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사람들이 모였지만 완벽한 비율의 이목구비는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만큼 눈에 띄었다.그는 왕이 되기 위해 태어난 남자, 이디서든 사람들의 시선을 집중시키는 능력이 있었다.소은정을 바라보는 남자들의 시선을 하나둘씩 의식하던 박수혁의 표정이 묘하게 굳었다. 이혼하고 나서 소은정을 만날 때마다 그녀의 아름다움은 그를 놀라게 만들었다. 물론 오늘은 예외가 아니었다.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치고 이 세상의 시간이 멈추고 온 세상에 두 사람만 남은 듯 소은정과 박수혁은 한참동안 서로를 바라보았다.하지만 곧 소은정이 먼저 시선을 피해버렸다.박수혁, 저 인간은 또 왜 온 거야?소찬식이 말을 마치자 초대받은 손님들이 다가와 소은정에게 축하인사를 건넸고 소은정도 자연스럽게 한 명, 한 명 응대해 주었다.한동안 형식적인 인사가 이어지고 한유라와 김하늘과 함께 바람이라도 쐬려던 그때, 박수혁이 성큼성큼 그녀를 향해 다가왔다.당황한 소은정이 입을 열기 전에 박수혁이 선수를 쳤다.“은정아, 생일선물로 세 가지를 준비했는데 확인해 볼래?”박수혁은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사람인데다 경호원까지 세 명을 대동하니 사람들은 바로 술렁대기 시작했다.세 명의 경호원들은 각각 정교한 상자를 하나씩 들고 있었다.방금 전까지 즐겁던 기분이 무겁게 가라앉았다.또 무슨 꿍꿍이를 꾸미는 걸까?“역시, 박 대표님. 선물을 세 가지나 준비하시다니. 클라스가 다르시네요.”손님들 중 누군가가 입을 열었다.선물? 그게 뭐든 얼굴에 던져버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사람들의 시선이 쏠리니 그럴 수도 없었다. 물론 박수혁도 그걸 노린 거겠지.능구렁이 같은 놈.소은정이 아무런 대답도 없이 박수혁을 노려보기만 하자 분위기가 어색해졌고 사람들은 두 사람의 눈치를 살피느라 바빴다. 이때 김하늘이 앞으로 다가섰다.“뭐, 일단 확인부터 해보지 뭐! 마음에 안 들면 안 받으면 되는 거잖아?”김하늘의 말에 한유라도 맞장구를 쳤다.“그럼, 그럼.”그러고는 소은정의 귀에 속
첫 번째 선물의 정체에 모두의 기대감은 점점 더 고조되어 갔다.소은정은 복잡한 마음으로 두 번째 상자를 열었다.하얀 털모자였다. 2년 전, 샤넬의 FW 제품, 판매 당시에는 한정판으로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았지만 지금은 인기가 시들해진 제품이었다.“뭐야? 이건 나도 있는 건데? 2년 전 신상이잖아. 박수혁 씨, 이건 뭐 물량공세도 아니고 너무 성의없는 거 아니에요?”한유라가 비아냥거렸다.반면 김하늘은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두 번째 선물을 확인한 소은정의 표정은 더 미묘해졌다. 그녀는 망설임없이 바로 세 번째 상자를 오픈했다.맑은 빛깔을 자랑하는 비취 팔찌였다. 두터운 질감과 은은한 빛깔, 화려하면서도 우아한 정교한 팔찌였다. 어림 잡아도 20억 정도는 되어보이는 팔찌. 오늘 파티에 참여한 다른 손님들의 선물을 전부 합친다 해도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팔찌의 가격에 미치지 못할 것이다.다른 사람들은 선물의 가격에 대해서만 의논하고 있었지만 소은정은 달랐다.그녀가 그토록 잊고 싶었던 과거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결혼 후 맞은 첫 번째 생일 소은정은 박수혁에게 반지를, 두 번째 생일에는 목도리를 선물했었다. 