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 후 나는 재벌이 되었다: Chapter 221 - Chapter 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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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1화 멍청한

순간, 겁에 질린 박예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모든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그, 그래.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소은정이 손에 힘을 주자 섬유가 찢어지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이때 그녀는 박예리의 손을 살짝 풀어주었다.박예리는 기겁하며 비명을 질렀고 그녀의 몸이 살짝 아래로 내려갔다.하지만 소은정은 결국 끝까지 손에 힘을 풀지 않았고 묘한 표정으로 겁에 질린 박예리의 얼굴을 관찰했다.“잘못을 저질렀으면 벌을 받아야겠지?”박예리는 더는 참지 못하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살려줘!”소은정은 가만히 그런 박예리를 지켜볼 뿐이었다. 곧 그녀의 소리에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강서진도 박예리를 발견하곤 기겁하더니 다급하게 박수혁을 찾기 시작했다.젠장, 이게 다 무슨 일이야!소은정은 찢어진 박예리의 치마를 힐끗 바라보며 차갑게 웃었다.“치마가 다 찢어졌는데 사람이 점점 몰려들어도 괜찮겠어?”이때 찌지직 소리와 함께 치마가 더 찢어졌다. 이제 그녀의 치마는 더 이상 무게를 감당할 수 없는 듯했다.그 와중에도 창피함은 느끼는지 박예리는 입을 다물고 버둥거리며 난간을 잡으려 했지만 아무런 소용도 없었다.박예리는 방금 전 아래로 추락할 뻔한 걸 생각하며 매서운 눈빛으로 소은정을 노려보았다.“너... 그렇다고 진짜 손을 놔? 인정하면 안 놓기로 했잖아!”박예리는 순식간에 왜 상황이 역전되었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분명 소은정을 밀려고 했는데 왜 오히려 그녀가 당해버린 걸까?소은정이 피식 웃었다.“날 해치겠다고 마음먹은 사람을 내가 왜 도와줘야 하지? 박예리, 내가 나 건드리지 말라고 했지. 정말 멍청하다니까. 그렇게 당하고도 아직 정신을 못 차리다니.”박예리에게는 이미 수없이 경고를 했었다. 더 이상 건드리지 말라고. 먼저 나대지만 않으면 그녀도 가만히 있을 거라고. 그런데도 돌아서면 다시 그녀를 향해 이빨을 드러내는 박예리에게 제대로 알려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박예리는 분노에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소은정을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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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2화 제발 정신 차리길

순간, 분위기가 차갑게 가라앉았다. 주위에 몰린 구경꾼들의 눈동자도 커다래졌다.가족인 박예리를 진심으로 온힘을 다해 때리는 모습에 다들 어안이 벙벙해졌다.바닥에 쓰러진 박예리는 빨갛게 달아오른 뺨을 어루만졌다. 방금 전 충격으로 눈앞이 빙글빙글 돌아갔고 분노와 공포에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박예리의 두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고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박수혁을 올려다 보았다.그녀를 바라보는 박수혁의 눈동자에서는 그 어떤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 오빠에게서 이런 혐오르는 느끼는 건 처음이었다.박예리는 순간 할아버지와 박수혁의 경고를 떠올렸다.