 눈물이 났다.그녀는 고개를 들어 억울한 눈빛으로 침대 위의 남자를 보았다.“보스.”침대 위의 장한은 몸을 뒤척이며 또 그녀를 등지고 잤다.이 순간 백지은은 이 남자가 고의로 한 것이라고 의심했다. 고의로 그녀를 희롱한 후에 발로 그녀를 침대에서 찼다.여자로서 침대에서 내동댕이쳐진 게 너무 창피했다.백지은은 엉금엉금 기어 다시 장한의 곁에 다가갔다. 그는 눈을 감고 숨을 가쁘게 쉬는 것이 술에 많이 취한 것 같았다.“보스. 보스.”백지은이 시탐하듯 여러 번 불렀다.장한은 아무런 반응도 없이 자고 있다.백지은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내가 생각이 많은 것이겠지?’‘그럴 거야. 그렇게 많은 술을 마셨으니 틀림없이 취했을 거야.’백빙은 샤워실 문을 열고 샤워하러 들어갔다.그녀는 깨끗이 씻은 뒤에 몸에 흰색 샤워가운을 걸친 채 겨우 중요부위를 막았다.거울 속의 여자는 한창 청춘이다. 생기발랄하고 예쁘게 생겼다.백지은은 자신에 대해 매우 만족한다.그녀는 방에 들어가 침대에 올라가 장한의 곁에 누웠다.“보스.”그는 반응이 없다.백지은이 용기를 내어 그의 셔츠 단추를 하나하나 풀자 그의 건장한 상반신을 드러냈다.남자는 근육이 탄탄하고 가슴이 널찍했으며 완벽한 식스팩은 야성미가 넘쳤다.백지은의 눈이 반짝였다. 그는 그녀가 생각했던 대로 아주 완벽했다.백지은은 곧바로 달려들어 그를 가지려했다.하지만 장한은 또다시 다리를 들어 그녀에게 발차기를 날렸다.아이고.백지은은 또다시 그대로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너무 아프다.이번에는 온몸이 깨질 것 같았다. 장한은 점점 더 세게 찼다.어떡하지?그가 아예 건드리지 못하게 한다.백지은은 붉은 입술을 깨물었다. 애초에 오늘 저녁에 그를 가져 그의 여자가 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잠든 그는 너무 경각심을 높아 그녀에게 손을 댈 기회를 주지 않았다.이대로 가다가는 그를 깨울 것이다.백지은은 잠시 생각한 뒤 침대에 올라가 장한의 곁에 누웠다. 이
“보스, 왜 이렇게 혼자 술을 마셔요. 나랑 같이 마셔요.”백빙은 자신에게 술 한 잔을 따르고 단숨에 다 마셨다.장한은 그녀를 보는 체 하지 않았지만 쫓지도 않았다. 그녀가 술을 한 잔 마신 후에 그도 술을 한 잔 마셨으니 그녀에게 대응해주는 셈이다.백지은은 희망을 보았다. 이전에 장한은 그녀에게 대꾸조차도 하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임불염이 가니 그녀의 자리가 생겼다.그녀가 한 모든 노력은 다 가치가 있는 것이다.백지은은 기회를 틈타 재빨리 말을 걸었다.“보스, 임불염 때문에 기분이 나쁜 거예요? 그녀는 정말 너무 철이 없어요. 그녀는 현처가 될 수도 없고, 양모가 될 수도 없고, 당신을 전혀 아끼지 않아요. 그런 여자랑 살면 더 힘들어져요. 보스, 빨리 그녀를 잊어요.”백지은은 말하면서 장한에게 술 한 잔을 따랐다.장한은 침묵했지만, 술잔을 들더니 백지은이 따른 술을 단숨에 다 마셨다.백지은은 장한에게 계속 술을 따라주었고 목소리도 갈수록 부드러워졌다.“보스, 밖에는 좋은 여자가 아주 많아요. 임불염만 잊는다면 당신의 주위에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이 아주 많다는 걸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당신은 더 좋은 인생을 누릴 자격이 있어요.”장한은 침묵하며 또 한 잔의 술을 다 마셨다.이렇게 장한은 술을 여러 병 마시고 곧바로 쓰러졌다.단단한 등이 나른하게 소파 의자에 기대더니 눈을 감았다.취한 것일까?백지은은 조심스럽게 장한을 잡아당겼다. 장한이 자신을 밀쳐내지 않자 백지은이 작은 소리로 말했다.“보스, 취했어요?”장한이 애매하게 대답했다.“보스, 이렇게 해요. 제가 부축해줄게요. 방에 들어가서 쉬어요.”장한은 거절하지 않았다.백지은이 그를 부축해 두 사람이 방으로 걸어갔다....얼마 지나지 않아 방에 도착했다.백지은이 장한을 침대에 눕히자 장한이 눈을 감더니 태양혈을 손으로 만졌다.“보스, 제가 만져줄게요.”백지은은 손을 뻗어 자상하게 관자놀이를 주물러주었다.그리고 그녀도 천천히 침대에 올라가 장한의 곁에 누웠다.