그리고 세 번째 생일을 맞이하기도 전에 두 사람의 결혼생활은 파경을 맞이했다. 그제야 소은정은 왜 박수혁이 선물을 세 개나 준비했는지 알아차렸다.3년 전에 낙찰받은 다이아몬드 목걸이, 2년 전 신상이었던 샤넬 모자, 그리고 올해 구매한 비취 팔찌...지금까지 놓쳤던 그녀의 생인선물까지 전부 보상해 주고 싶은 걸까?아, 이 사람 정말 그 동안 내 생일을 모르고 있었던 거구나...또다시 불행했던 과거가 떠오르며 마음이 무겁게 가라앉았다.박수혁, 역시 사람 기분 잡치게 하는 재능은 최고라니까...이렇게 하면 내가 고마워할 줄 알았나? 이제 제발 가만히 내버려두라고 수없이 말했지만 박수혁은 그녀의 비참했던 기억을 한 번, 또 한 번 끄집어냈다.그래, 이렇게 나온다 이거지?“소 대표님은 참 좋으시겠어요
모두들 부러운 눈빛으로 소은정을 바라보았다.전생에 무슨 나라를 구했기에 이런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걸까?소은호가 미소를 지으며 소은정 곁으로 다가왔다.“이것도 오빠가 준비한 거야?”이런 공연은 없었던 걸로 아는데...소은호가 싱긋 미소를 지었다.“당연히 아니지.”하지만 다음 순간, 살짝 굳은 소은호가 계단을 내려오는 남자를 바라보며 말을 이어갔다.“그런데 누가 준비했는지는 알 것 같아...”“누군데?”소은정이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그리고 소은호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린 순간, 소은정의 눈동자가 살짝 흔들렸다.멋진 슈트 차림의 성강희가 그녀를 향해 매력적인 미소를 지어보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손에 들린 화려한 붉은 장미가 그녀의 눈을 어지럽게 만들었다.장미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소은정도, 성강희도, 소은호도 알고 있었다.그녀를 향해 다가온 성강희가 뜨거운 눈빛으로 소은정을 바라보았다.이제 도망칠 수도 없다는 생각에 마음이 복잡해졌다. 주위 사람들은 또다시 술렁거리기 시작했다.박수혁에 이어 성강희까지 소은정의 생일파티가 아니라 소은정을 흠모하는 남자들의 고백파티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흥미로운 사람들속, 한 사람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바로 송지현이었다.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 했던가?소은정은 우아한 미소로 성강희를 바라보았다. 그녀를 향해 다가오는 성강희는 평소의 장난기는 지운 진지한 표정이었다. 아니, 어울리지 않게 긴장까지 한 모습이었다.누가 봐도 프러포즈가 이어질 것 같은 분위기에 사람들이 속닥거렸다.“뭐야? 프러포즈야?”“오늘 진짜 대박이다...”“그런데 박수혁 대표도 아직 미련이 남은 것 같던데... 아까 선물들 좀 봐. 아무런 감정도 없는 사람한테 누가 그런 선물을 주겠어?”“두 남자 다 A급인데... 두 사람 중 누구를 선택하게 될까?”......한편, 소은정은 나름 머리를 빠르게 굴리고 있었다. 보는 눈이 많다. 상황을 더 최악으로 몰고 갈 수는 없는 법. 당황한 그녀가 고개를 돌린 그때, 잠깐 자
