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담이 네가 여기있으면 소성도 분명히 이곳에 있겠지. 어디 있는지 당장 말해!"소섭은 어서 소성을 잡고 싶었다.소담은 소섭을 바라보며 침착하고도 차가운 음성으로 물었다."소섭, 당신은 두렵지도 않아?"그 말에 소섭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두려워? 내가 뭐가 두려울 게 있어? 지금 가장 두려울 사람은 소성이겠지. 지금은 겁쟁이처럼 숨어서 나오지도 못하고 있는데, 지금 자신의 애인이 내 손에 있는데도 감히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잖아. 하하하."소담이의 붉은 입꼬리가 가늘게 올라가고 그녀의 눈동자에는 차가운 조소가 담겨 있었다. "소섭 당신은 다른 가능성을 생각해본 적은 없어? 어쩌면... 이건 소성이 짠 판일지도 모르고 당신은 이미 그의 덫에 걸려든 거야. 오늘 그는 당신을 일망타진할 생각일지도 모르지."'뭐라고?'소섭의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고개를 들어 잔뜩 경계심을 갖고 주변을 둘러보는 그의 눈빛에는 당황스러움과 두려움이 내비쳤다. 그때 그의 부하가 작은 소리로 말을 했다."소섭 형님, 이곳에 소성의 사람은 없습니다. 제 생각에는 이 소담이가 일부러 거짓말을 하는 것 같습니다."그 말에 소섭은 괜히 체면을 구긴 것 같아 손을 번쩍 들어 부하의 뺨을 후려쳤다."네가 말하지 않아도 진작에 알고 있었다!"부하는 허탈한 미소만 짓고 있었다.소섭은 앞으로 두 발자국 다가가 소담이의 작은 얼굴을 잡았다. 이 바닥에서 뒹군지도 짧지 않는데 고작 어린 계집애한테 속아 넘어가다니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소담이, 마지막으로 한 번 기회를 주겠다. 허튼 수작 부리지 말고 얼른 소성이 있는 곳을 말해."소담이는 소섭을 바라보며 말했다."이미 소성 씨가 있는 곳을 얘기했잖아. 나도 마지막으로 다시 얘기할게. 소성 씨는 바로... 당신 곁에 있잖아."소담이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소성이 있는 오두막이 바로 앞에 있으니 소성은 소섭의 바로 곁에 있는 셈이다. 아쉽게도 소섭은 소담이가 완전히 자신을 갖고 논다고 생각했다. 손을 들어 당장 소담이
소섭은 마치 보물을 주운 것만 같았다. 그는 이런 제멋대로 건방지게 구는 느낌이 좋았다. 소성의 여자라 그런지 역시 달랐다.소섭의 허벅지에 걸터 앉은 소담이의 하얗고 가느다란 손가락이 소섭의 가슴을 위로 훑으며 유혹했다."소섭 씨, 이런 거 좋아해?""좋지, 당연히 좋아하지! 예쁜이, 평소에도 소성과 이렇게 노는 거야? 소성도 이런 자세를 좋아해?"소섭은 저질스럽게 웃기 시작했다."소성 씨요?"소담이는 눈썹을 치켜올렸다. 앳되고 하얀 눈동자가 반짝이기 시작했다. 어른이 된 그녀의 아름다운 모습이 상상되기 시작했다."그는... 이런 건 별로 안 좋아해요. 주도권을 쥐기 좋아하기 때문에 항상 그가 위에 있죠."그녀는 아무 말이나 내뱉은 것이다.소섭은 손을 뻗어 소담이의 부드러운 허리를 잡았다. 그녀의 허리는 약한 버드나무가지처럼 조금만 힘을 줘도 부러질 것 만 같은 느낌에 소섭은 더욱 흥분되기 시작했다."예쁜이, 소성은 싫어하겠지만 난 이런게 좋아. 어디 함께 즐겨볼까?""좋아. 그럼 본격적인 게임을 시작해 볼까...."소담이의 손가락이 아래로 미끄러져 내려가더니 소섭의 벨트를 잡았다. 소섭은 참기가 힘들었고 모든 신경이 소담이의 손가락에 집중되는 것 같았다.그때 그의 시선에 한기가 번쩍이는 것이 느껴졌다. 지금까지 소섭의 칼날에 얼마나 많은 피를 묻혔는지 모른다. 그러니 이런 위기의식만은 여전히 강했다. 그가 눈을 번쩍 뜨자 소담이의 손에는 이미 날카로운 칼이 쥐어져 있었다. 지금 시퍼런 칼끝은 그의 심장을 향해 날아 오고 있었다."대체 정체가 뭐야?"소섭은 바로 호통을 치고 칼끝을 피하면서 소담이의 명치를 때리자 소담이는 몇 걸음 뒤로 물러나며 손목 방향을 틀었다. 그러자 날카로운 칼날이 소섭의 얼굴을 그었다.소섭이 손을 뻗어 만져 보자 피가 흘렀다. 그는 크게 분노하며 소담이를 쳐다봤다."대체 정체가 뭐냐? 너 소성이의 애인이 아니구나!"그는 소담이가 닭 한마리 붙들어 맬 힘도없는 허약한 여자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자신이 크게