소은정을 다시 건드리지 말아라. 또다시 그녀를 건드린다면...쿠궁!설마 이제 정말 집에서 쫓겨나는 건가?그녀는 당황한 얼굴로 주위를 돌려보았다. 어딜 가나 항상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아름다운 공주던 그녀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눈빛에는 조롱, 멸시, 분노가 가득했다.이제 더 이상 물러날 데도 없다. 파티장의 화려한 조명에 박예리의 머리를 더 어지럽게 만들었다.하, 생각보다 더 세게 때렸네?한편, 할일을 다 끝냈다는 생각에 소은정은 바로 자리를 뜨려했다.“뭐, 이제 진실도 밝혀졌으니 내가 더 있을 필요는 없겠지?”입가에 경멸의 미소를 띈 그녀는 박예리의 앞을 지날 때 살짝 멈춰섰다.“박예리, 오늘 일로 제대로 배웠길 바랄게. 넌 나한테 안 돼. 다신 보지 말자.”방금 전 바로 손을 풀지 않은 게 그녀가 베풀 수 있는 최대의 자비였다. 그녀가 민첩하게 피하지 않았다면 이 사고를 당한 건 그녀 자신이었을 테고 결코 다리가 부러지는 부상으로 끝나지 않았을 것이다.박예리가 소은정처럼 그녀의 손을 잡아줄 리도 없고, 오히려 파티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을 불러모아 그녀의 비참한 꼴을 비웃었겠지.누군가는 최고의 벌이 용서라고 생각했지만 소은정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그녀의 신조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였다.이번 일로 박예리의 이미지는 나락으로 떨어졌을 테고 그녀가 그토록 원하는 재벌 2세 남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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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3화 사람답게 살아

다음 날, 박예리가 바로 박씨 일가에서 쫓겨났다는 소식이 들려왔지만 소은정은 별로 개의치 않았다.소은찬과 골프 약속을 잡은 소은정은 프라이빗 골프장으로 향했다. 푸르른 숲에 둘러싸인 골프장은 바라만 봐도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었다.1년 365일 연구실에만 틀어박혀 있는 소은찬이 그나마 즐기는 운동이 바로 골프였다. 한신연구원에 취직한 뒤로 한번도 얼굴을 보지 못했다는 생각에 소은정이 특별히 잡은 약속이었다.하지만 골프에는 영 젬병이었던 소은정은 게임이 잘 풀리지 않자 아에 포기하고 옆에 앉아 휴대폰 게임에 몰두하기 시작했다.이때 한유라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오늘 나 재밌는 얘기 들었다. 박예리가 집에서 쫓겨났다며? 그리고 이태성이랑 스캔들 난 건 또 뭔데?”소은정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그게 무슨 스캔들이야.”“걱정하지 마. 소문은 안 퍼졌으니까. 파티 끝나기 전에 누가 단단히 입단속을 시켜서 말이야.”한유라가 의미심장하게 웃었다.뭐 그런 일을 할만한 사람이라면 박수혁 아니면 이태성이겠지 라는 생각에 소은정은 굳이 묻지 않았다. 그쪽에서 먼저 나서주니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이때 한유라가 갑자기 말을 돌리더니 박예리에 대해 묻기 시작했다. 집에서 쫓겨난 뒤 박예리의 행방에 대해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면서 말이다.“태한그룹 쪽에서도 아무런 움직임도 안 보이고. 또 무슨 꿍꿍이를 꾸미고 있는 거 아니야? 네가 박예리를 구한 은인인 건 맞지만 공개적으로 망신을 준 것도 너잖아? 박수혁이 여동생 복수를 한답시고 또 치사하게 구는 건 아니겠지?”한유라가 걱정스러운 말투로 말했다.소은정이 차갑게 웃었다.“걱정해야 할 건 오히려 그쪽이겠지...”전화를 끊은 소은정은 휴대폰을 한쪽에 던져버리고 두 눈을 감았다.하, 복수? 하라고 해. 누가 무섭대?자리에서 일어선 소은정은 다시 골프를 치기 시작했지만 골프공은 그녀를 놀리기라도 하듯 완벽하게 홀을 빗겨나갔다. 옆에서 보다 못한 소은찬이 다가가 그녀의 뒤에서 자세를 잡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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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4화 의미없는 연기