성강희는 소은정의 드레스 지퍼가 살짝 내려간 걸 발견했다.티 하나 없이 하얀 등이 드러나고 성강희는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그녀의 긴 머리에 가려져 다들 눈치채지 못했지만 방금 전 머리를 정리하면서 살짝 드러난 순간을 성강희는 포착한 것이다.성강희가 다가가 그녀의 지퍼를 올려주었다. 갑작스러운 손길에 소은정이 깜짝 놀란 얼굴로 고개를 돌렸다.이때 누군가 휴게실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왔다.“아, 언니, 미안. 내가 두 사람 방해한 거 맞지? 계속해...”가식적인 목소리, 굳이 고개를 돌리지 않아도 심채린임을 알 수 있었다.“뭘 계속해? 헛소리하지 말고 나가.”소은정이 차갑게 쏘아붙였다.성강희도 바로 뒤로 물러섰다.“뭐야, 예의없이. 노크 몰라? 노크?”차가운 두 사람의 태도에 머쓱해진 심채린의 표정이 묘하게 변하더니 아예 문을 벌컥 열었다.그녀의 뒤에는 박수혁도 서 있었다.확연하게 어두워진 박수혁의 표정에 심채린은 두 눈을 반짝이더니 괜히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아, 성강희 대표님, 전 은정 언니 사촌 동생 심채린이라고 해요. 제가 잘못 봤나봐요. 전 강희 씨가 언니 옷을 벗기는 줄 알고...”심채린은 일부러 말끝을 흐리며 고개를 푹 숙였다.박수혁의 표정을 살피던 소은정은 아무 일 없다는 듯 시선을 거두었다.“뭐? 이런 장소에서 옷을 벗기다니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아, 넌 평소에 그러고 다니나 보지?”소은정이 피식 웃었다.어디서 여우짓이야. 그녀의 말에 심채린의 표정이 일그러졌다.“언니, 그게 아니라... 정말 오해야. 내가 실수로 수혁 씨 옷에 와인을 쏟아서... 옷을 갈아입을 수 있는 곳을 찾다보니... 언니가 여기 있는 줄은 정말 몰랐어.”심채린은 입술을 꽉 깨물고는 초롱초롱한 눈으로 박수혁을 올려다 보았다.박수혁의 셔츠에 묻은 얼룩을 확인한 소은정이 입꼬리를 올렸다.“아, 우리가 눈치가 없었네. 강희야, 우린 이만 자리 피해주는 게 좋겠다.”성강희는 으쓱하더니 자연스럽게 소은정을 에스코트했다.
소은정의 질문에 박수혁의 무표정인 얼굴로 대답했다.“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야.”무표정으로 팔을 거둔 박수혁의 눈동자는 분노아 욕정으로 불타고 있었다.그는 와인이 묻은 정장 재킷을 벗어 옆에 있는 의자에 걸어두었다.그리고 거칠게 넥타이를 푼 그의 손은 천천히 셔츠 단추를 풀어내기 시작했다. 단추가 하나둘씩 풀리고 박수혁의 섹시한 목젖과 쇄골이 드러났다.방안의 분위기가 후끈 달아오르고 소은정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돌렸다.콩닥거리는 심장을 억누르며 소은정이 물었다.“글쎄. 당신이 무슨 짓을 하든 나랑은 상관없잖아? 관심도 없고.”박수혁이 심채린과 사귀든 무슨 짓을 하든 그녀와는 상관없는 일이었다.박수혁이 왜 이렇게까지 하는지 소은정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정말? 정말 관심없어?”박수혁의 목소리에는 실망감이 묻어있었다. 하지만 소은정은 애써 무시하며 대답했다.“당연하지.”소은정이 방을 나서려는 순간, 박수혁이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이 남자... 도대체 왜 이러는 걸까? 아직도 그를 좋아하는지 시험이라도 하려는 걸까?소은정이 따져물으려는 순간, 박수혁은 다시 그녀를 벽에 밀쳤다.그리고 망설임없이 커다란 두 손으로 그녀의 얼굴을 감싸고 입을 맞추었다.박수혁은 마음껏 달콤한 그녀의 입술을 탐닉했다. 그가 수없이 상상했던 것만큼. 아니... 그것보다 훨씬 더 황홀했다.