소담이는 입꼬리를 올리고 눈물로 젖은 얼굴을 닦았다.이때 등뒤에서 밧줄이 날아오더니 소담이의 목을 조여왔다. 순간 소담이는 숨을 쉬기가 어려웠다. 알고 보니 바닥에 쓰러진 소섭이 아직 죽지 않았던 것이다. 그는 강렬한 원망과 마음이 내키지 않아 죽더라도 소담이를 데려가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일그러진 얼굴로 마지막 젖먹던 힘을 다 하여 소담이의 목을 졸랐다.소담이는 저항하고 싶었지만 오른 쪽 어깨가 완전히 맛이 갔고, 날카로운 무기마저 어깨에 꽂혀 있어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작고 갸름한 얼굴은 점점 붉게 달아오르기 시작했고 눈꺼풀이 점점 무거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이대로 죽는 걸까?'소담이의 손이 힘을 잃고 아래로 툭 떨어졌다. 졸음이 밀려오는지 소담이의 눈이 감겨 왔다. 그 순간 쾅하는 소리와 함께 누군가 오두막의 문을 발로 차는 소리가 들려왔다.커다란 소리와 함께 소담이가 천천히 눈을 떴다. 꽉 닫혀 있던 오두막의 문이 열리고 눈부신 햇살이 방안을 비추고 그 사이로 커다란 몸집이 천천히 걸어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런데 햇빛을 등지고 있어 그녀의 시야를 강하게 찔렀다.'누구지?'그 사람은 리듬감있는 발걸음으로 다가와 소담이의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았고, 소담이는 그의 얼굴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는 바로 소성이었다! 소성이가 온 것이다!'깨어났구나.'그때 소성이 손을 뻗어 오자 목을 조르던 밧줄이 느슨해지는 것을 느꼈다. 무방비한 상태던 그녀의 몸속에 바로 신선한 공기가 들어오기 시작하자 순간 숨을 제대로 쉴 수 없어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콜록 콜록."소담이는 지금의 모습이 참 낭패스럽다고 생각했다. 얼굴은 땀과 피로 범벅이 되어 더러운 새끼 고양이 같을 거라고 생각이 들었다. 그때 머리 위에서 소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금방 혼수상태에서 깨어나 낮고 듣기 좋은 목소리에 약간은 쉰 소리가 배어있었고 장난기마저 띄고 있었다."소담이 너 목숨이 몇 개라도 되는 줄 알고 여기죽으러 온 거야?"소담이는 고개를 들어
나이가 어린 소담이는 아직 나시를 입어본 적이 없었다. 소성은 그 모습을 보고 잠시 멍해졌다. 갓 껍질을 벗긴 흰자위처럼 새하얀 그녀의 피부에 붉은 나시가 그의 여린 목에 걸려 있었다. 원앙이 물놀이를 하고 있는 위에는 적당히 발육이 된 가슴이 봉긋하게 솟아 있어 보고 싶지 않아도 눈길이 자꾸만 그쪽으로 쏠리게 된다."지금 어딜 보는 거예요!"소담은 자신의 몸을 가리며 그를 노려보았다."또 쳐다보면 눈을 파버릴 거예요!"소성은 확실히 저도모르게 물끄러미 쳐다봤다는 것을 깨닫고 헛기침을 하기 시작했다."크흠, 옷은 왜 이렇게 입은 거야?"그녀는 입을 옷이 없었으니 나시도 물론 전부 빌린 것이었다."당연히 남자를... 꼬시기 위해서죠!"소담이가 퉁명스럽게 대답했다."그럼 나도 남자잖아. 난 왜 보면 안 돼?""소섭을 꼬...시기 위해 입은 거지 당신을 꼬시기 위해 입은 게아니에요!""..."소성은 할 말을 잃고 말았다. 보아하니 소섭이 죽기 전에 꽤 좋은 시간을 보낸 모양이다. 소성은 그녀가 가린 곳을 곁눈질하며 말했다."가릴 필요 없어. 이젠 뭐 허물 없는 친구잖아. 못 만져 본 것도 아니고.""..."이번에는 소담이 할 말을 잃었다.그날 병원에서 소섭이 문밖에서 몰래 훔쳐보고 있을 때 그가 그녀를 침대에 눕히고 키스를 퍼부으며 그녀의 앞섭에 손을 집어넣고 마구 만진 적이 있었다.'이 개자식!'"그건 예전이고, 지금은 느낌이 다르단 말이에요!""지금 네가 컸다고 얘기하는 거야? 내가 봤을 땐 여전히 껌딱지만해 보이는데."'껌딱지?!'"크흠."분위기가 점점 이상해져 가고있을 때 하서관이 어쩔 수없이 헛기침을 하며 이 두원수한테 주의를 줘야 했다.그녀의 손에 든 수술 칼은 이미 뜨겁게 달아 올라 손으로 잡을 수 없을 지경이 되었기 때문이다."담이야, 소성 도련님, 이제 시작하시죠."소담이는 소성을 매섭게 노려보면서 말했다."하 선생님, 시작하세요."하서관은 소담이 앞에 와서 날카로운 칼의 손잡이를 잡고 힘껏 밖으로 뽑기