말을 마친 소은정은 바로 구석에서 통화 중인 소은찬에게로 향했다. 소은찬을 바라보는 그녀의 따뜻한 시선에 박수혁의 마음이 또다시 무거워졌다.다른 회장들은 소은찬을 알아보지 못했지만 박수혁은 그가 누군지 알고 있다.물리학 최고 권위상 중 하나인 스밀란 상의 최연소 수상자, 거성 프로젝트에서 본 뒤로 보이지 않아 이제 다시 볼일 없겠거니 했는데 또다시 소은정 옆에 나타나다니. 게다가 여전히 저렇게 다정한 모습으로...고고한 자태로 소은정을 바라보는 박수혁의 모습은 주위의 풍경과 어우러져 신의 완벽한 피조물 그 자체처럼 보였다.뭐든 말하라고 한 건 박수혁 본인이었지만 너무나 공적인 해결방식에 마음이 불편했다. 이제 그와는 사적으로 전혀 엮이고 싶지 않다는 뜻인 것 같아서.한편, 통화를 마친 소은찬이 미간을 찌푸리더니 말했다.“은정아, 연구실에 급한 볼일이 생겨서 들어가봐야 할 것 같아. 미안.”항상 차가운 소은찬이지만 여동생 앞에서만큼은 마음이 약해졌다.“뭐야? 오늘은 하루종일 나랑 놀아주기로 했잖아. 거짓말쟁이.”소은정이 바로 미간을 찌푸리며 짜증을 냈다.하지만 소은찬은 화 한번 내지 않고 소은정을 달랬다.“지금 워낙 중요한 단계라... 미안. 그리고 나 좀 연구실까지 데려다주면 안 될까?”“아, 몰라!”소은정은 박수혁이 보는 앞에서 더 화를 내고 싶지 않아 골프채를 잔디밭에 내팽개치고 자리를 떴다. 이에 소은찬은 그녀가 버린 골프채를 다시 줍더니 부랴부랴 그 뒤를 따랐다.멀리서 보면 투닥거리며 사랑싸움을 하는 커플 그 자체였다.소은정도 소은찬도 박수혁의 차가운 시선을 느꼈지만 그 누구도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한편, 박수혁과 동행한 사장들은 속이 말이 아니었다. 겨우 박수혁과 골프 약속을 잡았는데 하필 이곳에서 전 와이프인 소은정을 만나다니. 게다가 다른 남자와 함께 꽁냥거리는 모습이라니!혹시나 박수혁의 심기가 불편해졌나 싶어 안절부절이던 회장 중 하나가 화제를 돌리면 어떨까 싶어 한발 앞으로 다가갔다.그런데 이때, 박수혁이 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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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5화 역겨워

소은찬의 말에 소은정이 코웃음을 쳤다.“알 게 뭐야.”심채린은 소찬식의 동생, 즉 소은정의 삼촌인 소찬학이 내연녀인 심청하가 데리고 온 딸이었다. 비록 소찬학과 심청하는 정식으로 결혼식을 올리진 않았지만 소찬식은 제수씨로서 심청하에게 최대한 예의를 갖추었다.하지만 친형제 사이임에도 평소 왕래가 잦지 않아 소은정과 그녀의 오빠들은 삼촌의 소식에 대해서 잘 알지도 못했고 딱히 관심을 가지지도 않았다.게다가 SC그룹은 소찬식이 혈혈단신으로 키워낸 그룹, 소찬학의 기여는 0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지만 형제의 우애가 상할까 소찬식은 진한시에 설립한 계열사를 동생에게 넘겨주었다.최근 몇 년간 계속 적자를 기록했지만 돈 문제로 형제끼리 얼굴을 붉히고 싶지 않아 그 책임을 따지지도 않았다.새아버지 덕분에 심채린을 젊은 나이에 계열사 본부장 자리에 올랐지만 그녀는 이에 만족하지 않았다. 아니, 소찬학의 사생아라는 사실에 자격지심을 느끼는 건지 소은정의 패션, 말투는 물론 성형수술로 외모까지 따라하기 시작했다.어쩌다 가족들끼리 모일 때면 심채린은 소은정에게 친한 척을 해댔지만 그 시커먼 속내를 모를 리가 없는 소은정은 그저 형식적으로 대할 뿐, 더 다가가지 않았다.그도 그럴것이 심채린은 사교계에서 소찬식의 하나뿐인 동생 소찬학의 가장 아끼는 딸, 외모, 스펙까지 소은정에게 뒤지지 않는다는 이미지를 쌓기 위해 무던히 애를 쓰고 있었다. 누군가 은근히 자신을 따라하는 건 꽤나 성가신 일이다. 그러니 소은정도 심채린을 이뻐할래야 이뻐할 수가 없었다.그런데 그 심채린이 왜 갑자기 송화시 골프장에 나타난 걸까?