갑자기 시작된 키스에 소은정은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익숙하면서도 낯선 그의 향기가 그녀의 마음을 아프게 만들었다.박수혁의 손이 자연스럽게 올라가려던 순간, 정신이 번쩍 든 소은정이 박수혁의 입술을 꽉 깨물었다.“짝!”소은정은 망설임없이 박수혁의 뺨을 날렸다.그녀는 거칠게 박수혁을 밀친 뒤 그를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그딴 선물 좀 안겨줬다고 내가 다시 돌아갈 줄 알았어? 당신 장단에 맞춰주고 싶어 하는 여자들은 널렸잖아? 나한테 이러지 마.”뜨거운 눈동자로 소은정을 바라보던 박수혁이 살짝 울먹거리는 목소리로 물었다.“다
문 밖에서 기다리던 성강희는 무사히 나온 소은정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난 네가 납치라도 당한 줄 알았잖아. 뭐, 이 세상에 널 납치할 수 있는 사람은 없겠지만.”소은정은 애써 표정을 관리하며 아무렇지 않은 척 걸었지만 마음은 여전히 무거웠다.그녀는 실없는 농담을 내뱉는 성강희를 평소처럼 흘겨본 뒤 우아하게 계단을 내려갔다.“언니, 수혁 씨... 괜찮은 거지?”그녀의 뒤를 따라온 심채린이 우물쭈물하며 물었다. 소은정은 고개를 들어 심채린의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이렇게 얕은 수로 박수혁을 꼬시겠다고 달려들다니. 멍청한 건지 순진한 건지.차라리 당당하게 마음을 밝혔다면 그 솔직함을 인정해줬을 텐데. 착한 척 약한 척하는 심채린의 모습이 그녀의 신경을 거슬리게 만들었다.소은정은 턱으로 방문을 가리키며 말했다.“궁금하면 직접 들어가서 확인해.”“아... 아니야...”심채린이 다시 고개를 숙였다.소은정은 이제 아무렇지 않게 속마음을 숨길 수 있는 자신의 모습에 감탄했다. 한편 성강희는 미간을 찌푸리고 심채린의 얼굴을 자세히 살펴보았다.소은정에게 사촌동생이 있었나? 그런 말은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데...성강희는 심채린이 바로 앞에 있음에도 대놓고 물었다.“그런데 사촌 동생이라면서 왜 심채린이야? 소씨여야 하는 거 아닌가?”성강희의 지적에 심채린의 눈빛이 흔들렸다. 소은정이 모든 걸 밝히면 어떡하나 싶어 소은정의 눈치를 살폈다.“우리 숙모 딸이야.”소은정은 대충 둘러댄 뒤 계단을 내려갔다.상간녀니, 사생아니, 사정을 구구절절 밝히는 것도 귀찮았고 말해봤자 자기 얼굴에 침 뱉기라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성강희도 고개를 끄덕인 뒤 더 이상 캐묻지 않았다. 사실 소은정 말고 다른 여자에게는 관심도 없는 그녀였으니까.혼자 남겨진 심채린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녀는 멀어져가는 소은정을 바라보며 입술을 꽉 깨물었다.그녀도 소씨 성을 이어받았으면 좋았을 텐데. 엄마 심청하가 몇 번이나 소찬학에게 이 얘기를 떠냈지만 그
미래의 형님이 되실 분의 말씀인데 당연히 따를 수밖에...성강희는 환하게 웃으며 대답했다.“네, 오늘은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제가 너무 급했네요. 앞으로는 제 감정 최대한 숨겨볼게요...”눈 하나 깜박하지 않고 내뱉는 닭살 멘트에 소은호는 미간을 찌푸렸고 소은찬은 오버스럽게 구역질을 하더니 소리쳤다.“야, 작작해라?”이 모습을 지켜보던 소은정은 무표정한 얼굴로 돌아섰다.소은찬이 특별히 섭외한 밴드가 연주하는 아름다운 음악에 취해 사람들은 춤을 추고 있었다.