두 사람의 눈이 마주친 가운에 묘한 불꽃이 튀기 시작했다.그때 고석근이 다가와 소성의 곁으로 왔다."이번에 네가 위험에 처했던 건 우리 어머니가 한 짓이야. 어머니가 소섭에게 문자를 보내서 네 신분이 들통났던 거야. 문자엔 소성이 바로 여명이라고 쓰여있었거든."고석근의 솔직한 얘기에 소성은 두 손을 바지 호주머니에 넣은 채 눈썹을 치켜 올렸다."미령이 내게 울면서 전화했을 때 이미 짐작은 했어.""이번엔 내가 네게 목숨을 빚진 셈이니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돼."고석근이 입술을 열었다.소성은 눈을 가늘게 뜨고 입꼬리를 올려 사악한 미소를 띄었다."마음대로 하라고? 너희 고씨 집안은 벌써 두번 씩이나 나를 사지로 몰아넣었는데 내가 너더러 목숨으로 갚으라고 하면 어쩔거야?""좋아."고석근은 조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내 목숨으로 보상한다고 하더라도 후회하지 않아."두 사람 사이의 분위기가 급속히 싸늘해지고 있었다.그때 끼익하는 소리와 함께 오두막 문이 갑자기 열리면서 여미령이 걸어 나왔다."오빠."여미령은 손을 뻗어 소성의 단단한 팔에 다정하게 팔짱을 꼈다. 그러자 소성도 여미령의 긴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때 소성은 고석근의 눈빛이 여미령의 팔짱을 낀 손을 향해 있고 매우 불쾌한 표정을 짓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소성은 마음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이 만년 질투쟁이는 정말 질투를 잘 한단 말이야.'그때 여미령의 시선이 고석근의 잘생긴 얼굴을 향하며 궁금한 얼굴로 물었다."오빠, 이 분은 누구셔?"방금 하서관이 소성에게 여미령의 병에 관해 얘기해 줬기 때문에 여미령이 고석근을 잊었다는 것을 알았다."내 친구야."여미령이 고석근을 보더니 눈이 번뜩였다."아 저 기억났어요!"'뭐?'고석근은 양 옆에 늘어진 두 손을 꽈악 쥐고 말았다. 그는 이곳에 도착한지 꽤 시간이 지났고 그녀도 이곳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그녀를 지켜만 봤을 뿐 감히 접근할 수는 없었다.그가 접그했다가 괜히 그녀에게 액운과 재난을 가져다
여미령은 하서관을 따라 작은 마을에 도착했다. 이곳은 경치도 아름답고 사계절이 봄날과 같아 이곳에 정착하기로 했다.여미령의 오른 쪽 뺨에 있는 흉터는 시종 지워지지 않았고 이곳에 처음왔을 때 이웃에 있던 아이들은 그녀를 못난이 누나라고 불렀다.하지만 이런 개구쟁이 아이들은 부모님들이 재빨리 혼을 내주었고 이웃들도 그녀에게 매우 우호적이였다. 또 현지의 특색인 떡을 돌리며 사과를 하여 모두 즐겁고 사이좋게 지낼 수 있었다.그러나 아이들은 여전히 그녀를 둘러싸고 못난이 누나라고 불렀고, 이에 여미령은 그저 웃으면서 마음에 두지 않았다.하서고나은 상가에 옷을 사러 다녀왔다. 멀리서 보이는 여미령은 집 앞에 앉아 있었는데 그녀의손에는 붉은 실 하나가 들려 있었다. 붉은 실은 그녀의 하얗고 가느다란 손가락 사이에서 갖가지 도형들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우와"개구쟁이 아이들은 깜짝 놀라 멍해졌다. 그들은 반짝이는 두 눈으로 여미령을 보며 말했다.."못난이 누나, 어떻게 했는데 가르쳐 줄 수 있어요?""이건..."여미령은 장난스레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그래, 내키진 않지만 가르쳐 줄게.""멋져요!"개구쟁이 아이들은 신나게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그때 한 아이가 여미령의 왼쪽 뺨을 가리키며 말했다."얘들아, 얼른 봐바. 못난이 누나의 왼쪽 얼굴은 완전 예뻐."아이들은 손을 뻗어 여미령의 상처있는 오른 쪽 뺨을 가리고 그녀의 왼쪽 얼굴을 보면서 감탄하기 시작했다."세상에, 못난이 누나 왼쪽 얼굴 정말 예쁘네. 지금까지 이렇게 예쁜 누나는 본 적이 없어.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 같아.""어라, 갑자기 못난이 누나 얼굴이 아주 낯이 익은 것 같은데. 나 못난이 누나를 본 적이 있는 것 같아!""어디서 봤어?""아마...TV에서 본 것 같은데. 그래, 맞아 TV에서 봤어!""그럴리가 있겠어? 우리 엄마가 얘기하는데 TV에서 나오는 누나들은 전부 대스타니까 우리같은 일반인들은 볼 수 없다고 했어. 못난이 누나가 대스타란 말이야?"다들 아직 성숙