소은찬을 연구원 앞에 내려주고 다시 회사로 돌아가려던 그때, 소은해의 문자가 도착했다.“집으로 와봐. 아주 웃긴 상황이 벌어지고 있으니까.”밑도 끝도 없는 문자에 소은정은 잠깐 망설였으나 소은해가 이렇게 말할 정도면 분명 재밌는 일일 거란 생각이 들어 바로 본가로 향했다.소찬식과 정원에 심은 화초에 대한 얘기를 나누던 집사가 소은정을 발견하고 바로 자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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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6화 주제도 모르고

소은정이 망설이자 심청하가 다급하게 입을 열었다.“높은 직급은 바라지도 않아. 팀장 정도면 충분해. 네 하나뿐인 여동생인데 좀 잘 돌봐줘.”하나뿐인 여동생? 팀장?뻔뻔하기도 해라. 무슨 염치로 SC그룹에 꽂아달라는 걸까? 게다가 팀장이라니.소은정이 입을 열기 전에 소은해가 풉 하고 웃음을 터트렸다.“삼촌 회사 말아먹은 것도 부족해서 이제 SC그룹까지 망치려는 겁니까? 정말 일을 배우고 싶다면 말단 직원부터 시작하는 게 기본 아니에요?”소은정의 눈이 커다래졌다.뭐야? 저렇게 솔직하게 말해도 되는 거야?심청하의 가식적인 미소도 어색하게 굳었다.평소 소씨 일가의 둘째 며느리라는 사실을 이리저리 떠벌리고 다닌 심청하였다. 세상 사람 모두가 그녀를 소씨 일가의 사람이라고 인정하고 있는데 왜 이 집만 오면 주눅이 드는 건지...“은해야, 무슨 말을 그렇게 해? 우린 한 가족이잖아. 채린이도 네 동생이고.”심청하가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소은해를 나무랐다.“글쎄요. 제 여동생은 소은정 하나뿐인데요?”소은해가 소은정을 가리키며 어깨를 으쓱했다.소은해와 말이 통하지 않자 심청하는 타깃을 소은정에게로 돌렸다.“은정아, 이제 SC그룹의 실세는 너라는 거 알아. 네 여동생 하나 꽂아주는 거 별로 어려운 일도 아니잖아?”“채린이가 SC그룹에 입사하고 싶다면 당연히 응원해 줘야죠...”소은정이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었다.심청하가 고맙다고 인사를 하려던 그때, 소은정이 말을 이어갔다.“채린이가 정말 능력이 있다면 SC그룹 공채에 도전하는 게 어때요?”순간, 분위기가 차갑게 가라앉았다.“뭐? 공채? 아니, 채린이가 남도 아니고 그렇게까지 해야 하니? 우리 채린이가 뭘 빼앗겠다는 것도 아니고 왜 이렇게 경계하는 거야?”심청하가 비아냥거리자 심채린도 고개를 끄덕이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맞아요, 언니. 전 그냥 경영을 배우고 싶은 것뿐이에요.”“직장은 학교가 아니야. 경영을 배우고 싶으면 차라리 유학을 가. SC그룹에 중요하지 않은 자리는 없어.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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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7화 아무 잘못없어

소은정은 물론 그녀의 오빠들도 이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역시 그저 모르는 척할 뿐이었다. 그런데 소은정을 끔찍히 아끼는 소찬식에게 눈치없이 그런 말까지 한 이상, 문제는 달라진다.심청하도 심채린도 얼굴이 일그러졌다.가족이라는 명분으로 심채린을 SC그룹에 입성시키려는 계획이었는데 성공은커녕 일하는 직원들 앞에서까지 개망신을 당하다니.그리고 다른 말은 다 참아도 상간녀라는 단어만큼은 그저 넘길 수 없었다. 분노에 부들부들 떨던 심청하가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소찬식 당신! 당신만 아니었어도 난 그이 와이프가 될 수 있었어! 이게 다 당신 때문이잖아! 당신 때문에 내가 아직도 상간녀 소리를 듣는 거잖아!”소은정은 심청하 모녀를 바라보다 푸흡 웃음을 터트렸다.“숙모님, 숙모님이 상간녀 소리를 듣는 게 왜 우리 아빠 탓이에요? 우리 아빠가 유부남을 꼬시라고 부추기기라도 했나요? 그리고, 혼인신고를 하면 상간녀였다는 사실이 없던 게 되나요? 혼인신고를 한다면 상간녀와 사생아를 낳았다, 정실부인은 그 화를 못 이기고 죽었다는 사실이 쫙 퍼졌겠죠. 