바람이라도 쐬며 기분을 정리하려던 소은정이 밖으로 걸음을 옮기던 그때, 들려오는 대화소리에 소은정은 그곳으로 발길을 돌렸다.이때, 누군가 갑자기 나타나더니 그녀의 손목을 덥썩 잡았다.“어머, 은정아 여기 있었구나...”소은정은 미간을 찌푸렸다.심청하도, 심채린도 초대한 적도 없는데 어떻게 여기까지 온 걸까?하긴 심청하 모녀가 이렇게 쉽게 물러나지 않을 거라고 예상하긴 했었다. 게다가 소은정의 생일파티에는 정재계 유명인사들이 잔뜩 모일 테니 어떻게든 안면을 트고 싶었겠지.소은정은 심청하의 손을 뿌리치려 했으나 심청하는 마지막 지푸라기라도 잡 듯 손바닥에 더 힘을 주었다.사람들 앞에서 추태를 보이고 싶지 않아 소은정은 조용히 한숨을 쉬었다.“우리 은정이 이쁘죠? 이렇게 이쁜데 능력도 출중하고. 저희 은정이 예쁘게 봐주세요?”심청하가 자랑스럽다는 얼굴로 대화를 나누던 회장들에게 소은정을 칭찬했다.오늘 파티에 주인공의 등장에 회장들은 앞다투어 소은정에게 한 잔 올리겠다며 나섰다. 이번 기회에 소은정과 안면을 틀 수 있다면 그야말로 땡 잡은 거니까.소은정은 와인 잔을 들고 그들과 잔을 부딪혔다. 와인을 바로 원샷하는 그들과 달리 소은정은 그저 살짝 잔을 들어보일 뿐이었다.이때 심청하가 소은정의 옆구리를 쿡쿡 찔렀다.“은정아, 뭐 해? 어서 마시지 않고. 예의없게 지금 뭐 하는 짓이야? 어린 나이에 높은 자리에 오를수록 더 겸솜해야 하는 법이야.”심청하의 말에 와인을 원샷한 사장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소은정과 잔을 부딪히던 회장들은 소찬식에게 인사를 건넨 뒤 자리를 떴다. 괜히 가족들 싸움에 끼었다가 불편해지기 싫어서였다.소찬식도 역시 그들과 잔을 부딪힌 뒤 술을 마시지 않았다.방금 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소찬식은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었다.사실 오늘 파티에는 그의 예상보다 훨씬 더 많은 손님들이 몰려들었다. 소씨 일가에서 직접 파티를 주최하는 건 흔치 않은 일, 어떻게든 그들과 안면을 트려는 자들이 인맥을 동원해 은근슬쩍 참석했다는 걸 소찬식도 알고 있었다.하지만 좋은 일로 모인 것만큼 매정하게 내쫓고 싶지 않아 모르는 척했던 것뿐이었다. 수많은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고 술을 마시는 입장에서 모든 사람들과 건배를 하고 원샷할 수는 없다는 걸 이 바닥에 있는 사람들은 다들 알고 있고 이해했다.함께 잔을 부딪히고 눈도장을 찍는 것만으로도 파티에 참석한 목적을 달성한 것이나 마찬가지였으니까.그런데 예의가 없어? 소찬학도 어이가 없다는 듯 심청하를 바라보았다. 소은정이 그녀를 싫어하는 걸 알면서도 굳이 참견한 것도 마음에 안 들었고 공식적인 자리에서 억울함을 토로해 그의 체면까지 난처해졌으니 기분이 좋을 리가 없었다.“그만해. 오늘 은정이 생일이야. 좋은 날에 왜 울고 난리야?”소찬학이 불만섞인 목소리로 심청하를 꾸짖었다.“찬학아, 이만 집에 가는 게 좋겠다. 좋은 날 집안 일로 얼굴 붉히고 싶지 않으니까.”소찬식의 말에 소찬학도 아직 눈물이 그렁그렁한 심청하도 흠칫 놀라고 말았다.이렇게 쫓아낸다고?오늘 어떻게든 상류인사 사람들에게 눈도장을 찍기 위해 며칠 내내 소찬학을 졸라 겨우 참석한 심청하였다. 이렇게 쫓겨나면 앞으로 콧대높은 사모들 사이에서 고개도 들 수 없을 것이다.“형님, 그건 좀...”소찬학이 난처한 표정으로 소찬식을 바라보았다.십여 년간 그의 곁을 지킨 심청하에게 아내라는 명분조차 주지 못한 사실에 죄책감을 느끼고 있는 소찬학은 매정하게 그녀를 내칠 수 없었다.빈틈을 캐치한 심청하가 바로 소찬학의