하서관은 여미령을 바라보며 천천히 그녀의 작은 손을 당겼다."미령아, 나 고석근이 누군지 알아...""진짜?""물론이지. 고석근이 누군지도 너에게 얘기해 줄 수있어. 듣고 싶어?여미령은 잠시 망설이다가 물었다."그는 지금 내 곁에 있어?"하서관의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갔다."그럼, 항상 있었지. 한 번도 떠난 적이 없어.""그럼 듣고 싶지 않아.""왜? 고석근을 찾고 싶지 않아?""맞아, 그렇긴 하지만 나 스스로 찾고 싶어. 내가 많은 일들을 잊어버린 것 같아. 고석근을 찾고 그동안 그와 함께 했던 기억들도 찾고 싶어. 그게 원망이든 아니면 어쩌면 즐거운 일도 있고, 고통스러운 시간도 있을 것이고, 슬프고 달곰한 과거까지 전부 다 기억해내고 싶어."하서관은 여미령 눈에 비친 확고하고 찬란함을 보며 웃었다."그래."여미령은 먼저 잠이 들었다. 하서관은 짐을 정리하고 또 다음 업무를 준비했다. 내일이면 이곳을 떠나 정식으로 자신의 직장으로 돌아가게 된다.이때 핸드폰 화면이 켜지면서 전화가 왔는데 고석근이 걸어온 전화였다.하서관의 표정엔 놀라움이 비치지 않았다. 어쩌면 예상했던 일이기도 했다."여보세요, 고 대표님."하서관이 전화를 받자 고석근의 듣기 좋은 목소리가 빠르게 전해졌다."미령이는 자?""네, 이미 잠들었어요. 시간도 늦었는데 고 대표님은 왜 아직도 주무시지 않아요?""지금 너희 집 아래에 있어."하서관이 몸을 일으켜 창가에 다가가 커든을 열어 보니 가옥 대문 밖에는 은색 마이바흐 한대가 세워져 있었고 고석근은 운전석에 앉아 왼손은 운전대에 걸치고 오른 손에 휴대폰을 쥐고 있었다."내일 떠난다고 들었는데, 부탁할 일이 있어서 왔어."고석근이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말씀하세요, 고 대표님.""오늘부터 여기에 머물면서 미령과 아이 곁에 있어줄 생각이야. 그녀가 처음 임신했을 때도 곁에 있어주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혼자 두지 않을 거야. 그런데 지금 딱히 접근할 핑계가 없고 괜히 나에 대한 경계심만 생겨 일이 잘못될
"크흠."하서관은 빠르게 헛기침을 하며 핼쑥한 얼굴로 설명하기 시작했다."네가 잘못 본 거야. 이거 전부 짝퉁이니까 아이고 이런 건 신경 쓰지 말고 얼른 병원으로 가야지."하서관은 여미령을 차에 밀어 넣자 여미령은 차에서 내리려 했다."서관아, 내가 공항까지 바래다 줄게.""괜찮아. 데려다 줄 사람 있어."하서관이 장난기가 섞인 눈으로 깜빡거렸다.여미령이 고개를 돌려 보니 뒤쪽 골목에는 롤스로이스 팬덤 한대가 조용히 주차돼 있었다. 고급차 옆에는 키가 크고 늠름한 자태가 서 있었는데 육한정이 온 것이다.하서관이 육한정 곁으로 달려가자 육한정은 그녀의 가냘픈 허리를 껴안았다. 육한정의 품속에서 하서관은 고개를 돌려 여미령을 향해 웃으며 작은 손을 흔들었다."미령아, 잘 지내."육씨 부부의 모습이 시야에서 멀어지기 시작했다.고석근은 차에 오를 때 여미령이 백미러에 찰싹 붙어 하서관이 떠나가는 방향을 아쉬워하며 쳐다보는 것을 보고 손을 뻗어 여미령에게 안전벨트를 해주었다."이미 떠났는데 그만 봐요."여미령은 눈을 돌려 고석근을 쳐다보았다. 그녀의 착각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운전 기사의 기분이 별로 좋아 보이지 않았다.떠났는데 그만 보라는 말은 뭔가 남편이 있는 사람이니 일종의 망상은 하지 말라는 기시감이 들었다.병원에 도착한 여미령은 검진을 받았다. 임신한지 이미 4개월이 되어 처음으로 초음파 검사를 할 수 있었다. 초음파 검사는 뱃속의 아기를 똑똑히 볼 수 있었는데 여미령은 이로 하여 오랫동은 흥분을 금치 못했다."여미령님 계신가요?"이때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간호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고석근은 줄곧 여미령 곁에 있었다. 훨칠한 키에 잘생긴 얼굴까지 겸비하고 남다른 분위기를 풍기는 남자는 어디가나 눈호강을 할 수 있었다. 간호사는 얼굴을 붉히며 고석근한테 수줍게 웃으며 말했다."아버님도 함께 들어가실 수 있어요."앞에서 걷고 있던 여미령이 발걸음을 멈칫했다.'뭐... 뭐라고? 아빠?'여미령이 뒤를 돌아보자 고석근은 이미 따라
백지은은 줄곧 장한이 자신에 대해 책임을 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그의 소식을 기다리지 못했다. ‘무슨 뜻일까?’백지은은 결국 참지 못하고 집까지 찾아왔다.멀리서 장한과 임불염이 함께 서있는것을 보게 되었는데, 두 사람이 무슨 말을 했는지 알 수 없었다.장한은 임불염을 차에 태웠고 임불염은 그대로 떠났다.백지은은 재빨리 주먹을 잡아당겼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설마 사랑이 되살아 난거야?’‘아니! 절대 그렇게 둘 수 없어!’백지은은 한 걸음에 달려가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한오빠, 방금 임불염이 온 거 아니야? 두 사라미 이혼한다고 그랬잖아...... 나한테 책임지겠다고 약속했잖아...... 근데 어떻게 이럴 수 있어?”