저희는 숙모님처럼 그렇게 뻔뻔하지 않아서요. 그런 추잡한 소문 용납할 수 없습니다.”소은정은 의미심장한 미소와 함께 한발 다가섰다.“평생 삼촌 수발이나 들면서 사세요. 분수에 맞지 않는 것을 욕심내면 다치는 법이에요.”심청하의 낯빛이 창백해지는 걸 본 소은정은 속이 다 시원했다. 어차피 먼저 무례한 것은 저쪽, 다 스스로가 자초한 일이니 미안한 생각은 눈꼽만큼도 들지 않았다.“소은정, 너 지금 날 협박하는 거야? 그러는 넌? 너야말로 사랑에 미쳐서 태한그룹 박수혁과 결혼하고 버림받은 주제에. 대표님 소리 좀 들으니까 네가 대단한 줄 알아? 정신차려. 너도 결국 남자한테 버림받은 불쌍한 여자일 분이니까.”심청하가 소은정을 노려보며 이를 악물고 말했다.이렇게 된 이상 심청하는 소은정을 더 도발하는 쪽으로 전략을 바꾸었다. 만약 소은정이 그녀에게 손이라도 댄다면 그때는 상황이 역전될 수 있을 테니까.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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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8화 경고의 방법

집사가 고개를 끄덕였다.“참, 며칠 뒤면 아가씨 생일이신데.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워낙 바쁘게 지내다 보니 집사가 먼저 언질을 주지 않았으면 까맣게 잊을 뻔했다.소은정은 웃으며 소은해를 바라보았다.“뭐 평소처럼 보내는 거죠. 오빠, 선물 기대할게?”소은정의 미소에 소은해는 소름이 돋았다. 지금까지 요트에 쇼핑에 퍼부은 돈이 얼만데 생일 선물까지?집사 아저씨는 아직도 어린애들처럼 투닥거리는 두 사람을 흐뭇한 얼굴로 지켜보았다.사실 소은정은 워낙 시끄러운 걸 싫어하다 보니 이번 생일도 가족이나 친한 친구들끼리 간소하게 치를 생각이었지만 심청하 이 상간녀까지 소은정을 무시하는 꼴을 보고 있자니 제대로 성대한 생일 파티를 주최하리라 소찬식은 몰래 다짐했다.SC그룹, 회의를 마치고 사무실로 돌아가던 소은정은 소은해가 잔뜩 굳은 표정으로 로비로 나가는 것을 발견했다.박수혁이 무표정한 포커페이스라면 소은호는 항상 친절한 미소로 자신을 무장하는 또 다른 의미의 포커페이스를 자랑하는 사람이었다.그런 오빠가 이렇게 대놓고 언짢음을 드러내다니. 보통 일이 아니다 싶은 생각에 소은정이 그 뒤를 따랐다.“오빠, 무슨 일인데 그렇게 화가 났어?”소은정을 발견한 소은호는 그제야 찌푸린 미간을 살짝 풀었다.“별일 아니야. 삼촌이 이상한 꿍꿍이를 꾸미는 것 같아서 경고 좀 해줬어.”“뭐?”소은정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경고라니?“무슨 경고를 어떻게 했는데? 혹시 심채린을 우리 회사에 꽂으려고 그러는 거래?”소은호의 입가에 차가운 미소가 피어올랐다.“그뿐만이 아니야. 삼촌이 노리는 건 지분이야. 지금 대주주들과 은밀하게 접촉하기 시작했다는데... SC그룹을 노리고 있는 것 같아.”오빠의 말에 소은정의 표정도 차갑게 굳었다.“전에 심채린, 심청하 모녀가 집에 왔었어. 심채린을 회사 관리직으로 꽂아달라던 걸 거절하긴 했는데... 딸 일자리나 구해주려고 그런 게 아니었어...”“허, 아주 야무진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아.”소은호가 피식 웃었다.“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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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9화 박수혁의 선물