임불염의 나근나근한 호칭을 들은 장한은 그녀의 입술에 키스했다....한편 백지은은 아주 조급하다. 그녀는 여태껏 장한과 임불염이 이혼하기를 기다렸으며 그 틈을 타 장한의 옆자리를 독차지하려 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의 절친 양소희가 도착했다. 양소희는 지난번 몰래 비타민을 낙태약으로 바꿔 임불염에게 전한 사람이다.그녀가 아주 기쁘게 말했다.“지은아, 전할 좋은 소식이 있어.”“무슨 좋은 소식?”“보스와 임불염이 싸우고 있어. 임불염이 이사까지 했어.”백지은의 눈동자가 반짝였다.“진짜야?”“물론 진짜지. 가서 봐봐. 아주 많은 사람들이 구경하고 있어. 나도 방금 거기에서 온 거야. 널 만나자마자 이 기쁜 소식을 전하고 싶었어.”“그럼 빨리 가보자.”백지은은 재빨리 장한에게 달려갔다. 아니나 다를까 아주 많은 사람들이 구경하고 있었으며 장한과 임불염은 얼굴이 빨개질 정도로 싸우고 있었고 임불염은 자신의 캐리어까지 들고 있었다.모두들 싸움을 말리고 있다.“형, 형수님이랑 싸우지 말아요. 형수님의 뱃속에 아이도 있잖아요. 형수님을 이해해줘야 해요.”“맞아요. 형. 싸우지 말아요. 빨리 형수님을 달래줘요.”임불염이 곧바로 입을 뗐다.“달래줄 필요 없어요. 우리는 이미 이혼 신청을 제출한 상태예요. 이혼 조정 시기만 지나면 이혼이 성사될 거예요.”장한이 임불염을 바라보며 말했다.“이렇게 된 이상 각자 좋은 길을 찾자. 넌 네 길을 가고 난 내 길을 가면 돼.”“그래. 지금 갈게.”임불염은 트렁크를 들고 차에 올랐다.“형수님, 가지 마세요. 형은 단지 화가 나 있을 뿐이에요.”임불염은 아랑곳하지 않고 차문을 닫고 운전기사에게 말했다.택시가 임불염을 태우고 모두의 시선 속으로 사라졌다.“형, 정말 이러면 안 돼요. 형수 혼자 밖에 있으면 얼마나 위험해요. 빨리 형수를 달래요.”“나는 달래지 않을 거야. 우리는 이미 이혼했어. 다 끝났어. 모두 비켜!”쾅하고 장한도 문을 닫았다.구경꾼들은 서로 눈을 마주치며 어떻게 해야 할지
왜 갑자기 말이 이렇게 된 것일까?장한은 그녀가 말하다가 화를 낼까 얼른 그녀를 안고 용서를 빌었다.“염아, 미안해. 나도 이렇게 다른 여성에게 휘말리기 싫어.”그러자 임불염이 그의 단단한 허리를 안았다.“그럼 어떻게 백지은을 손보려고?”장한은 잠시 고민을 하다 그녀의 귓가에 대고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임불염은 아주 좋은 아이디어라고 머리를 끄덕였다.“그럼 그렇게 하자. 백지은의 꼬리가 드러날 거야.”“응.”“빨리 일어나. 월월이가 돌아올 시간이 됐어.”장한은 그녀의 아름다운 작은 얼굴을 감싸더니 고개를 숙이고 그녀에게 키스했다.“아직 시간이 좀 있어. 난 너랑 더 있고 싶어.”임불염은 마음이 설레어 두 손으로 그의 목을 안았다.잠시 키스를 한 뒤 그녀는 그의 손이 자신의 옷 단추를 만지고 있다는 걸 느꼈다.그녀가 곧바로 작은 소리로 말했다.“안 돼. 나 임신했어.”장한은 곧바로 자기 자리로 옮겨 누워 머리를 비추는 불빛을 바라보았다.의사가 임신초기는 성생활을 하면 안 된다고 했으니 그는 그녀를 만지면 안 된다.이제 시작인데 이렇게 힘들면 앞으로는 어떻게 할까?임불염은 그의 곁에 눕더니 자신의 붉은 입술을 깨물고 그의 몸 위에 앉았다.장한은 기뻐하며 그녀의 얼굴을 감싸며 키스했다.“역시 염이 넌 날 아끼는 거 같아.”...주 아주머니가 월월이을 데려오자 월월이는 깡충깡충 방으로 뛰어갔다.“아빠, 엄마, 나 왔어요.”그때 장한이 걸어 나오더니 방문을 닫고 월월이를 번쩍 안아 볼에 뽀뽀했다.“월월이 왔어?”“아빠, 엄마는 어디 갔어요? 엄마와 동생을 보고 싶어요.”“엄마는 지금 아주 피곤해서 쉬고 있어. 조금 있다 엄마 보러 들어가면 안 될까?”“네.”잠시 후, 임불염이 나왔다. 그녀의 얼굴은 한껏 상기되었다. 눈치가 빠른 월월이는 얼른 눈치를 챘다.“엄마, 너무 예뻐요.”“월월아, 그럼 예전에는 안 예뻤어?”“예전에도 예뻤지만, 지금은 더 예뻐요."임불염이 장한을 힐끔 보자 장한도 그녀를 보고 있었다.