장한은 백지은을 한 번 보고는 방으로 들어갔다.그러자 백지은은 뒤를 쫓아가서 그에게 매달렸다.“한오빠, 오늘 나한테 확답을 줘! 난 모든 걸 오빠한테 줬는데, 이렇게 날 버리면 안 돼잖아.”장한은 그녀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이혼할거야. 근데 뱃속에 내 아이가 있어. 그냥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는 없잖아.”말하면서 장한은 백지은을 쫓아내고 문을 닫았다.문밖의 백지은은 질투심으로 얼굴이 일그러졌다.‘임불염! 너도 네 뱃속에 아이도 내가 다 죽여버릴거야!’백지은은 스피드를 올려 돈을 써서 용맹한 사나이 몇 명을 찾았다.“천만원 줄테니 가서 임불염이라는 여자 잡아서 강에 던져! 완전히 사라지게 해!”돈에 눈이 먼 그들은 즉시 승낙했다.“좋습니다! 먼저 돈 부처 보내시죠! 그럼, 당장 가겠습니다.”“그래.”백지은은 흔쾌히 승낙했고, 그녀는 돈을 이 몇 사람의 계좌에 넣었다.이틀 동안 백지은은 줄곧 소식을 기다렸다.임불염의 사망소식이 전해지기를 기다렸지만 도무지 연락이 오지 않았다.시간이 지나면 지날 수록 불안감이 들었다.뭔가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백지은은 당황해서 일단 숨으려고 옷 두 벌을 챙겼다.그러나 문을 열자마자 제복을 입은 경찰이 보였다.“백지은씨 입니까? 살인매수
그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백지은은 조금 두려웠다. 그녀가 믿는지 안 믿는지 짐작이 안 갔고 그가 자신이 한 짓을 책임을 질지 안질지도 몰랐다.그녀는 곧바로 옷을 입고는 장한의 곁에 다가갔다.“오빠, 저는 이제 오빠의 사람이에요. 오빠에게 향한 내 마음을 오빠도 잘 알거예요. 난 오빠를 좋아해요. 그리고 오빠에게 시집가고 싶어요. 이렇게 내 첫 경험을 주었으니 오빠가 책임을 지지 않으면... 난 살지 않을 거예요.”백지은이 훌쩍거렸지만 장한은 여전히 말을 하지 않았다.“오빠, 그럼 전 그냥 죽을게요.”백지은은 몸을 돌려 벽에 박으려했다.그때 장한이 백지은을 잡아당기며 진중하게 말했다.“지은아, 뭐하는 거야. 난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한 적 없어.”순간 백지은은 너무 기뻤다.그가 자신을 책임지려한다?“오빠, 오빠도 나한테 호감이 있다는 걸 알아요.”백지은은 곧바로 장한의 단단한 허리를 안고 그의 품에 얼굴을 파묻었다.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장한이 그녀를 밀쳐냈다.“하지만 조금 기다려야 해. 난 지금 널 책임질 수 없어. 나랑 임불염의 일이 아직 끝나지 않았어.”백지은은 재빨리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요. 오빠. 절대 저버리지 말아요.”장한은 그녀를 힐끔 보더니 문을 열고 떠났다.백지은은 너무 기뻐 방에서 빙글빙글 돌았다. 그녀는 마침내 장한을 손에 넣었다.드디어 그를 가졌다....한편 장한은 방을 나와 코너를 돌아 신속히 다른 방으로 들어갔다.방에 들어서자마자 월월이의 여린 목소리가 전해왔다.“아빠.”장한은 곧바로 월월이를 안더니 아이의 볼에 뽀뽀했다.“월월아, 엄마는?”그때 임불염이 걸어 나왔다.“왔어? 당신이 아직도 부드러운 꿈에서 안 깬 줄 알았어.”그녀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그를 힐끔 보았다.“내가 보기에 당신 지금 아주 설레는 거 같은데? 어젯밤 백지은과 아무 짓도 안했어?”“아무 것도 안 했어. 백지은이 내 미색을 노렸지만 내가 곧바로 발차기를 날렸어. 발차기를 몇 번 날리니 조용해졌어. 날 만지지도
아파.백지은은 너무 아파 곧바로 눈물이 났다.그녀는 고개를 들어 억울한 눈빛으로 침대 위의 남자를 보았다.“보스.”침대 위의 장한은 몸을 뒤척이며 또 그녀를 등지고 잤다.이 순간 백지은은 이 남자가 고의로 한 것이라고 의심했다. 고의로 그녀를 희롱한 후에 발로 그녀를 침대에서 찼다.여자로서 침대에서 내동댕이쳐진 게 너무 창피했다.백지은은 엉금엉금 기어 다시 장한의 곁에 다가갔다. 그는 눈을 감고 숨을 가쁘게 쉬는 것이 술에 많이 취한 것 같았다.“보스. 보스.”백지은이 시탐하듯 여러 번 불렀다.장한은 아무런 반응도 없이 자고 있다.백지은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내가 생각이 많은 것이겠지?’‘그럴 거야. 그렇게 많은 술을 마셨으니 틀림없이 취했을 거야.’백빙은 샤워실 문을 열고 샤워하러 들어갔다.그녀는 깨끗이 씻은 뒤에 몸에 흰색 샤워가운을 걸친 채 겨우 중요부위를 막았다.거울 속의 여자는 한창 청춘이다. 