힐튼 호텔.소은정의 생일파티에 초대받은 손님들이 하나둘씩 도착했다. 아버지의 강력한 의견 피력도 있었지만 이번 기회에 인맥을 넓히라는 소은호의 말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되어 일을 키우려는 아빠를 막지 않았다.그러자 소찬식은 금지옥엽 외동딸의 생일파티를 위해 힐튼 호텔 전체를 대여한 것은 물론이고 오고가는 손님들의 안전을 위해 거리 하나에 경호인력을 배치했다.그리고 연예인들만 가능하다는 건물 전광판에도 소은정의 아름다운 사진과 함께 생일축하 글귀가 반짝였다.딸의 생일을 위해 초 단위로 돈을 받는 전광판을 밤새 독점한 것이다.저번 SC그룹 설립 기념 행사보다 오늘 소은정의 생일파티에 훨씬 더 많은 심혈과 자본을 쏟아부었다. 이런 방식으로라도 세상 사람들에게 딸에 대한 그의 사랑을 보여주고 싶었다.호텔 휴게실, 소은정, 한유라, 김하늘이 메이크업을 나란히 앉아 메이크업을 고치고 있었다.소은정은 테이블에 쫙 깔린 쥬얼리들을 보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조명에 빛나는 보석들의 빛에 눈이 부실 지경이었다.심플하지만 고급스러운 블랙 롱드레스는 소은정의 매끈한 몸매와 하얀 피부를 더 돋보이게 만들어주었다.옷도 메이크업도 액세서리도 화려하지 않았지만 오히려 그 모습이 그녀의 고고한 분위기를 더 부각시켰다.한유라와 김하늘도 끝도 없이 펼쳐진 액세서리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신상이란 신상은 전부 다 털어오신 건가?맑은 화이트 다이아, 귀여운 스타일의 핑크 다이아, 우아한 블랙 다이아까지...손가락 열 개에 모두 반지를 착용한 그년느 한유라와 김하늘에게 손을 흔들어 보이더니 짐짓 아쉬운 듯 한숨을 쉬었다.“휴, 손가락 열 개에 다 껴도 부족하네. 어떡하지? 다 마음에 드는데? 왜 사람은 손가락이 열 개밖에 없는 걸까?”어이없다는 두 사람의 표정에 소은정은 싱긋 웃더니 가장 심플한 반지 두 개만을 남기고 다른 반지는 전부 빼버렸다.보석은 주인의 가치를 높이는 존재, 하지만 소은정은 그 자체로도 이미 화려하고 아름다웠기에 굳이 보석의 도움이 필요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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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0화 박수혁의 선물(2)

수많은 사람들이 모였지만 완벽한 비율의 이목구비는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만큼 눈에 띄었다.그는 왕이 되기 위해 태어난 남자, 이디서든 사람들의 시선을 집중시키는 능력이 있었다.소은정을 바라보는 남자들의 시선을 하나둘씩 의식하던 박수혁의 표정이 묘하게 굳었다. 이혼하고 나서 소은정을 만날 때마다 그녀의 아름다움은 그를 놀라게 만들었다. 물론 오늘은 예외가 아니었다.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치고 이 세상의 시간이 멈추고 온 세상에 두 사람만 남은 듯 소은정과 박수혁은 한참동안 서로를 바라보았다.하지만 곧 소은정이 먼저 시선을 피해버렸다.박수혁, 저 인간은 또 왜 온 거야?소찬식이 말을 마치자 초대받은 손님들이 다가와 소은정에게 축하인사를 건넸고 소은정도 자연스럽게 한 명, 한 명 응대해 주었다.한동안 형식적인 인사가 이어지고 한유라와 김하늘과 함께 바람이라도 쐬려던 그때, 박수혁이 성큼성큼 그녀를 향해 다가왔다.당황한 소은정이 입을 열기 전에 박수혁이 선수를 쳤다.“은정아, 생일선물로 세 가지를 준비했는데 확인해 볼래?”박수혁은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사람인데다 경호원까지 세 명을 대동하니 사람들은 바로 술렁대기 시작했다.세 명의 경호원들은 각각 정교한 상자를 하나씩 들고 있었다.방금 전까지 즐겁던 기분이 무겁게 가라앉았다.또 무슨 꿍꿍이를 꾸미는 걸까?“역시, 박 대표님. 선물을 세 가지나 준비하시다니. 클라스가 다르시네요.”손님들 중 누군가가 입을 열었다.선물? 그게 뭐든 얼굴에 던져버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사람들의 시선이 쏠리니 그럴 수도 없었다. 물론 박수혁도 그걸 노린 거겠지.능구렁이 같은 놈.소은정이 아무런 대답도 없이 박수혁을 노려보기만 하자 분위기가 어색해졌고 사람들은 두 사람의 눈치를 살피느라 바빴다. 이때 김하늘이 앞으로 다가섰다.“뭐, 일단 확인부터 해보지 뭐! 마음에 안 들면 안 받으면 되는 거잖아?”김하늘의 말에 한유라도 맞장구를 쳤다.“그럼, 그럼.”그러고는 소은정의 귀에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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