두 사람은 최선을 다해 키스를 했다.임불염이 키스를 멈췄지만 장한은 여전히 그녀를 꼭 안고 있다.“염아, 네 손을 놓기 무서워. 지금 이 상황이 너무 좋아. 마치 꿈을 꾸는 것 같아. 널 놓아주면 곧 이 꿈에서 깰 거 같아.”그때 임불염이 입을 벌려 그의 입술을 가볍게 물었다.장한은 아파 눈을 번쩍 떴다.임불염의 초롱초롱한 눈동자가 그를 바라보고 있다.“지금도 꿈이라고 생각해?”장한은 입꼬리를 씩 올렸다.“아니. 이건 진짜야. 네가 내 앞에 있어!”임불염은 달콤하게 그의 품에 안겼으며 드디어 마음속의 이 고비를 넘겨 마음이 편하다고 생각했다.장한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염아, 앞으로 우리 네 식구 행복하게 살자. 더 이상 뱃속의 아이를 건드리지 않을 거지?”장한이 그녀의 작은 배를 어루만졌다.“내가 언제 뱃속의 아이를 건드린다고 했어? 비록 널 원망했지만 뱃속의 아이를 다치게 할 생각은 한적 없어.”장한은 순간 굳은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하지만 넌 이전에 몇 번이나 아이를 지우려고 했잖아.”임불염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무슨 소리야. 내가 언제 아이를 지운다고 했어. 난 그런 적 없어.”그때 장한이 벌떡 앉았다.“기억 안나? 내가 그때 병원에 달려갔을 때 의사가 너에게 유산수술을 해주려고 했잖아. 내가 조금이라도 늦었으면 아이를 지웠을 거야.”그 일을 생각하면 장한은 아직도 가슴이 두근거린다.임불염도 덩달아 앉더니 고개를 저었다.“아니야. 난 지금까지 유산수술을 한 적 없어. 그날 난 초음파검사를 하러 간 거야. 그리고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어. 눈을 떴을 때 이미 너에게 안겨 돌아온 뒤였어.”뭐라고?장한은 그제야 무엇인가 떠올라 미간을 찌푸리며 질문을 했다.“그럼 낙태약을 먹은 적도 없어?”“무슨 약을 말하는 거야? 그 병에 있는 알약 말이야? 그건 비타민이야. 네 부하가 나에게 준 거야. 아직 한 번도 먹은 적 없어.”장한은 곧바로 아주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 그가 오해했다. 아주
임불염이 그를 밀어내려했지만 아무리 힘을 주어도 밀어낼 수 없었다. 아마도 그녀는 그제야 자신의 마음을 마주했을 수도 있다.그녀는 진짜 그를 사랑하게 되었다.장한은 곧바로 그녀를 번쩍 들어안아 차에 앉아 집으로 돌아갔다....임불염은 침대에 누워 휴식을 취하고 장한은 그녀를 꼭 껴안았다. 그 순간 두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으며 마치 두 사람의 마음은 수많은 인파를 헤치고 꼭 붙은 것 같았다.임불염이 등지고 있었기에 가녀린 옷을 사이에 두고 그의 박력 넘치는 심장소리까지 들을 수 있었다.그때 장한이 그녀의 부드러운 머릿결에 키스하였다“염아, 내가 이전에 많은 잘못을 저질렀어. 하여 감히 네가 날 사랑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어. 지금 내가 가장 바라는건 네가 내 곁에 남아 내 사랑을 받아들이고 내 아내가 되어주는 거야. 