생기발랄하고 예쁘게 생겼다.백지은은 자신에 대해 매우 만족한다.그녀는 방에 들어가 침대에 올라가 장한의 곁에 누웠다.“보스.”그는 반응이 없다.백지은이 용기를 내어 그의 셔츠 단추를 하나하나 풀자 그의 건장한 상반신을 드러냈다.남자는 근육이 탄탄하고 가슴이 널찍했으며 완벽한 식스팩은 야성미가 넘쳤다.백지은의 눈이 반짝였다. 그는 그녀가 생각했던 대로 아주 완벽했다.백지은은 곧바로 달려들어 그를 가지려했다.하지만 장한은 또다시 다리를 들어 그녀에게 발차기를 날렸다.아이고.백지은은 또다시 그대로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너무 아프다.이번에는 온몸이 깨질 것 같았다. 장한은 점점 더 세게 찼다.어떡하지?그가 아예 건드리지 못하게 한다.백지은은 붉은 입술을 깨물었다. 애초에 오늘 저녁에 그를 가져 그의 여자가 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잠든 그는 너무 경각심을 높아 그녀에게 손을 댈 기회를 주지 않았다.이대로 가다가는 그를 깨울 것이다.백지은은 잠시 생각한 뒤 침대에 올라가 장한의 곁에 누웠다. 이
“보스, 왜 이렇게 혼자 술을 마셔요. 나랑 같이 마셔요.”백빙은 자신에게 술 한 잔을 따르고 단숨에 다 마셨다.장한은 그녀를 보는 체 하지 않았지만 쫓지도 않았다. 그녀가 술을 한 잔 마신 후에 그도 술을 한 잔 마셨으니 그녀에게 대응해주는 셈이다.백지은은 희망을 보았다. 이전에 장한은 그녀에게 대꾸조차도 하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임불염이 가니 그녀의 자리가 생겼다.그녀가 한 모든 노력은 다 가치가 있는 것이다.백지은은 기회를 틈타 재빨리 말을 걸었다.“보스, 임불염 때문에 기분이 나쁜 거예요? 그녀는 정말 너무 철이 없어요. 그녀는 현처가 될 수도 없고, 양모가 될 수도 없고, 당신을 전혀 아끼지 않아요. 그런 여자랑 살면 더 힘들어져요. 보스, 빨리 그녀를 잊어요.”백지은은 말하면서 장한에게 술 한 잔을 따랐다.장한은 침묵했지만, 술잔을 들더니 백지은이 따른 술을 단숨에 다 마셨다.백지은은 장한에게 계속 술을 따라주었고 목소리도 갈수록 부드러워졌다.“보스, 밖에는 좋은 여자가 아주 많아요. 임불염만 잊는다면 당신의 주위에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이 아주 많다는 걸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당신은 더 좋은 인생을 누릴 자격이 있어요.”장한은 침묵하며 또 한 잔의 술을 다 마셨다.이렇게 장한은 술을 여러 병 마시고 곧바로 쓰러졌다.단단한 등이 나른하게 소파 의자에 기대더니 눈을 감았다.취한 것일까?백지은은 조심스럽게 장한을 잡아당겼다. 장한이 자신을 밀쳐내지 않자 백지은이 작은 소리로 말했다.“보스, 취했어요?”장한이 애매하게 대답했다.“보스, 이렇게 해요. 제가 부축해줄게요. 방에 들어가서 쉬어요.”장한은 거절하지 않았다.백지은이 그를 부축해 두 사람이 방으로 걸어갔다....얼마 지나지 않아 방에 도착했다.백지은이 장한을 침대에 눕히자 장한이 눈을 감더니 태양혈을 손으로 만졌다.“보스, 제가 만져줄게요.”백지은은 손을 뻗어 자상하게 관자놀이를 주물러주었다.그리고 그녀도 천천히 침대에 올라가 장한의 곁에 누웠다.
임불염의 나근나근한 호칭을 들은 장한은 그녀의 입술에 키스했다....한편 백지은은 아주 조급하다. 그녀는 여태껏 장한과 임불염이 이혼하기를 기다렸으며 그 틈을 타 장한의 옆자리를 독차지하려 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의 절친 양소희가 도착했다. 양소희는 지난번 몰래 비타민을 낙태약으로 바꿔 임불염에게 전한 사람이다.그녀가 아주 기쁘게 말했다.“지은아, 전할 좋은 소식이 있어.”“무슨 좋은 소식?”“보스와 임불염이 싸우고 있어. 임불염이 이사까지 했어.”백지은의 눈동자가 반짝였다.“진짜야?”“물론 진짜지. 가서 봐봐. 아주 많은 사람들이 구경하고 있어. 나도 방금 거기에서 온 거야. 널 만나자마자 이 기쁜 소식을 전하고 싶었어.”“그럼 빨리 가보자.”백지은은 재빨리 장한에게 달려갔다. 아니나 다를까 아주 많은 사람들이 구경하고 있었으며 장한과 임불염은 얼굴이 빨개질 정도로 싸우고 있었고 임불염은 자신의 캐리어까지 들고 있었다.모두들 싸움을 말리고 있다.“형, 형수님이랑 싸우지 말아요. 형수님의 뱃속에 아이도 있잖아요. 형수님을 이해해줘야 해요.”“맞아요. 형. 싸우지 말아요. 빨리 형수님을 달래줘요.”임불염이 곧바로 입을 뗐다.“달래줄 필요 없어요. 우리는 이미 이혼 신청을 제출한 상태예요. 이혼 조정 시기만 지나면 이혼이 성사될 거예요.”장한이 임불염을 바라보며 말했다.“이렇게 된 이상 각자 좋은 길을 찾자. 넌 네 길을 가고 난 내 길을 가면 돼.”“그래. 지금 갈게.”임불염은 트렁크를 들고 차에 올랐다.“형수님, 가지 마세요. 형은 단지 화가 나 있을 뿐이에요.”임불염은 아랑곳하지 않고 차문을 닫고 운전기사에게 말했다.택시가 임불염을 태우고 모두의 시선 속으로 사라졌다.“형, 정말 이러면 안 돼요. 형수 혼자 밖에 있으면 얼마나 위험해요. 빨리 형수를 달래요.”“나는 달래지 않을 거야. 우리는 이미 이혼했어. 다 끝났어. 모두 비켜!”쾅하고 장한도 문을 닫았다.구경꾼들은 서로 눈을 마주치며 어떻게 해야 할지
왜 갑자기 말이 이렇게 된 것일까?장한은 그녀가 말하다가 화를 낼까 얼른 그녀를 안고 용서를 빌었다.“염아, 미안해. 나도 이렇게 다른 여성에게 휘말리기 싫어.”그러자 임불염이 그의 단단한 허리를 안았다.“그럼 어떻게 백지은을 손보려고?”장한은 잠시 고민을 하다 그녀의 귓가에 대고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임불염은 아주 좋은 아이디어라고 머리를 끄덕였다.“그럼 그렇게 하자. 백지은의 꼬리가 드러날 거야.”“응.”“빨리 일어나. 월월이가 돌아올 시간이 됐어.”장한은 그녀의 아름다운 작은 얼굴을 감싸더니 고개를 숙이고 그녀에게 키스했다.“아직 시간이 좀 있어. 난 너랑 더 있고 싶어.”임불염은 마음이 설레어 두 손으로 그의 목을 안았다.잠시 키스를 한 뒤 그녀는 그의 손이 자신의 옷 단추를 만지고 있다는 걸 느꼈다.그녀가 곧바로 작은 소리로 말했다.“안 돼. 나 임신했어.”장한은 곧바로 자기 자리로 옮겨 누워 머리를 비추는 불빛을 바라보았다.의사가 임신초기는 성생활을 하면 안 된다고 했으니 그는 그녀를 만지면 안 된다.이제 시작인데 이렇게 힘들면 앞으로는 어떻게 할까?임불염은 그의 곁에 눕더니 자신의 붉은 입술을 깨물고 그의 몸 위에 앉았다.장한은 기뻐하며 그녀의 얼굴을 감싸며 키스했다.“역시 염이 넌 날 아끼는 거 같아.”...주 아주머니가 월월이을 데려오자 월월이는 깡충깡충 방으로 뛰어갔다.“아빠, 엄마, 나 왔어요.”그때 장한이 걸어 나오더니 방문을 닫고 월월이를 번쩍 안아 볼에 뽀뽀했다.“월월이 왔어?”“아빠, 엄마는 어디 갔어요? 엄마와 동생을 보고 싶어요.”“엄마는 지금 아주 피곤해서 쉬고 있어. 조금 있다 엄마 보러 들어가면 안 될까?”“네.”잠시 후, 임불염이 나왔다. 그녀의 얼굴은 한껏 상기되었다. 눈치가 빠른 월월이는 얼른 눈치를 챘다.“엄마, 너무 예뻐요.”“월월아, 그럼 예전에는 안 예뻤어?”“예전에도 예뻤지만, 지금은 더 예뻐요."임불염이 장한을 힐끔 보자 장한도 그녀를 보고 있었다.
두 사람은 최선을 다해 키스를 했다.임불염이 키스를 멈췄지만 장한은 여전히 그녀를 꼭 안고 있다.“염아, 네 손을 놓기 무서워. 지금 이 상황이 너무 좋아. 마치 꿈을 꾸는 것 같아. 널 놓아주면 곧 이 꿈에서 깰 거 같아.”그때 임불염이 입을 벌려 그의 입술을 가볍게 물었다.장한은 아파 눈을 번쩍 떴다.임불염의 초롱초롱한 눈동자가 그를 바라보고 있다.“지금도 꿈이라고 생각해?”장한은 입꼬리를 씩 올렸다.“아니. 이건 진짜야. 네가 내 앞에 있어!”임불염은 달콤하게 그의 품에 안겼으며 드디어 마음속의 이 고비를 넘겨 마음이 편하다고 생각했다.장한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염아, 앞으로 우리 네 식구 행복하게 살자. 더 이상 뱃속의 아이를 건드리지 않을 거지?”장한이 그녀의 작은 배를 어루만졌다.“내가 언제 뱃속의 아이를 건드린다고 했어? 비록 널 원망했지만 뱃속의 아이를 다치게 할 생각은 한적 없어.”장한은 순간 굳은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하지만 넌 이전에 몇 번이나 아이를 지우려고 했잖아.”임불염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무슨 소리야. 내가 언제 아이를 지운다고 했어. 난 그런 적 없어.”그때 장한이 벌떡 앉았다.“기억 안나? 내가 그때 병원에 달려갔을 때 의사가 너에게 유산수술을 해주려고 했잖아. 내가 조금이라도 늦었으면 아이를 지웠을 거야.”그 일을 생각하면 장한은 아직도 가슴이 두근거린다.임불염도 덩달아 앉더니 고개를 저었다.“아니야. 난 지금까지 유산수술을 한 적 없어. 그날 난 초음파검사를 하러 간 거야. 그리고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어. 눈을 떴을 때 이미 너에게 안겨 돌아온 뒤였어.”뭐라고?장한은 그제야 무엇인가 떠올라 미간을 찌푸리며 질문을 했다.“그럼 낙태약을 먹은 적도 없어?”“무슨 약을 말하는 거야? 그 병에 있는 알약 말이야? 그건 비타민이야. 네 부하가 나에게 준 거야. 아직 한 번도 먹은 적 없어.”장한은 곧바로 아주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 그가 오해했다. 아주