그리고 아이랑 같이 천천히 늙는 거야.”임불염은 콧방귀를 뀌었다. “그래? 난 아직도 네가 이혼하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난 그냥 너에게 자유를 주고 싶었던 거야. 이혼 절차가 늦어 네가 기분 나쁜 줄 알았어.”그때 임불염이 몸을 돌려 주먹으로 그를 사정없이 때렸다.“그럼 백지은과는 어떻게 된 거야. 내 눈으로 네가 백지은이 데이트하는 걸 봤어.”“장한, 넌 정말 대단한 사람이야. 감히 나 몰래 백지은과 만나고 있었어? 사실 나한테 미리 다 얘기해주면 우린 이렇게까지 할 필요도 없었어.”그때 장한이 그녀의 주먹을 잡아당기더니 꼭 감쌌다.“염아, 내 말 좀 들어봐. 어젯밤은 백지은이 날 부른 거야. 너에 대해 할 말이 있다고 했어.”“백지은이 뭐라고 했는데?”“네 험담을 해서 화가 나 먼저 돌아온 거야.”그런 걸까?임불염은 자신의 손을 힘껏 내리쳤다.그러자 장한이 조심스레 그녀의 콧대를 만지며 싱긋 웃었다.“염아, 너도 질투할 줄 아네. 처음으로 네가 질투하는 걸 봤어. 게다가 나 때문에 질투하는 거.”질투?임불염은 그제야 자신이 질투한 사실을 알았다. 그렇지 않으면 그녀는 왜 이렇게 감정기복
한 사람이 차에 치여 바닥에 누워있고 주변이 온통 피범벅이었다. 사람들이 막고 있어 임불염은 그 사람의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그녀는 순간 다리에 힘이 풀리고 머리가 혼란스러웠다.장한일까?방금 그가 물건을 가지러 간다고 하고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설마 그일까?임불염의 맑은 눈시울은 순간 빨갛게 변하더니 서서히 눈물이 고였다.촘촘한 속눈썹을 깜빡이자 진주알 같은 눈물이 떨어졌다.그녀가 울고 있다.이 순간 그녀는 사고를 당한 사람이 장한일까 봐 너무 무서웠다.“좀 비켜주세요! 좀 비켜주세요!”이때 구급차가 도착하더니 다친 사람을 들것에 실었다.임불염은 마침내 그 사람의 얼굴을 똑똑히 보았다. 그는 장한이 아니다. 아니다!“염아!”이때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임불염이 곧바로 몸을 돌리자 건장한 장한이 그녀의 시선에 들어왔다.그는 성큼성큼 다가와 눈물범벅이 된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더니 미간을 찌푸렸다.“왜 나온 거야? 왜 울었어? 무슨 일이야?”그는 곧바로 그녀의 눈물을 닦아 주었다.임불염은 자신의 다리가 아직도 나른한 것 같았으며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는 지금 아무렇지 않게 자신의 앞에 서있다. 그는 아무 일도 없다.“방금 어떤 사람이 교통사고를 당했는데, 난 너인 줄 알았어.”임불염은 목이 메었다.그 순간 장한은 재빨리 상황을 알아차리고는 그녀를 품에 꼭 끌어안았다.“바보야, 나 아니야. 무서워하지 마. 난 이렇게 잘 살아있어.”임불염은 손을 내밀어 그의 단단한 허리를 꼭 끌어안았으며 그의 따뜻한 체온이 전해진 뒤에야 실감이 났다.그는 정말 살아있다.그녀는 곧바로 자신의 얼굴에 가득한 눈물을 닦았다.“물건 잘 챙겼어? 그럼 들어가서 이혼하자!”그녀는 아직도 이혼할 생각을 하고 있다.그러자 장한이 그녀를 빤히 바라보았다.“염아, 이 상황까지 되었는데 아직도 나랑 이혼하고 싶어?”“무슨 뜻이야?”“염아, 넌 날 사랑하게 되었어. 그렇지?”뭐라고?임불염은 순간 멍하였다.장한이 그녀를 빤히 바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