임불염이 그를 밀어내려했지만 아무리 힘을 주어도 밀어낼 수 없었다. 아마도 그녀는 그제야 자신의 마음을 마주했을 수도 있다.그녀는 진짜 그를 사랑하게 되었다.장한은 곧바로 그녀를 번쩍 들어안아 차에 앉아 집으로 돌아갔다....임불염은 침대에 누워 휴식을 취하고 장한은 그녀를 꼭 껴안았다. 그 순간 두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으며 마치 두 사람의 마음은 수많은 인파를 헤치고 꼭 붙은 것 같았다.임불염이 등지고 있었기에 가녀린 옷을 사이에 두고 그의 박력 넘치는 심장소리까지 들을 수 있었다.그때 장한이 그녀의 부드러운 머릿결에 키스하였다“염아, 내가 이전에 많은 잘못을 저질렀어. 하여 감히 네가 날 사랑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어. 지금 내가 가장 바라는건 네가 내 곁에 남아 내 사랑을 받아들이고 내 아내가 되어주는 거야. 그리고 아이랑 같이 천천히 늙는 거야.”임불염은 콧방귀를 뀌었다. “그래? 난 아직도 네가 이혼하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난 그냥 너에게 자유를 주고 싶었던 거야. 이혼 절차가 늦어 네가 기분 나쁜 줄 알았어.”그때 임불염이 몸을 돌려 주먹으로 그를 사정없이 때렸다.“그럼 백지은과는 어떻게 된 거야. 내 눈으로 네가 백지은이 데이트하는 걸 봤어.”“장한, 넌 정말 대단한 사람이야. 감히 나 몰래 백지은과 만나고 있었어? 사실 나한테 미리 다 얘기해주면 우린 이렇게까지 할 필요도 없었어.”그때 장한이 그녀의 주먹을 잡아당기더니 꼭 감쌌다.“염아, 내 말 좀 들어봐. 어젯밤은 백지은이 날 부른 거야. 너에 대해 할 말이 있다고 했어.”“백지은이 뭐라고 했는데?”“네 험담을 해서 화가 나 먼저 돌아온 거야.”그런 걸까?임불염은 자신의 손을 힘껏 내리쳤다.그러자 장한이 조심스레 그녀의 콧대를 만지며 싱긋 웃었다.“염아, 너도 질투할 줄 아네. 처음으로 네가 질투하는 걸 봤어. 게다가 나 때문에 질투하는 거.”질투?임불염은 그제야 자신이 질투한 사실을 알았다. 그렇지 않으면 그녀는 왜 이렇게 감정기복
한 사람이 차에 치여 바닥에 누워있고 주변이 온통 피범벅이었다. 사람들이 막고 있어 임불염은 그 사람의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그녀는 순간 다리에 힘이 풀리고 머리가 혼란스러웠다.장한일까?방금 그가 물건을 가지러 간다고 하고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설마 그일까?임불염의 맑은 눈시울은 순간 빨갛게 변하더니 서서히 눈물이 고였다.촘촘한 속눈썹을 깜빡이자 진주알 같은 눈물이 떨어졌다.그녀가 울고 있다.이 순간 그녀는 사고를 당한 사람이 장한일까 봐 너무 무서웠다.“좀 비켜주세요! 좀 비켜주세요!”이때 구급차가 도착하더니 다친 사람을 들것에 실었다.임불염은 마침내 그 사람의 얼굴을 똑똑히 보았다. 그는 장한이 아니다. 아니다!“염아!”이때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임불염이 곧바로 몸을 돌리자 건장한 장한이 그녀의 시선에 들어왔다.그는 성큼성큼 다가와 눈물범벅이 된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더니 미간을 찌푸렸다.“왜 나온 거야? 왜 울었어? 무슨 일이야?”그는 곧바로 그녀의 눈물을 닦아 주었다.임불염은 자신의 다리가 아직도 나른한 것 같았으며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는 지금 아무렇지 않게 자신의 앞에 서있다. 그는 아무 일도 없다.“방금 어떤 사람이 교통사고를 당했는데, 난 너인 줄 알았어.”임불염은 목이 메었다.그 순간 장한은 재빨리 상황을 알아차리고는 그녀를 품에 꼭 끌어안았다.“바보야, 나 아니야. 무서워하지 마. 난 이렇게 잘 살아있어.”임불염은 손을 내밀어 그의 단단한 허리를 꼭 끌어안았으며 그의 따뜻한 체온이 전해진 뒤에야 실감이 났다.그는 정말 살아있다.그녀는 곧바로 자신의 얼굴에 가득한 눈물을 닦았다.“물건 잘 챙겼어? 그럼 들어가서 이혼하자!”그녀는 아직도 이혼할 생각을 하고 있다.그러자 장한이 그녀를 빤히 바라보았다.“염아, 이 상황까지 되었는데 아직도 나랑 이혼하고 싶어?”“무슨 뜻이야?”“염아, 넌 날 사랑하게 되었어. 그렇지?”뭐라고?임불염은 순간 멍하였다.장한이 그녀를 빤히 바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